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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여자에게 반한 도깨비가 매일 밤 몰래 집안일을 도와주다 들켜버린 감동적인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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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249자)
조선 영조 시대, 남편을 잃고 어린 딸과 시어머니를 홀로 부양해야 했던 과부 수연. 그녀의 지극한 효심과 모성애에 반한 도깨비 '홍달'이 매일 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몰래 집안일을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도깨비의 순수한 마음과 인간 여인의 애틋한 감정이 얽히며 펼쳐지는 조선시대 한양의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실화를 들려드립니다.
※ 과부 수연의 고단한 삶: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와 어린 딸을 홀로 부양하는 수연의 힘겨운 일상
한양 북촌, 작은 초가집 마당에서 한 여인이 호미로 부지런히 텃밭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햇살 아래 땀방울이 여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쉬지 않고 일손을 움직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수연,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불운한 여인이었습니다.
"어머님, 약을 드실 시간이에요."
수연은 호미를 내려놓고 마루로 향했습니다. 방 안에는 병석에 누워계신 시어머니가 가쁜 숨을 내쉬고 계셨습니다. 수연이 정성스레 준비한 약을 시어머니의 입가에 가져갔습니다.
"내 며느리, 고생이 많구나. 너무 미안하구나."
시어머니의 희미한 목소리에 수연은 따뜻한 미소로 답했습니다.
"어머님, 무슨 말씀이세요. 남편이 떠난 후 저와 옥이를 한시도 외면하지 않으셨잖아요. 제가 이렇게라도 효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때, 세 살배기 딸 옥이가 뒤뚱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엄마, 배고파요."
수연은 옥이를 안아 올리며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양식이 거의 떨어져 가는데, 오늘도 베틀에 앉아 베를 짜야 얼마라도 돈을 벌 수 있을 터였습니다. 남편이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뜬 지 2년, 수연은 홀로 가장이 되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어린 딸을 돌보아야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요, 우리 옥이. 엄마가 맛있는 죽 끓여줄게."
수연은 부엌으로 가서 쌀통을 열어보았습니다. 바닥에 쌀이 몇 줌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남은 쌀을 조심스레 솥에 담았습니다. 죽을 끓이면서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재빨리 소매로 닦아냈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죽을 끓이는 동안, 수연은 마당에 널어둔 빨래를 거두고 마늘을 다듬는 등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이웃집 최씨 부인이 찾아왔습니다.
"수연아, 오늘도 일찍 일어났구나. 너무 무리하면 몸이 견디질 못할 텐데."
"괜찮아요, 최씨 부인. 제가 멈추면 우리 가족은 누가 돌보겠어요."
최씨 부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작은 보따리를 내밀었습니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우리 집에서 남은 반찬이야. 옥이 먹이렴."
수연은 고마움에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웃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내일 김 참판 댁에서 대청소를 한다는구나. 내가 수연이를 일꾼으로 추천해 놓았어. 하루 품삯이 꽤 된다더라."
"정말요? 고맙습니다, 최씨 부인. 정말 고맙습니다."
최씨 부인이 떠난 후, 수연은 베틀에 앉아 밤이 깊도록 베를 짰습니다. 손가락이 부르트고 등이 아파왔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내일의 품삯도 중요했지만, 오늘 짠 베를 팔아야만 다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님, 저 잘하고 있죠? 우리 옥이 잘 크고 있어요. 어머님도 제가 정성껏 모시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베를 짜며 수연은 하늘에 있을 남편에게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베틀을 움직이는 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 달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 때에야 수연은 지친 몸을 뉘었습니다. 베틀에서 짠 베를 정리하고, 내일 일찍 시장에 나가 팔 준비를 해둔 후, 그녀는 옥이와 시어머니가 잠든 방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이불 하나를 세 식구가 나눠 덮고, 수연은 자신은 구석에서 몸을 웅크렸습니다.
"내일은... 더 나은 하루가 되기를..."
수연의 속삭임이 조용한 방 안에 퍼지며, 그녀의 눈은 무거운 피로에 서서히 감겼습니다. 그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처마 밑에서 그녀의 모든 것을 지켜보던 한 쌍의 붉은 눈동자가 있었다는 것을...
※ 도깨비 홍달의 첫 눈에 반함: 우물가에서 수연을 처음 본 도깨비가 그녀의 효심과 모성애에 마음을 빼앗김
북악산 깊은 숲속, 도깨비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는 그날도 흥겨운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빨간 얼굴에 뿔이 난 도깨비들이 커다란 불 주위를 빙빙 돌며 춤을 추고 있었지만, 한 도깨비만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홍달이 또 인간 마을에 갔겠지?"
