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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가 가져온 기막힌 선물 , 밤마다 곡소리하던 과부 월임 (조선 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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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 멘트 (300자 내외)

    "밤마다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 독수공방을 지키던 청상과부 월임이! 그녀의 구슬픈 곡소리에 잠 못 이루던 도깨비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시끄러워! 내 오늘 밤, 네년의 그 징글징글한 외로움을 딱 해결해 주마!' 도깨비가 요술 방망이 대신 들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남정네'? 그런데 이 도깨비, 눈이 삐었는지 데려오는 사내마다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 있는데... 과연 월임이는 도깨비의 도움으로 쓸만한 서방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배꼽 빠지는 도깨비의 중매 대작전, 지금 시작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꽃다운 나이에 서방 잃고 홀로 된 월임이. 겉으로는 정절을 지키는 열녀인 척하지만, 속은 외로움에 타들어 가는 여인입니다. 달이 차오르는 밤이면 사무치는 그리움과 정욕(?)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데... 그녀의 울음소리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린 산신령... 아니, 동네 건달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네 소원대로 새신랑 하나 업어다 줄 테니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과부의 한을 풀어주려다 오히려 일을 더 꼬아버리는 엉뚱한 도깨비와, 님을 찾아 헤매는 과부의 좌충우돌 로맨스 야담! 오늘 밤, 여러분을 웃음과 감동의 도가니로 초대합니다.

    ※ 독수공방 긴 긴 밤

    자, 옛날 저기 강원도 두메산골에 ‘월임’이라는 아낙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몇이냐? 이제 갓 스물둘, 꽃봉오리가 막 터질락 말락 하는 아주 곱디고운 나이였지요. 헌데 이 팔자가 어찌나 사나운지, 시집간 지 보름 만에 신랑이 뒷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저승길로 떠나버렸지 뭡니까. 아이고, 쯧쯧쯧. 첫날밤 치르고 며칠이나 지났다고,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었으니 동네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요. "잡아먹었네, 잡아먹었어. 남편 잡아먹을 상이라더니..."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월임이 가슴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진짜 문제는 남들의 수군거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밤이었습니다. 낮이야 시어머니 눈치 보며 밭 매고, 물 긷고, 소 여물 쑤느라 정신없이 보낸다 치더라도, 해가 꼴딱 넘어가고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면 그때부터가 생지옥인 겁니다. 방구석에 홀로 앉아 호롱불 심지를 돋우는데, 문풍지는 윙윙 바람 소리에 떨고, 빈 옆자리는 어찌나 넓고 차가운지...

    오늘도 월임이는 잠 못 들고 바느질을 합니다. 바늘구멍에 실을 꿰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 구멍이 두 개로 보였다 세 개로 보였다 합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남들은 저 나이에 아이 업고 젖 물리며 깨가 쏟아지는데, 나는 이 무슨 날벼락인가. 서방님, 야속한 서방님. 가시려거든 정이나 떼고 가시지, 어찌 몸만 홀랑 가셨소..."
    월임이 한숨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러다 문득, 몸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울컥 치솟습니다. 스물둘, 혈기 왕성한 나이 아닙니까? 정절도 중요하고 열녀도 중요하지만, 살갗에 닿는 이불의 서늘함이 뼈에 사무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노릇이지요. 월임이는 바느질하던 바늘을 들어 자신의 허벅지를 쿡 찌릅니다.
    "아얏! 정신 차려라, 이 년아. 네가 짐승이냐? 서방 잃은 지 3년도 안 지났는데 사내 생각이 웬 말이냐!"
    피가 찔끔 나오는데도 그 아픔으로 딴생각을 쫓아내려 애를 씁니다. 헌데, 그게 됩니까? 밖에선 수컷 고양이들이 짝을 찾아 '야옹~ 야옹

