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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거지 선비

1004suuny 2025. 12. 26. 12:08

목차



    도깨비와 거지 선비, 마을의 첫 부자 되다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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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영상 도입부용)

    "여러분, 오늘 이야기는 참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어느 산골 마을에, 과거 보러 갔다가 낙방하고 돌아온 거지 선비가 한 명 있었습니다. 집은 가난하고, 먹을 것도 없고, 동네 사람들한테는 놀림만 받는 신세였지요. 그런데 이 선비가 어느 날 밤, 술 취한 도깨비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 도깨비가 하도 불쌍해 보여서 집에 데려다 재웠더니, 그게 웬일입니까? 그 도깨비가 은혜를 갚겠다며 온갖 신기한 재주를 부리기 시작한 겁니다! 금은보화가 쏟아지고, 곡식이 넘쳐나고, 집은 기와집으로 변하고... 동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과연 이 거지 선비는 정말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자, 그럼 지금부터 이 황당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시겠습니까?"

    영상 설명란 (디스크립션)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와 도깨비의 우정을 그린 전래 야담. 과거에 낙방하고 거지 신세가 된 선비가 술 취한 도깨비를 집에 데려다 재워준 덕분에 마을 최초의 부자가 되는 황당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도깨비의 신기한 재주와 선비의 착한 마음씨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냅니다.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한국 전통 야담을 시니어 세대를 위해 재미있게 각색했습니다.

    ※ 거지 선비의 한숨

    자, 이야기는 조선 영조 임금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원도 깊은 산골 마을에, 성은 이(李)요 이름은 득수(得壽)라는 선비가 한 명 살고 있었습니다. 이 선비가 원래는 집안도 괜찮고 공부도 제법 하는 양반이었는데, 젊은 시절에 과거 보러 한양까지 갔다가 낙방하고 돌아온 뒤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겁니다.
    한 번 낙방하면 또 보면 되지, 뭐. 그런데 이 선비가 두 번, 세 번, 네 번... 무려 다섯 번을 낙방했어요. 그러다 보니 집안 재산은 다 날아가고,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결국 삼십 줄에 접어들어서는 동네에서 손가락질받는 거지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이 선비가 헌 두루마기를 걸치고 마을 어귀를 걷고 있는데, 동네 아낙네들이 빨래하다 말고 수군수군거리더니 킥킥거리며 웃는 겁니다.
    "저기 이 선비 나으리 지나가신다! 오늘은 또 어디 가서 밥 얻어먹으려나?"
    "아이고, 참. 과거 본다고 재산 다 날리고, 이제는 저 꼴이 뭐람. 양반이 체면도 없나?"
    이 선비가 이 소리를 듣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후다닥 지나가는데요. 속으로는 '아이고, 쪽팔려서 못 살겠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이라고 해봤자 초가삼간도 아니고, 그냥 기와 몇 장 없는 움막 수준이었어요. 문짝도 제대로 안 닫히고, 벽은 구멍 숭숭 뚫려서 바람이 쌩쌩 들어오고, 아궁이는 거미줄만 쳐져 있었습니다.
    선비가 방에 들어가 앉으니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겁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부엌을 뒤져봤더니 쌀독은 텅 비었고, 장독대에는 된장도 없고, 그나마 남은 거라곤 무 한 쪽이 전부였습니다.
    "하아... 이게 무슨 인생인고..."
    선비가 긴 한숨을 푹 쉬면서, 방바닥에 털썩 드러누웠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는데, 천장에 구멍이 뻥 뚫려서 하늘이 보이는 겁니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요.
    "하늘님, 소인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고생입니까? 부모님께 효도도 못하고, 장가도 못 가고, 이제는 동네 사람들한테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니... 차라리 저 별이라도 따다가 팔면 돈이 되련만..."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잠이나 자려고 이불을 뒤집어쓰는데요. 이불도 누더기라 바람이 쌩쌩 들어와서 춥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에이, 모르겠다. 내일은 또 어떻게 되겠지..."
    그렇게 뒤척거리며 간신히 잠이 들려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으으... 끙끙... 아이고..."
    신음 소리 같기도 하고, 누가 앓는 소리 같기도 한 게, 분명 사람 목소리는 맞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선비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밤중에 누구시오?"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음 소리는 계속 들렸습니다. 선비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습니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마당에, 이게 웬일입니까? 덩치 큰 사내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 술 취한 도깨비와의 만남

