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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머슴의 감동 실화 , 가난한 머슴에게 찾아온 혼처 『패관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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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조선시대, 가난한 머슴 박만석은 매일 밤 도깨비에게 시달렸습니다. 잠을 자려고 하면 이불을 확 잡아당기고, 밥을 먹으려 하면 그릇을 엎어버리고, 길을 가다가는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도깨비의 장난질! 처음에는 화가 났던 박만석이지만, 어느 날부터 도깨비와 이상한 우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도깨비는 외로운 머슴을 위해 깜짝 놀랄 만한 계획을 세우는데요. 과연 도깨비가 박만석을 위해 준비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장난꾸러기 도깨비와 가난한 머슴의 기묘하고도 훈훈한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가난한 머슴 박만석을 괴롭히던 장난꾸러기 도깨비. 매일 밤 이불을 잡아당기고 밥그릇을 엎는 등 온갖 장난을 치던 도깨비는 사실 외로운 박만석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처음엔 화만 내던 박만석도 점차 도깨비의 순수한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둘 사이에는 묘한 우정이 생겨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만석이 혼자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도깨비가 특별한 계획을 세웁니다. 도깨비 특유의 신비한 능력으로 박만석의 장가를 성사시키려는 것인데요. 조선시대 야담 속 도깨비와 인간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가난한 머슴 박만석과 도깨비의 첫 만남
지금으로부터 이백여 년 전,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 박만석이라는 머슴이 살았습니다. 그는 마을 부잣집에서 일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소여물을 주고, 논밭을 갈고, 나무를 하고, 물을 길어오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였습니다. 힘든 노동이었지만 박만석은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일했습니다. 주인집에서는 사랑채 뒤편 작은 헛간 한 칸을 내어주었고, 그곳이 박만석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낡은 이불 하나와 깨진 독, 그리고 밥을 담아먹을 사발 하나가 그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박만석의 나이는 서른다섯이었습니다. 장가를 갈 나이는 진작 지났지만 가난한 머슴에게 시집올 처녀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래도 박만석은 언젠가는 자신도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하루 품삯을 받으면 한 푼도 쓰지 않고 독에 모았습니다. 밥은 주인집에서 얻어먹고, 옷은 주인어른이 입다 버린 것을 기워 입었으니 쓸 데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십 년을 모은 돈이 제법 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보름달이 뜬 밤부터였습니다. 박만석이 하루 일을 마치고 헛간으로 돌아와 이불을 펴고 막 눕자마자, 갑자기 이불이 확 잡아당겨지는 것이었습니다. 박만석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누웠는데, 또다시 이불이 잡아당겨졌습니다. 이번에는 머리맡에 있던 베개까지 날아갔습니다. 박만석은 소름이 돋았습니다. 혹시 귀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박만석은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이불을 덮으려 하면 어김없이 잡아당겨지고, 어둠 속에서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박만석은 두려움에 떨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주인마님이 아침상을 내왔고, 박만석은 허겁지겁 밥을 먹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밥그릇이 갑자기 뒤집혀버렸습니다. 하얀 밥알이 마당에 쏟아졌습니다. 주인마님이 놀라 달려왔습니다.
"만석아, 무슨 일이냐? 왜 밥을 엎었느냐?"
박만석은 황급히 대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님. 제가 실수로..."
하지만 박만석은 자기 손으로 엎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분명 무언가가 밥그릇을 건드렸던 것입니다. 그날 저녁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녁밥을 먹으려는데 또 그릇이 뒤집혔습니다. 밤에는 또 이불이 잡아당겨지고 베개가 날아다녔습니다. 박만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는 어둠 속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그만 좀 괴롭혀라! 나는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잠이라도 좀 자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자 어둠 속에서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박만석의 상투까지 잡아당겨졌습니다. 박만석은 기가 막혔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박만석은 제대로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해 얼굴이 푸석푸석해졌습니다. 주인어른이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만석아, 요즘 안색이 말이 아니구나. 어디 아프냐?"
박만석은 차마 도깨비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미친놈이라고 생각할까봐 두려웠습니다. 그저 괜찮다고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 도깨비의 끊임없는 괴롭힘
보름이 지나도 괴롭힘은 계속되었습니다. 이제는 낮에도 장난이 시작되었습니다. 박만석이 논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갑자기 호미가 사라졌다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나무를 하러 산에 가면 지게가 저절로 풀려 나무가 쏟아졌습니다. 물을 길어오다가는 두레박 줄이 끊어져 물동이가 우물에 빠졌습니다. 박만석의 일상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습니다. 주인집에서도 이제는 의아한 눈초리로 박만석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밤, 박만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헛간 한가운데 앉아서 허공을 향해 말했습니다.
"네가 도깨비든 귀신이든, 이제 나타나라!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냐?"
그러자 놀랍게도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으로 들리는 목소리였습니다. 까랑까랑한,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묘하게 낮은 목소리였습니다.
"잘못한 것은 없지. 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야."
박만석은 눈을 크게 떴습니다. 목소리는 분명 들렸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만석이 다시 물었습니다.