    ' 울어대고, 뒷산 부엉이도 '우우

    ' 하며 암컷을 부르는데, 천지가 짝을 찾아 난리인데 이놈의 방구석만 한겨울입니다. 월임이는 결국 바느질고리를 밀어버리고 이불을 뒤집어씁니다. 그리고는 베개를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를 왜 이리 곱게 낳으셨소! 차라리 곰보에 째보로 낳으셨으면 서방 생각 안 하고 혼자 잘 살 것을! 아이고 서러워라! 아이고 외로워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구슬프고 처량한지, 지나가던 달님도 민망해서 구름 뒤로 숨어버리고, 마당에 묶인 누렁이도 밥맛이 떨어져 밥그릇을 엎을 지경이었습니다. 기와지붕 위에 앉아 있던 참새들도 잠을 못 자고 "짹짹! 아줌마, 제발 잠 좀 잡시다!" 하고 항의를 할 판이었지요.
    월임이는 울다가 지쳐서 베갯잇을 다 적시고, 콧물을 훌쩍이며 돌아눕습니다. 벽을 보고 누우니 벽에서 찬 기운이 나오고, 천장을 보니 천장 대들보가 서방님 얼굴로 보입니다. 환장할 노릇이지요. "누가 이 내 마음을 알꼬... 지나가던 도둑놈이라도 좋으니, 제발 문 좀 박차고 들어와 줬으면 좋겠다."

    ※ 곡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자, 월임이가 한창 목청을 높여 "아이고, 내 청춘아!"를 부르짖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밖에서 불어오던 바람 소리가 뚝 끊깁니다. 그러더니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는데, 마당에 있던 개조차 짖지 않습니다. 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 월임이가 울음을 뚝 그치고 방문을 쳐다보는데, 문풍지에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쑥 나타납니다. 사람 그림자라기엔 머리가 너무 크고, 짐승이라기엔 두 발로 서 있는, 아주 기괴한 형상이었지요.
    "누, 누구시오? 시, 시어머님이십니까?" 월임이 목소리가 염소 똥 싸듯 달달 떨립니다.
    그때, 방문이 '덜커덩!' 하더니 저절로 활짝 열립니다. 찬바람이 훅 들어오며 호롱불이 꺼질 듯 말 듯 춤을 추는데, 그 문지방에 서 있는 꼴을 보니 가관입니다. 키는 팔척장신인데, 머리털은 빗자루 몽둥이 같고, 눈은 왕방울만 한데 뻘겋게 충혈되어 있고, 손에는 웬 묵직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더 기막힌 건 이 녀석한테서 구수한 메밀묵 냄새와 쉰 막걸리 냄새가 진동을 한다는 겁니다.

    "네가... 네가 밤마다 징징 짜는 그 과부냐?"
    목소리는 또 쇠 긁는 소리처럼 걸걸합니다. 월임이는 기절초풍하여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덜덜 떱니다.
    "사, 살려주세요! 도둑님, 가져갈 건 저기 깨진 요강 하나밖에 없습니다요!"
    그러자 그 괴물, 아니 도깨비가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와 털썩 주저앉습니다. 방바닥이 울렁거릴 정도였지요.
    "도둑?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도둑 타령이냐? 나는 저 뒷산 당산나무골에 사는 김 서방이다, 김 서방! 도깨비란 말이다!"
    "도, 도깨비요?" 월임이가 이불 틈으로 눈만 빼꼼 내밀고 쳐다봅니다. 무서운 건 둘째치고, 도깨비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한 게지요.
    도깨비가 씩씩거리며 말을 잇습니다.
    "야, 이 아낙네야. 내가 너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 잠을! 3년이다, 3년! 매일 밤마다 '아이고 서방님, 아이고 외로워라' 하고 울어대니, 내가 신경쇠약에 걸려 머리털이 다 빠질 지경이다! 내 다크서클 내려온 거 안 보이냐?"

