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도깨비가 알려주는 진정한 행복 《월하기담(月下奇譚)》

    태그 (15개)

    #도깨비, #진정한행복, #조선시대야담, #전설의고향, #옛이야기, #도깨비방망이, #권선징악, #인생교훈, #민담, #시니어오디오드라마, #탐욕과깨달음, #가족이야기, #구전설화, #복선화음, #마음의평화
    #도깨비 #진정한행복 #조선시대야담 #전설의고향 #옛이야기 #도깨비방망이 #권선징악 #인생교훈 #민담 #시니어오디오드라마 #탐욕과깨달음 #가족이야기 #구전설화 #복선화음 #마음의평화

     

    후킹멘트

    여러분, 사람이 평생을 두고 그토록 갈망하는 '부(富)'라는 것이 손에 쥐어지는 순간, 정말로 행복이 따라올까요? 곳간에 쌀가마가 천장까지 쌓이고, 비단옷이 몸을 감싸면, 우리의 마음도 그만큼 풍요로워질까요?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강원도 두메산골, 평생을 가난과 씨름하며 살아온 숯 굽는 사내 만석이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보름달 밝은 봄밤, 그는 깊은 산중 고목 아래에서 이 세상 것이 아닌 기이한 손님을 만나게 됩니다. 외뿔이 돋고 방망이를 든 그 손님은, 만석이의 평생소원을 단번에 이루어 주겠노라 말하지요. 마침내 손에 넣은 산더미 같은 재물. 그러나 그 재물은 만석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을까요, 아니면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무언가를 앗아가 버렸을까요? 그리고 도깨비가 마지막에 일러준 '진정한 행복'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삶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한 사내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1: 만 석지기 이름을 가진 가난뱅이

    내 이름은 만석이라 하오. 부모님께서 만 석 곡식을 거두는 큰 부자가 되라고 그리 거창하게 지어 주신 이름이건만, 정작 내 평생은 그 이름과는 정반대로 흘러갔소이다. 강원도 두메산골, 손바닥만 한 비탈밭 한 뙈기와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새는 초가삼간 한 채. 그것이 내가 가진 전 재산이었지. 봄이 오면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아름드리 참나무를 베고, 숯가마에 불을 지펴 사나흘 밤을 꼬박 새워 가며 숯을 구웠소. 그렇게 손가락 마디가 갈라지고 등가죽이 벗겨지도록 구워 낸 숯을 한 짐 가득 지고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 장에 내다 팔면, 겨우 보리쌀 몇 됫박이 손에 쥐어졌지. 그 보리쌀로 며칠을 버티고, 떨어지면 또 산에 올라 숯을 굽고. 내 한평생이란 것이 그 쳇바퀴를 끝없이 도는 것이었소. 겨울이면 숯가마 불 앞에서 앞은 데우고 등은 얼리며 밤을 새웠고, 여름이면 그 불볕더위에 비 오듯 땀을 쏟으며 가마를 지켰지. 손등은 숯검정이 박혀 씻어도 씻어도 거뭇했고, 발바닥은 산길을 오르내리느라 굳은살이 돌처럼 단단하게 박였소. 그렇게 한 해 두 해, 십 년 이십 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머리에는 서리가 내려앉았건만, 곳간은 늘 텅 빈 채 거미줄만 쳐 있었지.

    '평생을 이리 살다 죽는 것인가. 등뼈가 휘도록 일을 해도 어찌 이놈의 가난은 그림자처럼 떨어질 줄을 모르는고. 내 무슨 죄를 그리 지었기에 이 고생인고.'

    나는 늘 그런 한탄을 입에 달고 살았소. 특히 마을 어귀 솟을대문 기와집에 사는 김 영감을 떠올릴 때면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 그 집은 부리는 종만 해도 열이 넘고, 곳간에는 쌀가마가 서까래에 닿도록 그득그득 쌓여 있다 했소. 같은 하늘 아래, 똑같이 두 손 두 발 달고 태어난 사람인데, 어찌하여 누구는 비단옷에 날마다 기름진 고깃국을 먹고, 누구는 다 해진 무명옷에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때운단 말이오. 생각하면 할수록 그 이치를 알 수가 없어 분하고 또 분했지. 장에서 김 영감네 종놈이 비단을 한 필 두 필 사 가는 꼴을 볼 때면, 내 등에 진 숯 짐이 천근만근 무겁게만 느껴졌소.

    내 아내 순녀는 그런 나를 늘 곁에서 다독였소. 부엌일에 거칠어진 손으로 내 굽은 등을 가만가만 쓸어내리며 이리 말하곤 했지.

    "여보, 우리가 비록 가진 건 없어도 두 내외 몸 성하고, 하루 두 끼 거르지 않으니 그만하면 큰 복이 아니겠소. 남의 곳간 부러워한들 무슨 소용이오. 김 영감 댁이라고 어디 속앓이 하나 없을까.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오."

