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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시어머니 구박에 쫓겨난 며느리, 무덤가에서 만난 도깨비가 쥐여준 기적의 요술 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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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아니, 밥 한 숟갈 더 먹었다고 사람을 한겨울에 쫓아내요?! 서럽게 울던 과부 며느리에게 찾아온 기적! 퍼도 퍼도 밥이 나오는 도깨비의 요술 주걱으로 떼돈을 번 며느리와, 주걱을 훔쳐갔다 바퀴벌레 폭탄을 맞은 악덕 시어머니의 속 시원~한 참교육 사이다 스토리!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1: 밥 한 술의 설움, 매몰차게 쫓겨나는 며느리
살을 에이는 듯한 섣달그믐의 삭풍이 문풍지를 찢어질 듯 때리며 지나가던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산비탈에 자리 잡은 허름한 기와집 뒷마당에서는, 얇은 무명 저고리 하나에 의지한 채 꽁꽁 얼어붙은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여인의 가쁜 숨소리만이 처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혼인한 지 불과 1년 만에 남편을 돌림병으로 잃고, 청상과부가 된 젊은 며느리였습니다. 남편이 죽은 후, 시어머니의 구박과 학대는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해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시어머니의 표독스러움에 혀를 내둘렀지만, 부모 형제 하나 없이 혈혈단신이었던 며느리에게는 이 지옥 같은 시댁을 벗어나 갈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가녀린 손등은 얼음물에 터져 붉은 피가 배어 나왔고, 발가락은 감각을 잃은 지 오래였습니다. 며느리는 소매 끝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며 묵직한 물동이를 머리에 이었습니다.
'서방님... 오늘도 바람이 참으로 매섭습니다. 제 몸은 얼어붙어 부서질 것 같은데, 어머님의 호통 소리는 이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게 제 가슴을 베어냅니다. 서방님 곁으로 당장이라도 따라가고 싶지만, 제 목숨이 질기어 이리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부엌으로 들어선 며느리는 언 손을 입김으로 호호 불며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매운 연기가 눈을 찔러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습니다. 행여나 부엌에서 우는 소리가 안방까지 들리기라도 한다면, 재수가 없다며 날아올 시어머니의 매질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가마솥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구수한 밥 냄새가 부엌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꼬박 사흘을 맹물과 시래기 몇 조각으로 버틴 며느리의 뱃속에서 천둥 같은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쳤습니다. 현기증이 일어 하마터면 아궁이 앞으로 쓰러질 뻔한 것을, 부뚜막을 짚고 간신히 버텨냈습니다.
정성껏 지은 하얀 쌀밥을 놋그릇에 수북하게 담아내고, 고기반찬과 따뜻한 국을 곁들여 안방으로 상을 들여갔습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비단 이불을 덮고 누워있던 시어머니는 상이 들어오자마자 날카로운 눈초리로 며느리를 흘겨보았습니다.
"어찌 이리 꾸물대는 게냐! 서방 잡아먹은 년이 들어와서 집안에 우환을 만들더니, 이제는 시어미를 굶겨 죽이려 작정을 하였구나! 밥 짓는 데 반나절이 걸리다니, 굼벵이도 너보다는 빠르겠다!"
"죄, 죄송합니다 어머님. 우물이 단단히 얼어붙어 얼음을 깨고 물을 긷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듣기 싫다! 주둥이는 살아서 변명은 청산유수구나. 꼴도 보기 싫으니 썩 나가서 마당의 장작이나 더 패어 놓거라!"
며느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뒷걸음질로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다시 뼈가 시린 부엌으로 돌아온 며느리는 가마솥 뚜껑을 열었습니다. 시어머니의 상을 차리고 남은 가마솥 안에는 밥알이 듬성듬성 붙어있는 누룽지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숭늉을 끓여야 했기에 며느리에게 허락된 식사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독한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눈앞이 핑핑 돌고 손발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습니다.
'딱 한 숟갈만... 정말 딱 한 숟갈만 먹으면 살 것 같은데...'
며느리는 홀린 듯이 주걱을 들어 가마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었습니다. 간신히 한 숟가락 남짓 모인 누룽지와 밥알을 입에 넣으려던 찰나였습니다.
"이 고연 년! 지금 부뚜막에서 무얼 쳐먹고 있는 게냐!"
귀를 찢는 듯한 호통 소리와 함께 부엌 문이 부서질 듯 열렸습니다. 안방에서 나온 시어머니가 눈을 부릅뜨고 서 있었습니다. 놀란 며느리는 들고 있던 주걱을 떨어뜨렸고, 입에 넣으려던 밥알들이 흙바닥으로 흩어졌습니다. 시어머니는 성큼성큼 다가와 며느리의 머리채를 사정없이 휘어잡았습니다.
"아이고, 어머님! 잘못했습니다! 너무 허기가 져서, 그저 바닥에 붙은 누룽지를 조금 모았을 뿐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어디서 거짓말을 해! 시어미 먹일 쌀을 뒤로 빼돌려 제 배를 채우는 짐승만도 못한 년! 내 아들 잡아먹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 재산까지 축을 내? 다 필요 없다! 너 같이 도벽이 있는 년은 내 집에 단 하루도 둘 수 없으니, 당장 이 집에서 나가거라!"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머리채를 끌고 눈 덮인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내동댕이쳤습니다. 눈밭에 쓰러진 며느리는 얇은 버선발에 짚신 한 짝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였습니다.
