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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샘물, 십 년 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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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깊고 험한 산속, 무시무시한 도깨비가 지키고 있다는 전설 속의 옹달샘을 아십니까? 한 모금 마시면 십 년이 젊어진다는 그 신비한 샘물 앞에, 병든 아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착한 할아버지가 섰습니다. 그리고 그 소문을 엿들은 이웃집 욕심쟁이 영감도 도깨비 산으로 향하는데요.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엇갈렸을까요? 무서운 도깨비도 감동하게 만든 지극한 사랑과, 욕심이 부른 기상천외한 반전 결말!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도깨비 샘물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 병든 아내를 위해 약초를 구하러 도깨비 산에 오른 김 노인
까마귀도 쉬어간다는 높고 험준한 까막산 아래, 작고 허름한 초가집 한 채가 위태롭게 서 있었습니다. 굴뚝에서는 매캐한 연기조차 피어오르지 않는 그 가난한 집에는 평생 남에게 해코지 한 번 한 적 없이 선하게 살아온 김 노인과 그의 아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슬하에 자식 하나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평생을 다정하게 살아왔지만, 야속한 세월과 지독한 가난은 그들의 몸에 깊은 병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특히 아내의 병환은 올겨울 들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피골이 상접해 있었습니다. 밤낮없이 토해내는 마른기침 소리는 얇은 문풍지를 넘어 칼바람이 부는 마당까지 구슬프게 울려 퍼졌고, 그 소리를 듣는 김 노인의 가슴은 숯검정처럼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매서운 늦가을 아침, 밤새 콜록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아내가 핏기가 싹 가신 창백한 손으로 김 노인의 거친 손을 가만히 쥐었습니다.
"여보 영감… 아무래도 내 명이 여기까지인 모양이오. 평생 당신 고생만 시키고 호강 한 번 못 시켜준 몹쓸 마누라인데, 이리 짐만 되다니… 내가 훌훌 털고 떠나야 당신이 덜 고생할 텐데, 참으로 미안하오."
그 애처로운 목소리에 김 노인은 주름진 눈가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내의 앙상한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습니다.
"아이고, 임자! 그런 섭섭한 소리 당장 거두시오. 당신이 없으면 나 혼자 이 험한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살아간단 말이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버텨 주구려. 내 오늘 당장 까막산 깊은 골짜기에 올라가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전설 속의 산삼이라도 캐어 올 테니, 제발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오!"
아내가 애써 고개를 저으며 만류했지만, 김 노인의 굳은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김 노인은 부엌에 남아 있던 마지막 누룽지를 끓여 아내의 입에 조금 넣어준 뒤, 녹슨 낫 한 자루와 빈 망태기를 메고 문을 나섰습니다. 그가 향하는 까막산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금기의 구역으로 통했습니다. 산세가 워낙 험하여 낮에도 해가 들지 않을 만큼 나무가 빽빽한 데다, 산 정상 부근에는 무시무시한 도깨비들이 우글거린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 김 노인에게 호랑이나 도깨비 따위는 전혀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김 노인은 다 해진 짚신을 신고 험한 비탈길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칼날처럼 그의 옷깃을 찢고 거친 돌부리가 발바닥을 찔러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땅만 보며 약초를 찾았습니다. 이끼 낀 바위 밑을 파헤치고, 깎아지른 절벽 가장자리를 아슬아슬하게 기어가며 몸에 좋다는 풀뿌리들을 캐어 망태기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병을 낫게 할 만한 귀한 약초는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늘도 참으로 무심하시지… 평생 남의 것 하나 탐내지 않고 땅만 파먹고 산 우리 부부에게 어찌 이리 가혹한 시련을 주신단 말인가. 우리 마누라 살릴 약초 하나만, 단 한 뿌리만 점지해 주신다면 내 남은 수명을 다 바쳐도 원이 없겠건만!'
가슴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산을 헤매던 사이, 어느덧 산속에는 짙은 어둠이 무겁게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산중의 해는 야속할 만큼 짧았고, 먹물처럼 번져오는 어둠과 함께 살을 에는 듯한 산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밤짐승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메아리치고, 발을 헛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칠흑 같은 상황. 김 노인은 길을 잃고 산속 한가운데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추위와 굶주림, 극심한 피로에 지친 김 노인의 늙은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차가운 방안에 누워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가엾은 아내 생각뿐이었습니다.