    "속 편한 소리 그만두시오. 자네는 시집와서 비단 한 필 몸에 걸쳐 본 적이 없질 않은가. 손에 박힌 그 굳은살 좀 보게.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곳간 가득 쌀을 쟁여 놓고, 아랫목 뜨끈하게 데워 등 지지며 살아 보는 게 소원일세. 그게 그리도 큰 욕심이란 말이오?"

    그러면 순녀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 더는 말이 없었소. 나는 그 잔잔한 웃음이 도리어 답답하기만 했지. 가난이 무슨 자랑이라고 저리도 태평한가 싶어서,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돌아눕곤 했소.

    그러던 어느 봄밤이었소. 숯가마에 불을 지펴 놓고 보니 밤새 태울 땔감이 턱없이 모자랐지. 나는 관솔불 하나를 손에 들고 다시 산으로 올랐소.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라 산길이 대낮처럼 훤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날 밤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서늘하고, 까닭 없이 등줄기가 오싹오싹 곤두섰소. 부엉이 우는 소리조차 그날따라 음산하게만 들렸지.

    '오늘따라 왜 이리 으스스한고. 굶주린 산짐승이라도 어슬렁대는 게 아닌가. 어서 땔감만 챙겨 내려가야겠다.'

    발걸음을 재촉해 골짜기 가장 깊은 곳, 수백 년은 족히 묵었을 늙은 고목 아래에 다다랐을 때였소. 어디선가 두런두런, 사람의 말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는 게 아니겠소. 이 깊은 밤중, 인적이라곤 끊긴 산속에 사람이 있을 까닭이 없는데 말이오. 나는 얼른 관솔불을 낮추고 고목 등걸 뒤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숨을 죽였소. 그러고는 가만히 그 소리가 나는 쪽을 엿보았지. 그리고 바로 그때, 나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결코 보아서는 아니 될 그것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오.

    ※ 2: 고목 아래 외뿔 손님

    달빛이 환히 쏟아지는 고목 아래, 웬 사내 하나가 떡하니 앉아 있었소. 한데 그 모습이 영 예사롭지가 않았지. 키는 장정 둘을 어깨 위에 세워 놓은 듯 훤칠한데, 이마 한가운데에는 송아지 뿔만 한 외뿔이 삐죽 돋아 있고, 두 눈은 어둠 속에서 횃불처럼 시뻘겋게 번들거렸소. 더벅머리는 산발한 채 어깨를 덮었고, 곁에는 울퉁불퉁 옹이가 박힌 굵직한 방망이 하나가 떡하니 세워져 있었지. 그 사내는 제 몸뚱이만 한 함지박을 끌어안고 손으로 메밀묵을 척척 떼어 입에 넣으며, 흥에 겨운 듯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소.

    '아이고머니나, 저것이 사람이더냐 짐승이더냐. 옳거니, 어릴 적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그 도깨비가 분명하구나. 메밀묵을 즐겨 먹고, 씨름을 좋아하며, 밤이면 산중에 나타난다던 바로 그 도깨비렷다. 들켰다간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하였는데, 이를 어쩐단 말인가.'

    나는 그만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소. 한데 하필이면 그 바람에 발밑의 마른 삭정이가 우지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지고 만 것이오. 그 시뻘건 눈이 번쩍, 화살처럼 이쪽을 돌아보았지.

    "거기 누구냐! 야밤에 남의 잔칫상을 훔쳐보는 놈이 대체 누구야!"

    천둥 같은 호통에 산천이 다 울리는 듯했소. 나는 오금이 저려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빌었지.

    "사, 살려 주십시오. 저는 그저 숯가마에 넣을 땔감을 구하러 온 가난한 숯장수올시다. 결코, 결코 나리를 해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요. 그저 지나는 길에 우연히…."

    그러자 도깨비는 한참 동안 그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별안간 입을 떡 벌리고 껄껄껄 웃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소. 그 웃음소리에 고목 가지에 앉았던 부엉이가 놀라 푸드덕 날아올랐지.

    "숯장수라? 어허, 그 꾀죄죄한 몰골을 보아하니 거짓은 아니로구나. 내 오늘 마침 혼자 노는 것이 심심하던 차에 잘되었다. 이놈, 나와 씨름 한판 붙어 보겠느냐? 네가 만일 이긴다면 내 너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마. 무엇이든 좋다. 허나 만일 진다면, 네놈을 이 함지박 메밀묵 대신 오늘 밤 술안주로 삼을 터이니 그리 알아라! 으하하!"

    나는 기가 막혀 말문이 콱 막혔소. 저 산만 한 덩치와 씨름이라니, 차라리 바위에다 날달걀을 던지는 격이 아니겠소. 허나 도망쳐 봤자 저 긴 다리에 단숨에 잡혀 죽을 것이 뻔하니, 죽기 살기로 한번 부딪쳐 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지.

