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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감쪽같이 속여 하룻밤 새 부자가 된 가난한 선비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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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어스름한 밤, 가난한 선비의 오두막에 찾아온 기묘한 불청객! 바로 장난기 가득한 도깨비였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도깨비가 묻습니다. "자네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무엇인가?" 선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난... 돈이 제일 무섭소!"라고 대답하는데요. 과연 이 한마디가 선비의 인생을 어떻게 뒤바꿔 놓았을까요? 도깨비를 감쪽같이 속여 하룻밤 새 벼락부자가 된 엉뚱하고도 통쾌한 옛날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 깊은 산골 낡은 초가집
인적조차 드문 깊고 깊은 첩첩산중, 호랑이나 산짐승이 언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험준한 산골짜기 한가운데에는 언제 지어졌는지 그 연원을 알 길조차 없는 허름하고 낡은 초가집 한 채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지붕을 덮은 이초는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이고 씻겨 나가 듬성듬성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방 안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져 방바닥에 물구덩이가 파이기 일쑤였습니다. 창문을 바른 문창호지는 이리저리 찢어지고 구멍이 뚫려, 밤마다 매섭게 몰아치는 산바람이 거침없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되었음을 짐작하게 했고, 사립문은 한쪽 경첩이 떨어져 나가 바람이 불 때마다 끼익끼익 기괴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습니다. 이 남루하고 처참한 몰골의 초가집에는 오직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평생을 꼿꼿하게 글공부에만 매진해 온 가난한 선비가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선비의 방 안 풍경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처참했습니다. 냉기가 감도는 싸늘한 방바닥에는 낡고 해진 돗자리 하나가 덩그러니 깔려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서책 몇 권이 위태롭게 쌓여 있었습니다. 선비의 곁에는 끄트머리가 다 닳아 몽당붓이 되어버린 붓 한 자루와, 먹을 너무 많이 갈아 이가 나가고 바닥이 푹 패인 벼루가 그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듯 놓여 있었습니다. 사흘에 한 끼를 먹는 둥 마는 둥 할 정도로 지독하고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기에, 선비의 몰골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마른 장작과도 같았습니다. 광대뼈는 툭 불거져 나왔고, 낡은 도포 자락 안의 몸뚱이는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날아갈 듯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깡마른 얼굴에 박힌 두 눈빛만은 달랐습니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북극성처럼, 선비의 눈동자는 형형한 안광을 뿜어내며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이 찾아오면 마당 우물가로 나가 차가운 냉수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켜 허기를 달랬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겨울의 한파가 몰아치면 얇은 이불 대신 두꺼운 서책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채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세상을 향해 원망의 화살을 돌리거나 자신의 빈천한 처지를 비관하며 한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비록 나의 육신은 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빈천함과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으나, 학문을 향한 나의 드높은 뜻과 맑은 정신마저 가난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성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다 보면, 언젠가 이 맑은 기운이 썩어빠진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선비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으며, 오늘 밤도 다 닳아가는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낭랑한 목소리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유독 달빛조차 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이 어두운 그믐밤이었습니다. 산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와 찢어진 문풍지가 파르르 떨리며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를 내었고, 멀리서 들려오던 부엉이 울음소리마저 뚝 끊겨 온 산중에 기분 나쁜 적막만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삼경이 훌쩍 넘어 산짐승들조차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무렵, 오직 선비의 책 읽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던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밖에서 묵직하고 거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쿵, 쿵, 쿵. 그것은 결코 사람의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보시오, 주인장. 안에 계시오?"
사립문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굵고 탁하면서도 어딘가 동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 묘하게 기이한 음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이 깊고 험한 산중에, 그것도 인적이 완전히 끊긴 야심한 새벽녘에 누군가 찾아올 리는 만무했습니다. 선비는 읽고 있던 책을 조용히 무릎 위에 내려놓고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였습니다. 흉악한 산도적 무리이거나 사람을 잡아먹는 굶주린 호랑이가 아닐까 하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스쳐 지나갔지만, 선비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옷매무시를 단정히 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뉘신데 이토록 깊고 험한 밤에 남의 집 문을 두드리시오?"
선비가 조심스레 다가가 방문을 열자, 매서운 밤바람과 함께 퀴퀴한 흙냄새와 오래된 고목의 냄새가 훅 끼쳐왔습니다. 그리고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지독한 어둠 속, 마당 한가운데에 거대한 바위산 같은 그림자 하나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보통 사람의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 산발을 한 채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거친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의 반을 덮은 덥룩하고 뻣뻣한 수염까지. 무엇보다 선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거대한 그림자의 얼굴에 박혀 있는 두 개의 부리부리한 눈이었습니다. 그 눈에서는 마치 도깨비불처럼 푸르스름하고 기괴한 안광이 번득이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허리춤에는 우락부락한 가시가 돋친 커다란 방망이를 차고 있는 그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이승의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기이한 이야기 속에나 등장하여 사람들을 홀리고 장난을 친다는 산중의 도깨비가 분명했습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 같았으면 그 끔찍하고 거대한 위용을 마주하자마자 기절초풍하여 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살려달라 애원하며 뒤로 자빠졌을 터였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글공부로 단련하여 호연지기를 기르고 담력이 남달랐던 선비는 눈앞의 괴물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헛기침을 에헴 하고 한 번 크게 내뱉고는, 뒷짐을 진 채 태연자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 겉모습을 찬찬히 뜯어보아하니 사람의 형상은 아닌 듯한데, 필시 이 산을 호령하는 도깨비이신가 보구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리 누추하고 볼품없는 곳에 어인 일로 찾아오셨소?"
