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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다리 밑에서 만난 도깨비 『계서야담』
도깨비가 “딱 한 번만 웃겨봐” 내기했고, 웃긴 순간부터 돈보다 큰 복이 굴러왔다
도깨비를 웃겨라! 인생을 바꾼 한 순간
도깨비를 웃긴 짚신장수, 복이 쏟아지다!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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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한양 장사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던 가난한 짚신장수 덕보, 해가 저물어 다리 밑에 몸을 뉘던 그 밤, 난데없이 퍼런 불꽃 속에서 나타난 여덟 자짜리 도깨비. 삼백 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다는 그 도깨비가 턱을 괴고 이르기를, "딱 한 번만 나를 웃겨봐라. 웃기면 네 소원 하나, 못 웃기면 다리 하나 성치 못할 줄 알거라." 덕보는 아는 재주를 다 꺼내었으나 사발만 한 두 눈은 깜빡하지도 않았는데. 마침내 포기하기 직전, 덕보가 털어놓은 엉뚱한 한 토막에 삼백 년 묵은 도깨비가 배를 잡고 뒹굴며 웃던 그 순간, 돈보다 크고 금은보다 귀한 복이 이 집안에 굴러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십 년을 그리워하던 이름 석 자가, 바로 그 밤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 1 ·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던 늦은 오후, 먼지 풀풀 이는 시골길 위로 한 사내가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등에는 얼기설기 엮은 봇짐 하나, 그나마도 반쯤은 비어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덕보였다. 한양 저자에 짚신이며 갈대 자리를 팔아보겠다고 봇짐을 꾸려 떠난 것이 보름 전. 돌아오는 길엔 엽전 한 꿰미라도 챙겨 올 줄 알았는데, 막상 저자에 닿고 보니 이미 그 자리엔 한 수 위인 장사치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덕보가 펼쳐놓은 짚신은 나흘이 지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했고, 결국 밥값 술값에 원금마저 축나 빈 봇짐만 남은 것이었다.
"허허, 이거 참."
덕보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저녁 까치 한 마리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 나이 먹고 어미 앞에 뭐라 고하며 문턱을 넘을꼬. 짚신 한 켤레 값도 못 벌어 왔으니 오늘 저녁은 된장국 한 사발도 면구해서 못 뜨겠구나.'
마을까지는 아직 삼십 리. 해는 빠르게 떨어지고 바람은 스산했다. 문득 저만치 앞 개울가에 걸린 돌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낡았으되 제법 듬직한 다리였다. 다리 밑으론 맑은 개울이 졸졸 흐르고, 양옆으로 키 큰 갈대와 버드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저 밑에서 한숨 붙이고 날 밝거든 떠나자. 밤길에 도둑 만나느니 이슬 맞는 편이 낫지."
덕보는 짚신을 벗어 개울물에 잠깐 담그고, 발을 식힌 뒤 다리 밑 너럭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빈 봇짐을 베고 눕자니 별 하나 둘이 떠오르고, 그 별빛을 따라 십 년 전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경신년 그 흉년에 덕보는 젊은 아내와 젖도 다 떼지 못한 아들 하나를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었다. 사흘을 굶고 사흘을 걸어 나루터에 닿았을 때, 배는 한 척뿐이었고 사람은 물결처럼 몰려들었다. 덕보는 앞선 아내와 아들을 먼저 태워 보냈고, 자신은 다음 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배는 반대편 기슭에 닿기 무섭게 어느 골짜기 쪽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후로 아내와 아들의 소식은 감감하였다.
'여보, 저승에 갔거든 섧더라도 날 기다리고, 이승에 있거든 한 번만 더 이 얼굴을 보여다오. 흙 묻은 짚신 한 짝이라도 내 손으로 쥐여주고 싶단 말이야.'
눈시울이 뜨거워져 덕보는 팔뚝으로 눈가를 훔쳤다. 달은 아직 뜨지 않았는데 다리 밑은 어느새 어둑어둑했다. 풀벌레 소리만 귓가를 간질였고, 어디선가 부엉이가 부우우 하고 길게 울었다. 덕보는 허리를 낮추며 봇짐을 고쳐 베었다.
