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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 공동묘지에 나타나는 도깨비 - 무덤을 파헤치려던 도굴꾼들의 참혹한 최후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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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50자 내외)

    "깊은 밤, 무덤가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웃음소리... 욕심에 눈이 먼 도굴꾼들이 마주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였습니다. 조선시대 기재잡기에 전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섬뜩한 이야기.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릴 오싹한 전설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기재잡기에 수록된 실제 야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한밤중 공동묘지에서 벌어진 섬뜩한 사건의 전말을 생생하게 재현했습니다. 욕심에 눈이 먼 도굴꾼들과 신비로운 도깨비의 만남,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시니어 여러분들의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떠올리며 함께해 주세요.

    ※ 세 명의 도굴꾼이 큰 무덤을 노리며 계획을 세우는 장면

    조선 숙종 15년, 서울 성저십리 동대문 밖. 달이 구름에 가려진 어둠 속에서 세 명의 사내가 은밀히 만났다. 이들은 모두 한양 뒷골목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하며 살아가는 건달들이었다.
    첫 번째 사내 김서방은 40이 넘은 나이에도 허리가 곧고 힘이 센 것으로 유명했다. 젊은 시절 관가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다가 돈을 훔쳐 쫓겨난 후로는 이런 일 저런 일 가리지 않고 살아왔다. 두 번째 사내 박서방은 30대 중반으로 손재주가 뛰어났다. 자물쇠 따기, 담 넘기, 구멍 파기 등 손으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잘했다. 마지막 사내 정서방은 가장 젊은 20대 후반으로, 다리가 빠르고 야밤에 길을 찾는 데 도가 터있었다.
    "여보게들, 오늘밤이야말로 우리가 한 번에 떼돈을 벌 기회야." 김서방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내가 며칠 전부터 눈여겨본 무덤이 하나 있는데, 그게 보통 무덤이 아니라네."
    박서방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어떤 무덤인데 그러시오?"
    "동대문 밖 큰 공동묘지 한복판에 있는 무덤이야. 봉분도 제법 크고 주변에 돌난간까지 둘러져 있더군. 무엇보다 무덤 앞에 세워진 비석이 예사롭지 않아. 글씨도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고 비석 자체도 좋은 돌로 만든 것 같았어."
    정서방이 눈을 반짝이며 맞장구쳤다. "그렇다면 분명 양반집 무덤이겠군요. 부장품이 상당할 것 같은데?"
    "그렇지! 내 짐작으로는 최소한 은그릇 몇 점은 나올 것 같고, 운이 좋으면 금붙이나 옥장신구도 있을 거야. 한 번만 성공하면 우리 셋이 몇 년은 편하게 살 수 있을 만큼 벌 수 있다고!"
    하지만 박서방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말이오, 공동묘지라는 곳이 밤에는 으스스하다고들 하지 않소? 더군다나 무덤을 파헤치는 일이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김서방이 코웃음을 쳤다. "허허, 자네는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는단 말이야? 귀신이고 도깨비고 다 헛소리야. 죽은 자가 산 자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조심해야 할 건 포졸들이지, 귀신이 아니라고."
    정서방도 김서방의 말에 동조했다. "맞습니다. 제가 그 일대를 며칠 살펴봤는데, 밤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군요. 포졸들도 그런 음침한 곳까지는 순찰을 돌지 않는 것 같고요."
    김서방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사람들이 무서워해서 가지 않는 곳이니 우리에겐 오히려 안전한 거지. 자, 그럼 계획을 세워보자."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계획을 짰다. 도구는 각자 분담해서 준비하기로 했다. 김서방은 삽과 곡괭이를, 박서방은 등불과 밧줄을, 정서방은 파낸 물건을 담을 자루와 망을 볼 도구들을 맡았다. 만날 시간은 밤 이경, 즉 밤 10시쯤으로 정했다. 그 시간이면 한양 거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무덤 근처는 완전히 적막해질 것이었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박서방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집으로 도망치는 거야. 3일 후 여기서 다시 만나서 상황을 확인하고. 만약 누군가 잡히더라도 절대 나머지 사람들 이름은 대지 말기로 하자."

