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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와 벼슬한 평민 - 과거 시험을 앞둔 선비를 도와준 도깨비 이야기

    태그:

    #조선시대, #도깨비, #과거시험, #선비, #벼슬, #민담, #전설, #판타지, #조선괴담, #신분상승, #운명, #꿈

     

    디스크립션:

    가난한 선비 '한수'는 과거시험을 준비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책을 살 수조차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는 우연히 도깨비를 만나게 되고, 도깨비는 그의 효심과 학문에 대한 열정에 감동해 도움을 주기로 합니다.
    과연 한수는 도깨비의 도움으로 벼슬에 오를 수 있을까요?

    한수의 초가집 - 달밤

    "어머님, 약은 드셨습니까?"
    한수는 병든 어머니의 머리맡을 지켰습니다. 기울어가는 초가집 안에는 차가운 달빛만이 새어들어왔죠.

    "아이구... 이 늙은이 걱정은 말고, 너나 글공부에 전념하거라."
    어머니의 말씀에 한수는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데 책 한 권 제대로 살 수 없는 형편이 한탄스러웠죠.

    "오늘도 글공부하러 가시게요?"
    어머니가 물으셨습니다. 한수는 고개를 끄덕였죠. 달빛 아래서라도 남의 책을 훔쳐보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다녀오겠습니다."
    한수가 문을 열자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에헴!"
    갑자기 마당 한켠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수가 놀라서 보니, 달빛 아래 키 큰 도깨비 하나가 서 있었죠.

    "놀라지 마시게. 자네가 바로 한수인가?"
    도깨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책 한 권이 들려있었죠.

    "도... 도깨비 나리?"
    한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도깨비는 미소를 지으며 책을 내밀었죠.

    "자네의 효심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오래 지켜보았네. 이 책으로 과거 공부를 하시게."

    한수는 망설이며 책을 받아들었습니다. 순간, 책에서 신비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죠.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네. 만약 자네가 과거에 급제하면..."
    도깨비의 말이 이어지려는 순간, 집 안에서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님!"
    한수가 돌아보았다가 다시 도깨비를 보려 했지만, 그는 이미 달빛 속으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남은 건 신비한 책 한 권뿐...

    달빛 아래, 도깨비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렸답니다.

    도깨비 서재 - 밤

    "이곳이... 도깨비의 서재입니까?"
    한수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도깨비가 그를 데려온 곳은 수천 권의 책이 가득한 신비한 공간이었죠.

    "그렇다네. 삼천 년 동안 모은 책들이지."
    도깨비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책장마다 파란 도깨비불이 타오르고 있었죠.

    "하지만 왜 저를..."
    한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깨비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춰세웠습니다.

    "자네가 매일 밤 달빛 아래서 글공부하는 모습을 보았다네. 그 모진 추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거든."

    도깨비는 책장 사이를 걸으며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지. 과거에 급제하면 반드시 백성을 위해 힘써야 하네. 그것이 내 책으로 공부하는 대가라네."

    한수는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그것이 소자의 본래 뜻이었습니다."

    "호호...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드는구나."
    도깨비가 웃으며 한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다른 책들과는 다른,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죠.

    "이건 천년 전 성현이 쓴 책이라네. 이것으로 공부하면..."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서재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크, 벌써 새벽이 되려나 보군."
    도깨비가 서둘러 책을 한수의 품에 안겼습니다.
    "어서 가보게. 다음 보름달 뜨는 밤에 다시 오시게나."

    한수는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초가집 마당에 서 있었습니다. 품에는 도깨비가 준 책이 들려있었죠.

    달빛 아래서 그 책을 펼쳐보니, 글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답니다...

    서당 마당 - 낮

    "이보게, 한수! 자네 요즘 달라진 게 있다는 걸 아는가?"
    훈장님이 한수를 불러세웠습니다. 서당 마당에서 글을 읽던 다른 선비들도 모두 고개를 들었죠.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한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깨비에게 받은 책으로 공부한 지 보름, 그의 학문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가난한 집안에서 어디서 이런 깊이 있는 공부를..."
    훈장님의 말에 한수는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서당 마당의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죠.

    "에구머니! 한낮에 도깨비불이!"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서당 위로 파란 불빛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죠.