    선비가 후다닥 밖으로 나가서 그 사내를 살펴봤습니다. 가까이 가니까 술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술 냄새였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이 사내의 생김새가 좀 묘했습니다.
    키는 어른 키만 한데, 몸통이 통통하게 둥글고, 머리는 텁수룩하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이마에 뿔 같은 게 살짝 튀어나와 있는 겁니다!
    "헉!"
    선비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이, 이건... 도깨비 아닌가?'
    맞습니다. 그 사내는 도깨비였습니다! 이 도깨비가 어디서 술을 잔뜩 먹고 취해서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선비 집 앞에서 그만 쓰러진 겁니다.
    선비는 무서웠지만, 동시에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이든 도깨비든, 저렇게 길바닥에 쓰러져 있으면 얼어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보시오, 도깨비 나으리. 괜찮으시오?"
    선비가 조심스럽게 도깨비를 흔들었습니다. 도깨비가 눈을 반쯤 뜨더니,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하는 겁니다.
    "으으... 나으리는 무슨... 나으리... 나 그냥... 도깨비... 으으..."
    "일어나실 수 있소? 여기서 주무시면 감기 걸리시오."
    "으... 못 일어나... 다리에... 힘이... 쭉..."
    도깨비가 완전히 만취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겁니다. 선비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 도깨비를 그냥 두고 가야 하나, 아니면 도와줘야 하나...'
    그런데 선비는 원래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자신은 거지 신세지만, 남이 고통받는 걸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이었지요.
    "에라, 모르겠다. 일단 집으로 들어가시지요."
    선비가 도깨비를 부축해서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보통 무거운 게 아니었어요. 도깨비가 통통한 데다가 술까지 먹어서, 그 무게가 거의 황소만 했습니다.
    "으으... 나으리... 무겁지... 않소?"
    "괜찮소, 괜찮소. 조금만 참으시오."
    선비가 힘겹게 도깨비를 질질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덮고 있던 누더기 이불을 도깨비한테 덮어줬습니다.
    "여기서 주무시오. 비록 허름한 곳이지만, 바람막이는 되니까요."
    "고맙소... 나으리... 은혜를... 잊지... 으으..."
    도깨비가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코를 골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 코 고는 소리가 천둥소리만 했습니다. 선비는 이불도 없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밤을 새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선비가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눈을 뜨는데, 도깨비는 벌써 일어나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하고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술이 깨니까 눈빛이 형형하고, 자세도 꼿꼿하고, 뭔가 위엄 있어 보이는 겁니다.
    "선비, 어젯밤에 고마웠소. 덕분에 목숨을 건졌소이다."
    도깨비가 깍듯이 인사를 하더니, 방 안을 둘러봤습니다. 텅 빈 방, 구멍 난 벽, 비어있는 부엌... 도깨비의 표정이 숙연해졌습니다.
    "선비, 형편이 많이 어려우시구려."
    "부끄럽지만... 그렇소이다."
    선비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도깨비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좋소! 선비가 나를 살렸으니, 나도 선비를 살려주겠소!"
    "예? 그게 무슨..."
    "나는 비록 도깨비지만, 재주가 좀 있소. 은혜를 갚고 싶소. 선비, 무엇이 필요하시오? 돈이오? 쌀이오? 집이오?"
    선비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깨비가 자기를 도와주겠다니! 하지만 선비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니오, 도깨비 나으리. 제가 어찌 은혜를 바라고 도왔겠소이까? 그저 사람으로서... 아니, 생명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오."
    "허허, 이 사람 보게나. 이렇게 착한 선비를 내가 처음 보았소. 더욱 더 도와주고 싶어지는구려!"
    도깨비가 방긋 웃으며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방망이를 하나 꺼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였습니다!
    "이것을 보시오. 이 방망이로 땅을 두드리면서 원하는 것을 말하면, 뭐든지 나온다오!"
    선비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 도깨비의 은혜 갚기

