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도깨비방망이에 저주받은 농부의 비밀 — 욕망을 채울수록 기억이 사라졌다
태그 (15개)
#조선야담, #도깨비방망이, #잠드는야담, #도깨비이야기, #전래동화, #감동스토리, #한국전설, #ASMR야담, #조선시대이야기, #밤에듣는이야기, #스르륵야담, #도깨비전설, #욕망의대가, #눈물나는야담, #따뜻한이야기
#조선야담 #도깨비방망이 #잠드는야담 #도깨비이야기 #전래동화 #감동스토리 #한국전설 #ASMR야담 #조선시대이야기 #밤에듣는이야기 #스르륵야담 #도깨비전설 #욕망의대가 #눈물나는야담 #따뜻한이야기


후킹멘트 (400자 이상)
도깨비방망이.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았을 겁니다. 만약 그 방망이가 진짜로 내 손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선 어느 산골 마을에 만석이라는 가난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빚에 쫓기고, 아내는 병들고, 갓난아이는 굶주려 밤마다 울었지요. 그런 그의 손에 어느 날 진짜 도깨비방망이가 들려졌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금은보화가 쏟아지고, 기와집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방망이를 두드릴 때마다 금이 쌓이는 대신,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하나씩 사라져 갔습니다. 처음에는 어릴 적 친구의 이름이었고, 다음에는 부모님의 제삿날이었고, 그리고 마침내 자기 딸의 이름마저 잊어버렸습니다. 방망이에 새겨진 문구, 욕망을 채우되 마음을 비우라. 그 잔혹한 의미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습니다. 공짜 행운의 끝에서 한 남자가 마주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한번 듣기 시작하면 끝까지 놓을 수 없을 겁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이내)
가난한 농부 만석이 우연히 도깨비방망이를 얻는다. 금 나와라 뚝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졌지만 방망이를 두드릴 때마다 소중한 기억이 하나씩 사라져 갔다. 딸의 이름도, 아내의 얼굴도 잊어버린 남자가 모든 것을 잃은 끝에 깨달은 진정한 복의 의미. 욕망과 상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조선 야담.
※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바람 소리가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처마 끝을 할퀴고 있었다. 창호지 문이 덜컹거릴 때마다 방 안의 촛불이 위태롭게 흔들렸고, 그 불빛 아래 한 노인이 종이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붓을 잡았다. 먹물이 튀어 종이를 더럽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늘 밤이 지나면 나도 저 촛불처럼 꺼져버릴까.' 노인의 이름은 만석. 한때 만석꾼이라 불리며 천하를 다 가진 듯 떵떵거리던 사내였지만, 지금은 자기 이름마저 가물가물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옆에 놓인 흉물스러운 나무토막 하나가 촛불에 비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쪽이 갈라지고 먹물처럼 검게 변색된 방망이. '저것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도깨비방망이다.' 노인은 붓끝에 먹을 묻혀 종이 위에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 이것은 유언이자 경고라고. 부디 이 글을 읽는 자여, 공짜 행운 따위는 바라지 마라. 세상에 대가 없는 복은 없으며, 욕망은 반드시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삼켜버리는 법이니. 눈가에 맺힌 눈물이 주름을 따라 흘러내렸다. '내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남겨야 한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바람이 또 한 차례 몰아쳤고, 촛불이 크게 요동쳤다. 꺼지기 직전의 불꽃처럼 노인의 눈빛이 일렁였다. 이야기는 수십 년 전, 가난이 뼈에 사무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의 만석은 젊고 무모했으며, 세상이 자신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굳게 믿던 청년이었다.