도깨비는 선비의 너무나도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태도에 오히려 자신이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인간들을 만나보았지만, 자신의 그림자만 보아도 오줌을 지리며 도망가기 바빴지 이토록 평온하게 말을 건네는 인간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도깨비는 잠시 당황한 듯 커다란 눈을 끔벅거리더니, 이내 재미있다는 듯 배를 부여잡고 껄껄거리며 호탕하게 웃어 젖히기 시작했습니다.
"하하하! 크하하하! 참으로 기이하고 맹랑한 인간이로다! 웬만한 사내놈들은 내 숨소리만 들어도 혼비백산하여 산 아래로 굴러떨어지거늘, 자네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주제에 참으로 담력이 태산 같이 큰 선비로군! 내 이 깊은 산중을 수백 년간 떠돌며 살았으나 요즘 들어 통 말벗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희미한 호롱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찾아왔네만. 밖의 날씨가 뼛속까지 시리도록 퍽 추우니, 자네 방에 들어가 몸을 좀 녹여가도 되겠는가?"
선비는 도깨비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며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습니다.
'비록 생김새는 흉측하고 두려움을 자아내는 불청객이긴 하나, 말투를 들어보니 악의를 품고 해를 끼칠 요량은 아닌 듯하구나. 만약 나를 해치려 했다면 진작에 저 무시무시한 방망이로 문짝을 부수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저 깊은 산중에서 오랜 세월을 홀로 보내며 지독한 외로움에 사무쳐 심심해서 찾아왔다 하니, 곁을 내어주어 하룻밤 말벗이나 되어주는 것도 무방하리라. 이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의 묘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선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으로 물러서서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비록 바람을 간신히 막아내는 누추한 방이지만, 찬 이슬을 피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터이니 어서 들어오시지요.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차린 것은 맹물밖에 없어 부끄럽소. 허나, 마침 며칠 전 아랫마을에 내려갔다가 인심 좋은 주막 노파에게 얻어둔 텁텁한 탁주가 반 사발 정도 남아 있으니, 산바람에 얼어붙은 목이나 축이시겠소?"
"오호! 탁주라니! 맑은 청주도 좋지만 이런 밤엔 텁텁한 탁주가 제격이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소리네 그려!"
도깨비는 아이처럼 신이 나서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와 방바닥 한가운데에 커다란 엉덩이를 철퍼덕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덩치가 워낙 커서 도깨비가 들어오자마자 비좁은 방 안이 꽉 차는 듯했습니다. 선비는 다 찌그러져 가는 부엌으로 나가, 이가 여기저기 나가고 금이 간 허름한 사발에 남은 탁주를 조심스레 가득 부어 도깨비 앞으로 내어왔습니다. 비록 김치 쪼가리 안주 하나 없는 처량한 술상이었고, 며칠이 지나 시큼한 냄새가 나는 싸구려 술이었지만, 도깨비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감로수라도 되는 양 두 손으로 사발을 받아 들고는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입가에 묻은 탁주를 털북숭이 손등으로 쓱 닦아낸 도깨비의 얼굴에는 더없는 만족감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날 밤,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배포만큼은 천하를 품은 인간 선비와, 겉모습은 무시무시하지만 속으로는 지독한 외로움을 타던 산중 도깨비는 방 안을 밝히는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마주 앉았습니다. 두 사람은 세상이 돌아가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부터 옛 성현들의 심오한 글귀, 그리고 산중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화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며, 이승과 이물을 뛰어넘는 기묘하고도 특별한 우정을 싹틔우기 시작했습니다.
※ 2: 밤마다 이어지는 술자리와 우정
그 기묘하고도 유쾌했던 첫 만남이 있은 후로, 선비의 낡은 초가집에는 새로운 밤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노을이 자취를 감추고 짙은 어둠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앉아 온 산을 덮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밖에서 쿵쾅거리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깨비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가 지면 선비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도깨비는 결코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었습니다. 평생을 굶주림 속에서 물로 배를 채우며 살았던 가난한 선비를 가엽게 여겼는지, 아니면 자신의 유일한 말벗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는지, 도깨비는 매일 밤 진귀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한가득 싸 들고 나타났습니다.
어느 날은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내어 고소한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멧돼지 다리 고기를 가져오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깊은 산속 깎아지른 절벽에서만 자란다는 향긋하고 달콤한 산과일들을 한 바구니 가득 따오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맑고 투명하며 꽃향기가 그윽하게 퍼지는 최고급 청주를 호리병째로 들고 와 선비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만년 굶주림에 시달리며 피골이 상접했던 선비는 밤마다 도깨비가 차려주는 성대한 진수성찬으로 포식을 하며 잃어버렸던 살집을 조금씩 되찾아갔고, 창백했던 얼굴에는 붉은 혈색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이 비록 겉모습은 우락부락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의 형상을 한 도깨비라 하나, 며칠 밤을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겪어볼수록 참으로 속정이 깊고 순박한 구석이 있구나. 제 배를 곯아가면서도 나를 위해 매일같이 이리 귀한 음식과 술을 가져다주니, 비록 종자는 다르나 나에게는 이제 둘도 없는 은인이요,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진정한 벗이로다.'