    "도, 도깨비 방망이라... 그것이 정말 그런 신통한 물건이오?"
    선비가 반신반의하며 물었습니다. 도깨비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의심하시는구려? 그럼 한번 보여드리지요!"
    도깨비가 방망이를 들어 바닥을 탁탁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쌀이여, 나와라! 뚝딱!"
    그 순간, 이게 웬일입니까? 빈 쌀독에서 쌀이 주르륵 쏟아지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얀 쌀이 그득하게 차오르더니, 쌀독이 넘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헉! 이, 이것이...!"
    선비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쌀독으로 달려갔습니다. 손을 넣어보니 진짜 쌀이었습니다! 꿈이 아니었어요!
    "어떻소? 이제 믿으시겠소?"
    도깨비가 으쓱하며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선비는 감격해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고, 고맙소이다! 이제 굶주리지 않아도 되겠소!"
    "이건 시작에 불과하오! 자, 이번엔 돈을 만들어보지요!"
    도깨비가 다시 방망이를 두드렸습니다.
    "은자여, 나와라! 뚝딱!"
    쨍그랑! 방바닥에 은자들이 우수수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냥, 두 냥, 열 냥, 스무 냥... 순식간에 은자 백 냥이 생긴 겁니다!
    선비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무 한 쪽 가지고 끼니를 걱정하던 사람이, 갑자기 은자 백 냥을 손에 쥐게 된 겁니다!
    "이, 이건... 너무 과분하오! 제가 어찌 이런 귀한 것을..."
    "아니오, 선비. 나는 평생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선비처럼 순수하고 착한 사람은 처음이오. 어젯밤 선비가 날 거두지 않았다면, 나는 얼어 죽었을 게요. 그러니 이 정도는 당연한 보답이오."
    도깨비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선비, 한 가지 더 말씀드리지요. 이 방망이는 이제 선비 것이오."
    "예?!"
    "내가 선비에게 주는 선물이오. 이제부터 이 방망이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쓰시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소."
    도깨비가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였습니다.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마시오. 필요한 것만 만들고, 남들에게 자랑하지도 마시오. 그리고 이 방망이로 나쁜 일을 해서도 안 되오. 알겠소?"
    "명심하겠소이다!"
    선비가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도깨비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일어섰습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소. 선비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오!"
    "잠깐만 기다리시오! 성함이라도 여쭤봐야..."
    "나는 그저 지나가는 도깨비일 뿐이오. 이름은 중요치 않소. 그냥 착하게 사시오. 그게 나한테 주는 최고의 보답이오!"
    그렇게 말하고 도깨비는 휙 사라져버렸습니다.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지는데, 선비는 그저 멍하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선비가 정신을 차리고 방 안을 둘러봤습니다. 쌀로 가득 찬 쌀독, 바닥에 널린 은자들, 그리고 손에 쥐어진 도깨비 방망이. 모든 게 진짜였습니다!
    "이건... 꿈이 아니구나..."
    선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하늘을 우러렀습니다.
    "고맙소이다, 도깨비 나으리!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소이다!"
    그날부터 선비의 삶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쌀독의 쌀로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얼마 만에 먹는 따뜻한 밥인지 몰라요. 선비는 밥 한 그릇을 먹으면서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아, 이렇게 맛있는 밥이..."
    밥을 먹고 나니 기운이 났습니다. 선비는 은자 몇 냥을 들고 장터로 갔습니다. 그리고 옷감을 샀습니다. 누더기가 아닌, 제대로 된 옷감이요. 동네 재봉질 잘하는 할머니한테 부탁해서 새 옷을 지어 입었습니다.
    며칠 후, 선비는 집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방망이로 기와를 만들어내고, 목재를 만들어내고, 벽을 고치고, 문을 새로 달았습니다. 일꾼들을 고용해서 한 달 동안 집을 고쳤더니, 허름한 움막이 제법 그럴듯한 기와집으로 변했습니다!