    도깨비가 들이미는 얼굴을 보니, 진짜 눈밑이 거무죽죽한 게 잠 못 잔 티가 확 납니다. 월임이는 무서움도 잊고 억울함이 솟구쳤습니다.
    "아니, 그럼 서방 잃은 과부가 울지, 웃습니까? 오죽하면 울겠어요! 댁이 내 속을 알아요?"
    월임이가 대들자 도깨비가 움찔합니다. 보통 계집들은 기절을 하는데, 이 과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드니 말입니다.
    "어허! 이 여편네가 기가 보통이 아니네? 그래, 네 속이 뭔데? 서방 없는 게 그리 서러우냐? 밤이 그리 무서워?"
    월임이가 콧물을 훌쩍이며 대답합니다.
    "무섭고말고요. 밤은 길고, 몸은 춥고... 남들은 짝이 있어 도란도란 사는데, 나는 벽보고 이야기하는 게 일상이오. 도깨비님은 좋겠수. 방망이 하나면 뚝딱 다 나오니, 외로움도 뚝딱 없애버리면 그만 아니오?"
    도깨비가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씨익 웃습니다. 그 웃음이 참으로 짓궂어 보입니다.
    "옳지! 그러니깐 네 소원은, 밤에 춥지 않게 해줄 서방이 필요하다, 이거지?"
    월임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집니다.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다... 그냥 듬직한 사람 하나 있으면..."

    도깨비가 무릎을 탁 칩니다. "좋아! 내 오늘부로 네 소원을 들어주마. 내 이 신통방통한 능력으로 네 짝을 하나 데려다줄 테니, 그 대신 약속 하나 해라. 서방 생기면 다시는 밤에 곡소리 내지 않기로! 내 잠 좀 자자, 제발!"
    월임이는 귀가 번쩍 뜨입니다. 도깨비의 능력이면 못 할 게 없다는데, 혹시 압니까? 저기 한양 과거 급제한 선비님이라도 데려올지?
    "정말입니까? 정말 제 짝을 찾아주시렵니까?"
    "아따, 이 김 서방이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봤냐? 오늘 밤부터 내가 중매쟁이가 되어 줄 테니, 넌 딱 기다리고 있어라! 오늘 밤 당장 첫 번째 후보를 데려올 테니!"
    도깨비는 그 말을 남기고 방문을 박차고 휙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머, 어머! 이게 웬일이야. 오늘 밤 당장 데려온대! 머리라도 좀 빗고, 연지곤지라도 찍어야 하나?"
    눈물범벅이던 얼굴을 씻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월임의 심장이 쿵쾅쿵쾅 뜁니다.

    ※ 힘만 센 돌쇠? 아니면 곰?

    달이 중천에 뜨고, 밖에서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치 땅이 울리는 것 같았지요. 월임이가 깜짝 놀라 방문을 여니, 도깨비 김 서방이 싱글벙글 웃으며 서 있는데, 그 옆에... 아이고 맙소사. 사람인지 산짐승인지 분간이 안 가는 거대한 덩어리가 하나 서 있는 겁니다. 키는 지붕 처마에 닿을 듯하고, 어깨는 떡 벌어진 황소 같고, 얼굴은 수염으로 뒤덮여 눈코입이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사내였습니다.
    "자! 약속대로 데려왔다. 이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랫마을 장사 '돌석'이다! 힘이 어찌나 좋은지 맨손으로 소를 때려잡고, 아름드리나무를 무 뽑듯 뽑아버리는 천하장사지. 네가 밤마다 춥다고 했지? 이놈 품에 안기면 추위는커녕 쪄 죽을지도 모른다. 어떠냐, 든든하지?"

    월임이는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힘 좋다'는 말에 혹해서 방으로 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내, 들어오면서부터 사단이 납니다. "으허허, 실례합시다!" 하며 들어오는데, 어깨가 문틀에 껴서 '우지끈!' 하고 문짝이 박살이 나버린 겁니다. 월임이가 "아이고, 내 문짝!" 하며 비명을 지르는데, 돌석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이 좁구만" 하며 털썩 앉습니다. 그 바람에 구들장이 '푹!' 하고 꺼져버렸지 뭡니까.
    월임이는 울상이 되어 "저기... 식사는 하셨소?" 하고 물으니, 돌석이가 "아직 못 먹었소!" 하는데 목소리가 천둥소리 같습니다. 월임이가 부랴부랴 밥상을 차려오는데, 밥그릇을 보더니 돌석이가 인상을 팍 씁니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그러더니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솥뚜껑을 열고, 밥솥째 들고 숟가락도 없이 손으로 퍼먹기 시작합니다. '쩝쩝, 우걱우걱' 먹는 소리가 마치 돼지 우리에 온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쌀독을 다 비우고는 "꺼억!" 트림을 하는데, 그 냄새에 촛불이 꺼져버렸습니다.

