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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가 좋아하는 인간들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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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48자):

    "어이, 인간아! 나와 내기를 해보지 않겠느냐?" 깊은 산중 외딴 주막에서 벌어진 기묘한 만남. 한 몫 잡아보려던 떠돌이 장사꾼이 만난 것은 다름 아닌 도깨비였습니다. 하지만 이 도깨비, 보통 도깨비와는 다른 게 있었으니... 과연 욕심 많은 인간과 특별한 도깨비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조선시대 야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 (294자):

    조선 후기, 산골 주막에서 벌어진 인간과 도깨비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 작품입니다. 탐욕스러운 장사꾼 박서방과 마음씨 착한 도깨비 방울이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부와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야담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하여, 시니어 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 콘텐츠로 제작되었습니다. 성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함께 조선시대 속으로 떠나보세요.

    ※ 폭우를 피해 산골 주막에 들어서다

    조선 후기, 여름 장마가 시작된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이 비가 언제 그칠지..."
    떠돌이 장사꾼 박서방이 지게에 잔뜩 실은 물건들을 보호하며 허둥지둥 뛰고 있었습니다. 그의 지게에는 서울에서 사온 비단천과 놋그릇, 엿과 과줄, 그리고 몇 개의 은비녀가 들어있었습니다. 모두 시골 마을에 가서 비싸게 팔 요량으로 준비한 물건들이었지요.
    박서방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총각이었습니다. 돈을 모으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거든요. "돈만 많이 벌면 좋은 부인도 만날 수 있고, 큰 집도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만 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습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자 박서방은 더 이상 길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깊은 산 속,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였는데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저기 주막이 있구나! 천만다행이야."
    박서방은 무거운 지게를 져본 채 주막을 향해 후다닥 뛰어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산골주막'이라는 낡은 간판이 빗속에서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주막은 꽤 오래된 듯했지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어 을씨년스러운 산속에서 보기에는 매우 반가운 모습이었습니다.
    "주막 주인장! 혹시 계십니까?"
    박서방이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후다닥 뛰어나온 것은 50대쯤 되어 보이는 주막 주인 영감이었습니다.
    "아이고, 이 빗속에 어디서 오셨습니까? 어서 들어오시지요. 온몸이 다 젖으셨네요."
    주막 영감은 친절하게 박서방을 맞아주었습니다. 박서방은 지게를 한쪽 구석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젖은 옷을 벗어 걸어두었습니다.
    "영감님, 감사합니다. 이 비가 언제나 그칠지 모르겠네요. 혹시 오늘 밤 하룻밤 재워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마침 방 하나가 비어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우선 따뜻한 막걸리라도 한 잔 하시면서 몸을 녹이세요."
    박서방은 고마워하며 막걸리를 받아 마셨습니다. 차가운 몸이 금세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번개까지 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만약 이 주막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 도깨비의 정체를 알게 되다

