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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장 맞을 백성 대신 볼기를 내민 도깨비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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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미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또 앞에서 곤장을 맞게 된 불쌍한 백성! 꼼짝없이 형틀에 묶여 벌벌 떨고 있는데, 갑자기 허공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이고, 우리 형님 엉덩이 터지겠네! 그 곤장은 내가 대신 맞겠소!" 과연 곤장을 대신 맞겠다고 나선 이 황당한 불청객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조선시대 야담집 '청구야담'에 기록된, 웃기고도 감동적인 인간과 도깨비의 찐한 우정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1: 메밀묵과 막걸리로 맺어진 기묘한 인연
깊은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조선의 어느 작은 고을. 이곳에는 가난하지만 마음씨 하나는 옥구슬처럼 맑고 고운 나무꾼, 칠성이 살고 있었습니다. 칠성은 매일같이 지게를 지고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땔감을 구했고, 그것을 장에 내다 팔아 홀어머니를 봉양하는 지극한 효자였습니다. 비록 입고 있는 옷은 여기저기 기운 자국이 가득한 낡은 베적삼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늘 사람 좋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길을 가다 무거운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를 보면 기꺼이 자신의 지게에 짐을 얹어 대신 날라주었고, 배곯는 거지 아이를 보면 자신의 몫으로 남겨둔 주먹밥을 주저 없이 내어주곤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칠성을 보며 입을 모아 칭찬했지만, 정작 그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늦은 가을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장터에 가져간 장작이 꽤 좋은 값을 받고 일찍 팔렸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칠성은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부드러운 메밀묵 한 모와, 고단한 하루를 달래줄 탁한 막걸리 한 병을 사 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산중에는 금세 짙은 어둠이 깔렸습니다.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고 낙엽 구르는 소리만이 고요한 산길을 채울 즈음, 칠성의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커다란 고목나무 아래, 푸르스름한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더니 그 속에서 덩치가 산만하고 얼굴이 우락부락한 사내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사내는 머리에 뿔이 돋아나 있었고, 부리부리한 눈에서는 형형한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기절초풍을 하며 도망쳤겠지만, 칠성은 둥그런 눈을 깜빡이며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이 밤중에 뉘신지 모르겠으나, 길을 막고 서 계시니 제가 지나갈 수가 없구려."
칠성의 말에 우락부락한 사내는 껄껄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웃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산천이 쩌렁쩌렁 울리는 듯했습니다.
"하하하! 내 평생 수많은 인간들을 겁주어 보았으나, 너처럼 눈도 깜짝 안 하는 싱거운 놈은 처음 보는구나. 나는 이 산의 터줏대감인 도깨비다. 네놈 등 뒤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내 코끝을 찔러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나. 그 보따리 안에 든 것을 내놓는다면 길을 비켜주마."
'아하, 도깨비가 배가 고파서 심술을 부리는 게로구나.'
칠성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빙그레 웃으며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늙으신 어머니께 드릴 메밀묵과 내 목을 축일 막걸리요. 어머니 드릴 것은 다 내어줄 수 없으니, 내 절반을 뚝 떼어 당신에게 대접하리다. 산짐승도 배가 고프면 사나워지는 법인데, 하물며 도깨비님도 배가 고프면 오죽하겠소. 자, 여기 앉으시지요."
도깨비는 칠성의 대범한 태도에 당황한 듯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못 이기는 척 칠성 옆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칠성은 가져온 사발에 막걸리를 콸콸 따르고, 메밀묵을 큼지막하게 썰어 도깨비 앞에 내밀었습니다. 도깨비는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메밀묵을 우적우적 씹어 삼켰습니다.
"크으! 맛이 기가 막히는구나! 수백 년을 살아오며 인간들의 제사상도 숱하게 받아보았지만, 이렇게 달고 구수한 음식은 처음이다!"
"천천히 드시오. 체할라. 내가 인심을 써서 막걸리 한 잔 더 따라드리리다."
그날 밤, 칠성과 도깨비는 고목나무 아래서 밤이 깊도록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도깨비는 칠성의 순박하고 따뜻한 마음씨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칠성 역시 겉모습은 무섭지만 속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도깨비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신분과 종족을 뛰어넘어 깊은 속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도깨비가 자신의 신통력으로 산돼지를 잡아다 주겠다는 둥 너스레를 떨면, 칠성은 껄껄 웃으며 도깨비의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형님! 내 비록 사람이 아닌 도깨비오나, 인간 세상의 그 어떤 잡놈들보다 의리는 철저하게 지키는 놈이오. 오늘 형님이 베풀어주신 메밀묵과 막걸리 한 잔의 은혜는 내 뼛속 깊이 새길 것이니, 앞으로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이 고목나무 아래로 와서 나를 부르시오! 내 언제든 달려와 형님을 돕겠소이다!"
"허허, 든든한 아우가 생겼으니 내 이제 산길이 무섭지 않겠구나. 그래,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나 막걸리나 한잔 찌끄리자꾸나."
이 기묘한 하룻밤의 만남 이후, 칠성과 도깨비는 세상에 둘도 없는 의형제가 되었습니다. 칠성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갈 때면 도깨비가 나타나 무거운 땔감을 한 번에 묶어 날라주었고, 칠성은 그 보답으로 장에서 사 온 개떡이나 막걸리를 잊지 않고 도깨비에게 챙겨주었습니다. 인간과 도깨비의 우정은 그렇게 산속 깊은 곳에서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 2: 탐관오리의 횡포,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칠성
도깨비와의 은밀하고도 기분 좋은 우정이 깊어가던 무렵, 평화롭던 산골 마을에는 거대한 먹구름이 서서히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고을을 다스리는 사또가 새로 부임하면서부터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새로 온 사또는 겉보기에는 매끈한 비단옷을 걸치고 수염을 길게 기른 점잖은 양반의 행색을 하고 있었으나, 그 속내는 백성들의 고혈을 한 방울까지 빨아먹고도 모자라 뼈까지 씹어 먹을 흉악한 거머리와도 같은 탐관오리 중의 탐관오리였습니다.