"그 녀석, 요즘 이상하단 말이야."
"인간들 가까이 가다간 잡혀서 백년 묵은 도깨비불 다 뺏길라."
도깨비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지는 동안, 문제의 도깨비 홍달은 한양 성곽 근처 우물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300살이 갓 넘은 젊은 도깨비인 홍달은 다른 도깨비들과 달리 인간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해코지하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날 아침, 홍달은 평소처럼 인간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가 우물가에서 물을 길으러 온 수연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님, 이제 곧 물 떠 드릴게요. 약 지으면 바로 나아질 거예요."
수연은 커다란 물동이를 이고 서두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녀의 손은 물집으로 가득했고, 얼굴은 피로로 창백했지만, 그 눈빛만은 따뜻함과 인내로 가득했습니다.
홍달은 숨어서 그녀를 지켜보았습니다.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 올린 수연의 모습,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쉬지 않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홍달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저 여인...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데..."
홍달은 호기심에 수연을 따라갔습니다. 그는 도깨비의 능력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수연이 사는 작은 초가집까지 뒤를 밟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수연의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습니다.
병든 시어머니를 간호하는 모습, 어린 딸을 돌보며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는 인내심, 끊임없는 가사일에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베를 짜는 부지런함... 홍달은 수연의 모든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인간 여자인데... 도깨비 수백 명보다 더 강한 것 같아."
그날 밤, 홍달은 도깨비 마을로 돌아가는 대신 수연의 집 근처 나무 위에 앉아 밤을 새웠습니다. 그는 창문 틈으로 보이는 수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홍달은 수연을 몰래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수연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 하지만 딸과 시어머니 앞에서는 항상 밝은 얼굴을 보이는 모습에 더욱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도깨비 부족장인 천둥이 홍달을 찾아왔습니다.
"홍달아, 요즘 네가 인간 마을에 자주 간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냐?"
홍달은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한 인간 여자를 지켜보고 있어요."
"뭐라고? 도깨비와 인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걸 알지 않느냐?"
천둥의 목소리는 엄했지만, 홍달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어요, 부족장님. 하지만 그녀는 달라요. 제가 본 어떤 도깨비보다도 강인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어요."
천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래, 네가 무엇을 느끼는지 이해는 하지만, 조심해라. 도깨비와 인간의 인연은 항상 비극으로 끝난다."
홍달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수연을 돕겠다는 결심이 서 있었습니다. 그날 밤, 그는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수연의 꿈에 나타났습니다.
꿈속에서 수연은 깊은 숲길을 걷고 있었고, 홍달은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났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당신은 누구시죠?"
"저는... 당신을 돕고 싶은 사람입니다."
수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왜요? 저는 가진 것이 없는 과부입니다."
홍달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가진 마음의 아름다움이 제게는 어떤 보물보다 값지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남기고 홍달은 꿈에서 사라졌고, 수연은 이상한 꿈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현실의 고단함에 그 꿈을 잊었습니다. 하지만 홍달의 마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수연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그녀를 돕기로 결심했습니다.
※ 은밀한 도움의 시작: 홍달이 인간으로 변신해 매일 밤 수연의 집을 찾아 집안일을 돕기 시작함
달이 밝게 빛나는 밤, 홍달은 도깨비 마을에서 몰래 빠져나왔습니다. 그의 품 안에는 특별한 보물인 '도깨비 변신의 가루'가 담긴 작은 주머니가 있었습니다. 이 가루는 도깨비가 인간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게 해주지만, 효력은 단 몇 시간뿐이었습니다.
"오늘 밤엔... 꼭 도와주고 말거야."
홍달은 수연의 집 근처 숲속에 도착하자 주머니에서 가루를 꺼내 자신의 몸에 뿌렸습니다. 순간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그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 청년으로 변했습니다. 뿔은 사라지고, 붉은 피부는 건강한 사람의 피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수연의 집에 다가간 홍달은 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살며시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달빛 아래, 그는 마당 한구석에 세탁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빨래를... 혼자서 어떻게 다 하지?"
홍달은 조용히 빨래를 시작했습니다. 도깨비였지만, 300년 동안 인간을 관찰하며 많은 것을 배웠기에 빨래 방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밤새 수연의 빨래를 모두 마치고, 널어놓았습니다.
