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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메밀묵 한 사발에 금덩이가 쏟아졌다! 흙수저 농부의 도깨비 코인 떡상기
부제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농부가 밤마다 찾아오는 배고픈 도깨비에게 정성껏 메밀묵을 쑤어 대접하자, 도깨비가 은혜를 갚기 위해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도깨비방망이를 선물합니다. 소문을 듣고 쉰 메밀묵을 던져준 악덕 지주는 도깨비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전 재산을 빼앗기며, 농부가 그 재산으로 마을을 먹여 살리는 통쾌한 해피엔딩입니다. (한국 구전 설화 '도깨비와 메밀묵')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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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45자)
여러분,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말이지요, 우리 어릴 적 할머니 무릎 베고 듣던 그 도깨비 이야기랍니다. 메밀묵 한 사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욕심에 눈먼 자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어찌나 통쾌하던지 한참을 무릎을 쳤답니다. 강원도 산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 이야기, 호롱불 아래로 함께 들어가 보시지요. 자, 옛날 옛적 깊은 밤이었답니다.
※ 1: 가난하지만 마음 비단결 같은 농부 박돌쇠와 비 오는 밤 찾아온 도깨비, 메밀묵 한 사발의 인연
여러분,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말이지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전해 내려오는 도깨비 이야기랍니다. 우리 어릴 적에 할머니 무릎 베고 듣던 그 이야기, 메밀묵 한 사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는지... 자, 호롱불 아래로 모여 앉아 보시지요.
때는 조선 숙종 대왕 시절이었답니다. 강원도 정선 골짜기에 박돌쇠라는 농부가 살고 있었지요. 이 사람이 어찌나 가난한지, 손바닥만 한 비탈밭 하나 부쳐 먹고 사는데, 그것도 자기 땅이 아니라 마을 지주 최부자 댁 소작이었더랍니다. 일 년 내내 허리가 휘도록 농사지어도, 지주한테 도지 바치고 나면 남는 게 겨우 메밀 몇 가마니. 쌀밥은커녕 보리밥도 귀해서, 메밀묵 쑤어 끼니를 때우는 게 일이었지요.
그런데 이 돌쇠라는 사내가 말입니다, 가진 건 없어도 마음씨 하나는 비단결 같았답니다. 길에서 굶주린 거지를 만나면 자기 먹을 것까지 내어주고, 다친 짐승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사람이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다들 혀를 끌끌 차며 그러지요.
"저 사람 저렇게 퍼주다가 굶어 죽지."
허허, 그래도 돌쇠는 그저 빙긋 웃기만 했답니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곁에 있는 이가 굶주리는데 내 입에 어찌 넘기겠나.'
그 마음이 오죽했겠습니까. 어느 해 가을이었지요. 그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돌쇠가 메밀묵을 한 사발 쑤어놓고 막 저녁상을 받으려던 참이었답니다. 호롱불 아래 단출한 상에 메밀묵 한 그릇, 묵은지 한 보시기. 그게 다였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갑자기 사립문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쿵, 쿵, 쿵.
마치 절구통이 굴러오는 것 같은 묵직한 발소리. 그러더니 사립문이 삐걱 열리면서 어떤 시커먼 것이 마당으로 들어서더랍니다. 키는 장정 둘을 합쳐놓은 듯 훤칠하고, 머리는 봉두난발에 눈은 횃불처럼 시뻘건 것이, 손에는 울퉁불퉁한 방망이를 들고 있었어요. 돌쇠가 깜짝 놀라 문틈으로 내다보는데, 그 시커먼 것이 어슬렁어슬렁 마루 앞까지 와서는 코를 킁킁대더니 이러는 겁니다.
"여보게 주인장, 그 메밀묵 냄새가 어찌 이리 구수한가. 내 사흘을 굶었네. 한 사발만 나눠줄 수 없겠는가?"
여러분, 이게 누구입니까? 두말할 것도 없이 도깨비지요. 강원도 산골에 산다는 그 도깨비 말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기절초풍해서 도망쳤을 텐데, 우리 돌쇠는 어땠겠습니까. 잠시 멍하니 보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이러는 겁니다.
"아이고, 손님이 오셨구먼요. 누추하지만 들어오시지요. 메밀묵이야 또 쑤면 되니, 어서 시장기부터 면하십시오."
