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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나와라 뚝딱, 매 맞아라 뚝딱! 도깨비방망이의 기막힌 셈법 『기문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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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깊은 산속, 낡은 도끼 한 자루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들의 요란한 잔치를 훔쳐보다 인생 역전을 맞이합니다! "금 나와라 뚝딱!" 방망이 한 번에 벼락부자가 되고 어여쁜 아내까지 얻은 나무꾼. 그 소식에 배가 아파 죽기 일보 직전인 이웃집 욕심쟁이 영감이 똑같이 방망이를 얻으려 산으로 향하는데요. 과연 이 얌체 같은 욕심쟁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배꼽 빠지는 도깨비들의 통쾌한 셈법, 지금 시작합니다!
※ 1: 개암 열매 줍는 착한 나무꾼, 폐가에서 밤을 맞다
옛날 옛적, 깊고 푸른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어느 궁벽한 산골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늙고 병든 홀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사는 착하고 부지런한 나무꾼 총각이 살고 있었지요. 그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이라고는, 이가 다 빠지고 손잡이가 반질반질하게 닳아빠진 낡은 도끼 한 자루와, 무거운 땔감을 하도 져다 날라서 바람이 숭숭 통할 정도로 구멍이 나버린 지게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사시사철 해진 무명 저고리 하나로 버티며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총각의 마음씨만큼은 저 넓은 산과 들을 덮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고 따뜻했답니다. 매일 아침 저 멀리 동쪽 하늘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오기도 전에 일어나, 이슬이 차갑게 맺힌 험한 산길을 오르고, 해가 서산 너머로 꼴딱 넘어갈 때까지 뼈가 부서져라 나무를 베어 장터에 내다 팔았지요. 하지만 밑 빠진 독처럼 모자란 쌀독은 도무지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어두운 부뚜막에 앉아 한숨을 푹푹 쉬기도 했지만, 총각은 특유의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결코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내 팔다리가 이리 굵고 멀쩡하게 버텨주고, 우리 어머니 비록 병석에 누워 계시지만 아직 내 곁에 살아 숨 쉬며 곁을 지켜주시니 이만하면 참으로 감사한 인생이지. 쌀통이 비었다고 울상을 지으면 어머니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어. 오늘 하루도 으쌰 으쌰 힘을 내어 산신령님께 질 좋은 나무를 부탁해 보자꾸나!'
그날도 총각은 지게를 둘러메고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보다 훨씬 더 깊고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오래된 아름드리나무를 땀 흘려 베어 지게가 부러질 듯 가득 짊어지고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하산하려던 찰나였지요. 갑자기 하늘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꾸역꾸역 몰려오더니,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칠흑 같은 밤처럼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르릉 쾅쾅! 산천을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천둥소리와 함께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더니, 이내 장대비로 변해 총각의 낡은 옷을 흠뻑 적시고 말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고 탁한 안개까지 산허리를 휘감으며 뱀처럼 깔려, 도무지 하산할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빗줄기가 살을 찌를 듯 굵어지자, 총각은 급한 대로 커다란 잎사귀를 뻗고 있는 거대한 참나무 밑동으로 뛰어 들어가 비를 피했습니다.
그렇게 젖은 옷을 쥐어짜며 추위에 덜덜 떨고 있을 때였습니다. 발밑에서 무언가 톡, 토도독,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지요. 총각이 고개를 숙여 어두운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니, 가을을 맞아 탐스럽고 알차게 영근 개암 열매들이 빗방울에 떨어져 바닥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총각은 추위도 잊은 채 뛸 듯이 기뻐하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동글동글한 개암을 정성스레 줍기 시작했습니다.
"옳지, 요 녀석 참 실하고 먹음직스럽게도 생겼네. 껍질이 단단한 것이 속살은 아주 고소하겠어. 첫 번째 주운 이 제일 큰 개암은 집에 가서 껍질을 까서 우리 늙으신 어머니 입에 쏙 넣어드리고, 두 번째 주운 요 녀석은 이따 밤이 깊어 내가 배가 고파 견디기 힘들 때 내 간식으로 오독오독 씹어 먹고, 세 번째 주운 자그마한 건 혹시 산길을 가다 만날 배고픈 산짐승들 몫으로 바닥에 남겨두어야지."
주머니가 불룩해지도록 개암 열매를 챙겨 넣은 총각은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억수같이 쏟아졌고, 산속의 해마저 완전히 뚝 떨어져 버려 사방이 먹물처럼 어두워졌습니다. 결국 깊은 산속에서 꼼짝없이 밤을 지새우게 된 총각은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와 짐승들의 굶주린 울음소리에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다행히 저 멀리 번쩍이는 번갯불 사이로 다 스러져가는 낡은 폐가 한 채가 흉물스럽게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지붕엔 구멍이 숭숭 뚫려 빗물이 새고 있었고 마루는 다 썩어 주저앉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산짐승의 날카로운 이빨과 뼛속까지 시린 비바람을 피하기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었지요. 총각은 삐걱거리는 낡은 사립문을 조심조심 열고 폐가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사람의 온기가 끊긴 지 족히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곳이구나.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당장이라도 처녀 귀신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튀어나올 것 같이 으스스하지만, 호랑이 밥이 되어 뼈도 못 추리는 것보단 백번 낫지. 암, 그렇고말고.'
총각은 혹시 모를 뱀이나 독충, 들짐승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썩어서 삐그덕거리는 마루를 밟고 기둥을 타고 올라가 천장을 튼튼하게 받치고 있는 두꺼운 대들보 위로 조심조심 기어 올라갔습니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대들보 위에 납작 엎드린 총각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함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산속의 밤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주머니 속에 가득 든 개암 열매를 만지작거리며 총각은 속없이 실실 웃음을 지었답니다.