"오늘 같은 날은 그저 꿈도 안 꾸고 잤으면 좋겠구먼. 꿈에라도 그 얼굴 보면 또 사나흘 잠을 못 이룰 터이니."
그리 중얼거리며 스르르 눈을 감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 한 줄기가 휘익 불어와 덕보의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바람결에는 어쩐지 비릿한 쇠 냄새가 섞여 있었다.
※ 2 · 다리 밑에 켜진 퍼런 불
얼마쯤 지났을까. 덕보는 까무룩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스산한 바람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연신 너럭바위 주변을 빙빙 돌더니, 어느 순간 덕보의 뺨을 짝 하고 치고 지나갔다.
"어이쿠야."
덕보가 화들짝 눈을 뜨자 다리 저편에서 퍼런 불꽃 하나가 일렁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등잔불도 아니고 횃불도 아닌, 허공에 홀로 뜬 새파란 도깨비불이었다. 불은 바람도 없이 스스로 너울거리며 개울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듯하였다.
'어이쿠 저것이 무엇이란 말인고. 저것이 말로만 듣던 도깨비불이 아닌가.'
덕보는 숨도 못 쉬고 너럭바위에 납작 엎드렸다. 퍼런 불은 점점 가까워지더니 개울 한가운데 허공에서 뚝 멈추었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누군가 스윽 발부터 내려서는 것이었다. 키는 여덟 자가 넘어 보였고, 머리에는 뿔인지 상투인지 모를 것이 두 개 삐죽 솟아 있었으며, 얼굴은 호박같이 넓고 두 눈은 사발처럼 컸다. 몸뚱이는 울퉁불퉁하고 손에는 때 탄 방망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사람이 아니었다.
'도, 도, 도깨비. 이 나이에 이 밤에 내가 도깨비를 다 보는구나.'
덕보는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것을 겨우 악물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태 들은 말로는 도깨비란 놈은 사람만 보면 씨름을 하자고 덤비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거나 한다던데, 이놈은 너럭바위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더니 턱을 괴고 덕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었다. 표정은 심심해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에이 이놈, 자는 척 말고 일어나거라. 네가 엎드려 벌벌 떠는 것 내 아까부터 다 보았다."
도깨비가 입을 여니 목소리가 항아리 속에서 울리듯 굵직했다. 덕보는 거짓말을 할 재간도 없어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사, 살려주십시오. 소인 늙은 어미 하나 봉양하는 가난한 짚신 장사일 뿐이옵니다. 가진 것이라곤 이 빈 봇짐 하나뿐이오니, 가져갈 것도 없사옵니다."
덕보가 두 손을 싹싹 비비자 도깨비는 오히려 김이 샜다는 듯 피식 콧바람을 내뿜었다.
"네 목숨도 네 짚신도 내 탐낼 바 아니다. 내게 있는 것은 금덩이 은덩이요, 내게 없는 것은 따로 있느니라."
덕보는 조심조심 고개를 쳐들어 도깨비를 올려다보았다. 여덟 자짜리 몸집 위로 두 개의 누런 눈이 심심하기 짝이 없다는 듯 깜빡거렸다. 사발만 한 눈인데도 어쩐지 그 속엔 무척 지루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
"없으신 것이라 하오시면…….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그래, 그것이 무엇인지 정히 궁금하겠지. 내 오늘 밤은 네놈을 해할 마음이 없으니 가까이 오너라. 너와 내가 긴요한 내기를 하나 할 참이다."
도깨비가 방망이로 자기 허벅지를 탁탁 치자 주변의 갈대들이 일제히 사락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덕보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지만 달아날 수도 없었다. 도깨비불 하나가 개울 어귀에 동그마니 떠서 오솔길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보는 무릎걸음으로 슬금슬금 기어 도깨비 앞으로 다가갔다. 너럭바위에 닿은 무릎이 싸늘했고, 입에선 저도 모르게 주문처럼 관세음보살 세 마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3 · 딱 한 번만 웃겨봐라
도깨비는 덕보가 자기 앞 석 자쯤 되는 자리에 엎드리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방망이를 개울물에 푹 담그더니 휘휘 저어 물고기 몇 마리를 후두둑 끌어올렸다. 물고기들은 너럭바위 위에서 팔딱팔딱 뛰었고, 덕보는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깨비는 덕보가 놀란 꼴을 보고 피식 입꼬리를 씰룩이다가 이내 표정을 굳혔다.
