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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선비의 붓을 매일 밤 갈아주던 도깨비, 덕분에 과거 장원급제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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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200자)

매일 밤 정성껏 벼루를 갈며 과거 준비에 매진하던 가난한 선비.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신기하게도 벼루에 먹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한밤중 몰래 지켜보니, 그곳엔 작은 도깨비가 열심히 붓을 갈고 있었는데... 선비의 정성에 감동한 도깨비가 은밀히 도와준 덕분에 과거에 장원급제했다는 기이한 이야기. 인간과 도깨비의 아름다운 인연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조선시대 전설을 들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300자)

조선시대 한양 근교의 작은 마을에 살던 가난한 선비 김생원의 이야기입니다. 가난해도 학문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보다 뜨거웠던 그는 매일 밤 정성껏 벼루를 갈며 글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전날 밤 다 써버린 먹물이 아침마다 벼루에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김생원이 한밤중에 몰래 숨어서 지켜보니, 작은 도깨비 하나가 정성스레 붓을 갈고 있었습니다. 선비의 학문에 대한 정성에 감동한 도깨비는 매일 밤 몰래 찾아와 붓을 갈아주었고, 그 덕분에 김생원은 마침내 과거에 장원급제하게 됩니다. 은혜를 잊지 않은 김생원이 도깨비에게 보답하는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인간과 도깨비의 아름다운 우정을 담은 조선시대 대표 전설입니다.

※ 가난한 선비 김생원의 일상과 학문에 대한 열정

옛날 조선시대, 한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 김생원이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양반,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었어요. 부모님 일찍 여의고 홀로 남아 끼니 걱정하며 살아가는 처지였죠. 하지만 가난이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까지 꺾을 순 없었습니다.

낮에는 남의 집 글방에서 아이들 가르치며 푼돈을 벌고, 밤이면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아 글공부에 매달렸어요. 특히나 과거시험을 앞두고는 더욱 열심이었죠. 매일 밤 정성껏 벼루를 갈아 먹을 만들고, 붓에 먹물을 묻혀가며 글씨 연습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늘도 벼루를 갈아야겠구나. 좋은 먹물이 나와야 글씨도 잘 써지는 법이니..."

김생원은 낡은 벼루를 어루만지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벼루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쓰시던 것으로, 비록 모서리가 깨지고 닳았지만 그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이었죠.

매일 밤 그렇게 한 시진은 걸려서 벼루를 갈았습니다. 먹을 조금씩 갈아내며 물을 부어 농도를 맞추고, 붓끝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내일의 공부를 준비했어요. 방 안 가득 은은한 먹 향이 퍼지면, 그제야 김생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과거엔 꼭 급제해야 한다. 그래야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창밖으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왔지만, 김생원의 방 안은 그의 열정으로 따뜻했습니다. 비록 기름 한 방울 아껴가며 촛불 하나에 의지해 공부했지만, 그의 눈빛만은 그 어떤 등불보다 밝게 빛났죠.

하루는 이웃집 아낙이 찾아와 말했습니다.

"김생원, 자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매일 밤 불 켜놓고 공부하는 소리가 우리 집까지 들리던데."

"아니오, 부인. 과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찌 쉴 수가 있겠소? 이번엔 정말 급제해야 하오."

"그래도 몸이 있어야 공부를 하지. 여기 떡이라도 좀 먹게나."

이웃의 정에 김생원은 감사했지만, 마음 한편으론 서글펐습니다. 남들은 좋은 스승 밑에서 편히 공부하는데, 자신은 이렇게 혼자 힘으로 모든 걸 해내야 했으니까요.

그날 밤도 여느 때처럼 벼루를 갈았습니다. 차가운 물에 손이 얼어붙었지만, 김생원은 정성껏 먹을 갈았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분명 다 쓰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벼루에 먹물이 가득 차 있었던 거예요.

※ 신기한 현상의 발견과 도깨비와의 첫 만남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어젯밤에 먹물을 다 썼는데..."

