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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해줬더니 합방하자는 공주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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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 (300자 이상)

    세상만사 귀찮다며 산속 동굴에서 생선이나 구워 먹던 은둔 고수가 있었습니다. 출세도 싫고, 사람도 싫고, 여자는 더 싫다던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살수에게 쫓기던 여인 하나를 귀찮아서 구해줬더니 인생이 통째로 뒤집혔습니다. 이웃 나라 늙은 왕에게 팔려가기 싫어 도망친 공주였습니다. 쫓아내도 안 가고,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더니, 저녁에 터뜨린 한마디. "은혜를 갚겠어요. 오늘 밤 합방합시다." 남자는 물을 뿜었고, 공주는 진지했습니다. 밥을 하면 솥을 태우고, 빨래를 하면 옷을 찢고, 등 밀어달라며 윙크를 날리는 이 막무가내 공주를 도 닦는 심정으로 피해 다니던 남자는, 결국 마음까지 빼앗기고 맙니다. 그런데 왕궁의 추격대가 들이닥쳤습니다.

    ※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인적 끊긴 깊은 산속, 깎아지른 절벽 아래 동굴이 하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이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산길로 이틀을 걸어야 했고,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래는 운무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이곳을 아는 자는 산짐승뿐이었다.

    동굴 입구에서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불 위에는 막 잡은 산천어 세 마리가 꼬챙이에 꿰어져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불 옆에 한 사내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나이는 서른 안팎,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수염이 거칠게 자라 있었다. 도포는 여기저기 해졌지만, 그 아래 드러나는 몸은 쇳덩이처럼 단단했다. 무엇보다 눈빛이 남달랐다. 세상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린 듯 차갑고 염세적이면서도, 그 깊은 곳에 꺼지지 않는 불씨 같은 것이 있었다. 은둔 고수 강산이었다.

    "세상만사 귀찮구나." 강산이 생선을 뒤집으며 중얼거렸다. "출세도 싫고, 사람도 싫고, 여자는 더 싫다. 이 산속에서 낚시나 하고, 생선이나 구워 먹으며 늙어가는 게 가장 좋아." 강산은 생선 한 마리를 뜯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람 소리, 물 소리, 새 소리. 그것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였다. 강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귀가 미세한 소리를 잡아낸 것이다. 발소리.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숲속 어둠 속에서 살기 어린 기운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다. 강산은 생선을 씹으며 눈만 굴렸다. 정체불명의 검은 그림자들이 소리 없이 동굴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열다섯은 됐다. 강산은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조용히 밥 좀 먹자. 제발."

    ※ 2단계: 주제 제시

    그 시각, 산 반대편에서는 필사적으로 달리는 여인이 있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뛰었다. 비단옷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고운 얼굴은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에 꽂았던 봉황 비녀는 이미 어디선가 떨어뜨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히려 궁궐에 있을 때보다 더 살아 있는 눈이었다.

    화인 공주였다. 이 나라 왕의 외동딸이자, 다음 달 이웃 나라의 늙은 왕에게 시집가야 할 운명의 여인이었다. 아니, 운명이라기보다는 거래였다. 아버지인 왕은 이웃 나라와의 동맹을 위해 딸을 볼모처럼 시집보내기로 약조한 것이다. 상대는 예순이 넘은 늙은이로, 이미 후궁이 열 명이 넘었고, 탐욕과 잔혹함으로 악명이 높았다.

    화인은 달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내 운명은 내가 정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늙은 왕에게 팔려 가느니 차라리 이 숲에서 자유롭게 죽겠다!" 뒤에서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왕이 보낸 살수들이었다. 공주가 도망치면 외교 문제가 되기에, 왕은 살아서든 죽어서든 딸을 데려오라 명한 것이다.

    화인의 발이 절벽 끝에 멈추었다. 앞은 낭떠러지, 뒤에서는 살수들이 달빛에 칼을 번뜩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화인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심연이었다. 뛰어내리면 죽는다. 하지만 돌아가면 산 채로 죽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화인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왕실의 인형으로 사느니,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그 어떤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 3단계: 설정 (준비)

    강산은 한때 왕실 근위대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검술은 당대 최고였고, 병법에도 밝아 스물다섯에 이미 최연소 대장이 되었다. 왕의 신임이 두터웠고, 앞날이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궁궐이라는 곳은 칼보다 무서운 것이 혀였다.

    강산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전임 대장이 역모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정적들이 꾸민 모략이었다. 강산은 스승의 무고를 밝히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까지 역적의 제자로 몰렸다. 밤새 추격을 뿌리치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 산으로 숨어든 것이 오 년 전이었다. 그 뒤로 강산에게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충성하면 배신당하고, 가까이하면 상처받는 것이 사람이었다. 산짐승이 백 배는 나았다.