    '옳거니, 할머니 말씀이 그제야 떠오르는구나. 도깨비란 놈은 제아무리 천하장사라도 한쪽 다리가, 그것도 왼다리가 허방이라 그쪽으로만 힘껏 밀면 맥없이 자빠진다 하셨지.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도깨비의 굵은 허리를 와락 부둥켜안았소. 도깨비도 코웃음을 치며 내 등을 움켜쥐었지. 한데 나는 처음부터 윗몸으로 겨루는 척 시늉만 하다가, 마지막 순간 온몸의 힘을 발끝에 모아 도깨비의 왼다리 쪽으로 어깨를 들이박듯 밀어붙였소.

    "어이쿠!"

    천하의 도깨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벌렁 나자빠졌소. 달빛 아래 흙먼지가 풀썩 피어올랐지. 나도 도무지 믿기지 않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데, 도깨비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벌떡 일어나더니, 화를 내기는커녕 도리어 손뼉을 쳐 가며 좋아하는 게 아니겠소.

    "하하, 졌다, 졌어! 천하의 내가 사람 손에 넘어갈 줄이야! 이놈, 제법이로구나. 약조는 약조이니 내 네 소원을 들어주마. 자, 어디 말해 보아라. 무엇을 바라느냐? 절세의 미인이냐, 높다란 벼슬이냐, 아니면 백 살까지 사는 무병장수냐?"

    나는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도,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소. 평생토록 나를 짓눌러 온 그 지긋지긋한 가난, 그 한(恨) 말이오.

    "나, 나리. 다른 것은 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곳간 가득 쌀이 넘쳐 나고,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없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재물을 주십시오. 그것이 제 평생소원이올시다."

    그 말에 도깨비는 잠시 웃음을 거두고, 그 시뻘건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소. 그 눈빛이 어쩐지 측은한 듯도 하고, 또 어쩐지 비웃는 듯도 하여 나는 등골이 다 서늘해졌지. 도깨비는 옹이투성이 방망이를 슬며시 집어 들며 나직이 중얼거렸소.

    "재물이라… 그래, 좋다. 사람이란 어찌 그리 하나같이 똑같은 것을 바라는고. 진정 바라야 할 것이 따로 있건만, 너는 아직 그것을 모르는 모양이로구나. 정 그러하다면 어디 한번 실컷 가져 보아라. 다만 나중에 가서, 부디 후회나 하지 말거라."

    ※ 3: 방망이가 쏟아 낸 금은보화

    도깨비가 그 옹이투성이 방망이를 번쩍 머리 위로 치켜들더니, 땅바닥을 향해 힘껏 내리치며 우렁차게 외쳤소.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그 순간이었소. 천지가 통째로 흔들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메마른 땅바닥에서 누런 금덩이와 새하얀 은덩이가 샘솟듯 펑펑 솟구쳐 오르는 게 아니겠소. 달빛을 고스란히 받아 눈부시게 번쩍이는 그 빛에 나는 그만 두 눈이 멀 지경이었지. 한 무더기, 두 무더기, 세 무더기. 금은보화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내 앞에 산처럼 그득그득 쌓여 갔소.

    '이,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내가 평생을 두고 그토록 애타게 바라던 것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이렇게 쌓여 있단 말이냐!'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엎드려 금덩이를 와락 끌어안고 볼을 비벼 댔소. 차갑고 묵직한 그 감촉이 어찌나 황홀하던지, 나도 모르게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핑 돌았지. 도깨비는 그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마디를 던지고는 달빛 속으로 스르르 사라졌소.

    "가져가거라. 허나 한 가지만은 명심하라. 곳간이 차오르는 만큼, 사람의 마음은 도리어 비어 가는 법이니라. 그것이 세상 이치니라."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헤아릴 겨를조차 없었소. 그저 정신없이 금은보화를 지게에 그득 퍼 담아, 그 가파른 산길을 몇 번이고 오르내렸지. 등이 휘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재물을 나르는 그 길이 어찌나 신이 나던지 힘든 줄도 몰랐소. 마침내 동이 훤하게 틀 무렵, 우리 집 좁은 마당과 헛간은 어느새 누런 금과 흰 은으로 그득 차고 말았지.

    자다 깬 순녀가 마당으로 나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물었소.

    "여, 여보! 이게 다 무슨 일이오? 이 산더미 같은 재물이 대체 어디서 났단 말이오. 혹여… 혹여 못된 일에 손을 댄 것은 아니지요? 사람이 갑자기 이런 큰돈을 만지면 화를 입는다 하였소."

    "하하, 임자!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게! 우리도 이제 부자가 되었네! 산신령이 도우셨는지, 하늘이 마침내 우리를 굽어살피셨는지, 내 평생소원이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졌단 말일세! 자, 이제 우리도 김 영감 따위는 발밑에 두고 떵떵거리며 살아 보세!"

    그날부터 내 삶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뒤집히듯 완전히 뒤바뀌었소. 나는 비가 새던 그 다 쓰러져 가는 초가삼간을 미련 없이 헐어 버리고, 마을에서 제일 높다란 솟을대문에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척 올렸소. 행랑채를 가득 채울 만큼 종을 사들여 부리고, 날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산해진미를 차려 먹었지. 몸에는 매끄러운 비단옷을 걸치고, 머리에는 번듯한 갓을 쓰고, 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굽실거리며 '만석이 영감님, 만석이 영감님' 하고 떠받들어 주었소.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어깨가 절로 으쓱하고, 세상을 다 가진 듯 우쭐했지.