"어머님!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이 엄동설한에 쫓겨나면 저는 얼어 죽습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소나 돼지처럼 일만 하겠습니다. 밥도 먹지 않겠습니다. 제발 자비만은 거두지 말아 주십시오!"
피가 나도록 손을 비비며 애원했지만, 시어머니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며느리의 짚신과 다 해진 봇짐을 눈밭에 휙 던져버렸습니다.
"가서 얼어 죽든 굶어 죽든 내 알 바 아니다!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 말거라! 재수 없는 년!"
쾅! 무거운 대문이 자물쇠로 굳게 닫히는 소리가 산골짜기에 메아리쳤습니다. 며느리는 닫힌 대문 앞에서 목놓아 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살을 에는 찬 바람 소리뿐이었습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고, 눈물은 뺨을 타고 흐르다 이내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밥 한 숟가락의 대가가 이토록 참혹할 줄이야. 며느리는 언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끝없이 펼쳐진 하얀 눈길을 향해 비틀비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당장 오늘 밤을 어찌 넘겨야 할지 막막함만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 2: 무덤가의 통곡, 도깨비와 요술 주걱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얼마나 헤맸을까요. 며느리의 발걸음은 짐승들도 길을 잃는다는 깊은 산속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마을로 내려가 봐야 과부를 거둬줄 인심 좋은 이웃은 없었고,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얼어 죽느니 차라리 서방님이 묻힌 산소 곁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겠다는 비장한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눈을 헤치고 나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짚신이 벗겨진 발은 이미 검푸르게 동상을 입어 감각이 없었고, 텅 빈 뱃속은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눈밭에 고꾸라졌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며느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눈을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산을 완전히 집어삼켰을 무렵, 마침내 며느리의 눈앞에 눈에 반쯤 파묻힌 초라한 무덤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남편의 묫자리였습니다. 무덤을 발견하자마자 며느리는 참았던 서러움이 화산처럼 폭발하며 봉분 위로 엎어졌습니다.
"서방님... 아아, 서방님...! 제가 왔습니다. 흑흑... 불쌍한 당신 아내가 왔어요."
얼어붙은 무덤의 흙을 맨손으로 파헤치듯 쓰다듬으며 며느리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통곡을 토해냈습니다.
"차라리 저를 데려가시지 그러셨습니까! 어찌 저만 홀로 남겨두고 가셔서 이 모진 수모를 겪게 하십니까! 밥 한 숟갈... 그깟 누룽지 한 숟갈을 입에 넣으려다 엄동설한에 쫓겨난 제 신세가 너무나도 가엾고 원통합니다. 서방님, 제발 저 좀 데려가 주십시오. 이 차가운 세상에 더는 미련이 없습니다. 오늘 밤 이곳에서 당신 곁으로 가렵니다..."
뼈에 사무치는 원망과 서러움이 뒤섞인 통곡이 깊은 산속의 적막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눈보라조차 며느리의 울음소리에 놀라 숨을 죽인 듯, 일순간 주변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스스스스...
무덤 뒤편의 짙은 어둠 속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어디선가 푸르스름한 불꽃 하나가 허공에 피어올랐습니다. 불꽃은 두 개, 세 개로 늘어나더니 이내 무덤 주변을 빙빙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에 젖은 눈을 들어 그 기괴한 광경을 바라보던 며느리의 숨이 턱 막혔습니다. 그리고 푸른 불꽃들 사이로, 집채만 한 거대한 그림자가 쿵, 쿵, 땅을 울리며 걸어 나왔습니다.
누더기 같은 호랑이 가죽을 걸치고, 머리에는 뾰족한 뿔이 솟아 있으며,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는 존재. 전설 속에서나 듣던 산속의 도깨비였습니다. 한 손에는 사람 허벅지만 한 가시 달린 방망이를 들고 있던 도깨비가 코를 킁킁거리며 며느리 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어느 놈이 남의 구역에서 이토록 시끄럽게 곡을 하는 게냐! 단잠을 깨워도 유분수지, 아주 산천초목이 다 떨게 생겼구나!"
천둥이 치듯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산이 진동하는 듯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혼절하고도 남을 공포였지만, 이미 죽음을 각오한 며느리에게는 두려움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며느리는 오히려 창백한 얼굴을 들어 도깨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단잠을 깨웠다면 제 목숨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어차피 이 눈구덩이 속에서 얼어 죽으려던 참이었습니다. 부디 그 방망이로 제 머리를 내리쳐서, 단번에 서방님 곁으로 보내주십시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달라 애원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 오히려 도깨비가 당황한 듯 멈칫했습니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툭 떨어뜨리더니, 무덤가에 털썩 주저앉아 턱을 괴고 며느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허 참, 별난 인간을 다 보겠네. 보통 나를 보면 기절을 하거나 살려달라 빌기 마련이거늘, 죽여달라? 네년의 눈깔을 보니 필시 사연이 억수로 깊은 모양이로구나. 그래, 귀신이 되기 전에 그 막힌 속이나 한번 시원하게 털어놓아 보거라. 어쩌다 이 깊은 산속까지 기어들어 와 곡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며느리는 도깨비의 의외의 반응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가슴속에 맺혀있던 한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혼인 직후 남편을 잃은 사연, 시어머니 밑에서 소처럼 일하며 겪은 갖은 구박과 굶주림, 그리고 오늘 밤 누룽지 한 숟가락을 긁어먹으려다 머리채를 잡혀 맨발로 쫓겨난 그 기막힌 이야기까지. 눈물과 함께 쏟아지는 여인의 절절한 사연을 듣는 동안, 도깨비의 커다란 눈에서는 시퍼런 불꽃이 분노로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뭐라?! 고작 밥 한 숟갈?! 아니, 제집 소나 돼지도 그렇게는 안 굶기거늘, 명색이 며느리라는 사람을 그따위로 취급한단 말이냐! 세상에 그런 천하의 몹쓸 할망구가 있다니, 내 이 방망이로 당장 내려가서 그 집구석을 박살을 내버려야겠다!"