그는 부임한 첫날부터 온갖 해괴망측한 명목을 붙여 가혹한 세금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람결에 날아온 먼지가 관아 마당을 더럽혔으니 '먼지세'를 내라 하였고, 백성의 소가 길가에 똥을 눈 자리가 명당이니 '자리세'를 내라 하며 몽둥이를 찜질해 댔습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백성들의 곳간에서 쌀 한 톨, 엽전 한 닢까지 박박 긁어모아 자신의 창고를 터질 듯이 채워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혹독했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문풍지를 찢을 듯 불어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흉년까지 겹치면서 백성들의 낡은 곳간은 쥐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을 만큼 텅텅 비어버렸습니다. 하루하루 풀뿌리와 썩은 나무껍질을 끓여 먹으며 연명하던 이웃들이 참다못해 굶어 죽어 나가는 참혹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음 착한 칠성은 그 끔찍한 광경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자신이 추운 산속을 헤매며 며칠 밤낮으로 캐온 칡뿌리와 얼어붙은 몸을 녹일 땔감을 마을 사람들에게 남김없이 나누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일개 가난한 나무꾼의 힘만으로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수백 명의 백성들을 모두 구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죽음의 그림자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눈보라 치는 날, 관아의 아전들이 몽둥이를 빼어 들고 마을에 거칠게 들이닥쳤습니다. 보름 뒤에 열릴 사또의 칠순 생일잔치를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열어야 하니, 마을의 각 호당 무조건 쌀 한 가마니와 비단 한 필씩을 관아로 바치라는 어처구니없는 어명을 빙자한 협박이었습니다. 입에 풀칠할 조 피 한 줌조차 없어 흙을 파먹고 굶어 죽어가는 마당에, 쌀 한 가마니와 비단이라니요. 마을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꽁꽁 얼어붙은 땅바닥에 엎드려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며 눈물로 애원했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아전들은 가차 없이 무자비한 몽둥이를 휘두르며 노인들을 짓밟고 집안의 솥단지마저 깨부수기 시작했습니다.
그 참혹하고도 피 끓는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칠성은, 더 이상 솟구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아전들 앞을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이보시오, 아전 나리들! 그리고 저 관아에 처박혀 있는 사또 나리께 똑똑히 전하시오! 힘없는 백성들이 굶어 죽어 길바닥에 시체가 널리는 이 비참한 판국에, 뱃속에 기름을 채울 잔치가 웬 말이오! 우리에겐 바칠 쌀 한 톨, 비단 한 조각도 없거니와, 설령 곡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들 저 흉악한 탐관오리의 배를 불리는 데는 단 한 줌도 내어줄 수 없소이다! 차라리 내 목을 치시오!"
칠성의 피를 토하는 듯한 당돌하고도 거침없는 외침에, 몽둥이를 휘두르던 아전들은 순간 아연실색하여 동작을 멈추었습니다. 감히 일개 무지렁이 나무꾼 주제에 하늘 같은 관아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역하고 능멸하다니요. 제정신을 차린 아전들은 이내 악을 쓰며 달려들어 칠성을 거친 오랏줄로 꽁꽁 포박한 뒤, 눈 쌓인 흙바닥을 질질 끌며 사또 앞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 시각, 밖에서는 백성들이 얼어 죽어가고 있음에도 사또는 관아의 가장 따뜻하고 넓은 온돌방에서 기생들을 양옆에 끼고 기름진 고기와 독한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거리고 있었습니다. 끌려온 칠성이 내뱉은 일장 연설을 전해 들은 사또는, 술기운과 분노가 뒤섞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쥐고 있던 술잔을 벽에 집어 던지며 광분했습니다.
"뭐라? 저 천하의 발칙하고 천한 상놈이 감히 본관의 지엄한 명을 거역하고 나를 능멸하였단 말이냐? 당장 저놈의 입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나, 그것만으로는 내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풀리지 않는다. 여봐라! 당장 저놈을 관아의 곡식 창고에 숨어들어 나라의 재물을 훔친 극악무도한 도둑으로 몰아라! 백성들의 고혈을 훔친 파렴치한 도적으로 만들어버린 뒤, 내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온 고을 백성들을 불러 모은 앞에서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주둥이를 나불거리지 못하게 아주 끔찍한 본보기를 보여주겠다!"
사또의 억지스러운 명령 한마디에, 의로운 나무꾼 칠성은 억울하게도 쌀 도둑이라는 끔찍한 누명을 쓴 채 관아의 가장 깊고 캄캄하며 퀴퀴한 감옥에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감옥 안은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진흙 바닥 위에는 썩어가는 짚단 몇 개가 뒹굴고 있을 뿐, 살을 에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끔찍한 추위를 피할 곳은 사방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거친 오랏줄에 묶인 손발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였고, 끌려오며 당한 모진 매질로 온몸은 피멍과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칠성은 옥살창 틈으로 스며들어오는 차갑고 시린 달빛을 우두커니 바라보았습니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파왔지만, 정작 그의 가슴을 찢어놓는 것은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공포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이 모진 겨울밤에 홀로 계신 우리 불쌍한 어머니는 어찌 지내실꼬. 불도 지피지 못한 냉방에서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실 텐데. 내가 이대로 억울하게 죽는다면,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우리 어머니는 누가 모신단 말인가. 내가 불효자구나... 천하의 몹쓸 불효자야.'
