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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황당한 은혜 갚기 , 똥 더미 속에 숨은 황금의 비밀” (출처-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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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아이고, 냄새야!" 가난한 최 서방의 마당에 밤마다 쌓이는 '그것'. 도깨비가 은혜를 갚겠다더니, 고작 똥 무더기라니! 하지만 그 똥 무더기가 곧 '돈 무더기'가 될 줄이야. 낡은 빗자루에 베푼 작은 온정이, 상상도 못 할 기적으로 돌아오는 신기한 이야기.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최 서방. 비바람 치던 밤, 그는 헛간에 버려진 낡은 빗자루를 가엾게 여겨 방 안으로 들인다. 그날 밤, 빗자루는 도깨비로 변해 '은혜를 갚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마당에 쌓이기 시작한 것은 금은보화가 아닌, 지독한 냄새의 '똥 무더기'였는데!
※1: 가난하지만 선량한 최 서방
조선 어느 산골 마을, 최 서방이라 불리는 사내가 살고 있었다. 그의 형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난'이라는 귀신이 딱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르는 형국이었다. 사흘에 한 번 죽을 끓여 먹으면 다행이었고, 겨울이면 홑겹 바지 사이로 드나드는 황소바람에 밤잠을 설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가 가진 전 재산이라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초가삼간과, 선조 때부터 물려받은 낡은 농기구 몇 개가 전부였다. 젊어서는 남의 집 머슴살이로 근근이 버텼으나, 세월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내와는 일찍이 사별하고, 자식도 없이 홀로 남은 최 서방은, 이제 기력마저 쇠하여 밭 한 뙈기 제대로 갈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저러다 골방에서 굶어 죽는 건 아닌지 몰라." "선량하기만 하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팔자가 사나운 게지." 사람들의 말처럼, 최 서방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심성 하나만큼은 비단결같았다. 그는 썩은 짚신 한 짝도 함부로 버리지 못했고, 다리가 부러진 제비 새끼를 보면 자신의 한 끼니를 쪼개어 먹일 정도였다. "아이고 너도 참 복도 없구나. 하필이면 이런 가난뱅이 처마 밑에 떨어져서" 그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면서도, 그 작은 생명을 보살피는 것을 외면하지 못했다. 그의 집 쌀독은 바닥을 보인 지 오래였고, 아궁이에 불을 땔 장작마저 떨어져 가고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던 어느 늦여름 밤. 밖에서는 미친 듯이 비바람이 몰아치고, 금방이라도 지붕이 날아갈 듯 덜컹거렸다. 최 서방은 방 안 구석에서 얇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올겨울을 어찌 날꼬 이러다 정말 객사라도 하는 게 아닌가' 처량한 신세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는 끼니를 거른 탓에 뱃가죽이 등에 붙은 듯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스며드는 한기와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허허 팔자 한번 기구하구나"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누우려던 그때였다. '쿵 덜그럭' 방 안의 소리가 아니었다. 비바람 소리를 뚫고, 집 뒤편의 다 쓰러져가는 헛간 쪽에서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 서방은 가뜩이나 흉흉한 시절이라, 덜컥 겁이 났다. '이 밤중에 도둑인가? 허허 이 집에 훔쳐 갈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는 망설였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소리는, 짐승의 울음소리도, 사람의 소리도 아닌, 기묘한 신음 소리 같았다. '흐으 으' 마치 낡은 목판이 바람에 긁히는 듯한, 애처롭고도 스산한 소리였다. 최 서방은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그는 성정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조심조심 쌈지를 뒤져, 마지막 남은 쌈짓돈을 털어 샀던 초에 불을 붙였다.