도깨비가 씩씩거리며 방망이를 집어 들고 펄쩍 뛰어오르자, 며느리가 다급히 도깨비의 가죽옷 자락을 붙잡았습니다.
"아닙니다! 어찌 되었건 제 남편을 낳아주신 어머니입니다. 벌을 주시려거든 어머님을 모시지 못한 부족한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저는 그저 배불리 밥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을 뿐입니다..."
자신을 학대한 시어머니마저 감싸는 며느리의 착한 심성에 도깨비는 탄식을 내뱉으며 방망이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커다란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부스럭거리던 도깨비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낡고 닳아빠진 자그마한 나무 주걱 하나였습니다. 도깨비는 그 볼품없는 주걱을 며느리의 언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네 심성이 참으로 곱고도 애처롭구나. 죽기는 왜 죽어, 이 바보 같은 인간아! 자, 이걸 가져가거라. 이 주걱은 그냥 나무 조각이 아니라 우리 도깨비들이 쓰는 요술 주걱이니라. 빈 솥에 이 주걱을 넣고 휘휘 저으며 '밥 나와라 뚝딱!' 하고 외치면, 네가 배가 터질 때까지 하얀 쌀밥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며느리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손에 쥐어진 낡은 주걱을 바라보았습니다. 주걱에서는 손을 녹여주는 따스한 온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명심하거라! 이 주걱은 착하고 굶주린 자에게는 한없는 축복이지만, 탐욕스럽고 악한 자가 쓰면 무서운 재앙을 내릴 것이다. 이제 울음을 그치고 산을 내려가 새로운 삶을 살아라. 네 녀석의 앞날에 밥 굶을 일은 영영 없을 테니!"
말을 마친 도깨비가 껄껄껄 호탕하게 웃어젖히자, 푸른 불꽃들이 한데 뭉치더니 눈부신 섬광과 함께 도깨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매섭던 눈보라가 거짓말처럼 멎고, 구름 사이로 둥근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내어 며느리와 손에 들린 요술 주걱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 3: 퍼도 퍼도 나오는 밥, 거상이 된 며느리
아침 햇살이 산봉우리를 넘어와 눈 덮인 숲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무렵, 며느리는 산 아래를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간밤의 일이 한바탕 길몽처럼 느껴졌지만, 가슴에 소중히 품은 낡은 나무 주걱의 따스한 온기만큼은 그것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밤새 얼어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여기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며느리는 산기슭에 버려진 빈 화전민의 오두막을 발견했습니다.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지붕은 반쯤 주저앉았지만, 부엌에는 녹슨 가마솥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정말로 이 주걱에서 밥이 나올까... 도깨비님이 나를 불쌍히 여겨 위로해주려 하신 거짓말은 아닐까.'
반신반의하며 며느리는 가마솥 안을 깨끗한 눈으로 대충 닦아낸 뒤, 가슴에서 요술 주걱을 꺼냈습니다. 침을 꼴깍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빈 솥 안에 주걱을 넣고 휘휘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바, 밥 나와라 뚝딱..."
순간이었습니다. 텅 비어있던 가마솥 안에서 촤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구수하고 달큰한, 갓 지은 하얀 쌀밥의 냄새가 좁은 부엌을 가득 채웠습니다. 며느리가 놀라 뒷걸음질을 치는 사이, 가마솥 안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봉밥이 무서운 속도로 차오르더니 이내 솥을 가득 채우고 밖으로 넘쳐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아...! 세상에, 세상에 이런 일이!"
며느리는 허겁지겁 주걱으로 밥을 퍼서 입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뜨거운 밥알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며 얼어붙었던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습니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평생 먹어본 적 없는 훌륭한 밥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목이 메어 켁켁거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밥을 먹었고, 기쁨과 서러움이 교차하는 눈물이 밥 위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배가 찢어질 듯 부르게 첫 식사를 마친 며느리는 문득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매서운 겨울, 산 아래 길목에는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가는 유랑민들과 거지들이 가득했습니다. 과거의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처참한 모습들에 며느리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녀는 오두막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여러분! 이리 오십시오! 여기 따뜻한 밥이 있습니다. 배불리 드시고 기운들 차리십시오!"
굶주린 사람들은 밥 냄새를 맡고 좀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며느리는 요술 주걱으로 끊임없이 밥을 지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백 명, 이백 명이 먹어도 가마솥의 밥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솟아났습니다. 밥을 얻어먹은 사람들은 며느리 앞에 엎드려 절을 하며 생명의 은인이라 칭송했습니다.