"네 이놈 잘 듣거라. 내 나이가 올해로 삼백 년이니라. 삼백 년을 이 다리 밑에 눌러살았고, 삼백 년 동안 숱한 사람을 놀래켜도 보고, 금덩이도 긁어모아 보았고, 씨름깨나 붙어도 보았다. 웬만한 재주는 다 보았고 웬만한 노래는 다 들어보았다. 그런데 말이다."
도깨비가 주먹만 한 손으로 제 넓적한 가슴을 탁탁 쳤다.
"내 이 삼백 년을 살면서 배를 잡고 웃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느니라.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웃음'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맛이 단지 쓴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단 말이다."
덕보는 한참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조심조심 입을 열었다.
"그, 그래서 소인에게……."
"그래서 말이다."
도깨비가 방망이 끝으로 덕보의 코앞을 쿡 가리켰다.
"네가 오늘 밤 내게 딱 한 번만 웃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내 네 소원 하나를 들어주마. 금을 달라면 금을 주고, 땅을 달라면 땅을 줄 것이며, 벼슬이 탐나거든 벼슬길도 틔워주마. 무엇이든 한 가지를 주겠다."
덕보의 눈이 잠시 번쩍 뜨였다가 이내 어두워졌다. 금이든 땅이든 좋으나, 그 말 뒤에 무슨 조건이 붙을지 먼저 들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한, 한 가지요. 그러면 만일 소인이 못 웃겨드리면 어찌 되오이까."
도깨비는 팔짱을 끼더니 눈썹을 씰룩였다.
"그건 내 손에 맡기거라. 목숨까지 가져가지는 않을 터이니 그것은 염려 말고. 대신 네 다리 하나쯤은 내 방망이에 붙들려 한 사나흘 시름시름 앓아야 할지도 모르지. 내 심심풀이가 어지간히 허무하게 끝나면 말이다."
다리 하나가 성치 않다면 짚신 팔러 한양 오가는 건 접어야 할 일이요, 그리되면 늙은 어미 입에 풀칠도 막막해질 노릇이었다. 덕보는 다리 밑 찬 돌 위에 이마를 대고 벌벌 떨었다.
'어쩐다. 내 재주는 고작 짚신 엮는 솜씨뿐인데 무슨 수로 저 삼백 년 묵은 어른을 웃겨드린단 말인가. 아이고 어미야 어미야.'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덕보는 겨우 고개를 들어 도깨비의 누런 눈을 마주 보았다.
"그, 그럼 해보긴 해봐야지요. 다리 한쪽 내어주고 어미 굶기느니, 혀라도 뽑을 각오로 한번 웃겨보겠사옵니다. 시간은 얼마나 주시옵니까."
도깨비는 개울 위로 고개를 돌려 달그림자를 헤아리더니 느긋하게 대답했다.
"저 달이 저 미루나무 꼭대기를 넘기 전까지다. 서너 식경은 족히 남았으니 넉넉하거든 핑계 대지 말고, 모자라거든 재주가 모자란 줄 알거라. 덕보라고 하였더냐. 그 이름 그대로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오늘 밤 판가름 나보자꾸나."
덕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봇짐을 풀어 짚 한 오라기를 입에 물었다. 이제 삼백 년 묵은 도깨비를 상대로 일생일대의 한바탕을 벌일 차례였다.
※ 4 · 덕보의 연이은 실패
덕보가 가장 먼저 꺼낸 것은 마을 사랑방에서 들었던 우스갯소리들이었다. 이웃 동네 장 서방이 장에 갔다가 제 마누라를 다른 집 아낙으로 잘못 알고 등짝을 쳤다는 이야기, 시주 온 중이 떡 대신 콩만 한 됫박 얻어 가슴팍을 콩자루 삼아 돌아갔다는 이야기, 서당 훈장님이 글 가르치다가 졸아서 갓이 먹물 벼루에 풍덩 빠졌다는 이야기까지. 덕보는 목청을 높이고 팔을 내젓고 눈을 부라리며 신나게 풀어놓았다.