※2: 낡은 빗자루에 베푼 온정
비바람은 최 서방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횃불처럼 든 초는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누 누구시오?"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다. 그는 조심조심, 문짝마저 반쯤 떨어져 나간 헛간으로 다가갔다. 헛간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퀴퀴한 곰팡내와 썩은 짚 냄새가 진동했다. 최 서방이 초를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이밀었을 때, 그는 구석에서 나뒹굴고 있는 '그것'을 발견했다. 사람은 아니었다. 짐승도 아니었다. 그것은 수십 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낡고 닳아빠진 '빗자루' 한 자루였다. 아마도 헛간 선반 위에 놓여 있다가, 거센 바람에 못 이겨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 최 서방은 허탈했다. 고작 이것 때문에 이 비바람을 뚫고 나왔단 말인가. "에잇 쓸데없는" 그가 혀를 차며 돌아서려던 순간. '흐으' 빗자루가 낡은 빗자루가 다시 한번, 그 애처로운 신음 소리를 냈다. 최 서방은 제 귀를 의심했다. "자 잘못 들었나" 그는 빗자루 가까이 다가갔다. 빗자루는 비에 젖어 축축했고, 빗자루의 솔은 거의 다 빠져나가 몰골이 사나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낡은 물건에서 지독한 '한기'가 느껴졌다. 마치 얼음덩어리를 만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빗자루는, 최 서방의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인지, 가늘게 떨고 있는 것만 같았다. 최 서방은 순간, 그 빗자루가 꼭 자기 자신처럼 느껴졌다. 세상의 풍파에 닳고 닳아, 이제는 쓸모없어져, 차가운 헛간 구석에서 비바람을 맞고 있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아이고, 짠해라" 최 서방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는 가난뱅이 주제에, 이따금 이런 쓸데없는 정을 베풀곤 했다. 그는 혀를 차며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너도 참 팔자가 사납구나. 이런 험한 날 이런 데서 떨고 있다니" 그는 빗자루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얼마 남지 않은 짚단을 그러모아, 따뜻한 온기가 남은 아궁이 바로 곁에 빗자루를 세워두었다. "자 여기가 그나마 따뜻할 게다. 비에 젖었으니 어서 마르려무나." 그는 빗자루에 대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술병 바닥에 딱 한 잔 남아있던 막걸리를, 작은 종지에 따라 빗자루 앞에 내려놓았다. "이것도 인연인데 박복한 놈들끼리 술이나 한잔 나누세. 허허"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막힌 일이었지만,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최 서방은 그 낡은 빗자루를 아궁이 곁에 둔 채, 다시 이부자리에 누워 스르르 잠이 들었다.
※3: "고맙네, 최 서방!"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최 서방은 방 안을 가득 채운 이상한 기운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를 괴롭히던 비바람 소리는 어느새 멎어 있었고, 방 안은 마치 무덤 속처럼 고요했다. 그런데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아궁이 쪽에서, 그가 세워두었던 낡은 빗자루가 있던 그 자리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불빛이라기보다는 푸르스름한 인광에 가까웠다. "불 불이라도 났나!" 그는 마지막 남은 재산인 이 초가삼간마저 타버리는 줄 알고 경기를 하듯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불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궁이 곁, 그가 빗자루를 세워두었던 그 자리에, 웬 시커먼 사내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사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기이했다. 키는 천장에 닿을 듯 거대했고, 온몸에는 짐승처럼 털이 숭숭 나 있었으며, 어둠 속에서도 그 실루엣이 울퉁불퉁했다. 머리에는 분명히, 작은 뿔까지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그 시뻘건 두 개의 눈은, 어둠 속에서 등불처럼 이글거리며 최 서방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도 도 도" 최 서방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도깨비'라는 세 글자가 목구멍에 걸려, '깨갱' 하는 짐승 같은 소리만 새어 나왔다.