    ※ 공동묘지에 몰래 들어가 도굴 작업을 시작하는 장면

    밤이 깊어지고 한양 거리가 고요해질 무렵, 세 명의 도굴꾼들이 약속한 장소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구름이 달을 가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여름밤이었지만, 공동묘지 근처에 다다르자 어쩐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자, 모두 왔군. 그럼 출발해보자." 김서방이 삽을 어깨에 메고 앞장섰다. 박서방은 등불과 부싯돌을 챙겼지만 아직 불을 켜지는 않았다. 너무 멀리서 불빛이 보이면 혹시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띌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정서방은 큰 자루 두 개를 둘러메고 조심스럽게 뒤를 따랐다.
    공동묘지로 가는 길은 험했다. 낮에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오솔길이었는데, 밤에는 더욱 걷기가 어려웠다. 발밑의 돌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 가시덤불에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 사람은 곧 벌어들일 큰돈을 생각하며 힘들어도 참고 걸어갔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김서방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쪽으로 크고 작은 무덤들의 봉분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공동묘지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바람도 없는데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어디선가 올빼미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으으, 정말 으스스하군." 정서방이 몸을 떨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집중해. 저기 보이는 큰 무덤이 우리가 노리는 바로 그 무덤이야." 김서방이 가리킨 곳에는 다른 무덤들보다 훨씬 큰 봉분이 있었다. 주변에는 돌로 만든 난간이 둘러져 있고, 무덤 앞에는 키 큰 비석이 서 있었다.
    세 사람은 무덤 근처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제 등불을 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박서방이 부싯돌을 쳐서 등불에 불을 붙였다. 작은 불빛이 주변을 비추자 무덤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였다.
    "와, 정말 대단한 무덤이네요." 정서방이 감탄했다. 비석에 새겨진 글씨는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고, 돌난간도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분명 상당한 신분의 사람이 묻힌 무덤임에 틀림없었다.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해보자. 박서방은 등불을 들고 있고, 정서방은 망을 봐. 나는 파기 시작할 테니까." 김서방이 삽을 들고 봉분 한쪽을 찍어보았다. 흙이 꽤 단단했다. 오래된 무덤이라 흙이 다져진 모양이었다.
    박서방이 등불을 김서방 옆에서 들고 있는 동안, 정서방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 사람이 오는지 망을 보았다. 하지만 이 깊은 밤에 이런 음침한 곳까지 올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김서방이 삽질을 시작했다. 첫 삽을 뜨자 퀴퀴한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두 번째, 세 번째... 점점 구멍이 깊어져 갔다. 무덤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꽤 깊게 묻힌 모양이었다.
    "음, 생각보다 깊네. 박서방, 자네도 좀 도와줘." 김서방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박서방이 등불을 정서방에게 넘기고 곡괭이를 들었다.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파니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어? 이상하네. 바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쌀쌀하지?" 정서방이 중얼거렸다. 분명 무더운 여름밤인데 무덤 주변만은 유독 서늘했다.
    "아마 땅을 파서 차가운 기운이 올라오는 거겠지. 계속 파자." 김서방이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도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조금 더 파자 드디어 삽에 딱딱한 것이 걸렸다. "있다! 관이다!" 김서방이 흥분해서 외쳤다. 세 사람은 서둘러 관 주변의 흙을 걷어냈다. 꽤 좋은 나무로 만든 관이었고, 크기로 봐서는 성인 남자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이제 관을 열어보자." 박서방이 관 뚜껑 부분을 살펴보았다. 관 뚜껑은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세 명이 힘을 합쳐 조금씩 열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끼끼끼끼..."
    마치 누군가 비웃는 듯한 괴상한 웃음소리였다. 세 사람은 동시에 작업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뭐야? 지금 소리 들었지?" 정서방이 덜덜 떨며 물었다.
    "아마 올빼미 소리겠지. 계속 하자." 김서방이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그의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도굴 중 느끼는 섬뜩한 분위기와 괴상한 소리들