    ※ 동네의 소문

    이렇게 되니까 동네에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동네인데, 거지 선비가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안 퍼질 수가 있겠습니까?
    마을 우물가에서 아낙네들이 모여 수군수군거렸습니다.
    "아니, 저 이 선비가 어떻게 갑자기 부자가 된 거유?"
    "글쎄 말이유. 엊그제까지만 해도 거지였는데, 갑자기 새 옷 입고 다니고, 집도 고치고..."
    "혹시 땅속에서 보물 파낸 거 아니유?"
    "아니면 도둑질한 거 아니유?"
    온갖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보인 사람은 마을의 부자 김 진사였습니다.
    김 진사는 원래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자였습니다. 논밭도 많고, 집도 크고, 하인도 여럿 거느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양반이 성격이 고약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욕심이 많고, 인색하고,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이었거든요.
    어느 날, 김 진사가 직접 이 선비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새로 지은 기와집을 둘러보더니, 혀를 쯧쯧 차는 겁니다.
    "허허, 이 선비. 어디서 돈이 생겼길래 집을 이렇게 고쳤나?"
    김 진사가 비아냥거리듯 물었습니다. 선비는 도깨비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운이 좋아서 약간의 돈을 얻었을 뿐입니다."
    "운이 좋아서? 허허, 그게 말이나 되나? 분명 뭔가 비법이 있을 게다!"
    김 진사가 눈을 번뜩이며 다가왔습니다. 선비는 뒤로 물러서며 손을 저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하늘이 도와주셨을 뿐입니다."
    "하늘이 도와준다고? 흥!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분명 뭔가 숨기고 있구만!"
    김 진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집 안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도깨비 방망이는 선비가 천장 서까래 위에 잘 숨겨놨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김 진사는 빈손으로 돌아갔지만, 눈에 불을 켜고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선비를 무시하고 놀려댔는데, 이제는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이 나으리, 안녕하십니까?"
    "오늘 날씨 참 좋지요, 나으리?"
    선비는 이런 변화가 좀 씁쓸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돈을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선비는 도깨비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습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말을요.
    그래서 선비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좋아, 내가 번 돈으로 마을 사람들을 도와야겠다!'
    선비는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과부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 집에는 늙은 할머니 혼자 살고 있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이것 좀 받으세요."
    선비가 쌀 한 가마니를 들고 왔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나으리께서 어찌..."
    "그냥 받으세요. 제가 운이 좋아서 쌀이 좀 생겼습니다. 나눠 쓰면 되지요."
    할머니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으리! 나으리는 정말 부처님이십니다!"
    선비는 그 외에도 병든 노인한테 약값을 대주고, 집 없는 사람한테 빈 방을 내주고, 굶주린 아이들한테 밥을 먹였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선비를 진심으로 존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선비는 돈이 생겨도 교만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돕는구나!' 하고 감탄한 겁니다.
    하지만 김 진사만은 달랐습니다. 선비가 선행을 베푸는 걸 보고 더욱 분해했습니다.
    '저놈이 분명 엄청난 보물을 가지고 있을 게다! 내가 꼭 빼앗아야지!'
    김 진사는 음흉한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 욕심쟁이 김 부자의 등장