    한데 참으로 묘하고도 알 수 없는 일이었소. 그토록 애타게 바라던 재물을 두 손에 그득 쥐었건만, 어찌 된 셈인지 마음 한구석은 도무지, 도무지 채워지질 않는 것이오. 곳간에 쌀이 천 가마가 쌓이고 나니 이번엔 만 가마가 갖고 싶었고, 부리는 종이 열이 되니 곧바로 스물이 부리고 싶어졌소. 옆 마을 박 부자가 나보다 논이 겨우 한 마지기 더 많다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듣기라도 하면, 그날 밤은 배가 아파 잠을 다 설칠 지경이었지.

    '아직 멀었어, 아직 멀었어. 김 영감 따위는 진작에 넘어섰고, 이제 이 고을에서 단연 제일가는 부자가 되어야지. 아니, 이 강원도 땅에서 만석이 영감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게 만들어야지.'

    순녀는 그런 나를 점점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소. 어느 날 저녁, 그이는 조용히 내 곁에 다가와 가만히 입을 열었지.

    "여보. 우리 형편이 이만하면 이제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소. 가진 것을 조금 풀어 굶주린 이웃도 좀 돌아보고, 마음 편히 살아갑시다. 당신, 부자가 된 뒤로 나는 도통 환하게 웃는 낯을 본 적이 없구려. 차라리 그 가난하던 숯 굽던 시절이, 당신 얼굴이 훨씬 더 밝고 환했소."

    "허, 또 그 답답한 소리! 이웃을 돌보다니, 그 아까운 재물을 어찌 생판 남에게 거저 퍼 준단 말이오. 임자는 아녀자가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곳간 단속이나 야무지게 하시오. 부자에게는 부자의 도리와 셈법이 따로 있는 법이외다."

    나는 그렇게 아내의 진심 어린 말을 매몰차게 잘라 버리고 돌아앉았소. 그때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오. 그날 밤 도깨비가 남기고 간 그 말, 곳간이 차는 만큼 마음이 비어 간다던 그 서늘한 말이, 무서운 그림자가 되어 한 발 한 발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이오.

    ※ 4: 곳간은 차고 마음은 비고

    재물이 산더미처럼 쌓이자, 그 재물을 노리는 화근도 그림자처럼 함께 모여들기 시작했소. 가장 먼저 닥친 것은 도둑이었지. 만석이 영감네 곳간에 금은보화가 넘쳐 난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쫙 퍼지자, 캄캄한 밤이면 담장을 넘는 도둑들이 끊이질 않았소. 나는 종들을 시켜 밤새 횃불을 들고 곳간을 지키게 했지만, 한밤중에도 바스락 작은 소리만 들리면 벌떡벌떡 일어나 몽둥이를 들고 맨발로 마당을 뛰쳐나가기 일쑤였지.

    '혹여 누가 내 재물에 손을 대지는 않을까. 저 종놈들이 뒤로 빼돌리는 것은 아닐까. 어제 곳간 셈이 분명 한 덩이가 비었던 것 같은데….'

    나는 급기야 부리는 종들조차 믿지 못해, 밤마다 곳간 문을 열어 보고 또 열어 보고, 금덩이를 하나하나 세어 보고 또 세어 보았소. 그러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니 낮에는 두 눈이 퀭하니 꺼지고 신경이 바늘 끝처럼 날카로워졌지.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며 애꿎은 종들에게 매질을 해 대고, 밥상이 조금만 늦어도 그릇을 내던지며 호통을 쳤소. 그러니 인심을 잃지 않을 도리가 있나. 종들은 견디다 못해 하나둘 봇짐을 싸 도망쳤고, 그토록 굽실거리던 마을 사람들도 차츰 등을 돌리며 뒤에서 수군대기 시작했지.

    "저 만석이 영감, 부자 되더니 사람이 아주 못쓰게 변했어. 옛날 숯 굽던 시절엔 그래도 정이라도 있고 인사성이라도 밝았는데,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화근은 그뿐이 아니었소. 내 두둑한 재물을 탐낸 고을 아전 하나가 어느 날 트집을 잡아 송사를 걸어왔지. 내가 관아의 둑 너머 땅을 몰래 차지해 농사를 지었다는, 생판 터무니없는 모함이었소. 나는 그 억울함을 풀어 보고자 관아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뇌물로 금덩이를 바쳤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입맛을 다시며 더 큰 것을 요구해 왔소. 한 번 빗장이 풀리니 끝이 없었지. 곳간의 재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줄줄 새어 나갔고, 나는 분하고 억울해 가슴을 치며 밤새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어만 갔소.

    '아니, 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 고생을 한단 말인가. 재물이 생기면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살 줄 알았더니, 어찌하여 도리어 발 뻗고 잘 밤이 단 하루도 없단 말인가.'