"그래서 그 훈장님이 다음 날 양반들 모인 자리에서도 먹물 갓을 고대로 쓰고 오시는 바람에, 그 옆에 앉은 사또 나리가 아, 오늘따라 훈장 그림자가 왜 이리 검으냐고 하셨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덕보는 슬쩍 도깨비 눈치를 보았다. 도깨비는 턱을 괴고 앉아 한가로이 귀를 후비고 있었다. 눈꺼풀도 한 번 깜빡 않은 채 심드렁한 얼굴 그대로였다.
"이야기가 영 시시하구나. 다음."
'허, 거참. 우리 마을에선 이 이야기로 사흘 밤을 배꼽 빠지게 웃어 쓰러졌건만, 삼백 년 묵은 어른 귓구멍엔 솔바람만도 못한가 보구나.'
덕보는 식은땀을 훔치며 두 번째 패를 꺼냈다. 이번에는 흉내 내기였다. 장님이 지팡이로 땅을 더듬는 시늉, 주정뱅이가 한밤중 담벼락을 제 아내 등으로 알고 껴안는 시늉,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머슴이 천자문을 거꾸로 읽는 시늉까지. 덕보는 엉덩이를 씰룩대며 갈대밭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오락가락하였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턱까지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하아, 어떻습니까요 어른. 이만하면……."
"다음."
도깨비는 이번엔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덕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달은 어느새 미루나무의 중허리쯤까지 올라와 있었다.
세 번째는 광대 춤이었다. 덕보는 빈 봇짐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짚신 한 짝을 입에 물고,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 흔들며 장터에서 보았던 사당패 광대의 춤을 흉내 냈다. 팔을 휘휘 돌리다가 발을 헛디뎌 개울물에 풍덩 엉덩방아를 찧었고, 차디찬 물이 등줄기까지 솟구쳐 올라 저고리가 착 달라붙었다. 덕보는 이를 앙다물고 다시 기어 올라와 춤을 마저 추었다.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엉덩이를 씰룩였다.
"어, 어떻습니까요……."
도깨비는 하품을 쩌억 했다.
"네가 힘은 퍽 쓰는구나. 허나 재미라고는 콩알만큼도 없다. 다음."
네 번째로 덕보는 노래를 불렀다. 어릴 적 장돌뱅이 할아범에게 배운 외설스러운 타령이었다. 다섯 번째로는 손으로 괴상한 그림자놀이를 만들어 보였다. 토끼, 뱀, 여우, 멧돼지.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느라 손가락 마디가 뚝뚝 꺾일 지경이었다. 도깨비는 한결같이 하품만 연발할 뿐이었다.
어느새 달은 미루나무 허리께까지 차올라 있었다. 덕보의 입술은 허옇게 말라붙었고, 옷은 아래위 할 것 없이 개울물에 젖어 있었다. 두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생각나는 재주라는 재주는 모조리 꺼냈건만 도깨비의 사발만 한 눈은 단 한 번도 반짝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다리 한쪽이 잘려 나가겠구나. 어미는 누가 봉양하고 내 앞날은 어찌 된단 말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한양 길을 나서지나 말 것을.'
덕보는 그만 무릎을 꿇고 너럭바위에 이마를 찧었다. 이마에 푸른 멍이 배어 나오는데도 아픈 줄을 몰랐다.
"어, 어른. 소인 정말로 아는 재주는 다 꺼내 보였습니다. 이제 더는 꺼낼 것이 없사옵니다. 부디 다리 하나는 말고 팔 한쪽만……."
도깨비는 팔짱을 풀고 방망이를 들어 어깨에 척 걸쳤다. 달빛에 방망이 끝이 시퍼렇게 번쩍였다.
"허허, 그러면 이제 결판을 봐야겠구나. 네놈 다리 어느 쪽이 덜 쓸 만한지 한번 보자."