    김 진사는 밤낮으로 궁리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선비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까?' 궁리하고 또 궁리하다가, 드디어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어느 날 저녁, 김 진사가 술과 안주를 잔뜩 들고 선비 집을 찾아왔습니다. 얼굴에는 번쩍번쩍 웃음을 띄우고 말입니다.
    "이 선비, 그동안 내가 무례했네. 사과하러 왔으니 술 한잔 나누세!"
    선비는 의아했지만, 원래 착한 성격이라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아, 예... 들어오시지요."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김 진사는 계속해서 선비에게 술을 권했습니다.
    "자, 한 잔 더! 우리 오늘 속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아이고, 저는 술을 잘 못하는데..."
    "괜찮아, 괜찮아! 남자끼리 뭐 그런 거 따지나!"
    김 진사가 선비 잔에 술을 자꾸만 따라주는 겁니다. 선비는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마셨습니다. 한 잔, 두 잔, 세 잔... 어느새 선비의 얼굴이 빨개지고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크으... 김 진사, 솔직히... 히익... 말하자면... 나도 원래는... 이렇게 살 생각 없었어..."
    선비가 술에 취해서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김 진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좋아, 이제 슬슬 비밀을 캐낼 때가 됐군!'
    "그래, 그래. 자네는 참 대단하네. 그런데 말이야... 대체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부자가 된 거야? 나한테만 살짝 알려줘도 되잖아?"
    김 진사가 교묘하게 유도 심문을 시작했습니다. 선비는 술에 취해 있었지만, 그래도 정신줄은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건... 그건 비밀이야... 말 못 해... 약속했거든..."
    "약속? 누구랑 약속했는데?"
    "도깨... 아니, 아무도 아니야... 히익..."
    선비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김 진사의 귀가 쫑긋했습니다. '도깨? 도깨비라는 건가?'
    김 진사는 더욱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도깨비? 혹시 도깨비를 만난 건가?"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어... 어..."
    선비가 말을 얼버무렸지만, 이미 김 진사는 확신했습니다. '분명 도깨비와 관련이 있구나! 그럼 도깨비 방망이를 얻은 게 틀림없어!'
    김 진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선비를 잔뜩 취하게 만든 다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몰래 다시 선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크으... 쿨쿨..."
    선비는 술에 취해 골아떨어져 있었습니다. 김 진사는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와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있을까... 도깨비 방망이... 분명 이 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김 진사가 장롱도 열어보고, 뒤주도 뒤져보고, 마루 밑도 들춰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서까래 위에 뭔가 걸려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저기다!"
    김 진사가 의자를 가져다 놓고 올라가서 손을 뻗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게 있었습니다. 꺼내보니 작은 방망이였습니다!
    "이거다! 도깨비 방망이!"
    김 진사는 희색이 만면했습니다. 그는 재빨리 방망이를 품에 넣고 선비 집을 빠져나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선비가 숙취에 시달리며 일어났습니다.
    "으으... 머리야...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선비가 물을 마시려고 부엌으로 갔다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급히 천장을 확인해봤습니다.
    방망이가 없었습니다!
    "어, 어디 갔지? 방망이가..."
    선비가 온 집 안을 뒤졌지만, 방망이는 없었습니다. 그때 선비는 깨달았습니다. '김 진사가... 김 진사가 훔쳐간 게 틀림없어!'
    선비는 급히 김 진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김 진사! 나와보시오! 내 물건을 돌려주시오!"
    하지만 김 진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인이 나와서 말했습니다.
    "나으리께서는 지금 안 계십니다. 어디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셨습니다."
    선비는 허탈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증거도 없고, 함부로 도둑질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 도깨비와의 이별