칠성은 차가운 옥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소리 없이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당장 내일 아침이면 형틀에 묶여 무시무시한 곤장 쉰 대를 맞아야 했습니다. 아무리 건장한 장정이라도 곤장 쉰 대면 엉덩이뼈가 산산조각이 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 그 자리에서 즉사하거나 평생 불구가 되는 무서운 형벌이었습니다. 평생 땔감을 짊어지느라 이미 골병이 들 대로 든 칠성의 마른 몸으로는 단 열 대조차 버텨내기 힘들 것이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밤은 야속하게도 깊어만 가고, 죽음의 짙은 그림자가 칠성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칠성의 뇌리에 번쩍하고 떠오르는 얼굴 하나가 있었습니다. 고목나무 아래서 함께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며 호탕하게 웃던,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며 지옥 끝까지라도 돕겠다고 맹세했던 든든하고도 기이한 도깨비 아우였습니다.
'도깨비 아우야... 내 아우야. 내가 지금 탐관오리의 모함에 빠져 이토록 억울하게 죽게 생겼구나. 네가 만약 신통력이 있어 이 형의 간절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제발 나 대신 홀로 남겨질 우리 늙고 불쌍한 어머니만을 굽어살펴 다오...'
칠성은 차가운 감옥 바닥에 얼굴을 묻고, 속으로 간절하게, 아주 간절하게 도깨비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의식이 점차 흐릿해지는 가운데 그의 기도는 밤하늘을 향해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 3: 형틀에 묶인 칠성과 허공에서 나타난 푸른 불꽃
다음 날 아침, 여명이 밝아오기도 전에 관아의 마당은 칠성의 처참한 몰골과 형 집행을 보기 위해 모여든 마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꽉 들어찼습니다. 다들 칠성이 얼마나 심성이 곱고 의로운 청년인지, 그리고 사또의 탐욕에 반기를 들다 얼마나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는지 뼛속 깊이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핼쑥한 얼굴에는 깊은 수심과 감출 수 없는 분노가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숨죽여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비보를 듣고 단숨에 달려온 칠성의 홀어머니는 이미 눈물조차 말라버린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짐승처럼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또 나리! 하늘 같은 사또 나리! 우리 아들 칠성이는 길을 가다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밟아 죽이지 못하는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여린 아이옵니다! 우리 아들은 절대 관아의 곡식을 훔칠 위인이 못 되옵니다! 차라리 이 늙고 병든 어미의 목을 베어 죽이시고, 제발 우리 불쌍한 아들의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리옵니다!"
어머니의 애끓는 절규와 피 맺힌 하소연이 관아의 높은 담장을 넘어 허공을 맴돌았지만, 대청마루에 거드름을 피우며 호랑이 가죽이 깔린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사또는 냉혹하고 비릿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시끄럽다! 저 미쳐 날뛰는 늙은이를 당장 끌어내어 멀리 내쳐라! 죄인 칠성은 백성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관아의 신성한 곡식을 훔친 용서받지 못할 중죄인이니, 오늘 곤장 쉰 대를 쳐서 그 뼈와 살을 철저하게 분리해 놓을 것이다. 감히 내 명을 어긴 자의 말로가 어떠한지 똑똑히 보여주리라. 여봐라! 형리들은 뭣들 하고 서 있느냐! 당장 저 도적놈을 형틀에 단단히 묶고 형 집행을 시작하라!"
사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불호령이 떨어지자, 우락부락한 체구를 가진 형리들이 어두운 옥에서 칠성을 거칠게 끌고 나왔습니다. 칠성은 밤새 이어진 모진 고문과 추위로 인해 이미 스스로 걸음을 걷지도 못하고, 형리들의 손에 질질 끌려오다시피 했습니다. 상투는 풀어헤쳐져 있었고 얇은 베적삼은 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형리들은 칠성을 마당 한가운데 놓인 커다랗고 육중한 나무 형틀에 무자비하게 엎어놓고는, 사람의 팔뚝만 한 거친 밧줄로 그의 목과 팔, 그리고 다리를 숨통이 조일 만큼 꽁꽁 묶었습니다. 그리고는 칠성의 하의를 거칠게 찢어내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깡마른 볼기를 차가운 겨울바람 앞에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차마 그 끔찍하고 처연한 광경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거나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사또는 잔뜩 독이 오른 눈을 부릅뜨고 매질을 독촉했습니다.
"매우 쳐라! 저놈의 살갗이 터지는 비명소리가 이 관아 담장을 넘어 온 고을 구석구석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게 하란 말이다! 단 한 대라도 살살 치는 형리가 있다면 그놈의 목도 함께 칠 것이다!"
"예이! 매우 치랍신다!"
우람한 덩치의 형리가 자신의 키만 한, 두께가 한 뼘이나 되는 무시무시한 참나무 곤장을 번쩍 치켜들었습니다. 허공을 가르는 매서운 파공음이 관아 마당의 무거운 정적을 갈라놓았습니다. 그 거대한 곤장이 형틀에 결박된 칠성의 깡마른 엉덩이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히려는 찰나였습니다.
갑자기, 맑았던 겨울 하늘에 어디선가 시커먼 먹구름이 떼 지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이 어둑해지더니, 관아 마당 한가운데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습니다.
관아의 깃발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미친 듯이 나부끼고, 바닥의 흙먼지와 모래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사람들의 눈을 뜰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이 미친 듯이 울려댔고, 대청마루에 앉아 있던 사또와 아전들은 난데없는 돌풍을 피하려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며 기겁을 하고 몸을 웅크렸습니다.