    "허허, 양반들 노시는 것 좀 보게."
    도깨비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한수의 귓가에 들렸습니다. 그를 도와주려는 도깨비의 마음이었겠죠.

    "자... 자, 이만 돌아가 공부들 하시게!"
    훈장님이 황급히 말했습니다. 도깨비불에 놀란 선비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죠.

    한수는 마당에 홀로 남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도깨비의 도움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죠.

    "도깨비 나리, 이래도 되는 걸까요..."
    한수의 중얼거림에 대답이라도 하듯, 마당의 나뭇잎들이 사각거렸습니다.

    "걱정 말게나. 그저 자네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것을..."
    도깨비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습니다. 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책을 펼쳤죠.

    서당 마당에는 이상하게도 한수의 주변으로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답니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도 시원하게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깨비의 배려였을까요?

    도깨비 장터 - 한밤중

    "이게 바로 도깨비 장터란 말이오?"
    한수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달빛 아래 펼쳐진 장터에는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했죠.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비단, 저절로 구워지는 떡, 그리고 혼자서 글을 읽는 책들...

    "과거에 나올 문제를 알고 싶다고 했지 않나?"
    도깨비가 한수를 이끌고 장터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은 일이..."
    한수가 망설이자 도깨비가 껄껄 웃었습니다.

    "그래, 바로 그 대답을 듣고 싶었다네! 자네같이 올곧은 선비가 필요한 거야."
    도깨비는 한수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그게 무슨..."
    한수가 묻기도 전에 갑자기 장터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도깨비들이 모여들어 한수를 구경하고 있었죠.

    "이 사람이 우리가 점지한 그 선비인가?"
    "그래, 300년 만에 나타난 참된 선비라네."
    도깨비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졌습니다.

    "한수, 이제 말해주지. 우리가 자네를 돕는 진짜 이유를..."
    큰 도깨비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조선을 멸망시키려는 악령들이 나타났다네. 그들을 물리치려면 깨끗한 선비의 기운이 필요하지."

    한수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제야 그는 도깨비들이 자신을 돕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죠.

    "자네의 답은?"
    도깨비들이 일제히 한수를 바라보았습니다. 달빛 아래, 운명의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과거시험장 - 새벽

    "이제 과거장으로 들어가시게."
    도깨비의 목소리가 새벽 안개 속에서 들려왔습니다.
    한수는 긴장된 발걸음으로 과거장 입구에 섰죠.

    "도깨비 나리, 혹시... 시험 문제를..."
    한수가 뒤돌아보며 말을 꺼내려 하자, 도깨비가 손을 저었습니다.

    "걱정 말게. 자네의 실력으로 충분하네. 다만..."
    도깨비의 표정이 심각해졌습니다.

    "오늘 과거장에 악령들이 나타날 걸세. 자네의 올곧은 기운으로 그들을 물리쳐야 하네."

    한수가 입구에 들어서자, 안개 속에서 붉은 눈동자들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악령들이었죠.

    "참된 선비의 기운이라... 맛있겠군."
    악령들의 속삭임이 들려왔습니다. 한수는 식은땀을 흘렸지만, 도깨비가 준 붓을 꼭 쥐었죠.

    "붓을 들면 푸른 빛이 나타날 걸세. 그것으로 악령들을 물리치고, 진정한 글을 써내게."
    도깨비의 마지막 조언이 들려왔습니다.

    시험이 시작되자, 한수의 붓끝에서 신비한 푸른빛이 피어났습니다.
    그가 글을 쓸 때마다 악령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죠.

    "이것이... 진정한 선비의 기운이란 말이냐!"
    악령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한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갔죠.

    과거장 밖에서 도깨비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조선의 운명이 바뀌게 되겠군..."

    새벽 하늘에는 푸른 도깨비불이 반짝이고 있었답니다...

    한수의 집 부엌 - 저녁

    "어머님, 제가 솥을 걸러 가겠습니다."
    한수가 부엌으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 앞에서 솥이 저절로 들려 아궁이에 걸리더니, 장작도 혼자서 타오르기 시작했죠.

    "에구머니..."
    깜짝 놀란 한수의 뒤에서 도깨비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리,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가 직접 해야..."
    "허허, 그러지 말게. 과거를 앞둔 자네가 이런 일까지 하면 되겠나."