    "끼끼끼끼끼..."
    괴상한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 같았다. 세 명의 도굴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했다. 아무리 올빼미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사람 같은 웃음소리였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박서방이 등불을 높이 들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등불의 작은 불빛으로는 몇 걸음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무덤들 사이사이로 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김서방이 억지로 용기를 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닐 거야. 우리가 너무 예민해진 것 같군. 빨리 끝내고 여기서 나가자." 그는 다시 관 뚜껑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세 명이 힘을 합쳐서 반쯤 열어놓았던 관 뚜껑이 어느새 다시 꽉 닫혀 있는 것이었다.
    "어? 이게 뭐야?" 정서방이 어리둥절해했다. "분명히 우리가 열어놓았는데..."
    "아마 무거워서 다시 닫힌 모양이야. 이번에는 더 확실하게 열어보자." 김서방이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세 사람이 다시 힘을 합쳐 관 뚜껑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뚜껑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안쪽에서 꽉 잡고 있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상해, 아까는 분명히 열렸는데..." 박서방이 힘겹게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던 밤이었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무덤 사이를 휘몰아쳤다. 등불의 불꽃이 심하게 흔들렸다.
    "불이 꺼져가요!" 박서방이 급히 등불을 가렸지만 바람은 점점 더 세졌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더욱 기괴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찰박찰박, 마치 맨발로 젖은 땅을 걷는 듯한 소리였다. 그런데 그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 누군가 온다!" 정서방이 떨린 목소리로 외쳤다.
    "숨자!" 김서방이 재빨리 관 구멍 옆으로 몸을 숨겼다. 박서방과 정서방도 서둘러 무덤 뒤편으로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상했다. 발걸음 소리는 분명히 들리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그들이 파놓은 구멍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그들의 작업을 살펴보고 있는 것 같았다.
    "끼끼끼끼... 뭘 하고 있는 거냐?"
    갑자기 바로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환청이야... 분명히 환청일 거야..." 김서방이 중얼거렸지만,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때 더욱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이 파놓은 구멍에서 갑자기 흙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흙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구멍을 다시 메우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박서방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정서방은 이미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형님들, 우리 그만 도망가요. 뭔가 이상해요. 정말 이상하다고요!"
    하지만 김서방은 아직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무덤 안에 있을 보물을 생각하니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 "아니야!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 분명히 뭔가 착각이거나 우연일 거야."
    그는 다시 삽을 들고 흙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파도 파도 구멍이 깊어지지 않았다. 마치 파낸 흙이 저절로 다시 채워지는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야!" 김서방이 화를 내며 더 세게 팠다.
    바로 그때, 무덤의 비석에서 이상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했지만 점점 밝아지더니, 마침내 비석 전체가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비, 비석이 빛나고 있어요!" 정서방이 비명을 질렀다.