이 놀라운 소문은 발이 달린 듯 순식간에 인근 고을은 물론 한양 땅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산기슭 오두막에 가면 보살 같은 여인이 퍼도 퍼도 끝이 없는 밥을 공짜로 내어준다"는 소문에,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굶주린 백성뿐만 아니라, 오가는 길에 요기를 하려는 보부상들과 양반들도 있었습니다. 상인들은 밥값 대신 자신들이 파는 비단, 그릇, 고기, 향신료 등을 놓고 갔고, 며느리는 그것들을 되팔아 금전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산기슭의 낡은 오두막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아흔아홉 칸짜리 기와집으로 지어진 거대한 주막 겸 여각이 자리 잡았습니다. 마당에는 수십 대의 상단 마차가 드나들었고, 창고에는 쌀과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며느리는 더 이상 누더기를 입은 비루한 과부가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수십 명의 하인을 거느린, 일대에서 가장 명망 높고 부유한 대행수, 즉 거상(巨商)이 되어 있었습니다.
"행수 어르신, 오늘 명나라로 떠날 상단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결재를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셨네. 아, 그리고 떠나기 전에 상단 무리들에게 따뜻한 밥을 든든히 먹여 보내게. 여비도 섭섭지 않게 두둑이 챙겨주고."
"예, 어르신! 어르신의 은혜에 다들 감복하고 있습니다요."
엄청난 부를 축적했음에도 며느리는 결코 교만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직접 빈민 구제소로 나가 요술 주걱으로 밥을 지어 가난한 이들을 먹였고, 번 돈으로 다리를 놓고 학교를 세우며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백성들은 그녀를 '살아있는 관음보살'이라 부르며 칭송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과거의 그늘은 완전히 사라지고, 자애롭고 여유로운 미소만이 가득했습니다. 도깨비의 말대로, 그녀의 착한 심성이 요술 주걱과 만나 엄청난 기적과 축복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며느리의 이 어마어마한 성공과 요술 주걱에 대한 기이한 소문은, 결국 바람을 타고 절대 닿지 말아야 할 곳까지 흘러 들어가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3년 전 그녀를 맨발로 내쫓았던, 산 너머 마을의 탐욕스러운 시어머니의 귀에 말입니다.
※ 4: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시어머니의 탐욕
산 너머 마을, 낡은 우물가에는 이른 아침부터 동네 아낙들이 모여들어 연일 신기한 소문을 입에 올리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물동이를 내려놓고 빨랫방망이를 두드리는 소리 사이로, 헐벗고 굶주린 자들에게 매일같이 공짜로 하얀 쌀밥을 내어주어 큰 부자가 되었다는 산기슭 주막의 젊은 여행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들썩였습니다. 아낙들은 저마다 주워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아니, 자네들 그 소문 들었는가? 저기 저 고개 너머 산기슭에 새로 생긴 어마어마한 객주 말이야. 그곳 여행수가 빈 가마솥에 대고 낡은 나무 주걱을 휘휘 저으면서 주문을 외우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밥이 그야말로 펑펑 쏟아져 나온다지 뭔가! 그게 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가 산도깨비를 만나 얻어온 기적의 요술 주걱이라지 아마?"
"어머나, 세상에나! 나도 들었네. 심보가 또 어찌나 비단결같이 고운지, 그 귀하고 맛난 쌀밥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다 퍼주고 있다지 않은가. 그런데 참으로 기구한 것이, 그 여행수가 글쎄 3년 전 이맘때쯤 몹쓸 시어미한테 밥 한 숟갈 훔쳐 먹었다는 이유로 그 엄동설한에 짚신 한 짝도 없이 맨발로 눈밭에 쫓겨났던 그 불쌍한 청상과부라던데. 하늘이 무심치 않아 그 착한 심성을 굽어살피고 도깨비를 시켜 복을 내리신 게지, 암!"
"쯧쯧, 그 표독스러운 시어미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 지 아들 죽은 게 며느리 탓도 아닐진대, 소처럼 부려 먹고 밥 한 술 안 주다가 한겨울에 내쫓다니. 지금쯤 그 시어미는 지 며느리가 그 엄청난 거상이 된 걸 알면 배가 아파서 땅을 치고 통곡을 할 텐데 말이야."
아낙들의 수다를 우물가 모퉁이 흙담 너머로 숨을 죽인 채 엿듣고 있던 늙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3년 전,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내어 매몰차게 사지로 내몰았던 그 악독한 시어머니였습니다. 아낙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시어머니의 얼굴은 일순간 붉으락푸르락하게 달아올랐고, 들고 있던 쪽박을 바닥에 패대기치듯 던져버렸습니다. 그녀는 흙먼지가 묻은 치맛자락을 거칠게 움켜쥐고는 미친 듯이 자신의 낡은 초가집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방구석에 털썩 주저앉은 시어머니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서고, 시퍼런 탐욕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뭣이 어쩌고 어째? 그 재수 없는 년이 그날 밤 산속에서 얼어 죽거나 호랑이 밥이 되기는커녕, 도깨비 주걱을 얻어서 거상이 되었다고?! 빈 솥에서 밥이 쏟아져 나오는 요술 주걱이라니! 세상에, 그 귀하고 엄청난 물건을 가지고 기껏 미련하게 천것들 입구멍에 밥이나 퍼 넣어주고 있다니, 참으로 천하의 멍청하고 미련한 년이로구나! 그 주걱만 있으면, 아니 그 주걱으로 쌀을 뽑아내어 팔기만 해도 이 썩어빠진 초가삼간을 당장 허물어버리고 한양 성곽 안에 아흔아홉 칸짜리 기와집을 지어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터인데! 그래, 가만있을 때가 아니다. 그 주걱은 응당 내 아들의 몫이었으니, 시어미인 내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야!'