    주막 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것은... 참으로 기이한 모습의 사내였습니다. 키는 박서방보다 조금 작았지만, 어깨가 넓고 건장한 체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머리였습니다. 머리 위에 작은 뿔 같은 것이 솟아 있었던 것입니다.
    박서방은 눈을 비비며 다시 보았지만, 분명히 뿔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내는 이상하게도 온몸이 젖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그 큰 비를 맞고 왔는데도 말이지요.
    "주막 영감! 나도 막걸리 한 잔 주시게."
    사내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막 영감이 그 사내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평소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을 대하듯 자연스럽게 막걸리를 따라주었습니다.
    박서방은 속으로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생각하며 다시 그 사내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머리에 뿔이 있었고, 그 뿔은 은은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 사내는 박서방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 비 오는 밤에 나그네가 또 있었구나. 어디서 오셨는고?"
    "아...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장사를 하는 떠돌이입니다."
    박서방이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내가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
    "장사라! 무슨 장사를 하시는고?"
    "별것 아닙니다. 서울에서 물건을 사다가 시골 마을에 가서 파는 장사를 합니다. 비단이며 놋그릇이며, 여인네들이 좋아하는 비녀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러자 그 사내가 갑자기 크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하하하! 그럼 돈을 꽤 많이 벌겠군요. 나는 돈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더라고요. 그 작은 것으로 무엇이든지 살 수 있다니 말입니다."
    이상한 말이었습니다. 돈을 신기하다고 하다니... 그리고 그 사내의 말투도 어딘지 옛스러웠습니다. 마치 수백 년 전 사람의 말투 같았습니다.
    박서방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 그 사내가 갑자기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나와 재미있는 내기를 해보지 않겠나? 내가 이기면 자네의 지게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가져가고, 자네가 이기면 내가 자네에게 황금을 주겠네."
    "황금이요?"
    박서방의 눈이 번쩍 했습니다. 황금이라는 말에 그의 마음이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내기를 하자는 겁니까?"
    "간단하네. 씨름을 해보는 것이야. 씨름에서 이기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거지."
    그때였습니다.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 박서방은 그 사내의 진짜 모습을 보았습니다. 머리에는 분명히 뿔이 있었고, 눈에서는 이상한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몸집이 갑자기 커 보였습니다.
    '도깨비다!' 박서방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이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도깨비의 표정에서 장난기와 호기심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도깨비가 다시 말했습니다.
    "어떤가? 용기가 있다면 한번 해보지 않겠나? 나는 방울이라고 하네. 자네의 이름은?"
    "저... 저는 박서방입니다. 그런데 정말 황금을 주시겠습니까?"
    박서방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탐욕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물론이지! 도깨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내가 이기면 자네의 모든 물건은 내 것이 되는 거야. 어떤가, 할 것인가?"

    ※ 황금 씨름의 시작

    박서방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황금에 대한 욕심이 꿈틀거렸습니다. 그의 지게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합쳐봐야 은 서 냥 정도의 값어치였습니다. 하지만 황금이라면 그보다 훨씬 큰 부를 얻을 수 있을 터였습니다.
    "좋습니다! 해보겠습니다!"
    박서방이 마침내 결심을 굳히며 말했습니다. 방울이는 환하게 웃으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래, 그거야! 재미있겠구나. 자, 그럼 주막 마당으로 나가자꾸나."
    "그런데... 밖에 비가 오는데요?"
    박서방이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방울이가 손을 한 번 흔들었습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며 마당을 밝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것도 도깨비의 재주입니까?"
    "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자, 이제 씨름을 해보자꾸나."
    주막 영감도 신기한 듯 밖으로 나와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막 영감은 도깨비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말이지요.
    마당 한가운데에서 박서방과 방울이가 마주 섰습니다. 박서방은 평소 장사를 하며 전국을 돌아다녀서 몸이 건장한 편이었지만, 방울이 앞에서는 왜소해 보였습니다. 방울이는 생각보다 키가 크고 어깨도 넓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먼저 내가 황금을 보여주겠네."
    방울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달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것은... 정말로 순금 덩어리였습니다! 박서방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저... 저것이 정말 황금입니까?"
    "당연하지! 도깨비가 거짓말을 하겠나? 이 황금 덩어리는 너희 인간 돈으로 치면 금 백 량은 족히 될 것이야."
    금 백 량이라니! 박서방의 마음이 급격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도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거금이었습니다. 큰 기와집도 사고, 예쁜 부인도 얻을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박서방이 기세등등하게 말하며 씨름 자세를 취했습니다. 방울이도 맞은편에서 자세를 잡았습니다.
    "하나, 둘, 셋!"
    주막 영감이 신호를 주자 두 사람이 맞잡았습니다. 박서방은 있는 힘을 다해 방울이를 넘어뜨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방울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바위에 매달린 것 같았습니다.
    "어? 이상하네..."
    박서방이 혼잣말을 하며 더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방울이가 킬킬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그렇게 힘을 쓰면 어떻게 하나? 자, 이제 내 차례야!"
    방울이가 살짝 힘을 주자 박서방이 휘청거렸습니다. 하지만 곧 중심을 잡고 버텼습니다.
    "오호, 제법이군! 그럼 조금 더 해보자꾸나!"
    이번에는 방울이가 좀 더 힘을 주었습니다. 박서방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박서방도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버텼습니다.
    "으~악! 지지 않겠다!"
    박서방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황금에 대한 욕심이 그에게 엄청난 힘을 주었습니다.
    "좋다, 좋아! 그 정신이야!"
    방울이가 즐거워하며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울이는 박서방을 단숨에 넘어뜨리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말이지요.
    씨름은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박서방은 온 힘을 다해 버텼고, 방울이는 적당히 힘을 조절하며 씨름을 즐기는 듯했습니다.
    그러다가 박서방이 한 순간 균형을 잃었습니다.
    "앗!"

