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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보다 못 살던 나무꾼 , 마을 사람 놀라게 만든 폭풍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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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후킹 멘트 (300자 내외)
"아이고, 배고파라! 당장 내일 아침 끓일 쌀 한 줌이 없어서 한숨만 푹푹 쉬던 김 서방이 말이죠, 어느 날 갑자기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비단옷을 입고 나타났답니다! 도대체 산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팔자가 하루아침에 뒤바뀐 걸까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듣기만 해도 신나고 가슴 뻥 뚫리는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 오늘 밤, 여러분의 귀를 호강시켜 드립니다. 귀신도 곡할 노릇인 그 기막힌 사연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3.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평생 자기 땅 한 평 없이 남의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아 근근이 살아가던 착한 나무꾼 김 서방. 어느 날 깊은 산속에서 날이 저물어 헤매다 우연히 도깨비들의 잔치를 엿보게 됩니다. 그리고 얻게 된 천하의 보물, 바로 '도깨비 방망이'! 지긋지긋한 가난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남부럽지 않은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 통쾌한 인생 역전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따뜻한 교훈과 함께, 상상만 해도 즐거운 마법 같은 이야기를 구수한 입담으로 전해드립니다.
※ 찢어지게 가난한 나무꾼 김 서방의 고단한 삶과 깊은 산속으로 나무를 하러 가는 절박한 상황
자, 옛날 저기 강원도 두메산골, 산비탈에 겨우 매달려 있는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김 서방이라는 나무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김 서방이 얼마나 가난했느냐 하면요, 말도 마십시오. 눈물 없이는 못 듣습니다. 집 안에 세간살이라고는 이 빠진 밥그릇 몇 개하고, 다 해어진 이불보따리 하나가 전부였지요. 봄이면 춘궁기라 굶고, 겨울이면 땔감이 없어 냉골에서 오들오들 떨며 지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김 서방, 심성 하나는 비단결같이 고와서 남을 해코지할 줄 모르고 그저 묵묵히 제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해 겨울,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오고 추운 날이었지요. 쌀독을 박박 긁어봐야 쥐똥만 한 쌀알 구경하기도 힘들고, 아궁이는 이미 식은 지 오래라 방바닥이 얼음장 같았습니다. 어린 자식들은 배가 고프다, 춥다 하며 앙앙 울어대고, 아내는 부엌 구석에 쪼그려 앉아 마른 행주로 눈물만 찍어내고 있었지요. 김 서방이 그 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가장노릇을 못해서 처자식을 다 굶겨 죽이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땅이 꺼져라 나왔지요.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김 서방은 결심을 단단히 했습니다. '오늘 내가 산에 가서 멧돼지를 때려잡든지, 아니면 내 몸뚱이만 한 나무라도 해오든지, 뭐라도 들고 오지 않으면 집에 안 들어온다!' 이렇게 독한 마음을 먹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벽에 걸린, 날이 무뎌질 대로 무뎌진 낡은 낫 하나를 허리춤에 차고, 지게를 질끈 동여맸지요. 짚신도 다 해져서 발가락이 삐죽 나와 있었지만,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집을 나서는데 찬바람이 '쌩' 하고 얼굴을 때리는데, 마치 칼로 베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김 서방은 이를 악물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마을 뒷산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땔감을 다 긁어가서 검불 하나 구경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호랑이 나온다고 무서워서 잘 가지도 않는 깊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눈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산길을 헤치고 가는데, 빈 속에 힘은 하나도 없지, 다리는 천근만근 무겁지, 숨은 턱턱 막혀오지... 그래도 처자식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뎠습니다. "아이고, 이놈의 팔자야. 언제쯤이면 따뜻한 밥 한 그릇 배불리 먹여보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서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한 깊은 산속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 산속에서 길을 잃고 날이 저물어 공포에 떨다가 발견한 빈 오두막집 다락방에 숨는 과정
깊은 산속의 겨울 해는 어찌나 짧은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이 어둑어둑해졌습니다. 김 서방이 정신없이 나무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게지요. 지게에 나무는 산더미처럼 해놨는데, 이걸 지고 내려갈 길이 막막한 겁니다. 서둘러 하산길을 잡았는데, 아뿔싸!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오던 길 발자국이 다 지워져 버렸지 뭡니까. 동서남북 분간이 안 가고, 그저 보이는 건 시커먼 나무 그림자와 하얀 눈뿐이었습니다.