"이, 이게 무슨 변고냐! 갑자기 웬 미친 바람이 분단 말이냐!"
그 요란하고 정신없는 바람결 사이로, 세상의 소음이 모두 차단된 듯 오직 칠성의 귓가에만 너무나도 익숙하고 굵직하며 호탕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습니다.
'형님! 아니, 억울하게 형틀에 묶여 죽게 생겼는데 왜 이 아우를 더 일찍 부르지 않으셨소! 내 어젯밤에 형님이 준 막걸리를 기분 좋게 과음하고 산골짜기에서 곯아떨어져 자느라 하마터면 늦을 뻔하지 않았소.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했으니 이제 아무 걱정 마시라. 오늘 저 악독한 사또 놈과 간악한 형리 놈들의 혼구멍을 아주 쏙 빼놓아 이 아우가 제대로 분풀이를 해줄 터이니, 형님은 그저 따뜻한 아랫목에 누웠다 생각하시고 편안히 쉬고 계시구려.'
회오리바람이 잦아들며 시야를 가리던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자, 사람들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다시 공포에 질린 눈으로 형틀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강풍에 잠시 주춤했던 형리가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곤장을 쥔 손에 침을 뱉어 발랐습니다.
"이잇! 독하게 마음먹어라! 받아라!"
사나운 기합 소리와 함께 형리의 팔뚝에 핏줄이 튀어나왔습니다.
짜아아악-!
소름 끼치도록 찰지고 무거운 마찰음이 관아 마당을 무자비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두꺼운 나무 곤장이 정확히 형틀에 묶인 죄인의 볼기짝에 뼈가 부서질 듯 내리꽂힌 소리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고, 칠성의 끔찍한 단말마를 예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일까요?
형틀에 엎드려 있는 칠성은 고통의 비명은커녕,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편안한 미소를 띤 채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방금 전까지 옥살이의 고통과 추위에 지쳐 창백하고 핏기가 없던 얼굴에 묘한 생기마저 돌며 홍조를 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칠성의 몸 위로, 보통 인간들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도깨비의 형상이 푸르스름한 불꽃을 너울너울 일렁이며 칠성과 완벽하게 포개어 엎드려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깨비는 곤장을 맞고 있는 자신의 털이 숭숭 나고 두툼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칠성을 향해 고개를 돌려 익살스러운 윙크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곤장이 전력을 다해 내리쳐졌음에도 칠성이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미동조차 없자, 이를 지켜보던 사또는 눈살을 찌푸리며 노발대발 소리쳤습니다.
"이 빌어먹을 형리 놈아! 네놈이 며칠 굶었느냐? 어찌 곤장을 치는 솜씨가 가을 모기 한 마리 잡는 것만도 못하단 말이냐! 저놈의 엉덩이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도록 체중을 실어 더 세게 내리치란 말이다!"
형리는 당황하여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곤장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분명 뼈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내리쳤는데, 마치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친 것처럼 죄인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내 이번에는 기필코 저놈의 살점을 뜯어내고야 말리라!'
형리는 숨을 아주 깊게 들이마시고, 온몸의 뼈마디가 어긋날 정도의 엄청난 힘을 실어 다시 한번 곤장을 무섭게 내리쳤습니다.
※ 4: 찰진 곤장 소리, 그러나 고통 없는 칠성과 당황한 사또
짜아아악-!
고막을 무참히 찢어발길 듯한, 날카롭고도 육중한 파공음이 또다시 삭막한 관아 마당을 뒤흔들었습니다.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의 등짝에 불도장이 찍힌 것처럼 어깨를 한껏 움츠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행여나 튀어 오를 핏방울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사람들의 입에서는 억눌린 탄식이 새어 나왔습니다. 칠성의 늙은 홀어머니는 아들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라 짐작하고는 끝내 헛숨을 들이켜며 차가운 흙바닥 위로 혼절하여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곤장을 내리친 우람한 형리조차, 나무 자루를 타고 전해지는 엄청난 반발력에 손아귀가 찌릿찌릿 저려오고 어깨뼈가 탈골될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단한 물푸레나무로 만든 두껍고 무거운 곤장이 그 자리에서 두 동강 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로 끔찍한 타격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끔찍한 매를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맨몸으로 받아낸 칠성의 깡마른 볼기는 보나 마나 붉은 피가 터져 나오고 처참하게 짓이겨졌으리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그 무거운 정적을 깨고 들려온 것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칠성의 고통스러운 비명이나 살점이 찢어지는 참혹한 신음이 아니었습니다.
'허허, 형님! 이 동네 관아의 형리 놈들은 평소에 밥 대신 솜털만 씹어 먹고 사나 보구려. 아니면 힘을 쓰는 법을 모르는 갓난쟁이들인 게요? 방금 내 볼기에 산모기 한 마리가 앉았다가 날아간 것 같은데, 하마터면 너무 가벼워서 매를 맞은 줄도 모를 뻔하였소. 며칠 산을 타느라 엉덩이가 뻐근했는데 아주 시원하게 안마를 받는 기분이니, 이 좋은 것을 어쩐단 말이오!'