그러고는 자기 먹을 메밀묵을 통째로 내어주고, 묵은지까지 곁들여 정성껏 상을 차려주더랍니다. 도깨비가 어찌나 허겁지겁 먹는지, 사발을 핥듯이 비우고는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 있었어요. 그러더니 굵은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지는 겁니다.
"내 평생 이런 대접은 처음일세. 사람들은 다 나를 보면 도망치거나 욕설을 퍼붓던데... 자네는 어찌하여 두려워하지 않는가?"
돌쇠가 빙긋 웃으며 그러지요.
"배고픈 이에게 밥 한 술 나누는 데 사람이고 도깨비가 따로 있겠습니까. 또 시장하시거든 언제든 들르십시오."
※ 2: 삼 년간 이어진 도깨비와의 우정, 욕심 없는 돌쇠에게 도깨비방망이를 안기는 도깨비
자, 그날 이후로 어떻게 됐겠습니까. 이 도깨비라는 양반이 사흘이 멀다 하고 돌쇠네 집을 찾아오게 됐답니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오던 것이, 보름에 한 번이 되고, 나중엔 사흘마다 어김없이 사립문을 두드렸어요. 그것도 꼭 메밀묵 냄새 풍기는 저녁때만 골라서 말이지요.
쿵, 쿵, 쿵.
그 묵직한 발소리가 마당에서 들리면 돌쇠는 이미 알아챘답니다.
"아이고, 또 오셨구먼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그런데 말입니다, 돌쇠 살림이 어땠겠습니까. 안 그래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도깨비까지 먹여야 하니, 메밀 가마니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옆에서 보던 이웃들이 혀를 차며 그러지요.
"이 사람아, 자네가 미쳤나? 그 시커먼 것한테 뭘 그리 퍼주는가. 자네 굶어 죽는 꼴 보고 싶어 그러는가?"
돌쇠가 그저 허허 웃으며 대답하더랍니다.
"손님이 배고프다는데 어찌 외면하겠소. 메밀이야 내년에 또 심으면 되지 않겠소."
참, 이 사람 마음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지요?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는 동안, 돌쇠와 도깨비는 어느새 형제처럼 가까워졌답니다. 도깨비가 와서 메밀묵 한 사발 비우고 나면, 둘이 마루에 나란히 앉아 달구경도 하고, 도깨비가 자기 사는 산골 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랬어요.
"여보게 돌쇠, 우리 도깨비들이 모여 사는 골짜기가 있는데, 거기엔 황금 바위가 있다네."
"허허, 황금 바위라니요. 저 같은 사람이야 그저 메밀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요."
도깨비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한 표정을 짓더랍니다.
'이 사람은 참, 욕심이라는 게 없구나.'
그러던 어느 가을날 저녁이었지요. 그날도 도깨비가 사립문을 밀고 들어오는데, 평소와 달리 손에 큼지막한 봇짐 하나를 들고 있는 겁니다. 돌쇠가 의아해서 묻지요.
"어인 짐을 그리 무겁게 들고 오셨소?"
도깨비가 마루에 봇짐을 턱 내려놓더니, 진지한 얼굴로 이러는 겁니다.
"여보게 돌쇠, 내 자네에게 진 빚이 너무 무거우이. 삼 년 동안 자네가 내게 베푼 정성을 내가 어찌 갚겠는가. 우리 도깨비들이 모여 의논 끝에 자네에게 이것을 주기로 했네."
봇짐을 풀어 보이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울퉁불퉁한 박달나무 방망이 하나. 그게 다였어요. 돌쇠가 어리둥절해서 보고 있는데, 도깨비가 빙그레 웃으면서 그러지요.
"이게 보기엔 별것 아니어도, 우리 도깨비방망이라는 것이라네. 자네가 갖고 싶은 것을 외치며 내리치면, 그것이 그대로 쏟아진다네. 다만 한 가지... 절대로 욕심을 부려선 안 되네. 꼭 필요한 만큼만, 베풀 만큼만 부르게."
돌쇠가 손사래를 치며 그러지요.
"아이고, 저는 그저 손님 대접한 것뿐인데 무슨 보답이 필요하겠습니까. 도로 가져가시지요."
그런데 도깨비는 빙그레 웃기만 하더니 이러는 겁니다.
"자네가 안 받겠다 하니 더욱 주고 싶구먼. 받아두게. 그것이 자네 손에 들어가야 비로소 제 임자를 만나는 것일세."