    반면 화인 공주는 궁궐 안쪽의 또 다른 갇힌 영혼이었다. 어릴 적부터 총명하여 사서삼경을 독파했고, 검술에도 재능이 있었지만, 공주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금지되었다. "여자가 칼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아비의 말에 목검을 빼앗겼고, 정무에 관한 의견을 내면 "규방에서나 수나 놓으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화인은 화려한 가마 속에서 늘 밖을 동경했다. 저잣거리의 떠들썩한 소리, 들판을 달리는 바람,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손닿지 않는 꿈이었다. 탈출을 수도 없이 꿈꾸었고, 이번이 세 번째 시도였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유를 갈망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세상에 의해 상처받았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었다.

    ※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화인이 절벽 끝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발밑이 무너졌다. 비명과 함께 몸이 허공으로 떨어졌다. 죽었다고 생각한 찰나, 등이 무언가에 부딪혔다. 절벽 중턱에 돌출된 바위 위의 덤불이었다. 기적적으로 걸린 것이다. 화인은 온몸이 긁히고 찢어졌지만 살아 있었다. 아래를 보니 불빛이 보였다. 동굴이었다.

    화인이 덤불을 잡고 간신히 기어 내려가는 사이, 살수들도 절벽을 타고 내려왔다. 다섯 명의 검은 옷 사내가 칼을 빼들고 화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공주님, 순순히 돌아가시지요. 저희도 왕명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살수 두목의 말에 진심은 없었다. 왕의 명령은 살아서든 죽어서든이었으니.

    칼끝이 화인의 목에 닿으려는 찰나, 동굴 안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이, 시끄러워서 못 살겠네. 내 저녁 식사를 방해하면 쓰나." 모닥불 뒤에서 강산이 생선 꼬챙이를 손에 든 채 비스듬히 걸어 나왔다. 귀찮다는 듯 하품을 했다.

    살수들이 칼을 겨눴다. 강산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든 작대기 하나를 느릿느릿 들어 올렸다. 그것은 칼도 아닌 평범한 나뭇가지였다. 살수 두목이 비웃었다. "산속 미치광이가 주제를 모르는군. 쳐라!" 다섯 명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순간 강산의 눈빛이 바뀌었다. 나른함이 사라지고 서슬 퍼런 살기가 번뜩였다. 휘릭! 퍽! 나뭇가지가 바람을 갈랐다. 첫 번째가 날아가고, 두 번째가 나뒹굴고, 세 번째가 비명을 질렀다. 숨을 한 번 쉬는 사이 다섯 명 모두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화인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5단계: 고민 (망설임)

    살수들을 쫓아낸 강산은 먼지를 털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닥불 앞으로 돌아가 앉았다. 생선을 다시 집어 들며 화인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볼일 끝났으면 썩 꺼져라. 내 집에 여자는 사절이다. 아니, 사람 자체가 사절이다." 강산은 입에 생선살을 넣으며 동굴 안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길은 저쪽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이틀이면 마을이 나올 거다."

    하지만 화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물러설 수가 없었다. 갈 곳이 없었다. 궁으로 돌아가면 살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산을 내려가면 어디서든 잡힐 터였다. 무엇보다 이 남자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살수 다섯을 나뭇가지 하나로 쓸어버리는 무공을 가진 사내. 이 사람이 곁에 있으면 누구에게도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다.

    "책임지세요!" 화인이 다가서며 외쳤다. 강산이 입에 넣던 생선을 멈추고 눈을 치떴다. "뭐?" "그쪽이 내 목숨을 구했잖아요. 이제 내 목숨은 그쪽 겁니다! 책임져야 합니다!" 강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무슨 개소리야. 나는 네 목숨을 구한 게 아니라 시끄러워서 쫓아낸 것뿐이다."

    화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강산의 다리를 두 팔로 꽉 붙잡고 매달렸다. "놓아! 이거 놔!" "안 놔요! 절대 안 놔요!" 강산이 다리를 흔들어도 화인은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궁궐에서 배운 우아함은 온데간데없고, 생존 본능으로 무장한 여인의 집요함이었다. 강산은 이 뻔뻔하고 막무가내인 여자를 어찌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결국 화인은 강산의 동굴에 짐을 풀었다. 짐이라 해봐야 찢어진 비단옷 한 벌이 전부였지만, 화인은 동굴 한구석을 깨끗이 쓸고 낙엽을 모아 자리를 깔았다. 강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루만이다. 내일 해 뜨면 나가라." 화인은 못 들은 척 코노래를 불렀다.

    문제의 폭탄 선언은 그날 저녁에 터졌다. 물을 마시고 있던 강산의 뒤에서 화인이 다가왔다. 얼굴을 씻고 머리를 정돈한 화인의 모습은 동굴 안에서도 빛이 났다.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강산." 화인이 진지한 목소리로 불렀다. 강산이 돌아보았다. "왕족은 빚지고 못 살아요.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당신이 내 목숨을 구했으니,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으로 갚겠어요." 강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뭔데?" 화인이 한 발짝 다가서며 또렷하게 말했다. "오늘 밤, 합방합시다."

