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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과부의 지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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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200자)
가난하지만 지혜로운 과부가 도깨비를 상대로 세 가지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밤 찾아오는 도깨비와의 지혜 싸움에서 승리하여 마침내 부자가 되는 통쾌한 이야기로, 조선시대 여성의 재치와 민중들의 해학이 담겨있습니다.
01. 가난한 과부의 일상 소개
조선 숙종 시대, 한양 도성 북쪽 삼각산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마을에는 스물다섯 살의 젊은 과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장사를 떠났다가 3년 전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했고, 시부모님마저 전염병으로 잃어 홀로 살아가는 신세였지요.
과부는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삼각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고, 남의 집 빨래를 해주며 근근이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서는 늘 맑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시름시름 앓다가도 마을 아이들이 찾아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웃집 노인이 찾아와도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놓곤 했습니다.
그녀가 사는 집은 마을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낡은 초가였습니다. 마당 한켠에는 시어머니가 심어놓은 먹갈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담장 밑에는 봄이면 채송화가 피어났습니다. 비가 오면 지붕이 새고 바람이 불면 문풍지가 떨리는 허름한 집이었지만, 과부는 이 작은 집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 여느 때처럼 빨래일을 마치고 돌아온 과부는 먹갈나무 아래 걸어둔 빨랫줄에 이웃집 빨래를 걸고 있었습니다. 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달빛에 비친 빨래가 하얀 귀신처럼 펄럭였습니다.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둥둥둥... 쿵쿵쿵..."
북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과부는 잠시 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분명 마을 사람들은 해가 지면 모두들 일찍 문을 걸어 잠그고 잠자리에 드는데, 이런 늦은 시각에 누가 돌아다니는 걸까요?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과부의 집 근처에서 멈추었습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 주위가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그때 담장 너머로 이상한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딧불이인가 했지만, 그 불빛은 너무나 커다랗고 붉었습니다.
과부는 무서웠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담장 가까이 다가가 살며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눈은 크게 떠졌습니다. 담장 너머에서 본 것은 과부의 평범했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02. 첫 번째 밤: 도깨비의 등장
담장 너머에는 키가 큰 도깨비 세 명이 서 있었습니다. 머리 위로는 뿔이 돋아있었고, 손에는 시퍼런 불빛을 내뿜는 방망이를 들고 있었지요. 그중 가장 앞에 선 도깨비는 얼굴이 시뻘겋고 코가 주먹만 했으며, 눈에서는 파란 불꽃이 번쩍였습니다.
"흐흐흐... 이 집에 사는 과부가 참 재미있다고 하더니, 정말이었구나. 다른 과부들은 모두 울고 짜고 한숨만 쉬는데, 이 과부는 매일 웃으며 산다지?"
"그렇다네, 형님. 우리가 며칠째 몰래 지켜봤지만, 정말 하루도 울지 않더군요."
"재미있구나. 그동안 우리가 찾아간 과부들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가기 바빴는데..."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과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저 도깨비들이 며칠째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그런데 왜 하필 과부들만 찾아다니는 걸까?'
그때 큰 도깨비가 갑자기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마당으로 들어왔습니다. 과부는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도망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담대하게 도깨비를 마주보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찾아오신 손님을 막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우리 마을에는 먼저 인사를 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예의라고 합니다."
과부의 대담한 말에 도깨비는 잠시 놀란 듯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하하! 재미있구나, 정말 재미있어! 내가 천 년을 살면서 이렇게 당돌한 인간은 처음 보는구나!"
다른 두 도깨비도 담장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과부의 마당에는 세 도깨비가 모두 모였습니다. 달빛이 구름 사이로 새어 나와 도깨비들의 그림자가 담벼락에 크게 드리워졌습니다.
"자, 과부님. 우리는 재미있는 놀이를 좋아하는 도깨비들이오. 그동안 많은 과부들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재미없었소. 하지만 당신은 다르구려. 우리와 함께 재미있는 내기를 해보지 않겠소?"