그러고는 휘적휘적 산 쪽으로 사라져 버렸답니다. 여러분, 욕심 없는 자에게 보물이 굴러들어 가는 이 이치... 참 묘하지 않습니까?
※ 3: 분수껏 살던 돌쇠, 흉년에 마을 사람들을 살리려 방망이를 두드려 쌀가마니를 쏟아내다
자, 도깨비가 산으로 사라지고 나니, 돌쇠는 그저 멍하니 그 방망이만 쳐다봤답니다. 손바닥만 한 박달나무 방망이가 무슨 조화를 부린다는 건지, 도무지 믿기지 않더라는 거지요. 그날 밤 돌쇠는 잠도 안 오는 겁니다. 호롱불 아래 방망이를 만지작거리면서 한참을 고민했어요.
'정말 도깨비 말대로 보물이 쏟아진다면...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도깨비가 장난친 것이겠지.'
그러다가 문득 부엌을 보니, 메밀 가마니가 텅 비어 있는 거예요. 며칠 전 도깨비 대접하느라 마지막 한 줌까지 다 써버린 참이었거든요. 내일 아침에 뭘 먹을지 막막하던 차라, 돌쇠가 슬그머니 마음이 동하더랍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지. 한 번 시험이나 해볼까.'
그래서 돌쇠가 마당으로 나와서 방망이를 들고 가만히 외쳤답니다.
"메밀 한 됫박만 나와다오."
그리고 땅을 살짝 두드렸어요. 그랬더니 말이지요, 여러분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땅에서 사르륵 사르륵 소리가 나더니, 노릇노릇하게 잘 여문 메밀 한 됫박이 그 자리에 떡하니 쏟아지는 겁니다. 돌쇠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한참을 멍하니 보다가, 그제야 도깨비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지요.
"아이고, 이게 정말이었구나!"
그날부터 돌쇠는 이 방망이를 어찌 썼겠습니까. 욕심 많은 사람 같았으면 황금이며 비단이며 마구 쏟아지게 했겠지요. 그런데 우리 돌쇠는 달랐답니다. 딱 그날 먹을 양식만, 딱 추위 면할 옷가지만, 그것도 꼭 필요할 때만 방망이를 두드렸어요.
'도깨비 형님 말씀이 욕심부리지 말라 하셨지. 내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는 동안, 돌쇠는 살림이 조금씩 나아졌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돌쇠가 진짜로 방망이를 크게 쓴 일이 있었어요. 어느 날 마을에 흉년이 든 겁니다. 봄가뭄에 여름 장마까지 겹쳐서, 농사가 다 망해버렸지요. 동네 사람들이 굶주려서 길에 쓰러지는 지경이 됐어요. 어린아이들이 울며 보채는 소리가 마을 곳곳에서 들리는데...
돌쇠가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지더랍니다.
'아이고, 이를 어쩐다. 내가 가진 방망이로 저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을까.'
그날 밤, 돌쇠는 마당 가운데서 방망이를 들고 정성껏 빌었답니다.
"도깨비 형님, 이 마을 사람들이 굶고 있습니다. 부디 양식이 쏟아지게 해주십시오. 제가 먹으려는 게 아니라, 이웃들 살리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땅을 쾅 내리쳤어요. 그랬더니 말이지요, 마당 가득히 쌀가마니가 산처럼 쏟아지는 겁니다. 한 가마, 두 가마, 열 가마, 스무 가마... 마당이 미어지도록 쌀가마니가 솟아오르더랍니다.
돌쇠가 한밤중에 동네방네 뛰어다니면서 외쳤어요.
"여러분, 제 집으로 오십시오! 양식이 생겼소이다! 굶지 마시고 어서 오십시오!"
동네 사람들이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다가, 마당 가득한 쌀가마니를 보고는 다들 눈물을 흘렸답니다.
"아이고, 돌쇠 자네가 우리 마을을 살리는구먼. 이 은혜를 어찌 갚는단 말인가."
돌쇠가 손사래를 치며 그러지요.
"제가 한 게 아닙니다. 다 하늘이 도와주신 것이지요. 어서 가져다 식구들 먹이십시오."