    그러는 사이, 나는 정작 가장 크고 소중한 것을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소. 바로 내 아내 순녀였지. 그이는 내가 재물과 송사에 정신이 팔려 눈이 뒤집혀 있는 동안, 홀로 골방에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소. 평생 거친 일에 시달려 온 몸이라 부자가 된 뒤에라도 좀 편히 쉬고 보살핌을 받아야 마땅했건만, 나는 그이의 핏기 가신 얼굴조차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이오. 순녀가 "여보, 요새 몸이 좀 무겁구려" 하고 힘없이 말해도, 나는 "아녀자가 몸이 무거우면 좀 누워 있으면 될 일을 무슨 호들갑이오" 하고 매정하게 돌아서기 일쑤였지.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소. 안방에서 늙은 여종 하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달려와 아뢰었소.

    "여, 영감마님! 크, 큰일 났습니다요. 마님께서 자리에 누우신 채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질 못하십니다! 어서 좀 와 보셔요!"

    나는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부랴부랴 안방으로 달려갔소. 순녀는 핏기 하나 없는 백지장 같은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 비단 이불 위에 누운 그 야윈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다리에 힘이 풀렸소.

    "임자! 임자, 정신 좀 차려 보시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게 아무도 없느냐, 어서 의원을 불러라! 이 고을에서 제일가는 용한 의원을 당장 모셔 오너라, 어서!"

    용하다는 의원을 죄다 불러 모으고, 산삼이며 녹용이며 값이 천금이라는 약을 아낌없이 지어 달여 먹였지만, 순녀의 병세는 도무지 차도가 없었소. 어느 깊은 밤, 순녀가 파리한 손을 가만히 들어 내 손을 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지.

    "여보… 나는 괜찮소. 그러니 그만 좀 우시구려.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당신이 예전처럼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 싶구려. 우리가 비록 가난해도, 봄이면 함께 산나물 캐러 다니고, 저녁이면 호롱불 아래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그 시절이… 나는 참으로 행복했는데. 당신은… 당신은 그렇지 않았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마치 무쇠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소. 곳간에는 재물이 그득그득한데, 정작 지금 내 곁에는 무엇이 남아 있단 말인가. 도망간 종들, 등 돌린 이웃, 시퍼렇게 날 선 송사, 그리고 이제는 다 죽어 가는 아내까지. 그날 밤 도깨비가 남기고 간 그 한마디가 그제야 시퍼런 비수가 되어 내 가슴 한복판에 콱 꽂혔지.

    '곳간이 차는 만큼 마음이 빈다… 그것이 바로 이런 뜻이었더란 말인가. 내가… 내가 대체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살았단 말인가!'

    나는 그 길로 마치 미친 사람처럼 안방을 뛰쳐나가, 맨발로 사립문을 박차고 내달렸소. 그 옛날 도깨비를 만났던 그 산, 그 늙은 고목을 향해, 휘영청 밝은 달빛 속을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지.

    ※ 5: 잎사귀로 변한 금덩이

    숨이 턱에 차도록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그 늙은 고목 아래에 다다랐소. 그날 밤처럼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라 골짜기를 환히 비추고 있었지. 나는 풀썩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목이 터져라 외쳤소.

    "도깨비 나리! 어디 계십니까! 부디, 부디 한 번만 더 그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요! 이렇게 비옵니다!"

    내 절규가 텅 빈 골짜기에 메아리쳐 울려 퍼지자, 고목 등걸에서 스르르, 그 외뿔 달린 모습이 안개처럼 솟아올랐소. 도깨비는 예전과 똑같이 그 시뻘건 눈으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지. 한데 그 눈빛에는 어쩐 일인지 노여움 대신 깊은 슬픔 같은 것이 어려 있었소.

    "이놈, 어인 일로 이 야밤에 또 나를 찾았느냐. 그토록 애타게 바라던 재물을 산더미처럼 안겨 주었거늘, 어찌하여 네 얼굴은 그날보다 도리어 더 형편없이 일그러지고 시커멓게 타들어 갔단 말이냐. 부자가 되면 활짝 웃을 줄 알았더니."

    "나리! 그 재물을, 그 빌어먹을 재물을 도로 다 거두어 가십시오. 그까짓 금은보화, 이제는 단 한 톨도 필요 없습니다! 재물이 늘어 갈수록 밤마다 도둑이 들고, 멀쩡한 사람에게 송사가 붙고, 정든 이웃의 인심이 다 떠나고, 이제는 제 하나뿐인 아내마저 시름시름 죽어 갑니다. 부디… 부디 제 아내 순녀를 살려만 주십시오. 그이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 가난하던 숯장수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아니, 그 시절로 돌아가게만 해 주십시오!"

    나는 땅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어린아이처럼 통곡했소. 도깨비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런 나를 내려다보더니,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지.

    "허허, 이제야 비로소 사람 노릇을 하는구나. 그래, 네가 그토록 목숨처럼 애지중지하던 그 재물이 지금 어떤 꼴이 되었는지, 어디 두 눈으로 똑똑히 한번 보아라."