과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도깨비와의 내기라... 분명 위험한 일이 될 터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자신의 가난한 신세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도깨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과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눈에서 나오는 불빛이 마당을 파르스름하게 밝혔습니다.
"내기에서 제가 이기면, 저에게 도깨비 방망이 하나를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을 가져가도 좋습니다."
03. 첫 번째 대결: 수수께끼 맞추기
도깨비들은 과부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특히 큰 도깨비의 눈에서 이상한 빛이 번쩍였지요.
"허허, 과부님. 목숨을 걸다니, 당신의 배짱이 마음에 드는구려. 좋소. 우리도 한 가지 조건을 내걸겠소. 세 번의 대결을 하는 거요. 오늘, 내일, 모레, 이렇게 사흘 동안 매일 밤 자정에 찾아와 대결을 하겠소. 세 번 모두 이겨야 도깨비 방망이를 얻을 수 있소."
과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습니다. 첫 번째 대결은 무엇입니까?"
큰 도깨비가 허리춤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냈습니다. 달빛에 비친 종이에는 검은 먹으로 쓴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이것은 옛날 저승사자가 우리에게 남긴 수수께끼요. 천 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것이지. 이 수수께끼를 풀면 오늘 밤 대결은 당신의 승리요."
도깨비가 종이를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서는 둘이요,
땅에서는 셋이라.
물에서는 넷이요,
사람에게서는 다섯이로다.
이것이 무엇이냐?"
과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도깨비들은 과부의 주위를 빙빙 돌며 키득거리고 있었지요. 그들은 과부가 절대 맞추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습니다.
달이 구름 사이로 가려질 때마다 마당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 했습니다. 과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땅을 보았지요.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알았습니다."
도깨비들이 놀란 듯 과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획'이지요. 하늘(天)자에는 획이 둘이고, 땅(地)자에는 획이 셋이며, 물(水)자에는 획이 넷이고, 사람(人)자에는 획이 다섯이니까요."
도깨비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큰 도깨비가 종이를 다시 들여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천 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이렇게 쉽게..."
과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 서당에서 글을 배울 때, 스승님께서 항상 하나의 글자도 허투루 보지 말라 하셨지요. 글자 하나하나의 획까지 세어가며 공부했답니다."
큰 도깨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부님의 승리요. 하지만 아직 두 번의 대결이 남았소. 내일 밤에는 더 어려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요."
도깨비들은 방망이를 휘두르며 붉은 연기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마당에는 과부 혼자만이 남았고, 달빛이 그녀의 미소 짓는 얼굴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04. 두 번째 밤: 도깨비의 재등장
다음 날, 과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빨래를 하고, 저녁거리를 장만하면서도 밤에 있을 도깨비와의 두 번째 대결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습니다.
해가 저물고 달이 떴습니다. 이날은 달이 유난히 밝았지요. 자정이 다가올수록 바람이 조금씩 거세졌고, 먹갈나무 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당 가득 퍼졌습니다.
"쿵... 쿵... 쿵..."
어제와 같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에는 도깨비가 다섯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어제 보았던 세 도깨비 외에도 머리가 둘 달린 도깨비와 키가 작고 온몸이 파란 도깨비가 새로 등장했지요.
"허허, 과부님. 어젯밤 잘 주무셨소? 오늘은 특별히 우리 도깨비 형제들을 더 데려왔다오. 당신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 소문을 듣고 구경하러 온 거요."
과부는 의자를 마당에 내어놓고 도깨비들을 맞이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이 늘어난 만큼 제가 차라도 대접해야 할 텐데, 도깨비님들은 차를 드시나요?"
도깨비들은 과부의 여유로운 모습에 또다시 놀란 듯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깨비가 늘어난 것을 보고 겁을 먹었을 텐데, 이 과부는 오히려 손님 대접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파란 도깨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인간이오! 내 평생 이렇게 대담한 과부는 처음 보는구려. 자, 오늘 밤 대결은 내가 준비해왔소."
