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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방망이를 얻은 노인의 진짜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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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70년을 가난하게 살아온 할아버지가 도깨비방망이를 얻었다면 무엇을 빌었을까요? 황금? 건강? 아니면 젊음? 하지만 이 할아버지의 진짜 소원은 우리가 상상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평생을 후회로 살아온 한 노인이 마지막에 깨달은 인생의 진실과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 후기,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70세 할아버지 김 서방이 우연히 도깨비방망이를 얻게 됩니다. 무엇이든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의 방망이 앞에서 그가 진짜로 원했던 것은 재물도 건강도 아니었습니다. 가족을 소홀히 했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깨달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 시니어 세대에게 따뜻한 위로와 깨달음을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 70세 김 서방의 외로운 하루
조선 후기,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산골 마을에 김 서방이라는 70세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왔다.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했지만, 농사는 해마다 흉년이었고, 장사를 해도 번번이 실패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었다.
김 서방의 하루는 언제나 같았다. 새벽 닭울음소리에 눈을 뜨고, 마당의 우물에서 찬물로 세수를 한 후, 어제 남긴 보리죽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나마도 넉넉하지 않아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텨야 할 때가 많았다.
"에휴,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김 서방은 한숨을 쉬며 낡은 초가집 마루에 앉았다. 집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 바람이 새어 들어왔고, 지붕의 짚도 너무 오래되어 비가 오면 곳곳에서 물이 떨어졌다. 고칠 돈도 없고, 고쳐줄 사람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김 서방을 대체로 무시했다.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 남에게 도움만 받고,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김 서방도 베풀고 싶었지만, 자신도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빴다.
"김 서방, 오늘도 빈둥빈둥하고 있네."
옆집 영감이 지나가며 빈정거렸다.
"우리 나이에 뭘 할 수 있겠소."
김 서방이 쓸쓸하게 대답했지만, 영감은 이미 가버린 후였다. 김 서방은 자주 이런 무시를 당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별로 상처받지도 않았다. 대신 더 큰 상처가 있었다. 바로 가족들이었다.
김 서방에게는 두 아들과 한 딸이 있었다. 모두 혼인해서 다른 곳에 살고 있었다. 큰아들은 한양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었고, 둘째 아들은 이웃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딸은 멀리 충청도로 시집을 갔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1년에 한두 번 명절 때나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금세 돌아가곤 했다. 김 서방이 가난해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젊었을 때 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김 서방은 자주 후회했다. 젊었을 때는 술을 좋아해서 번 돈을 주막에서 다 써버리기 일쑤였다. 아내가 아이들을 돌보며 어려워할 때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아내는 10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까지 남편을 원망하는 눈빛을 보냈다.
"여보, 당신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시오?"
아내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가슴에 아팠다. 그때서야 김 서방은 자신이 얼마나 무책임한 남편이고 아버지였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내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이들은 모두 집을 떠났다.
이제 김 서방은 완전히 혼자였다. 가끔 배가 고파서 이웃집에 도움을 청할 때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아했다. 김 서방이 젊었을 때 베풀지 않았던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배가 고파 죽겠네."
점심때가 되었지만 먹을 것이 없었다. 어제 마을 이장님 댁에서 품삯으로 받은 보리 한 줌이 전부였다. 그것도 저녁까지 아껴 먹어야 했다.
김 서방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뒷산으로 향했다. 산에서 나물이라도 뜯어 와서 죽을 끓여 먹으려는 생각이었다. 70세의 몸으로 산길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산길을 오르며 김 서방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과연 자신이 제대로 산 것이 있었을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지만, 가슴이 아팠다.
"하느님, 저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신다면..."
김 서방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하늘은 늘 그랬듯이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만 늦가을 차가운 바람만이 그의 주름진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 숲에서 우연히 만난 도깨비와 방망이
김 서방이 소리를 따라 산 깊숙이 들어가자,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이상한 공간이 나타났다. 나무들 사이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그 빛 주변에서는 작은 불꽃들이 춤을 추듯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뭔가?"