오직 칠성의 귓가에만 들려오는, 도깨비의 호탕하고도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였습니다. 칠성이 결박된 채로 슬며시 고개를 돌려 등 뒤를 곁눈질로 바라보니, 자신과 겹쳐져 엎드려 있는 거대한 도깨비가 무쇠솥처럼 단단하고 펑퍼짐한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리며 킬킬대고 있었습니다. 분명 무자비한 곤장은 칠성의 연약한 몸을 향해 정통으로 내리쳐졌지만, 도깨비의 신비한 도술과 신통력 덕분에 그 무시무시한 물리적 충격은 온전히 도깨비의 두껍고 질긴 가죽 위로 흡수되어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칠성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오히려 무료하고 졸음이 온다는 듯 하품을 쩍 하고 내뱉으며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대청마루의 상석에 비스듬히 앉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사또는 자신의 두 눈을 강하게 의심했습니다. 분명 건장한 장정이 죽을힘을 다해 곤장을 두 대나 내리쳤는데, 피 한 방울 튀지 않다니요. 게다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려달라 애원해야 할 죄인의 얼굴이 저토록 평온하고 나른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사또는 치밀어 오르는 모멸감과 분기탱천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런 쳐죽일 놈들을 보았나! 네놈들이 이제 대놓고 짜고 치며 이 지엄한 본관을 철저하게 기만하는구나! 형리는 당장 저 도적놈의 살가죽이 터지고 다리뼈가 산산이 으스러지도록 네놈의 명줄을 걸고 매우 치지 못할까! 단 한 번이라도 매의 끝이 가볍다면 네놈의 목을 먼저 칠 것이다!"
사또의 독기 서린 불호령에 혼비백산한 형리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교대로 곤장을 거머쥐고 칠성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짜악! 짝! 짜아악! 짜아아악!
조용하던 산골 마을의 관아 마당에는 쉴 새 없이 곤장 치는 소리가 쩌렁쩌렁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습니다. 열 대, 스무 대, 서른 대… 매질이 거듭될수록 곤장을 든 형리들의 이마에서는 비 오듯 굵은 땀방울이 쏟아져 내렸고, 거친 숨소리가 턱끝까지 차올라 헐떡거렸습니다. 곤장의 자루를 꽉 쥔 손바닥은 마찰을 이기지 못해 물집이 다 부르터서 붉은 피가 배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형틀에 단단히 묶인 칠성은 여전히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마치 한겨울에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낮잠이라도 즐기는 양 평온하고 나른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오른쪽 볼기가 아까부터 좀 뻐근했는데 마침 그쪽을 잘 쳐주는구나! 옳지, 옳지! 이번엔 왼쪽 엉덩이! 아따, 저 형리 놈 거 솜씨 한번 야무지네 그려! 조금만 더 세게 쳐보란 말이다!'
도깨비는 무자비한 곤장이 내리꽂힐 때마다 박자까지 딱딱 맞춰가며 신명 나게 추임새를 넣고 있었습니다. 그 우스꽝스럽고 기막힌 광경에 칠성은 자칫 튀어나올 뻔한 실소를 간신히 삼켜내느라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야만 했습니다. 반면, 죽을힘을 다해 형 집행을 하던 형리들은 점차 알 수 없는 공포와 절망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몸이라면 벌써 숨통이 끊어지고 뼈와 살이 분리되어 핏덩이가 되고도 남았을 엄청난 매질이거늘, 어찌하여 저 가냘픈 나무꾼의 몸뚱이는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하단 말입니까. 형리들은 곤장을 내리칠 때마다 마치 거대한 쇳덩어리나 거대한 바위를 때리는 듯한 끔찍한 반발력에 양팔의 손목이 덜덜 떨리며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사, 사또 나리… 더, 더는 못 치겠사옵니다. 저놈의 몸뚱이가 마치 보이지 않는 무쇠 장갑으로 덧대어 놓은 것 마냥 단단하고 질기어, 매를 치는 제 양팔의 뼈가 먼저 부러질 지경이옵니다. 제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결국 가장 덩치가 크던 형리 하나가 피 묻은 곤장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다른 형리들 역시 창백하게 질린 유령 같은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며 형틀에서 멀어졌습니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억울한 칠성의 착한 심성을 굽어살피시어 기적을 내리신 것이라며, 두 손을 싹싹 비비며 하늘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이들마저 생겨났습니다.
그 꼴을 본 사또는 길게 기른 수염을 부르르 떨며 계단을 쿵쿵 밟고 거칠게 마당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런 밥버러지 같은 쓸모없는 것들! 일개 비천한 나무꾼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여 관아의 위엄을 땅에 떨어뜨리면서 어찌 백성들의 고혈로 빚은 관아의 녹을 먹는단 말이냐! 당장 내 눈앞에서 비키거라! 답답하여 안 되겠다. 본관이 직접 저 요망한 놈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놓을 것이다!"
사또는 바닥에 떨어진 무거운 곤장을 씩씩거리며 번쩍 집어 들고는 형틀에 묶인 칠성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습니다. 끝없는 탐욕과 자신의 권위가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로 일지그러진 사또의 두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독사처럼 붉게 번뜩이고 있었습니다. 형틀 바로 앞까지 다가온 사또는 걸리적거리는 비단 두루마기의 소매를 거칠게 걷어붙이고, 두 발을 땅에 단단히 고정한 뒤 온몸의 악랄한 기운을 끌어모아 곤장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칠성의 등 위에서 여유롭게 안마를 즐기며 낄낄대던 도깨비의 장난기 가득하던 눈빛이 일순간 무섭고 서늘하게 돌변했습니다.
'오호라, 저 피도 눈물도 없는 탐관오리 놈이 감히 제 손에 피를 묻히겠다고 직접 나서시겠다? 우리 착하고 순박한 형님을 괴롭힌 만악의 원흉이 제 발로 걸어 나와 주시니,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나서서 저놈의 오장육부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주어야겠구나!'