    강산은 마시던 물을 뿜었다. "푸악! 뭐, 뭐라고? 합방?" 물이 모닥불에 튀어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화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합방이요.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 부부의 예를 올리는 것이요." 강산은 벌떡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미, 미쳤어? 만난 지 반나절도 안 됐는데 무슨 합방이야!"

    화인은 태연했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이 내 몸이에요. 공주의 몸을 허락하는 것은 나라 하나를 주는 것과 같아요." 강산은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손사래를 쳤다. "필요 없어! 나가! 당장 나가!" 강산의 평화롭던 은둔 생활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첫날밤의 합방 시도는 강산의 필사적인 도주로 무산되었다. 강산은 동굴 가장 안쪽 구석에서 돌벽을 등지고 잠을 자며, 화인은 모닥불 옆에서 입을 삐죽거렸다. "도대체 남자가 왜 저래. 공주가 합방하자는데." 화인의 투덜거림에 강산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동거 생활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공주라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는 화인은, 밥을 짓겠다며 솥을 통째로 태워 먹었다. 쌀을 넣기 전에 불부터 때야 한다며 장작을 잔뜩 넣어 솥뚜껑이 날아갈 뻔했다. 강산이 기겁하며 불을 껐다. "야! 동굴 태울 셈이야?" "저도 노력하는 거예요!" 다음 날은 빨래를 하겠다며 강산의 옷을 가져가 돌에 두들겨 팼는데, 옷이 갈기갈기 찢어져 돌아왔다. "아이고, 내 팔자야!" 강산은 찢어진 옷을 들고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묘한 것은, 강산이 투덜대면서도 묵묵히 뒷수습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타버린 솥을 닦아 다시 밥을 짓고, 찢어진 옷은 바늘로 대충 기워 입었다. 화인이 물을 길으러 가다 물동이를 엎으면 "됐으니까 비켜"라며 대신 물을 길어왔다.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 '츤데레'의 전형이었다.

    화인은 그런 강산의 모습에 점점 마음을 뺏기고 있었다. 궁궐의 남자들은 달콤한 말은 잘했지만 행동은 없었다. 강산은 정반대였다. 말은 차가운데 행동은 따뜻했다. 강산도 사고뭉치지만 순수하고 맑은 화인의 모습에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밤마다 모닥불 건너편에서 잠든 화인의 얼굴을 몰래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들)

    화인의 유혹 작전은 끈질기고도 창의적이었다. 어느 날은 계곡에서 목욕을 하다가 강산이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소리쳤다. "강산! 저 씻는데 등 좀 밀어주실래요?" 강산은 기겁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미쳤어! 혼자 씻어!" 화인이 물속에서 킥킥 웃었다.

    또 어느 밤에는 "추운데 같이 덮고 자요"라며 이불 속으로 슬금슬금 파고들었다. 강산은 벌떡 일어나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겨울도 아닌데 밖에서 새우잠을 잔 강산은 다음 날 코감기에 걸렸다. 콧물을 훌쩍이는 강산 앞에서 화인이 죽을 끓여왔다. 이번에는 타지 않게 정성껏 만든 것이었다. "에이, 이것도 못 먹을 거야." 강산이 투덜대며 한 숟갈 떠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조금은 늘었네." 강산의 칭찬 아닌 칭찬에 화인이 환하게 웃었다.

    결정적인 전환은 숲속에서 일어났다. 약초를 캐러 나간 두 사람이 멧돼지 떼와 마주친 것이다. 성난 수컷이 이빨을 드러내며 돌진해왔다. 강산은 본능적으로 화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뭇가지 한 방에 멧돼지를 쓰러뜨렸지만, 뒤에서 새끼 멧돼지가 돌진해 화인의 다리를 스쳤다. 강산이 화인을 번쩍 안아 올려 나무 위로 피신시켰다. 나뭇가지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 코끝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강산이 중얼거렸다. "다쳤어?" "괜찮아요. 당신이 지켜줬잖아요."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전우애를 넘어선 무언가가 싹트기 시작했다.

    ※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별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산꼭대기에서 보는 밤하늘은 보석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모닥불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화인은 유혹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장난기 대신 고요한 슬픔이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강산, 당신은 왜 세상을 떠나 여기로 왔어요?" 화인이 조용히 물었다. 강산은 한참을 침묵했다. 모닥불이 타닥거리는 소리만이 둘 사이를 채웠다. 이윽고 강산이 입을 열었다. "내게 아비 같은 분이 있었다. 내 검술의 스승이자,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었던 사람이었다." 강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정적들이 누명을 씌워 죽였다. 역모에 연루되었다고. 나는 무고를 밝히려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나까지 역적의 제자로 몰렸지." 강산의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그날 깨달았다.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고. 충성하면 배신당하고, 가까이하면 상처받는다고."