김 서방이 놀라서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그 빛 속에서 키가 작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존재가 나타났다.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고, 얼굴은 사람 같으면서도 어딘가 다른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손에는 이상하게 생긴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어라, 사람이 여기까지 왔네?"
그 존재가 김 서방을 보며 신기해했다. 목소리는 아이 같으면서도 어딘가 신비로운 울림이 있었다.
"당, 당신은 누구요?"
김 서방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평생 이런 신기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도깨비야. 이 산의 도깨비지. 너는 뭐 하러 여기까지 왔어?"
도깨비라는 말에 김 서방은 더욱 놀랐다. 어릴 때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는 존재였는데,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저는... 먹을 나물을 찾으러 왔습니다."
"나물? 하하하, 70세에 혼자서 나물을 뜯으러 다니다니. 가족은 어디 있어?"
도깨비의 질문에 김 서방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가족들은... 모두 멀리 있습니다. 저는 혼자 살고 있어요."
"혼자? 왜 혼자야?"
"제가... 젊었을 때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두 저를 떠났어요."
김 서방의 솔직한 대답에 도깨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래? 후회하고 있구나?"
"네... 매일매일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도깨비는 잠시 김 서방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재미있는 인간이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보면 재물을 달라고 하는데, 넌 가족 얘기부터 하는구나."
"재물요?"
"그래! 내가 누군 줄 아니?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야!"
도깨비가 자신의 방망이를 번쩍 들어 보였다. 방망이는 기이하게 생겼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으면서도 은은한 빛이 나고 있었다.
"이게 바로 도깨비방망이야. 이걸로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 금은보화도, 맛있는 음식도, 멋진 집도!"
김 서방의 눈이 커졌다. 도깨비방망이라는 것은 전설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정말...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나요?"
"물론이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응. 한 사람이 세 번까지만 소원을 빌 수 있어. 그리고 소원을 빈 후에는 반드시 그것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해."
도깨비의 설명에 김 서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의 기회라면 충분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음... 너한테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만 생각하는데, 넌 가족을 걱정하고 있잖아. 그래서 한 번 기회를 줘보고 싶어."
도깨비가 방망이를 김 서방에게 내밀었다.
"받아봐. 하지만 기억해. 정말로 소중한 게 뭔지 잘 생각하고 소원을 빌어야 해."
김 서방은 조심스럽게 도깨비방망이를 받았다. 방망이는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손에 잡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간단해. 방망이를 들고 진심으로 소원을 빌면 돼. 하지만 절대 욕심부리지 마.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어."
도깨비의 경고를 들은 김 서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소원은 뭘 빌 거야?"
도깨비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김 서방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으니 먼저 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우선 돈이 좀 있었으면 합니다. 평생 가난하게 살아서 제대로 된 음식도 못 먹고, 집도 허름하고..."
"그래? 돈을 원하는구나. 좋아!"
도깨비가 손뼉을 쳤다.
"그럼 방망이를 흔들면서 소원을 빌어봐."
김 서방은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진심으로 소원을 빌었다.
"제발 저에게 돈을 주세요. 평생 가난하게 살았으니, 이제는 좀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방망이에서 갑자기 밝은 빛이 나더니, 김 서방의 주변에 금덩어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금덩어리가 열 개나 되었다.
"와! 정말로 금이 나타났네요!"
김 서방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금덩어리를 만져보았다. 차갑고 무거운 것이 진짜 금이 맞았다.
"어때? 첫 번째 소원은 이뤄졌지?"
도깨비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 서방은 기뻐하며 금덩어리들을 품에 안았다. 이제 당분간은 굶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럼 나머지 두 번의 기회는 언제 쓸 거야?"
"나머지요? 아, 맞다. 세 번까지 할 수 있다고 하셨죠."
김 서방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돈도 생겼으니 이제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건강을 빌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몸이 많이 아프거든요."
"건강? 그것도 좋은 소원이네. 그럼 빌어봐."
김 서방이 다시 방망이를 들고 소원을 빌자, 이번에는 온몸이 따뜻해지면서 오래된 지팡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몸이 가벼워졌다.
"오! 정말 신기하네요!"
