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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만드는 멋진 세상, 에피소드3 '하늘을 나는 도깨비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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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조선시대 가난한 노부부와 그들을 돕는 착한 도깨비 이야기입니다. 평생 베풀며 살았지만 노년에 홀로 남은 할아버지에게 도깨비가 선물한 '하늘을 나는 모자'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모자는 할아버지의 마음 속 아픔을 치유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요. 시니어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이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이 전해온 도깨비의 따뜻한 마음과 노년의 지혜,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습니다.
후킹멘트
여러분, 도깨비가 과연 무서운 존재일까요? 우리 조상들이 들려주던 이야기 속 도깨비는 때로는 장난꾸러기지만, 때로는 인간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도깨비가 선물한 '불멸의 도깨비 지팡이'에 담긴 놀라운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팡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언어를 알아듣게 된 할머니가 숲속 동물들과 나눈 특별한 우정, 그리고 도깨비와 인간 사이의 영원한 약속까지!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평생 베풀며 살았으나 노년에 홀로 남은 최 할아버지의 일상
조선 후기, 작은 시골 마을 가장자리에 자리한 초가집. 마당에는 꽃과 채소들이 정성스레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팔십을 바라보는 최 할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마당에 나와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함에도 고추며 상추, 토란 잎을 정성껏 가꾸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도 잘 자랐구나. 너희들만 있으면 이 늙은이가 심심할 일이 없어."
할아버지는 식물들에게 말을 건네며 미소 지었습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깊은 외로움이 감춰져 있었습니다. 3년 전, 50년을 함께한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은 모두 멀리 떠나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보, 오늘도 좋은 아침이오. 내가 지금 밭에 물을 주고 있소.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토란은 잎이 이만큼 커졌소."
할아버지는 자주 하늘을 보며 아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것이 그의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누구도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최 할아버지는 작은 소쿠리를 들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수확한 채소를 마을 아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최 할아버지 부부는 평생 나눔을 실천했습니다. 특히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베풀었지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마을로 가는 길에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최 할아버지는 환한 미소로 답했습니다.
"그래, 우리 꼬마들. 오늘은 할아버지가 뭘 가져왔는지 알아맞혀 볼래?"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소쿠리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와, 토란이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토란국이 먹고 싶어요."
한 아이의 말에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의 아내는 마을에서 토란국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래... 할머니의 토란국은 정말 맛있었지. 다음에 내가 한번 끓여볼까? 비록 할머니만큼 맛있진 않겠지만."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마을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채소를 나눠주고,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은 어떤 이야기 들려주실 거예요?"
아이들이 기대에 찬 눈으로 물었습니다.
"음... 오늘은 도깨비 이야기를 해볼까? 도깨비는 사실 무서운 존재가 아니란다.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에게는 오히려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책장을 넘기는 소리처럼 따스하고 깊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최 할아버지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웠습니다.
"여보, 오늘도 노을이 참 곱소. 당신이 좋아하던 그 빛깔이오."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마당 한켠에 자리한 작은 평상에 앉았습니다. 그곳은 아내와 함께 저녁 무렵이면 항상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던 자리였습니다. 지금은 홀로 앉아 저녁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내일은 당신 생신이오. 내가 토란국을 끓여볼까 하오. 비록 당신만큼 맛있진 않겠지만..."
할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외로움은 때로 이렇게 저녁 무렵 더 깊게 찾아오는 법입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최 할아버지의 집 주변으로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마당의 꽃들이 평소보다 더 환하게 빛나는 듯했고, 바람은 마치 노래하듯 부드럽게 불었습니다. 그리고 담장 너머에서는, 누군가 할아버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장난기 많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도깨비 '방실이'의 등장
그날 밤, 최 할아버지가 잠든 후 마당에는 작은 불빛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반딧불이 같았지만,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도깨비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빨간 얼굴에 뿔이 하나 달린 모습이었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흠, 이곳이구나. 마을에서 가장 착한 심성을 가진 할아버지가 산다는..."
도깨비는 조용히 마당을 거닐며 집안을 살펴보았습니다. 방실이라 불리는 이 도깨비는 마을 근처 오래된 주막의 빗자루가 백 년 만에 도깨비로 변한 존재였습니다. 그는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착한 마음씨를 가진 인간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음, 이 집은 정말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네. 하지만 슬픔도 느껴져. 분명 오랜 세월 사랑이 있었던 곳이야."
방실이는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다 문득 평상 위에 놓인 낡은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젊은 시절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아, 이분들이 그 유명한 최 부부구나. 주막에서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정말 행복해 보이는 부부야."
도깨비는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기지개를 켜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늘은 달이 밝으니 장난 좀 쳐볼까? 호호, 도깨비가 놀러 왔다는 걸 알려줘야지!"
