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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성 전설, 공주 야담, 에로틱 전설, 한국 민담, 성곽 이야기, 금지된 사랑, 조선시대 전설, 밤의 속삭임, 성인 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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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의 공산성에는 밤마다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성벽 아래 묻힌 여인의 원혼 때문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과거 그곳에서 펼쳐졌던 금지된 사랑과 배신이 얽힌 비극적인 이야기가 있다. 고요한 밤, 성벽에서 만난 선비와 여인의 애틋하면서도 위험한 사랑. 그날 밤, 운명은 비틀어지고 사랑은 금기 속에 타오르며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다. 공산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에로틱한 전설을 만나보자.

     

    인트로: 공산성에 전해지는 전설

    충청남도 공주에 위치한 공산성(公山城). 이곳은 낮에는 고요하고 장엄한 성곽의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지만, 밤이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고요한 달빛 아래, 성벽을 감싸는 숲에서는 간혹 바람에 섞여 흐느끼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떠올리곤 한다.

    “그 소리는 성벽 아래 묻힌 여인의 원혼이라네. 사랑에 배신당하고 죽임을 당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버린 사람을 기다리고 있지.”

    이야기에 따르면, 공산성에는 오래전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국 배신과 비극으로 끝났고, 그 여인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 성벽 아래에 묻혔다고 한다. 그녀는 죽어서도 사랑을 버리지 못해 성곽을 떠돌며 울음을 흘린다고 했다.

    이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듯, 지금도 공산성을 찾은 이들 중 몇몇은 성곽 위에서 낮게 울리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듯한, 그러나 끝내 닿지 못한 절망이 담긴 목소리였다”고.

    이야기는 젊은 선비 김도현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그는 학문에 정진하던 중, 스승의 권유로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지방을 떠돌던 중이었다. 산과 들을 지나 공산성에 이르렀을 때, 그는 성곽의 웅장함과 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이곳이라면 내가 찾던 평온을 찾을 수 있겠구나.” 도현은 성벽 아래에서 책을 펴고 앉았다. 바람이 살랑이며 나뭇잎을 흔들었고, 연못에서 맴도는 작은 물소리가 고요를 더했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해가 저물 무렵, 도현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고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다시 책을 읽으려 했지만, 그 웃음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했다.

    “누구십니까?” 그는 성벽 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대답 대신, 달빛 아래 나타난 실루엣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곳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하얀 옷자락을 가볍게 휘날리며 성벽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이 밤중에 어찌 혼자 여기 계십니까?” 도현은 조심스레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나 여인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녀의 눈은 달빛을 머금은 듯 반짝였고, 입술은 연못의 연꽃처럼 붉었다.

    “길을 잃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인 듯하군요.”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묘한 힘이 있었다.

    도현은 그 순간, 그녀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설렘과 긴장으로 요동쳤다.

     

    공산성에서의 운명적인 만남

    달빛 아래 그녀의 모습은 마치 그림처럼 완벽했다. 윤곽이 선명한 얼굴, 하얗게 빛나는 살결, 그리고 부드럽게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까지. 김도현은 마치 홀린 듯 그녀를 바라보다 무심코 한 발짝 다가섰다.

    “이 밤중에 어찌 이곳에 계신 겁니까?” 도현의 목소리는 경계보다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여인은 미소를 머금은 채 성벽에 기대어 그의 시선을 받았다. “길을 잃은 사람이 묻기에는 재미있는 질문이군요. 이곳은 나의 집이니, 오히려 나리께서 어찌 이곳에 오셨는지 묻고 싶네요.”

    도현은 그녀의 단어에 담긴 이상한 뉘앙스를 느끼며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나 곧 자신을 추슬렀다. “저는 이곳의 고요함에 끌려 잠시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늦은 시간에 홀로 계신 모습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름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여인은 부드럽게 고개를 갸웃하며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물 위를 걷는 듯 가볍고 우아했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그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이름이 필요할 만큼 오래 머무르실 생각인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어딘가 도발적이었다. 도현은 잠시 그녀의 말에 압도되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끌림이 그를 움직였다.