선비는 기괴한 모습의 도깨비를 두려워하거나 꺼리기는커녕, 오히려 밤이 다가오면 책을 읽다가도 문밖을 힐끔거리며 그가 찾아오기를 은근히,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밤마다 마주 앉아 술잔을 부딪치며 호탕하게 웃었고, 때로는 선비가 읊는 고상한 시조에 맞춰 도깨비가 커다란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며 장단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고독했던 선비의 밤은 어느새 도깨비와의 유쾌한 시간으로 가득 채워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며칠째 쉬지 않고 장대비가 쏟아지던 비 오는 밤이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무섭게 퍼붓던 비는 밤이 깊어지자 조금 잦아들었지만, 처마 끝에서는 여전히 굵은 빗방울이 투둑, 투둑 소리를 내며 마당의 물웅덩이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흙내음과 물비린내가 섞인 묘한 공기가 방 안을 맴도는 가운데, 두 사람은 그날도 도깨비가 가져온 향긋한 청주를 안주 삼아 연거푸 술을 들이켜고 있었습니다. 술기운이 거나하게 올랐는지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도깨비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었고, 커다란 콧구멍에서는 식씩거리는 숨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갑자기 도깨비가 술잔을 바닥에 탁 내려놓더니, 번쩍이는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며 선비 쪽으로 커다란 몸을 바짝 기울였습니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서린 음흉한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이보게, 선비. 우리가 이리 밤마다 마주 앉아 술을 나누고 허물없이 지내는 막역한 사이가 되었으니, 오늘 밤에는 내 자네에게 꼭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네만. 대답해 주겠는가?"
선비는 도깨비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살피며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습니다.
"허허, 우리가 사이에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무엇이든 물어보시게. 내가 아는 것이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면 한 치의 숨김없이 모두 대답해 주겠네."
도깨비는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더니,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듯 굵은 목소리를 잔뜩 낮추어 은밀하게 속삭였습니다.
"인간들은 제각기 두려워하는 것이 하나쯤은 꼭 있다고 들었네. 자네는 평생을 살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 산에서 마주치는 굶주린 호랑이인가? 아니면 억울하게 죽어 떠도는 머리 푼 처녀 귀신인가? 그것도 아니면, 권력을 쥐고 백성들을 쥐어짜는 탐관오리나 높은 벼슬아치인가? 자네의 그 배포로 보아 무서운 것이 없을 듯도 하지만, 참으로 궁금하여 묻는 것이네."
선비는 도깨비의 갑작스럽고 엉뚱한 질문에 속으로 흠칫 놀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한 척 턱수염을 쓰다듬고 있었지만, 선비의 명석한 두뇌는 이미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학문에만 밝은 것이 아니라 세상 이치에 통달할 만큼 영특하고 눈치가 백 단인 사내였습니다.
'가만 있자... 이 순박하지만 장난기가 심한 녀석이 갑자기, 그것도 이토록 은밀하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을 콕 집어 캐묻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겠는가. 필시 나의 가장 큰 약점을 알아내어, 다가오는 밤중에 그것을 방 안에 잔뜩 던져놓고 기절초풍하는 내 모습을 보며 짓궂은 장난을 치려는 속셈이 분명하로구나. 평소 아이처럼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짓궂은 녀석의 성정으로 보아 내 짐작이 백 번 천 번 틀림없다. 만약 내가 여기서 귀신이 무섭다 하면 당장 내일 밤부터 기괴한 귀신 흉내를 내며 나를 괴롭힐 것이요, 징그러운 뱀이 무섭다 하면 온 산을 뒤져 독사들을 잡아다 내 방 안 가득 풀어놓을 것이다. 호랑이가 무섭다 하면 어흥거리며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나타나겠지. 그렇다면... 옳지! 이 기회에 저 녀석의 장난기를 역이용하여 내 평생의 가난을 면할 방도를 마련해 보아야겠다.'
짧은 순간 완벽한 계획을 세운 선비는, 갑자기 안색을 창백하게 바꾸며 짐짓 겁에 질린 척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누가 엿듣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주위를 황급히 두리번거리며 한껏 긴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쉿, 쉿! 이 사람아, 목소리를 한껏 낮추게. 누가 밖에서 들을까 참으로 무섭고 두렵네. 사실을 말하자면... 천하에 굽힐 것 없는 선비인 나에게도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딱 하나 있다네."
"오호! 그래? 천하의 선비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서, 어서 말해보게! 내 절대 다른 곳에 발설하지 않으리다!"
도깨비는 흥분하여 커다란 귀를 선비의 입가로 바짝 가져다 댔습니다. 선비는 침을 꼴깍 삼키며 실감 나는 연기를 이어갔습니다.
"나는... 나는 이 세상에서 둥글납작하게 생겨서는 한가운데에 네모난 구멍이 얄밉게 뚫려 있는 그 쇳덩어리, 바로 '엽전'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네! 아니,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그 시뻘겋고 누런 동전 꾸러미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쫙 돋고, 숨이 턱턱 막혀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아! 만약 누군가 내 방 안에 그 끔찍한 엽전 무더기를 수북이 쌓아놓는다면, 나는 필시 그 자리에서 눈을 뒤집고 거품을 물며 기절해 버리고 말 것이야! 아이고, 말하다 보니 또 상상이 되어 심장이 다 벌렁거리는구먼!"