여러분, 이런 사람한테 복이 안 가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 4: 소문을 들은 악덕 지주 최부자의 흑심, 쉰 메밀묵으로 도깨비를 유인하는 음모
자,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에는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지요. 이 소문이 어디까지 퍼졌겠습니까. 이웃 마을 너머 너머까지 다 퍼졌답니다. 박돌쇠라는 농부가 도깨비방망이를 가졌다더라, 그것을 두드리면 양식이 쏟아진다더라, 이런 소문이 발 없이 천 리를 가더라는 거지요.
이 소문을 듣고 가장 눈이 번쩍 뜨인 사람이 누구였겠습니까. 바로 돌쇠가 부쳐 먹는 그 비탈밭의 주인, 마을 지주 최부자였답니다. 이 최부자라는 위인이 보통 인간이 아니었어요. 곳간에 쌀이 썩어 나가도 가난한 소작인한테는 한 톨도 안 나눠주는 그런 인간이었지요. 흉년 때 동네 사람들이 다 굶주려도, 자기 곳간 문은 꼭꼭 걸어 잠그고 외면하던 자였답니다.
'호오, 이 돌쇠라는 놈이 도깨비방망이를 가졌다고? 그것만 내 손에 들어오면 천하의 부자는 따 놓은 당상이로구나.'
이 최부자가 어느 날 돌쇠네 집을 찾아왔어요. 그러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이러는 겁니다.
"여보게 돌쇠, 내가 듣기로 자네가 신묘한 방망이를 갖고 있다더군. 그것을 내게 좀 빌려주게나. 후하게 보답하리다."
돌쇠가 그 말을 듣고 정중히 거절했답니다.
"부자 어른, 이것은 도깨비 형님이 제게 주신 것이라 함부로 내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방망이는 욕심부리는 자가 쓰면 화를 입는다 하셨으니, 부디 단념하시지요."
여러분, 이 말을 들은 최부자 표정이 어땠겠습니까.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휙 돌아서 가버리더랍니다.
'이놈이 감히 나한테 거역해? 어디 두고 보자.'
그날부터 최부자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그 도깨비를 자기 집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돌쇠한테 사람을 보내 슬쩍슬쩍 캐물어 보니, 도깨비가 메밀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최부자가 무릎을 탁 치며 그러지요.
"오호라, 메밀묵이면 되는구나. 내가 메밀묵을 잔뜩 쑤어놓고 기다리면 그 도깨비가 안 올 리가 없지."
이 최부자가 어떻게 했겠습니까. 자기 집 곳간을 뒤져서 메밀이라곤 죄다 끌어모으게 했어요. 그런데 이 인간이 어찌나 인색한지, 좋은 메밀로 묵을 쑤기는 아까운 겁니다. 그래서 곳간 구석에 쌓여 있던, 곰팡이가 슬어 시큼하게 쉰 묵은 메밀을 꺼내게 했어요. 종놈한테 명령하기를...
"이걸로 묵을 쑤거라. 도깨비가 무슨 맛을 알겠느냐. 메밀묵이면 다 같지."
종놈이 어이없어서 그러지요.
"나으리, 이건 사람도 못 먹을 정도로 쉰 것입니다. 도깨비가 노할까 두렵습니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
그래서 부엌에서 쉰내가 진동하는 메밀묵을 한 사발 쒀냈답니다. 색깔도 시퍼렇게 변하고, 냄새는 코를 찌르는데, 최부자는 그것을 마당에 떡 내놓고 도깨비를 기다렸어요. 그러면서 손에는 큼직한 자루를 들고 있었답니다.
'그놈이 메밀묵 먹고 흥겨워할 때, 내가 방망이를 빼앗아 자루에 넣고 도망쳐야지. 흐흐흐.'
여러분, 이 인간 속이 어찌나 시커먼지요. 욕심에 눈이 멀면 사람이 이렇게 무서워지는 겁니다. 그날 밤 자정이 가까워지자, 멀리서 쿵, 쿵, 쿵, 그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었어요. 여럿이었지요. 둘, 셋, 넷... 도대체 몇이나 되는지 가늠이 안 되더랍니다.
※ 5: 한밤중 최부자 집에 들이닥친 도깨비 떼, 쉰 메밀묵에 분노한 도깨비들의 응징
자, 그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최부자네 솟을대문이 쾅 하고 열리는 겁니다. 마당으로 들어선 것은 도깨비 하나가 아니었어요. 시커먼 도깨비 일고여덟이 우르르 몰려들어 오는데, 하나같이 키가 장정 둘을 합친 듯 훤칠하고, 머리는 봉두난발에 눈은 횃불처럼 시뻘건 것이, 손에는 울퉁불퉁한 박달방망이를 하나씩 쥐고 있었답니다.