하지만 도깨비는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소원은 신중하게 생각해서 빌어. 가장 중요한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 재물과 건강을 빌었지만 느낀 공허함
집에 도착한 김 서방은 금덩어리들을 마루에 늘어놓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70년을 살면서 이런 부를 손에 쥐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손바닥만 한 금덩어리 열 개면 남은 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정말 꿈같은 일이구나."
김 서방은 금덩어리 하나를 들고 햇빛에 비춰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의 광택이 눈부셨다. 이제 더 이상 굶지 않아도 되고,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고, 남의 눈치를 보며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음 날 아침, 김 서방은 일찍 일어나 마을로 내려갔다. 금 하나를 들고 가서 쌀과 고기, 좋은 옷가지들을 사들였다.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돈이 생긴 김 서방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김 서방, 어디서 돈이 생겼소?"
"혹시 어디서 훔친 것은 아니겠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도 김 서방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평생 무시당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스럽게나마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김 서방은 푸짐한 식사를 차려놓고 혼자 먹었다. 맛있는 고기와 흰쌀밥, 그리고 여러 가지 반찬들. 하지만 몇 젓가락 먹다 보니 이상하게도 맛이 없었다.
"왜 이렇게 맛이 없을까?"
음식은 분명 좋은 것들이었다. 평생 먹어보지 못한 진수성찬이었다. 하지만 혼자 먹는 밥상은 왠지 모르게 쓸쓸했다. 예전에 아내와 함께 먹던 보리죽이 더 맛있었던 것 같았다.
며칠 후, 김 서방은 금 몇 개를 더 팔아서 집을 수리했다. 지붕의 짚을 새로 올리고, 벽의 구멍도 메우고, 새로운 가구들도 사들였다. 집은 확실히 좋아졌다. 더 이상 비가 새지도 않고, 바람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집이 좋아질수록 더욱 외로워졌다. 넓어진 방에 혼자 앉아 있으니 적막감이 더욱 커졌다. 예전의 허름한 집이 더 따뜻했던 것 같았다.
"돈이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니구나."
김 서방은 깨달았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그에게 일시적인 만족감만 줄 뿐, 진정한 기쁨은 주지 못했다.
건강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몸은 훨씬 좋아졌다. 지팡이 없이도 잘 걸을 수 있었고, 무거운 것을 들어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한 몸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갑자기 부자가 된 김 서방을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이들은 아예 시기하며 험담을 하기도 했다.
"저 늙은이가 갑자기 어디서 돈을 구했는지 수상하다."
"분명 무슨 부정한 일을 했을 거야."
김 서방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점점 집에만 머물게 되었다. 돈도 있고 건강도 좋아졌지만, 마음은 더욱 공허해져 갔다.
어느 날 저녁, 김 서방은 혼자 저녁을 먹다가 문득 눈물이 났다. 좋은 음식을 먹고, 따뜻한 집에서 지내고 있지만, 이보다 더 외로울 수는 없었다. 돈과 건강이 있어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으니 의미가 없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뭘까?"
김 서방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을 빌 기회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빌어야 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젊음을 되찾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젊어진다고 해서 지금의 외로움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날 밤 김 서방은 잠들기 전에 오랫동안 생각했다. 70년의 인생을 돌아보며, 정말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놀아주던 시간, 아내와 함께 가난하지만 웃으며 지내던 날들, 가족이 모두 함께 둘러앉아 식사하던 정겨운 저녁시간들.
"아, 그때가 정말 행복했구나."
※ 부자가 되었지만 더욱 외로워진 현실
일주일 후, 김 서방은 큰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고, 한 번 찾아와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마을의 글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정성스럽게 편지를 썼다.
"큰아들아, 아버지가 뜻밖의 재물을 얻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 않으니, 한 번 찾아와서 함께 지내지 않겠느냐. 아버지가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편지를 보낸 지 보름 만에 큰아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아들의 표정은 반갑기보다는 의심스러웠다.
"아버지, 정말 돈이 생겼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렇다. 보아라."