    “그렇다면 이름을 묻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더 알고 싶습니다. 이 밤의 여인이시여.”

    여인은 그의 대답에 흥미를 느낀 듯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밤의 공기를 타고 그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더 알고 싶다니... 대담한 나리이군요. 그렇다면 이 성곽에서 얼마나 많은 비밀을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 보시죠.”

    그녀는 성벽 너머로 몸을 돌려 성곽의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뒷모습에는 더 깊이 따라오라는 무언의 초대가 담겨 있었다. 도현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성곽의 깊은 곳으로 들어설수록 주변은 더욱 고요해졌다. 바람조차 멈춘 듯한 공간 속에서 그녀는 어느 벤치에 앉아 도현을 손짓해 부르더니 말했다.

    “나리는 정말 이상한 분이시군요. 이 늦은 시간에 한 번 본 여인을 따라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도현은 그녀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성곽에 깃든 전설 때문인지, 아니면 당신 때문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발길이 멈추지 않을 뿐입니다.”

    그녀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이 순간만큼은 당신의 운명을 맡겨보세요. 지금부터는 제가 나리를 인도하겠습니다.”

    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으려다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손은 유난히 차갑고 가늘었다.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마음은 그녀에게로 깊이 끌려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나리, 이곳은 단순한 성곽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를 품은 곳이죠.” 그녀는 도현의 손을 잡은 채 성곽 아래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그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입니까?” 도현이 묻자, 그녀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나직이 말했다.

    “아니요, 오늘부턴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아련했지만, 동시에 묘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그 순간, 도현은 이 만남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녀와의 밤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사랑의 시작

    공산성의 밤은 깊었고, 달빛이 성곽 위를 부드럽게 물들였다. 김도현과 여인은 성곽을 따라 걷고 있었다. 발소리는 조용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감돌았다. 도현은 그녀의 옆모습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 비치는 그녀의 옅은 미소와 고운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가씨, 이 늦은 시간에도 두렵지 않으십니까?” 도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인은 고개를 돌려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장난기와 진지함이 섞여 있었다. “나리께서 함께 계시니 무슨 두려움이 있겠어요? 오히려 나리가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도현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크기 때문이겠지요. 아가씨는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분 같아 보이니,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미소 지으며 성곽 가장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스치자,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도현과 마주 섰다. 두 사람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웠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깊은 눈빛으로 응시했다.

    “길상 나리,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시다고 하셨죠?”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밤공기를 타고 그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그렇습니다.” 도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심장은 이미 그녀의 눈빛과 가까운 거리 때문에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리를 더 가까이 두어도 될까요?”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가볍게 잡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감각에 도현은 숨을 삼켰다.

    “아가씨...” 도현은 그녀의 손길에 압도되었지만, 그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그의 목선을 따라 올라오며 그의 얼굴에 닿았다. 차가운 손길이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열기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도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길상 나리, 당신은 참 이상한 분이군요. 이런 밤에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가까이 계시다니.”

    도현은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가씨, 당신이 누구든, 어떤 존재이든 상관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그의 말에 그녀의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얼굴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숨결이 맞닿는 순간, 도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맞추었다.

    그녀의 입술은 차가웠지만, 그 속에는 불길처럼 뜨거운 감정이 녹아 있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뺨을 쓰다듬었고,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모든 거리는 사라졌다. 도현은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그녀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기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몸짓은 이미 서로를 향한 마음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이 그의 어깨를 따라 내려오며 천천히 그의 옷깃을 스쳤다. 도현은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 자신도 그녀를 더 깊게 끌어안았다.

    “길상 나리...” 그녀가 나직이 속삭였다. “이 밤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도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가씨와 함께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성곽 아래로 흐르는 바람이 두 사람을 감싸며 고요한 밤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미 금기를 넘어 불타오르고 있었다.

     

    비밀이 드러나다

    밤이 깊어질수록 도현과 그녀의 만남은 더욱 짙어졌다. 매일 밤, 공산성의 성곽에서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았지만, 도현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에게 그녀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특별한 존재였다.