도깨비는 선비의 기상천외한 대답에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커다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아니, 인간 세상에서는 남들은 그 돈이 없어서 못 구하고, 그것을 얻으려 서로 피를 흘리고 싸우기까지 한다 들었네. 그런데 그 귀하고 귀한 돈이 무섭다니? 자네는 인간들 중에서도 참으로 기이하고 별종인 사내로군. 엽전이 무서운 인간이라니, 껄껄껄!"
선비는 도깨비가 자신의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는 것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되물었습니다.
"내 약점을 말했으니, 이제 자네 차례네. 글쎄,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어 호랑이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자네가 이 세상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네도 두려운 것이 있긴 한가?"
선비의 질문에 방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도깨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덩치에 맞지 않게 커다란 몸을 움츠리며 얼굴을 잔뜩 찡그렸습니다.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나는 붉은 피, 그중에서도 짐승의 붉은 피가 세상에서 제일 싫고 끔찍하다네. 특히 인간들이 개를 잡아 푹 고아 먹을 때 흘리는 그 비릿한 '개피'를 보게 되면, 뱃속이 뒤틀리고 온몸의 맥이 탁 풀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어지지. 그 지독하고 비릿한 냄새만 한 번 맡아도 며칠을 시름시름 앓아누워 꼼짝도 못 한다네! 제발 내 앞에서는 개피의 '개' 자도 꺼내지 말아 주게!"
"아하, 그렇구먼. 천하의 도깨비가 짐승의 피, 그것도 개피를 무서워한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세."
선비는 겉으로는 놀란 척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술잔을 들어 올렸지만, 속으로는 춤을 추듯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옳거니! 개피라, 개피. 내 이 녀석이 조만간 내게 엄청난 돈벼락 장난을 칠 것이 분명하니, 그 엽전을 다 받아내고 난 후 녀석이 분노하여 날뛸 때를 대비할 완벽한 방패를 얻었구나. 장난을 칠 날이 머지않았으니,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구나.'
폭우가 쏟아지는 깊은 밤, 좁은 방 안에서 두 존재는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있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은 서로를 향한 각기 다른 계획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 3: 돈 벼락을 내리는 도깨비
선비가 도깨비에게 세상에서 엽전이 가장 무섭다고 천연덕스럽게 고백한 지 어느덧 며칠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도깨비는 웬일인지 선비의 초가집에 발걸음을 뚝 끊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비는 그것이 도깨비가 자신을 잊었거나 우정에 금이 간 것이 아니라, 필시 자신을 놀래켜 줄 엄청난 양의 '무서운 것'을 모으기 위해 팔도강산을 누비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에 뜬 달빛조차 두꺼운 먹구름에 가려져 별빛 하나 스며들지 않는 칠흑 같이 어두운 그믐밤이 찾아왔습니다. 방 안에서 홀로 꼿꼿이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선비는, 산바람 소리 사이로 희미하게 섞여 들려오는 밖의 바스락거리는 수상한 기척을 예민하게 포착했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평소처럼 사립문을 두드리며 "주인장, 나 왔네!" 하고 호탕하게 들어오던 도깨비의 당당한 기척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무언가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그러면서도 무거운 것을 잔뜩 짊어진 듯 둔탁한 소리가 초가집 지붕 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읽고 있던 책을 조용히 덮고 호롱불을 약간 줄인 뒤, 숨을 죽인 채 천장을 뚫어지게 올려다보았습니다. 심장이 기대감으로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낡은 이초로 덮인 지붕 위에서 '우당탕탕' 하는 요란하고 묵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찢어진 천장의 틈새로 무언가가 비 오듯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짤그랑! 쨍그랑! 촤르르르륵! 텅, 터엉!
방바닥에 세차게 부딪히며 둔탁하고도 경쾌한 금속음을 내는 그것들은, 선비의 예상대로 다름 아닌 누런 엽전 무더기였습니다. 그것은 그저 동전 몇 닢을 던지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도깨비가 며칠 동안 온 나라의 탐관오리와 부잣집 창고를 털어 싹쓸이해 온 수천, 수만 냥의 엽전 꾸러미들이었습니다. 묶여 있던 새끼줄이 끊어지며 낱개로 흩어진 엽전들이 맹렬한 소나기처럼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며, 순식간에 좁은 방바닥을 노랗고 붉은 쇳빛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구리와 쇠의 비릿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웠고, 끊임없이 떨어지는 엽전들이 부딪히는 소리에 고막이 찢어질 듯했습니다.
선비는 바로 이때다 싶어, 속으로는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겉으로는 허공을 향해 팔을 마구 휘저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으아아악! 이, 이게 무슨 소리냐! 하늘에서 쇳덩어리가 떨어지다니! 이, 이게 다 무엇이냐! 엽전 아니냐! 으악!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뉘 없소!"
선비는 눈을 까뒤집으며 방구석으로 몸을 피하는 척하더니, 쌓여가는 엽전 더미 위를 미친 듯이 뒹굴며 머리를 감싸 쥐고 오열하는 시늉을 했습니다. 방바닥을 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내지르는 선비의 목소리에는 가짜 공포가 절절하게 배어 있었습니다.