빨래를 끝낸 홍달은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쌀통이 거의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주머니에서 작은 도깨비불을 꺼내 들고, 그는 속삭였습니다.
"우리 도깨비들에게 금지된 마법이지만... 오늘 밤만..."
도깨비불이 반짝이더니, 빈 쌀통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비록 큰 풍요를 가져다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몇 주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을 만큼의 양이었습니다.
이어서 홍달은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정리하고 청소했습니다. 흐트러진 이불을 개고, 먼지를 털고, 부서진 그릇을 고치고, 바닥의 낡은 구멍도 메웠습니다. 밤새 일하면서 그는 때때로 자고 있는 수연의 방을 힐끗 들여다보았습니다.
달빛이 스며드는 창가에서 잠든 수연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달빛에 반짝였고, 평소의 긴장감이 풀린 표정은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홍달은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비록 제가 인간이 아니고, 당신과 함께할 수 없더라도..."
홍달의 눈에서 푸른빛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도깨비의 눈물은 특별한 힘이 있어,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자 바닥의 낡은 마루가 새것처럼 빛나게 변했습니다.
동이 트기 직전, 홍달은 마지막으로 집 주변을 점검한 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변신의 가루 효력이 다 떨어지기 전에 도깨비 마을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침이 밝았을 때, 수연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습니다. 마당에는 깨끗이 세탁되어 마른 빨래가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고, 집 안은 누군가 깨끗이 청소한 듯 반짝거렸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텅 비다시피 했던 쌀통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수연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집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침입한 흔적도, 무언가 잃어버린 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더 나아진 상태였습니다.
"엄마, 우리 집에 선녀가 다녀갔어요?" 옥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습니다.
"아니, 옥아. 아마도..." 수연은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꿈에서 본 청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현실적인 생각이 그것을 대체했습니다. "아마도 최씨 부인이나 다른 이웃들이 몰래 도와준 것 같구나."
그러나 그날 밤도, 그 다음 밤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매일 밤 홍달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수연의 집을 찾았고, 그녀가 하루 종일 미처 손대지 못한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때론 장작을 패고, 때론 물을 길어 오고, 심지어 수연이 짜던 베도 몰래 완성해 놓았습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들었어? 문 과부 집에 도깨비가 드나든다는 소문이..."
"맞아, 도깨비가 반해서 도와준다더군."
"그렇게 고운 얼굴인데 혼자 사는 게 안타까웠나 보지."
그러나 수연은 그 소문을 웃어넘겼습니다. 그녀는 단지 누군가 자신을 몰래 돕고 있다는 것만 알 뿐, 그것이 도깨비의 짓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밤, 홍달은 평소처럼 수연의 집을 찾았습니다. 그날 밤은 유독 달이 밝았고, 수연의 집은 조용했습니다. 홍달은 마당에서 빨래를 정리하고, 부엌에서 그릇을 닦고, 방 주변을 청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연이 잠든 방 앞에 잠시 멈춰 섰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습관처럼, 그는 문틈으로 그녀의 잠든 모습을 잠시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방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이 시간에 어디 갔을까..."
홍달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신이 그 정체불명의 도움손이군요."
※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수연: 매일 아침 신기하게 정돈된 집을 보며 의아해하는 수연
수연은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같은 의문에 사로잡혔습니다. 밤새 누군가 집안일을 대신 해준 흔적이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웃들의 선행이라 생각했지만, 석 달이 넘도록 매일 밤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것은 단순한 이웃의 도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했습니다.
"어머님, 이상하지 않으세요? 매일 밤 누군가 우리 집에 와서..."
병상에 누워 계신 시어머니는 흐릿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옛날부터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 착한 사람에게는 도깨비가 복을 가져다준다고..."
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어머님, 도깨비가 어디 있어요. 분명 마을 사람들이 몰래 도와주는 거예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빨래가 새벽에 깨끗이 개어져 있고, 쌀통은 항상 채워져 있었으며, 어제까지 허술했던 담장이 단단히 수리되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매일 밤 도와준다고 해도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김 씨네 가게에 베를 팔러 간 어느 날, 수연은 평소보다 많은 양의 베를 가져갔습니다. 밤마다 누군가가 대신 짜주는 베 덕분에 그녀의 일거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수연 씨, 요즘 베를 많이도 가져오는구려. 혼자서 이렇게 많이 짜셨소?"
수연은 수줍게 웃으며 대답을 흐렸습니다.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돌아오는 길에 만난 최씨 부인이 수연의 어깨를 툭 쳤습니다.