    그러나 이 둘의 은밀한 만남은 오래 비밀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 마을에서는 이미 공산성의 이상한 움직임에 대해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밤마다 성곽 근처에서 불빛이 보이고, 사람의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공산성에 여우가 나타났다는 말이 있더군.”
    “여우라니, 전설 속에 나오는 그 존재 말인가?”
    “그렇다. 누군가를 홀리러 성곽에 나타난 게 분명해.”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커졌고, 그 중심에는 도현이 있었다. 그는 성곽을 자주 드나들며 그녀와 만남을 이어갔고,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사냥꾼 박호진은 도현의 뒤를 몰래 따라갔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성곽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밤에 선비 나리께서 혼자가 아니셨군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도현이 고개를 돌리자, 횃불을 든 박호진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도현은 담담한 척하며 물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무슨 일로 왔냐고?” 박호진은 코웃음을 치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리께서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이 성곽에서 매일 밤 누군가와 만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러 왔습니다.”

    여인은 아무 말 없이 박호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흔들림 없이 차분했지만, 그 눈빛에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겠군요.” 박호진은 여인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가 전설 속 여우입니까? 사람을 홀리고 성곽에 머문다는 그 존재가 바로 당신이군요!”

    “멈추시오!” 도현이 소리쳤다. 그는 여인을 보호하듯 그녀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이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소. 사람들을 속이거나 해치는 일은 하지 않으셨소.”

    “그렇다면 그대가 홀렸다는 말입니까?” 박호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리께서 사랑하는 여인이 여우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러시는 건가요?”

    도현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눈감아왔던 사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녀의 비밀, 그녀가 가진 이상한 분위기, 차가운 손길과 가끔씩 비치던 야생의 눈빛. 모든 것이 그가 알고 있는 인간과는 달랐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 뿐이었다.

    “맞소.” 도현은 단호히 말했다. “그대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녀를 선택하겠소. 인간이든 여우든, 나는 상관하지 않소.”

    그 순간, 여인은 조용히 도현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길상 나리, 이제 그만두세요. 당신이 나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가씨, 당신은 나를 홀리지 않았소. 나는 내 의지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소. 그 무엇도 나를 당신 곁에서 떼어놓을 수 없소.”

    여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다 이내 속삭였다. “그렇다면 나리께 내 비밀을 모두 말해야겠군요.”

    그녀는 천천히 성곽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성벽 밑에는 내가 묻혀 있습니다. 내 육신은 이곳에 남아 있고, 나의 영혼은 이 성곽을 떠도는 존재가 되었죠. 저는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오래전 죽은 여인의 흔적일 뿐입니다.”

    도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더욱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묻힌 당신의 영혼과 함께하겠소. 이 성곽이 내 삶의 전부가 되더라도 상관없소.”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박호진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기 위해 성곽을 빠져나갔고, 두 사람은 남은 밤의 평온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비밀은 드러났고, 그들의 사랑은 큰 대가를 요구하게 될 운명이었다.

     

    사랑과 비극의 충돌

    다음 날 밤, 공산성은 이례적으로 밝았다. 마을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성곽으로 모여들었다. 사냥꾼 박호진이 퍼뜨린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의 공포와 분노를 자극했다. 그들은 여우가 공산성에 숨어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며, 이를 없애겠다고 결심했다.

    “오늘 밤, 저주받은 여우를 찾아내 불태워 없애야 한다!”
    호진의 목소리가 군중 속에서 울려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며 성곽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성곽의 깊은 곳, 작은 정자에서 도현과 여인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고요했고, 그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길에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길상 나리, 이제 당신은 돌아가셔야 해요. 이곳에 머물러서는 안 돼요.”
    여인의 목소리는 낮고 간절했다.

    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향해 외쳤다. “아가씨, 나를 버리라는 말은 하지 마시오. 나는 이미 아가씨 없이는 살 수 없소.”