여러분, 이 광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한밤중에 마당 가득 도깨비 떼가 들어선 그 모습을 말이지요. 최부자가 처음엔 간이 콩알만 해져서 마루 기둥 뒤에 숨었다가, 자루를 꼭 움켜쥐고는 이를 악물었답니다.
'아니다, 정신 차려야지. 저놈들이 메밀묵 먹고 흥겨워할 때 방망이를 채야 한다.'
가운데 선 우두머리 도깨비가 코를 킁킁대더니 이러는 겁니다.
"허어, 이 댁에서 메밀묵 냄새가 나는구나. 누가 우리를 청한 게야?"
최부자가 그제야 부랴부랴 마루로 나와서는, 굽실굽실 절을 하면서 이러는 겁니다.
"아이고, 도깨비 어른들. 제가 청하였습니다. 평소 우리 마을을 굽어살펴주시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렇게 정성껏 메밀묵을 쒀놓았습니다. 부디 드시고 가시지요."
도깨비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마당에 떡 놓인 메밀묵 사발 앞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여러분. 코를 들이대자마자 도깨비들 표정이 싹 바뀌는 겁니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보더니, 퉤! 하고 마당에 뱉어버리는 거예요.
"이게 무슨 짓이냐! 사람도 못 먹을 쉰내 나는 것을 우리에게 먹이려 하다니!"
도깨비들 눈에서 시뻘건 불꽃이 일더랍니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사발을 발로 차서 박살을 내고는, 시퍼런 묵 덩이가 마당에 흩어지는데, 그 광경이 어찌나 무서웠는지요.
"네 이놈! 우리 도깨비 중에 메밀묵 좋아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느냐. 그 정성을 알기에 우리가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거늘, 네놈은 우리를 속여 무엇을 얻으려 했느냐!"
최부자가 사색이 되어 벌벌 떨면서 그러지요.
"아, 아닙니다, 도깨비 어른. 제가 그저 정성껏..."
그때였어요. 우두머리 도깨비가 최부자 손에 들린 자루를 가리키더니 이러는 겁니다.
"그 자루는 무엇이냐? 어디 펴 보아라."
최부자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자루를 감추려 하는데, 도깨비 하나가 성큼 다가와 자루를 빼앗아 폈답니다. 그랬더니 그 안에서 박달방망이 모양으로 깎아 만든 가짜 방망이가 우르르 쏟아지는 거예요. 최부자가 미리 만들어놓은, 돌쇠 방망이와 바꿔치기할 가짜였지요.
"이놈, 우리 방망이를 훔치려 했구나! 박돌쇠 그 의로운 자에게서 방망이를 빼앗아 네놈 욕심을 채우려 했다 이 말이렷다!"
여러분, 이 대목에서 도깨비들 화가 어땠겠습니까. 한꺼번에 박달방망이를 치켜들고 최부자에게 와락 달려드는데, 최부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답니다.
"살, 살려주십시오! 도깨비 어른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데 도깨비들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있겠습니까. 우두머리가 코웃음을 치면서 이러는 겁니다.
"평생 가난한 백성 뼈를 빨아먹은 네놈이 이제야 살려달라 비느냐. 네 죄가 산보다 무거우니, 오늘 밤 똑똑히 갚아주마."
※ 6: 알몸으로 길거리에 내쳐진 최부자, 그의 전 재산을 돌쇠에게 옮겨놓은 도깨비들의 심판
자, 이제부터가 진짜 통쾌한 대목입니다. 도깨비들이 박달방망이를 치켜들고 최부자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답니다. 처음엔 우두머리 도깨비가 한 대 후려쳤어요.
퍽!
최부자가 마당에 나동그라지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도깨비 하나가 또 와서 한 대 치고, 또 하나가 와서 한 대 치고. 그렇게 일고여덟 도깨비가 돌아가면서 최부자를 두들기는데, 최부자가 마당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비명을 지르더랍니다.
"아이고, 사람 죽네!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그런데 도깨비들이 사람 잡으려는 게 아니었어요. 죽도록 패는 게 아니라, 살가죽이 시퍼렇게 멍들고 뼈마디가 쑤시도록만 골고루 두들겨주는 겁니다. 우리 조상님들 말씀에 도깨비는 사람 목숨을 함부로 안 빼앗는다 했지요. 다만 못된 인간 버릇은 단단히 고쳐놓는다고요.