도깨비는 입가에 서늘하고 짓궂은 미소를 띠며, 칠성의 몸 위에 엎드려 있던 거대한 형체를 서서히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의 둔탁한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집채만 하고 푸르스름한 기운을 뿜어내는 거대한 도깨비의 형상이 곤장을 치켜든 사또의 등 뒤로 거대하고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 5: 엉덩이에 불이 난 도깨비의 유쾌하고 통쾌한 복수극
사또가 악에 받친 기합 소리와 함께 온몸의 체중을 실어 칠성을 향해 무자비한 곤장을 힘껏 내리치려던 찰나였습니다.
"이이얍-! 뒈져라, 이놈!"
휙-! 탁!
눈부신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내려오던 사또의 손에 들린 길고 무거운 곤장이, 칠성의 엉덩이에 닿기 불과 한 뼘 전의 허공에서 마치 시계태엽이 멈춘 것처럼 뚝 하고 멈춰 섰습니다. 그것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습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쇠 철옹성이나 투명한 바위에 정면으로 부딪힌 것처럼, 사또가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오르며 아무리 밑으로 용을 쓰고 짓눌러도 곤장은 단 1촌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그 자리에 굳건히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조화냐! 어찌하여 매가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단 말이냐! 이 빌어먹을 나무토막이 어찌 이리 무겁단 말이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보랏빛으로 변해버린 사또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끙끙대며 곤장을 아래로 잡아당겼지만, 모든 것은 부질없는 헛수고였습니다. 사또의 등 뒤에서 일어선 거대한 도깨비가 곤장의 끝자락을 자신의 커다란 두 손가락으로 꽉 쥐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깨비는 인간의 어리석은 발악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크게 치더니, 쥐고 있던 곤장을 하늘 위로 가볍게 홱 잡아챘습니다.
"으아아아악-!"
그 엄청난 반동의 힘에 이끌려, 곤장 자루를 꽉 쥐고 있던 사또의 뚱뚱한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더니, 이내 관아 마당 한가운데로 뒤집힌 개구리처럼 볼품없고 처참하게 내동댕이쳐졌습니다. 평소 권위를 상징하던 비싼 갓은 끈이 끊어져 저 멀리 흙구덩이 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갔고, 매끄럽고 윤기 나던 값비싼 비단옷은 순식간에 흙먼지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되어 거지꼴과 다를 바 없어졌습니다. 놀란 아전들과 형리들이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고 사또를 부축하기 위해 일제히 달려갔지만, 그들 역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바닥에 거칠게 떠밀려 가을날의 마른 낙엽처럼 이리저리 공중을 날아 마당 구석구석으로 곤두박질치며 나가떨어졌습니다.
"야 이 악독한 사또 놈아! 감히 하늘같이 착한 우리 의형님을 모함하고 괴롭힌 죗값을, 오늘 이 도깨비가 뼈저리게 톡톡히 물어주겠소이다! 네놈이 그렇게 좋아하는 곤장 맛을 네놈의 살가죽에 직접 새겨주마!"
도깨비는 오직 칠성의 귀에만 들리도록 통쾌하고 쩌렁쩌렁하게 외치더니,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무거운 곤장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유자재로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관아 마당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아무도 쥐고 있지 않은 거대한 참나무 곤장이 마치 스스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도 된 것처럼 허공을 휙휙 날아다니며, 사또와 그를 따르며 백성들을 핍박하던 탐관오리들의 엉덩이와 등짝을 사정없이 쫓아다니며 후려갈기기 시작했습니다.
퍽! 짜아악! 퍽! 억!
"아이고, 사람 살려!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다! 곤장이 살아 움직인다!"
"어이구 내 엉덩이뼈 부서지네! 하늘이 노하셨다! 천벌이로구나, 천벌이야!"
아까까지만 해도 백성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하찮게 여기며 기세등등하게 호통을 치던 사또는, 이제 사방을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체면이고 뭐고 다 내팽개친 채 눈물과 콧물을 질질 쏙 빼고 있었습니다. 도깨비의 조종을 받는 곤장이 어찌나 빠르고 정확하며 매섭게 사또의 볼기짝만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때리는지, 사또가 입고 있던 두꺼운 비단 바지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급기야 붉은 피가 배어 나와 흙바닥을 적셨습니다. 형틀에 묶인 채 그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칠성은, 그 우스꽝스럽고 통쾌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그만 참지 못하고 껄껄껄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 역시 처음에는 귀신의 조화가 틀림없다며 두려움에 떨었으나, 평소 자신들의 피눈물을 쥐어짜며 핍박하던 흉악한 사또와 아전들이 혼비백산하여 미친 듯이 두들겨 맞는 꼴을 보자 속으로 체증이 뻥 뚫리는 듯한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쳤습니다.
하지만 장난기 많고 정의로운 도깨비의 복수는 여기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 배때지에 기름만 잔뜩 낀 탐관오리 놈들 엉덩이에 아주 화끈한 도깨비 불맛을 좀 보여줄까!'
도깨비가 허공에 대고 튕기듯 손가락을 마주치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또를 맹렬하게 쫓아다니던 곤장 끝머리에 시퍼렇고 기괴한 도깨비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열기는 없으나 살갗에 닿으면 타는 듯한 고통을 주는 그 시퍼런 불붙은 곤장이 사또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며 지져대자, 사또는 마치 불판 위에 올려진 미꾸라지나 다름없이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고 온 관아 마당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녔습니다.
"앗 뜨거워! 뜨거워 죽겠다! 내 엉덩이에 불이, 불이 붙었다! 여봐라, 당장 시원한 물을 가져오라! 으아아악! 사람 살려!"