'우리 어머니가 이 고소한 개암을 오독오독 깨물어 드시며 미소 지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배가 부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구나. 내일 비가 그치고 동이 트자마자 냅다 집으로 뛰어 내려가야지.'
그렇게 대들보 위에서 곤히 잠이 들려던 찰나였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폐가 밖에서 왁자지껄하고 기괴한 소리들이 환청처럼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쿵작쿵작, 삐리릴리! 기분 나쁜 피리 부는 소리, 심장을 둥둥 울리는 북 치는 소리, 그리고 산사태가 난 듯 쿵쿵거리는 수십 명의 엄청난 발소리들이 총각이 숨어 있는 폐가를 향해 맹렬하게 몰려오고 있었던 겁니다. 깜짝 놀란 총각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대들보에 바짝 엎드려 썩은 나무 틈새로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이윽고 낡은 문짝이 부서져라 열리며 마루로 쏟아져 들어온 것들은 다름 아닌, 전설 속에서나 듣던 무시무시한 도깨비 무리였습니다. 하나같이 머리에 날카로운 뿔이 솟아 있고, 눈망울은 개구리처럼 퉁방울만 했으며, 온몸에 짐승 같은 거친 털이 숭숭 나 있는 집채만 한 덩치의 끔찍한 도깨비들이었지요. 그 기괴한 몰골을 직접 두 눈으로 마주한 총각은 너무 놀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아이고, 맙소사! 사람인 거 들키면 저 우락부락한 놈들한테 내 뼈도 안 남고 질겅질겅 씹어 먹히겠구나! 제발, 부처님, 산신령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저 죽으면 우리 불쌍한 홀어머니는 누가 모신답니까!'
총각은 공포에 질려 두 눈을 질끈 감고 대들보에 마치 찰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도깨비들의 요란하고도 광란 가득한 밤 잔치가 총각의 발밑에서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 2: 도깨비들의 광란의 잔치와 버려진 도깨비방망이
썩은 마루를 완전히 무너뜨릴 듯 쿵쿵 울리며 폐가 안으로 들이닥친 십여 명의 도깨비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털썩 주저앉아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거친 목소리는 웬만한 장정 열 명이 동시에 고함을 치는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시끄러웠지요.
"아따, 오늘 천둥도 치고 억수같이 비도 쏟아지는 것이 날씨 한번 찌뿌둥하니 막걸리 마시기 아주 딱 좋은 밤이구먼! 우리 뼛속까지 시원하게 한잔 적셔보자꾸나!"
"형님, 오늘 술안주는 뭘로 할까요? 며칠 전에 땅에 묻어둔 썩은 호랑이 뒷다리를 꺼낼까요? 아니면 산 아래 마을로 훌쩍 내려가서, 어디 냄새 고약하고 살집이 두둑한 인간 놈 하나 잡아다 가마솥에 푹 삶아 먹을까요?"
인간을 푹 삶아 먹는다는 끔찍한 소리에 대들보 위에 납작 엎드려 있던 총각은 오금이 저리고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습니다. 그때, 도깨비 무리 중에서 코가 유난히 크고 주먹만 한 시커먼 사마귀가 난 도깨비 하나가, 벌렁거리는 콧구멍을 허공을 향해 치켜들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킁킁... 어라? 잠깐만요, 형님들! 어디서 아주 달큼하고 꼬릿꼬릿한 구린내가 나는데요? 이 냄새는 짐승 냄새가 아닙니다. 이거 딱 살아있는 인간 놈의 따끈따끈한 살 냄새 아닙니까? 킁킁, 냄새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데... 천장 쪽인가?"
코 큰 도깨비의 날카로운 후각에 총각은 아예 숨 쉬는 것조차 멈춰버렸습니다. 혹시나 요동치는 심장 뛰는 소리마저 들킬까 봐 두 손으로 가슴을 꽉 부여잡고 기도만 올렸지요. 다행히 가장 몸집이 거대하고 머리에 붉은 뿔이 두 개나 달린 우두머리 도깨비가 코 큰 도깨비의 털 난 뒤통수를 철썩 갈기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이 멍청한 놈아! 비에 젖어서 퉁퉁 불어 터진 네놈 발가락 냄새겠지! 비바람이 이토록 몰아치는 깊고 험한 산속 흉가에 미쳤다고 나약한 인간이 기어 들어오겠느냐? 산짐승도 무서워서 벌벌 떠는 날씨거늘!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내 허리춤에 있는 방망이나 꺼내 보거라! 오늘 밤은 아주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셔보자!"
총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남몰래 내쉬며 돌처럼 굳어있던 몸의 긴장을 살짝 풀 수 있었습니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굵은 털이 숭숭 난 거대한 손으로 허리춤에서 시커멓고 뾰족한 가시가 돋친 나무 몽둥이 하나를 쑥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할머니가 옛날이야기에서나 해주시던, 전설 속의 도깨비방망이였지요. 우두머리 도깨비가 그 방망이를 마루 바닥에 탕! 탕! 내리치며 산이 떠나가라 우렁차게 소리쳤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멧돼지 뒷다리 바비큐 큼지막하게 나와라 뚝딱! 머리가 찡할 정도로 시원하고 달콤한 막걸리 한 독 나와라 뚝딱! 매콤하고 고소한 해물파전도 나와라 뚝딱!"