한참을 두들겨 맞은 최부자가 거의 정신을 잃어갈 무렵, 우두머리 도깨비가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답니다. 그러고는 최부자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더니 이러는 겁니다.
"이놈, 네 곳간에 쌓인 그 재물이 누구 피땀으로 채워졌느냐. 가난한 소작인들 등골 빼먹고, 흉년에 굶주린 백성들 외면하면서 모은 것이 아니더냐. 그 재물이 본디 네것이더냐?"
최부자가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그저 벌벌 떨기만 했답니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코웃음을 치더니, 박달방망이로 땅을 쾅 내리치면서 외쳤어요.
"이 집 곳간의 모든 재물, 박돌쇠네 마당으로 옮겨라!"
여러분, 그 순간 어떤 일이 벌어졌겠습니까. 도깨비들이 우르르 곳간으로 달려가더니, 곳간 문을 박살을 내고는 안에 있는 쌀가마니며, 비단 두루마리며, 엽전 꾸러미며, 패물 상자며, 금붙이까지 죄다 끌어내는 겁니다. 그러고는 박달방망이를 한 번 두드리니까, 그 산더미 같은 재물이 사르륵 사르륵 사라지는 거예요.
최부자가 그 광경을 보고 통곡을 하면서 매달렸답니다.
"아이고, 그것만은! 그 재물이 평생 모은 것입니다! 도깨비 어른, 자비를!"
우두머리 도깨비가 차갑게 내려다보면서 이러지요.
"평생 모은 것이라고? 그것이 네 손으로 일군 것이더냐. 모두 가난한 백성들이 흘린 피땀을 강제로 빼앗아 모은 것이거늘. 이제 본 임자에게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뿐이 아니었어요. 최부자가 입고 있던 비단 두루마기까지 도깨비가 쭉 벗겨버리는 겁니다. 그러고는 베잠방이 하나 입혀놓고는 솟을대문 밖으로 휙 내던지더라는 거지요. 평생 떵떵거리며 살던 최부자가 한밤중에 알몸이나 다름없는 꼴로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답니다.
"이놈, 잘 듣거라. 네가 평생 외면했던 그 가난이 이제부터 네 것이다. 네 발로 마을을 돌며 빌어먹어 보아라. 그래야 네가 빼앗은 백성들의 설움이 어떤 것인지 알 게 아니냐."
도깨비들이 그 말을 남기고는 휘적휘적 산 쪽으로 사라져 버렸답니다. 최부자가 길바닥에 엎어져서 통곡을 하는데, 그 울음소리가 새벽까지 그치질 않더라는 거예요.
여러분, 어찌 보십니까. 사람이 평생 쌓아 올린 욕심이 하룻밤에 무너지는 이 광경을... 참 두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더 묘한 것은 말이지요, 그 시각에 박돌쇠네 집 마당에서는 정반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답니다.
※ 7: 그 재산으로 마을을 먹여 살린 돌쇠, 도깨비 형님과의 마지막 작별과 따뜻한 결말
자, 이제 마지막 대목입니다. 그 시각, 박돌쇠는 자기 집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답니다. 흉년에 마을 사람들 먹이느라 며칠을 분주하게 보낸 터라, 그날따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거지요. 그런데 새벽녘에 문득 눈을 떠보니, 마당이 이상하게 환한 겁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돌쇠가 부스스 일어나 마당으로 나가 보고는,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답니다. 마당 가득히 무언가가 산처럼 쌓여 있는 거예요. 호롱불을 들고 가까이 가보니, 그게 다 무엇이었겠습니까. 쌀가마니가 수십 가마, 비단 두루마리가 수십 필, 엽전 꾸러미가 산더미, 그리고 금붙이며 패물 상자까지... 마당이 비좁을 정도로 재물이 쏟아져 있는 겁니다.
돌쇠가 어찌나 놀랐는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면서 한참을 멍하니 보더라는 거예요.
'아니, 이게 다 어찌 된 일인가. 누가 이 재물을 우리 집에 갖다 놓았단 말인가.'
그때였습니다. 마당 한구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여보게 돌쇠, 놀라지 말게."
돌쇠가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 그 도깨비 형님이 빙그레 웃으며 서 있더랍니다. 돌쇠가 반가워서 달려갔어요.