파란 도깨비는 커다란 보따리를 풀어헤쳤습니다. 그 안에는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낡은 거울, 깨진 항아리, 새끼줄, 그리고 빗자루까지... 달빛 아래 늘어놓은 물건들이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물건들로 우리와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실 거요. 바로 말씨름이오! 우리가 이 물건들을 보여주면, 과부님은 재치 있는 말로 대답해야 하오. 만약 웃기지 않거나 답을 못하면, 그것은 과부님의 패배요."
과부는 늘어놓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제 대답에 도깨비님들이 웃으시면, 그것은 제 승리로 하지요."
도깨비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키득거렸습니다. 큰 도깨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습니다.
"하하! 좋소, 좋소! 그럼 이제 시작하겠소. 첫 번째 물건은..."
05. 두 번째 대결: 재치있는 말싸움
파란 도깨비가 가장 먼저 깨진 항아리를 들어 보였습니다.
"이 항아리는 귀신이 써도 쓸 수 없다네. 무엇 때문일까?"
과부는 항아리를 유심히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귀신은 혼이 없는데, 이 항아리는 혼이 깨져버렸으니까요."
도깨비들은 잠시 생각하다가 "푸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첫 승부에서 과부가 이긴 것입니다.
이번에는 머리 둘 달린 도깨비가 낡은 거울을 들어보였습니다.
"이 거울 속에는 도깨비도 들어갈 수 없다네. 그 까닭이 무엇인가?"
과부는 거울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그것은... 도깨비님들의 마음이 너무 비뚤어져서 거울도 똑바로 보여주질 못하기 때문 아닐까요?"
"크크크큭!"
도깨비들이 또다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머리 둘 달린 도깨비는 두 개의 머리로 동시에 웃느라 몸을 잔뜩 비틀었지요.
세 번째로 큰 도깨비가 새끼줄을 들어보였습니다.
"이 줄로는 아무것도 묶을 수 없다네. 왜 그럴까?"
과부가 대답했습니다.
"그거야 쉽지요. 그 줄은 도깨비님처럼 밤에만 있다가 날이 새면 사라지는 허깨비 줄이니까요."
이번에는 도깨비들이 모두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심지어 파란 도깨비는 웃다가 뒤로 넘어져 버렸지요.
마지막으로 작은 도깨비가 빗자루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빗자루라네. 무슨 까닭인지 알겠는가?"
과부는 빗자루를 받아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아, 이 빗자루는 도깨비님들의 발자국을 쓸어버리려고 했던 모양이네요. 하지만 도깨비님들은 발자국도 남기지 않으시니, 그래서 가장 쓸모없는 빗자루가 된 거겠지요?"
"하하하하하!"
이번에는 도깨비들이 배를 잡고 굴러다니며 웃었습니다. 달빛 아래서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온 마을에 퍼져나갔습니다.
큰 도깨비가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습니다.
"과부님, 당신의 재치에 졌소. 오늘 밤의 승리는 당신 것이오. 하지만 내일... 내일은 더욱 어려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요. 각오하시오!"
도깨비들은 서둘러 물건들을 보따리에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지요. 마당에 홀로 남은 과부는 달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되는구나. 하지만 마지막 시험은 무엇일까...'
06. 세 번째 밤: 도깨비의 마지막 도전
사흘째 되는 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달이 밝았습니다. 과부는 마당을 쓸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시험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지요.
자정이 가까워지자 멀리서 웅장한 풍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꽹과리 소리, 징 소리, 북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메웠고, 붉은 연기가 과부의 집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둥둥둥... 쿵쿵쿵..."
이번에는 도깨비가 아홉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도깨비들도 있었는데, 황금 갑옷을 입은 도깨비, 은빛 털이 온몸을 덮은 도깨비, 그리고 가장 뒤에는 키가 산만한 거대한 도깨비까지 있었습니다.
큰 도깨비가 앞으로 나와 말했습니다.