    화인은 강산의 손을 잡았다. 투박하고 거친, 상처투성이의 큰 손이었다. "나도 그래요." 화인이 말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딸을 팔아넘기잖아요. 피를 나눈 아비도 그런데, 세상을 어찌 믿겠어요." 두 사람의 상처가 겹쳤다. 배신당한 자와 팔려가는 자. 화인이 강산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나를 지켜줬듯이, 나도 당신을 지킬 거예요."

    강산이 화인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젖은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장난도 아니고, 유혹도 아닌, 진심이었다. 강산은 오 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소리를 들었다.

    ※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웃음 짓기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산 아래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강산이 물을 길으러 계곡에 내려갔다가 바위 뒤에 숨어 살폈다. 왕실 군기를 단 병사들이 산 입구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수가 족히 오십은 넘었다.

    화인을 쫓던 왕실 추격대가 드디어 이 산까지 수색 범위를 넓힌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병사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강산의 얼굴이 굳었다. 현 근위대장 서진이었다. 오 년 전, 강산의 스승에게 역모 누명을 씌운 장본인. 강산을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자였다.

    서진은 왕에게 청원했다. "도망친 공주를 납치한 자가 역적 강산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서진에게는 일석이조였다. 공주를 잡아오면 공을 세우고, 강산을 죽이면 과거의 약점을 영영 묻을 수 있었다.

    "역적 강산이 공주를 납치했다! 산을 포위하라!" 서진의 명령에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강산은 급히 동굴로 돌아왔다. "화인, 추격대가 왔다. 병력이 오십이 넘어. 그리고..." 강산의 눈이 어두워졌다. "옛 정적도 함께 왔다."

    화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 때문에 강산이 위험에 빠진 것이었다. "내가 나가면 돼요. 나만 돌아가면 당신은 안전해요." 화인이 일어서려 했지만, 강산이 팔을 잡았다. "바보 같은 소리 마. 너를 보내면 그 늙은이에게 팔려가잖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밖에서 병사들의 함성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강산은 화인을 동굴 깊숙이 숨기고 밖으로 나섰다. "여기서 나오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화인이 강산의 소매를 잡았다. "같이 가요. 같이 싸울 거예요." 강산이 화인의 손을 떼어내며 웃었다. 처음 보는 따뜻한 미소였다. "여긴 내가 막을 테니까, 걱정 마."

    강산은 나뭇가지 대신 돌 밑에 숨겨둔 진검을 꺼냈다. 오 년 만에 잡는 칼이었다. 손에 익은 감각이 돌아왔다. 동굴 앞 좁은 길목에 자리를 잡고 밀려오는 병사들을 맞았다. 한 명, 두 명, 다섯 명, 열 명. 좁은 길목이라 한꺼번에 덤비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었다. 강산의 검은 바람처럼 휘몰아쳤고, 쓰러지는 병사의 수가 늘어갔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강산의 몸에 상처가 하나둘 늘어났다. 팔에 칼을 맞고, 허벅지에 화살을 맞았다. 피가 흘렀다. 서진이 뒤에서 여유롭게 지켜보다 직접 칼을 빼들었다. "오 년 만이군, 강산. 스승처럼 비참하게 죽어라." 두 사람의 칼이 부딪혔다. 서진의 검술도 만만치 않았다. 부상을 입은 강산은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서진의 칼에 가슴을 스치며 쓰러졌고, 병사들이 달려들어 포박했다.

    화인이 동굴에서 뛰어나왔다. "강산!" 피투성이가 된 강산을 보고 화인은 울부짖었다. "그만! 내가 제 발로 따라가겠어요. 제발 저 사람은 놔줘요!" 화인은 강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진이 비웃었다. 화인은 끌려가고, 강산은 피를 흘리며 절규했다.

    ※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화인이 끌려간 뒤, 서진은 강산을 죽이지 않았다. "죽이면 너무 쉽게 끝나잖아. 평생 이 산에서 썩어라." 서진은 강산의 힘줄을 끊으려 했지만, 부하의 만류로 그냥 버려두고 떠났다. 어차피 상처가 깊어 오래 못 살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홀로 남겨진 동굴. 강산은 피투성이 몸을 질질 끌며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다시 찾아온 고요함이 예전처럼 평온하지 않았다. 지옥이었다. 모닥불은 꺼져 있었고, 동굴은 차갑고 어두웠다. 화인이 정리해놓은 낙엽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그 옆에 무언가가 반짝였다. 화인이 남기고 간 봉황 비녀였다. 끌려가면서 떨어뜨린 것이리라.