김생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벼루를 들여다봤습니다. 진한 먹물이 벼루에 가득 차 있었고, 심지어 붓까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어요. 처음엔 자신이 깜빡 잊었나 싶었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김생원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누군가 내 방에 들어와 벼루를 갈아주고 가는 건가? 대체 누가..."

궁금증이 커질수록 김생원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밤, 일부러 잠든 척하고 기다렸어요. 자정이 가까워지자, 방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작은 그림자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김생원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습니다. 그 그림자는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정성스레 벼루를 갈기 시작했어요. 달빛에 비친 그 모습을 자세히 보니, 키가 한 자도 안 되는 작은 도깨비였습니다. 붉은 도포를 입고 머리엔 작은 뿔이 돋아 있었죠.

도깨비는 혼자 중얼거리며 벼루를 갈았습니다.

"이 선비, 참으로 대단해. 이렇게 가난한데도 매일 밤 정성껏 공부하다니.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겠어."

김생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너는 누구냐?"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도깨비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습니다.

"아이고머니나! 선비가 깨어 있었구나!"

"매일 밤 내 벼루를 갈아준 게 너였느냐?"

도깨비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소. 나는 이 산에 사는 도깨비요. 선비의 학문에 대한 정성이 하도 갸륵해서 조금이나마 돕고 싶었소."

김생원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깨비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다니!

"하지만 왜?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 아니냐?"

도깨비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사실 나는 매일 밤 선비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소. 춥고 배고파도 포기하지 않는 그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어요. 게다가..."

도깨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습니다.

"옛날에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비의 선조께서 나를 도와주신 적이 있소. 그 은혜를 이제라도 갚고 싶었던 거요."

김생원은 도깨비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지만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선비의 정성 그 자체가 나에겐 큰 감동이었소. 앞으로도 내가 도울 테니, 선비는 공부에만 전념하시오."

그날 밤부터 김생원과 도깨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도깨비는 매일 밤 찾아와 벼루를 갈아주고, 때로는 김생원이 모르는 글귀를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덕분에 김생원의 학문은 나날이 깊어갔고, 과거시험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어느 날,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선비, 이번 과거엔 꼭 급제하실 거요. 내가 장담하오."

"너의 도움 덕분이다. 정말 고맙구나."

"아니오, 이건 모두 선비의 노력 덕분이오. 나는 그저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이요."

※ 도깨비의 정체와 그가 도와주는 이유

어느 날 밤, 김생원은 도깨비에게 차를 대접하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글을 아느냐? 도깨비도 학문을 하는가?"

도깨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오래전 일이오. 나도 한때는 이 산의 서당에서 글을 배우던 아이였소."

"아이였다고? 그럼 너는 원래 사람이었단 말이냐?"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먼 산을 바라봤습니다.

"그렇소. 백여 년 전, 나는 이 마을에 살던 고아였어요. 어느 날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선비가 나를 구해주셨죠. 그분이 바로 선비의 증조부님이었소."

김생원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내 증조부님이라니!"

"그분은 나를 집으로 데려가 치료해주시고, 글까지 가르쳐주셨어요. 하지만 나는 그 은혜를 다 갚기도 전에 병으로 죽고 말았죠. 그런데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셨는지, 이렇게 도깨비가 되어 다시 깨어난 거요."

도깨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 후로 나는 이 산에서 살며 은인의 후손을 기다렸소. 그런데 선비가 나타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오. 게다가 선비의 모습은 꼭 그분을 닮아 있었어요."

김생원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증조부님의 선행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그래서 매일 밤 벼루를 갈아준 거구나."

"그뿐만이 아니오. 선비가 모르는 사이에 더 많은 일을 했소."

도깨비는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이 안에는 내가 모은 약초들이 들어있소. 선비가 밤새 공부하느라 몸이 상할까 봐, 매일 조금씩 차에 타서 드렸죠.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요."