"과부님, 오늘은 도깨비 나라의 왕께서 직접 오셨소. 저기 계신 키 큰 도깨비가 바로 우리의 왕이시지요."
과부는 공손히 절을 하며 도깨비 왕을 맞이했습니다.
"먼 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대접할 만한 것이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도깨비 왕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발걸음 소리에 땅이 울렸고, 그가 내뿜는 붉은 기운에 마당의 풀들이 흔들렸습니다.
"허허, 과부의 말씀이 과하시오. 내가 들으니, 당신은 우리 도깨비들을 두 번이나 이겼다고 하오. 아주 훌륭한 일이오. 하지만..."
도깨비 왕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번쩍였습니다.
"오늘 밤 시험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를 것이오. 당신의 지혜로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거요. 마지막 기회를 드리니, 지금이라도 포기하시겠소?"
과부는 고개를 들어 도깨비 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시험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도깨비 왕은 크게 웃더니 손뼉을 쳤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당이 환하게 밝아졌고, 과부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07. 세 번째 대결: 도깨비방망이 빼앗기
과부의 마당에 갑자기 커다란 원이 그려졌습니다. 그 안에는 도깨비방망이가 아홉 개나 놓여있었고, 각각의 방망이에서는 서로 다른 색깔의 불빛이 피어올랐습니다.
도깨비 왕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오. 이 아홉 개의 방망이 중에서 진짜 도깨비방망이는 단 하나뿐이오. 나머지는 모두 허깨비 방망이지요. 진짜를 찾아내면 당신의 승리요. 하지만 틀리면... 당신의 목숨은 우리 것이 될 것이오."
과부는 방망이들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첫 번째 방망이는 금빛으로 빛났고, 두 번째는 은빛, 세 번째는 붉은빛... 각각의 방망이가 내뿜는 불빛이 달라 마당이 무지개처럼 물들었습니다.
도깨비들이 과부의 주위를 빙빙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도 둘도 셋도 아니요
넷도 다섯도 여섯도 아니요
일곱도 여덟도 아홉도 모르겠소
어느 것이 진짜일까요?"
과부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난 이틀 동안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첫날 밤의 수수께끼, 어제의 말씨름... 그리고 도깨비들의 특징과 습성까지.
"알았습니다."
도깨비들의 춤이 멈추었습니다.
"진짜 도깨비방망이는... 아무것도 없는 빈 자리에 있습니다."
도깨비들이 놀라서 숨을 들이켰습니다. 도깨비 왕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습니다.
"어찌 그것을 알았소?"
과부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도깨비는 남을 홀리기를 좋아하지요. 이틀 동안 제가 배운 것입니다. 진짜 도깨비방망이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하고, 도깨비의 장난에 속지 않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법이지요. 지금 보이는 아홉 개의 방망이는 모두 도깨비님들의 장난일 뿐입니다."
과부는 빈 자리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그녀의 손에 진짜 도깨비방망이가 나타났습니다.
도깨비 왕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하하! 과연 대단하오! 천 년 동안 이 시험을 통과한 인간은 없었는데... 당신은 정말 특별한 분이오. 승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소."
다른 도깨비들도 모두 감탄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과부의 손에 들린 도깨비방망이에서는 이제 따스한 빛이 흘러나왔습니다.
08. 과부의 승리와 보상
도깨비 왕이 과부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이 도깨비방망이는 당신의 것이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소. 이 방망이는 한 달에 단 세 번만 사용할 수 있소. 그 이상 욕심을 부리면 모든 것이 허깨비가 되어 사라질 것이오."
과부는 공손히 절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욕심내지 않고 방망이를 소중히 다루겠습니다."
도깨비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전, 파란 도깨비가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달 밝은 밤이면 가끔 놀러 오겠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맛있는 차도 대접해 주시오."