"아아, 임자… 내가 여기서 이리 쓰러지면 당신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홀로 외롭게 눈을 감아야 할 텐데… 내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하오. 암, 돌아가야 하고말고."
김 노인은 얼어붙은 손으로 낫을 지팡이 삼아 땅을 짚고,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어디가 길인지도 모른 채 어둠 속을 무작정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던 그때였습니다. 칠흑 같은 숲속 저 멀리서, 무엇인가 스산하게 타오르는 푸르스름한 불빛 하나가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것이 김 노인의 흐릿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저, 저것이 무엇인가! 마을 사람들이 말하던 그 무서운 도깨비불인가! 아니면 민가에서 흘러나온 호롱불인가?'
도깨비불이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절망의 끝에 내몰린 김 노인에게 그 불빛은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는 홀린 듯이 그 푸른 불빛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힘겹게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불빛이 이끄는 까막산의 가장 깊고 은밀한 심연을 향해, 그의 운명을 뒤바꿀 거대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 2: 푸른 도깨비불과 함께 나타난 수문장 도깨비와의 목숨을 건 씨름
푸른 불빛을 쫓아 헐떡이며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던 김 노인은, 이내 산 한가운데 푹 파인 신비로운 공터에 다다랐습니다. 놀랍게도 그곳은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름 모를 기화요초들이 만발해 있었고, 공터 정중앙에는 달빛과 푸른 도깨비불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맑은 옹달샘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샘물에서는 퐁퐁 솟아오르는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달콤하고도 시원한 물 향기가 퍼져 나와 김 노인의 코끝을 스쳤습니다. 극심한 갈증과 피로에 시달리던 김 노인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반색하며 샘물 쪽으로 허겁지겁 다가갔습니다.
'아아, 천지신명이시여! 마침 이리 맑은 샘물이 있다니! 우선 내 목부터 축이고, 이 귀한 물을 호리병에 담아다 우리 마누라 입술에라도 적셔 주어야겠다.'
김 노인이 떨리는 손을 뻗어 바가지 대신 두 손을 모아 샘물을 움켜쥐려던 찰나였습니다.
쿠구궁- 쿵!
갑자기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등 뒤에서 산바람을 찢어발기는 듯한 웅장하고 거친 호통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이놈! 어딜 감히 불경하고 더러운 인간의 손을 이 신성한 샘물에 들이밀려 하느냐! 당장 그 손을 거두지 못할까!"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벌렁 나자빠진 김 노인이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본 순간, 그는 턱이 빠질 듯한 공포에 사로잡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집채만 한 거대한 덩치에 호랑이 가죽을 두르고, 머리에는 뾰족한 뿔이 두 개 솟아 있으며, 입 밖으로는 멧돼지 같은 커다란 송곳니가 비죽 튀어나온 끔찍한 형상의 수문장 도깨비가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도깨비의 한 손에는 금방이라도 바위를 박살 낼 듯한 무시무시한 쇠방망이가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벌벌 떨며 들려주던 전설 속 까막산 도깨비가 바로 눈앞에 진짜로 나타난 것입니다.
"네 이놈! 이 샘물은 우리 도깨비들이 수천 년 동안 짐승과 인간의 접근을 금하고 지켜온 신비한 영약이거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 놈이 야심한 밤에 여기까지 기어들어 와 영토를 침범해? 오늘 내 쇠방망이 맛을 보고 뼛가루가 되어 산짐승의 밥이 되고 싶으냐!"