"수연아, 요즘 얼굴빛이 좋아졌구나. 덜 피곤해 보여."
"네, 최씨 부인. 요즘은 일이 전보다 수월해진 것 같아요."
최씨 부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혹시... 밤에 이상한 일 없었니?"
수연은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마을에 소문이 돌고 있단다. 문 과부 집에 도깨비가 드나든다고... 도깨비가 반해서 밤마다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수연의 뺨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소문을 누가 퍼뜨린 거예요?"
"화내지 마라. 그저 마을 사람들이 하는 얘기야. 요즘 네가 혼자 사는데도 집이 너무 잘 관리되고, 옥이도 잘 크고, 심지어 병석의 시어머니까지 좋아지니 다들 의아해할 수밖에..."
수연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과부인 자신이 시어머니와 어린 딸을 모시고 이렇게 잘 살아가는 것이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날 밤, 수연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 도깨비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다면? 그것은 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아니면 화를 불러오는 것일까?
수연은 창가에 앉아 달빛에 비친 마당을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후 어딘가에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툭, 툭.
분명 누군가가 마당을 걷고 있었습니다. 수연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방문 옆에 숨었습니다. 달빛 아래, 한 남자의 실루엣이 마당에 드리워졌습니다.
"오늘도 수연 씨는 많이 고생했겠지..."
남자의 중얼거림이 바람에 실려 들려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젊고 부드러웠습니다. 수연은 그 목소리에 어딘가 익숙함을 느꼈습니다. 마치 꿈에서 들은 듯한...
남자는 빨랫줄에 널린 빨래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손길은 매우 조심스러웠고, 경험이 많아 보였습니다. 수연은 숨을 죽인 채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도깨비라면 뿔이 있고 붉은 피부를 가졌을 텐데, 이 사람은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습니다.
"오늘은... 누구신지 알아내야겠어요."
수연은 결심했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가 숨어서 계속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다는 단단한 마음으로.
※ 들켜버린 홍달: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밤, 수연이 홍달의 정체를 목격하게 됨
"당신이 그 정체불명의 도움손이군요."
수연의 목소리에 홍달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달빛 아래 수연이 서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의아함과 경계심이 뒤섞인 표정이었습니다.
"저... 저는..."
홍달은 말을 더듬었습니다. 300년 동안 살아온 도깨비였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에게 들켰다는 당혹감과 동시에, 수연을 마주하는 설렘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시죠? 왜 몇 달째 우리 집에 들어와 일을 돕고 계신 거예요?"
수연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느껴졌습니다. 홍달은 잠시 고민했습니다. 도깨비의 정체를 밝히면 수연이 놀라 도망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 이름은 홍달입니다. 저는... 당신을 돕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왜요? 전 당신을 모르는데, 당신은 왜 매일 밤 와서 우리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건가요?"
홍달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에 놀란 홍달의 변신 마법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인간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고, 붉은 피부와 작은 뿔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안 돼..."
홍달이 당황해 뒤로 물러서는 사이, 수연의 눈이 커졌습니다. 그녀는 홍달의 변화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정말 도깨비였군요?"
수연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왔습니다.
"제발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홍달은 당황해 손을 내저었지만, 이미 그의 모습은 완전히 도깨비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붉은 피부, 이마의 작은 뿔, 그리고 약간 길어진 귀...
수연은 천천히 홍달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보다는 경이로움이 더 커 보였습니다.
"내가 꿈에서 본 사람... 당신이었군요."
홍달은 놀랐습니다.
"기억하고 계셨나요?"
"희미하게요. 몇 달 전 꿈에서 한 청년이 나타나 나를 돕고 싶다고 했어요. 그때는 그저 꿈이라 생각했는데..."
홍달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당신이 너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도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수연은 잠시 말없이 홍달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도깨비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동안 자신을 몰래 도와준 존재에 대한 고마움이 뒤엉켰습니다.
"사람들은 도깨비가 인간을 홀리고 해친다고 하던데... 당신은 왜 우리를 도와준 거죠?"
홍달은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했습니다.
"모든 도깨비가 나쁜 존재는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의 강인함과 따뜻함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시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고, 어린 딸을 키우면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이..."
그의 말에 수연의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홀로 버티며 살아왔지만, 누군가 그녀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도깨비라니..."
홍달은 슬픈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제가 떠나는 게 좋겠죠? 인간과 도깨비는... 함께할 수 없으니까요."
그의 말에 수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떠나지 마세요. 적어도... 오늘 밤만이라도."