김생원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최근 들어 몸이 가뿐해지고 정신이 맑아진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선비가 공부하는 동안 집 주변을 맴돌며 나쁜 기운을 쫓아냈소. 산속의 잡귀들이 선비를 해치지 못하도록 말이오."

"너는 정말... 내가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도깨비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은혜를 갚으려 하지 마시오. 이건 내가 받은 은혜를 갚는 거니까요. 대신 선비가 과거에 급제해서 좋은 관리가 되어 백성들을 돌봐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오."

김생원은 도깨비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약속하마. 꼭 급제해서 백성을 위해 일하는 관리가 되겠다."

그날 밤, 도깨비는 김생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과거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제들, 시제에 대한 요령, 그리고 답안을 작성하는 비법까지. 도깨비는 백 년 동안 이 산에서 수많은 선비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그들의 지혜를 모두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선비, 기억하시오. 글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진심을 담아 쓰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요."

"고맙다, 정말 고맙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마시오. 내가 선비 곁에서 지켜볼 테니까요."

김생원은 의아해했습니다.

"시험장까지 따라온다고? 하지만 도깨비가 한양까지 가면 위험하지 않겠느냐?"

도깨비는 짓궂게 웃었습니다.

"걱정 마시오. 나에겐 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요. 선비는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되오."

※ 과거시험 준비와 도깨비의 계속된 도움

과거시험이 다가올수록 김생원의 공부는 더욱 열심이었습니다. 도깨비도 매일 밤 어김없이 찾아와 도움을 줬죠. 때로는 어려운 경전의 뜻을 풀이해주고, 때로는 시문을 짓는 요령을 가르쳐줬습니다.

"선비, 오늘은 논어의 이 구절을 해석해보시오. '군자는 화합하되 같아지지 않고, 소인은 같아지되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 무엇이겠소?"

김생원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답했습니다.

"군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지만, 소인은 겉으로만 같은 척하면서도 진정한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훌륭하오! 선비의 이해력이 날로 깊어지는구려."

도깨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느 날은 도깨비가 특별한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선비, 이걸 받으시오."

그것은 아름답게 조각된 붓이었습니다. 붓대는 대나무로 만들어졌고, 붓끝은 최고급 양털로 만들어져 있었죠.

"이건... 너무 귀한 물건 아니냐?"

"이 붓은 영물의 털로 만든 거요. 이 붓으로 쓴 글은 반드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거요. 과거시험 때 꼭 사용하시오."

김생원은 감동해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시험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마을에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번 과거시험은 예년보다 훨씬 어려울 거라는 소문이었죠. 많은 선비들이 걱정했지만, 김생원은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선비, 걱정되지 않으시오?"

도깨비가 물었습니다.

"너와 함께 준비했는데 무엇이 걱정이겠느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도깨비는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그 마음가짐이면 충분하오. 아,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시오."

도깨비는 작은 복주머니를 건넸습니다.

"이건 무엇이냐?"

"부적이오. 시험장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이걸 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질 거요."

드디어 한양으로 떠나는 날이 왔습니다. 김생원은 도깨비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선비, 잊지 마시오. 나는 항상 선비 곁에 있을 거요.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오."

한양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지만, 김생원의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도깨비가 준 부적을 품에 품고, 새 붓을 소중히 간직한 채 걸었죠.

한양에 도착한 김생원은 다른 선비들과 함께 여관에 묵었습니다. 시험 전날 밤, 김생원은 문득 도깨비가 그리워졌습니다.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그때 창문으로 작은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 바람 속에서 김생원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선비, 내일은 꼭 침착하게 시험을 치르시오.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걱정 마시오."

김생원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도깨비가 정말로 곁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다음 날 아침, 시험장으로 향하는 김생원의 발걸음은 당당했습니다. 주변의 선비들은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김생원만은 평온했죠. 도깨비가 준 붓을 꺼내 들고, 부적을 가슴에 품은 채 시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과연 도깨비의 예언대로 될까요? 김생원은 과거에 급제할 수 있을까요?