도깨비가 쇠방망이를 바닥에 쾅 내리치자, 그 엄청난 충격파에 주변의 굵은 나무들이 휘청거리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거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목숨을 구걸하며 도망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 노인은 달랐습니다. 덜덜 떨리던 몸을 애써 진정시킨 그는, 도망치기는커녕 도깨비의 거대한 발치 앞으로 다가가 납작 엎드려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간절하게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무서우신 도깨비 대왕님! 제발 이 미천한 늙은이의 목숨을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겁도 없이 이곳에 들어온 것은 결코 이 영토를 탐해서가 아닙니다. 산 아래 낡은 초가집에 제 가엾은 마누라가 죽을병에 걸려 오늘내일 숨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평생 저를 만나 고생만 한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살릴 약초를 구하려다 길을 잃고 우연히 이곳에 당도하였을 뿐입니다. 제발 저 샘물 한 모금만 떠갈 수 있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원하신다면 이 쓸모없는 늙은이의 목숨을 대가로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피를 토하듯 울부짖는 김 노인의 애절한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순수한 진심과 아내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분노로 붉게 타오르던 도깨비의 눈빛이 그 진심 어린 호소를 듣고는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습니다. 도깨비들은 본디 장난기가 많고 괴팍하지만, 속임수를 싫어하고 인간의 선한 마음씨에는 약한 존재들이었습니다. 도깨비는 험악한 표정을 살짝 풀고는 턱을 쓰다듬으며 헛기침을 크게 한 번 내뱉었습니다.
"흠흠! 네놈의 그 절박한 몰골과 애타는 눈물바람을 보아하니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구나. 좋다! 네 마누라를 살리겠다는 그 지극한 정성에 내 마음이 아주 조금 동하였으니, 특별히 기회를 주마. 우리 도깨비들의 법도에 따라, 나와 목숨을 건 씨름을 한 판 하여 네가 나를 이긴다면 저 샘물을 마음껏 떠가게 해주겠다! 하지만 네가 진다면 네놈의 영혼은 영원히 이 산을 떠도는 지박령이 될 것이다. 어떠냐, 해보겠느냐!"
다 죽어가는 노인에게 집채만 한 도깨비와의 씨름이라니, 그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살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김 노인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좋습니다! 내 마누라를 살릴 수만 있다면 호랑이 굴인들 못 들어가겠습니까! 까짓것 한 판 붙어 봅시다!"
김 노인은 해진 저고리를 훌렁 벗어 던지고 비쩍 마른 팔다리를 드러낸 채 도깨비를 향해 투지를 불태웠습니다. 도깨비 역시 껄껄 웃으며 샅바 대신 두꺼운 호랑이 가죽을 단단히 여미고 자세를 낮추었습니다. 마침내 인간과 도깨비의 기상천외한 씨름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김 노인은 사력을 다해 도깨비의 굵은 다리를 붙잡고 용을 썼지만, 도깨비의 몸은 마치 뿌리 깊은 천년 묵은 고목나무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깨비가 힘을 주어 김 노인을 번쩍 들어 올릴 때마다 김 노인의 몸은 낙엽처럼 허공을 뒹굴었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때마다 늙은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습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습니다.
'안 돼… 내가 여기서 지면 우리 마누라는 끝이다! 으아아아!'
김 노인은 초인적인 힘을 쥐어짜 내어 짐승처럼 포효하며 다시 도깨비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김 노인의 두 눈에는 오직 아내를 살리겠다는 광기에 가까운 집념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처절하고도 숭고한 투지를 온몸으로 받아내던 도깨비는, 속으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허허, 참으로 대단한 영감이로다. 보잘것없는 인간의 몸으로 이토록 처절한 기백을 뿜어내다니. 저승사자도 울고 갈 그 지극한 사랑에 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몇 번의 공방이 더 오가던 끝에, 도깨비는 김 노인이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다해 자신의 다리를 걸어 넘기려 하자, 아주 교묘하게 균형을 잃어주는 척하며 스스로 바닥에 커다란 소리를 내며 털썩 쓰러져 버렸습니다.
"아이고오! 내가 졌다, 졌어! 네놈의 그 억센 힘에 이 산중 호걸 도깨비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구나!"
도깨비의 거대한 덩치가 땅에 쓰러지는 순간, 김 노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털썩 주저앉아 벅찬 환희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습니다. 비록 도깨비가 져준 것이란 사실은 꿈에도 몰랐지만, 아내를 살릴 수 있다는 기쁨에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 3: 신비한 샘물을 마시고 청춘을 되찾아 아내와 눈물의 재회를 하다
땅바닥에 쓰러져 엄살을 부리던 도깨비는 이내 호탕하게 "껄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의 험악했던 얼굴에는 어느새 기분 좋은 미소가 가득 번져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뚝심이로다, 영감! 내 수백 년을 이 까막산에 살며 수많은 인간들을 보았으나, 네놈처럼 순수하고 결기 넘치는 인간은 처음 본다. 약조한 대로 저 샘물은 네가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 좋다!"