    강산은 비녀를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비녀를 꽉 쥐자 화인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머리카락에서 나던 꽃향기, 장난스럽게 웃던 얼굴, 진지하게 손을 잡으며 했던 말. '나는 당신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강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오 년 만의 눈물이었다. 스승이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던 사내가, 여자 하나 때문에 울고 있었다. "숨만 쉰다고 사는 게 아니다." 강산이 중얼거렸다. "지킬 것이 없으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 강산은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을 버리고 숨은 것이 자유가 아니었다. 진짜 자유는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켜야 할 것은 화인이었다.

    ※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강산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온몸에서 피가 흘렀고, 왼팔은 감각이 없었다. 허벅지에 박힌 화살은 부러뜨려 뽑아냈지만,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부상이었다. 하지만 강산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는 쓰러져 있을 이유가 없었다.

    동굴 가장 깊은 곳, 바위 밑에 숨겨둔 것이 있었다. 녹슨 검집에 싸인 한 자루의 검. 오 년 전,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전설의 명검 파천이었다. 스승이 처형되던 날 밤, 스승의 아내가 몰래 건네준 것이었다. "이 검만은 지켜라. 언젠가 네가 다시 일어설 날이 올 것이다." 강산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다시는 칼을 잡지 않겠다고,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바위 아래 묻어두었다.

    강산은 무거운 바위를 밀어냈다. 부상당한 몸에서 피가 더 흘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흙을 파내자 기름종이에 싸인 검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산은 떨리는 손으로 녹슨 검집을 천으로 닦아냈다. 검집이 벗겨지자 서슬 퍼런 칼날이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오 년이 지났어도 칼날은 녹슬지 않았다. 명검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산이 칼자루를 쥐었다. 손에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이 팔을 타고 올라와 온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잊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아니, 잊은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었을 뿐이었다.

    강산은 상처를 약초로 지혈하고 산 아래 계곡에서 몸을 씻었다. 찬물이 상처를 아리게 했지만 정신이 또렷해졌다. 덥수룩한 수염을 칼로 깎아내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동여맸다. 남아있던 가죽옷을 걸치고 파천검을 등에 멨다. 동굴 입구에 선 강산의 모습은 오 년 전의 근위대장이 아니었다. 산에서 단련된 야수 같은 몸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는 불꽃 같은 눈. 그것은 이전보다 훨씬 강한 전사의 모습이었다.

    떠나기 전, 강산은 화인이 남긴 봉황 비녀를 품에 넣었다. 차가운 금속이 가슴에 닿자 화인의 온기가 전해지는 듯했다. "합방하자며..." 강산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처음으로 짓는 진심 어린 미소였다. "약속은 지켜야지." 강산은 단신으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왕궁. 혼례식은 사흘 뒤. 시간이 없었다. 강산의 발걸음은 바람처럼 빨랐다. 산짐승들이 본능적으로 길을 비켰다. 지금 이 남자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

    ※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사흘 뒤, 왕궁의 대전에서 강제 혼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대전은 붉은 비단과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양쪽으로 문무백관이 도열해 있었다. 이웃 나라의 늙은 왕이 시커먼 이를 드러내며 흐물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주름진 손으로 수염을 쓸어내리며 신부 쪽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훑었다.

    화인은 족두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연지곤지를 찍은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꺼지지 않았다.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인 왕은 대전 상좌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혼인으로 이웃 나라와의 동맹이 확정되고, 국경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질 터였다. 딸 하나로 나라의 안전을 산 셈이었다. 서진은 검을 차고 대전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입가에 여유로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신랑은 신부에게 절을 올리시오." 혼례를 주관하는 노인이 선창했다. 늙은 왕이 군침을 삼키며 떨리는 무릎으로 일어서려는 그 순간, 대전의 지붕에서 굉음이 울렸다. 기와가 박살나며 쏟아져 내렸고, 지붕을 뚫고 한 사내가 뛰어내렸다. 천둥 같은 고함이 대전을 뒤흔들었다. "이 혼례 무효야!"

    강산이었다. 가죽옷에 등에 멘 파천검, 얼굴에 남은 칼자국. 산속의 야수가 왕궁 한복판에 내려앉은 것이었다. 백관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서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저, 저놈이 어떻게 살아서..." 서진이 검을 빼들었다. "병사들! 저놈을 죽여라!"

    사방에서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강산은 등에서 파천검을 뽑았다. 검이 허공을 가르자 날카로운 파공 소리가 울렸다. 일합에 세 명이 날아갔다. 이합에 다섯 명이 나뒹굴었다. 강산의 검은 비할 데 없이 빨랐고, 오 년간의 은둔이 무색할 만큼 파괴적이었다. 외려 산에서 야수와 싸우며 단련한 본능이 검술에 더해져, 예전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올라 있었다.