    "아이고, 내 쌀독! 저게 한 달 치 양식인데!" 월임이가 땅을 치는데, 돌석이는 배부르다며 대자로 드러눕습니다. 코를 골기 시작하는데, "드르렁! 퓨우! 드르렁! 퓨우!" 그 소리에 천장 쥐들이 놀라 후두둑 떨어지고, 기둥이 흔들립니다. 월임이가 "이보시오, 일어나시오! 집 무너지겠소!" 하고 흔들어도 꿈쩍도 안 합니다. 마치 바위 덩어리를 흔드는 것 같았지요. 게다가 이 사내, 잠버릇이 얼마나 고약한지 팔을 한번 휘두르니 장롱 문짝이 날아가고, 다리를 뻗으니 화로가 엎어집니다.
    월임이는 공포에 질려 마당으로 뛰쳐나와 도깨비를 찾습니다.
    "도깨비님! 도깨비님! 사람 살려요! 저건 서방이 아니라 곰이요, 곰! 밥만 축내고 집 다 부수고, 저러다 오늘 밤에 내가 깔려 죽겠소! 제발 도로 가져가시오!"
    도깨비가 나무 위에서 낄낄거리며 내려옵니다.
    "어허, 튼튼하고 좋다더니 왜 그래? 곰 같아서 싫다 이거지? 쳇, 까다롭긴. 알았다, 알았어. 내가 곰 같은 놈 말고, 아주 점잖고 얌전한 놈으로 다시 데려오마."

    ※ 입만 산 한량 선비

    문짝 고치고 쌀독 닦아놓느라 진을 뺀 월임이 앞에 도깨비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자, 이번에는 네 마음에 쏙 들 거다. 힘만 센 무식한 놈 싫다 해서, 아주 학식 높고 고상한 '선비' 나리를 모셔왔다. 얌전하고 말도 잘 통할 게다."
    월임이가 보니, 이번에는 아주 비쩍 마르고 허여멀건 한 사내가 갓을 쓰고 뒷짐을 지고 서 있습니다. 생김새는 샌님처럼 생겨서 밥은 많이 안 먹겠다 싶어 일단 안심하고 방으로 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선비, 방에 들어오자마자 팔자걸음으로 방을 한 바퀴 휘휘 돌더니 혀를 '쯧쯧' 찹니다.
    "허허, 방 안의 풍수지리가 영 엉망이로구나. 문은 남향이나 기운이 음하고, 벽지의 색깔이 탁하니 주인의 심성이 어지러운 게야. 부인, 어찌 집안 꼴을 이리 하고 사시오?"
    첫 마디부터 지적질입니다. 월임이는 기가 막혔지만 꾹 참았습니다. "오시느라 고단하실 텐데 물 한 잔 드릴까요?" 하고 물으니, 선비가 정색을 합니다.
    "물이라니! 선비가 어찌 맹물을 마시겠소? 혹시 국화차나 오미자차 없소? 그리고 물은 반드시 새벽에 길어온 정화수여야 하오. 방금 뜬 물은 비린내가 나서 못 쓰니."