    도깨비가 방망이로 땅바닥을 툭 가볍게 두드리자, 참으로 신기하게도 저 멀리 내 집 곳간 안이 눈앞에 환히 펼쳐 보이는 게 아니겠소. 한데 이게 대체 웬일이오. 그토록 눈부시게 번쩍이던 금덩이 은덩이가, 동녘에서 트는 새벽 햇살을 받자 스르르 빛을 잃더니, 순식간에 한낱 바싹 마른 나뭇잎과 길가의 돌멩이로 변해 버리는 게 아니겠소! 곳간 가득하던 보화가 죄다 흙먼지와 검불로 바스러져 내렸지.

    "보았느냐. 도깨비가 내어 준 재물이란 본디 이런 것이니라. 손에 단단히 쥔 듯하나 실은 한 줌 허깨비요, 곳간을 가득 채운 듯하나 돌아서면 텅 빈 검불에 지나지 않는 법이지. 너는 그 허망한 것을 좇느라, 정작 네 손안에 있던 진짜 보물을 죄다 흘려보내고 짓밟았음을 이제야 알겠느냐?"

    "진짜… 진짜 보물이라니요? 그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 어리석은 놈아! 곳간이 텅 비어도 두 내외 손 맞잡고 마주 보며 웃던 그 저녁, 시래기죽 한 그릇을 둘이 나눠 먹어도 꿀맛 같던 그 따뜻한 정(情), 고된 하루 끝에 네 아내가 말없이 쓸어 주던 그 거친 손길. 바로 그것이 네가 진작부터 두 손에 쥐고 있던 진짜 보물이 아니더냐! 사람의 행복이란 곳간의 크기로 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이가 곁에 있는가, 그리고 그 마음이 따뜻한가에 달린 것이니라. 너는 발밑에 황금을 두고도 저 산 너머만 바라보며 평생을 헤맨 게야."

    도깨비의 그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천둥처럼 내 가슴을 쿵쿵 울렸소. 그러고 보니 나는 그동안 두 손에 쥔 헛된 황금에 눈이 멀어, 정작 내 발밑에 있던 진짜 보물을 사정없이 짓밟고 있었던 것이오. 가난하던 시절, 순녀와 마주 앉아 시래기죽을 나눠 먹던 그 저녁이 어쩌면 내 평생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나는 그것을 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오. 내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비 오듯 줄줄 쏟아져 내렸지.

    "나리…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정녕 눈먼 봉사처럼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제 아내를 살릴 길을 단 한 가지만이라도 일러 주십시오. 무엇이든,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제 남은 목숨을 내어놓으라 하셔도 좋습니다."

    도깨비는 그제야 슬며시 빙긋 웃으며, 제 품속을 뒤적이더니 작고 동그란 환약 하나를 꺼내 내 손바닥에 가만히 쥐여 주었소.

    "이 약은 천하의 어떤 재물로도 결코 살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제 잘못을 가슴 깊이 진심으로 뉘우친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약이니라. 어서 돌아가 네 아내에게 달여 먹이거라. 그리고 부디 명심하라. 다시는 손에 잡히지도 않는 헛된 것을 좇지 말고, 지금 네 곁에 있는 것을 하늘처럼 귀히 여기거라. 그것이 바로, 도깨비인 내가 너에게 일러 주는 진정한 행복이니라."

    말을 마친 도깨비의 모습은 동트는 새벽빛 속으로 옅은 안개처럼 스르르 흩어져 사라졌소. 나는 그 작은 환약을 두 손으로 가슴에 꼭 끌어안고, 다시 그 가파른 산길을 미친 듯이 굴러 내려가 집으로, 순녀에게로 향했지.

    ※ 6: 다시 지핀 숯가마의 불빛

    헐레벌떡 집에 다다르니, 곳간을 그득 채웠던 금은보화는 도깨비의 말 그대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마른 나뭇잎과 검불만 마당에 어지러이 나뒹굴고 있었소. 으리으리하던 솟을대문 기와집도 어느새 옛날 그 비 새던 다 쓰러져 가는 초가삼간으로 되돌아와 있었지. 하나 참으로 이상한 일이오. 나는 그 광경을 보고도 더는 아깝지도, 두렵지도, 서운하지도 않았소. 도리어 무거운 짐 하나를 벗은 듯 마음이 홀가분했지. 나는 한달음에 안방으로 뛰어들어, 다 죽어 가는 순녀를 와락 끌어안고, 도깨비가 준 그 환약을 정성껏 물에 풀어 떨리는 손으로 한 모금 한 모금 입에 떠 넣어 주었소.

    '제발, 제발 살아만 다오. 임자만 살아 준다면 나는 평생 다시는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으리다. 부디 하늘이여, 이 어리석은 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소서.'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소. 그토록 백약이 무효하여 손쓸 길 없던 순녀의 백지장 같던 얼굴에, 차츰차츰 발그레한 핏기가 돌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소. 가쁘게 몰아쉬던 숨이 고르고 편안하게 가라앉고, 비 오듯 흐르던 식은땀이 멎더니, 이윽고 순녀가 가만히, 아주 가만히 두 눈을 떴지.