"아이고, 큰일 났구나. 이러다 산속에서 얼어 죽는 거 아닌가 몰라."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깊어지니 산짐승들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부엉이가 "부엉 부엉" 울 때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만 들려도 호랑이가 달려드는 것 같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을 지경이었지요. 김 서방은 나무 지게를 진 채로 허둥지둥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습니다. 배는 고파서 등 가죽에 붙을 지경이고, 손발은 꽁꽁 얼어서 감각이 없는데, 공포심까지 덮치니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헤맸을까요? 저 멀리 희미하게 뭔가 거뭇거뭇한 것이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 서방은 혹시나 인가(人家)가 아닐까 싶어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그쪽으로 기어가다시피 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다 쓰러져가는 빈 오두막집이 하나 덩그러니 서 있는 겁니다. 사람 사는 흔적은 없고, 문짝은 반쯤 떨어져 나가 덜렁거리고, 지붕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그런 흉가 같은 집이었지요. 그래도 산짐승을 피하고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그곳이라도 감지덕지였습니다.
김 서방은 조심스럽게 오두막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안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고 거미줄이 처져 있는데,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아이고, 여기서 하룻밤 묵다가는 귀신 나오기 딱 좋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혹시라도 산짐승이 들어오거나 도적떼라도 들이닥치면 방바닥에 누워 있다가 꼼짝없이 당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김 서방은 방 한구석에 있는 다락 시렁(선반처럼 만들어 놓은 곳)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거기는 사람이 겨우 몸을 웅크리고 누울 만한 좁은 공간이었는데,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숨을 쉴 때마다 코가 간질간질했습니다. 그래도 김 서방은 그 좁은 곳에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지게에 있던 나무 중에서 혹시 몰라 주워온 개암 열매 몇 알을 주머니에서 꺼내 꼭 쥐고 있었지요. 너무 배가 고프면 이거라도 깨물어 허기를 달랠 요량으로 말입니다. 밖에서는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귀신 울음소리처럼 들리고, 오두막 기둥은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데, 김 서방은 무서워서 눈만 말똥말똥 뜨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이 밤이 지나가야 할 텐데... 집에 있는 우리 식구들은 잘 자고 있으려나...' 오만가지 생각에 잠은 오지 않고, 공포와 추위 속에서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한밤중에 나타난 도깨비 무리들이 방망이로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잔치를 벌이는 신기한 광경
자, 여러분. 김 서방이 다락방 먼지 구덩이 속에 숨죽이고 엎드려 있는 동안, 시간은 흘러 흘러 자정(한밤중)이 되었습니다. 산속의 밤이 얼마나 고요한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천둥처럼 들릴 판이었지요. 김 서방은 이제나저제나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쿵, 쾅, 쿵, 쾅!" 마치 거인들이 발을 구르는 것 같은 묵직한 발소리가 땅을 울리더니, "낄낄낄! 깔깔깔!" 하는 기괴한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 서방은 소스라치게 놀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야? 호랑이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것이, 사람 목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 소리 같기도 하고...' 김 서방이 바닥 틈새로 살짝 눈을 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오두막 문이 '우지끈!' 하고 열리더니, 세상에나! 머리에는 뿔이 하나 달리고, 눈은 퉁방울만 하고, 몸에는 호피 가죽을 두른 털복숭이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겁니다. 하나, 둘, 셋... 세어보니 족히 열 놈은 되어 보였습니다. 바로 말로만 듣던 도깨비들이었지요!