도깨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김 노인은 엎어지듯 옹달샘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가까이서 본 샘물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신비로운 은빛을 머금고 찰랑거리고 있었습니다. 도깨비가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로 샘물의 비밀을 일러주었습니다.
"그 물은 그냥 물이 아니다. 이승의 온갖 더러운 병을 씻어내고,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무려 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청춘을 되찾아 주는 신비의 영약, '젊어지는 샘물'이니라. 허나 명심해라!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니, 오직 딱 한 바가지씩만 마셔야 그 효험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 노인은 그 놀라운 말에 귀를 의심했지만, 이내 떨리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샘물을 옴푹 떠서 쩍쩍 갈라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습니다. 꿀꺽, 꿀꺽. 차갑고도 달콤한 샘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김 노인의 몸에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이것이 진정 꿈인가, 생시인가!'
뱃속으로 흘러 들어간 샘물은 뜨거운 불기운이 되어 김 노인의 핏줄 구석구석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쑤시고 아프던 관절의 통증이 눈 녹듯 감쪽같이 사라졌고, 장작개비처럼 비쩍 말랐던 팔다리에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억센 근육이 불끈불끈 솟아올랐습니다. 구부정했던 허리가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펴졌으며, 시력마저 놀랍도록 밝아져 어둠 속 나뭇잎의 결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손등과 얼굴을 덮고 있던 자글자글한 주름살과 검버섯이 순식간에 벗겨져 나가고, 새하얗게 세었던 머리카락은 칠흑처럼 검고 풍성하게 자라났습니다. 그저 물 한 모금을 마셨을 뿐인데, 다 죽어가던 늙은 노인에서 피 끓는 이십 대의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것입니다.
자신의 튼튼한 팔과 탄력 있는 피부를 어루만지며 넋을 잃고 경악하는 그를 보며, 도깨비가 다시 한번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어떠냐! 내 말이 거짓이 아니지? 자, 어서 네 호리병에 그 신비한 샘물을 가득 담아 가거라. 네 아내 역시 그 물을 마시면 네놈처럼 젊고 건강했던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서 서둘러 산을 내려가 보거라!"
"도깨비 대왕님! 이 크나큰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대왕님이 계신 이 산을 향해 아침저녁으로 절을 올리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젊어진 김 노인은, 아니 김 청년은 흙바닥에 엎드려 도깨비를 향해 수십 번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호리병에 신비한 샘물을 가득, 아주 소중하게 담아 뚜껑을 단단히 닫았습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푸른 도깨비불과 무시무시했던 수문장 도깨비는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김 청년은 터질 듯한 가슴을 안고 어둠이 깔린 비탈길을 단숨에 내달려 내려갔습니다. 젊고 튼튼해진 다리는 험한 돌부리도 가볍게 뛰어넘었고, 짐승처럼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산 밑 자신의 초가집 마당에 당도했습니다.
"임자! 내가 왔소! 임자, 내가 마침내 기적의 약을 구해왔단 말이오!"
그가 문을 쾅 열어젖히고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사경을 헤매던 아내가 힘겹게 눈을 떴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흐릿한 시야에 비친 것은 늙고 쭈그렁한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건장하고 낯선 젊은 사내였습니다. 아내는 화들짝 놀라 이불을 끌어당기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뉘, 뉘신데 야심한 밤에 남의 집 안방에 함부로 뛰어 들어오시는 겝니까? 우리 바깥양반은 약초를 구하러 산에 가고 없습니다. 어서 썩 나가시지요!"
아내가 남편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김 청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의 차갑고 마른 손을 덥석 부여잡았습니다.
"여보! 나요, 나! 당신의 남편 김 서방이란 말이오! 내가 까막산에서 도깨비를 만나 이 기적의 샘물을 마시고 이리 젊어졌소이다. 자, 긴말할 것 없이 어서 이 호리병의 물을 한 모금 들이켜 보시오. 당신의 몹쓸 병도 단숨에 낫고 나처럼 젊어질 수 있소!"