※ 5 · 내 인생이 제일 웃깁니다
덕보는 번쩍이는 방망이를 보자 눈앞이 노래졌다. 다리 하나가 사나흘 시름시름 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뚝 부러져 나갈 것 같은 기세였다. 그때 문득 덕보의 머릿속을 번쩍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한 대 맞을 바에는, 이 가슴에 얹힌 설움 한 자락이나 풀어놓고 맞자. 내 삶이 남의 이야기보다 백배는 허황되니, 이참에 내 이야기로 맞서보자꾸나.'
덕보는 고개를 들어 도깨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어른. 소인 오늘 한 가지 간곡한 부탁이 있사옵니다. 방망이 한 대 내리치시기 전에, 소인 살아온 이야기 한 토막만 들어주시옵소서. 재미가 없거든 그때 내리치셔도 늦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든 채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네 이야기라. 또 훈장이 갓에 먹물을 쏟더란 소린 집어치워라. 그만하면 내 귓구멍에도 먹물이 들어차겠다."
"아니옵니다 어른. 이번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소인의 이야기이옵니다. 허황되기는 온 나라 으뜸일 것이옵니다. 소 여물보다 못한 인생이옵니다."
도깨비는 눈썹을 삐딱하게 치켜올리더니 방망이를 개울가에 탁 세워놓고 팔짱을 꼈다.
"그래. 한 번 해보거라. 단, 시시하거든 내 봐주지 않는다."
덕보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허리를 쭉 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상하게 그 순간엔 떨림이 가셨다. 어차피 다리 하나 내어놓을 각오로 시작한 이야기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소인 이름은 덕보이옵고, 올해 나이 마흔둘이옵니다. 그런데 말이옵지요, 이 덕보라는 놈이 태어날 때부터 참으로 기구하여, 어미가 소인을 낳던 날 마침 부엌에서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는데 소인이 울음을 하도 우렁차게 터뜨리는 바람에, 아 글쎄 솥뚜껑이 쩔그렁 뒤집히고 된장이 사방으로 튀어 부엌 문턱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 흰 수염에까지 된장이 척 얹혔다 하옵니다. 그때부터 할아버지께서는 소인만 보면 된장 냄새 난다 하시며 고개를 홱 돌리셨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손자 얼굴 한 번 똑바로 안 보셨다 합지요."
덕보가 된장 묻은 할아버지 수염을 손짓으로 벅벅 긁는 시늉을 하자 도깨비의 한쪽 눈썹이 찔끔 움찔했다. 덕보는 멈추지 않았다.
"소인 일곱 살에 서당에 갔는데 훈장님이 '천자문을 외우라' 하시어 '하늘 천 따 지 가마솥 뚜껑 강' 하고 외워서는 뒤통수를 꽝 맞고 쫓겨났사옵고, 열다섯에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 호랑이가 소인을 한참 찬찬히 뜯어보더니 '너는 살이 너무 없어 못 먹겠다' 하고 혀를 쯧쯧 차며 돌아서 가버리니, 어찌나 서러운지 엉엉 울다가 산을 내려왔사옵지요. 짐승도 먹지 않겠다는 이 몸뚱이가 바로 여기 앉은 덕보이옵니다."
도깨비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덕보는 이때다 싶어 신이 나서 더 자질구레한 곡절을 풀어놓았다.
"스물에는 과거 본답시고 한양 길에 올랐는데 도중 비바람에 쓰고 간 갓이 휙 날아가 강물에 빠진 것을 건지려다 소인도 풍덩 빠져, 물고기 떼에 휩싸였다가 사흘 만에 건져진 후로는 물만 보면 어깨가 절로 으쓱거리고, 서른에 장가든 색시는 소인 코 고는 소리가 저승 문 여는 소리 같다 하여 첫날밤 이후 잠은 늘 따로 자고, 서른다섯엔 소 한 마리 사다가 쟁기질 해보겠다고 몰고 나갔는데 소가 되레 소인을 끌고 동구 밖까지 달려가 이웃 영감 배추밭을 홀랑 뜯어 먹이고 돌아오니, 영감님이 소인에게 소 품삯을 받아 가시더이다."
거기까지 말하자 도깨비가 뜻밖의 소리를 냈다.
"푸후후훗."