    화인의 눈이 빛났다. 기다리던 사람이 온 것이었다. 화인은 족두리를 집어 던지고 벌떡 일어섰다. 옆에 놓인 촛대를 움켜쥐고 달려드는 병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쨍! "오래 걸렸네요, 강산!" 강산이 검을 휘두르며 웃었다. "길이 막혀서."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밀려드는 병사들을 상대했다.

    서진이 칼을 빼들고 강산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끝내주마. 네 스승처럼 비참하게 죽어라." 서진의 말에 강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스승님의 이름을 네 더러운 입에 올리지 마라." 두 사람의 칼이 맞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대전 안이 칼바람으로 뒤집혔고, 기둥이 베이고 비단 장식이 찢겨 날아갔다. 서진의 검술은 정교하고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강산에게는 지킬 것이 있었다. 파천검에 화인의 얼굴이 비쳤다. 강산의 검이 섬광처럼 빛났고, 서진의 칼이 두 동강 났다. 서진이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강산은 왕 앞으로 걸어갔다. 검을 들었지만 겨누지는 않았다. "전하, 이 여인은 물건이 아닙니다. 팔고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옵니다." 화인이 강산의 옆에 나란히 서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님, 저는 이 사람과 살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만은 제가 정하겠습니다." 왕은 딸의 눈빛과 강산의 기백에 압도당해 한 발 물러섰다. 늙은 왕은 이미 혼비백산하여 대전 뒤로 숨어버린 뒤였다. 기나긴 침묵 끝에 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비를 이기는 자식은 없다더니..."

    ※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계절이 바뀌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깊은 산속의 동굴은 더 이상 삭막한 은둔처가 아니었다. 동굴 앞에 작은 오두막이 지어져 있었다. 강산이 직접 나무를 베고 기둥을 세워 올린 집이었다. 지붕에는 억새를 얹었고, 벽은 흙과 돌로 단단하게 쌓았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비를 막고 바람을 가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당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화인이 산에서 캐온 들꽃을 옮겨 심은 것이었다. 패랭이꽃, 도라지꽃, 쑥부쟁이가 울타리를 따라 알록달록 피어 있었고, 꽃 사이로 나비가 날아다녔다. 계곡에서 끌어온 물줄기가 마당 한쪽을 졸졸 흐르며 작은 연못을 이루고 있었다. 연못가에는 화인이 쪼그려 앉아 빨래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옷을 찢지 않았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비비고 헹구는 솜씨가 제법 봐줄 만했다.

    오두막 지붕에서 아침 연기가 피어올랐다. 부엌에서는 강산이 산천어를 굽고 있었다. 예전에는 혼자서 귀찮은 듯 구워 먹던 생선을, 이제는 두 사람 분으로 정성스럽게 굽고 있었다. 소금을 살짝 뿌리고, 화인이 좋아하는 산나물을 곁들여 상을 차렸다. "밥 됐어, 들어와." 강산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세상만사 귀찮다던 남자의 입에서 나올 법하지 않은 톤이었다.

    오두막 안은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화인이 매일 바꿔 놓는 꽃들이 방 안 가득 향기를 채우고 있었다. 화인이 손수 깁은 이불이 깔려 있었는데, 바느질 솜씨는 여전히 엉성했다. 한쪽은 삐뚤고 한쪽은 너무 당겨져 있었지만, 강산은 그 이불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다고 했다. 벽에는 강산의 파천검이 걸려 있었고, 그 옆에 화인의 봉황 비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검과 비녀. 두 사람의 만남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저녁이 되었다. 오두막 안에 촛불이 켜졌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정식으로 부부가 된 첫날밤이었다. 왕궁에서 온 사신이 왕의 허락을 담은 교지를 가져온 것이 이틀 전이었다. 왕은 끝내 딸의 뜻을 꺾지 못했고, 강산에게 이름을 하사하여 정식 혼인을 허락했다. 화려한 혼례 따위는 필요 없었다. 산속 오두막에서 막례 주모도 없이, 하늘과 땅과 산짐승들을 증인 삼아 올린 소박한 예식이 전부였다.

    강산의 얼굴이 평소답지 않게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 년간 산속에서 혼자 살며 여자와 담을 쌓았던 남자가, 살수 오십 명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남자가, 이제 정식으로 부부가 된 여인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했다. "그, 그러니까... 이것은... 내가..." 강산은 사냥도 하고, 싸움도 하고, 검도 휘두르지만 이것만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화인이 옆에서 킥킥 웃었다. 살수에게 쫓겨도, 절벽에서 떨어져도, 왕궁을 뒤집어놓을 때도 당당하던 공주가, 지금은 소녀처럼 발그레한 볼을 하고 있었다. 화인이 강산의 귀에 속삭였다. "서방님, 처음 만난 날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강산이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합, 합방하자고..." "네. 그날의 약속, 이제 지켜야죠?" 화인이 짓궂게 웃으며 촛불을 훅 불어 껐다.