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꼼짝이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저 거대한 손이 자신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 그저 덜덜 떨며, 너덜너덜한 이불 조각을 필사적으로 움켜쥘 뿐이었다. 그런데 그 거대한 도깨비는, 최 서방을 해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쭈그리고 앉아, 최 서방이 따라주었던 그 작은 막걸리 종지를, 솥뚜껑만 한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고 있었다. 그리고는, 뿔 난 대가리를 꾸벅, 최 서방을 향해 숙였다. "저 저 나리 아니 도깨비 양반 저를 잡아먹으시려" 최 서방이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고맙네, 최 서방." 도깨비의 목소리는, 헛간에서 들리던 그 애처로운 신음이 아니었다. 굵고 낮은, 마치 오래된 고목의 속이 울리는 듯한, '우우웅' 하는 동굴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소, 소인을 어찌 아시오?" "알다마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오늘 밤 이 빗자루 속에서 얼어 죽을 뻔했네." 도깨비가 솥뚜껑만 한 손으로, 이제는 텅 비어버린 낡은 빗자루를 툭툭, 쳤다. "나는 본디 이 댁 선조가 아끼시던 빗자루에 깃든 도깨빌세. 그분이 매일같이 이 빗자루로 마당을 쓸며, '복아, 들어오너라' 하고 말을 걸어 주셨지. 그 정성이 쌓여, 내가 이 물건에 깃들게 되었네. 허나" 도깨비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세월이 흘러 빗자루는 낡아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내 기력도 쇠하고 말았네. 결국엔 저 차가운 헛간 구석에 처박혀 이 낡은 물건 속에 갇혀 지낸 지 수십 년 오늘 밤, 이 거센 비바람에 그만 마지막 기운마저 끊어지려던 참이었네. 빗자루가 썩어가듯, 내 영도 스러져가고 있었지." 도깨비는 쭈그리고 앉은 채로 막걸리 종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 거대한 입에 종지는 이쑤시개처럼 보였다. "자네의 따뜻한 불과, 이 귀한 술 한 잔이 내 명줄을 다시 이어주었네. 특히 이 술 크 얼마 만에 맛보는 온기인가" 최 서방은 그제야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찮게 여겼던 낡은 빗자루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영물을 구한 것이었다. "자네 심성이 참으로 곱구먼. 이토록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썩어가는 빗자루 하나를 가엾게 여길 줄이야. 나를 '너'라 부르며, 동무처럼 술까지 따라주다니." 도깨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장이 낮아, 그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여야 했다. "나는 도깨비일세. 은혜를 입었으면, 돌멩이라도 갚아야 하고, 원한이 생기면 금덩이라도 부숴버리는 것이 우리 족속의 법도이지. 자네 소원이 무엇인가? 말해보게.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면하고 싶은가? 금은보화인가? 아니면 저 아랫마을 김 부자처럼, 땅문서 수백 장을 갖고 싶은가?" 최 서방은 어안이 벙벙했다. 소원이라니. 금은보화라니. 그런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너무 놀라면 바보가 된다는 말처럼, 그저 눈만 끔뻑거렸다. "소 소원이라니요 저는 그저" 그는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막상 도깨비 앞에서 그런 속물적인 소원을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아니, 그 이전에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그저 쌀독에 쌀이 떨어지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게 지붕이 새지 않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나이다" 그 말을 들은 도깨비는, 잠시 멍하니 최 서방을 보더니, 이내 '껄껄껄' 하고 요란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에, 방 안의 먼지가 펄펄 날리고, 닫아놓은 문짝이 덜컹거렸다. "푸하하! 과연 최 서방다워! 욕심도 참 소박하구먼! 죽어가던 도깨비를 살려놓고 고작 쌀밥에 기와 한 장이라니! 껄껄!" 도깨비는 쿵, 하고 자신의 털 난 가슴을 쳤다. "알겠네! 그것쯤이야! 자네의 그 소박한 소원을 내가 아주 넘치도록 차고 넘치도록 이루어주겠네. 기대하시게나! 내일부터 자네는 조선 팔도에서 가장 '부유한' 똥 아니, 부자가 될 것이야!" "예? 똥 이라니요?" "껄껄! 내일 아침이면 알게 될 걸세!" 도깨비는 씩 웃더니, 몸을 스르르 돌려 낡은 빗자루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방 안에는 다시 정적만 남았다. 아궁이 곁에는 낡은 빗자루 한 자루와, 깨끗하게 비워진 술 종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부유한 똥?" 그는 도깨비의 마지막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4: 도깨비의 기묘한 은혜갚기