※ 과거 급제와 김생원의 감사 인사

시험장에 들어선 김생원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수백 명의 선비들이 빼곡히 앉아 있는 광경이 장관이었죠. 시험 문제가 발표되자, 많은 이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늘이 백성에게 내린 직분이란 무엇인가를 논하라."

정말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김생원은 도깨비가 준 붓을 꺼내 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문제는 도깨비와 함께 공부했던 내용이었으니까요.

김생원은 붓에 먹을 묻히고 천천히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하늘이 백성에게 내린 직분은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농부는 곡식을 기르고, 장인은 물건을 만들며, 상인은 물자를 유통시킨다. 선비는 학문으로 세상을 밝히고, 관리는 백성을 보살핀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니..."

글을 쓰는 동안 김생원은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붓끝에서 나오는 글자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고, 머릿속에는 명확한 생각들이 샘솟듯 떠올랐죠. 마치 누군가 옆에서 속삭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며칠 후, 드디어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김생원은 떨리는 마음으로 방을 나와 발표장으로 향했습니다.

"장원급제, 김생원!"

자신의 이름이 첫 번째로 불리자, 김생원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축하를 건네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죠. 그저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도깨비야, 내가 해냈다! 장원급제를 했어!"

김생원은 하늘을 보며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그의 볼을 스쳤습니다. 마치 도깨비가 축하해주는 것 같았죠.

급제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가난한 선비가 장원급제를 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죠. 임금님께서도 김생원의 답안을 보고 크게 감탄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인재가 있었는지 몰랐구나. 백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관리가 될 것 같아 기쁘다."

김생원은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도깨비를 찾았습니다. 익숙한 산길을 올라 평소 도깨비를 만나던 장소에 도착하니, 도깨비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비! 장원급제 축하하오!"

"모두 네 덕분이다.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김생원은 도깨비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습니다.

"아이고, 이러시면 안 되오! 선비의 노력으로 이룬 것인데 왜 내게 절을 하시오?"

도깨비는 황급히 김생원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래도 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매일 밤 벼루를 갈아주고, 어려운 글귀를 설명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준 네가 있었기에 가능했어."

도깨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선비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쁘오. 이제 내 소원도 이뤄졌구려."

"소원이라니?"

"은인의 후손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걸 보는 게 내 소원이었소. 이제 그 소원이 이뤄졌으니, 더는 여한이 없소이다."

김생원은 도깨비의 말에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무슨 소리냐? 설마 떠나려는 건 아니겠지?"

도깨비는 쓸쓸하게 웃었습니다.

"선비는 이제 훌륭한 관리가 될 거요.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게 되겠지. 그럼 이곳엔 더 이상 올 일이 없을 테고..."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네가 항상 곁에 있어 주길 바라. 친구로서 말이야."

김생원의 진심 어린 말에 도깨비는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친구라고요?"

"그래, 친구. 너는 이미 내게 은인 이상의 존재야. 평생 함께할 친구지."

이번엔 도깨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선비... 정말 고맙소. 나 같은 도깨비를 친구라 불러주다니..."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도깨비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내가 한양에 가더라도 틈틈이 찾아올게. 그리고 언젠가는 너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지을 거야."

"정말이오?"

"약속하마. 그러니 그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려 주겠나?"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김생원은 한양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약속대로 틈만 나면 고향을 찾아 도깨비를 만났죠. 도깨비도 가끔 한양까지 찾아와 김생원이 잘 지내는지 살펴보곤 했습니다.

※ 은혜에 보답하는 김생원과 도깨비의 이별

세월이 흘러 김생원은 정삼품 당상관까지 올랐습니다. 청렴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관리로 이름을 날렸죠. 그는 높은 벼슬에 올랐음에도 도깨비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김생원은 고향에 큰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 한편에는 도깨비를 위한 특별한 방을 마련했죠.