"아이고, 내 숨이 막혀 죽는다! 헉헉!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하게 무서워하는 그 엽전이 아니냐! 둥글고 네모난 저 눈구멍들이 나를 쳐다보며 저주를 퍼붓는구나! 꼴도 보기 싫다! 제발 이 끔찍하고 징그러운 것들을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다오! 나 좀 살려주시오! 숨을 못 쉬겠소! 으아악!"
선비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살려달라는 애원 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 나가 커지면 커질수록, 지붕 위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엽전이 더욱 맹렬하고 거세게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붕 위 밖에서는 도깨비가 너무 웃겨 숨을 헐떡이며 배를 잡고 뒹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푸하하하하! 크하하하! 요 맹랑한 녀석, 어디 오늘 밤 한번 단단히 혼쭐이 나보거라! 세상에서 돈이 제일 무섭다고? 내 방 안을 엽전으로 가득 채워 네놈이 숨도 못 쉬고 기절하게 만들어주마! 이 무서운 엽전 맛을 실컷 보아라! 껄껄껄!"
도깨비는 선비가 진짜로 극심한 공포에 질려 미쳐가며 벌벌 떨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신이 나서 엽전 자루를 끊임없이 들이부었습니다.
밖에서는 도깨비가 자신의 완벽한 장난에 성공했다며 통쾌함에 젖어 웃고 있었지만, 방 안의 실제 상황은 도깨비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선비는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아이고, 무서워! 사람 살려!"를 외치며 괴로운 척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의 손과 발은 그 어느 때보다 부지런하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방 한구석에 숨겨두었던 빈 자루들을 꺼내어, 비처럼 쏟아지는 엽전들을 미친 듯이 쓸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자루가 모자라면 입고 있던 도포 자락을 풀어 헤치고 치마폭을 넓게 벌려 바닥에 구르는 엽전들을 한 움큼씩 쓸어 담았습니다. 엽전의 무게 때문에 손목이 시큰거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선비의 얼굴에는 공포는커녕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옳지! 더 던져라! 조금만 더! 이 멍청하고 고마운 도깨비야, 더 쏟아부어라! 내 평생 만져보지도, 구경하지도 못할 엄청난 재물이 제 발로 굴러들어오는구나! 아이고, 무서워라! 엽전이 너무 무서워서 내 자루 속에 다 가두어버려야겠구나! 하하하!'
선비의 신들린 듯한 완벽한 명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간 도깨비는, 동이 터오며 하늘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올 무렵까지 밤새도록 엽전을 실어 날랐습니다. 이윽고 저 멀리 아랫마을에서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자, 도깨비는 퉁퉁 부은 팔을 주무르며 장난을 멈추고 헐떡이는 거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습니다.
"후유, 헉헉... 밤새 날랐더니 내 팔이 다 빠질 지경이로군. 이 정도 퍼부었으니, 아무리 기가 센 선비 놈이라도 평생 엽전이라면 치를 떨며 앓아누웠겠지. 방 안이 온통 엽전으로 꽉 차서 옴짝달싹도 못 할 것이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내일 밤에 다시 와서 저 녀석이 얼마나 혼비백산하여 반쯤 죽어있는지 그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며 놀려주어야겠다. 크하하!"
도깨비가 스스로의 장난에 매우 만족스러운 웃음을 남기고 쿵쾅거리며 산속 깊은 곳으로 사라진 후, 짙은 구름이 걷히고 아침의 밝은 햇살이 초가집 창호지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은 선비의 주위에는, 방 안을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가득 채운 수많은 엽전 자루들과 미처 담지 못해 바닥에 흩어진 엽전 더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번쩍이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가난에 허덕이며 책만 파고들던 산골의 가난한 선비가, 순진한 도깨비의 짓궂은 장난과 자신의 뛰어난 기지 덕분에 하룻밤 새 이 고을 전체에서 제일가는 엄청난 벼락부자가 된 것입니다. 선비는 땀에 젖은 이마를 닦아내며, 눈앞에 펼쳐진 금빛 산을 바라보고는 드디어 참았던 웃음을 시원하게 터뜨렸습니다.
"하하하! 하늘이 나를 도우셨구나!"
※ 4: 하룻밤 새 부자가 된 선비
아침 이슬을 가득 머금은 맑고 투명한 햇살이 밤새 찢어진 창호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어두컴컴했던 방 안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던 선비의 눈앞에는 참으로 믿기 힘든, 아니 평생을 살며 꿈속에서조차 감히 상상해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천장까지 닿을 듯 방 안을 가득 메운 수백, 수천 개의 엽전 꾸러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고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밤새 쏟아진 엽전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던 그 경쾌하고도 요란한 금속음의 여운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했습니다. 평생을 뼛속까지 시린 가난 속에 허덕이며, 주린 배를 찬물로 채워가며 오직 낡은 서책과 씨름하던 깡마른 선비의 좁은 방 안에, 하룻밤 새 나라의 큰 부자들도 평생 만져보지 못할 억만금의 재물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인 것입니다. 선비는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떨리는 손을 뻗어 바닥에 흩어진 차가운 엽전 무더기를 천천히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손끝에 닿는 묵직하고 서늘하면서도 단단한 쇳덩어리의 감촉,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오래된 구리의 비릿한 냄새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엄청난 기적이 결코 허황된 꿈이나 헛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증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오호라, 하늘이 마침내 나를 굽어살피시어 이 멍청하고도 순진무구한 산중 도깨비를 통해 내게 이토록 엄청난 복을 내리신 것이로구나. 내 평생 학문에만 뜻을 두고 재물을 탐한 적이 없으나, 이토록 많은 돈이 제 발로 굴러들어올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도깨비가 심술을 부려 나를 괴롭히려던 장난이 도리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구명줄이 되었으니, 참으로 세상일이란 새옹지마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법이로다.'