    ※ 갑자기 나타난 도깨비와 마주치는 장면

    비석의 푸른 빛이 점점 강해지더니, 갑자기 그 빛 속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릿한 그림자 같았지만, 점점 뚜렷해지더니 마침내 기괴한 모습의 존재가 나타났다.
    키는 사람보다 조금 작았지만, 머리는 비정상적으로 컸다. 얼굴은 붉은색이었고 눈은 불덩이처럼 이글거렸다. 입은 귀까지 찢어져 있어서 웃을 때마다 새하얀 이빨이 드러났다. 머리카락은 산발처럼 헝클어져 있었고, 온몸에서는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끼끼끼끼... 반갑다, 인간들아." 그 존재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마치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리였다.
    세 명의 도굴꾼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혼이 나갔다. 정서방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고, 박서방은 덜덜 떨며 주저앉았다. 김서방만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었지만, 그 역시 공포에 질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놀랐나? 끼끼끼끼... 나는 이 무덤을 지키는 도깨비다. 너희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다 보고 있었지." 도깨비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도깨비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더욱 차가워졌다.
    김서방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도, 도깨비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 끼끼끼끼... 용서라고?" 도깨비가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주변의 무덤들이 모두 진동했다. "너희들이 죽은 자의 잠을 깨우고, 무덤을 훼손하려 했는데 용서를 구한다고?"
    도깨비는 손을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김서방이 들고 있던 삽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삽은 공중에 떠올라 빙빙 돌더니 김서방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아, 아!" 김서방이 급히 몸을 피했다. 삽은 그가 있던 자리의 땅을 깊숙이 파버렸다.
    "끼끼끼끼... 재미있군. 너희들이 무덤을 파려고 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너희들을 파묻어주지!" 도깨비가 손뼉을 쳤다.
    그러자 주변의 모든 도구들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곡괭이는 박서방을 향해 날아갔고, 등불은 정서방의 머리 위에서 빙빙 돌았다. 자루들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그들을 휘감으려 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박서방이 울며 빌었다.
    하지만 도깨비는 전혀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그럼 이 무덤의 주인에게 가서 사과해라!"
    도깨비가 관을 향해 손짓하자, 그들이 그렇게 열려고 애썼던 관 뚜껑이 저절로 열렸다. 그런데 관 안에는 시체가 없었다. 대신 온갖 보물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금그릇, 은그릇, 옥장신구, 비단 등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보물들이었다.
    "어? 보물이..." 김서방이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래, 너희들이 그렇게 탐내던 보물들이다. 끼끼끼끼... 가져가 보아라." 도깨비가 비웃듯 말했다.
    김서방은 공포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관 속의 금그릇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손에 든 금그릇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뜨거워서 손에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 뜨거워!" 김서방이 금그릇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땅에 떨어진 금그릇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끼끼끼끼... 탐욕스러운 인간들아. 보물은 욕심쟁이들에게는 독이 될 뿐이다." 도깨비가 말했다.
    이때 기절했던 정서방이 깨어났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도깨비를 보고 또다시 기절할 뻔했지만, 박서방이 재빨리 그를 흔들어 깨웠다.
    "정신 차려! 우리 도망가야 해!" 박서방이 외쳤다.
    하지만 도깨비는 그들을 그냥 놔둘 생각이 없었다. "도망? 끼끼끼끼... 이미 늦었다. 너희들은 내 놀이감이 되었으니까!"
    도깨비가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세 사람의 몸이 저절로 도깨비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강력한 바람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안 돼!" 세 사람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지만, 그들의 몸은 계속해서 도깨비에게 끌려갔다.

    ※ 도깨비의 장난과 도굴꾼들의 절망적인 상황

    도깨비의 강력한 힘에 끌려가던 세 명의 도굴꾼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김서방이 무덤가의 돌난간을 붙잡았지만, 도깨비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돌난간이 부서지면서 그는 다시 도깨비 쪽으로 끌려갔다.
    "끼끼끼끼... 소용없다. 이미 너희들은 내 손아귀에 들어왔으니까!" 도깨비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도깨비가 숨을 멈추더니 세 사람을 놓아주었다. 그들은 땅바닥에 굴러떨어졌다.
    "그런데 말이다..." 도깨비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너희들을 그냥 죽여버리기에는 너무 재미없을 것 같군. 좀 더 재미있는 놀이를 해보자."
    도깨비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주변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공동묘지가 사라지고 대신 깊은 산속 같은 곳이 나타났다.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도망갈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 여기가 어디입니까?" 정서방이 떨린 목소리로 물었다.
    "내 놀이터다. 끼끼끼끼... 여기서 숨바꼭질을 해보자. 내가 너희들을 찾지 못하면 살려주고, 찾으면..." 도깨비가 말을 끝내지 않고 섬뜩하게 웃었다.
    "얼마나 시간을 주실 건가요?" 김서방이 간신히 물었다.
    "해가 뜰 때까지다. 그때까지 내가 너희들을 찾지 못하면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내주마. 하지만 찾으면... 끼끼끼끼... 영원히 내 놀이감이 되는 거다!"
    도깨비가 말을 마치자 갑자기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안개가 걷힌 후에는 도깨비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그의 웃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나?" 박서방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일단 숨을 곳을 찾아야 해." 김서방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 기괴한 공간에는 제대로 된 은신처가 보이지 않았다. 몇 개의 바위와 말라죽은 나무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세 사람은 일단 큰 바위 뒤로 숨었다. 하지만 곧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바위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그들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바위가 움직여!" 정서방이 소리쳤다.
    정말로 바위들이 다리가 생긴 것처럼 걸어다니며 그들을 쫓아왔다. 세 사람은 다른 곳으로 도망쳤지만, 이번에는 나무들이 팔을 뻗어 그들을 잡으려 했다.
    "이 모든 게 도깨비의 마법이야!" 김서방이 외쳤다.
    도깨비의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끼끼끼끼... 재미있지? 숨바꼭질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지?"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 되었다. 도깨비는 온갖 마법을 사용해서 그들을 괴롭혔다. 갑자기 땅이 꺼져서 함정이 생기기도 하고,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지기도 했다.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정서방이 울부짖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하지만 김서방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야! 우리는 살아야 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그때 박서방이 뭔가를 발견했다. "저기 봐요! 저 동굴 같은 곳!"
    정말로 절벽 한쪽에 작은 동굴이 있었다. 세 사람은 재빨리 그곳으로 뛰어갔다. 동굴은 생각보다 깊었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도깨비의 마법이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기서는 안전한 것 같네." 김서방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들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도깨비와는 다른, 더욱 무서운 모습이었다.