방실이는 재빨리 마당의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놓기 시작했습니다. 빨래는 나무 위로, 호미는 지붕 위로, 신발은 우물 옆으로... 그러나 장난을 치던 중에도 채소밭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얼마나 정성껏 가꾸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난을 다 치고 나서, 방실이는 문득 집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한숨 소리를 들었습니다. 최 할아버지가 잠꼬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보... 그리워요... 함께 하늘을 날아보고 싶었는데..."
방실이는 할아버지의 방 창문 앞에 살며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최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방실이의 마음에 갑자기 따뜻한 감정이 일었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고? 흠... 내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방실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머리에 쓰고 있던 빨간 모자를 벗었습니다. 그것은 평범해 보이는 모자였지만, 도깨비의 물건이니 분명 특별한 힘이 있을 것입니다.
"이거면 되겠어! 내 소중한 도깨비 모자를 할아버지께 드려야겠다. 이 모자를 쓰면 하늘을 날 수 있거든. 게다가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 딱 할아버지께 필요한 선물이야!"
방실이는 조심스럽게 모자를 할아버지의 베개 옆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쪽지도 함께 남겼습니다.
"최 할아버지께, 이 모자는 하늘을 나는 도깨비 모자입니다. 쓰시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고, 그리운 이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단, 욕심을 부리지 마시고,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만 사용하세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 도깨비 방실이 올림"
쪽지를 남긴 방실이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벗은 모자가 없어 머리가 시원한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고, 모자 없으니 좀 허전하네. 하지만 괜찮아. 할아버지가 행복해하실 모습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나는 다른 모자를 만들면 되니까!"
방실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달빛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근처 큰 나무 위에 앉아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모자를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내일은 특별한 하루가 될 거예요. 당신의 생신날, 하늘을 날며 보내게 될 테니까요!"
방실이의 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빛이 어렸습니다. 도깨비지만, 그의 마음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따뜻했을지도 모릅니다.
※ 도깨비가 선물한 '하늘을 나는 모자'와 그 신비로운 능력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최 할아버지는 평소와 같이 일찍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습니다. 베개 옆에 놓인 낯선 빨간 모자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게 뭐지? 어제는 분명 여기 없었는데..."
할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모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모자와 함께 놓인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조심스레 쪽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최 할아버지께, 이 모자는 하늘을 나는 도깨비 모자입니다. 쓰시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고, 그리운 이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단, 욕심을 부리지 마시고,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만 사용하세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 도깨비 방실이 올림"
할아버지는 믿기지 않는 듯 쪽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도깨비라니, 하늘을 난다니, 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다니...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허허, 이런.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 걸까? 도깨비라니..."
할아버지는 반신반의하며 모자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빨간 모자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은은한 빛이 감도는 것 같았습니다. 호기심에 할아버지는 모자를 머리에 살짝 얹어보았습니다.
"어?"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끝이 바닥에서 살짝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놀란 할아버지는 급히 모자를 벗었고, 다시 바닥에 발이 닿았습니다.
"이... 이게 정말로...?"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모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마당으로 나가 다시 한번 모자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마당에 나오니 아침 햇살이 따스했습니다. 오늘은 그의 아내의 생신이었습니다.
"여보, 오늘 당신 생신인데... 이상한 일이 생겼소. 도깨비가 모자를 주고 갔는데..."
할아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모자를 머리에 썼습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할아버지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처음에는 놀라 소리쳤지만, 점차 그 감각에 익숙해졌습니다. 마당 위로, 지붕 위로, 점점 더 높이 올라갔습니다. 마을이 작게 내려다보였습니다.
"여보... 내가 지금 하늘을 날고 있소! 당신이 항상 꿈꾸던 그 일을 내가 하고 있소!"
할아버지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내와 함께 했던 50년 동안, 그들은 종종 새처럼 하늘을 날아 세상 구경을 하는 상상을 했었습니다. 이제 그 꿈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중간에, 할아버지는 자신의 마당에 물건들이 엉뚱한 곳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빨래는 나무 위에, 호미는 지붕 위에... 분명 도깨비가 장난을 친 흔적이었습니다.
"허허, 정말 도깨비였구나. 이런 장난을 치다니."
하지만 할아버지는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높이 올라간 할아버지는 마을 너머, 멀리 산과 강, 들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자신이 평생 살아온 땅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습니다. 바람은 그의 흰 머리카락을 흩날렸고, 구름은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까웠습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도깨비님, 고맙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감사함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떠올랐습니다. 쪽지에는 '그리운 이를 만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단 한 사람, 그의 아내 생각뿐이었습니다.
"여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모자에 전해졌는지, 갑자기 모자가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모자를 쓰고 하늘을 날며 옛 추억을 만나는 최 할아버지
"여보..."