이놈들이 들어오자마자 좁은 오두막이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김 서방은 숨소리라도 새어 나갈까 봐 입을 틀어막고 몸을 잔뜩 웅크렸지요. 그런데 이 도깨비 대장인 듯한 놈이, 자기 몸뚱이만 한 커다란 방망이 하나를 떡하니 들고는 방 한가운데 앉는 겁니다. 방망이가 번쩍번쩍 금칠이 되어 있고, 오색찬란한 보석이 박혀 있는데 보기만 해도 예사 물건이 아니었지요. 대장 도깨비가 방망이를 높이 쳐들며 소리쳤습니다. "자, 오늘도 신나게 놀아보자! 얘들아, 배고프지 않느냐? 오늘은 뭣 좀 먹어볼까?"
그러자 졸개 도깨비들이 "대장님! 오늘은 쫄깃쫄깃한 찰떡에 시원한 막걸리가 당깁니다요!" "아닙니다! 기름진 고기 안주에 쌀밥이 먹고 싶습니다!" 하고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습니다. 대장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방망이를 바닥에 '쿵!' 하고 내리치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맛있는 술과 고기 나와라, 뚝딱!"
아이고, 여러분! 이게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방망이를 내리칠 때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텅 비어 있던 방바닥에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진수성찬이 차려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갈비찜, 알록달록한 전, 그리고 항아리째 놓인 꿀맛 같은 술까지!
방 안 가득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그 냄새가 다락방에 숨어 있는 김 서방 코까지 훅 치고 올라왔습니다. 김 서방은 며칠을 굶은 상태라 그 냄새를 맡자마자 뱃속에서 요동을 쳤습니다.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날까 봐 배를 움켜쥐고 침을 꿀꺽꿀꺽 삼키는데, 목구멍 넘어가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도깨비들한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요. 도깨비들은 신이 나서 먹고 마시고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다!"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기둥에 머리를 박고, 어떤 놈은 고기를 뜯느라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바로 머리 위에서 그 꼴을 지켜보는 김 서방은 무서운 건 둘째 치고, 배가 고파서 환장할 지경이었습니다. '아이고, 나도 저 고기 한 점만 먹었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저 놈들은 팔자가 좋아서 뚝딱 하면 나오는데, 나는 이게 무슨 꼴이람.' 부러움과 배고픔, 그리고 공포가 뒤섞여 김 서방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도깨비들의 잔치는 끝날 줄을 몰랐습니다. 밤은 깊어 새벽으로 달려가는데, 이놈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돈 나와라, 뚝딱!" 해서 금돈 은돈을 쌓아놓고 뒹굴거리고 놀았습니다. 김 서방은 다리에 쥐가 나고 오줌이 마려워 죽을 맛이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들키면 그 자리에서 저 방망이로 얻어터져 뼈도 못 추릴 게 뻔하니까요. 그렇게 생지옥 같은, 아니 어떤 면에서는 부러운 지옥 같은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허기를 참지 못한 김 서방이 실수로 개암을 깨물어 소리를 내고, 놀란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두고 도망치는 반전
자, 사건은 바로 이때 터집니다. 도깨비들이 배불리 먹고 술에 취해 곯아떨어질 즈음, 김 서방의 배고픔은 극에 달했습니다. 뱃가죽이 등 가죽에 들러붙는 것 같고, 눈앞이 빙빙 도는 게 이러다 정말 굶어 죽겠다 싶었지요. 그때 문득,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개암(산 열매) 한 알이 손에 잡혔습니다. 아까 산에서 나무 하다가 다람쥐가 떨어뜨린 걸 혹시나 해서 주워 넣었던 거지요.