남편의 익숙한 목소리와 애절한 눈빛에 아내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가 건네주는 호리병을 받아 들고 꿀꺽꿀꺽 달콤한 샘물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방 안에서는 놀라운 기적이 또 한 번 일어났습니다. 콜록거리던 아내의 기침이 뚝 멎더니, 잿빛이던 뺨에 복숭아처럼 붉고 고운 화색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앙상했던 몸에는 부드러운 살집이 오르고, 백발은 검고 윤기 나는 흑단 같은 머릿결로 변했습니다. 순식간에 병든 할머니에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고운 젊은 새댁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서로의 젊고 눈부신 모습을 멍하니 마주 보던 두 사람은, 이내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깨닫고 와락 부둥켜안았습니다.
"여보! 내 몸이 안 아파요! 씻은 듯이 나았어요! 당신도, 나도 이렇게 옛날로 돌아오다니… 꿈만 같습니다!"
"아아, 다행이오. 정말 다행이오! 하늘이 우리의 사랑을 가엾게 여겨 이런 큰 기적을 베풀어 주셨구려. 이제 우리는 병 걱정 없이, 남은 평생을 젊고 튼튼하게 오순도순 살아갑시다!"
가난하고 병들었던 늙은 부부는 도깨비가 베푼 신비한 샘물 덕분에 잃어버렸던 젊음과 건강을 되찾고,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밤새도록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적 같은 소문이 담장을 넘어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조용하던 마을에는 또 다른 거대한 소동의 씨앗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 4: 젊어진 김 노인을 보고 배가 아파 도깨비 산으로 향하는 욕심쟁이 박 영감
가난하고 병들었던 김 노인 부부가 하룻밤 새 이십 대의 건장하고 아름다운 청춘 남녀로 둔갑했다는 소문은, 아침 이슬이 마르기도 전에 온 마을로 쫙 퍼져나갔습니다. 우물가에 모인 아낙네들과 들판에 나간 농부들은 그 믿기 힘든 기적에 대해 수군거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문은 당연하게도, 김 노인의 이웃집에 살며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이자 욕심쟁이로 소문난 박 영감의 귓가에도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박 영감은 평소 남의 논에 난 물꼬를 자기 논으로 돌리거나, 이자 놀이로 가난한 이웃들의 고혈을 짜내며 떵떵거리며 살아온 고약한 자였습니다. 남이 잘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심술보를 가진 그가 가만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박 영감은 배가 아파 바닥을 뒹굴다 못해 헐레벌떡 김 노인의 초가집 마당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이보게, 김 영감! 아니, 김 청년!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자네 부부가 하룻밤 새 허물을 벗은 뱀처럼 새파랗게 젊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여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왔네!"
마당에서 힘차게 장작을 패고 있던 젊은 김 노인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에 홍안을 띠고 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을 본 박 영감은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평소 지팡이에 의지해 콜록거리던 이웃집 영감이 자신보다 수십 년은 젊은, 피 끓는 청년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영감의 뱃속에서부터 참을 수 없는 질투심과 탐욕이 시뻘건 불기둥처럼 솟구쳐 올랐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평생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온 저 등신 같은 작자가 젊음을 되찾다니! 나처럼 창고에 금은보화가 썩어나는 훌륭한 부자가 회춘하여 천년만년 젊음을 누리며 살아야 이치에 맞거늘, 저런 쓸모없는 놈이 호강을 하다니 배가 아파 미칠 노릇이로구나!'
박 영감은 김 노인의 바짓가랑이를 덥석 붙잡고 애걸복걸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보게, 김 서방! 우리 이웃사촌끼리 좋은 것은 좀 나누세나! 대체 산삼을 캐어 먹은 겐가, 아니면 용궁에라도 다녀온 겐가? 대체 무슨 영약으로 이리 둔갑을 하였는지 그 비법을 내게 숨김없이 다 말해주게! 내 원한다면 쌀 백 가마니라도 내어줌세!"