자그마하지만 분명히 웃음이었다. 덕보는 얼른 그 여세를 몰아갔다.
"거기다가 이번에 한양 장사 나갔을 적에는, 짚신 한 켤레 팔겠다고 저자에 사흘을 앉아 있었는데 웬 양반 하나가 와서 소인 짚신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이 짚은 소 여물로도 쓰지 못할 짚이다' 하고는 휙 가버리더이다. 어른, 생각해 보십시오. 소 여물보다 못한 짚으로 삼은 짚신을, 사흘을 들고 앉아 파는 이 놈이 바로 덕보이옵니다. 그러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깨비 어른을 만나 다리 하나 내어드릴 판이니, 이만하면 허황되기 첫손이 아니옵니까."
도깨비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방망이를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배를 잡고 너럭바위 위로 벌러덩 뒤로 넘어가며 깔깔깔 웃어댔다. 삼백 년 만의 웃음소리였다. 웃음은 다리를 지나 갈대밭을 지나 달 위까지 울려 퍼졌다. 버드나무 잎 하나가 웃음 끝에 흔들리다가 떨어져 개울물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흘러갔다.
※ 6 · 돈보다 큰 복을 주마
도깨비는 한참을 뒹굴며 웃었다. 웃다가 숨이 차 캑캑 기침을 하고, 기침하다 다시 웃고, 웃다가 또 눈물까지 찔끔 흘리고. 너럭바위가 쿵쿵 울리고 개울물이 출렁이고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도 없이 흔들렸다. 덕보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가만히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무섭기만 하던 여덟 자짜리 몸뚱이가 저렇게 배를 잡고 뒹굴며 웃어대니 어쩐지 정이 들 것도 같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도깨비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쓱 훔친 뒤, 다시 덕보 앞에 좌정하더니 허어 하고 긴 숨을 뽑았다.
"허어, 내 삼백 년을 살면서 이처럼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것은 처음이다. 소 여물보다 못한 짚신이라니. 호랑이가 못 먹겠다 하더라니. 푸흡, 아니 아니, 다시 웃기면 또 약조를 못 지키니 그만두어야겠다."
도깨비는 애써 입꼬리를 눌러 내리더니 자세를 고쳐 앉고 두 무릎에 손을 얹었다. 그 눈빛이 아까의 심드렁하던 빛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어딘가 아득하면서도 따뜻한 빛이었다.
"덕보 네 이놈. 약속대로 네 소원 하나를 말하여라. 내기에는 네가 이겼으니 나 도깨비가 거짓말은 않는다. 금을 말하면 금이요, 벼슬을 말하면 벼슬이다. 주저 말고 말하여라."
덕보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벼슬을 청할까, 금덩이를 청할까, 밭뙈기를 청할까. 생각 같아서는 어미 봉양할 땅 몇 마지기에 새 집 한 채, 그 위에 엽전 스무 꿰미면 남은 평생이 든든할 것이었다. 그러나 덕보의 입에서 막상 나온 말은 엉뚱한 것이었다. 방금 전 웃음 끝에 열린 가슴 깊은 곳에서 묵은 설움이 먼저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어른. 소인 이제 나이 마흔둘이옵고, 늙은 어미도 이제 칠순을 바라보옵니다. 금이나 땅이 생기면 어미 봉양이야 한결 편하겠지요. 그러나 소인 오늘 밤 어른 앞에 와서 제 지나온 설움을 웃음으로 풀어놓고 보니, 정작 이 가슴 한복판에 박힌 것은 돈도 벼슬도 아니요 잃어버린 처자식이옵니다."
덕보는 고개를 숙이고 목이 메는 소리로 말을 이었다.
"경신년 흉년에 피난길에서 아내와 갓난 아들을 먼저 배에 태워 보냈다가 그길로 생사를 모른 지 꼭 십 년이 되었사옵니다. 저승에 갔거든 안타깝지만 마음 편히 보내드리겠사오나, 이승 어디엔가 숨이라도 붙어 있거든 그 얼굴 한 번만, 딱 한 번만 다시 보았으면 하는 소원이 소인의 평생소원이옵니다. 금은보화도 이 소원 앞에선 흙먼지 같사옵니다, 어른."