    도깨비는 재미있다는 듯 장난을 쳤습니다.
    부엌의 모든 그릇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저절로 쌀을 씻고 물을 부었죠.

    "하지만 이래서야..."
    한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든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보다 자네, 어머니의 병을 고쳐드리고 싶지 않나?"
    도깨비의 목소리가 진지해졌습니다.

    "그건... 그건 제가 평생 바라던 일입니다."
    한수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하지만 대가가 필요하지. 과거에 급제한 후, 자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날 걸세."
    도깨비의 눈빛이 깊어졌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한수가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때, 부엌 구석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죠.

    "악령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네. 자네의 효심과 학문, 그리고 청렴한 마음이 그들을 자극한 모양이야."

    부엌의 도깨비불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저녁 무렵의 부엌에서, 운명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답니다...

    도깨비숲 - 달밤

    "자, 보여주지. 우리가 지켜온 것들을..."
    도깨비가 한수를 도깨비숲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습니다.
    달빛이 스며드는 숲속에는 수백 개의 도깨비불이 반짝이고 있었죠.

    "이게 다 무엇입니까?"
    한수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도깨비불 하나하나에는 조선의 역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건 조선을 지켜온 선비들의 혼이라네. 청렴했던 자들, 백성을 위해 목숨 바친 자들..."
    도깨비는 한 도깨비불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불빛들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네. 악령들이 조선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거든."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숲이 어두워지더니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찾아왔군..."
    도깨비가 한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들이 하나둘 나타났죠.

    "저것들이 악령들입니까?"
    한수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렇다네. 자네가 과거에 급제하면, 이 도깨비불들을 지켜야 하네. 그것이 우리의 거래라네."

    한수는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도깨비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의 지팡이에서 푸른 불꽃이 타올랐죠.

    "자, 이제 진정한 시험이 시작되었네..."

    달빛 아래, 도깨비숲에서 도깨비와 악령의 대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답니다...

    과거시험장 - 낮

    "이 악령의 기운을..."
    한수의 붓끝에서 파란 도깨비불이 타올랐습니다.
    과거 시험장은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차 있었죠.

    "저 선비, 뭔가 이상하지 않소?"
    "붓끝에서 푸른 빛이 나는 것 같은데..."
    다른 선비들이 수군거렸지만, 한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백성을 위한 올바른 정치...'
    한수의 글씨가 이어질 때마다 악령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습니다.
    도깨비가 준 붓이 그의 진심을 담아내고 있었죠.

    "감히... 감히 우리를 막으려 하다니!"
    악령들이 달려들었지만, 한수의 글 속에 담긴 선비정신은 그들을 물리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글자를..."
    한수가 마지막 구절을 쓰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과거장 전체가 크게 흔들렸죠.

    "여기까지다, 선비야!"
    거대한 악령이 한수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어서 쓰게, 한수!"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한수의 붓에서 전보다 더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백성을 위한 참된 정치를 펼치겠나이다!"
    한수의 마지막 외침과 함께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순간, 과거장을 뒤덮었던 모든 악령이 사라졌죠.

    시험관이 한수의 답안지를 집어들었습니다.
    "이... 이런 글은 본 적이 없소. 장원급제요!"

    과거장 밖에서 도깨비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네, 한수..."

    맑은 하늘 아래,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고 있었답니다...

    한수의 새 관청 - 아침

    "새로 부임하신 한 대감님이시다!"
    관리들이 한수를 맞이했습니다.
    그의 품에는 도깨비가 준 책이 여전히 들려있었죠.

    "백성들을 잘 섬기도록 하시오."
    한수가 관리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그때, 방 구석에서 푸른 빛이 반짝였죠.

    "잘 해내고 있구려."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른 이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였죠.

    "오늘부터 이 관청에서는 뇌물을 받지 않습니다."
    한수의 선언에 관리들이 술렁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뭐라고? 뇌물을 받지 않다니!"
    검은 연기가 관리들의 몸에서 피어올랐습니다.
    악령들이 그들에게 깃들어 있었던 것이죠.

    "이제 알겠군요. 왜 도깨비 나리께서 절 이 자리에 앉히셨는지..."
    한수는 도깨비가 준 붓을 꺼내들었습니다.
    붓끝에서 푸른 도깨비불이 타올랐죠.