방망이가 바닥을 두드릴 때마다 총각의 두 눈을 의심할 만한, 믿을 수 없는 마법 같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썩은 먼지뿐이던 빈 마루 위에 눈이 부시도록 번쩍이는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쏟아져 내리더니, 곧이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수성찬과 사람 허리통만 한 커다란 술독이 허공에서 펑펑 튀어나와 널찍한 상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깨비들은 신이 나서 솥뚜껑만 한 손으로 뜨거운 고기를 덥석덥석 집어 삼키고, 사발 대신 술독을 통째로 들어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켜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대들보 위에서 이 기상천외하고 요란한 잔치를 숨죽여 지켜보던 총각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꼭두새벽부터 굶은 채로 무거운 지게를 지고 험한 산을 탔던 총각의 위장은 이미 텅 비어 쓰라린 상태였거든요. 밑에서 쉴 새 없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기 굽는 진한 냄새와 구수한 파전 냄새, 그리고 달달한 술 냄새는 총각의 이성을 사정없이 흔들며 자극했습니다.
'꼬르륵...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저 괴물 같은 도깨비 놈들은 어쩜 저렇게 맛있는 산해진미를 뚝딱 만들어 내서 자기들끼리만 저리 신나게 먹는다냐. 나도 저 멧돼지 고기 한 점만 혀끝에 대봤으면 당장 죽어도 소원이 없겠네. 뱃가죽이 등가죽에 딱 달라붙을 지경이야.'
밀려오는 엄청난 허기를 도저히 참다못한 총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개암 열매 하나를 조심스레 꺼냈습니다. 어머니께 드릴 제일 크고 좋은 것은 소중히 남겨두고, 자신이 밤에 출출할 때 먹으려고 마음먹었던 두 번째 개암이었지요.
'그래,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저 고기는 그만 잊어버리고, 이 고소한 개암이라도 오독오독 씹어 먹으면서 멧돼지 고기 씹는 셈 치자. 눈 딱 감고 씹으면 이것도 훌륭한 고기 맛이 날 거야.'
총각은 밑에서 정신없이 춤추고 먹고 마시는 도깨비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개암을 입안으로 쏙 넣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살금살금, 천천히 어금니에 힘을 주기 시작했지요.
'딱!'
아뿔싸. 밖에는 비가 쏟아지지만 폐가 안은 습기를 머금어 묘하게 고요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총각이 작은 개암 껍질을 깨무는 소리가 낡은 폐가 안에서 기이하게 증폭되더니, 마치 시커먼 먹구름에서 벼락이 치고 육중한 기둥이 부러지는 소리처럼 우렁차고 날카롭게 울려 퍼지고 말았습니다.
"딱!!"
신나게 춤을 추고 뜨거운 고기를 뜯던 집채만 한 도깨비들이 그 경쾌하고도 거대한 소리에, 마치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일제히 모든 동작을 멈췄습니다. 요란한 빗소리마저 묻혀버릴 만큼 폐가 안에는 솜털이 쭈뼛 설 정도로 숨이 막히는 살벌한 정적이 흘렀지요. 입에 커다란 뼈다귀를 물고 있던 우두머리 도깨비가 공포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온몸을 오들오들 떨며 천장의 대들보를 천천히 올려다보았습니다.
"혀, 형님! 바, 방금 이 낡은 집을 지탱하는 가장 굵은 대들보가 두 동강으로 쪼개지는 무시무시한 소리 아닙니까?!"
"아, 아이고 맙소사! 집이 무너진다! 백 년 넘게 비바람을 맞은 이 흉가가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드디어 와르르 붕괴하는구나! 저 두꺼운 대들보에 깔리면 우리 도깨비들도 납작한 쥐포 신세를 면치 못할 거야! 깔려 죽기 전에 어서 밖으로 도망쳐라!! 살려 날라 뚝딱!"
고작 인간이 개암 하나 깨무는 소리를, 백 년 된 대들보가 부러지는 소리로 단단히 착각한 도깨비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습니다. 마시던 귀한 술이고 씹던 꿀맛 같은 고기고, 심지어 그들이 가장 아끼는 요술 방망이고 뭐고 모조리 마루에 내팽개친 채 비명을 꽥꽥 지르며 사방팔방 뚫린 문과 구멍 난 창문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 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시끄럽던 폐가 안은 쥐 죽은 듯 텅 비어버렸고, 마루 위에는 도깨비들이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남긴 화려한 잔칫상과 금은보화, 그리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낡은 도깨비방망이만이 덩그러니 남겨졌지요.
대들보 위에서 엉겁결에 개암을 씹다 만 총각은 너무도 어이없는 상황에 입을 쩍 벌린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래를 멍하니 내려다보았습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기막힌 상황이지? 내가 그저 작은 개암 하나 깨무는 소리에 대들보가 부러져 집이 무너지는 줄 알고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갔단 말인가? 도깨비 덩치는 남산만 한 놈들이 간덩이는 벼룩의 간만 하구나!'
총각은 숨을 죽이고 주위를 꼼꼼히 살핀 후, 도깨비들이 진짜로 멀리 산속으로 도망간 것을 완벽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조심조심 기둥을 타고 대들보에서 마루로 내려왔습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냄새를 풍기는 산해진미를 허겁지겁 정신없이 배 터지게 주워 먹은 총각의 시선이, 마침내 마루 한구석에 무심하게 떨어져 있는 가시 돋친 나무 몽둥이에 머물렀습니다. 방금 전 우두머리 도깨비가 뚝딱거리며 온갖 기적을 부리던 바로 그 요술 방망이였지요.