사또가 다급한 나머지 마당 구석 방화수로 쓰려고 떠놓은 커다란 물독을 발견하고, 자신의 타오르는 엉덩이를 집어넣으려 몸을 날려 던졌지만, 물독마저도 마치 발이 달린 것처럼 스스로 옆으로 쓱 하고 피해버리는 기상천외한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맨바닥에 엎어진 사또 위로, 푸른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곤장이 다시 악마처럼 춤을 추며 내려와 사또의 등 위를 위협했습니다. 극한의 공포와 고통에 완전히 굴복해 버린 사또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아이고! 제가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보이지 않는 천지신명이시여, 제발 이 미천한 목숨만은 거두지 말고 살려주옵소서! 저기 형틀에 묶인 착한 나무꾼 칠성이는 쌀을 훔친 적이 없는 아무런 죄가 없는 자이옵니다! 제가 그저 저놈의 바른말에 화가 나고 욕심에 눈이 멀어 억울한 누명을 씌웠사옵니다! 당장 칠성이를 풀어주고, 제가 백성들에게 악랄하게 빼앗은 곡식과 비단을 오늘 당장 모두 원주인에게 돌려주겠사옵니다! 제발, 제발 이 끔찍한 형벌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사또의 처절하고도 밑바닥까지 추락한 비참한 자백이 관아 마당 전체에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습니다. 그제야 도깨비는 완벽한 승리에 만족스러운 듯 껄껄 웃으며 곤장을 허공에서 바닥으로 툭 하고 내던졌습니다. 곤장을 휘감고 있던 시퍼런 도깨비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르르 공기 중으로 자취를 감추었고, 마당을 쓸어버릴 듯 불던 매서운 회오리바람도 거짓말처럼 잦아들며 맑은 겨울 하늘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옷이 다 찢어지고 흙투성이가 된 사또는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며, 넋을 잃고 주저앉아 있는 아전들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놈들아! 당장… 당장 뛰어가서 저 칠성의 결박을 정중히 풀지 못할까! 그리고 지금 당장 관아의 큰 곳간 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굶주린 백성들에게 쌀을 남김없이, 아주 남김없이 나누어주어라! 어서 움직이지 못할까!"
사또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리들이 쏜살같이 달려가 칠성의 몸을 옥죄고 있던 밧줄을 서둘러 풀어주었습니다. 칠성은 마치 아침 산책을 마친 사람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형틀에서 먼지를 털고 꼿꼿이 일어났습니다. 방금 전까지 무자비한 곤장 쉰 대를 선고받고 형틀에 누워 있던 죽어가는 죄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멀쩡하고 늠름한 모습에 백성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혼절에서 깨어나 이 모든 기적 같은 상황을 지켜본 칠성의 어머니가 비틀거리며 달려와 아들을 품에 와락 안고 펑펑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칠성은 어머니의 거칠고 주름진 손을 자신의 뺨에 비비며 안심하라는 듯 환하고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도깨비 아우야,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형틀에서 피를 토하며 억울한 귀신이 되었을 것이고, 우리 고을 백성들은 굶어 죽었을 것이다. 네 덕분에 내 목숨도 구하고 백성들의 오랜 억울함도 시원하게 풀었구나.'
칠성은 어머니를 부축한 채, 자신을 도와준 의형제를 향해 아무도 모르게 허공을 향해 아주 깊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 6: 풀려난 칠성과 달빛 아래 맺은 영원한 우정
기적처럼 형틀에서 풀려난 그날 이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산골 고을에는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온 듯한 따뜻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에게 혼쭐이 나고 등짝과 엉덩이가 다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겪은 사또는, 그날의 공포가 뼛속 깊이 각인되어 완전히 개과천선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길가에 버려진 나뭇가지나 막대기만 보아도 흠칫 놀라며 도망을 쳤고, 다시는 백성들을 괴롭히거나 가혹한 세금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관아의 굳게 닫혀 있던 곡식 창고가 활짝 열리면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마을 사람들의 각 가정에는 오랜만에 하얀 쌀밥을 짓는 훈훈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백성들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른말을 했던 칠성을 살아있는 산신령이자 생명의 은인이라 부르며 입이 마르도록 칭송했습니다.
칠성 역시 억울한 누명을 말끔히 벗은 것은 물론이요, 사또가 과거의 악행을 속죄하고 제발 용서해달라는 의미로 몰래 집 앞에 두고 간 수십 필의 비단과 쌀가마니 덕분에, 오랜만에 병든 홀어머니를 따뜻한 방에 모시고 쌀밥과 고깃국을 대접하며 그 어느 해보다 편안하고 풍족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 밤하늘에 커다랗고 둥근 보름달이 떠올라 산등성이를 마치 대낮처럼 환하고 몽환적으로 비추는 맑고 깊은 밤이었습니다. 칠성은 낮에 어머니가 그를 위해 정성스레 쑤어준 커다란 메밀묵 두 모와, 장터에서 가장 값을 비싸게 치르고 사 온 질 좋고 진한 막걸리 세 병을 지게에 조심스레 짊어지고 익숙한 산길을 올랐습니다. 험한 산길이었지만 오늘따라 그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칠성의 입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흥겹고 기분 좋은 콧노래가 밤공기를 타고 끊임없이 흘러나왔습니다. 달빛은 마치 칠성이 가는 길을 축복하듯 은빛 융단처럼 산길을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두 사람이 처음 인연을 맺었던 웅장하고 커다란 고목나무 아래에 도착한 칠성은, 조심스럽게 지게를 내려놓고 사방을 둘러보며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우야! 내 아우야, 내가 왔네! 내 목숨을 구해주고 우리 마을을 구원해준 듬직한 내 아우 어디 있는가!"
칠성의 맑은 목소리가 텅 빈 산울림이 되어 계곡을 타고 메아리치자마자, 거대한 고목나무 둥치 뒤에서부터 차갑고 푸르스름한 안개가 신비롭게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개를 헤치며 세상에서 가장 듬직하고 익숙한 실루엣이 나타났습니다.