김 서방은 생각했습니다. '이거라도 하나 깨물어 먹으면 좀 살 것 같다. 소리가 나면 안 되니까 아주 살살, 이빨로 지그시 눌러서 깨야지.' 김 서방은 떨리는 손으로 개암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어금니 사이에 끼우고 조심스럽게 힘을 주었지요. 아래쪽에서는 도깨비들이 술에 취해 "드르렁, 푸우~" 코를 골며 자고 있었습니다. '지금이다, 지금 코 골 때 살짝!' 김 서방은 눈을 질끈 감고 힘을 '이익!' 하고 주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됩니까? 너무 배가 고파서 힘 조절이 안 됐던 모양입니다. 딱딱한 개암 껍질이 깨지면서 "딱!!!" 하고 엄청나게 크고 경쾌한 소리가 나고 말았습니다. 고요한 새벽 산중, 오두막 안에서 울려 퍼진 그 소리는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는 소리처럼 컸습니다. 아니, 도깨비들 귀에는 집 기둥이 부러지는 소리처럼 들렸겠지요.
순간, 자고 있던 도깨비들이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으악! 이게 무슨 소리냐!" "집이 무너진다! 집이 무너져!" 도깨비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자기들이 춤추고 놀아서 낡은 오두막이 무너지는 줄 안 겁니다. 술이 덜 깬 놈들은 허둥지둥하다가 서로 머리를 박고 넘어지고, 밥상 엎고, 술병 깨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대장 도깨비가 소리쳤습니다. "야 이 멍청한 놈들아! 깔려 죽겠다! 빨리 도망쳐라!"
도깨비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어찌나 급했던지 신발도 못 신고, 먹던 고기도 내팽개치고, 심지어 그 귀하디귀한 '도깨비 방망이'도 챙길 생각도 못 하고 몸만 쏙 빠져나갔습니다. "어이쿠! 밀지 마라! 내 꼬리 밟았다!" 우당탕탕 소란이 한바탕 지나가고, 도깨비들이 산 너머로 멀리멀리 사라지자 오두막은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다락방 위의 김 서방은 얼떨떨했습니다. '어라? 다 도망간 거야? 내 이빨 소리에 놀라서?' 김 서방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다시 돌아올까 봐 숨도 크게 못 쉬었지요. 하지만 밖에서는 부엉이 우는 소리만 들릴 뿐, 도깨비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김 서방은 안도의 한숨을 "휴우~" 하고 내쉬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가, 조심조심 다락방에서 내려왔습니다.
방 안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엎어진 술상이며 먹다 남은 음식들이 널려 있었지요. 하지만 김 서방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직 하나,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도깨비 방망이'였습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그 방망이를 보자 김 서방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이... 이게 꿈이 아니지? 저게 진짜 요술 방망이란 말이지?"
김 서방은 떨리는 손으로 방망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묵직했습니다. 손잡이에는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고요. 김 서방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아까 도깨비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이라고 했지?" 김 서방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망이를 바닥에 살짝 내리치며 소심하게 외쳐보았습니다.
"밥... 밥 나와라, 뚝딱!"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김 서방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 한 그릇이 거짓말처럼 뚝 떨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 서방은 밥그릇을 들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이고, 하나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처자식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김 서방은 그 밥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날이 밝자마자 방망이를 품에 고이 안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발걸음이 어찌나 가벼운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지요. 이제 김 서방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입니다!
※ 도깨비 방망이를 얻어 집으로 돌아온 김 서방이 마법을 시험하며 가족들과 기뻐하는 감동적인 순간
자, 여러분! 도깨비 방망이를 품에 안고 산을 내려오는 김 서방의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발바닥에 땀이 나는 줄도 모르고, 구름 위를 둥둥 떠서 날아오는 기분이었겠지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집에 도착하니, 다 쓰러져가는 사립문이 삐그덕거리며 반겨줍니다.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니, 아내는 퀭한 눈으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다가 화들짝 놀랍니다. "아니, 여보! 나무 하러 간 사람이 빈 지게만 지고 이제 오면 어떡해요? 애들은 배고파서 울다가 지쳐 잠들었는데..." 아내의 원망 섞인 목소리에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김 서방은 숨을 헐떡이며 싱글벙글 웃습니다. "부인! 울지 마시오! 이제 우리 고생 끝이오! 내가 산신령인지 도깨빈지한테 아주 신통방통한 보물을 얻어왔소." 아내는 "이 양반이 배고파서 헛것을 봤나" 싶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데, 김 서방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당 한가운데 멍석을 쫙 깝니다. 그리고 품속에서 번쩍이는 방망이를 꺼내 들고 우렁차게 외쳤지요. "자, 보시오! 쌀 나와라, 뚝딱!"