평소 박 영감에게 수모를 겪으면서도 앙심을 품을 줄 모르는 착한 김 노인은,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지난밤 까막산에서 겪었던 일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습니다. 무시무시한 도깨비불을 따라간 일부터, 수문장 도깨비와 목숨을 건 씨름을 한 일, 그리고 옹달샘에 얽힌 비밀과 주의사항까지 낱낱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도깨비 대왕님의 은혜로 신비한 샘물을 호리병에 딱 한 바가지 담아왔고, 그것을 아내와 나누어 마시고 이리 젊어지게 된 것입니다요. 박 영감님도 부디 그곳에 가시려거든 조심하십시오. 자칫 도깨비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과욕을 부려 샘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가는 끔찍한 화를 입는다고 대왕님께서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박 영감의 귀에 그런 경고 따위가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나도 저 신기한 샘물을 마시고 이십 대의 팽팽한 청년으로 돌아가, 내 재산을 마음껏 펑펑 쓰며 첩을 열 명은 들이고 천년만년 쾌락을 누리며 살겠다'는 역겨운 망상만이 가득 찼습니다.
박 영감은 김 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기와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는 곳간을 뒤져 사람 몸집만 한 거대한 들통을 등에 짊어지고, 혹여나 누가 볼세라 날이 어두워지기 무섭게 까막산을 향해 미친 듯이 허둥지둥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시덤불에 온몸이 찢겼지만, 젊어질 수 있다는 탐욕에 눈이 먼 박 영감은 고통조차 잊은 채 미친 짐승처럼 산을 헤집고 올라갔습니다.
※ 5: 도깨비를 속이고 샘물을 몽땅 들이마신 박 영감의 끔찍한 최후
깊은 어둠이 깔린 까막산의 정상 부근. 박 영감이 거친 숨을 헐떡이며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자, 김 노인의 말대로 저 멀리서 푸른 도깨비불 하나가 스산하게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박 영감은 침을 꿀꺽 삼키며 불빛이 이끄는 공터로 몰래 숨어들었습니다. 그곳에는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옹달샘이 있었고, 그 앞에는 전설에서 듣던 바로 그 집채만 한 거대한 뿔 도깨비가 무시무시한 쇠방망이를 들고 험악한 얼굴로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
'히익! 저, 저놈이 바로 그 도깨비로구나. 덩치가 산만 한 것이 여간내기가 아니게 생겼군. 김 노인 저 멍청한 놈은 저런 괴물과 무식하게 씨름을 했다지? 쯧쯧, 미련한 것. 나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는 양반은 저런 놈과 땀 흘려 싸울 필요가 없지. 머리를 굴리면 되는 것을!'
박 영감은 속으로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 온 독한 밀주(밀양조 술)가 든 커다란 호리병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도깨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넙죽 엎드렸습니다.
"아이고, 무서우신 도깨비 대왕님! 이 비천한 노인이 대왕님께 엎드려 문안 인사 올립니다!"
인간의 등장에 도깨비는 눈을 부라리며 쇠방망이를 번쩍 치켜들었습니다.
"네 이놈! 겁도 없이 이 신성한 샘터에 발을 들이다니, 당장 네놈을 찢어 발겨 까마귀 밥으로… 응?"
도깨비의 코끝에 알싸하고도 달콤한 술 냄새가 확 풍겨왔습니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도깨비의 눈빛이 흔들리자, 박 영감은 재빨리 호리병의 뚜껑을 열어 향을 훅 풍기며 얄미운 혀를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헤헤헤, 대왕님.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제가 듣자 하니, 대왕님께서 어제 제 이웃인 착한 김 노인에게 큰 은혜를 베푸시어 옹달샘을 허락하셨다 들었습니다. 저는 그 김 노인의 절친한 벗이자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옵니다. 김 노인이 은혜를 갚고 싶으나 가난하여 올릴 것이 없다기에, 제가 대신하여 대왕님께 바칠 이 세상에서 제일가게 독하고 맛좋은 명주(名酒)를 이렇게 진상하러 올라왔사옵니다."
거짓말이 입에 밴 박 영감의 사탕발림에, 평소 인간의 간악함을 잘 모르는 순진한 도깨비는 그만 홀딱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오호라! 네놈이 그 기백 넘치던 김 영감의 벗이라 이 말이냐? 게다가 이리 기가 막힌 술을 진상하러 오다니, 참으로 갸륵한 놈이로구나! 어디 한 번 이리 내놓아 보거라!"