다음 날 아침. 최 서방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밤새 겪은 일이 너무나도 생생했지만, 해가 뜨고 나니 모든 것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쌀독은 여전히 비어 있었고, 방 안은 어제와 똑같이 썰렁했다. "허허 내가 굶주린 나머지 헛것을 보았나 빗자루가 도깨비라니 쯧쯧"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마당에 나앉은 닭이라도 쫓아낼 요량으로 사립문을 열었을 때였다. "억!" 최 서방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가 사립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그의 좁디좁은 마당 한가운데 간밤에 도깨비가 약속했던 금은보화가 아니라 난데없는 '소똥' 무더기가, 작은 동산처럼 쌓여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두 마리 분량이 아니었다. 적어도 소 열 마리는 밤새도록 마당에서 일을 본 듯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짚과 콩깍지가 알맞게 섞인 아주 실해 보이는 똥 무더기였다. "아니 이 이게 무슨!" 최 서방은 냄새에 코를 막고 뒷걸음질 쳤다. "어느 집 어느 집 소가 담을 넘어왔나?" 하지만 그의 집 담은 낮아도, 소 열 마리가 단체로 넘어올 높이는 아니었다. 그때, 그의 뇌리에 간밤 도깨비의 마지막 말이 스쳐 지나갔다. '자네는 조선 팔도에서 가장 '부유한' 똥 부자가 될 것이야!' "이 이 이 도깨비 녀석이!" 최 서방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부유한 똥'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똥 부자'가 되라는 뜻이었단 말인가! "나를 나를 능멸하는 것인가! 이 천하의 잡놈 아니, 잡귀!" 가뜩이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아침부터 똥 무더기라니. 이것은 은혜갚음이 아니라, 명백한 조롱이었다.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헛간에서 지게와 삼태기를 꺼내왔다. "에잇 퉤! 더러워서!" 그는 반나절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똥 무더기를 져다 날랐다. 마당에서 조금 떨어진, 그의 소유로 되어 있지만 돌멩이뿐이라 아무것도 심지 못하는 밭 귀퉁이에 겨우 다 치우고 나니, 해가 중천에 떴다. 그는 기진맥진하여,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굶주린 배에 똥 냄새까지 뒤엉켜, 속이 울렁거렸다. "차라리 만나지를 말 것을 은혜는 무슨 놈의 은혜" 그는 쫄쫄 굶은 배를 움켜쥐고 그날 하루를 끙끙 앓으며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최 서방은 불안한 마음으로, 뜬눈으로 밤을 샌 채 사립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어제보다 두 배는 더 큰 '소똥' 무더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제는 마당 한가운데에만 있었는데, 오늘은 툇마루 앞까지 똥물이 흘러넘칠 지경이었다. "이 이 이 악랄한 도깨비 녀석이!" 최 서방은 이제 화가 나는 것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내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빗자루를 따뜻한 데 뉘어준 게 이리도 큰 죄란 말이냐!"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또다시 하루 종일 똥을 치웠다. 밭 귀퉁이는 이제 거대한 '똥 산'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그는 이제 문을 여는 것이 공포였다. "제발 제발 오늘은"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문을 열자마자, 어제보다 '세 배'는 더 큰 똥 산이 그를 맞이했다. 냄새는 온 마을로 진동했고, 이웃들은 "최 서방이 드디어 미친 게 아닌가", "저러다 똥독이 올라 죽겠다"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최 서방은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채, 똥을 치우고 또 치웠다. 그가 똥 산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던 바로 그때였다. "이보게! 최 서방!" 저 멀리서,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이자, 지독한 욕심쟁이로 소문난 '김 부자'가 코를 막고 걸어오고 있었다. 김 부자는 자신의 논밭을 둘러보러 나왔다가, 최 서방네 밭 귀퉁이에 쌓인 거대한 똥 무더기를 보고 기겁을 한 것이었다. "아니, 자네 굶어 죽는다더니 어디서 이런 이런 흉물스러운!"