밤새 헛된 탐욕에 눈이 멀어 단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한 시어머니는, 다음 날 동이 트자마자 장롱 가장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두었던 낡은 비단옷을 꺼내 입고 며느리의 주막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넘어 산기슭에 도착한 시어머니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턱이 빠질 듯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기와집이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쌀가마니와 온갖 비단, 산해진미를 실은 수십 대의 상단 마차들이 쉴 새 없이 마당을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수십 명의 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물건을 나르는 모습을 보며 시어머니는 질투심과 탐욕으로 손발이 다 떨렸습니다. 시어머니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내리고 얼굴에 슬픈 표정을 장착한 뒤, 치맛자락을 눈가에 가져다 대며 엉엉 우는 시늉을 하며 주막 안뜰로 뛰어들었습니다.
"아이고, 며늘아가! 내 불쌍한 며늘아가! 네가 정녕 살아있었단 말이냐! 이 어미가 널 내쫓고 그 기나긴 세월을 얼마나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또 후회했는지 아느냐!"
넓은 대청마루에서 커다란 장부를 넘기며 상단의 결재를 확인하고 있던 며느리는, 갑작스러운 소란에 고개를 들었다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떴습니다. 3년 전 자신을 매몰차게 사지로 내몰았던, 그토록 원망스럽고 무서웠던 시어머니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며느리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던 하인들과 호위 무사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단숨에 시어머니를 막아섰지만, 며느리는 조용히 손을 들어 그들을 물러나게 했습니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기품이 넘치는 여인으로 변모한 며느리는 천천히 마루에서 내려와 시어머니 앞에 섰습니다.
"어머님... 어찌 예까지 예고도 없이 찾아오셨습니까."
"네가 살아있다는 소문을 바람결에 듣고, 이 어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버선발로 달려왔단다. 그때는 내가 잠시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나 보다. 금쪽같은 내 아들을 잃은 슬픔에 그만 눈이 멀어버려서, 네게 그토록 몹쓸 짓을 하고 말았어. 짐승만도 못한 이 늙은이를 제발 한 번만 용서해다오, 흑흑... 네가 무사한 것을 보았으니 나는 이제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고운 손을 덥석 부여잡고는 거짓 눈물을 쥐어짜 내며 처절하게 연기를 했습니다. 과거의 끔찍했던 굶주림과 상처가 가슴 깊은 곳에서 욱신거렸지만, 며느리는 태생이 모질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며 큰 부와 명예를 이룬 지금, 굳이 과거의 원한에 얽매여 늙은 시어머니를 다시 내쫓고 싶지 않은 묘한 연민의 마음도 들었습니다. 며느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어머니를 일으켜 세우고는 가장 따뜻하고 넓은 안방으로 모셨습니다. 하인들을 시켜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산해진미가 가득한 진수성찬을 차려 대접하고, 밤에는 최고급 명주솜이 들어간 비단 이불까지 넉넉하게 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진수성찬을 허겁지겁 입에 밀어 넣으면서도,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눈을 감은 척하면서도, 시어머니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요술 주걱을 어떻게 훔쳐낼 것인가 하는 궁리뿐이었습니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낮부터 주막 곳곳의 동선을 치밀하게 살피던 시어머니는, 자정이 넘어 사위가 깊은 침묵에 잠기자 쥐새끼처럼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몰래 빠져나왔습니다. 하인들도 곤히 잠든 고요한 시간, 시어머니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가며 며느리만 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별채의 전용 부엌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삐걱거리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자, 달빛이 스며드는 부뚜막 위, 깨끗하고 하얀 천보에 고이 싸인 낡은 나무 주걱 하나가 은은한 빛을 머금은 채 놓여 있었습니다.
'흐흐흐... 드디어 찾았다! 이것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 기적의 요술 주걱이렷다! 이 멍청한 년아, 시어미인 내 덕에 집에서 쫓겨나 산으로 갔으니 이 주걱을 얻은 것이 아니냐. 그러니 이 주걱의 진짜 주인은 마땅히 나인 것이다. 어디 건방지게 며느리 년 혼자만 호의호식하며 행수 행세를 하려 들어? 이제 이 주걱이 쏟아내는 엄청난 재물과 쌀은 모조리 이 어미의 차지다!'
시어머니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보를 벗겨내고 주걱을 낚아채듯 거머쥐어 품속 깊숙한 곳에 찔러 넣었습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쿵쾅거렸습니다. 혹여나 누가 깰세라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시어머니는 신발을 꺾어 신고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산길을 향해 짐승처럼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내일 아침이면 한양 최고의 거부가 될 것이라는 헛된 망상만이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 5: 훔친 주걱의 저주, 바퀴벌레와 지네 떼
폐가 찢어질 듯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산길에 채여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시어머니는 주걱을 안은 채 단숨에 밤의 험준한 산을 넘어 자신의 초가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날은 아직 밝지 않은 어스름하고 기괴한 새벽이었습니다. 온몸이 식은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된 시어머니는 집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마자 마당의 대문부터 쾅 닫고 육중한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갔습니다. 행여나 동네 사람 누군가가 깨어 우물가로 나오다 보거나, 뒤늦게 주걱이 없어진 것을 안 며느리가 호위 무사들을 이끌고 쫓아올까 두려워, 안방의 창문 틈새까지 두꺼운 문풍지와 이불로 꽁꽁 막아버렸습니다. 바깥의 빛 한 줌, 바람 한 점 들어오지 못하게 집안을 완벽하게 밀폐시킨 시어머니의 눈은 이미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습니다.