"도깨비야, 이제 더 이상 산속에서 살지 말고 이곳에서 함께 살자."

도깨비는 김생원이 마련한 방을 보고 감격했습니다. 방 안에는 서책들이 가득했고, 도깨비가 좋아하는 차와 과자들도 준비되어 있었죠.

"선비, 이건 너무 과분하오..."

"무슨 소리냐.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텐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겠나?"

그날부터 도깨비는 김생원의 집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낮에는 김생원이 공무를 보는 동안 집을 지키고, 밤이면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죠.

하루는 김생원이 도깨비에게 제안했습니다.

"내가 서당을 하나 열려고 하는데, 네가 훈장이 되어주면 어떻겠나?"

"내가 훈장이라니! 도깨비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요?"

"밤에만 가르치면 되지 않겠나? 가난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만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야."

도깨비는 김생원의 제안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자신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죠.

그렇게 시작된 야간 서당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도깨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밤마다 아이들을 가르쳤죠. 아이들은 이상하게 밤에만 나타나는 훈장님을 신기해했지만, 그의 가르침이 너무 좋아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서당에 다니던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훈장님, 왜 낮에는 안 오시고 밤에만 오세요?"

도깨비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낮에는 다른 일이 있어서란다. 하지만 너희들을 가르치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이니, 밤이라도 기꺼이 오는 거지."

아이들은 그런 훈장님이 고마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께서 김생원을 부르셨습니다.

"경이 고향에서 야간 서당을 운영한다고 들었네. 참으로 훌륭한 일이야."

"전하의 은혜입니다."

"들으니 그곳 훈장이 아주 특별하다고 하던데?"

김생원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설마 도깨비의 정체가 탄로 난 건 아닐까?

"아이들이 쓴 글을 봤는데, 정말 놀라운 수준이더구나. 도대체 어떤 분이 가르치는 거냐?"

김생원은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비록 낮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임금님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사람의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지. 마음이 중요한 법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일을 해주게."

김생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궁궐을 나왔습니다.

세월은 또다시 흘렀습니다. 김생원은 나이가 들어 벼슬에서 물러났고,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었죠. 도깨비는 여전히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어느 가을날,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산을 바라보며 김생원이 말했습니다.

"도깨비야, 우리가 처음 만난 지 벌써 삼십 년이 넘었구나."

"그러게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어요."

"나는 이제 늙었지만, 너는 여전히 그때 그 모습이로구나."

도깨비는 쓸쓸하게 웃었습니다.

"그게 도깨비의 운명이니까요. 하지만 선비와 함께한 시간들은 정말 행복했어요."

김생원은 도깨비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네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고, 네가 있어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어."

그날 밤, 김생원은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죠. 도깨비는 김생원의 임종을 지켜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비, 편히 쉬시오. 내가 약속하오. 선비가 세운 서당을 계속 지킬 테니..."

도깨비는 김생원의 뜻을 이어받아 서당을 계속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김생원의 무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죠.

"선비, 오늘도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중에 영특한 아이가 하나 있는데, 꼭 선비를 보는 것 같아요..."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흩날렸습니다. 도깨비는 그 바람 속에서 김생원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도깨비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서당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유튜브 엔딩멘트 (500자 내외)

이렇게 가난한 선비와 도깨비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한 선비의 순수한 열정이 도깨비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인연이 평생토록 이어진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요? 아마도 진심은 통한다는 것, 그리고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교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주변에 도깨비 같은 은인이 있지는 않나요?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 힘들 때 위로해준 가족, 그런 소중한 인연들을 한 번쯤 되돌아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기생의 거문고를 몰래 연주하던 도깨비, 실력이 너무 좋아 정체가 탄로난 사연"이라는 또 다른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과연 도깨비는 왜 남의 거문고를 몰래 연주했을까요? 그리고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길래 정체가 들통났을까요?

궁금하시다면 꼭 다음 영상도 시청해 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도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