선비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크게 심호흡을 했습니다. 기뻐하며 넋을 놓고 있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어젯밤 엽전을 쏟아붓고 돌아가며 내일 밤에 다시 와서 기절한 자신의 꼴을 보겠다며 통쾌해하던 도깨비의 목소리가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 그 무시무시한 도깨비가 다시 이 초가집을 찾아오기 전까지, 이 엄청난 양의 엽전들을 도깨비의 눈에 띄지 않게 완벽하고 안전하게 감추어야만 했습니다. 선비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부엌과 헛간으로 달려갔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낡은 가마니와 구멍 난 짚작은 물론이고, 쓸 만한 자루란 자루는 모조리 끌어와 방 안으로 들이밀었습니다.
그리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구슬땀을 흘려가며 엽전들을 자루에 꾹꾹 눌러 담기 시작했습니다. 행여나 찰그랑거리는 엽전 소리가 새어나가 지나가는 산짐승이나 누군가의 귀에 들어갈까 노심초사하며, 선비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조심스럽게 움직였습니다. 엽전이 가득 찬 자루는 성인 남성 두 명이 들어도 벅찰 만큼 엄청난 무게였지만, 평소 붓 한 자루 들 힘조차 없어 보이던 선비의 몸 어디에서 그런 괴력이 솟아나는지, 그는 무거운 자루를 번쩍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선비는 방바닥의 낡은 장판을 걷어내고 구들장 밑의 빈 공간에 엽전 자루를 차곡차곡 밀어 넣는가 하면, 곡괭이를 들고 마당 한구석 으슥한 곳으로 가 미친 듯이 깊은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손바닥이 까져 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허리가 끊어질 듯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흙을 파내고 엽전을 묻은 뒤 다시 감쪽같이 흙을 덮고 낙엽을 뿌려 위장하는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은커녕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환한 웃음꽃만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고된 노동은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 산등성이로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어느덧 서산 너머로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험준한 산골짜기에는 다시금 짙은 어둠과 함께 짐승들의 울음소리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스산하고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선비는 마지막 엽전 꾸러미까지 완벽하게 땅속에 묻어 숨긴 뒤,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구겨진 도포 자락을 빳빳하게 펴며 평소와 다름없는 단정한 의관을 갖추었습니다. 방 안을 말끔히 치워 엽전이 떨어졌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린 그는, 언제나처럼 방 한가운데에 반듯하게 앉아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성현의 글귀를 읊조리며 겉으로는 세상 근심 하나 없는 듯 태연하게 글을 읽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온 신경과 감각은 문밖의 아주 작은 기척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곤두서 있었습니다.
이윽고 칠흑 같은 어둠이 짙게 깔린 자정 무렵,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부터 나무들이 부러질 듯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쿵, 쿵, 쿵 하는 거칠고 육중한 발소리가 땅을 울리며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하하하하! 크하하하! 어젯밤 쏟아진 그 엄청난 엽전 소나기에 넋이 나가 혼비백산하였을 터!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엽전에 파묻혀서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겠지! 어디, 그 잘난 척하던 꼿꼿한 선비 녀석이 얼마나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꼴로 기절해 있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배꼽이 빠지도록 비웃어 주어야겠다!"
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단연코 도깨비였습니다. 도깨비는 선비가 돈을 세상에서 제일 끔찍하게 무서워한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여전히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밤새도록 정성껏 퍼부은 그 엄청난 장난에 선비가 사색이 되어 앓아누웠을 것이라 확신하며,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달려온 참이었습니다. 사립문을 단숨에 뛰어넘은 도깨비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마루 위로 올라서더니, 커다란 손바닥으로 문풍지가 찢어질 듯 벌컥 방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이보게 선비 녀석아! 내가 자네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을 잔뜩... 엇? 이, 이게 어찌 된 영문이냐!"
기대감에 부풀어 호탕하게 소리치며 방 안으로 들이닥친 도깨비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마주하고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지난밤 뼈 빠지게 온 동네 부잣집 창고를 털어 지붕을 뚫고 쏟아부었던 그 수만 냥의 엽전 무더기는 온데간데없이 흔적조차 사라져 방 안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엽전에 파묻혀 기절해 있어야 마땅할 선비는, 너무나도 멀쩡하고 평온한 얼굴로 꼿꼿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매일 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창백했던 전날보다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생기가 돌아 여유마저 넘쳐흘렀습니다. 선비는 방문을 부술 듯이 열고 들어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서 있는 도깨비를 향해 빙그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허, 도깨비 벗님 아니신가. 이 야심한 밤중에 또 어인 일로 이리 급하게 찾아오셨는가? 아, 참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전해야겠구먼. 어젯밤 자네가 지붕을 뚫고 보내준 그 수많은 '무서운 것'들 덕분에, 내 평생 만져보지 못한 큰 재물을 얻어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다네. 엽전이 하도 많아 땅에 묻느라 하루 종일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지 뭔가. 자네의 그 깊고도 넓은 은혜를 내 평생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먼. 참으로 고맙네, 도깨비 벗님!"