가냘프지만 분명한 목소리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곳에는 구름이 모여 형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점점 또렷해지는 그 형상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녀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여... 여보! 정말 당신이오?"
할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나예요. 당신이 그렇게 그리워하니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할머니의 모습은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어 반투명했지만, 그 미소만큼은 할아버지가 50년간 사랑했던 바로 그 미소였습니다.
"당신... 잘 지내고 있소? 나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많이 서운했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3년 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미안해요. 하지만 난 항상 당신 곁에 있었어요. 당신이 매일 아침 나에게 말을 걸 때, 토란에 물을 줄 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항상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놀랐습니다. 정말 그녀가 항상 자신의 곁에 있었던 걸까요?
"오늘... 내 생일을 기억해주어서 고마워요. 당신이 토란국을 끓여주겠다고 했죠? 꼭 맛있게 끓여서 아이들과 나눠 먹어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지만, 이번에는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늘을 날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우리가 항상 꿈꾸던 일인데..."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도 함께 웃었습니다.
"도깨비가 준 모자 덕분이오. 정말 놀랍지 않소? 처음에는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는 모자에 대해 이야기했고, 두 사람은 마치 예전처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정원을 잘 가꾸고 있다고 칭찬했고,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자랑했습니다.
그들은 함께 하늘을 날며 추억의 장소들을 찾아갔습니다. 50년 전 처음 만난 시장터, 결혼식을 올린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 자식들을 키우며 행복했던 집... 오래된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여보, 기억나요? 이곳에서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뛰었는지..."
할머니가 그들이 처음 만난 시장터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습니다.
"어찌 잊을 수 있겠소? 당신이 호박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말도 제대로 못 했잖소."
두 사람은 함께 웃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의 모습도 점점 흐려져갔습니다.
"여보,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해가 지면 모자의 힘도 사라진대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아내와 함께한 시간은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것이었습니다.
"내일도 올 수 있소? 나 다시 모자를 쓰고 올게요."
할아버지가 간절히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죠. 하지만 욕심부리면 안 돼요. 쪽지에 쓰여 있잖아요. 모자를 쓰는 시간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도깨비의 경고를 잘 지킬 것입니다. 이 소중한 선물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여보, 걱정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내가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어요. 그리고 마을 아이들과 이웃들도 있잖아요. 그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깊이 감동했습니다. 그녀는 항상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할아버지가 그녀를 평생 사랑한 이유였습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평생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소."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고백에 할머니의 구름 형상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내일 다시 만나요, 여보."
할머니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갔고, 할아버지는 아쉬운 마음으로 집을 향해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그의 마음은 이제 외로움 대신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 마을 사람들과 모자의 기쁨을 나누며 생기를 되찾는 할아버지
다음 날 아침, 최 할아버지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얼굴에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고, 걸음걸이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온 후, 그의 마음에는 더 이상 무거운 그리움이 짓누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오늘도 좋은 아침이오, 여보. 어제는 정말 행복했소. 오늘도 당신을 만나러 갈 거요."
할아버지는 마당에 나와 하늘을 향해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아침 일을 시작했습니다. 물을 길어 채소밭에 주고, 마당을 깨끗이 쓸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그때, 마을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슨 이야기 들려주실 거예요?"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달라진 모습에 놀란 듯했습니다. 늘 조금은 슬픈 기색이 감돌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오늘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호, 우리 꼬마들이 왔구나! 오늘은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있단다."
할아버지는 빨간 도깨비 모자를 가리키며 웃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도깨비 방실이에 대한 이야기와 모자의 신비로운 능력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그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로 듣고 있었습니다.
"와, 정말요? 도깨비가 할아버지께 선물을 주셨다고요?"
"그럼! 이 모자를 쓰면 하늘을 날 수 있지. 믿기 어렵겠지만 진짜란다."
아이들은 반신반의했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모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어린 아이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희도 한번 써볼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도깨비가 자신에게 준 선물이지만, 이 기쁨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의 아내도 그렇게 하길 원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좋아, 한번씩 써볼 수 있어. 하지만 내가 꼭 옆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높이 올라가면 안 돼!"
아이들은 기뻐 소리를 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한 명씩 안고, 모자를 씌워주었습니다. 모자를 쓴 아이들은 정말로 공중에 떠올랐고, 놀라움과 기쁨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물론 할아버지는 그들의 발을 꼭 잡고 있어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마을 전체로 퍼졌습니다. 어른들은 처음에 믿지 않았지만, 직접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최 할아버지의 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최 어르신, 정말입니까? 그 모자가 사람을 하늘로 날게 한다는 게요?"
마을 이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모자를 이장에게 건넸습니다.
"직접 써보시지요.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이장이 모자를 쓰자, 정말로 그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놀라움과 경외심으로 가득 찬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그날 하루, 최 할아버지의 집은 마을 잔치터가 되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도깨비 모자를 체험했고, 함께 웃고 즐겼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음식을 가져와 나누어 먹었고, 할아버지는 평생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행복을 느꼈습니다.