※ 2단계 주제 제시 (Theme Stated)
젊은 날의 만석은 가진 것 없이도 몸뚱이 하나만큼은 단단했다. 새벽마다 호미를 들고 밭에 나서면 흙냄새가 코끝을 찔렀고,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도 언젠가는 잘살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이 가슴 한켠에 버티고 있었다. 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노인들이 곰방대를 물고 둘러앉아 수다를 떨 때면, 만석도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흰 수염의 장 노인이 곰방대를 탁탁 털며 입을 열었다. "이 사람아, 도깨비 터는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여. 세상에 공짜 복은 없는 법이고,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는 법이지." 곰방대 재가 바람에 날렸다. 만석은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에이, 어르신도 참. 복이라도 한번 받아보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요. 도깨비가 금 나와라 뚝딱 해 주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받아야지, 그걸 왜 마다합니까." 노인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만석은 개의치 않았다. '복을 받아본 놈이 없으니까 겁을 내는 거지. 나는 다르다.' 젊음이란 무지와 용기가 뒤섞인 독한 술 같은 것이었다. 벌컥 들이키면 세상이 만만해 보이고, 두려울 것이 없어진다. 그날의 만석이 딱 그랬다. 정자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늘을 만들었고, 그 그늘 속에서 만석의 웃음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철없이 웃어넘기던 그때의 나를 죽이고 싶구나. 그 웃음이 비수가 되어 내 심장에 꽂힐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 3단계 설정 (Set-Up)
가난은 지긋지긋한 냄새 같았다.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곰팡이 냄새가 초가집 구석구석에 배어 있었고, 그 냄새는 곧 만석의 삶 자체였다. 아내 순이는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제대로 못 해 기침을 달고 살았다. 밤마다 가늘고 축축한 기침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만석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복판이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갓 태어난 딸아이는 젖이 부족해 밤새 울어댔다. 앵앵거리는 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번졌다. 순이가 마른 젖가슴에 아이를 안아 물렸지만 나오는 것이 없었다. 순이의 저고리가 흘러내리며 여윈 쇄골이 드러났고, 한때 탐스럽던 살결은 뼈 위에 얇은 종이를 덮어놓은 듯 핏기가 없었다. 만석은 아내의 그 모습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내가 이 꼴을 만들었다.' 성실하게만 살면 될 줄 알았다. 남들보다 한 시진 일찍 일어나 밭을 갈았고, 남들이 쉴 때 산에 올라 나무를 했다. 최 부자의 하인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날, 만석은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만석아, 이자 못 갚으면 네 마누라 종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알지?" 비열한 웃음이었다. 만석은 그 발밑에 엎드려 이마가 깨지도록 빌었다. 돌아온 것은 얼굴에 뱉어진 침 한 줄기뿐이었다. 그날 밤, 순이의 기침 소리가 천둥처럼 울리는 방 안에서 만석은 이를 악물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구하겠다.'
※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약초라도 캐서 팔아볼 요량으로 깊은 산속을 헤맸다. 평소 가지 않던 골짜기로 들어서자 안개가 발목까지 차올랐고, 나뭇가지 사이로 스미는 달빛마저 흐릿해졌다. '길을 잃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저 멀리 골짜기 깊은 곳에서 파란 불빛이 어른거렸다. 도깨비불.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이 다리를 잡아끌었지만, 기이하게도 그 빛이 만석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홀린 듯 걸음을 옮겼다. 불빛을 따라간 곳에 바위틈으로 난 동굴이 있었고, 안에서 기괴한 웃음소리와 흥겨운 노래 가락이 흘러나왔다. 덤불 사이에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인 채 안을 들여다보았다. 뿔 달린 도깨비 대여섯 마리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덩치가 산만 한 놈이 나무 방망이를 번쩍 들어 올려 바닥을 내리쳤다. "금 나와라 뚝딱!"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금덩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은 나와라 뚝딱!" 다시 방망이가 내려칠 때마다 은덩이가 비 오듯 떨어졌다. 만석의 눈이 뒤집혔다. 심장이 귀청을 때리도록 뛰었다. '저것이다. 저것 하나만 있으면 내 인생이 바뀐다.' 도깨비들이 술에 취해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덩치 큰 놈이 작은 놈을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방망이 하나가 동굴 입구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왔다. 놈들이 뒤엉켜 싸우다가 안개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만석은 숨이 터지도록 뛰어나가 방망이를 움켜쥐었다. 묵직하고 뒤틀린 나무 방망이. 손에 닿는 순간 찌릿한 전율이 손끝에서 어깨까지 타고 올랐다. 손잡이에 희미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욕망을 채우되, 마음을 비우라. '무슨 뜻인지 알 게 뭐람. 당장 내 손에 이게 들려 있는데.'