선비의 천연덕스럽고 조롱 섞인 말에, 멍하니 서 있던 도깨비의 커다란 두 눈이 화로 속에서 타오르는 시뻘건 숯불처럼 무섭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도깨비는 자신이 한낱 꾀 많고 교활한 인간 선비의 새빨간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는 뼈아픈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밤새워 온 나라를 돌며 무거운 엽전을 실어 날랐던 자신의 그 고된 수고가, 도리어 인간 놈을 억만장자 부자로 만들어주는 헛수고이자 바보 같은 짓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뼈에 사무치는 극심한 분노와 치욕스러운 수치심이 화산처럼 솟구쳐 올랐습니다.
"이, 이럴 수가! 감히! 감히 한낱 미물 같은 인간 따위가 이 위대한 산중의 왕, 도깨비를 능멸하고 기만하다니! 네놈이 간교한 세 치 혀로 나를 속여 그 귀한 재물을 모조리 가로챘단 말이냐! 네 이노오옴!"
도깨비의 커다란 입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시퍼런 도깨비불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산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고함 소리에 초가집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요동쳤고, 낡은 지붕에서는 흙먼지가 비 오듯 떨어져 내렸습니다. 도깨비의 몸집은 분노로 인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고, 털북숭이 손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쇠방망이가 꽉 쥐어져 있었습니다.
"네 이놈!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간악한 선비 놈아! 감히 나를 농락하고 살아남을 줄 알았더냐! 내가 오늘 밤 네놈의 심장을 파먹고 간을 빼먹은 뒤, 이 집구석을 산산조각 내어 뼛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내 분풀이를 할 것이다! 당장 방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할까!"
당장이라도 쇠방망이를 휘둘러 방 안을 초토화시킬 듯한 도깨비의 살기 어린 분노 앞에서도, 선비는 여전히 조금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도깨비가 진실을 알게 되면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며 분노할 것을 완벽하게 예상하고, 그에 맞설 만반의 준비를 철저하게 마쳐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선비는 방 안에서 조용히 책을 덮고 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문밖에서 으르렁거리는 도깨비를 향해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읊조렸습니다.
'비록 자네가 의도치 않게 내게 이 엄청난 재물을 안겨준 고마운 은인이기는 하나, 이토록 이성을 잃고 살기를 뿜어내는 도깨비의 맹렬한 화를 이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그대로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지난밤들의 유쾌했던 우정은 아쉽지만, 이제 자네와도 영원한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것 같구먼. 내 치밀한 계획이 이제 빛을 발할 차례로다.'
※ 5: 도깨비가 두려워하는 개피로 위기를 모면
분노로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도깨비는 이빨을 하얗게 드러내며 맹수처럼 으르렁거렸습니다. 당장이라도 좁은 방 안으로 뛰어들어 거짓말쟁이 선비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듯한 기세로, 쿵쾅거리며 마루 위로 무거운 발을 한 발짝 내디뎠습니다. 산처럼 거대한 덩치의 도깨비가 뿜어내는 살기와 독기는 선비의 숨통을 턱턱 조여올 만큼 매섭고 차가웠습니다. 도깨비가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가시 돋친 커다란 쇠방망이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며, 단숨에 선비의 머통을 박살 내고 방문을 부수려던 찰나였습니다.
"으윽! 크으윽! 이, 이게 무슨 지독한 냄새냐!"
갑자기 방망이를 내리치려던 도깨비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흠칫 굳어지더니, 커다란 손으로 제 코를 쥐어뜯듯 움켜쥐며 뒤로 펄쩍 물러섰습니다. 방금 전까지 선비를 찢어 죽일 듯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던 도깨비의 붉은 눈동자에, 순식간에 혼을 빼놓는 극심한 공포와 경악이 서리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의 시선이 닿은 곳, 선비의 낡은 초가집 문지방과 방문 창호지, 방을 둘러싼 외벽, 심지어 마루 밑의 틈새까지 온통 붉고 끈적이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덕지덕지 발라져 떡이 져 있었습니다. 그 붉은 액체에서는 코를 찌르는 비릿하고도 역겨운 냄새가 진동을 하며 도깨비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붉고 끈적이는 액체의 정체는 바로, 비 오는 날 밤 도깨비가 선비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끔찍하다고 털어놓았던 짐승의 피, 그중에서도 가장 기운이 강하다는 '개피'였습니다. 선비는 낮에 엽전을 모두 땅속에 묻어 숨긴 뒤, 도깨비가 반드시 복수하러 찾아올 것을 대비하여 지체 없이 아랫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마을 장터의 백정을 찾아가 후한 값을 쳐주고 갓 잡은 개의 신선하고 붉은 피를 한가득 구해왔던 것입니다. 선비는 해가 지기 전, 초가집 주변을 돌며 도깨비가 발을 디딜 만한 모든 곳에 솔가지를 이용해 개피를 빈틈없이 듬뿍 뿌리고 칠해두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아이고, 나 죽는다! 으아악! 저 끔찍하고 징그러운 개피 냄새! 머리가 쪼개질 것 같구나! 웩!"