※5: 똥더미 속의 비밀
나흘째, 닷새째 일은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최 서방은 이제 해가 뜨는 것이 두려울 지경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의 좁은 마당은 어김없이 거대하게 솟아오른 '소똥 동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냄새는 온 마을로 진동했고, 이웃들은 "최 서방이 드디어 미친 게 아닌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밥을 굶어 기운은 없는데, 그놈의 똥을 치우느라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차라리 그날 밤 빗자루를 불쏘시개로라도 쓸 것을 내가 내가 미쳤지 은혜는 무슨 놈의 은혜' 그가 똥 산 앞에서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 있던 바로 그때였다. "이보게! 최 서방!" 저 멀리서, 비단옷을 차려입은 사내가 하인을 데리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이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이자, 닷 냥짜리 밭을 석 냥에 사들인다고 소문난 지독한 욕심쟁이, '김 부자'였다. 김 부자는 자신의 넓은 논밭을 둘러보러 나왔다가, 최 서방네 밭 귀퉁이에 거대하게 쌓인 똥 무더기를 보고 기겁을 한 것이었다. 그는 손에 쥔 고급 부채로 코를 가리며 인상을 썼다. "아니, 자네 굶어 죽는다더니 어디서 이런 이런 흉물스러운!" 김 부자는 본디 깔끔을 떠는 성미라, 당장이라도 관아에 일러 이 똥 무더기를 치우게 할 참이었다. "당장!" 그가 하인에게 소리치려던 순간. 김 부자는 욕심쟁이인 동시에, 조선 팔도에서 소문난 '농사꾼'이기도 했다. 그는 평생 좋은 거름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최 서방이 쌓아 올린 '똥 산'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부채질을 멈추고, 똥 산 가까이 다가갔다. "" 그는 똥 무더기에서 한 줌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하인이 기겁을 하며 "영감! 더럽습니다!" 하고 외쳤지만, 김 부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냄새를 맡아보고, 손가락으로 비벼 그 색깔을 살폈다.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 이건!" "왜 왜 그러십니까, 부자 영감 냄새가 지독하지요?" 최 서방은 김 부자가 자신을 혼내러 온 줄 알고 잔뜩 쫄아 있었다. "냄새? 냄새라니! 이 사람아! 이게 무슨 냄새로 보이나! 이건 이건 '돈 냄새'야! 돈 냄새!" 김 부자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 이건 그냥 똥이 아니야! 짚이며 콩깍지며 쌀겨까지 아주 황금 비율로 섞여 있어! 게다가 이 빛깔을 보게! 아주 잘 삭아서 이보다 더 좋은 거름은 소 열 마리를 키우는 우리 집 외양간에서도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땅심' 그 자체라고!" 최 서방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거 거름이라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마다! 자네, 혹시 이걸 팔 생각은 없는가?" "예?" 최 서방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지긋지긋한 똥 무더기를, 돈을 주고 산단 말인가. "팔라고! 이 거름! 내가 내가 엽전 열 냥을 주겠네! 어떤가!" 열 냥. 최 서방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가 멍하니 있자, 김 부자는 최 서방이 '값을 아는 놈'이라 오해했다. '이놈 보통 놈이 아니었구나. 이런 귀한 걸 어디서' 김 부자는 조바심이 났다. "열 냥이 적은가? 흠 좋다! 스무 냥! 스무 냥을 주겠네! 이 이상은 한 푼도 못 주네!" 엽전 스무 냥. 최 서방은 평생 만져본 적도 없는 거금이었다. 그것이면 쌀 두 가마니는 족히 살 수 있었다. "저 정말 이 똥 아니, 거름을 스무 냥에 사시겠단 말입니까?" "그렇다마다! 어서! 내 마음 변하기 전에!" 최 서방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 부자는 당장 하인들을 불러, 그 똥 산을 싹 다 지고 가게 했다. 자신의 하인들만으로는 모자라, 마을 장정들을 엽전 한 푼씩 주고 사서 똥을 퍼가게 했다. 최 서방의 밭 귀퉁이는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그리고 최 서방의 손에는 묵직한 엽전 스무 냥이 들려 있었다. 