※ 5단계 고민 (망설임)
품에 방망이를 숨기고 산을 내려올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흥분인지 공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이었다. 마당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달빛 아래에서 보니 투박하고 울퉁불퉁한 나무토막에 불과했다. '이게 진짜일까. 산에서 본 게 꿈이었을까.'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금덩이가 쏟아지던 광경이 너무도 선명했다. 방 안에서 순이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콜록콜록,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기침. 그리고 잠꼬대처럼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목소리. "여보... 배고파..." 만석의 심장이 쥐어짜이듯 아팠다. 아내가 잠결에도 배고프다고 했다. 저 안에서 젖도 부족한 아이가 앵앵거리고 있을 것이다. 이를 악물었다. '그래, 딱 한 번만이다. 쌀 한 가마니만 나오면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만 쓰고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 마당 구석,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방망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새벽바람이 차갑게 뺨을 스쳤고, 어디선가 부엉이 울음소리가 길게 울렸다. 방망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금 나와라 뚝딱!"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갈랐다. 순간 방망이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묵직한 울림이 땅바닥을 타고 발밑까지 전해졌다. 만석은 그 빛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되돌릴 수 없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흙바닥에 누런 금덩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만석은 멍하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달빛에 번쩍이는 금빛이 실재하는 것인지 확인하려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묵직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꿈이 아니다. 진짜다.' 미친 사람처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것으로 빚도 갚고, 고기도 사고, 순이 약도 해 먹일 수 있다. 가난아, 이제 안녕이다. 그날 저녁, 장에서 소고기를 한 덩이 사 왔다. 순이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보, 이게 웬 고기예요?" "돈 좀 생겼어. 오늘은 걱정 말고 배불리 먹자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구웠다. 기름이 탁탁 튀며 고소한 냄새가 초가집 안을 가득 채웠다. 순이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볼에 홍조가 번지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만석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가슴이 뜨거워졌다. 순이의 저고리 아래로 여전히 야윈 쇄골이 드러나 있었지만, 웃는 얼굴만큼은 시집오던 날처럼 고왔다. '이 여자를 더는 굶기지 않겠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서 아이에게 젖을 물린 순이가 평온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만석은 아내의 잠든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밥상 앞에 앉았는데 어젯밤에 무엇을 먹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기 냄새가 손끝에 남아 있는데, 어떤 고기였는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있었다. "순이야, 우리 어젯밤에 뭘 먹었더라?" "소고기 구워 먹었잖아요. 벌써 잊었어요?" "내가 정신이 없나 보네. 너무 좋아서 그런가 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것이 시작인 줄도 모르고.