도깨비는 의심 없이 덥석 호리병을 받아 들고는, 단숨에 그 독한 밀주를 병나발로 들이켰습니다. 취기가 확 오르는 독주에 도깨비는 기분이 좋아져 껄껄 웃다가, 이내 "끄윽!" 하고 거대한 트림을 내뱉더니 커다란 바위 옆에 쓰러져 천둥 치는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흐흐흐! 멍청한 괴물 놈 같으니! 술 몇 모금에 곯아떨어지다니 내 계략이 완벽하게 통했구나!'
도깨비가 잠든 것을 확인한 박 영감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등에 메고 온 거대한 들통을 내려놓고 옹달샘 앞으로 허겁지겁 다가갔습니다. 샘물은 영롱한 은빛을 띠며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마시면 십 년이 젊어진다는 그 요술 샘물이란 말이지? 한 바가지만 마셔도 이십 대로 돌아가는데, 이 들통에 가득 담아 마시면 영원히 죽지 않는 십 대 청춘의 신선이 될 것이야! 어디, 원 없이 마셔보자꾸나!"
박 영감은 김 노인이 일러준 경고는 까맣게 잊은 채, 바가지를 퍼서 미친 듯이 샘물을 들이켜기 시작했습니다. 한 바가지, 두 바가지, 세 바가지… 샘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주름이 펴지고 몸에 기운이 솟는 것을 느끼자, 그는 탐욕에 눈이 멀어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으하하하! 꿀맛이로구나! 더, 더 마셔야 해! 남김없이 모조리 다 내 뱃속에 쓸어 담아주마!"
박 영감은 아예 샘물에 얼굴을 처박고 소나기가 쏟아지듯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습니다. 열 바가지, 스무 바가지를 훌쩍 넘어 배가 풍선처럼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데도 그의 광기 어린 삿된 욕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한계에 다다른 박 영감의 배가 '꾸루룩!' 하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요동치더니, 그의 눈앞이 빙글빙글 돌며 몸이 걷잡을 수 없이 오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어, 어라? 내, 내 몸이 왜 이리 자꾸만 쪼그라드는 것이냐! 으아아악!"
과유불급이라 하였던가요. 십 년씩 젊어지는 샘물을 수십 바가지나 들이마신 박 영감의 육신은, 청년과 소년을 넘어 순식간에 핏덩이 같은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미친 듯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욕심이 부른 끔찍한 재앙에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입에서는 "응애! 응애!" 하는 아기의 울음소리만이 터져 나올 뿐이었습니다.
그 요란한 아기 울음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도깨비가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났습니다. 도깨비의 눈앞에는 박 영감은 온데간데없고, 박 영감의 거대한 옷가지 속에 파묻혀 발버둥 치며 앙앙 우는 작은 갓난아기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한 도깨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무릎을 치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쯧쯧쯧! 욕심에 눈이 멀어 분수를 모르고 내 경고를 무시하더니,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고 핏덩이로 돌아가 버렸구나! 참으로 인간의 탐욕이란 바닥을 알 수 없는 끔찍한 병이로다!"
※ 6: 갓난아기가 된 박 영감을 거두어 친자식처럼 키우는 착한 부부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았는데도 까막산에 올라간 박 영감이 감감무소식으로 돌아오지 않자, 마음씨 착한 김 노인과 그의 아내는 혹여나 이웃에게 험한 일이라도 생겼을까 걱정이 되어 박 영감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박 영감의 거대한 기와집은 텅 비어 있었고,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김 노인은, 과거의 늙고 쇠약한 몸이 아닌 튼튼한 청년의 몸으로 재빨리 까막산의 옹달샘을 향해 뛰어 올라갔습니다.
산 정상의 공터에 도착한 김 노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샘물 옆 바위 아래에 버려진 박 영감의 화려한 비단옷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옷더미 속에서 무언가 꼬물거리며 희미하게 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심스레 옷가지를 걷어낸 김 노인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니, 세상에! 박 영감의 옷 속에 웬 갓난아기가 웅크려 울고 있단 말인가!"
김 노인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거대한 바위 뒤에서 수문장 도깨비가 스윽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깨비는 혀를 끌쯧 차며 어젯밤 있었던 박 영감의 탐욕스러운 만행과 끔찍한 최후에 대해 낱낱이 들려주었습니다.