그러자 '펑!' 하는 대포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하얀 쌀가마니가 '쿠당탕!'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내는 "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습니다. 김 서방은 멈추지 않고 신이 나서 계속 방망이를 두들겼습니다. "우리 마누라 입을 비단 치마 나와라, 뚝딱! 아이들 먹일 고기 반찬 나와라, 뚝딱! 금돈 은돈 나와라, 뚝딱!" 방망이를 내리칠 때마다 마당에는 눈이 부셔 쳐다보지도 못할 금은보화와,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산해진미가 수북이 쌓여 산을 이루었습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을 하니, 자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와아! 쌀밥이다! 고기다!" 하며 밥상으로 달려들어 허겁지겁 입안 가득 쑤셔 넣는데, 그 모습을 보는 김 서방은 안 먹어도 배가 불렀지요.
하지만 여러분, 이걸로 끝낼 김 서방이 아닙니다. 배를 좀 채우고 나니 이제 집구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가 오면 줄줄 새고 바람 불면 흔들리던 저 썩은 초가집! 김 서방은 비장한 표정으로 방망이를 다시 고쳐 쥐고 대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다 쓰러져가는 흙벽을 향해 천둥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 초가집은 물러가고! 고래등 같은 99칸 기와집 나와라, 뚝딱!"
그 순간, 땅이 '우르르 쾅쾅!' 지진 난 것처럼 울리더니, 썩은 서까래와 흙더미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땅속에서 아름드리 기둥이 쑥쑥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누런 흙바닥 위에는 매끈한 대리석 주춧돌이 놓이고, 그 위로 붉은 소나무 기둥이 서고, 지붕 위에는 검은 기와가 '착착착' 얹어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대궐 같은 집이 떡하니 들어서는 겁니다. 방마다 비단 이불이 깔려 있고, 곳간에는 쌀가마니가 천장까지 닿을 듯 쌓여 있고, 외양간에는 살진 황소가 "음메~" 하고 우렁차게 울어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고 자다가 다 뛰쳐나왔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변고야? 김 서방네 집터에 대궐이 들어섰어!" 사람들은 자기 눈을 비비고 꼬집으며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김 서방은 대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맞이했습니다. "이웃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잔치입니다! 마음껏 드시고 가십시오!" 김 서방네 마당에서는 밤새도록 풍악이 울리고, 고기 굽는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으니,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난 정도가 아니라 천지개벽이 일어난 셈이지요.
※ 부자가 된 김 서방 소식을 들은 욕심쟁이 이웃(혹은 형님)이 흉내를 내러 산으로 갔다가 도깨비들에게 혼쭐이 나는 권선징악
소문은 발 없는 말이 되어 천 리를 간다고 했지요? 김 서방이 도깨비 방망이로 하룻밤 새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이웃 마을에 사는 욕심쟁이 심술보 영감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이 심술보 영감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정도가 아니라, 아예 땅바닥을 구르며 통곡을 하는 위인이었습니다. "아이고, 배야! 그 찢어지게 가난하던 나무꾼 놈이 대궐 같은 집을 짓고 산다고? 쌀밥에 고깃국을 먹어? 내가 배가 아파서 살 수가 있나!" 심술보 영감은 질투심에 눈이 뒤집혀 한달음에 김 서방네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 대문 앞에서 심술보 영감은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하인들이 나르고 있는 비단이며 쌀가마니를 보니 눈알이 뱅글뱅글 돌아갈 지경이었지요. 심술보는 다짜고짜 김 서방의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이보게, 김 서방! 자네랑 나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나? 어떻게 이렇게 부자가 됐는지 나한테만 살짝 알려주게. 응? 내가 자네 형님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마음 착한 김 서방은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고, 그만 사실대로 술술 다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형님, 제가 사실 깊은 산속 빈 오두막에서 도깨비들을 만났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개암을 '딱' 깨물었더니, 도깨비들이 집 무너지는 소린 줄 알고 도망가면서 이 방망이를 두고 갔지 뭡니까. 허허허." 그 말을 들은 심술보 영감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옳거니! 그거라면 식은 죽 먹기지. 도깨비 놈들, 별거 아니구먼! 나는 가서 방망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아니 몽땅 털어와야겠다!"