덕보의 눈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너럭바위 위에 점점이 얼룩을 만들었다. 도깨비는 아까의 웃음기를 거두고 묵묵히 듣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네놈이 웃음을 팔았으되 정작 네 가슴엔 울음이 가득하였구나. 돈보다 크고 금보다 귀한 복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법이다. 내 삼백 년을 살았어도 사람의 그 마음 하나는 어찌 지어볼 수가 없었느니라. 금덩이 은덩이야 내 방망이 한 번이면 열 수레인데,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 뜨거운 가슴은 방망이로 어림도 없더구나."
도깨비는 방망이를 집어 들더니 땅을 탁 내리쳤다. 퍼런 불꽃이 잠시 일었다가 사그라들었고, 개울물 위엔 아주 잠깐 사람 둘의 얼굴 같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다 사라졌다.
"네 처자식은 죽지 않았다. 살아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 백이십 리, 남한강 상류에 '버들마을'이라 하는 작은 마을이 있다. 그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 초가 한 채에, 네 처가 네 아들 데리고 삯바느질하며 살고 있느니라. 네 처는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그 느티나무 아래서 남쪽 하늘을 한참 올려다보고 한 번씩 운다. 누굴 기다리는 것인지, 네놈이 가서 보면 알 것이다."
덕보는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도깨비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이번엔 비웃음이 아니라 퍽 따뜻한 웃음이었다.
"어서 날이 밝거든 지체 말고 떠나라. 이 도깨비 오늘 밤 삼백 년 만에 웃음이 무엇인지를 네 덕에 알았으니, 이만하면 내 쪽에서도 크게 남는 장사였다. 내 이 다리 밑에 다시는 얼씬거려 네놈 길을 막지 않을 것이야."
※ 7 · 십 년 만의 재회
도깨비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퍼런 불꽃을 자기 몸에 휘감더니, 훅 하고 한 줄기 바람으로 변해 다리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너럭바위 위엔 덕보 혼자 우두커니 주저앉아 있었고, 도깨비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반질반질한 엽전 한 꿰미만이 동그마니 놓여 있었다. 노잣돈이라도 삼으라는 뜻인지, 그 한 꿰미는 요새 엽전과는 모양이 조금 달라 어쩐지 예스러운 광채가 서려 있었다. 덕보는 그것을 품에 고이 넣고 두 손을 모아 너럭바위 앞에 한 번 절을 했다.
"어른, 고맙사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사옵니다. 소인 웃어드린 것이 아니라, 어른께서 소인 평생 울음을 웃음으로 바꿔주신 것이옵니다."
동이 트기 무섭게 덕보는 개울물에 얼굴을 씻고 길을 나섰다. 동쪽으로 백이십 리라 하였다. 발바닥이 부풀고 다리가 저려도 쉴 생각이 없었다. 주막이 보이면 엽전 한 닢에 주먹밥 하나 얻어 입에 물고 다시 걸었다. 사흘 낮 사흘 밤을 꼬박 걸어 나흘째 해 질 녘, 드디어 먼 발치에 강이 굽어 보이고 버드나무가 죽 늘어선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어귀엔 과연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서 있었다.
덕보는 느티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 거친 숨을 골랐다. 마침 그날이 칠월 보름이었다. 저녁노을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시각, 마을 쪽에서 한 여인이 대바구니 하나를 끼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여인은 느티나무 아래 이르자 바구니를 살포시 내려놓고 남쪽 하늘을 오래오래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이 십 년 세월에 조금 수척해졌으되, 어찌 덕보가 제 아내의 얼굴을 몰라볼 수가 있으랴. 눈꼬리에 가느다란 주름 하나가 늘었을 뿐이었다.
"여, 여보."
덕보의 입에서 저절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여인이 흠칫 놀라 고개를 휙 돌렸다. 순간 여인의 눈이 왕방울만 해지더니 바구니가 툭 떨어지고 두 손이 입을 가렸다.
"서, 서방님. 서방님이십니까. 정말로 서방님이십니까……."