총각은 혹시라도 방망이가 뜨거울까 봐, 아니면 만지면 저주라도 받을까 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주 조심스레 집어 들었습니다. 묵직하고 단단한 나무의 질감이 손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진짜로 이 보잘것없는 내가 두드려도 아까처럼 똑같이 요술이 일어날까? 도깨비들만 쓸 수 있는 신성한 물건이면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어디 한번 밑져야 본전이니 살짝 두드려나 볼까?'
총각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방망이를 바닥에 톡톡 치며 아주 작게 속삭여 보았습니다.
"우리 어머니 드실 따끈따끈한 하얀 쌀밥 한 그릇 나와라 뚝딱."
펑!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정말로 윤기가 촤르르 흐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밥 한 그릇이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총각의 두 눈이 보름달만큼 커다래졌습니다. 마법이 통한다는 것을 깨달은 총각은 이번엔 제법 용기를 내어 손에 힘을 꽉 주고 마루를 쾅 내리쳤습니다.
"우리 늙으신 어머니 추위 막아줄 고운 비단옷 나와라 뚝딱! 비 새지 않는 튼튼하고 따뜻한 기와집 살 커다란 금덩이 나와라 뚝딱! 우리 어머니 앓으시는 병 말끔히 고쳐줄 천 년 묵은 산삼 녹용 나와라 뚝딱!"
펑! 펑! 펑! 소리가 쉴 새 없이 연달아 터지며 총각의 눈앞에는 눈부신 오색 비단과 산더미 같은 황금 엽전, 그리고 보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 귀한 약재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습니다. 총각의 입꼬리가 귀에 걸리며 이내 참지 못하고 호탕한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평생을 가난하고 고단하게 살았던 착한 나무꾼의 손에 쥐어진 것은, 세상 그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은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진짜 마법의 도깨비방망이였습니다.
※ 3: 요술 방망이로 벼락부자가 되어 어여쁜 처자와 백년가약을 맺다
다음 날 아침, 낡은 도끼를 메고 나무를 베러 갔던 총각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낡은 지게에는 평소처럼 볼품없는 땔감이 아니라, 아침 햇살을 받아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하게 번쩍이는 금은보화와 화려한 비단 꾸러미가 산더미처럼 짊어져 있었습니다. 이 놀라운 소식에 조용하던 산골 마을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새어 방바닥이 질퍽해지고, 바람이 불면 기둥이 위태롭게 흔들리던 쓰러져가던 총각의 초라한 오두막은 하룻밤 새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도성 한복판에서나 볼 법한, 대들보가 굵직하고 기와가 번듯하게 올라간 으리으리한 아흔아홉 칸짜리 기와집이 마술처럼 둔갑하여 들어섰습니다. 또한, 평생을 다 해진 무명옷만 입고 지내며 골방에서 기침을 하던 병든 홀어머니는 최고급 비단을 두르고 매끼 진귀한 산해진미를 드시며 건강을 씻은 듯이 회복하시게 되었지요.
"아이고, 세상에! 저 뒷산 밑에 사는 착하고 부지런한 나무꾼 총각이, 간밤에 깊은 산속에서 무시무시한 도깨비들을 혼쭐내서 쫓아내고 그 귀하다는 요술 방망이를 주웠다네!"
"내 그럴 줄 알았어! 평소에 제 어미 모시는 심성도 어찌나 곱고 동네 궂은일은 죄다 도맡아 하더니, 기어코 하늘이 감동해서 그 녀석에게 큰 복을 내리셨구먼! 방망이로 금 나와라 뚝딱하면 황금이 비처럼 쏟아지고, 은 나와라 뚝딱하면 은보화가 쏟아진다지 뭔가!"
마을 사람들은 모일 때마다 총각의 이야기를 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루아침에 감히 상상도 못 할 엄청난 벼락부자가 되었지만, 놀랍게도 총각의 착하고 겸손한 심성은 예전과 비교해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넘쳐나는 재물을 혼자 독차지하며 거들먹거리지 않고, 새 기와집의 커다란 곳간 문을 동네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흉년이 들어 끼니를 거르고 굶주리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쌀가마니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고, 비만 오면 물이 넘쳐 아이들과 노인들이 건너지 못해 애를 먹던 마을 냇가에 아주 튼튼하고 넓은 돌다리도 척척 놓아 주었답니다. 남을 돕는 일에 자신의 돈과 수고를 조금도 아끼지 않는 그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칭송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화창하고 따스한 봄날, 이웃 마을에서 가장 마음씨가 곱고 어여쁘기로 소문이 자자한 뼈대 있는 양반가에서 이름난 매파를 통해 정식으로 혼담을 넣어왔습니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매파는 입가에 함박웃음을 활짝 띠며 나무꾼의 기와집 사랑채에 앉아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도령! 우리 도령 이제 고생 끝에 낙이 왔군요! 저기 건넛마을에서 덕망 높기로 소문난 김 진사댁 규수가, 우리 도령의 훌륭한 인품과 지극한 효심을 익히 전해 듣고 깊이 흠모하여 백년가약을 맺고 싶다지 뭡니까! 인물이 어찌나 출중한지 동네 청년들이 줄을 서서 애를 태우고, 바느질 솜씨와 음식 솜씨도 일품인 최고의 규수인데 도령의 뜻은 어떠신지요?"
총각은 갑작스럽고도 과분한 혼담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활짝 지으며 조심스레 대답했습니다.