    "물러나라, 악령들아!"
    한수가 붓을 휘두르자 관리들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들은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난 듯했죠.

    "대감님..."
    관리들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제야 그들의 눈빛이 맑아져 있었습니다.

    도깨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자네라면 이 관청을 잘 이끌 수 있을 걸세."

    아침 햇살이 관청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시작의 날이었답니다...

    도깨비와의 약속 장소 - 보름달밤

    "오셨구려, 한수 대감."
    도깨비가 한수를 맞이했습니다.
    보름달이 떴던 그날처럼, 강가에는 푸른 도깨비불이 반짝이고 있었죠.

    "도깨비 나리, 이제 모든 것을 알겠습니다. 왜 저를 선택하셨는지..."
    한수가 공손히 절을 올렸습니다.

    "자네가 관청의 악령들을 몰아내는 걸 보았다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도깨비는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진짜 시험이 시작되었네. 조선 전체에 퍼진 악령들을 몰아내려면..."
    도깨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수백 개의 붉은 눈동자가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찾았다! 도깨비와 손잡은 그 선비!"
    악령들이 으스스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한수, 이제 선택할 시간이네. 도망칠 수도 있지. 아니면..."
    도깨비가 한수를 바라보았습니다.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한수는 도깨비가 준 붓을 꺼내들었습니다.

    "좋다! 그럼 시작하자고!"
    도깨비의 지팡이와 한수의 붓에서 동시에 푸른빛이 터져 나왔습니다.

    보름달 아래, 도깨비와 선비의 진정한 동행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답니다...

    한수의 관아 - 낮

    "백성들의 세금을 면제하라고요?"
    신임 관리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죠.

    "그렇소. 올해는 흉년이 들었으니, 백성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우리의 도리요."
    한수의 말에 관아가 술렁였습니다. 그의 붓끝에서 미세한 푸른빛이 반짝였죠.

    "하지만 대감마마, 그러면 저희는..."
    관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수가 손을 들어 제지했습니다.

    "나는 도깨비와 약속했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그 말과 함께 갑자기 관아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도깨비가 서 있었죠.

    "자네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구려."
    도깨비의 모습은 한수에게만 보였습니다.

    "나리..."
    한수가 고개를 숙이려 하자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잠깐, 아직 끝나지 않았네. 저기 보게."

    관리들의 몸에서 다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악령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죠.

    "또 왔구려."
    한수는 침착하게 붓을 들었습니다. 이제 그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백성을 위한 정치! 이것이 바로 선비의 길이다!"
    한수의 외침과 함께 붓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관아를 가득 채운 햇살 속에서, 정의로운 선비와 도깨비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답니다...

    도깨비의 은신처 - 해질녘

    "이제 모든 것이 끝났군요, 도깨비 나리."
    한수가 도깨비의 은신처를 찾아왔습니다.
    해가 저무는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죠.

    "아니라네, 한수. 이제 시작이지."
    도깨비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의 지팡이가 마지막 푸른빛을 내뿜었죠.

    "하지만 이제 악령들도 사라졌고..."
    한수의 말에 도깨비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악령은 사라지지 않네. 인간의 마음속에 욕심이 있는 한... 그래서 자네 같은 선비가 필요한 거지."

    도깨비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
    이제 이 한양을 자네에게 맡기겠네."

    "도깨비 나리! 가시면 안 됩니다!"
    한수가 다급히 외쳤지만, 도깨비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걱정 말게. 내 영혼은 자네의 붓 속에 있을 테니... 앞으로도 백성을 위해 살아주게나."

    도깨비의 마지막 말과 함께, 그의 몸이 수많은 도깨비불로 흩어졌습니다.
    도깨비불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 반짝였죠.

    한수의 붓에서 마지막 푸른빛이 피어올랐습니다.
    이제 그의 붓 속에는 도깨비의 정신이 깃들어 있었죠.

    "약속하겠습니다... 영원히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한수의 다짐이 해 저무는 하늘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한수는 가장 훌륭한 관리로 이름을 떨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이면 그의 관청 근처에서 푸른 도깨비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답니다...

    "도깨비와 벼슬한 평민"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올바른 신념과 선한 마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됩니다.
    한수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좋은 기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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