    월임이가 부들부들 떨며 맹물을 갖다주니, 선비는 소매로 코를 막고 마지못해 한 모금 마시더니 또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부인, 여자의 도리란 무엇인지 아시오? 삼종지도라 하여 어릴 땐 아비를 따르고, 출가해선 지아비를 따르고... 에또, 공자님 말씀에..."
    밤이 깊어가는데, 이놈의 선비는 옷고름도 풀 생각은 안 하고 주구장창 공자 왈 맹자 왈 설교만 늘어놓는 겁니다. 월임이가 넌지시 "저... 밤이 깊었는데 이제 불 끄고 주무시지요..." 하며 신호를 보내도 눈치라곤 약에 쓸래도 없습니다.
    "잠이라니! 군자는 밤에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법이오. 내 오늘 부인에게 '내훈(內訓)'을 한 편 읊어줄 터이니 무릎 꿇고 경청하시오. 자, 첫째..."
    그러더니 붓과 벼루를 꺼내 먹을 갈아달랍니다. 시를 한 수 지어야 잠이 오겠다나 뭐라나. 월임이가 억지로 먹을 갈아주는데, 선비가 타박을 합니다.
    "어허, 손목에 힘을 빼고 둥글게 갈아야지. 그리 무식하게 갈아서야 먹 향이 살겠소? 쯧쯧, 배움이 부족한 아낙이로고."
    이쯤 되니 월임이의 인내심 뚜껑이 확 열려버렸습니다. 독수공방 외로움 달래려다 훈장님 모시고 서당 개가 된 꼴이니 말입니다. 월임이가 벌떡 일어나 먹물을 선비 얼굴에 확 끼얹어 버렸습니다.
    "에라이, 이 화상아! 공자님이 밥 먹여 주냐? 맹자님이 내 등 긁어주냐고! 서방 구한다 했지 시아버지 구한다 했냐! 썩 꺼져라!"

    선비는 얼굴이 까맣게 되어 "아이고, 망측해라! 여자가 이리 드세서야!" 하며 도망을 치고, 월임이는 빗자루를 들고 쫓아나가 엉덩이를 후려쳤습니다.
    "다신 오지 마! 입만 산 놈은 쳐다보기도 싫다!"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도깨비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옵니다.
    "거참, 힘센 놈도 싫다, 똑똑한 놈도 싫다... 너란 여자 참 맞추기 힘들구나. 얌전한 게 좋다며?"
    월임이가 씩씩거리며 소리칩니다.
    "얌전하랬지 누가 훈계질하랬소?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내 말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지, 나를 가르치려는 사람은 필요 없단 말이오!"
    "허허, 이거 큰일이네. 힘도 안 되고 글도 안 되고... 그럼 도대체 어떤 놈을 데려와야 한단 말이냐? 옳지! 딱 하나 남은 놈이 있는데... 이놈은 좀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사람 냄새는 제일 많이 나는 놈이다.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더 보자. 응?"

    ※ 운명처럼 나타난 그놈

    두 번이나 난리를 치고 나니 새벽닭이 울기 일보 직전입니다. 월임이는 이제 기대는커녕 체념한 얼굴로 찌그러진 문짝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지요. "내 팔자에 무슨 서방복이 있겠나. 그냥 이러다 늙어 죽어야지." 하고 있는데, 도깨비가 머리를 긁적이며 쭈뼛쭈뼛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뒤에 누군가를 데려오긴 했는데, 억지로 끌고 오는 게 아니라 마치 올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을 등 떠밀어 데려온 것 같습니다.
    "에이, 이 답답한 놈아! 들어가라니까! 사내새끼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문 앞에서 뱅뱅 돌기만 하면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도깨비의 타박에 떠밀려 문지방을 넘은 사내. 월임이가 고개를 들어 보니, 낯이 익습니다. 아랫마을에 사는 칠성이 아닙니까? 부모도 없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사는데, 말수는 적어도 성실하기로 소문난 그 칠성이 말입니다. 옷차림이야 남루한 베옷에 짚신 차림이지만, 그 눈빛만은 새벽별처럼 맑고 그윽했지요.