"저같이 헐벗고 굶주리며 평생 산속에서 흙먼지나 마시며 살던 비천한 놈에게, 그리 과분하고 훌륭한 양반댁 처자가 와주겠다니 그저 엎드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늙으신 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다정하고 정성껏 모실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라면, 저야 백번 천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렇게 착한 나무꾼은 마을 사람들의 열렬하고도 진심 어린 축복 속에 어여쁘고 심성 고운 처자와 성대한 혼례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방망이를 가볍게 두드려 장만한 최고급 화려한 꽃가마와 눈부신 비단 혼례복이 준비되었고,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수백 명이 몰려와 사흘 밤낮을 배불리 먹고도 남을 엄청난 양의 쇠고기와 맑은 술, 그리고 푸짐한 잔칫상이 끊임없이 마당에 차려졌습니다. 아리따운 새색시를 맞이한 나무꾼은 홀어머니를 지극히 모시고,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고 평온한 나날을 보냈답니다.
어느 날 저녁, 부부가 다정하게 마주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여보, 며칠 전 가난한 이웃들에게 곳간의 쌀을 다 나누어 주었더니 우리 먹을 쌀이 좀 떨어져 가는데 어쩌지요?"
아내가 살포시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나무꾼은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며 방 안 깊숙한 곳 비단보자기에 싸여 있던 방망이를 쑥 꺼내 들었습니다.
"걱정 마오, 부인! 우리에겐 이 기특하고 든든한 녀석이 있지 않소. 자, 맛있는 쌀 나와라 뚝딱! 아니, 기왕 나오는 거 오늘 저녁엔 든든하게 고깃국을 먹읍시다. 최고급 한우 쇠고기도 덩어리째 나와라 뚝딱!"
펑펑 소리와 함께 윤기가 흐르는 쌀과 붉은 고기가 쏟아지고, 방망이가 바닥을 두드릴 때마다 집안에는 까르르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선한 마음으로 부를 누리며 이웃과 기꺼이 나누는 나무꾼 가족의 커다란 기와집에는, 일 년 내내 언제나 봄날 같은 따스한 온기와 평화가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이면의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나무꾼의 이 눈부신 성공 스토리와 행복한 웃음소리를 매일 담장 너머로 전해 듣고, 방구석에서 배를 부여잡고 떼굴떼굴 구르며 질투에 눈이 먼 사내가 딱 한 명 있었으니! 그는 바로 나무꾼이 살던 초라한 옛집 바로 옆에 딱 붙어사는 고약하고 심술궂은 이웃, 욕심쟁이 칠성 영감이었습니다.
※ 4: 배가 아파 앓아누운 욕심쟁이 영감, 뻔뻔하게 나무꾼을 찾아가다
착하고 부지런한 나무꾼의 으리으리한 기와집과 바로 담장을 딱 맞대고 있는 허름하고 비좁은 초가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이 산골 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고약한 심보를 가진, 욕심쟁이 칠성 영감이 살고 있었지요. 이 칠성 영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남이 애써 일군 논을 사면 배가 아파 사흘 밤낮을 설사병으로 앓아눕고, 남의 집 낡은 굴뚝에서 고기 굽는 연기라도 한 줌 피어오르면 애꿎은 자기 마누라에게 화풀이를 하며 밥상을 엎어버리는 천하의 몹쓸 영감탱이였습니다. 길을 가다 어린아이가 떡을 먹고 있으면 그것마저 빼앗아 제 입에 털어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지독한 구두쇠였지요.
그런 심술궂은 칠성 영감에게, 어제까지만 해도 찢어지게 가난해서 자기 집에서 키우는 바둑이보다도 못해 보이던 이웃집 나무꾼 총각이 하룻밤 새에 벼락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산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요, 청천벽력과도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매일 아침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나무꾼 가족의 화목한 웃음소리와, 끼니때마다 코끝을 지독하게 자극하는 기름진 고깃국 냄새는 칠성 영감의 오장육부를 사정없이 뒤틀리게 만들었습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내 배야! 저 핏덩이 같은 어린놈의 쉐이가 산에서 도깨비방망이인지 도깨비빤스인지를 주워서 대궐 같은 기와집을 짓고 기생같이 고운 마누라까지 얻어? 게다가 매일 고기반찬을 먹는다고? 아이고, 이 칠성 영감 배가 찢어지게 아파서 도저히 살 수가 없네! 억울해서 숨이 넘어갈 지경이야!"
칠성 영감은 하얀 무명 수건을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며칠째 차가운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앓아누웠습니다. 심성이 고운 착한 나무꾼이 이웃 어르신을 챙기겠다며 쌀가마니와 귀한 고기를 들고 찾아와도, 칠성 영감은 "어디서 천한 놈이 동정질이냐! 당장 내 집에서 썩 나가지 못할까!"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굵은소금을 팍팍 뿌려 매몰차게 쫓아내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며칠을 제 분에 못 이겨 밥까지 굶고 나니, 독기만 바짝 오른 칠성 영감의 텅 빈 머릿속에 아주 앙큼하고 교활한 꾀 하나가 번뜩하고 떠올랐습니다.
'가만있어 보자... 가만있어 봐. 그 까짓 나무 몽둥이, 나라고 못 얻을쏘냐! 저 미련 곰탱이같이 순해 빠진 나무꾼 놈도 산에 가서 척척 주워 온 걸, 이 마을에서 제일 영특하고 잽싼 이 칠성 영감님이 못 주워 올 리가 없지! 암, 그렇고말고! 옳지, 자존심이 밥 먹여 주나. 당장 그놈에게 달려가서 싹싹 빌고 아부를 떨어서라도 어떻게 그 요술 방망이를 얻었는지 비법을 모조리 캐내야겠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칠성 영감은 그토록 끊어질 듯 아프던 배가 씻은 듯이 싹 나아버렸습니다.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난 그는 거울을 보며 가장 불쌍하고 애처로운 거짓 웃음을 얼굴에 가득 장착하고는, 염치도 없이 이웃집 나무꾼의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솟을대문을 조심스레 두드렸습니다.