    "여보…? 당신, 울고 있구려. 아니, 내가 대체 얼마나 오래 잠들었던 게요…? 어쩐지 아주 긴 꿈을 꾼 것만 같소."

    "임자! 임자가 깨어났구려! 아이고, 이 사람아, 내가 잘못했네. 내가 다 잘못했어. 그까짓 재물이 다 무엇이라고, 임자가 이리 아파 죽어 가는 줄도 모르고… 내가 눈이 멀었었네, 내가 눈먼 봉사였어!"

    나는 순녀의 야윈 두 손을 부여잡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소. 순녀는 그런 내 굽은 등을 예전처럼 거친 손으로 가만가만 쓸어내리며,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지. 그 잔잔한 웃음이, 한때는 그토록 답답하고 못마땅하게만 여겼던 그 웃음이, 이제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처럼 환하고 따뜻하게 빛나 보였소.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낡은 지게를 지고 산에 올랐소. 숯가마에 불을 지피고, 갈라진 손으로 숯을 구워 한 짐 지고 장에 내다 파는, 그 가난한 숯장수의 삶으로 고스란히 되돌아간 것이오. 한데 이것이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었소. 똑같이 고되고 똑같이 가난한 살림인데, 어찌 된 셈인지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따뜻하기만 한 것이오. 숯을 판 돈으로 보리쌀 몇 됫박을 사 들고 노을 진 산길을 터덜터덜 내려오는 그 저녁이, 곳간에 금을 산처럼 쌓아 놓고도 잠 못 이루던 그 어느 밤보다 더없이 달고 행복했으니 말이오.

    나는 장에서 번 얼마 안 되는 돈일망정,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소. 끼니를 거른 외로운 노인에게는 보리쌀 한 됫박을 슬며시 건네고, 헐벗은 아이에게는 무명 한 자락을 끊어 주었지. 그러자 한때 등을 돌리고 수군대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우리 집 사립문을 두드리며, 따뜻한 정을 나누기 시작했소. 가진 것은 비록 적어도, 우리 초가삼간에는 날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지. 누구는 산나물을 한 소쿠리 이고 오고, 누구는 갓 쪄 낸 감자를 들고 와 둘러앉으니, 그것이 곧 잔치요 복이었소. 비록 상에 오르는 것이 거친 보리밥과 시래깃국뿐일지언정, 그 자리에는 시기도 다툼도 없고 오직 따뜻한 웃음과 정겨운 말소리만이 가득했지. 나는 그제야 알았소. 김 영감네 솟을대문 안에는 결코 없던 것이, 우리 집 다 쓰러져 가는 사립문 안에는 넘쳐 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오.

    저녁이면 나는 순녀와 마주 앉아 시래기죽 한 그릇을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었소.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마주 보는 그 정겨운 얼굴이, 말없이 건네 오는 그 따뜻한 손길이, 바로 도깨비가 그토록 일러 주고자 했던 진정한 행복임을 나는 비로소 가슴 깊이, 뼛속 깊이 깨달았던 것이오.

    '그래, 행복이란 결코 저 산 너머 멀리 있는 것도, 곳간 가득 쌓아 두는 것도 아니었구나. 바로 내 곁에, 손만 내밀면 닿는 이 자리에, 처음부터 늘 있었던 것을. 나는 어찌하여 그 길고 긴 세월 동안 이리도 쉬운 이치 하나를 깨닫지 못하고 헤맸단 말인가.'

    그 뒤로 나는 그 깊은 산중에서 다시는 외뿔 달린 도깨비를 만나지 못했소. 하나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떠오르는 봄밤이면, 나는 가만히 사립문을 열고 나가, 고목이 우뚝 선 저 산마루를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깊이 고마운 인사를 건네곤 했지. 헛된 욕심에 눈이 멀어 가장 소중한 것을 짓밟던 이 어리석은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귀한 보물이 진정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그 외뿔 달린 고마운 손님에게 말이오. 이것이 바로, 강원도 두메산골 가난한 숯장수 만석이가 죽는 날까지 가슴에 깊이 새기고 살아간, 진정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올시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곳간이 차는 만큼 마음이 빈다던 도깨비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좇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따뜻한 밥 한 끼, 마음 나눌 사람, 손 맞잡는 정. 오늘 저녁엔 곁에 계신 분의 손을 한번 따뜻하게 잡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야기가 마음에 닿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 이야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프롬프트

    A cinematic 16:9 photorealistic color ink-wash painting (Korean sumukhwa style with subtle color washes), set in the Joseon Dynasty. An elderly Korean charcoal burner in worn earth-toned hanbok with a traditional topknot (sangtu) kneels frozen in awe beneath a giant ancient gnarled tree under a brilliant full moon. Beside him looms a fearsome yet whimsical Korean dokkaebi goblin — a single horn on its forehead, glowing red eyes, wild hair, holding a spiked magic club (bangmangi) — with golden treasure glittering on the moonlit ground. Deep misty mountain valley, dramatic moonlight and shadow, flowing ink brushwork, atmospheric and mysterious. No text.