※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금세 초가집을 허물고 기와집을 올렸다. 비단옷을 들이고, 곳간에 쌀을 가득 채웠다. 순이의 뺨에 살이 올랐고 혈색이 돌았다. 약을 지어 먹이자 기침도 잦아들었다. 몸이 회복되니 순이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새 비단 저고리를 입고 거울 앞에 선 순이의 모습에 만석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고리 아래로 부드럽게 차오른 가슴의 곡선, 허리를 감아 내리는 치마의 주름 사이로 비치는 몸의 윤곽이 눈부셨다. '이 여자가 이렇게 고왔었나.' 가난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아내의 아름다움이 비로소 드러난 것이었다. 밤이면 순이의 살결에서 은은한 동백기름 향이 났고, 만석은 그 향에 취해 아내의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곤 했다. 순이도 남편의 손길에 볼을 붉히며 기대어 왔다. 가난할 때는 서로의 체온을 나눌 여유조차 없었는데, 배가 부르고 몸이 따뜻해지니 부부 사이에 잊고 있던 정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순이는 가끔 묘한 표정으로 만석을 바라보았다. "여보, 돈도 좋지만 당신 요즘 좀 이상해요." "뭐가?" "가끔 우리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쳐다볼 때가 있어요. 눈빛이 낯설어요." 만석은 헛웃음을 쳤다. "돈 관리하느라 신경 쓸 게 많아서 그래. 배부른 소리 하지 마." 순이의 걱정이 귀찮게 느껴졌다. '행복하면 됐지,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은가.' 순이의 눈에 서린 불안을 외면한 채 만석은 다시 방망이가 숨겨진 장롱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
욕망은 구멍 난 독과 같았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었다. 논밭을 사들이고, 곳간을 늘리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만석꾼 나으리 만세! 최고이십니다!" 사람들의 칭송이 귀를 간질였다. 기생을 불러 풍악을 울렸다. 술이 물 흐르듯 돌았고, 기생들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춤을 추었다. 그중 매화라는 기생이 유난히 눈에 밟혔다. 저고리 사이로 비치는 하얀 목선, 춤사위에 따라 흔들리는 가녀린 허리. 매화가 만석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손끝을 스치자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나으리, 오늘 밤은 달이 참 좋사옵니다." 낮고 달콤한 목소리였다. 순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술기운이 그것을 밀어냈다. '잠깐이면 되지. 한 번쯤이야.' 방망이를 두드릴 때마다 금은보화가 산처럼 쌓여 갔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두드릴수록 신이 났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숭숭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릴 적 같이 뛰놀던 친구 놈의 이름이 사라졌다. 돌아가신 부모님 제삿날이 뒤죽박죽 엉켜버렸다. '나이가 들어서 건망증이 생겼나 보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기억 따위, 돈만 있으면 무슨 상관인가. 눈앞에 매화의 붉은 입술이 아른거리고, 손안에 세상이 쥐어져 있는데. 만석은 잔을 비우고 매화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달빛 아래 정원에서 매화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퍼졌고, 집 안에서 순이가 창호지 너머로 비치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어느 날이었다. 마당에서 꽃나비를 쫓으며 놀고 있는 아이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방 안까지 들려왔다. 만석은 툇마루에 나와 아이를 불렀다. 그런데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입안에서만 맴돌 뿐, 아무리 더듬어도 기억나지 않았다. '뭐였지. 분명히 내가 지은 이름인데.' 가슴이 서늘해졌다. "얘야, 너... 이름이 뭐니?" 아이가 놀란 눈으로 만석을 올려다보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순이가 부엌에서 달려나와 아이를 안아 올렸다. 경악한 눈으로 만석을 쳐다보았다. "여보! 당신 딸 이름도 잊어버린 거예요? 은이. 우리 딸 이름은 은이라고요. 당신이 직접 지은 이름이잖아요. 어떻게 아비가..." 순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만석은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은이. 은이라고 했었지.' 그 순간 방망이에 새겨진 문구가 번갯불처럼 뇌리를 스쳤다. 욕망을 채우되, 마음을 비우라. '그건 욕심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 담긴 소중한 것들, 내 기억을 지운다는 뜻이었다.' 금덩이를 얻는 대가로 딸의 이름을 팔아버린 것이다. 손이 덜덜 떨렸다. 순이가 울먹이며 물었다. "여보,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제발 말해 줘요." 만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열면 방망이의 비밀이 드러날 것 같았고, 그것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뜻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해야 하는 거지.'