    ※ 도깨비의 진짜 모습과 그가 원하는 것들

    "아... 졌습니다."
    박서방이 땅에 주저앉은 채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황금은 물 건너간 것이고, 이제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그 물건들을 팔아서 얻을 돈으로 겨울을 날 계획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방울이는 이기고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박서방, 일어나게."
    방울이가 박서방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습니다. 그의 손은 따뜻했습니다.
    "내가 이겼으니 약속대로 자네의 물건들은 내 것이 되는 거야.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박서방이 고개를 들어 방울이를 바라봤습니다. 달빛 아래에서 본 방울이의 얼굴에는 장난기보다는 진지함이 가득했습니다.
    "자네는 왜 그렇게 돈을 좋아하는가?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야...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지 않습니까? 돈이 없으면 밥도 못 먹고, 집도 없고... 그리고 돈이 많으면 좋은 부인도 만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을 수 있고..."
    박서방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방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나도 하나 말해주겠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어. 벌써 몇백 년이 되었을까..."
    방울이가 먼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장난을 좋아했지. 길 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물건을 감추고, 때로는 씨름을 걸어 이기고는 그들의 물건을 빼앗기도 했어. 그게 도깨비의 본성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박서방이 궁금해하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어. 내가 빼앗은 물건들이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배가 고프지도 않고, 추위를 타지도 않거든. 비단옷을 입어도, 황금을 가져도... 그게 나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더라고."
    방울이의 목소리에 쓸쓸함이 묻어났습니다.
    "그럼... 그럼 왜 저와 내기를 하신 겁니까?"
    "궁금했거든. 너희 인간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이 정말로 너희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말이야. 그래서 가끔 이렇게 내기를 해보는 거지."
    방울이가 박서방의 지게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 비단천들, 놋그릇들, 은비녀들... 모두 아름답고 값나가는 물건들이야. 하지만 말해봐, 박서방. 자네는 그 물건들을 가지고 있을 때 정말 행복했나?"
    박서방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그는 항상 불안했습니다. 물건을 도둑맞을까봐, 싸게 팔게 될까봐, 손해를 볼까봐... 늘 걱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자네는 지금까지 혼자 살아왔지?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방울이의 말이 박서방의 가슴을 찔렀습니다. 정말로 그랬습니다. 박서방은 돈 버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서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도 혼자야, 박서방. 몇백 년 동안 이 산에서 혼자 살았어. 가끔 주막 영감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 외로워."
    방울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즐거워. 비록 내기로 만나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좋거든."
    박서방이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이 도깨비는 자신의 물건을 빼앗으려고 내기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외로워서였던 것입니다.
    "방울이님..."
    "그냥 방울아라고 해도 돼. 나이는 많지만 마음은 아직 어리거든."
    방울이가 쓸쓸히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약속대로 자네의 물건들을 가져가야겠네. 하지만 걱정 마. 나는 그 물건들로 장난이나 좀 치다가 다시 돌려줄 테니까."