김 서방이 금덩어리 몇 개를 보여주자, 큰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정말 금인가요? 어디서 구하셨어요?"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제 아버지가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아들의 반응은 김 서방이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아버지, 혹시 이 돈이 깨끗한 돈인가요? 무슨 잘못된 일에 연루되신 건 아니죠?"
"무슨 소리냐? 아버지를 뭘로 보는 거냐?"
"죄송하지만... 갑자기 이런 큰돈이 생긴다는 게 이상해서요."
큰아들은 아버지를 의심하고 있었다. 평생 가난하게 살던 아버지가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혹시 무슨 범죄에 연루되어서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올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아들아, 아버지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느냐?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운이요? 어떤 운인데요?"
김 서방은 도깨비 이야기를 할 수도 없어서 애매하게 둘러댔다. 하지만 큰아들은 더욱 의심스러워했다.
"아버지, 저는 이 돈을 받을 수 없어요. 어디서 나온 돈인지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뭐라고?"
"그리고...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 일이 바빠서 오래 머물 수도 없어요."
큰아들은 하루 만에 돌아가 버렸다. 김 서방이 돈을 주려고 해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를 수상하게 여기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아들에게도 소식을 전했지만 반응은 비슷했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다가도, 갑작스럽게 생긴 재물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자신들을 돌보지 않던 아버지가 갑자기 돈이 생겼다고 해서 가까이 지내려 한다는 것이 불순한 의도로 보였다.
"아버지께서 저희를 정말 사랑하셨다면, 돈이 없을 때도 연락을 하셨을 텐데요."
둘째 아들의 말이 가슴에 아팠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정말로 그동안 자식들에게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아예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딸은 아버지가 무슨 나쁜 일에 연루된 것 같다며, 아예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했다.
김 서방은 절망했다. 돈이 생기면 가족들이 자신에게 돌아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욱 멀어져 버렸다. 자식들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고, 지금까지의 소홀함에 대해 용서하지 않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김 서방이 부자가 되자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했지만, 뒤에서는 여전히 험담을 했다. 어떤 이들은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가까워지려는 사람은 없었다.
"돈이 있어도 사람들의 마음은 살 수 없구나."
김 서방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지금까지 가난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았고,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었다.
어느 날 밤, 김 서방은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들고 마지막 소원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돈과 건강을 얻었지만 더욱 불행해졌다. 이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마지막 소원은 신중하게 빌어야 해."
※ 돈보다 소중한 것을 깨달은 순간
그날 밤 김 서방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는 부드럽고 방은 따뜻했지만, 마음은 춥고 메말라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바보였구나."
김 서방은 중얼거렸다.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가족들과의 시간을 소홀히 했다. 아내가 아이들을 돌보며 힘들어할 때도, 자신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다른 일에만 신경 썼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병원비가 아까워서 미뤘고, 아내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해 울면서 집에 올 때도, 김 서방은 그저 "남자가 그까짓 것으로 우는 게 어디 있느냐"며 타이르기만 했다.
"여보, 아이들하고 좀 더 시간을 보내세요. 아이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해요."
아내가 몇 번이나 부탁했지만, 김 서방은 늘 "나중에, 나중에"라며 미뤘다. 그 나중은 결국 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라서 집을 떠났고,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새벽이 되자 김 서방은 일어나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들었다. 마지막 소원을 빌 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
그때 갑자기 마당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도깨비가 서 있었다.
"어? 벌써 마지막 소원을 빌 준비가 됐나?"
"네... 이제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래? 뭔데?"
김 서방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젊었을 때로 돌아가서 가족들을 제대로 사랑하고 싶어요."
도깨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그건 좀 복잡한 일인데..."
"안 되나요?"
"아니야, 할 수는 있어. 하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시간을 되돌리면 지금의 기억은 모두 사라져. 지금까지 겪은 후회와 깨달음도 다 잊게 돼. 그럼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어."
김 서방은 고민에 빠졌다. 기억을 잃는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음... 한 가지 방법이 더 있긴 해."
"어떤 방법인가요?"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가족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거야. 하지만 이건 너 혼자 힘으로 해야 해. 마법으로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노력해서 이뤄내는 거야."