"계신가? 나무꾼 조카님! 이웃집에 사는 불쌍한 칠성 아재가 조카님 얼굴 좀 보러 왔네! 아이고, 우리 조카님 그새 인물이 아주 훤해지고 귀티가 좔좔 흐르네그려!"
대문을 열고 나온 나무꾼은 어제 굵은소금을 맞았던 기억 때문에 어리둥절했지만, 특유의 착하고 순박한 심성으로 칠성 영감을 가장 크고 화려한 사랑채로 모셔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산해진미와 다과상을 체면도 없이 게걸스럽게 쩝쩝대며 먹어 치운 칠성 영감은, 배가 든든해지자 헛기침을 몇 번 흠흠 하더니 슬쩍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눈가에는 억지로 짜낸 가짜 눈물까지 매달려 있었지요.
"조카님, 내 듣자 하니 며칠 전 깊은 산에서 도깨비방망이라는 아주 기특한 물건을 주웠다면서? 세상에, 우리 조카님이 평소에 늙은 어미 공경하고 뼈 빠지게 부지런하더니 하늘이 마침내 큰 복을 주신 게지!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말이야... 나같이 늙고 병든 노인네도 죽기 전에 우리 불쌍한 마누라한테 쌀밥에 고기반찬 한번 실컷 먹여보고 싶은데, 그 신기한 방망이를 깊은 산속 어디서, 어떻게 주웠는지 이 늙은이한테 귀띔 좀 해주면 안 되겠나? 네 늙으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이웃끼리 돕고 살자꾸나. 제발 그 비법 좀 알려주게나."
뻔뻔하기 짝이 없는 칠성 영감의 교활한 눈물 연기에, 마음 약하고 순진한 나무꾼은 그만 홀랑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나무꾼은 자신이 갑작스러운 폭우를 피해 들어갔던 산속의 낡은 폐가 위치부터, 참나무 밑에서 주운 개암 열매 이야기, 그리고 대들보에 숨어 있다가 개암을 깨물어 도깨비들을 혼비백산하게 쫓아낸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아주 상세하게 술술 불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그 단단한 개암을 이빨로 '딱!' 하고 깨물면, 그 멍청한 도깨비 놈들이 자기들 머리 위로 집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간다 이 말이지? 덩치만 컸지 머리에 든 건 없는 멍청한 괴물 놈들 같으니라고, 껄껄! 조카님, 내 이 은혜는 죽어서 무덤에 가서도 절대 잊지 않겠네!"
나무꾼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자마자, 칠성 영감은 인사는커녕 고맙다는 말도 대충 얼버무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대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그의 탐욕스러운 머릿속은 이미 자신의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일 황금빛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 차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기다려라, 멍청한 도깨비 놈들아! 이 칠성 영감께서 방망이를 두 개, 아니 열 개는 주워 와서 저 건방진 나무꾼 놈 기와집보다 백 배는 더 큰 대궐을 짓고 왕처럼 살아주마! 으하하하!'
칠성 영감은 당장 자기 집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 가장 크고 튼튼한 봇짐을 두 개나 챙겨 메고, 낡은 짚신을 단단히 고쳐 신은 채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험하고 깊은 산속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 5: 폐가에 숨어 똑같이 흉내 내는 욕심쟁이와 눈치 빠른 도깨비들
평소에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밖에 안 하던 칠성 영감이 황금에 눈이 멀어 험한 산길을 허덕이며 기어 올라갔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칠성 영감은 나무꾼이 일러준 대로 산 중턱에 있는 커다란 참나무 밑동에 무사히 다다랐습니다. 바닥을 유심히, 매의 눈으로 살피던 그의 시야에 과연 탐스럽게 익은 동그란 개암 열매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호라! 요놈들이로구나! 요 작은 녀석들이 나를 벼락부자로 만들어 줄 황금 씨앗이란 말이지! 어디 보자, 첫 번째 주운 이 크고 실한 건... 에잇, 집에서 밥이나 축내는 늙은 마누라 줘서 뭣해, 고소하니까 내 입에 쏙! 두 번째 주운 요것도 달달하니 내 입에 쏙! 그래, 마지막 세 번째 주운 제일 단단한 놈은 이따 도깨비 놈들 쫓아낼 때 써먹어야지!"
착한 나무꾼은 개암을 주울 때마다 어머니와 들짐승을 먼저 생각했지만, 욕심쟁이답게 남을 위하는 마음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칠성 영감은 개암을 줍는 족족 자신의 입으로 직행시켰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주머니가 미어지도록 남은 개암을 꽉꽉 채워 넣고는 부리나케 도깨비들이 나타난다는 낡은 폐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칠흑 같은 산속의 어둠을 뚫고 가시에 긁히며 걷다 보니, 과연 나무꾼의 말대로 지붕이 다 뚫리고 마루가 썩어 문드러진 폐가 한 채가 흉물스럽게 서 있었습니다.
"찾았다! 바로 여기구나! 으흐흐, 번쩍번쩍한 황금빛 미래가 나를 어서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칠성 영감은 신발에 묻은 흙을 털 생각도 하지 않고 흙발로 폐가 안으로 쑥 들어가, 먼지와 거미줄이 수북하게 쌓인 높은 대들보 위로 끙낑대며 기어 올라갔습니다. 먼지를 뒤집어쓴 칠성 영감은 연신 기침을 해대면서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어디 멍청한 도깨비 놈들 오기만 해봐라. 아주 이빨이 부서지도록 개암을 천둥소리보다 크게 깨물어서 혼비백산하게 만들어 줄 테니! 방망이만 두고 가면 내가 모조리 쓸어 담아 주마!'