※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방망이를 장롱 깊숙이 처박아 두었다. 다시는 손대지 않으리라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한번 부풀어 오른 씀씀이는 줄어들 줄 몰랐다. 기와집 유지비, 하인들 품삯, 잔치에 들어간 빚. 돈이 물 새듯 빠져나갔다. 사기꾼들이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다. 여기에 투자하면 열 배를 번다, 저쪽 땅을 사두면 금맥이 나온다고 꼬드겼다. 만석은 멍청하게 속아 넘어갔다. '기억이 흐려지니 판단력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재산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빚쟁이들이 다시 문 앞에 서기 시작했다. 매화도 돈이 떨어지자 칼같이 발길을 끊었다. 다시 가난해질 위기가 목을 죄어 왔다. 공포가 엄습했다. 기억을 잃는 것도 무서웠지만, 다시 굶주리는 것이 더 무서웠다. 최 부자의 발밑에 엎드려 침 맞던 그날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순이의 젖이 나오지 않아 아이가 울던 밤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만석은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일어나 장롱 앞에 섰다. 손이 덜덜 떨렸다. 문을 열지 말자. 열면 안 된다. 하지만 손은 이미 장롱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딱 한 번만 더.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야.' 장롱 문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방망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미친 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쾅, 쾅, 쾅. 금덩이가 산처럼 쌓여 갔다. 방 안이 금빛으로 번쩍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안개 낀 벌판처럼 뿌옇기만 했다. 두드릴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소리가 멀어지고, 세상이 종이 한 장 너머에 있는 것처럼 아득해졌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어떤 여자가 울면서 만석의 팔을 잡았다. "제발 그만해요! 이러다 당신이 다 죽어요!" 여자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얼굴이 촛불에 비쳤다. 만석은 그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지. 왜 남의 집에서 소란이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내의 얼굴이 기억에서 사라진 것이다. "누구냐! 내 돈 훔치러 왔느냐! 썩 꺼져라!" 여자를 거칠게 밀쳐 버렸다. 여자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아이가 방문 밖에서 울고 있었다. 여자가 아이를 안아 올리며 흐느꼈다. "은이야, 가자. 아버지가 아프신 거야. 아버지가 우리를 잊은 거야." 여자와 아이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만석은 그들이 누구인지,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금덩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방망이를 가슴에 껴안고 금더미 위에 주저앉았다. 금빛으로 눈이 부셨지만 마음은 칠흑처럼 캄캄했다. 그렇게 만석은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방 안 가득 금은보화가 번쩍이는데 뼛속까지 시렸다. 촛불이 꺼지고 어둠이 밀려왔다. 만석은 금더미 위에 웅크린 채 떨었다. 벽에 기대어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이상한 것들이 보였다. 형체 없는 그림자들이 만석의 주위를 맴돌았다.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어리석은 인간, 네가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느냐. 만석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늙고 탐욕스러운 괴물이었다. 광기 어린 눈, 움푹 꺼진 볼, 금가루가 묻은 떨리는 손.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나이도, 여기가 어디인지도, 왜 이 방에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오직 하나, 방망이를 두드려야 한다는 강박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남은 거야!' 목이 쉬도록 소리쳤지만 대답해 주는 이는 없었다. 금덩이들은 차갑게 빛날 뿐이었고, 메아리조차 없는 적막만이 방 안을 채웠다. 만석은 바닥에 엎드려 이마를 땅에 찧었다. 쿵, 쿵. 먹물처럼 검은 피가 이마에서 흘러내렸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가슴 한복판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텅 비어 있다는 느낌만은 또렷했다. '무언가를 잃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것이 진정한 지옥이었다.