    어둠이 내렸다. 강산의 "으악!" 하는 행복한 비명이 고요한 산속에 울려 퍼졌다. 밖에서는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라 오두막 지붕 위에 은빛 빛을 내려놓고 있었다. 계곡의 물소리가 자장가처럼 흘렀고, 숲속의 부엉이가 축복하듯 울었다.

    오두막 문에 화인이 써 붙인 글귀가 달빛에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은 사랑하는 사람 곁이다.' 새장을 탈출한 공주와 세상을 버렸던 검객. 자유를 찾아 헤매던 두 영혼이 마침내 서로에게서 안식을 찾았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엔딩 (300자 이내)

    산속 동굴 앞에 작은 오두막이 지어졌습니다. 꽃이 피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따뜻한 보금자리. 나란히 누운 첫날밤, 오 년간 여자와 담을 쌓았던 남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강산에게 화인이 짓궂게 웃으며 촛불을 훅 불어 껐습니다. "서방님, 이제 진짜 합방해야죠?" 행복한 비명이 산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대본] 구해줬더니 합방하자는 공주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Image Prompt: A rugged swordsman (Kang-san) is grilling a fish alone in a deep forest cave. He looks cynical. Outside, unwanted guests (assassins) are approaching silently.)

    인적 끊긴 깊은 산속, 깎아지른 절벽 아래 동굴에서 은둔 고수 강산은 막 잡은 생선을 꼬챙이에 꿰어 굽고 있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불 소리만이 적막을 채웠다. "세상만사 귀찮구나. 출세도 싫고, 여자는 더 싫다." 그의 눈빛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린 듯 차갑고 염세적이었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숲속 어둠 속에서 살기 어린 기운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검은 그림자들이 소리 없이 동굴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던 것이다.

    2단계: 주제 제시

    (Image Prompt: A beautiful but disheveled woman (Princess Hwa-in) runs desperately. She thinks, "I will not die here. I will find my own destiny.")

    가시덤불을 헤치며 필사적으로 달리는 여인이 있었다. 비단옷은 찢어지고 고운 얼굴은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화인 공주였다. "내 운명은 내가 정한다! 늙은 왕에게 팔려 가느니 차라리 이 숲에서 자유롭게 죽겠다!" 그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왕실의 인형으로 사느니,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그 어떤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3단계: 설정 (준비)

    (Image Prompt: Kang-san's daily life. He is a skilled hunter but lives like a hermit. He avoids people. Hwa-in is surrounded by royal guards but looks unhappy in flashbacks.)

    강산은 한때 왕실 근위대장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더러운 권력 싸움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고 산으로 숨어들었다. 그에게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반면 화인 공주는 이웃 나라의 늙고 탐욕스러운 왕에게 볼모처럼 시집가야 하는 처지였다. 그녀는 화려한 가마 속에서 늘 밖을 동경하며 탈출을 꿈꿨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자유를 갈망한다는 점에서는 묘하게 닮아 있었다.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Image Prompt: Assassins corner Hwa-in near Kang-san's cave. Kang-san reluctantly intervenes, fighting them off with a wooden stick effortlessly.)

    살수들이 화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칼을 겨누던 찰나, 강산이 불쑥 나타났다. "어이, 내 저녁 식사를 방해하면 쓰나." 그는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하며 손에 든 작대기 하나로 살수들을 상대했다. 휘릭! 퍽! 강산의 가벼운 손놀림에 살수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화인은 그 압도적인 무예와 거친 남성미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단순히 목숨을 구해줘서가 아니라, 자신이 꿈꾸던 자유로운 영혼을 그에게서 본 것이었다.

    5단계: 고민 (망설임)

    (Image Prompt: Kang-san tries to send Hwa-in away. Hwa-in refuses to leave, clinging to his leg. Kang-san looks annoyed.)

    살수들을 쫓아낸 강산은 화인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볼일 끝났으면 썩 꺼져라. 내 집에 여자는 사절이다." 하지만 화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갈 곳도 없거니와, 이 남자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책임지세요! 그쪽이 내 목숨을 구했으니, 이제 내 목숨은 그쪽 겁니다!" 화인은 강산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강산은 이 뻔뻔하고 막무가내인 여자를 어찌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았다.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Image Prompt: Hwa-in follows Kang-san into his cave. She declares, "I will repay you with my body!" Kang-san spits out his water in shock.)

    결국 화인은 강산의 동굴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던 강산을 향해 폭탄 선언을 했다. "왕족은 빚지고 못 살아요. 은혜는 갚아야죠. 오늘 밤, 합방합시다!" 강산은 마시던 물을 뿜으며 기겁했다. "뭐, 뭐라? 합방?" 화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강산의 평화롭던 은둔 생활이 와장창 깨지며, 예측 불가능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Image Prompt: Hwa-in tries to do chores but fails miserably (burning food, breaking tools). Kang-san grumbles but fixes everything. They start to bond.)