    칠성이는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마루 끝에 어정쩡하게 서서 고개만 푹 숙입니다. "아, 저... 도깨비님 등쌀에 못 이겨 오긴 했습니다만... 부인께서 싫다 하시면 당장 물러가겠습니다." 목소리가 기어 들어갑니다.
    월임이가 가만히 보니, 칠성이 손에 무언가 들려 있습니다. 투박한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문고리와 못 몇 개, 그리고 망치였습니다.
    "그건... 무엇입니까?"
    칠성이가 얼굴이 벌게져서 대답합니다.
    "아까... 지나가다 보니 문짝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서... 밤바람이 찰 텐데 문이라도 고쳐드려야 할 것 같아서..."
    월임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앞서 온 놈들은 밥 내놔라, 시 짓겠다 하며 제 욕심만 차렸는데, 이 사람은 부서진 문짝을 걱정해 주는 겁니다. 월임이가 들어오라 손짓하니, 칠성이는 신발을 벗는데 행여나 먼지라도 묻을까 봐 옷자락으로 발을 쓱쓱 닦고 조심스레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망치를 들어 찌그러진 문틀을 펴고, 문고리를 답니다. '뚝딱, 뚝딱' 그 망치질 소리가 어찌나 정겹고 듬직하게 들리는지, 월임이 눈에는 눈물이 핑 돕니다.

    문짝을 다 고친 칠성이가 이번에는 아까 선비 놈이 엎어놓은 물그릇을 봅니다. 말없이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는데, 무릎을 꿇고 구석구석 정성스레 닦습니다.
    "부인, 놀라셨지요. 이제 찬바람은 안 들어올 겁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주무십시오. 저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칠성이가 일을 다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도깨비가 천장에서 소리칩니다.
    "아이고, 이 곰탱이보다 더한 놈아! 그냥 가면 어떡해! 손이라도 한번 잡아봐야 할 거 아니야!"
    하지만 칠성이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습니다.
    "아닙니다. 감히 제가 넘볼 분이 아니지요. 부인, 부디 건강하시고... 좋은 짝 만나 행복하십시오."
    그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지, 월임이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사람을 보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잠시만요! 칠성 총각!"
    월임이의 외침에 칠성이가 멈칫 섭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적. 이 정적은 외로움의 정적이 아니라, 설렘의 정적이었습니다. 드디어 도깨비의 중매가 빛을 발하려는 순간입니다!

    ※ 도깨비불 아래서 맺어진 인연

    월임이가 와락 달려가 칠성이의 옷소매를 잡았습니다. 거친 삼베옷의 까슬까슬한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데, 그게 싫지가 않고 오히려 가슴을 찌릿하게 만듭니다. 칠성이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천천히 돌아보는데, 호롱불 아래 비친 월임이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옥구슬처럼 떨어질락 말락 합니다.
    "그냥... 가시렵니까? 부서진 문짝만 고쳐주고, 뻥 뚫린 제 마음은 고쳐주지 않고 그냥 가시렵니까? 예?"
    월임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칠성이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사실 칠성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냇가에서 빨래하는 월임이를 먼발치에서 훔쳐보며 남몰래 연정을 품어왔던 겁니다. 하지만 자신은 가진 것 없는 머슴이고 월임이는 비록 과부지만 양반가 며느리였으니,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해왔던 것이지요.
    두 남녀가 서로 쳐다만 보고 말은 못 하고, 아주 애가 타는 상황입니다. 이때, 눈치 하나는 백 단인 우리 도깨비 김 서방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에헤이, 답답해서 못 보겠네! 분위기가 왜 이리 축축해? 초상집이야? 내 좀 도와줘야겠구만! 오늘 내가 아주 작정을 했다, 작정을 했어!"
    도깨비가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딱!' 하고 튕깁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마당 허공에 파르라니 도깨비불 수십 개가 '펑! 펑! 펑!' 하고 피어오르더니,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가 마당으로 쏟아져 내린 듯 영롱하고 신비로운 불빛이 두 사람을 감싸고돕니다. 붉은 불, 푸른 불이 춤을 추며 칠흑 같던 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그리고 꿈결처럼 아련하게 비춥니다.