"아이고 형님, 이게 다 어찌 된 일이오?"
도깨비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자초지종을 들려줬답니다. 최부자가 우리를 속이려 한 일, 우리가 그 죄를 응징한 일, 그 재물이 본디 마을 백성들 피땀이었기에 의로운 자네 손에 맡긴다는 일... 다 듣고 난 돌쇠가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더라는 거예요. 그러더니 정중히 절을 하면서 이러는 겁니다.
"형님, 이 재물은 제 것이 아닙니다. 본디 마을 백성들 것이니, 마땅히 그분들께 돌려드려야지요."
도깨비가 그 말을 듣고는 너털웃음을 지었답니다.
"역시 자네구먼. 내 그 마음을 알기에 이 재물을 자네 손에 맡긴 것일세. 잘 쓰게나."
그 말을 남기고는 도깨비가 휘적휘적 사립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돌쇠가 황급히 붙잡았어요.
"형님, 가시는 길에 메밀묵 한 사발 자시고 가시지요!"
도깨비가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더랍니다.
"허허, 자네 메밀묵 맛이 그리워 또 올 것이네. 잘 있게."
그러고는 새벽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답니다.
여러분, 그날 이후 이 마을이 어찌 되었겠습니까. 박돌쇠가 그 재물을 어떻게 썼겠습니까. 자기 집에는 한 톨도 들이지 않고, 마을 사람들 한 집 한 집 돌면서 식구 수대로 쌀과 엽전을 나눠줬답니다. 평생 최부자한테 빚지고 살던 소작인들 빚 문서를 죄다 모아서 마당에 불사르고, 새 집 못 지은 사람들에겐 집을 지어주고, 자식 혼사 못 치른 집엔 혼수를 보태줬어요.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돌쇠 앞에 절을 하면서 그러더랍니다.
"돌쇠 자네야말로 우리 마을의 진짜 부자일세!"
돌쇠는 그 후로도 평생 비탈밭에서 농사지으며 소박하게 살았답니다. 도깨비방망이는 비단 보자기에 곱게 싸서 궤짝 깊숙이 넣어두고, 정말 마을에 큰일 있을 때만 꺼내 썼다고 해요. 그리고 매달 보름이면 어김없이 메밀묵을 한 사발 쑤어서 마당에 내놓았는데, 새벽이면 그 사발이 빈 채로 놓여 있더라는 겁니다. 도깨비 형님이 다녀간 거지요. 그 우정은 돌쇠가 백발이 될 때까지 이어졌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295자)
여러분, 오늘 이야기 들으시며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저는 이 대목에서 늘 무릎을 칩니다. 사람이 가진 게 많고 적고가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정작 중요한 것은 가진 것을 어찌 쓰느냐, 그것 아니겠습니까. 박돌쇠는 손바닥만 한 메밀밭으로도 도깨비를 형제 삼았고, 최부자는 곳간 가득 재물을 쌓고도 알몸으로 길거리에 내쳐졌지요. 베푸는 자에게 복이 오고, 욕심부리는 자에게 화가 따른다는 것, 조상님들 말씀이 어디 빈말이겠습니까. 오늘 이야기 좋게 들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며, 다음 전설의 고향에서 또 뵙겠습니다.
썸네일 프롬프트 (16:9, Photorealistic, No Text)
A cinematic 16:9 photorealistic scene set in a Joseon-era Korean mountain village at midnight under a full moon. In the foreground, a humble straw-thatched hanok house with its wooden gate open, the dirt courtyard overflowing with massive piles of golden rice sacks, glittering gold coins spilling out of wooden chests, rolls of colorful silk fabric, and shimmering jade ornaments stacked into mountains. A kind-faced poor Korean farmer in worn hemp clothing stands in awe in the middle of the treasure pile, holding a small wooden oak club (dokkaebi bangmangi) glowing with faint mystical light. Behind him in the misty background, a tall shadowy dokkaebi figure with wild hair, glowing red eyes, and a club, smiling warmly. Far in the distance, a wealthy Korean landlord in tattered clothes lies face-down on a dirt road, his luxurious tile-roofed mansion behind him with broken doors. Moody atmospheric lighting, deep blue moonlit night sky, mist rolling through pine trees, traditional Korean folklore aesthetic, hyper-detailed, cinematic depth of field, painterly fantasy realism, 16:9 aspect ratio, no text, no letters, no water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