덕보는 한 걸음 떼고 비틀, 또 한 걸음 떼고 비틀, 그러다가 결국 달려가 아내를 덥석 붙들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하나둘 모여들었고, 그중엔 이제 열한 살이 된 훌쩍 큰 사내아이가 눈이 동그래져 어미 뒤에 서 있었다. 까맣고 똘똘한 눈이 꼭 어릴 적 덕보를 그대로 닮아 있었다.
"아이고 이놈아, 아버지다, 아버지야. 매달 어미와 이 나무 밑에서 기다리던 그 아버지야."
아내가 눈물로 뺨을 적신 채 아들의 등을 살며시 떠밀었다. 아들은 쭈뼛쭈뼛 다가와 덕보의 손을 조심조심 잡아보았다. 굳은살 박인 아비의 손과 얇디얇은 아이의 손이 맞잡히는 순간, 덕보의 가슴속에서 십 년 묵은 무엇인가가 쏴아 하고 씻겨 내려갔다. 덕보는 아들을 번쩍 안아 올리고 엉엉 울어버렸다. 아들도 덕보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처음 보는 아비의 냄새를 킁킁 맡았다.
그 뒤의 일은 버들마을 사람들도 덕보네 고향 사람들도 두고두고 입에 올리는 이야기가 되었다. 덕보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고, 늙은 어머니는 며느리 손을 잡고 꺼이꺼이 울며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덕보가 품에 지녀온 도깨비의 엽전 한 꿰미는 어쩐지 쓰면 쓸수록 주머니가 가벼워지지 않아, 식구 넷이 굶지 않고 지낼 만큼이 언제나 남아 있었다. 그러나 덕보는 그 엽전에 의지해 게으름 부리지 않고, 전보다 더 정성껏 짚을 고르고 짚신을 삼아 장에 내다 팔았다. 이웃들은 그 짚신이 어찌 그리 튼튼한지 모르겠다며 다투어 사 갔다.
덕보는 그 뒤로도 평생 그 돌다리 밑을 지날 때마다 너럭바위 앞에 술 한 잔을 부어놓고 절을 하고 갔다. 삼백 년 묵은 도깨비가 배를 잡고 웃던 그 밤, 돈보다 크고 금보다 귀한 복이 이 집안에 굴러 들어온 날이었다. 그리고 버들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에는, 그 뒤로 한 번도 혼자 우는 여인이 앉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계서야담』에 전해져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니, 웃음이 곧 복이요, 간절한 마음 하나가 천금보다 무겁다 하는 옛말이 그래서 생겨난 것이라 하더이다.
유튜브 엔딩멘트
삼백 년 묵은 도깨비를 마침내 웃게 만든 짚신장수 덕보의 이야기,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돈보다 큰 복은 늘 우리가 가장 간절히 그리워하던 그 자리에 있다는 옛 어른의 지혜가 오늘 여러분 하루에도 따뜻하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댓글은 다음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썸네일 이미지 프롬프트 (16:9, no text)
Cinematic 16:9 photorealistic scene of a moonlit Joseon-era stone bridge arching over a narrow stream deep in the Korean countryside at night, thick pale mist curling above the dark water, tall reeds and drooping willow branches swaying softly on both banks. Under the bridge, a humble middle-aged Korean peddler in worn earth-toned hanbok and straw sandals kneels on a wide flat mossy rock, his small empty cloth bundle beside him, eyes wide with astonishment, lit warmly from one side. Across from him looms a massive traditional Korean dokkaebi, roughly eight feet tall, with two small knobby horns on its head, enormous glowing yellow lantern-like eyes, weathered greenish-gray skin, a broad squat face, holding a thick wooden spiked club resting on its shoulder, a gentle amused half-smile curling at its mouth. A pale blue ghostly dokkaebi-fire floats in the air between them, casting eerie bluish glow on mossy rocks and rippling water. Full silver harvest moon hangs above the tall trees in the background. Atmosphere is mystical yet warm-hearted, painterly cinematic lighting, soft atmospheric haze, rich color contrast of deep blue night and warm lantern-like amber glow, traditional Korean folklore aesthetic, highly detailed textures on fabric, skin, and stone. Absolutely no text, no letters, no captions, no logos, no waterma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