    1

    1. A Joseon-era watercolor of a poor Korean charcoal burner in patched hanbok with a topknot (sangtu), bent under a wooden A-frame carrier (jige) on a steep mountain path, weary expression, soft autumn palette. No text.
    2. A humble thatched-roof cottage (choga) in a remote Gangwon mountain village, smoke rising from a charcoal kiln nearby, watercolor, gentle dawn light. No text.
    3. A kind middle-aged Joseon woman with a chignon bun (jjokjin meori) in plain hanbok gently rubbing her husband's back inside a dim cottage, warm tender watercolor mood. No text.
    4. A grand tiled-roof mansion with an ornate gate in the village contrasted against the poor man watching enviously from afar, topknot and worn hanbok, watercolor. No text.
    5. A man with a topknot holding a pine-torch climbing a moonlit mountain trail under a huge full moon, eerie cool blue watercolor atmosphere. No text.

    2

    1. A towering Korean dokkaebi goblin with a single horn, red glowing eyes, and wild hair sitting under an ancient tree eating buckwheat jelly from a wooden bowl in moonlight, watercolor. No text.
    2. A frightened Joseon charcoal burner with a topknot hiding behind a giant tree trunk, peeking out with terror, full moon overhead, dramatic watercolor shadows. No text.
    3. A dramatic ssireum (Korean wrestling) match between a huge horned dokkaebi and a small man in worn hanbok, dust rising under moonlight, dynamic watercolor. No text.
    4. The dokkaebi tumbling backward onto the ground while the small topknotted man pushes its left leg, surprised expressions, comedic moonlit watercolor. No text.
    5. The horned dokkaebi raising a knobby wooden club (bangmangi), gazing down at the kneeling man with an ambiguous expression, moonlit forest, atmospheric watercolor. No text.

    3

    1. A dokkaebi striking the ground with its magic club as glittering gold and silver erupt from the earth like a fountain under moonlight, golden watercolor glow. No text.
    2. A man with a topknot in worn hanbok embracing a pile of golden treasure with tears of joy, moonlit mountain clearing, radiant watercolor. No text.
    3. A Joseon woman with a chignon bun gasping in shock at heaps of treasure filling a humble cottage courtyard at dawn, soft watercolor. No text.
    4. A newly built grand tiled mansion with a tall ornate gate, servants bustling about, the formerly poor man now in silk hanbok and a gat hat, prosperous watercolor scene. No text.
    5. The man in silk hanbok looking discontented and greedy at a lavish feast table, his wife watching with worried eyes, candlelit warm-cool watercolor contrast. No text.

    4

    1. Shadowy thieves climbing over a mansion wall at night while servants hold torches guarding the storehouse, tense dark watercolor. No text.
    2. The wealthy man with a topknot and silk robe angrily scolding kneeling servants, harsh expression, cold gloomy watercolor mood. No text.
    3. A corrupt government clerk (ajeon) in official Joseon attire confronting the rich man at a government office (gwana), oppressive watercolor atmosphere. No text.
    4. A pale, frail Joseon woman with a chignon bun lying ill on a sickbed in a dim room, sweat on her brow, sorrowful muted watercolor. No text.
    5. The man kneeling at his sick wife's bedside, gripping her thin hand with a horrified, remorseful face by candlelight, deeply emotional watercolor. No text.

    5

    1. A man with a topknot kneeling and crying out beneath the giant ancient tree under a full moon, arms raised in desperate plea, dramatic night watercolor. No text.
    2. The horned dokkaebi rising from the old tree trunk, glowing red eyes now tinged with sorrow, looking down at the weeping man, mystical watercolor. No text.
    3. A vision of glittering gold treasure transforming into dry dead leaves and stones under the dawn sunlight, magical fading watercolor effect. No text.
    4. The dokkaebi gently handing a tiny medicine pill to the kneeling, tearful man in worn hanbok, tender reconciliatory watercolor mood, soft dawn light. No text.
    5. The dokkaebi's figure dissolving into morning mist and dawn light beside the ancient tree, the topknotted man watching in awe, ethereal watercolor. No text.

    6

    1. The humble thatched cottage restored, dry leaves scattered in the yard where treasure once was, soft morning watercolor, bittersweet mood. No text.
    2. A man cradling his recovering wife (chignon bun) who slowly opens her eyes on the sickbed, both with tearful relieved faces, warm tender watercolor. No text.
    3. A man with a topknot back to charcoal burning, carrying his A-frame jige down a sunlit mountain path with a peaceful smile, bright hopeful watercolor. No text.
    4. The couple sharing a simple bowl of radish-greens porridge by lamplight, smiling warmly at each other in their humble cottage, cozy golden watercolor. No text.
    5. The man gazing up at a moonlit mountain ridge with the ancient tree silhouette, hands folded in silent gratitude, serene spring-night watercolor. No text.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