"흐흐흐... 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이 귀한 것이 내 손에 들어왔다! 꼴 보기 싫은 며느리 년, 아침에 일어나서 그 애지중지하던 주걱이 감쪽같이 없어진 걸 알면 땅을 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통곡을 하겠지! 암, 그래야 마땅하고말고. 천것들에게 공짜 밥이나 퍼주는 미련한 짓은 이제 끝이다. 이제부터 이 주걱이 낳는 모든 것은 나의 것이야. 이 동네 제일가는 부자는 물론이거니와, 나라의 임금도 부럽지 않은 어마어마한 부귀영화를 누릴 사람은 바로 나란 말이다!"
시어머니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짐승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헛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사람 두세 명은 족히 들어갈 만큼 거대하고 무거운 무쇠 가마솥을 낑낑대며 끌어다 아궁이 위로 간신히 얹어놓았습니다. 행여나 부정이 탈세라 솥 안을 박박 문질러 깨끗하게 닦아낸 시어머니는, 품속에서 아직도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훔쳐 온 요술 주걱을 꺼내 들었습니다. 동네 아낙들의 수다 속에서 엿들었던 그 기적의 주문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되뇌며, 시어머니는 가마솥 안에 주걱을 깊숙이 넣고는 눈을 부릅뜬 채 미친 듯이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습니다.
"밥 나와라 뚝딱! 아니지, 밥 따위가 대수냐! 금은보화 나와라 뚝딱! 번쩍이는 황금 덩어리와 눈부신 비단이 아주 이 커다란 가마솥이 쩍쩍 갈라져 터져나가도록 펑펑 쏟아져 나오거라! 어서 쏟아내란 말이다!"
탐욕과 흥분으로 일그러진 시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좁고 밀폐된 부엌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습니다. 침을 꼴깍 삼키며 솥 안을 노려보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스스스스... 쐐애애액!
갑자기 부엌의 공기가 한겨울 밤의 얼음장보다 더 차갑게 식어 내리며, 텅 빈 가마솥 안에서 소름 끼치도록 기괴하고 음산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며느리가 주걱을 썼을 때 났던 그 구수하고 따뜻한 갓 지은 쌀밥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수십 년 동안 고인 시궁창이 썩어 문드러진 듯한, 혹은 짐승의 시체가 부패하는 듯한 코를 찌르는 지독한 악취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코를 틀어쥐며 뒤로 주춤 물러섰습니다.
"응? 우욱... 이, 이게 대체 무슨 냄새지? 왜 고소한 밥 짓는 냄새나 돈 냄새가 나지 않고 이런 구역질 나는 냄새가 나는 것이야? 주걱이 아직 잠에서 덜 깬 게로구나!"
시어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가마솥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고개를 들이미는 찰나였습니다.
사사삭! 사사사사삭! 바스락, 바스락!
무쇠 솥 안에서 수십만 개의 날카로운 다리가 쇠바닥을 긁어대는 듯한,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소름 끼치는 마찰음이 폭포수처럼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솥 안을 들여다본 시어머니의 두 눈이 공포로 찢어질 듯 경악으로 물들었습니다. 가마솥 안에서 화산 폭발처럼 뿜어져 나온 것은 하얀 쌀밥도, 번쩍이는 금은보화도 아니었습니다.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훨씬 거대하고 시커먼 바퀴벌레 떼 수만 마리와, 시뻘건 독기를 품고 꿈틀거리는 어른 팔뚝만 한 거대한 지네들이 마치 끓어오르는 검은 늪처럼 솥을 가득 채우더니, 이내 솥 밖으로 징그러운 폭포수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꺄아아아아아악!!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주걱아 멈춰라! 금을 달라고 했지 누가 이딴 징그러운 벌레를 달라고 했더냐! 당장 멈추어라! 그만 쏟아내!"
시어머니는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자빠졌지만, 요술 주걱의 무서운 저주는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산도깨비가 며느리에게 남겼던 엄중한 경고대로, 남의 것을 탐하는 탐욕스럽고 악한 자의 손에 들어간 요술 주걱은 가장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재앙의 심판을 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글우글, 사사사삭!
새카만 바퀴벌레 떼가 마치 시커먼 파도처럼 밀려와 부엌 흙바닥을 단 1초 만에 새까맣게 뒤덮어버렸고, 징그럽게 수많은 다리를 움직이는 붉은 지네들은 바닥을 기어 시어머니의 버선발과 치맛자락을 타고 뱀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솥 밖으로 끝없이 넘쳐흐른 벌레들은 순식간에 부엌을 완전히 집어삼키고, 마루를 지나 밀폐된 안방 문틈 사이로 꾸역꾸역 밀려 들어가 집안 전체를 점령해버렸습니다.
"아아아아악! 살려줘! 내 다리!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다! 이것들이 내 생살을 물어뜯는다!!"