천하를 호령하며 사람을 찢어 죽일 듯이 덤벼들던 천하무적 도깨비였지만,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 앞에서는 어린아이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끔찍해하던 개피 냄새를 들이마시자마자 도깨비의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며 쇠방망이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고, 산만 한 덩치를 지탱하던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도깨비는 뒷걸음질을 치다 마루에서 굴러떨어져 마당의 진흙탕 속에 꼴사납게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선비는 그제야 방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그리고는 뒷짐을 여유롭게 진 채, 개피 냄새에 중독되어 헛구역질을 하며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흉측한 도깨비를 향해 준엄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이보게, 멍청하고 기고만장한 도깨비! 자네가 나의 약점이라 착각하고 나를 겁주어 골탕 먹이려 수만 냥의 엽전을 지붕에 부었듯, 나 역시 자네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한다는 것을 정성껏 준비하여 보답했을 뿐이네! 정녕 억울하고 분하여 내 심장을 파먹고 간을 빼먹고 싶거든, 어서 이 끔찍한 개피를 밟고 내 방 안으로 당당히 들어와 보시게나! 어서!"
"아이고, 독한 놈! 꾀 많고 교활한 인간 놈에게 내가 단단히 당했구나! 저 지독한 개피 냄새 때문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다! 내가 졌다, 졌어! 두 번 다시, 아니 내 평생토록 네놈 근처에는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을 테니, 제발 저주받을 저 끔찍한 핏물 좀 당장 치워다오! 으아아악! 나 죽는다!"
결국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비릿한 피 냄새를 1초도 더 견디지 못한 도깨비는, 선비에 대한 복수심조차 까맣게 잊은 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사립문을 부수고 쏜살같이 산속 깊은 곳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쿵쾅거리며 멀어지는 거대한 발소리와 다급한 비명이 험준한 산골짜기에 메아리치다 이내 사라지고, 산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하고 적막한 어둠만이 내려앉았습니다. 선비는 도깨비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굽히고 긴장했던 어깨를 늘어뜨리며,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었습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자신의 명석한 기지와 두둑한 배포로 끔찍한 도깨비의 위협에서 무사히 목숨을 건진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 눈부신 해가 떠오르자 선비는 마당 구석과 구들장 밑에 단단히 묻어두었던 엽전 자루들을 모두 파내었습니다. 그리고는 튼튼한 수레를 구해 엽전들을 가득 싣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마을을 향해 산을 내려갔습니다. 도깨비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 탐관오리들과 악독한 부잣집 창고를 털어 훔쳐 온 돈이었기에 원래 주인들에게 돌려줄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엽전에는 이름표가 없어 누구의 돈인지 출처를 정확히 알 길이 만무했습니다. 그래서 선비는 이 거대한 재물을 하늘이 자신에게 세상을 이롭게 하라고 내리신 사명이라 여기며,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답게 쓰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는 산을 내려가자마자 가장 먼저 마을 주변의 넓고 기름진 논밭과 크고 번듯한 한옥 기와집을 사들였습니다. 수십 년간 낡은 초가집에서 비바람을 맞던 가난한 선비가 하루아침에 대지주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선비는 결코 얻은 재물을 혼자 배불리 먹고 남들 위에 군림하는 데에 쓰지 않았습니다. 흉년이 들어 초근목피로 간신히 연명하며 굶주리는 마을 백성들을 위해 매일같이 커다란 곳간 문을 활짝 열고 쌀과 잡곡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고, 돈이 없어 병에 걸려도 약 한 첩 쓰지 못하고 죽어가는 가여운 이들을 위해 의원을 부르고 비싼 약값을 전부 대주었습니다. 백성들은 굶주림과 병마에서 벗어나게 해준 선비를 하늘이 내린 은인이라 부르며 눈물로 칭송했습니다.
또한, 선비는 마을 한가운데에 가장 크고 훌륭한 목재를 써서 번듯한 서당을 크게 지었습니다. 가난하여 글을 배우고 싶어도 서당 근처조차 가지 못하는 천민과 평민의 아이들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한양에서 이름난 훌륭한 스승들을 거금을 주고 모셔와 아이들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마을 곳곳에서는 매일 아침 아이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글을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굶주림에 허덕이던 마을은 어느새 웃음꽃이 피어나는 풍요로운 고을로 변모했습니다.
평생을 춥고 배고픈 초가집에서 홀로 웅크려 책만 읽던 가난한 산골 선비는, 도깨비를 감쪽같이 속여 얻은 어마어마한 횡재를 혼자만의 사사로운 욕심으로 채우지 않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베푸는 어진 덕과 나눔의 미학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훗날 마을 사람들과 후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무시무시한 도깨비의 장난마저 탄복시키고 세상을 이롭게 한 진정으로 지혜롭고 의로운 선비라 입을 모아 칭송하였습니다. 큰 부자가 된 선비는 화려한 비단옷 대신 예전처럼 수수한 도포를 입은 채, 마을 사람들의 존경과 열렬한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평생토록 남을 돕고 후학을 양성하며 글을 읽는 평안하고 참으로 복된 여생을 보냈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재물 앞에서는 형제도 몰라본다지만, 선비의 지혜로운 선택은 그 어떤 황금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며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속에 훈훈한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도깨비의 짓궂은 장난을 번뜩이는 기지로 받아쳐 벼락부자가 된 선비의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자신이 얻은 큰 행운을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눈 선비의 따뜻한 마음씨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진정한 부자는 재물이 많은 자가 아니라, 나눌 줄 아는 자라는 옛말이 떠오르네요.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며, 다음에도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