※ 서로의 마음을 확인: 도깨비와 인간 사이의 금기된 사랑과 그들의 선택
마당의 낮은 돌담 위, 수연과 홍달은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달빛이 그들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추었고, 홍달의 붉은 피부는 달빛 아래 더욱 신비롭게 빛났습니다.
"정말 300살이나 되셨다고요?" 수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홍달은 쑥스러운 듯 웃었습니다.
"도깨비 나이로는 아직 젊은 편이에요. 우리 마을에는 천 살이 넘은 도깨비도 있어요."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셨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간 세상의 수백 년 역사보다, 당신과 함께한 이 몇 달이 제게는 더 의미 있게 느껴져요."
홍달의 진심 어린 고백에 수연의 뺨이 붉어졌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홍달을 바라보았습니다.
"왜 하필 저였나요? 세상에는 훨씬 더 대단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홍달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300년을 살면서 많은 인간을 봐왔지만, 당신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당신의 그 강인함과 따뜻함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수연은 말없이 홍달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도깨비의 손은 인간의 것보다 조금 더 컸고, 붉은 색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된 거, 마을 사람들에게 말해야 할까요? 도깨비가 우리를 돕고 있다고..."
홍달은 급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 돼요! 사람들이 알게 되면 큰일 납니다. 도깨비를 잡으러 오거나, 당신을 도깨비에게 홀렸다고 할지도 몰라요."
그의 말에 수연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분명 마을 사람들은 이 특별한 관계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의 비밀로 하죠.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달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도깨비와 인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배워왔어요. 하지만 당신을 만난 후로는...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졌어요."
수연은 용기를 내어 홍달의 손을 살짝 잡았습니다. 도깨비의 손은 이상하게도 따뜻했습니다.
"저도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몰래 우리 가족을 도와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홍달의 눈이 희망으로 빛났습니다.
"정말인가요? 하지만 저는 도깨비입니다. 인간처럼 살 수 없어요."
수연은 미소지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몇 달째 인간처럼 우리 곁에 있었잖아요. 그리고... 옥이와 어머님도 당신을 좋아할 거예요."
그들의 대화는 멀리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로 중단되었습니다. 동이 트기 시작했고, 홍달은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섰습니다.
"이제 가봐야 해요. 변신의 가루가 다 떨어져가요."
수연도 함께 일어났습니다.
"내일 밤에 다시 오실 거죠?"
홍달은 미소 지었습니다.
"네, 다시 올게요. 하지만 이번에는 몰래 오지 않을게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기다릴게요."
수연의 말에 홍달은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마지막으로 꼭 쥐었습니다. 그리고 순간, 붉은 빛이 번쩍이며 그는 도깨비 마을로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밤, 홍달은 약속대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이제 그들은 비밀스럽게 만남을 이어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감정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 홍달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는 도깨비 마을의 부족장 천둥을 찾아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놓았습니다.
"너는 미쳤구나, 홍달아. 도깨비가 인간이 된다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홍달의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천둥은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천 년에 한 번 피는 '인간의 꽃'을 찾아 그 꽃의 씨앗을 품에 안은 채 하루 동안 잠들면, 도깨비가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습니다. 모든 도깨비의 힘과 불멸의 수명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홍달은 주저 없이 그 꽃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북악산 깊은 계곡에서 그것을 발견했습니다. 꽃을 품에 안고 하루를 잠든 후, 그는 완전한 인간으로 깨어났습니다.
그는 '홍대길'이라는 이름의 인간으로 마을에 정착했고, 수연과 정식으로 혼인을 맺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낯선 청년을 의아해했지만, 그의 성실함과 따뜻한 마음씨는 곧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수연과 홍대길, 그리고 옥이와 시어머니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고, 그들의 집에는 더 이상 도깨비가 드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끔 달이 밝은 밤이면, 홍대길은 북악산을 바라보며 미소 짓곤 했습니다. 그곳에 자신의 옛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인간 여자에게 반한 도깨비가 매일 밤 몰래 집안일을 도와주다 들켜버린 감동적인 실화'는 어떠셨나요?
조선시대 옛이야기 속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가장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홍달이 수연을 위해 도깨비의 모든 특권과 영생을 포기한 것처럼, 진정한 사랑은 때로 큰 희생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희생이 있기에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겠지요.
이 이야기는 북악산 근처 마을에서 실제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그 마을에서는 매년 홍달과 수연을 기리는 작은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기회가 되신다면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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