독이 바짝 오른 팔뚝만 한 지네 한 마리가 시어머니의 발목을 콱 물어뜯자, 뼈가 녹아내리고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강타했습니다. 혼비백산한 시어머니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고 몸부림을 쳐 벌레들을 털어냈지만, 한 마리를 떼어내어 짓이기면 그 피 냄새를 맡고 열 마리가 새롭게 달라붙어 살점을 뜯었습니다. 수천 마리의 바퀴벌레들은 시어머니의 흐트러진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어 두피를 갉아먹고,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 위를 서슴없이 기어 다녔습니다.
숨을 쉴 수조차 없을 만큼 부엌을 가득 채운 지독한 악취와, 온몸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며 물어뜯는 벌레들의 끔찍한 감촉에 시어머니는 이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근 대문을 향해 미친 듯이 기어가 문고리를 잡았지만, 그 두꺼운 쇠 문고리조차 이미 수백 마리의 독지네들이 똬리를 틀고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손을 뻗는 순간 지네 떼가 손등을 물어뜯었고, 시어머니는 손을 움켜쥐고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했습니다.
"아이고 사람 살려!! 내가 잘못했다! 며늘아가! 산도깨비님! 제발 이 미련한 늙은이 목숨 한 번만 살려주시오!! 내가 찢어 죽일 년이오!"
집 안은 이미 바닥의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틈새 하나 없이 벌레들로 꽉 차올라 마치 거대한 지옥의 벌레 소굴로 변해버렸습니다. 시어머니는 검은 벌레 떼에 완전히 파묻힌 채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며 성대가 찢어지도록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행여나 들킬까 두려워 겹겹이 꽁꽁 막아둔 문풍지와 걸어 잠근 빗장 탓에, 그녀의 단발마적인 비명은 밖으로 단 한 줌도 새어 나가지 못했습니다. 평생 며느리에게 밥 한 술 주지 않고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대가를, 그리고 분수에 넘치는 끝없는 탐욕을 부려 타인의 은혜를 원수로 갚은 대가를,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된 밀폐된 공간에서 살을 뜯기며 톡톡히 치르는 생지옥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 6: 싹싹 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새 출발
다음 날 아침, 며느리의 으리으리한 주막 마당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부터 먼 길을 떠나는 상단들과 밥을 얻어먹으러 온 빈민들로 분주하고 활기찬 기운이 넘쳐흘렀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뜬 며느리는 자신의 전용 부엌에 놓여 있던 요술 주걱이 천보째 감쪽같이 사라진 것과, 시어머니가 머물던 안방의 문이 활짝 열린 채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든 상황을 단박에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주막을 발칵 뒤집으며 도둑을 잡으라는 호통을 치지도 않았고, 그녀의 고운 얼굴에는 분노나 당황스러움 대신 그저 담담하고도 깊은, 어쩌면 예정된 운명을 바라보는 듯한 서글픈 체념만이 서려 있었습니다. 산속 무덤가에서 도깨비가 주걱을 건네며 남겼던 그 엄중한 경고의 말을, 며느리는 가슴 깊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수 어르신! 행수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요! 저기 대문 밖을 좀 나가보십시오! 산길에서 이상한 짐승 같은 게 기어 오고 있습니다요!"
마당을 쓸던 하인의 다급하고 겁에 질린 외침에, 며느리는 가볍게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천천히 치맛자락을 모아 쥐고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호위 무사들이 칼자루에 손을 얹고 경계하는 가운데, 주막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누군가 뽀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마치 팔다리가 부러진 미친 사람처럼 바닥을 박박 기다시피 하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온 그 형상은 사람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참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어제 입고 왔던 최고급 비단옷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핏자국이 얼룩져 시커먼 걸레 조각이 되어 있었고, 앙상한 온몸은 독지네에게 수백 군데를 물려 붉고 검게 퉁퉁 부어올라 진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귀신처럼 산발이 된 머리카락 사이와 귓바퀴에는 아직도 죽은 바퀴벌레 껍질과 다리 조각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습니다. 바로 간밤에 며느리의 부엌에 숨어들어 요술 주걱을 훔쳐 달아났던, 그 탐욕스럽던 시어머니였습니다.
밤새 끔찍한 벌레 떼에 시달리며 생지옥을 맛보다가, 해가 뜨자 벌레들의 기세가 살짝 약해진 틈을 타 간신히 창살을 부수고 목숨만 건져 탈출한 시어머니였습니다. 그 무서운 저주가 행여나 자신을 끝까지 쫓아올까 두려워, 산속에 주걱을 내던져버리지도 못한 채 품에 꽉 안고 밤새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산을 넘어 다시 기어 온 것이었습니다.
"며, 며늘아가...! 아이고, 며늘아가, 나 좀 살려다오! 내가 죽일 년이다, 내가 천벌을 받아 마땅한 천하의 몹쓸 년이야! 제발, 제발 이 저주받은 주걱 좀 내게서 거두어 가 다오!"
시어머니는 대문턱을 넘자마자 며느리의 비단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생명줄처럼 부여잡고, 흙바닥에 납작 엎드려 이마에서 피가 나도록 쿵쿵 머리를 찧기 시작했습니다. 눈물과 콧물, 진물이 뒤범벅된 얼굴로, 3년 전 자신이 엄동설한에 며느리를 내쫓을 때 며느리가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애원했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또 빌었습니다.