    ※ 박서방의 깨달음과 마음의 변화

    박서방은 한참 동안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방울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 한편이 아팠습니다. 수백 년 동안 혼자 살아온 외로움이 얼마나 클까... 생각해보니 자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돈만 쫓아다니며 살다 보니 진정한 친구 하나 없는 쓸쓸한 인생이었습니다.
    "방울아..."
    박서방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나도 외로웠어. 돈만 벌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돈이 늘어날수록 더 외로워지더라고. 사람들은 내 돈만 보지, 진짜 나를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방울이가 고개를 돌려 박서방을 바라봤습니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습니다.
    "그리고... 너를 보니까 알겠어. 물건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나누어 가질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야."
    박서방이 지게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 물건들... 사실 나는 이것들을 팔아서 또 다른 물건을 사고, 또 팔고... 그런 일만 반복했어. 정작 이 아름다운 비단으로 누군가에게 예쁜 옷을 해주거나, 이 놋그릇으로 맛있는 음식을 담아주거나...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
    방울이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방울아, 내가 제안을 하나 해볼까?"
    "제안이라고?"
    "이 물건들을 가져가는 대신에,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니?"
    박서방의 말에 방울이가 눈을 깜빡였습니다.
    "친구라고? 인간과 도깨비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왜 안 되겠어? 우리는 둘 다 외롭잖아. 그리고 나는 너와 이야기를 나누니까 마음이 편해져. 돈을 벌 생각보다는 사람... 아니, 도깨비와 마음을 나누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방울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정말이야? 정말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거야?"
    "물론이지!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박서방이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무슨 조건?"
    "앞으로는 사람들 물건을 빼앗는 장난은 치지 말자. 대신에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슬쩍 도와주는 건 어떨까? 너에게는 신기한 재주가 많잖아."
    방울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은 생각이야!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그런 일들을 해보고 싶었거든."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야!"
    박서방이 손을 내밀자 방울이도 기꺼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두 사람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그때 주막 영감이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아이고, 이 모습 보니까 마음이 참 좋네요. 방울이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영감님은 방울이를 예전부터 알고 계셨군요?"
    박서방이 궁금해하며 물었습니다.
    "그럼요. 이 방울이가 이 산에 온 지 벌써 십 년도 넘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무서워했는데, 알고 보니 마음씨가 참 착한 아이더라고요. 가끔 주막 일도 도와주고, 늦은 밤에 혼자 외로워할 때는 이야기 상대도 되어주고..."
    "그래서 방울이를 보고도 놀라지 않으셨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박서방님처럼 방울이와 진짜 친구가 되려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다들 무서워하거나 아니면 욕심만 부리고 가거든요."
    방울이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습니다.
    "영감님, 너무 칭찬하시면 민망해요."
    그런데 갑자기 박서방이 무릎을 탁 치며 일어났습니다.
    "맞다! 내가 좋은 생각이 났어!"
    "무슨 생각?"
    "방울아, 너는 이 산에서만 살았지? 세상 구경을 해본 적이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럼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자! 나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해왔어. 아름다운 곳도 많이 알고 있고,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방울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정말? 나도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그리고 우리가 가는 곳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자. 너의 신기한 재주와 내가 가진 물건들을 합치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거야."
    "와! 정말 좋겠다!"
    방울이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뛰어올랐습니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위 뿔에서 예쁜 무지개빛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아, 그런데 사람들이 너를 보면 놀랄 텐데..."
    박서방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방울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걱정 마! 나는 사람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어."
    그 말과 함께 방울이가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뿔이 사라지고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어머나! 이런 재주도 있었구나!"
    박서방이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이제 정말 완벽해! 우리 둘이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일을 하자!"