    그 황홀한 불빛 아래, 칠성이가 용기를 내어 월임이의 잡은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쌉니다. 그 손바닥이 밭일하느라 굳은살이 박여 거북이 등껍질처럼 거칠기 짝이 없지만, 월임이에게는 비단보다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칠성이가 침을 꼴깍 삼키고,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말을 꺼냅니다.
    "부인... 아니, 월임아. 내 사실대로 말하리다. 내가 가진 건 튼튼한 몸뚱어리와 낡은 지게 하나뿐이라, 차마 말을 못 했소. 남들은 내가 미련한 곰이라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당신이라는 꽃 한 송이가 핀 지 오래되었소. 내 비록 가난하여 비단옷은 못 입혀드려도, 내 이 두 손이 부르트도록 일해서 당신 눈에 눈물 나는 일은 없게 하리다. 찬바람 불면 내가 문풍지가 되어 막아줄 것이고, 험한 일 있으면 내가 방패가 되어 막아주리다. 나를... 받아주겠소?"
    이보다 더 투박하지만 달콤한 고백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공자 왈 맹자 왈 하던 선비의 헛소리보다 백 배, 아니 천 배 진실한 말입니다. 월임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칠성이의 품에 와락 안깁니다.

    "서방님! 흐흑... 왜 이제 오셨어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도깨비가 아니라 저승사자가 와도 못 보냅니다."
    칠성이의 넓은 가슴에서는 구수한 흙냄새, 싱그러운 풀냄새, 그리고 땀 냄새가 섞인 따뜻한 '사람의 냄새'가 났습니다. 그동안 텅 비어 시리도록 차가웠던 월임이의 가슴속 빈방이 순식간에 뜨거운 온기로 가득 채워집니다. 칠성이는 떨리는 팔로 월임이를 으스러지도록 꼭 안아줍니다.
    "암요, 가라 해도 안 갑니다. 평생 당신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찰떡처럼 떨어지지 않고 살랍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그 밤, 도깨비불들은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축복하듯 빙글빙글 춤을 추고, 마당의 귀뚜라미들도 "찌르르 찌르르" 하며 축가 합창을 부릅니다. 담벼락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깨비 김 서방, 코끝이 찡해졌는지 킁킁거리며 중얼거립니다.
    "거봐라, 내 눈은 틀림없다니까. 역시 사람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가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아따, 그나저나 저것들 안고 있는 폼 좀 보소. 아주 떨어질 줄을 모르네. 나는 이제 빠져줘야겠다."
    오늘 밤은 두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짧은, 그리고 아주아주 뜨거운 첫날밤이 될 테니까요.

    ※ 과부는 깨가 쏟아지네

    그날 밤의 역사가 이루어진 후, 월임이네 다 쓰러져가던 초가집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밤마다 들려오던 "아이고, 내 팔자야, 서방님, 서방님" 하는 구슬픈 곡소리는 씻은 듯이 사라졌지요. 대신 무슨 소리가 들리냐고요?
    대낮부터 밭에서는 칠성이가 "이야! 소가 간다!" 하며 밭을 가는데, 힘이 어찌나 좋은지 소가 칠성이 힘에 딸려 헉헉거릴 지경이고, 월임이는 새참을 이고 와서 "서방님, 국수 불어요, 어서 드세요" 하며 입에 넣어주느라 바쁩니다. 밤이 되면 방 안에서 "호호호! 서방님, 수염이 따가워요!", "하하하! 임자, 내가 오늘 산에서 더덕을 캤는데 이거 먹고 힘 좀 써야겠어!" 하는 아주 민망하고도 고소한 소리가 담장을 넘어 온 동네방네 퍼져나갑니다. 아주 밤낮으로 깨 볶는 냄새가 진동을 해서,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고소한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다닐 정도가 되었답니다.
    처음엔 "과부가 머슴이랑 살림을 차렸다네", "말세네 말세야" 하며 수군거리던 마을 사람들도, 두 사람이 워낙 알콩달콩 예쁘게 살고, 칠성이가 마을 궂은일도 도맡아 하니 나중에는 마음을 돌렸습니다. "천생연분이네, 천생연분이야. 월임이 얼굴에 핀 꽃 좀 봐. 저러다 늦둥이 보겠어." 하며 다들 부러워했지요.