"내가 미쳤었지, 단단히 귀신에 씌었나 보다! 네가 그 헐벗은 사람들에게 퍼주는 그 고운 하얀 밥을 보고도 내 욕심을 버리지 못해 이 무서운 사달이 났구나! 온 집안이 새까만 바퀴벌레와 사람을 씹어먹는 붉은 지네 떼로 뒤덮여 쑥대밭이 되었다. 내 온몸의 뼈마디가 다 녹아내리고 생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 제발, 제발 내 목숨만 살려다오! 네가 시키는 대로, 앞으로는 평생 네 주막 뒷간 청소나 하며 네 발닦개로 살아도 나는 아무런 원이 없겠다!"
며느리는 엎드려 울부짖는 시어머니를 흔들림 없는 차분하고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습니다. 3년 전 부엌에서 누룽지를 긁어먹다 들켰을 때, 그토록 거대하고 무섭게만 보이며 하늘 같았던 시어머니가, 지금은 한낱 탐욕에 찌들어 스스로를 망친 초라하고 불쌍한 병든 늙은이에 불과했습니다. 며느리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시어머니의 찢어진 품속에서 진흙과 피로 더럽혀진 요술 주걱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주걱이 원래의 주인인 며느리의 손에 다시 쥐어지는 순간, 시어머니의 몸을 찌르듯 괴롭히던 지네의 독기운과 뼛속을 파고들던 통증이 마치 거짓말처럼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통증이 가시자 시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며느리의 바짓가랑이를 더욱 세게 쥐었습니다.
"어머님."
바람처럼 고요하지만 쇳덩이처럼 단호한 며느리의 목소리에, 시어머니는 움찔하며 눈물범벅인 고개를 들어 올렸습니다.
"산도깨비님께서 제게 이 주걱을 처음 쥐여 주실 때 분명하고도 엄중히 말씀하셨습니다. 착하고 굶주린 자가 잡으면 끝없는 생명의 축복을 내리지만, 남의 것을 탐하는 탐욕스럽고 악한 자가 쥐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재앙을 내릴 것이라고 말입니다. 어젯밤 어머님께서 밀폐된 방 안에서 겪으신 그 끔찍한 지옥은, 제가 도술을 부려 내린 벌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오로지 어머님의 마음속에 똬리를 튼 그 끝없는 욕심과 악독함이 스스로 불러온 필연적인 화일뿐입니다."
"맞다, 네 말이 다 맞다. 내가 천하의 죄인이야. 내 욕심이 내 무덤을 팠어. 용서해다오 며늘아가..."
"3년 전, 그 지독한 엄동설한에 밥 한 술 먹었다는 이유로 짚신 한 짝 없이 저를 눈밭으로 매몰차게 내쫓으셨을 때, 제 마음속에 모시던 어머님은 이미 그 눈구덩이 속에서 얼어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비록 저를 버리셨다 하나 제 지아비를 낳아주신 분이시니, 길바닥에서 벌레처럼 굶어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습니다. 매달 끼니를 넉넉히 이을 쌀 두 가마니와 반찬거리, 그리고 겨울을 날 땔감은 어머님 댁으로 잊지 않고 보내드리리다. 허나, 두 번 다시 제 주막 근처에 얼씬거리거나 제 눈앞에 나타나지는 마십시오. 이것이 시어머니를 향해 제가 인간으로서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이자 도리입니다. 여봐라, 이분을 모시고 산 너머 댁까지 모셔다드리고 오너라."
며느리의 말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분노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나약하고 눈물 많던 과부는 완전히 죽고, 강인하고 자애로우며 세상을 품을 줄 아는 당당한 거상만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그 단호하고도 범접할 수 없는 자비로운 처사에 더 이상 구차한 변명도, 살려달라는 애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땅바닥에 주저앉아 지난날의 자신의 악행을 뉘우치며 소리 죽여 오열할 뿐이었습니다.
건장한 하인들에게 양팔을 이끌려 산을 터덜터덜 내려가는 시어머니의 굽고 초라한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며느리는 그동안 참아왔던 숨을 길게, 아주 길게 내쉬었습니다. 지난 3년간 가슴 한구석을 검고 무겁게 짓누르며 남아있던 마지막 남은 원망과 묵은 체증이, 마침내 시원한 아침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 너머로 완벽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따스하고 눈부신 아침 햇살이 주막의 으리으리한 기와지붕 위로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가다듬고, 자신의 손에 쥐어진 낡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요술 주걱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서방님, 하늘에서 다 지켜보고 계셨습니까. 이제 당신의 아내는 더 이상 남몰래 부엌에서 울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이 주신 이 신비로운 주걱으로 더 많은 가난한 사람을 먹이고, 더 넓은 세상을 자비로 품으며 당당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날부터 주막의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매일 아침 단 하루도 빠짐없이 구수하고 따뜻한 밥 냄새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며느리가 정성껏 짓는 기적의 하얀 쌀밥은 허기진 백성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춥고 시린 차가운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퍼도 퍼도 마르지 않고 생명을 잉태하는 도깨비의 요술 주걱과, 그 주걱보다 더 넉넉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가졌던 위대한 거상 며느리의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람을 타고 민초들 사이에서 전해지며, 듣는 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는 따뜻한 기적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퍼도 퍼도 밥이 나오는 기적의 요술 주걱 이야기, 통쾌하게 들으셨나요? 끝없는 욕심은 결국 자신을 망치고, 따뜻한 나눔은 더 큰 기적을 불러온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이다 스토리였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꾹 눌러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다음 시간에도 귀가 쫑긋해지는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