최 서방은 그 돈을 들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 밤, 최 서방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쌀밥에 고기반찬을 사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어젯밤 그 도깨비에게 주었던 술 종지에, 이번에는 새로 산 가장 좋은 막걸리를 가득 따라두었다. "도깨비 양반 혹시 듣고 계시오? 고맙 소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마당에는 어제보다 세 배는 더 큰 황금빛 거름 무더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도깨비 양반! 고맙소! 고맙소!" 그는 마당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6: '똥' 부자가 된 최 서방
그날부터 최 서방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최 서방네 집에 가면, 땅심을 살리는 '도깨비 거름'을 살 수 있다더라!'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욕심쟁이 김 부자뿐만 아니라, 인근의 모든 농사꾼들이 이른 아침부터 최 서방의 집 문을 두드렸다. "최 서방! 거름 한 지게만 주게!" "여기 닷 냥일세! 나 먼저!" 최 서방의 마당에는, 마치 화수분처럼, 매일 아침 최고급 거름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최 서방은 이제 똥을 치우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이 아침마다 와서, "오늘은 거름이 참 좋습니다", "올해 농사는 떼돈을 벌겠습니다"라며, 돈을 내고, 스스로 똥을 퍼갔기 때문이었다. 가난뱅이 최 서방의 쌀독에는 쌀이 마를 날이 없었고, 방 안 구석 뒤주에는 엽전이 그득그득 쌓여갔다. 그는 가장 먼저, 비가 새던 지붕부터 고쳤다. 낡은 초가삼간은 반질반질한 기와를 얹은 번듯한 기와집이 되었다. 홑겹 바지 대신 따뜻한 솜옷을 입게 되었고, 굶주렸던 얼굴에는 살이 올라, 이제는 제법 '최 부자'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의 집 마당은 더 이상 똥 냄새가 아닌, 구수한 밥 짓는 냄새와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 찼다.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이 고마운 도깨비 양반은 이 어마어마한 거름을 어디서 매일 가져오는 것일까? 이 근방에 소를 이리 많이 키우는 집이 김 부자네 말고는 없는데 설마" 어느 날 밤, 최 서방은 그동안 도깨비가 좋아하던 메밀묵과 돼지고기, 삶은 닭, 그리고 막걸리를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놓고 도깨비를 기다렸다. 자정이 넘자, 어김없이 덩치 큰 도깨비가 '껄껄' 웃으며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 몰골이 꽤나 당당했다. "최 서방! 요새 살맛 좀 나는가! 집이 아주 번듯해졌구먼!" "아이고, 도깨비 양반! 다 다 양반 덕분입니다. 어서 어서 이리로" 최 서방은 큰절을 올리고 도깨비를 상 앞에 앉혔다. 도깨비는 닭 다리를 통째로 뜯으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양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소이다." "뭔가? 이제 금은보화라도 탐이 나는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저 이 귀하디 귀한 거름은 대체 어디서 이리 매일같이" 도깨비는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켜더니, 뿔을 긁적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응? 그거?" "예, 예. 그것 말입니다." "그거 저기 아랫마을 욕심쟁이 그 김 부자네 외양간에서 밤새 슬쩍슬쩍" "예?" 최 서방은 들고 있던 술 주전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 김 부자네 외양간 말입니까?" "그렇다마다! 그 영감 어찌나 욕심이 많은지 소는 수십 마리를 키우면서 거름은 제대로 쓰지도 않고 외양간 구석에 썩어 넘치게 쌓아두었더군! 껄껄! 어차피 썩어 버릴 것 자네처럼 좋은 일 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맞는 이치 아니겠는가! 게다가" 도깨비가 눈을 찡긋했다. "그 영감이 자네에게 돈까지 내가며 제 집 똥을 도로 사 가는 꼴이 어찌나 재밌던지! 푸하하!" 최 서방은 기가 막혔지만,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욕심쟁이 김 부자는 매일 아침 최 서방에게 돈을 내고, 자기가 어젯밤 도깨비에게 도둑맞은 '자기 집 똥'을 다시 사 가고 있었던 것이다. 도깨비의 은혜갚기는, 실로 도깨비다운 해학과 통쾌함이 담겨 있었다.