    ※ 도깨비가 준 진정한 선물과 따뜻한 이별

    다음 날 아침, 박서방은 새벽 일찍 일어났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가볍고 즐거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돈 걱정, 장사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이제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할 모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습니다.
    주막 마당에 나가보니 방울이가 벌써 깨어 있었습니다.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변한 방울이는 더욱 친근해 보였습니다.
    "박서방! 잘 잤어?"
    "응, 오랜만에 푹 잤어. 마음이 편하니까 잠도 잘 오더라고."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주막 영감이 따뜻한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아이고, 이제 방울이가 떠나는군요. 좀 섭섭하네요."
    영감이 아쉬워하며 말했습니다.
    "영감님, 걱정 마세요. 가끔 들를게요. 그리고 여행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기면 꼭 들려드릴게요."
    방울이가 영감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리고 박서방님도 방울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겉보기엔 도깨비지만 마음은 정말 순수한 아이 같거든요."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챙겨드릴게요."
    박서방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박서방이 자신의 지게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제와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이걸 얼마에 팔까, 얼마나 남길까' 하는 생각뿐이었지만, 이제는 '이 비단으로 누구에게 도움을 줄까, 이 놋그릇으로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서방, 잠깐."
    방울이가 박서방을 불렀습니다.
    "왜?"
    "내가 너에게 줄 게 있어."
    방울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어제 보았던 황금 덩어리였습니다.
    "어? 이건..."
    "이걸 너에게 줄게."
    "아니야, 방울아. 나는 더 이상 황금이 필요하지 않아.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어."
    박서방이 손을 저으며 거절했습니다.
    "아니야, 들어봐. 이 황금은 그냥 황금이 아니야. 특별한 황금이거든."
    방울이가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특별하다고?"
    "이 황금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오직 남을 도울 때만 쓸 수 있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 쓰려고 하면 그 순간 사라져버려."
    박서방이 놀란 눈으로 황금을 바라봤습니다.
    "정말 그런 황금이 있어?"
    "도깨비의 보물이거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어. 그리고 너라면 분명 잘 쓸 것 같아."
    방울이가 황금을 박서방의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황금은 따뜻했고,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습니다.
    "고마워, 방울아. 정말 소중하게 쓸게."
    "그리고 이것도..."
    방울이가 이번에는 작은 방울을 꺼냈습니다.
    "이건 내 이름과 같은 방울이야. 이걸 흔들면 어디서든 내가 들을 수 있어.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이 방울을 흔들어줘."
    "이런 것까지... 정말 고마워."
    박서방이 감동하며 방울을 받았습니다. 작은 방울이었지만 은은한 울림이 아름다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출발할까?"
    두 사람이 짐을 챙기고 주막을 나서려는데, 영감이 뒤쫓아 나왔습니다.
    "잠깐, 잠깐! 이걸 가져가세요."
    영감이 작은 보따리를 내밀었습니다.
    "뭔가요?"
    "제가 직접 만든 약초차예요. 여행길에 몸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 우려 드시면 좋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제가 써둔 전국 주막 안내서고요."
    "영감님, 정말 감사합니다."
    박서방과 방울이가 깊이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럼 이제 정말 가볼게요. 몸 건강하세요!"
    "너희들도 조심해서 다녀와라. 좋은 일 많이 하고!"
    영감이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습니다.
    산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박서방이 말했습니다.
    "방울아, 우리 첫 번째로 어디로 갈까?"
    "음... 박서방이 아는 곳 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야?"
    "그럼 남쪽 바닷가 마을로 가자. 거기는 가뭄이 심해서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좋아! 그럼 거기 가서 비를 내려줄게!"
    방울이가 신나게 말했습니다.
    "정말? 비를 내릴 수 있어?"
    "물론이지! 어제 비 그치게 한 것도 봤잖아."
    두 사람은 웃으며 산길을 걸어갔습니다. 박서방의 지게에는 여전히 비단천과 놋그릇, 은비녀들이 들어있었지만, 이제 그것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서방의 품 안에는 특별한 황금과 작은 방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진정한 친구였습니다.
    "박서방아."
    "응?"
    "나, 정말 행복해. 처음으로 진짜 친구가 생겼어."
    "나도 그래, 방울아.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아."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들의 앞에는 넓은 세상과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우정과 남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해가 떠오르면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박서방과 도깨비 방울이의 아름다운 우정과 모험도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은 조선시대 야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탐욕스러운 장사꾼과 외로운 도깨비가 만나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는데요. 진정한 부는 돈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눔과 베풂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음 주에는 "현명한 주모와 도깨비 손님들의 유쾌한 인연"이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옛이야기를 통해 오늘도 따뜻한 감동을 받으셨기를 바랍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더 좋은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