칠성 영감은 대들보에 배를 깔고 납작 엎드린 채, 주머니에서 가장 크고 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개암 하나를 골라 앞니 사이에 단단히 물고 도깨비들이 나타나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이윽고 자정이 훌쩍 넘자, 밖에서 기분 나쁘고 음산한 피리 소리와 심장을 울리는 둥둥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쿵! 쿵!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울리는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낡은 문짝이 산산조각 박살 나며 그 무시무시한 도깨비 무리가 왁자지껄 폐가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나무꾼에게 말로만 들었지, 직접 눈으로 본 도깨비들의 덩치는 사람 열 명을 합친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흉측한 송곳니를 번뜩이고 있어서, 칠성 영감은 순간 너무 놀라 오줌을 찔끔 지릴 뻔했습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지요.
"형님들! 오늘은 무슨 안주를 먹을까요? 저번엔 웬 놈의 대들보 부러지는 소리 때문에 술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고 도망갔잖습니까! 오늘은 아주 배가 터지도록 먹읍시다!"
저번에도 코를 킁킁거리던 코가 큰 도깨비가 씩씩거리며 말했습니다. 가장 덩치가 큰 우두머리 도깨비가, 저번에 버리고 간 방망이 대신 새로 장만한 듯한 더욱 무시무시하고 가시가 돋친 방망이를 바닥에 쾅! 내려치며 소리쳤습니다.
"잔말 말고 술이랑 고기나 듬뿍 내오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멧돼지 고기 산더미처럼 나와라 뚝딱! 머리통만 한 황금 잔 나와라 뚝딱! 톡 쏘는 막걸리도 나와라 뚝딱!"
펑! 펑! 소리와 함께 진수성찬과 금은보화가 눈앞에 산처럼 펼쳐지자, 대들보 위에서 덜덜 떨던 칠성 영감은 두려움도 잊은 채 탐욕으로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우와! 저게 진짜 전설의 요술 방망이로구나! 저 멍청한 놈들이 저렇게 좋은 걸 들고 다니네! 옳지, 바로 지금이다! 요 괴물 놈들아, 내 개암 깨무는 소리에 기절이나 해봐라!'
칠성 영감은 쿵쾅거리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앞니 사이에 물고 있던 개암 열매를 있는 힘껏, 정말 턱이 빠질 정도로 '꽉!' 깨물었습니다.
'딱!'
조용히 밥을 먹던 고요한 폐가 안에, 칠성 영감의 억센 이빨로 개암 깨지는 소리가 아주 맑고 경쾌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칠성 영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이제 도깨비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도망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기대하며 아래를 훔쳐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도깨비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는커녕, 들고 있던 술잔과 뼈다귀를 마루에 딱 내려놓고는 일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의 대들보를 매섭고 살벌하게 노려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형님! 또 저 소리입니다! 지난번이랑 똑같이 대들보 부러지는 소리가 납니다!"
부하 도깨비의 놀란 외침에, 우두머리 도깨비가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콧방귀를 뀌며 버럭 소리쳤습니다.
"이 멍청하고 한심한 놈아! 저번에 한 번 속았으면 됐지 또 속을 줄 아느냐! 내가 밖에서 지붕을 슬쩍 보고 왔는데 아주 멀쩡하더라! 저건 집 무너지는 소리가 아니라, 어떤 되바라지고 교활한 인간 놈이 우리를 속이려고 대들보에 몰래 숨어서 열매를 깨무는 소리렷다! 지난번에 우리 귀한 방망이를 훔쳐 간 것도 모자라, 감히 오늘 두 번이나 우리를 골탕 먹이려 들어? 여봐라! 당장 저 대들보 위로 뛰어 올라가서 저 발칙하고 건방진 놈을 마루로 끌어내려라!"
"네, 형님! 아주 뼈도 못 추리게 씹어 먹어버리겠습니다!"
아뿔싸! 도깨비들은 칠성 영감의 생각처럼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지난번 나무꾼의 사건을 겪은 후, 이미 개암 깨무는 소리의 정체를 정확히 꿰뚫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칠성 영감의 얄팍한 꾀가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고 만 것이지요!
※ 6: 흠씬 두들겨 맞은 욕심쟁이와 영원히 행복한 착한 나무꾼
"아, 아이고! 사람 살려! 도, 도깨비님들! 오, 오해십니다! 제가 그런 게 아니고요, 지나가던 나그네인데...!"
도깨비들이 정체를 알아채자 칠성 영감은 그야말로 사색이 되어 대들보 위에서 엉금엉금 쥐새끼처럼 뒤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집채만 한 덩치에 호랑이보다 날랜 도깨비들이 순식간에 천장까지 훌쩍 뛰어오르더니, 그들의 억센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도깨비들은 발버둥 치는 칠성 영감의 발목을 사정없이 잡아채어, 거꾸로 매단 채 허공을 가르고 먼지투성이 마루 바닥으로 사정없이 패대기쳐 버렸습니다.
"쿵!"
"아이고 내 허리야! 내 등골 뼈가 다 부서지네!"
바닥에 개구리처럼 흉하게 나동그라진 칠성 영감을 거대한 도깨비 무리가 둥그렇게 에워쌌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깨비들의 눈빛은 살기가 등등했습니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새로 장만한, 가시가 숭숭 돋친 묵직한 방망이를 제 손바닥에 툭툭 치며 험악하고 서늘하게 웃었습니다.