※7: 도깨비가 남긴 마지막 선물
세월이 흘러, 최 서방은 이제 '최 부자'가 아닌 '최 영감'으로 불리며, 마을에서 가장 큰 어른이 되었다. 그는 도깨비 덕에 부자가 되었지만, 그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자신이 굶주렸던 시절을 잊지 않고, 마을에 흉년이 들면 곳간을 열어 쌀을 풀었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아낌없이 거름을 나누어주었다. 그는 더 이상 '잣대 박'처럼 셈에 얽매이지 않았고, '김 부자'처럼 욕심에 눈이 멀지도 않았다. 그저 넉넉하고 인자한 부자로, 존경을 받으며 살았다. 김 부자는 여전히, 매년 봄이 되면 최 영감에게 거름을 사 갔고, 여전히 자기 집 거름이 왜 그리 빨리 줄어드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도깨비가 오랜만에 최 영감을 찾아왔다. 십수 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평소와는 달리 조금 슬퍼 보였다. 최 영감은 백발이 성성했지만,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최 서방 아니, 이젠 최 영감일세." "아이고, 도깨비 양반! 이게 얼마 만이시오! 그간 그간 평안하셨소" 최 영감이 반갑게 맞았지만, 도깨비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이제 가봐야겠네." "예? 가 가신다니요? 어디를" "자네에게 입은 은혜는 이제 다 갚은 듯하네. 자네는 이제 내 도움이 필요 없는 큰 부자가 되었고, 또한 많은 이에게 복을 나누는 덕을 쌓았으니 나도 이제 내 갈 길을 가야지." 도깨비는 자신이 깃들어 있던, 이제는 최 영감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낡은 빗자루를 쓰다듬었다. "나는 본디 자네 선조의 손때가 묻어 태어난 놈일세. 허나 이제는 자네의 온정 덕분에 새로운 힘을 얻어 썩은 빗자루의 신세를 면하고, 저기 저 큰 산의 산신이 되어 떠나려 하네." 최 서방은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네. 양반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닐세, 최 영감." 도깨비가 그의 말을 잘랐다. "내가 자네를 부자로 만든 것이 아닐세. 자네의 그 '선한 마음'이 자네를 부자로 만든 걸세. 나는 그저 낡은 빗자루 하나를 가엾게 여길 줄 아는 자네의 그 마음씨에 작은 선물을 더했을 뿐."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마지막 남은 막걸리를 털어 넣었다. "내가 자네에게 준 것은 '똥'이었네. 자네는 그것을 '땀'으로 닦아 '돈'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다시 '인정'으로 나누어 '복'으로 만들었지. 부디 지금처럼만 잘 살게나. 자네가 베푼 그 복이, 자네 자손 대대로 이어질 걸세." 도깨비는 빗자루를 향해 절을 한번 하더니, 연기처럼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마당에는 더 이상 거름이 쌓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 영감의 곳간은 이미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마음은 그보다 더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도깨비의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그는 도깨비가 남긴 부를,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며 평생을 복되게 살았다. 그리고 그가 아흔아홉의 나이로 편안히 눈을 감던 날, 사람들은 그의 헛간에서 기묘한 것을 발견했다. 그가 평생 아끼며 닦달했다는 낡은 빗자루. 그 빗자루 곁에는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황금 빗자루' 하나가, 은은한 빛을 내며 놓여 있었다고 한다.
유튜브 엔딩 멘트
스르르 잠드는 야담, 오늘 도깨비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은혜를 갚겠다며 금은보화가 아닌 '똥 무더기'를 가져다준 도깨비. 참으로 도깨비다운 해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난뱅이 최 서방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도깨비를 만나는 '운'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비바람 치는 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낡은 빗자루 하나를
가엾게 여겨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준 '선한 마음'.
그 마음씨가 바로, 복을 불러들인 진짜 이유가 아닐까요?
오늘 밤, 시청자님의 따뜻한 마음에도
도깨비가 남긴 마지막 선물처럼, 반짝이는 행복이 깃드시길 바라며
천사 야담은 다음에도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