과부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도깨비들은 온 것처럼 붉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마당에는 달빛만이 고요히 내리쬐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과부는 가장 먼저 이웃집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병석에 누워 계셨는데, 과부는 몰래 도깨비방망이를 한 번 휘둘러 할머니의 병을 낫게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가뭄으로 말라버린 마을의 논밭에 방망이를 휘둘러 비를 내리게 했습니다. 단비가 내린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농사는 그해 풍년이 들었지요.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신의 허름한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크거나 화려하지 않은, 이웃들과 어울리는 적당한 크기의 집이었습니다.
과부는 도깨비방망이로 받은 복을 이웃들과 나누며 살았습니다. 배고픈 사람이 찾아오면 밥을 해주었고, 병든 사람이 오면 약을 지어주었으며, 고민 있는 사람이 오면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과부의 집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지만, 누구도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달이 밝은 밤이면 과부의 집 마당에서 들려오는 도깨비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미소 지을 뿐이었지요.
세월이 흘러 과부의 머리가 하얗게 세었을 때도, 매달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도깨비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곤 했답니다.
09. 도깨비들의 분노
그러던 어느 날 밤, 평소와 달리 먹구름이 달을 가린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더니, 과부의 마당에 도깨비들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웃음기 없는 험악한 표정이었지요.
도깨비 왕이 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과부님, 당신을 크게 시험해보려 하오. 우리가 준 도깨비방망이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소. 그 방망이로는 세상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지요. 금은보화는 물론, 권력과 명예까지도..."
과부는 조용히 도깨비 왕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도깨비 왕이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저 작은 것들에만 방망이를 사용했소. 이웃의 병을 고치고, 농사일을 돕고, 작은 기와집을 짓는 데에만 썼지. 왜 더 큰 것을 바라지 않았소? 당신은 이 방망이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것이오!"
다른 도깨비들도 한마디씩 했습니다.
"그래요! 임금님보다 더 큰 궁궐을 지을 수도 있었는데!"
"온 세상의 금은보화를 가질 수도 있었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인물이 될 수도 있었다고요!"
과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도깨비방망이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도깨비 왕 앞으로 걸어가 방망이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도깨비님들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이 방망이로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과부의 눈에서 지혜로운 빛이 반짝였습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입니다. 크고 화려한 것을 가지면 더 크고 화려한 것을 원하게 되지요. 저는 그저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그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도깨비님들께서 제가 방망이를 잘못 사용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지금 당장 돌려드리겠습니다."
도깨비들은 과부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도깨비 왕의 눈에서는 이상한 빛이 번쩍였지요...
10. 마지막 지혜 대결
도깨비 왕은 과부가 내민 방망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에서 번쩍이던 분노의 불빛이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잠깐, 방망이를 돌려받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어보겠소. 과부님, 당신은 왜 도깨비방망이의 힘을 세 번만 썼소? 우리는 한 달에 세 번이라는 제한을 두었지만, 당신은 지금까지 단 세 번만 사용했소."
과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도깨비님, 제가 방망이를 처음 받았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이웃의 병을 고치고, 마을의 농사를 돕고, 제가 살 집을 마련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요. 욕심을 부려 더 많이 쓰다가는, 진정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웠습니다."
도깨비 왕의 표정이 변했습니다. 그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습니다.
"허허... 과부님, 사실 이것이 진짜 마지막 시험이었소. 우리는 당신이 방망이의 힘에 눈이 멀어 더 큰 욕심을 부리길 기다렸소. 하지만 당신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소."
다른 도깨비들도 하나둘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파란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방망이를 준 사람들은 모두 욕심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망쳐버렸어요. 큰 부자가 되었다가 하룻밤 사이에 거지가 되고, 높은 벼슬에 올랐다가 한순간에 옥에 갇히고... 그들은 모두 방망이의 참된 가치를 알지 못했지요."
도깨비 왕이 과부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제 이 방망이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오. 더 이상 한 달에 세 번이라는 제한도 없소. 당신은 방망이의 진정한 주인이 될 자격이 있소."