"네 이놈! 짐승보다 못한 미물 주제에 감히 우리 위대하신 도깨비님들을 능멸해? 네놈이 바로 지난번에 우리를 속여서 우리 귀한 방망이를 훔쳐 가고 벼락부자가 됐다는 그 건방지고 교활한 도둑놈이렷다? 오늘 아주 살가죽을 벗겨서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주마!"
"아, 아닙니다요! 아닙니다, 도깨비 어르신들! 저는 방망이 훔쳐 간 그 잘생긴 나무꾼 놈이 아닙니다! 저는 그냥 이웃집에 사는 불쌍하고 가난한 칠성 영감이라고 합니다! 저도 방망이 하나 얻어서 쌀밥 한번 먹어보려고 온 불쌍한 노인네... 컥!"
자신은 나무꾼이 아니라는 칠성 영감의 구차하고 비굴한 변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도깨비들의 무자비한 매타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놈의 영감탱이야, 어디서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해! 우리 방망이 훔쳐 간 도둑놈이 변명은! 죗값을 받아라! 매 좀 아프게 맞아라 뚝딱!"
퍼억!
"감히 우리 즐거운 술자리를 두 번이나 망쳐? 이놈의 팔다리야 저기 나뭇가지처럼 고무줄같이 길게 쭉쭉 늘어나라 뚝딱!"
우두둑! 뚜둑!
"얼굴은 천하의 박색으로 못생겨져라 뚝딱! 이놈의 뾰족한 코는 들창코 돼지코가 돼라 뚝딱!"
퍽! 퍽! 쾅!
"아이고! 사람 살려! 부처님, 산신령님! 제발 뚝딱 치지 마쇼! 아이고, 내 팔다리가 왜 이래! 아이고 내 코! 내 코가 왜 이리 커져!"
도깨비들은 돌아가며 요술 방망이로 칠성 영감을 흠씬 두들겨 팼습니다. 칠성 영감이 비명을 지르며 마루를 데굴데굴 구를 때마다 도깨비들의 "뚝딱!" 소리가 이어졌고, 그 소리와 함께 그의 팔다리가 정말 고무줄처럼 징그럽게 주욱 늘어났으며, 콧대는 멧돼지 코처럼 부어올라 세상에서 가장 기괴하고 흉측한 몰골이 되어버렸습니다. 밤새도록 도깨비들에게 온갖 조롱과 무자비한 매질을 당한 칠성 영감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결국 해가 뜨기 직전 거품을 물고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뒷산에서 팔다리가 땅에 질질 끌리고 얼굴은 괴물처럼 변해버린 흉측한 몰골로 엉금엉금 기어 내려오는 생명체를 보고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저게 사람이야 괴물이야? 코는 산속 멧돼지 같고 팔다리는 긴팔원숭이처럼 늘어졌잖아!"
"어디 봅세... 자세히 보니 저 옷가지는... 아니, 저거 우리 이웃집에 사는 고약한 욕심쟁이 칠성 영감 아니여? 쯧쯧,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방망이 얻어서 부자 됐다고 질투가 나서 똑같이 흉내 내러 산에 가더니만, 도깨비들한테 방망이로 흠씬 두들겨 맞고 기어코 저 꼴이 되었구먼!"
마을 사람들은 기괴하게 변해버린 칠성 영감을 동정하기는커녕, 배를 잡고 구르며 고소해했습니다. 평소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남에게 못된 짓만 골라 하던 욕심쟁이의 비참한 최후에 모두가 통쾌하다며 박수를 쳤지요.
반면, 착한 마음씨로 도깨비방망이를 얻은 나무꾼은 어찌 되었을까요? 나무꾼은 늘어난 재산에 결코 자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칠성 영감의 기괴한 몰골을 교훈 삼아, 요술 방망이를 더 이상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는 데 쓰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습니다. 방망이는 깊은 장롱 속에 봉인해 두었지요. 그는 늙으신 어머니를 세상 누구보다 극진히 모시고 심성 고운 어여쁜 아내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이웃들에게 자신의 부를 기꺼이 나누어 주며 평생을 존경받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여러분, 도깨비들의 셈법은 참으로 명쾌하지 않습니까? 남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금은보화를 산처럼 안겨주고, 이기심과 욕심으로 똘똘 뭉친 자에게는 흠씬 두들겨 패는 몽둥이찜질을 안겨주었으니 말입니다. 옛 어르신들이 이르기를, 분수에 넘치는 남의 것을 탐하는 욕심은 화를 부르고, 착한 심성은 언젠가 하늘이 반드시 보상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밤, 어쩌면 여러분이 잠든 방구석 어딘가에서도 도깨비들이 누군가의 개암나무 열매 깨무는 소리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질투하며 똑같이 흉내 내다 뼈도 못 추린 욕심쟁이 영감님의 짠하고도 통쾌한 사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착하고 베푸는 사람에게는 "금 나와라 뚝딱!", 욕심 많고 심술궂은 사람에게는 "매 맞아라 뚝딱!"을 가차 없이 날리는 도깨비들의 확실하고 공평한 셈법에 십 년 묵은 체증이 싹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오늘 이야기처럼 웃음이 가득하고 통쾌한 해학이 좋으셨다면, 잊지 말고 구독과 좋아요, 따르릉 알림 설정까지 꾹 눌러주세요! 다음번에도 배꼽 빠지게 재미있고 깊은 교훈이 넘치는 흥미진진한 옛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오겠습니다. 오늘 밤도 편안하고 따뜻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