    그러나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과의 시간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했어요. 하지만 이 사랑은 우리의 의지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에요. 사람들은 결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요.”

    도현은 그녀의 손을 더 단단히 붙잡으며 말했다. “아가씨, 내게는 당신뿐이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당신을 떠날 수 없소.”

    그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마을 사람들의 함성과 횃불의 흔들림이 성곽을 비추기 시작했다. 여인은 긴 한숨을 내쉬며 그의 손을 조용히 놓았다.

    “길상 나리, 당신의 마음만으로도 나는 충분했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할 사람은 나예요.”

    마을 사람들이 정자에 다다르기 전, 여인은 도현의 손을 이끌어 성곽 가장자리로 향했다. 성곽 아래에는 깊은 절벽과 그 너머로 펼쳐진 검은 숲이 있었다. 그녀는 성곽 가장자리에 서서 천천히 도현을 돌아보았다.

    “길상 나리, 당신의 진심은 내게 큰 축복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나를 떠나 당신의 삶으로 돌아가야 해요. 나는 당신과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에요.”

    도현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가씨, 나를 떠나지 마시오. 당신 없이 나는 살아갈 수 없소.”

    그러나 그녀는 그의 손을 부드럽게 놓으며 속삭였다. “당신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도현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의 얼굴은 고요하고 단호했다.

    “이제 당신은 돌아가세요.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녀는 성곽 가장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깊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도현은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여은 아씨!” 그의 절규가 성곽을 뒤흔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뒤늦게 도착해 그 광경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은 이미 사라진 여인의 모습과, 절벽 아래로 퍼져가는 그녀의 울음소리뿐이었다.

    그날 이후, 공산성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성곽에서 울리던 울음소리는 사라졌고, 연못과 숲은 다시 평온해졌다. 그러나 도현은 성곽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매일 밤 성곽 아래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그의 속삭임은 언제나 같았다.

    “여은 아씨,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릴 것이오.”

    공산성의 밤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사랑과 비극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공산성에 남겨진 울음소리

    여인이 절벽 아래로 사라진 그날 밤, 공산성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마을 사람들은 여인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횃불을 끄고 흩어졌다. 도현만이 성곽 위에 남아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여은 아씨... 돌아오시오. 나를 떠나지 말아 주시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허공으로 흩어졌고, 대답은 없었다.

    며칠 후, 공산성에는 다시금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는 낮고 아련했으며, 한 여인의 슬픔과 절망이 담긴 듯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여우가 죽지 않고 돌아온 게 분명하다!”
    “아니, 그것은 그녀의 원혼일 것이다. 그녀가 아직도 사랑을 잊지 못해 성곽을 떠도는 게 분명하다.”

    사람들은 공산성을 피하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성곽 주변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고, 마을은 점점 더 조용해졌다.

    도현은 성곽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여인의 마지막 숨결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매일 밤 그녀를 기다렸다. 성곽의 달빛 아래 그는 홀로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그녀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약속의 흔적이 담긴 붉은 천 한 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아씨,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나의 전부였소.”
    도현의 목소리는 고요한 성곽에 메아리쳤다.

    어느 날 밤, 도현은 그 울음소리가 더욱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인의 실루엣을 보았다. 그녀는 성곽 위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씨!”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녀의 모습은 점점 흐려지더니,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절망 속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아씨... 돌아오시오. 단 한 번만이라도...”

    그날 이후로 도현의 모습은 마을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가 공산성을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공산성에 자주 드는 나무꾼들은 밤마다 성곽 위에 홀로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밤 그녀를 기다리고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사람처럼.”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지금도, 공산성에서는 간혹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여인의 원혼인지, 그녀를 기다리던 선비의 목소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의 사랑은 이 성곽에 영원히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달빛 아래 공산성은 여전히 고요하지만, 그 고요 속에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한 남자와 여인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오늘 소개한 [공주 - 밤마다 울리는 공산성의 울음소리] 이야기는 공산성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신 지역의 전설, 야담, 민담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반영하여 다음 이야기로 제작하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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