김 서방의 눈이 빛났다.
"그게 더 좋겠어요. 억지로 만든 사랑은 진짜가 아니니까요."
"현명한 판단이야. 그럼 마지막 소원을 빌어봐."
김 서방은 도깨비방망이를 두 손으로 꽉 잡고 진심을 담아 소원을 빌었다.
"제발... 저에게 가족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살필 수 있는 마음과 방법을 주세요."
방망이에서 이전과는 다른 따뜻한 빛이 나왔다. 그 빛이 김 서방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면서, 그는 무언가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던 마음이 서서히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바뀌어갔다.
"이제 알겠어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뭔지."
도깨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기억해. 이제부터는 마법의 도움 없이 너 혼자 힘으로 해야 해. 진심과 노력만이 가족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방망이를 돌려줘. 네가 진짜 필요한 건 이미 마음속에 있어."
김 서방은 아쉬웠지만 방망이를 도깨비에게 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천만에. 앞으로 잘 살아. 그리고 기억해. 가장 큰 마법은 진심 어린 사랑이야."
※ 방망이를 포기하고 얻은 진정한 행복
다음 날 아침, 김 서방은 일찍 일어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남은 금덩어리들을 모두 팔아서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마을의 가난한 가정들을 찾아다니며 쌀과 생필품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과부가 된 이웃집 할머니에게는 겨울날 수 있도록 땔감을 사다 주었고, 아이들이 많은 가난한 집에는 옷가지와 학용품을 전해주었다.
"김 서방,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요?"
사람들이 의아해했지만, 김 서방은 조건 없이 베풀었다.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의심하던 마을 사람들도 점차 김 서방의 진심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로 조건 없이 베풀었고,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했다.
몇 달 후, 김 서방은 자식들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돈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의 편지였다.
"아들아, 아버지가 그동안 너희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 돈을 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는 이제 마을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다. 너희들이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든 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찾아와라.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
첫 번째로 둘째 아들이 찾아왔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버지가 변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정말 달라지셨네요."
"그래, 늦었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너희들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아버지..."
둘째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원망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아버지, 저도 미안해요. 너무 차갑게 대했어요."
"아니다. 아버지가 잘못한 것이 맞다. 이제부터라도 좋은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큰아들과 딸도 하나둘 찾아왔다. 김 서방은 이들에게 돈을 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보였다. 자식들의 근황을 물어보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었다.
"아버지, 제가 어렸을 때 왜 이렇게 해주지 않으셨어요?"
딸이 아쉬워하자 김 서방이 답했다.
"그때는 몰랐다. 무엇이 정말 소중한지 모르고 살았구나.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1년 후, 김 서방의 집에는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였다. 금덩어리는 모두 사라졌지만, 그 대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손자 손녀들도 할아버지를 따랐고, 김 서방은 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 또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그래,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니?"
김 서방은 손자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면서, 가끔 도깨비와의 일을 떠올렸다. 도깨비방망이로 얻은 금덩어리는 없어졌지만, 그 대신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정한 보물을 얻었다.
마을 사람들도 이제 김 서방을 존경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선량한 할아버지로 불렸다.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어느 날 밤, 김 서방은 뒷산을 거닐다가 도깨비를 다시 만났다.
"어때? 마지막 소원은 잘 이뤄졌니?"
"네, 감사합니다. 정말 행복해요."
"다행이야. 너는 진짜 소중한 것이 뭔지 깨달았구나."
"돈이나 건강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배웠어요."
도깨비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야. 이제 너는 정말로 부자가 되었어."
김 서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도깨비방망이는 잃었지만, 그 대신 평생 간직할 소중한 것들을 얻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70세 김 서방의 도깨비방망이 이야기, 어떠셨나요? 돈과 건강을 얻었지만 더욱 외로워졌던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깨달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 바로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사랑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돈, 명예, 건강... 물론 이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정말 소중한 것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의 사랑, 이웃의 정, 따뜻한 인간관계야말로 어떤 보물보다 값진 것이죠.
김 서방처럼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언제든 마음을 돌릴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 한 통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은 관심과 사랑이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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