"하하하하! 우리 멋진 형님! 이 캄캄하고 추운 밤중에 그 무거운 걸 지고 산을 오르시느라 참으로 고생하셨소! 내 형님 목소리를 듣자마자 버선발로 뛰어왔소이다!"
덩치가 집채만 하고 얼굴에 뿔이 난 험악한 생김새의 도깨비가, 겉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어린아이처럼 폴짝폴짝 쿵쿵 발걸음을 내디디며 칠성을 향해 반갑게 달려왔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십 년 만에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와 재회한 혈육처럼, 서로를 와락 끌어안고 한참 동안 등을 토닥이며 반가움을 나누었습니다. 칠성은 서둘러 가져온 보따리를 풀고 달빛이 가장 잘 드는 고목나무 뿌리 위에 근사하고 푸짐한 술상을 차렸습니다. 찰랑이는 뽀얀 막걸리가 두 개의 큼직한 나무 사발에 가득 채워지고,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메밀묵이 두 사람의 허기진 속을 달래주기 위해 달빛 아래 자태를 뽐냈습니다.
"아우야, 정말 고맙고 또 고맙다. 그날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 끔찍한 형틀 위에서 뼈가 부서져 억울한 원귀가 되었을 것이고, 우리 늙고 불쌍한 어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피눈물을 흘리시다 당장 숨을 거두셨을 것이다. 네가 우리 모녀의 목숨을 살린 것이니, 이 거대한 은혜를 앞으로 평생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칠성이 눈시울을 붉히며 진심을 가득 담아 술잔을 두 손으로 건네자, 도깨비는 그 커다란 손으로 막걸리를 받아 들고는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리고는 손등으로 입술에 묻은 술을 스윽 닦아내며, 호탕하면서도 쑥스러운 듯 씩 웃어 보였습니다.
"아이고, 형님도 참 싱거우십니다. 형제끼리 은혜는 무슨 얼어 죽을 은혜란 말이오. 형님이 처음 만난 그 춥고 배고픈 밤에, 무서운 내 겉모습에 도망치지도 않고 내게 먼저 기꺼이 내어준 그 달콤한 메밀묵 한 점과 막걸리 한 잔이 내 수백 년 된 헛헛한 마음을 먼저 꽉 채워주지 않았소. 내 산속에 살며 지켜본 인간들은 하나같이 겉모습만 비단옷으로 번지르르하게 치장했을 뿐 그 속은 시궁창 같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데, 우리 형님처럼 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맑고 고운 마음을 가진 이는 이 도깨비 평생 단연코 처음 보았소이다. 그러니 형님을 향한 나의 의리는 당연한 것이오. 그깟 나무토막 곤장 쉰 대, 아니 오백 대쯤 형님 대신 맞아주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눈물까지 글썽이고 그러시오. 어서 묵이나 더 드시지요!"
도깨비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호기롭게 큰소리를 치며 묵을 집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을 마친 도깨비가 자신도 모르게 은근슬쩍 뒤로 손을 뻗어 자신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쓱쓱 문지르며 살짝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미세한 행동을 놓치지 않고 본 칠성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아니, 아우야. 너 방금 엉덩이를 왜 문지르는 것이냐? 설마 곤장 맞은 곳이 아직도 아픈 것이냐? 무쇠보다 단단하다 하지 않았느냐!"
"아, 아니오! 이 수백 년 묵은 질긴 무쇠 같은 도깨비 가죽이 일개 나무토막에 뚫릴 리가 있겠소! 다만… 그 무식한 형리 놈들이 하도 극성맞고 독하게 쳐대는 바람에… 가죽은 멀쩡한데 뼛속이 아주 쪼오금, 정말 개미 눈물만큼 뻐근할 뿐이오. 하하하! 걱정 마시오!"
도깨비의 어설프고 인간미 넘치는 귀여운 변명에 칠성은 그만 참았던 큰 웃음을 밤하늘을 향해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도깨비 역시 처음에는 머쓱한 듯 자신의 커다란 뿔이 난 머리를 벅벅 긁적이다가, 이내 칠성을 따라 껄껄껄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 거대한 당산 고목나무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의 맑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겨울밤 깊은 산속의 고요함을 기분 좋고 따뜻하게 깨뜨리고 있었습니다.
사람과 도깨비. 비록 그들이 가진 겉모습도 달랐고, 살아가는 세상의 방식도 판이하게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가식 없는 진심 어린 위로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믿음 속에서 두 사람은 세상 그 어떤 혈육의 핏줄보다 더 끈끈하고 위대한 형제가 되었습니다. 은은하고 다정한 보름달 빛은 밤이 새도록 정겹게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의 어깨 위로 따스하고 포근하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선하고 의로운 마음씨가 도깨비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도깨비의 순수한 의리가 억울한 인간을 구원한 이 아름답고 기묘한 이야기는, 그 산골 고을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따뜻한 전설이 되어 입에서 입으로 수백 년을 전해져 내려갔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준비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끝까지 즐겁게 들으셨나요? 탐관오리에게 억울하게 죽을 뻔한 착한 나무꾼 칠성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엉덩이를 내어준 도깨비의 진하고 유쾌한 의리가 참으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아주 작은 친절과 따뜻한 마음씨가 결국 세상을 바꾸는 큰 기적으로 돌아온다는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밤이네요.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잊지 말고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여러분의 따뜻한 감상평을 '댓글'로 꼬옥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응원 하나하나가 더 신나고 감동적인 옛날이야기를 찾아오는 아주 큰 힘이 된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도 더 흥미진진하고 오싹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기묘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편안하고 좋은 꿈 꾸시는 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