    선비는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아... 도깨비 나으리께 받은 소중한 방망이를... 내가 지키지 못했구나..."
    그날 저녁, 선비가 낙담해서 앉아 있는데, 갑자기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그 도깨비였습니다!
    "도, 도깨비 나으리!"
    선비가 벌떡 일어나 절을 했습니다. 도깨비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선비, 나는 다 알고 있소. 방망이를 도둑맞았다는 것을."
    "죄송합니다! 제가 조심하지 못해서... 제 잘못입니다!"
    선비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도깨비가 손을 들어 선비를 일으켰습니다.
    "아니오, 선비. 선비의 잘못이 아니오. 그것은 정해진 운명이었소."
    "운명이요?"
    "그렇소. 사실 그 방망이는 영원히 선비 것이 될 수 없었소. 언젠가는 떠나게 되어 있었지요."
    도깨비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선비, 나는 선비를 시험했소. 갑자기 부자가 되었을 때, 선비가 교만해지는지, 욕심을 부리는지 지켜봤지요. 그런데 선비는 달랐소. 부자가 되어도 겸손했고, 남을 도왔소. 그래서 나는 선비가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소."
    선비는 도깨비의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하지만 방망이는..."
    "방망이는 이제 필요 없소. 선비는 이미 방망이 없이도 살 수 있는 힘을 가졌소."
    도깨비가 선비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선비, 보시오. 선비는 이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소. 착한 마음씨로 사람들을 도와서 진정한 부자가 되었소. 돈보다 더 귀한 것을 얻은 거요."
    선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제 선비는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 진사 말이오..."
    도깨비가 슬며시 웃었습니다.
    "그 양반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방망이를 가져가도 행복해지지 못할 거요. 곧 알게 될 거요."
    과연 도깨비의 말대로였습니다. 며칠 후,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김 진사 집에서 밤마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거였습니다.
    김 진사가 방망이로 금을 만들려고 하면, 금이 아니라 돌멩이가 나왔습니다. 비단을 만들려고 하면, 비단이 아니라 거적때기가 나왔습니다. 쌀을 만들려고 하면, 쌀이 아니라 겨가 나왔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란 말인가!"
    김 진사가 화를 내며 방망이를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방망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네 이놈! 감히 도둑질을 하다니!"
    도깨비가 호통을 쳤습니다. 김 진사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도, 도깨비!"
    "욕심쟁이에게는 벌을 내려야지! 네가 훔친 모든 것을 돌려놓아라!"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김 진사의 재산이 모조리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은보화도, 곡식도, 심지어 집까지 허물어져 내렸습니다!
    "아니, 안 돼! 내 재산!"
    김 진사가 울부짖었지만, 도깨비는 냉정했습니다.
    "욕심을 부린 대가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거라!"
    그렇게 말하고 도깨비는 사라졌습니다. 김 진사는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습니다.

    ※ 마을의 첫 부자

    한편 선비는 도깨비의 말대로, 방망이 없이도 잘 살아갔습니다. 이미 모아둔 재산이 있었고, 무엇보다 선비는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선비는 논밭을 사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땀 흘려 일하니, 가을이 되자 풍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확한 곡식의 절반을 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이 선비 나으리는 정말 부처님 같은 분이야!"
    "우리 마을에 이런 분이 계시다니, 정말 복이야!"
    마을 사람들은 선비를 진심으로 존경했습니다. 그리고 선비를 도우려고 앞다퉈 나섰습니다. 누구는 일손을 도와주고, 누구는 좋은 정보를 알려주고, 누구는 물건을 싸게 팔아줬습니다.
    이렇게 서로 돕다 보니, 선비의 재산은 오히려 더 불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을 전체가 풍요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후, 선비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만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겸손하게 살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왔습니다.
    어느 날, 선비가 마을 어귀를 거닐고 있는데, 낯익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로 도깨비였습니다! 선비가 반가워 달려갔습니다.
    "도깨비 나으리!"
    도깨비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선비, 오랜만이구려. 잘 지냈소?"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나으리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욕심 부리지 않고 착하게 살았습니다!"
    "허허, 그래서 이렇게 잘 되었구려. 이제 선비는 진정한 부자가 되었소. 돈도 있고, 사람들의 존경도 받고, 무엇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부자 말이오."
    도깨비가 선비의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선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가르쳐주겠소. 진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오. 선비는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소. 계속 그렇게 사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도깨비는 흐뭇하게 웃으며 떠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영영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선비는 도깨비의 뒷모습을 보며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으리!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 후로 선비는 더욱 열심히 살았습니다. 장가도 들어서 아들딸을 낳았고, 자식들에게도 도깨비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남을 도우며 살아라. 그것이 진정한 부자가 되는 길이다."
    선비의 자손들도 그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그 집안은 대대로 번창했고,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가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자손 대대로 전했습니다.
    "옛날에 우리 마을에 착한 선비가 있었는데,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부자가 되었다네. 하지만 진짜 부자가 된 이유는 도깨비 방망이 때문이 아니라, 선비의 착한 마음씨 때문이었지. 욕심 부리지 말고 착하게 살면, 하늘도 돕고 도깨비도 돕는다네!"
    이렇게 해서 거지 선비는 마을의 첫 부자가 되었고, 그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도깨비와 거지 선비의 황당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 진정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지요. 여러분도 욕심 부리지 말고, 남을 도우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도깨비는 아니어도, 분명 하늘이 도와주실 겁니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천사야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