    그럼 우리 사랑의 큐피드, 중매쟁이 도깨비 김 서방은 어찌 되었을까요? 월임이는 약속을 철석같이 지켰습니다. 매달 보름, 달이 꽉 차는 날이면 뒷산 당산나무 아래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시루떡과 탱글탱글한 메밀묵 한 사발, 그리고 걸쭉한 막걸리 한 병을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습니다.
    "도깨비님, 덕분에 제가 사람답게 삽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만수무강하십시오."
    도깨비는 밤마다 내려와서 그 떡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배를 두들깁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도깨비의 행복한 고민이자 불만이 또 하나 생겼다지 뭡니까. 어느 날 밤, 도깨비가 월임이네 창가에 와서 창문을 쾅쾅 두드리며 투덜거립니다.
    "야, 이놈들아!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좀! 예전에는 슬퍼서 울어대서 시끄럽게 하더니, 이제는 좋아서 밤새 '키득키득, 앙앙' 거리니 내가 잠을 잘 수가 있나! 아이고, 내 귀야! 내가 내 발등을 찍었지. 아주 염장이 질러서 못 살겠다! 너희 때문에 내가 불면증이 도졌다, 이놈들아!"

    방 안에서 월임이와 칠성이가 그 소리를 듣고 문을 벌컥 엽니다. 두 사람 다 얼굴이 벌개져서는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나오는데, 표정에는 행복이 뚝뚝 떨어집니다.
    "아이고, 김 서방님 오셨소? 들어와서 막걸리나 한 잔 하고 가시구려!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차인데!"
    도깨비는 손사래를 칩니다.
    "됐다, 됐어! 너희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저 꼴 보기 싫어서라도 내가 떠나야지. 나는 저 옆 동네 노총각 박 씨나 구제해 주러 가야겠다! 거기도 아주 밤마다 외롭다고 징징대서 시끄러워 죽겠거든."
    도깨비는 "휑!" 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밤하늘로 날아올라 버립니다. 하지만 날아가는 도깨비의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그리고 아주 뿌듯한 미소가 가득했겠지요. 그 후로 월임이와 칠성이는 아들 셋, 딸 둘 낳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등 긁어주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도깨비가 맺어준 인연, 그 끈이 오죽 튼튼하겠습니까?
    지금도 비 오는 밤이면 저 강원도 산골짜기 어디선가 도깨비불이 반짝이며 "외로운 사람 없소~ 짝 찾아주러 왔소~" 하고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혹시 이 방송 듣고 계신 어르신들 중에도 밤이 너무 길고 적적하신 분 계십니까? 오늘 밤 뒷산에 메밀묵 하나 들고 가보시는 건 어떨런지요? 혹시 압니까? 김 서방이 떡 하니 나타나서 멋진 할멈, 멋진 영감님 하나 업어다 줄지 말입니다! 하하하!

    유튜브 엔딩 멘트

    "얼씨구! 이야, 정말 속이 다 시원한 결말 아닙니까? 매일 밤 눈물로 지새우던 월임이가 도깨비 덕분에 저리 든든한 짝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겉모습 번지르르한 놈, 입만 산 놈 다 필요 없습니다. 투박해도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고, 부서진 문짝 하나라도 고쳐주려는 그 마음! 그게 진짜 사랑 아니겠습니까?

    우리 어르신들도 겉치레보다 속정이 깊은 사람들과 따뜻한 정 나누며 사시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오늘 밤 꿈에 도깨비가 나타나서 '뭐 필요한 거 없소?' 하고 물어볼지!
    오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복채는 따로 안 받습니다! 대신 '구독'과 '좋아요' 한 번씩 꾹 눌러주시면, 도깨비 방망이보다 더 신나서 다음에도 기가 막힌 이야기 보따리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다들 웃음 가득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