심술보 영감은 그 길로 장터로 달려가서 제일 크고 딱딱한 개암을 한 됫박이나 샀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천둥소리가 나지. 흐흐흐." 그리고는 해가 지기도 전에 김 서방이 일러준 깊은 산속 오두막을 찾아갔지요. 헐떡거리며 산을 올라 다락방 시렁 위에 기어 올라가 숨었습니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거미줄이 얼굴에 붙었지만, 부자가 될 생각에 싱글벙글 웃음만 나왔습니다. "히히히, 이제 도깨비 놈들만 오면 된다. 나는 놈들이 오자마자 소리를 내서 쫓아버리고 저 방망이를 싹 쓸어 담아서, 김 서방보다 더 큰 기와집을 짓고 떵떵거려야지!" 욕심에 눈이 먼 심술보는 추위도 잊은 채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자정이 되자, 산을 울리는 "쿵, 쾅!" 소리와 함께 도깨비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지난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도깨비들은 잔뜩 화가 나 있었지요. 들어오자마자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거칠었습니다. "야, 지난번에 어떤 놈이 우릴 속여서 내 귀한 방망이를 훔쳐 갔어! 밥 나오는 방망이가 없어서 며칠을 굶었더니 배가 등 가죽에 붙을 지경이다! 이번에 잡히기만 해 봐라, 아주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 버릴 테다!" 대장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며 살벌하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다락방에 있는 심술보 영감은 그 소리를 못 듣고, 그저 도깨비들이 왔다는 사실에만 신이 났습니다. '왔구나! 요놈들! 내 개암 소리 한 방이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겠지?' 도깨비들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성격 급한 심술보 영감은 제일 굵은 개암 하나를 입에 넣고, 온 힘을 다해 "딱!!!" 하고 깨물었습니다. 아주 우렁차고 경쾌한 소리가 났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도깨비들이 도망가기는커녕,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다락방을 올려다보며 눈에 시퍼런 불을 켜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기다! 저기 쥐새끼 같은 놈이 숨어있다! 지난번에 우리 방망이 훔쳐 간 놈이 또 왔구나! 요놈 잘 걸렸다!"
"으악!" 심술보 영감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도깨비들에게 머리채를 잡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이 도둑놈아! 네 놈 때문에 우리가 밥도 굶고 거지꼴이 됐다! 어디 맛 좀 봐라!" 도깨비들은 남은 몽둥이로 심술보 영감을 찜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저는 방망이 안 가져갔어요! 김 서방이 가져갔어요!" 하고 빌었지만, 도깨비 귀에 그게 들리겠습니까? 대장 도깨비는 심술궂게 웃으며 주문을 외웠습니다. "이놈, 거짓말까지 하는구나. 네 놈 심보가 고약하니 어디 한번 혼나 봐라. 팔 늘어나라, 뚝딱! 다리 늘어나라, 뚝딱!"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두드릴 때마다 심술보 영감의 팔다리가 엿가락처럼 쭉쭉 늘어났습니다. "아이고, 사람 살려!"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몸은 더 길게 늘어나, 나중에는 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흐물흐물해져서, 마치 오징어 꼴이 되고 말았지요. 도깨비들은 밤새도록 심술보 영감을 가지고 공놀이를 하듯 놀다가, 새벽닭이 울자 그제야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방망이는커녕, 매만 실컷 맞고 병신이 된 심술보 영감은 엉엉 울며 산을 기어 내려와야 했습니다.