"최 어르신, 이렇게 좋은 선물을 마을 사람들과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 어르신 덕분에 마을에 웃음이 가득해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진심 어린 말에 할아버지는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그리고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아내가 있었습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모자를 썼습니다. 그리고 하늘 높이 올라가 아내를 만났습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해주었고, 아내는 할아버지의 선택을 기뻐했습니다.
"여보, 당신이 행복한 모습을 보니 나도 행복해요. 이제 다시 마을의 일원이 된 것 같네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그는 마을의 일원이 된 것 같은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 도깨비와 인간의 우정, 그리고 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할아버지
그렇게 몇 달이 흘렀습니다. 최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도깨비 모자를 쓰고 하늘을 날며 아내를 만났고, 낮에는 마을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집을 놀이터 삼아 매일 찾아왔고, 할아버지는 그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느 가을 저녁, 할아버지는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몸이 좀 피곤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그는 오랜만에 도깨비 방실이의 꿈을 꾸었습니다.
"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모자는 마음에 드셨나요?"
꿈속에서 방실이는 빨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습니다.
"고맙네, 도깨비 양반. 덕분에 내 남은 인생이 행복으로 가득 찼어. 아내도 만나고, 마을 사람들과도 가까워졌지."
방실이는 기쁜 듯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잘한 일이 있었네요. 그런데 할아버지,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도깨비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습니다.
"모자의 마법은 내일이면 끝이 나요. 정확히 일 년이 지나면 그 힘이 사라진답니다."
할아버지는 놀랐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그렇군. 모든 좋은 일에는 끝이 있는 법이지. 그동안 정말 행복했어. 고맙네, 방실이."
"할아버지... 이제 슬퍼하지 않으세요?"
방실이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도깨비 양반이 내게 준 건 단순한 모자가 아니었어.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었지. 이제 난 아내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웠어."
방실이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맺혔습니다. 도깨비도 우는구나, 할아버지는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 사실 내일은 특별한 날이에요. 모자의 마법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처음 만난 날이기도 하죠."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로 내일은 60년 전, 그가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어떻게 도깨비가 그것을 알고 있는 걸까요?
"할아버지, 내일 마지막으로 모자를 쓰고 하늘로 올라가세요.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다음 날 아침, 할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했습니다. 마당을 깨끗이 쓸고, 화단의 꽃들에 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모자의 마지막 날이란다. 모두들 고마웠어."
해가 떠오르자, 할아버지는 모자를 쓰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구름 사이로 올라가자, 그곳에는 아내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님, 젊은 시절 떠난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아내가 환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여보, 오늘은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에요. 기억하시죠?"
할머니가 다가와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손은 더 이상 구름처럼 흐릿하지 않고, 따뜻하고 단단했습니다.
"이제... 함께 가요."
할아버지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 저녁, 마을 사람들은 마당에서 평화롭게 잠든 최 할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어려 있었고, 손에는 빨간 도깨비 모자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모자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남긴 이야기와 따뜻함은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 밤 마을 전체에 작은 불빛들이 반짝였다고 합니다. 마치 수많은 도깨비들이 할아버지의 영혼을 배웅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불빛 하나가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본 아이들도 있었답니다.
도깨비 방실이는 그 후로도 가끔 마을을 찾아와 장난을 치곤 했지만, 항상 최 할아버지의 집 근처에서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할아버지의 기일에 빨간 모자를 본따 만든 등불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풍습을 만들었습니다.
인간과 도깨비, 서로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나눈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을의 아름다운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하늘을 나는 도깨비 모자' 이야기 어떠셨나요? 외로운 노년을 보내던 최 할아버지가 도깨비의 선물로 인해 다시 삶의 의미를 찾고, 마지막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전통 이야기 속 도깨비는 서양의 악마나 요괴와는 달리, 장난기 많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로 그려집니다.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가져다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정의로운 면모도 있지요.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도깨비를 통해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가르쳐왔습니다.
최 할아버지처럼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여전히 의미로 가득합니다. 그리움과 외로움에 갇히지 마시고, 주변의 이웃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기쁨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도깨비 모자 같은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도깨비가 만드는 멋진 세상, 에피소드4 "웃음을 부르는 도깨비 거울"'로 찾아뵙겠습니다. 마음의 상처로 웃음을 잃은 할머니에게 도깨비가 선물한 신기한 거울, 그 거울 속에 비친 세상은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그 거울을 통해 어떤 삶의 비밀을 발견하게 될까요? 다음 이야기도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항상 저희 채널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은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만날 때까지, 여러분의 일상에 도깨비의 선물 같은 작은 기쁨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