그러자 도깨비방망이에서 갑자기 찬란한 빛이 퍼져나왔습니다. 푸른빛, 붉은빛, 노란빛이 어우러져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광채를 발했지요.
과부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도깨비님들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꼭 필요할 때만 방망이를 사용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그것을 나누는 기쁨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 도깨비들의 인정
도깨비 왕은 커다란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오늘 밤이 바로 달이 가장 밝은 보름날이오. 우리 도깨비들의 잔치를 함께 하지 않겠소?"
그러자 마당에 갑자기 커다란 상이 나타났습니다. 상 위에는 온갖 진수성찬이 가득했고, 도깨비들이 가져온 영지버섯, 천년묵은 산삼, 용궁의 珍味까지 올라있었지요.
도깨비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잔치를 벌였습니다. 머리 둘 달린 도깨비는 재주를 넘고, 파란 도깨비는 입으로 불을 뿜으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여주었지요. 작은 도깨비들은 둥글게 춤을 추며 노래했습니다.
"달도 밝고 별도 밝다
우리들은 도깨비야
지혜로운 과부 덕에
즐거운 밤 되었구나
땅을 구르고 하늘 날며
신나게 놀아보세"
과부도 자리에서 일어나 도깨비들과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지요. 도깨비 왕이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 도깨비 세계의 귀한 벗이 되었소. 앞으로도 매달 보름날 밤이면 우리가 찾아와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잔치도 벌이겠소. 당신의 지혜와 선한 마음이 이 마을에 복이 되어 오래도록 전해질 것이오."
도깨비들은 하나씩 돌아가며 과부에게 축복의 말을 건넸습니다.
은빛 털의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당신의 집 마당에 심어진 먹갈나무가 천 년을 살며 복을 가져다줄 것이오."
황금 갑옷의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당신의 지혜가 이 마을의 등불이 되어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오."
파란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당신의 착한 마음이 이웃들에게 퍼져나가 이 마을이 늘 평화로울 것이오."
마지막으로 도깨비 왕이 과부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단순한 과부가 아니라 도깨비의 지혜를 이해한 현명한 사람이오. 우리는 당신을 '도깨비 지혜의 전승자'로 인정하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전해져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길 바라오."
12. 마을의 부자가 된 과부
세월이 흘러 과부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갈 무렵, 그녀가 사는 마을은 조선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이 났습니다. 가뭄이 들어도 이 마을의 논밭은 늘 푸르렀고, 전염병이 돌아도 이 마을 사람들은 병을 이겨냈지요.
과부의 집 마당에 서 있는 먹갈나무는 어느새 마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놀던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그 어른들은 다시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이 나무 아래를 찾았지요.
달 밝은 보름날이면 과부의 집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도깨비들과 과부가 나누는 이야기 소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을에 복이 깃들었다고 믿었지요.
과부는 도깨비방망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지혜와 경험으로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지혜로운 어머니'라고 불렀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 조언을 구했습니다.
"걱정 말거라. 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단다. 차 한 잔 마시며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이것이 그녀가 늘 하던 말이었습니다. 과부의 집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그곳에서는 늘 따뜻한 차와 지혜로운 조언을 얻을 수 있었지요.
어느 날, 한 젊은이가 과부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어떻게 하면 할머니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과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네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단다. 그리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부자가 되는 길이란다."
이렇게 과부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마을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했지요.
"도깨비를 이긴 것은 과부의 지혜였지만, 도깨비의 마음을 얻은 것은 그녀의 착한 마음이었단다.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도깨비도 감동시킨 진정한 힘이었단다."
지금도 달 밝은 보름날, 그 마을 어딘가에서는 도깨비들과 과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마음에는 따뜻한 평화가 깃든다고 하지요.
엔딩멘트
"지금까지 들어주신 '도깨비와 과부의 지혜 대결'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실제 구전 설화를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해학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통해 지혜로운 여성상과 민간 신앙 속 도깨비의 모습을 만나보셨습니다. 다음 편에서 또 다른 흥미진진한 조선의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