※ 가난을 완전히 벗어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김 서방의 결말
날이 밝고, 마을 어귀에 이상한 괴물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팔다리는 십 리 밖까지 늘어져서 질질 끌리고, 얼굴은 퉁퉁 부어 눈코입을 알아볼 수 없는 몰골이었지요. 동네 개들이 낯선 짐승인 줄 알고 짖어대고, 아이들은 "와! 괴물이다!" 하며 돌을 던졌습니다. 그 괴물은 다름 아닌 심술보 영감이었습니다. 그는 엉금엉금 기어서 김 서방네 대문 앞까지 왔습니다. "김 서방... 나 좀 살려주게... 내가 욕심부리다 천벌을 받았네... 흑흑..."
마당을 쓸던 김 서방이 그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뛰어왔습니다. "아니, 형님! 이게 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세상에나!" 김 서방은 흉측하게 변한 심술보 영감을 보고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얼른 안방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는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요. "여보! 빨리 따뜻한 밥상 좀 차려오구려. 그리고 이불 좀 두껍게 깔아주시오!" 김 서방은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들었습니다.
"형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가 고쳐드리겠습니다." 김 서방은 방망이를 들고 정성스럽게 주문을 외웠습니다. "늘어난 팔다리는 줄어들고, 멍든 상처는 사라져라! 병 낫는 약 나와라, 뚝딱!" 그러자 방망이 끝에서 신비한 금빛 가루가 뿌려지더니, 엿가락처럼 늘어졌던 심술보 영감의 팔다리가 '스르륵' 하며 제자리로 돌아오고, 퉁퉁 부었던 얼굴의 부기가 씻은 듯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뒤, 말끔하게 나은 심술보 영감은 김 서방 앞에 무릎을 꿇고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자네가 나를 살렸네. 내가 그동안 자네를 무시하고 괴롭혔는데... 내 재산 탐내서 온 줄 알았을 텐데도 원수를 은혜로 갚다니... 내가 정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네." 심술보 영감은 땅을 치며 진심으로 뉘우쳤습니다. 김 서방은 껄껄 웃으며 형님의 손을 맞잡아 일으켰습니다. "형님, 다 지난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요. 이제부터 우리 친형제처럼 의지하며 오순도순 잘 살아봅시다."
그 후로 김 서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도깨비 방망이로 얻은 재물을 절대 혼자 쓰지 않았습니다. 흉년이 들면 곳간을 열어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마을에 튼튼한 다리를 놓고, 서당을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을 제 부모처럼 돌보았습니다. 개과천선한 심술보 영감도 김 서방의 오른팔이 되어, 누구보다 앞장서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착한 사람이 되었지요. 김 서방네 마을은 아무리 가뭄이 와도 굶는 사람이 없고, 언제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습니다.
김 서방은 늙어 죽을 때까지 도깨비 방망이를 나쁜 일에는 절대 쓰지 않고, 오로지 남을 돕는 데에만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가 되자, 자식들을 불러 유언을 남겼습니다. "이 방망이는 내 것이 아니라, 하늘이 잠시 맡겨둔 것이다. 내가 죽거든 다시 깊은 산속 그 오두막에 가져다 놓거라." 욕심 없이 비우고 떠나는 김 서방의 마지막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김 서방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며, '욕심부리지 않고 베푸는 착한 마음이 진짜 도깨비 방망이'라는 귀한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오늘 들려드린 '착한 나무꾼 김 서방의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 어떠셨나요? 뚝딱! 하면 뭐든지 나오는 방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허허, 하지만 이야기 끝에 김 서방이 보여준 것처럼, 진짜 보물은 방망이가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욕심쟁이 심술보처럼 혼자만 잘살려다가는 도깨비한테 혼쭐만 난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요!
오늘 밤은 여러분 꿈속에 착한 도깨비가 나타나서 "건강 나와라, 뚝딱! 행복 나와라, 뚝딱!" 하고 요술을 부려주길 바라봅니다. 재미있게 들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한번 시원하게 눌러주시고, 저는 다음에 더 신명 나고 가슴 찡한 이야기 한 자락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평안하시고, 만수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