    ※ 욕심의 대가를 치르는 도굴꾼들의 최후

    동굴 깊숙한 곳에서 나타난 존재는 도깨비보다도 더욱 무시무시했다.
    온몸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해골의 모습이었는데, 눈구멍에서는 푸른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목소리는 마치 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듯했다.
    "우리는... 우리는 그냥 숨으려고..." 정서방이 벌벌 떨며 말했다.
    "숨으려고? 끼끼끼끼..." 갑자기 도깨비의 웃음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퍼졌다. "잘했다, 산신령님. 이 녀석들을 찾았군!"
    도깨비가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도깨비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동굴의 주인인 산신령과 도깨비는 서로 아는 사이였다.
    "이 인간들이 무덤을 파헤치려 했다고?" 산신령이 무서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욕심에 눈이 먼 이들이 죽은 자의 안식을 방해했지요." 도깨비가 대답했다.
    산신령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더욱 세게 타올랐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합당한 벌을 내려야겠군."
    "벌? 어떤 벌 말입니까?" 김서방이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
    "너희들이 무덤을 파려 했으니, 이제 너희들이 땅속에 묻힐 차례다." 산신령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동굴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깊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치지는 않았다. 대신 그들은 자신들이 관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이게 뭐야?" 박서방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
    각자 따로 관 속에 갇힌 세 사람은 관 뚜껑을 열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끼끼끼끼... 이제 너희들이 죽은 자가 되어보는 거다. 어떤 기분이냐?"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이런 짓 안 할게요!" 정서방이 울며 빌었다.
    하지만 도깨비와 산신령은 전혀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더욱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관 안으로 차가운 흙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 돼! 이러면 정말 죽어버려!" 김서방이 필사적으로 관을 두드렸다.
    하지만 흙은 계속 들어왔다. 발가락부터 시작해서 무릎, 허리까지 차가운 흙이 그들의 몸을 덮어갔다. 세 사람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어요!" 박서방이 마지막으로 외쳤다.
    그때 갑자기 모든 것이 멈췄다. 흙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산신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의 진심어린 참회를 보았으니 말이다."
    관 뚜껑이 열렸다. 세 사람은 간신히 관에서 빠져나왔다. 그들은 다시 원래의 공동묘지에 서 있었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도깨비가 나타나서 말했다. "앞으로 절대로 무덤을 파헤치거나 죽은 자를 방해하지 말아라. 만약 다시 그런 짓을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너희들을 산 채로 땅에 묻어버릴 것이다!" 산신령이 무서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세 사람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약속했다. "네! 절대로! 절대로 그런 짓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도깨비가 덧붙였다. "오늘 밤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만약 입에서 한 마디라도 나온다면..."
    도깨비는 말을 끝내지 않았지만, 세 사람은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도깨비와 산신령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헤쳐졌던 무덤도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세 명의 도굴꾼들은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그들은 그날 이후로 다시는 무덤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약속대로 그날 밤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머리카락이 하룻밤 사이에 새하얗게 세어버렸다는 소문만이 한양 거리에 돌았을 뿐이다.
    욕심에 눈이 먼 자들에게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가 따른다는 교훈을 남긴 채로...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의 무서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조선시대 기재잡기에 실린 이 이야기는 욕심의 무서움을 경고하는 교훈적인 야담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밤,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로 더위를 식혀드릴 수 있었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욱 흥미진진한 조선시대 전설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도깨비가 된 억울한 관리의 복수 | 부정부패로 죽인 백성들이 도깨비가 되어 나타났다"라는 제목으로, 패관잡기에 수록된 또 다른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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