"네 그 욕심 많고 간악한 이웃은 술수로 나를 잠재우고, 젊어지겠다는 욕망에 눈이 멀어 저 신비한 샘물을 수십 바가지나 배가 터지도록 들이마셨다. 한 바가지에 십 년이 젊어지거늘, 그 수십 바가지의 물이 몸속에서 어찌 작용했겠느냐. 결국 제 스스로 제 나이를 다 깎아 먹고 저리 핏덩이로 쪼그라들어 새로 태어난 것이지. 저것은 모두 저자의 죗값이니, 내버려 두고 너는 당장 산을 내려가거라."
도깨비의 말을 들은 김 노인은 박 영감이 자초한 비극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평소 남의 것을 빼앗고 악행을 일삼더니, 결국 그 끝없는 욕심이 제 명을 재촉하고 만 것입니다. 김 노인은 바닥에 누워 "응애, 응애" 목놓아 우는 갓난아기(박 영감)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습니다. 이대로 산에 버려둔다면 들짐승의 먹이가 될 것이 뻔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평소 원수 같던 이웃의 자업자득이라며 콧방귀를 뀌고 뒤돌아섰겠지만, 평생 선함을 잃지 않고 살아온 김 노인의 깊은 마음속에는 가여운 생명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피어올랐습니다.
'비록 살아생전 악독한 자였으나, 이제 모든 기억과 죗값을 잊고 이리 백지처럼 깨끗한 갓난아기가 되지 않았는가. 게다가 나와 내 아내는 젊음을 되찾았으나, 우리 부부에게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늘 가슴 한구석이 시렸거늘… 이것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지도 모르겠구나.'
김 노인은 품에서 따뜻한 저고리를 벗어 차갑게 얼어붙은 갓난아기를 포대기처럼 소중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깨비는 놀란 눈으로 김 노인을 쳐다보았습니다.
"아니, 네놈은 제정신이냐? 평생 네놈을 괴롭히고 못살게 군 원수 같은 자가 아니더냐! 어찌하여 그 짐덩이를 스스로 거두려 하는 것이냐!"
김 노인은 아기를 토닥이며 도깨비를 향해 환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도깨비 대왕님, 전생의 박 영감은 분명 악한 자였으나, 제 품에 안긴 이 아기는 아무 죄가 없는 백지상태의 생명일 뿐입니다. 미움은 과거의 박 영감과 함께 저 샘물에 씻겨 내려갔다 여기겠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이 아이를 거두어, 탐욕이 아닌 나눔을 아는 착하고 바른 사람으로 사랑을 듬뿍 주며 제 친자식처럼 잘 키워보겠습니다."
그 깊고 숭고한 용서의 마음씨에, 거친 도깨비마저도 코끝이 찡해지며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습니다.
"허허… 참으로 인간의 바다 같은 마음에 내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네놈이야말로 저 샘물보다 훨씬 더 맑고 고귀한 심성을 가진 진짜 신선이로구나! 그래, 어서 그 아이를 데리고 내려가 행복하게 잘 살아라!"
김 노인은 도깨비에게 마지막으로 깊은절을 올리고, 아기를 품에 안은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왔습니다. 집에서 노심초사 기다리던 아내 역시 남편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갓난아기를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의 젖을 물리며 따뜻하게 품어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도깨비가 지키던 신비한 옹달샘의 전설은 까막산 깊은 곳으로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젊음과 건강을 되찾은 김 노인 부부는 욕심 없이 성실하게 농사를 지으며, 박 영감이었던 그 갓난아기를 세상 누구보다 훌륭하고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청년으로 키워냈습니다. 세 식구는 오순도순 웃음꽃을 피우며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행복한 가족으로 천년만년 다복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의 옛날이야기, 즐겁게 들으셨나요? 병든 아내를 살리기 위해 도깨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김 노인의 숭고한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면, 제 분수를 모르고 과한 욕심을 부린 박 영감은 기상천외한 벌을 받고 말았죠. 하지만 그마저도 사랑으로 거두어들인 착한 부부의 마음씨가 참으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네 삶도 너무 많은 것을 탐하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사는 것이 진정한 '젊어지는 샘물'을 마시는 비결이 아닐까요? 오늘 이야기가 훈훈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따뜻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