    공주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본 화인은 밥을 짓겠다며 솥을 태워 먹고, 빨래하겠다며 강산의 옷을 찢어버리기 일쑤였다. "아이고, 내 팔자야!" 강산은 투덜대면서도 묵묵히 뒷수습을 해주었다. 화인은 강산의 무심한 듯 챙겨주는 '츤데레' 매력에, 강산은 사고뭉치지만 순수하고 맑은 화인의 모습에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들)

    (Image Prompt: Funny scenes. Hwa-in trying to seduce Kang-san (clumsily). Kang-san running away from her advances. Fighting off wild boars together.)

    화인의 유혹 작전은 끈질겼다. "저 씻는데 등 좀 밀어주실래요?" 하며 윙크를 날리거나, "추운데 같이 덮고 자요"라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강산은 도 닦는 심정으로 도망 다니기 바빴다. 그러던 중 숲속에서 멧돼지 떼의 습격을 받게 되고, 강산이 화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리며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전우애와 로맨스가 싹트기 시작했다.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Image Prompt: They share a serious conversation under the stars. Kang-san reveals his past trauma. Hwa-in comforts him. They kiss (or almost kiss). True love begins.)

    별이 쏟아지는 밤, 모닥불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강산은 자신이 사람을 믿지 않게 된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고, 화인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을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당신이 나를 지켜줬듯이, 나도 당신을 지킬 거예요." 육체적인 유혹이 아닌 진정한 마음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강산도 마음의 빗장을 풀고 그녀를 받아들이려 했다.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Image Prompt: Royal guards and assassins locate the cave. They surround the area. The leader of the guards is Kang-san's old rival.)

    하지만 행복도 잠시, 화인을 쫓던 왕실 추격대와 강산의 옛 정적들이 기어코 동굴을 찾아냈다. "역적 강산이 공주를 납치했다! 당장 포위하라!" 숲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화인은 자신 때문에 강산이 다칠까 봐 두려움에 떨었다.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Image Prompt: Kang-san is captured while protecting Hwa-in. He is beaten. Hwa-in is dragged away, crying. They are forcibly separated.)

    강산은 화인을 지키기 위해 홀로 수십 명의 병사와 맞서 싸웠지만, 중과부적으로 부상을 입고 포박당했다. 화인은 피투성이가 된 강산을 살리기 위해 울부짖었다. "그만! 내가 제 발로 따라가겠다. 저 사람은 놔줘라!" 결국 화인은 강산을 뒤로한 채 병사들에게 끌려갔고, 강산은 절규하며 바닥을 쳤다.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Image Prompt: Kang-san left alone in the ruined cave. He looks at a hairpin Hwa-in left behind. He realizes his life is meaningless without her.)

    홀로 남겨진 강산. 다시 찾아온 고요함이 예전처럼 평온하지 않고 지옥처럼 느껴졌다. 엉망이 된 동굴 바닥에는 화인이 남기고 간 비녀가 떨어져 있었다. 비녀를 꽉 쥐자 화인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숨만 쉰다고 사는 게 아니다. 지킬 것이 없으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 강산은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 없는 삶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Image Prompt: Kang-san retrieves his hidden legendary sword. He looks determined. "I'm coming to get my wife.")

    강산은 땅속 깊이 묻어두었던 자신의 전설적인 검을 꺼냈다. 녹슨 검집을 털어내자 서슬 퍼런 칼날이 빛났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합방하자며... 약속은 지켜야지." 강산은 단신으로 왕궁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Image Prompt: Hwa-in's wedding ceremony (forced). Kang-san bursts in, fighting hundreds of guards. Spectacular action. Hwa-in joins the fight (throwing things). They defeat the villains.)

    강제 혼례식이 열리는 날, 식장에 천둥 같은 고함이 울려 퍼졌다. "이 혼례 무효야!" 강산이 난입하여 일당백의 무력으로 병사들을 추풍낙엽처럼 날려 보냈다. 화인도 족두리를 집어 던지고 주변의 기물들을 던지며 강산을 도왔다. 결국 정적을 물리치고, 늙은 왕(화인의 아버지) 앞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당당히 밝혔다. 왕은 강산의 기백에 눌려 두 사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Image Prompt: Back to the forest cave (now decorated and cozy). Kang-san and Hwa-in are lying together. Hwa-in smiles mischievously. "Now, shall we really do it?")

    다시 산속 오두막. 하지만 이제는 삭막한 동굴이 아니었다. 꽃으로 장식된 신혼방이었다. 나란히 누운 두 사람. 강산이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자, 화인이 짓궂게 웃으며 촛불을 훅 불어 껐다. "서방님, 이제 진짜 합방해야죠?" 어둠 속에서 강산의 행복한 비명과 함께,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이미지 프롬프트 없애고, 단계별로 표시하여 대본만 모아서 다시 작성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