※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며칠을 방 안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 방구석에 뭔가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꼬질꼬질한 천 조각이었다. 무심코 집어 들었는데 가슴이 찌릿했다. 아주 작은 옷이었다. 배냇저고리. 누런 때가 타고 올이 풀린 낡디낡은 배냇저고리. 코끝에 가져가니 희미하게 젖냄새가 났다. 그 순간 머릿속 안개가 일순 갈라지며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앵앵 우는 아기 소리. 차마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가벼운 아기의 무게. 그리고 따뜻하게 웃어주던 여자의 얼굴. 얼굴이 뿌옇게 흐려져 있었지만, 그 웃음의 온기만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왔다. '여보.' 입술이 저절로 움직였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모든 것을 다 잊어도 이 느낌만은 남아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감각.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다는 온기. '나는 사랑받던 사람이었다.' 만석은 배냇저고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방망이를 바라보았다. 먹물처럼 검은 나무 방망이가 금더미 위에서 음산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것이 나를 잡아먹고 있다. 내 기억을, 내 사랑을, 나라는 사람 자체를 갉아먹고 있다.' 일어서야 했다. 더 늦기 전에 끝내야 했다. 만석은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금을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방망이를 들고 산으로 뛰었다. 맨발이었다. 돌부리에 걸려 발등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며 기어오른 그곳은, 수십 년 전 방망이를 주웠던 그 동굴이었다. 동굴 앞에 서자 파란 불빛이 다시 피어올랐고, 어둠 속에서 도깨비들이 나타나 만석을 둘러쌌다. 히히히, 킥킥킥.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리석은 인간아. 이제 와서 돌려주겠다고? 이미 늦었다. 너는 껍데기뿐이야. 방망이를 돌려주면 대신 평생 꿈속에서 행복하게 해 주마. 금은보화가 넘치는 꿈, 아름다운 여인이 곁에 있는 꿈, 영원히 깨지 않는 달콤한 꿈을 말이다." 달콤한 유혹이었다. 잠깐이나마 마음이 흔들렸다. 현실로 돌아가 봤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빈 초가집, 떠나간 아내와 딸, 텅 빈 기억. 하지만 가슴에 품은 배냇저고리의 감촉이 만석을 붙잡았다. '내 기억은 사라졌어도 내 마음은 기억한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만석은 방망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도깨비들의 웃음이 멈추었다. 있는 힘을 다해 바위에 내리쳤다. 우지끈, 방망이가 두 동강 났다. 그 순간 눈부신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도깨비들이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기와집에 쌓아둔 금은보화가 모래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려가는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만석은 부서진 방망이 조각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허무했다. 수십 년의 욕망이 나무 조각 두 개로 끝나 버린 것이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이상하게 후련했다. 밤새 묶여 있던 밧줄이 풀린 것처럼.
※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다시 초가집이다. 기와집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낡은 흙벽과 삐걱거리는 문짝뿐이었다. 만석은 늙고 병든 노인이 되어 있었다. 잃어버린 기억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초가집 앞에 여자와 다 큰 아이가 서 있었다. 여자의 얼굴에 세월의 주름이 깊이 패여 있었고, 아이는 어느새 처녀가 되어 어미를 닮은 고운 눈매로 만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이 뜨거워졌다.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여보, 저예요. 순이."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개 너머로 흐릿한 형체가 떠올랐다. 기침하던 여자. 고기를 먹으며 행복해하던 여자. 잠결에 배고프다고 했던 여자. "순... 이..." 입술이 떨렸다. 바보가 된 아비를 순이와 은이가 용서한 것이다. 다 큰 은이가 물을 떠 왔다. "아버지, 물 드세요." 받아 마셨다. 시원했다. 물맛이 이토록 달았다는 것을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만석은 툇마루에 앉아 마지막 글을 적었다. 진정한 복은 금덩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다. 물 한 모금의 시원함을 아는 것이다. 붓을 내려놓았다. 마당에서 순이가 빨래를 널고, 은이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바람이 불어왔다. 이번에는 짐승의 울음이 아니라, 봄을 머금은 바람이었다. 만석은 부서진 방망이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편안했다.
엔딩멘트 (300자 이내)
오늘 밤의 야담, 마음에 드셨나요? 세상에 공짜 복은 없고, 진짜 행복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는 것. 그 뻔한 진리가 오늘따라 가슴에 와닿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가 좋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으로 마음을 전해 주시고, 듣고 싶은 조선 야담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그럼 오늘 밤도 스르륵, 편안히 잠드세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