"심심하다고? 그럼 나를 이렇게 괴롭혀도 된다는 말이냐?"
목소리가 대답했습니다.
"괴롭히는 게 아니라 놀아주는 거지. 너는 맨날 혼자 있잖아. 심심하지 않아?"
박만석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정체불명의 존재는 장난을 치는 것을 놀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박만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나는 네 장난이 필요 없다. 그냥 조용히 살게 내버려둬라."
그러자 목소리에 서운한 기색이 묻어났습니다.
"왜? 나는 네가 좋은데... 너는 나하고 놀기 싫어?"
박만석은 이 존재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놀고 싶어서 장난을 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계속 시달릴 수는 없었습니다. 박만석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싫다. 네 장난 때문에 나는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못 잔다. 제발 다른 사람을 찾아가라."
그날 밤은 이상하게도 조용했습니다. 이불도 잡아당겨지지 않았고, 베개도 날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박만석은 드디어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박만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드디어 그 골칫거리가 떠난 모양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박만석은 예전처럼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밥도 제대로 먹고 잠도 푹 잤습니다.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혼자 헛간에 누워 있으면 묘하게 적막했습니다. 예전에는 시끄럽고 성가셨는데, 이제는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허전했습니다. 박만석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괴롭히던 존재가 그리울 리 없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밤마다 어둠 속에서 낄낄거리던 웃음소리가 생각났고, 장난을 칠 때의 그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한 달이 지났습니다. 박만석의 생활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인집에서도 만족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박만석의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박만석은 혼자 헛간에 앉아 깨진 독에 모아둔 돈을 세고 있었습니다. 십 년을 모은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돈으로 장가를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습니다. 머슴인 자신에게 시집올 처녀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박만석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헛간 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박만석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분명 누군가가 들어온 것 같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랜만이네."
박만석의 가슴이 뛰었습니다. 도깨비가 돌아온 것입니다.
※ 도깨비의 진심과 우정의 시작
박만석은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박만석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습니다.
"왜 왔느냐? 다른 곳으로 간 줄 알았는데..."
도깨비의 목소리가 조금 풀이 죽어서 대답했습니다.
"다른 곳에 가봤지. 여러 집을 돌아다니면서 장난도 쳐보고 놀아도 보고 했어. 근데 재미가 없더라고. 다들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스님을 불러서 쫓아내려고만 하지, 너처럼 대화를 하는 사람은 없었어."
박만석은 이 말을 듣고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도깨비도 외로웠던 것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서 장난을 쳤던 것이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더 거부당했던 것입니다. 박만석은 자신도 외로운 처지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머슴으로 살면서 친구 하나 없이, 가족도 없이, 매일 혼자 일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자는 삶. 어쩌면 자신과 도깨비는 비슷한 처지였던 것입니다.
박만석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습니다.
"그래, 미안하다. 그때 너무 화를 냈구나. 나도 요즘 생각해보니 네가 없어진 후로 좀 허전하더라."
이 말에 도깨비의 목소리가 확 밝아졌습니다.
"정말? 네가 날 그리워했어?"
박만석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습니다.
"그리워했다기보다는... 뭐랄까,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네 장난이 성가시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도깨비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헛간 안의 물건들이 저절로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박만석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야야, 흥분하지 마라. 물건들을 다시 내려놓아라."
물건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고마워. 네가 나를 받아줘서. 나는 오랫동안 혼자 있었거든. 수백 년을 이 산골에서 혼자 지냈어.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놀고 싶어서 나타나는데, 다들 무서워하더라고. 너는 처음으로 나한테 화를 내고 대화를 한 사람이야."
박만석은 도깨비의 사연을 듣고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수백 년을 외롭게 지냈다니, 자신의 십 년 외로움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세월이었습니다. 박만석이 물었습니다.
"그럼 너는 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냐? 모습을 드러내면 더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을 텐데."
도깨비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내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더 무서워해. 그래서 안 보여주는 거야.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해. 너는 내 모습을 보고 싶어?"
박만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아니,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네가 편한 대로 해라.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니까."
이 말에 도깨비는 깊이 감동했습니다. 그날 밤부터 박만석과 도깨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제 도깨비는 괴롭히는 장난이 아니라 도와주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박만석이 무거운 짐을 옮기면 보이지 않는 힘이 도와주었고,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으며, 추운 겨울밤에는 헛간이 따뜻했습니다. 박만석은 이제 도깨비와 매일 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낮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고, 도깨비는 산과 들에서 본 신기한 일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두 달이 지나자 박만석과 도깨비의 우정은 깊어졌습니다. 박만석은 이제 헛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외로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도 도깨비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저녁, 박만석이 헛간으로 돌아와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도깨비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무슨 일 있어? 오늘은 기운이 없어 보이네."
박만석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마을에서 혼례를 보았다.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총각이 장가를 가더라. 보기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처지가 서럽더라. 나는 이제 서른다섯인데 아직도 혼자다. 돈을 십 년이나 모았지만, 머슴인 나에게 시집올 처녀가 어디 있겠느냐."
도깨비는 한동안 조용했습니다. 그리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는 좋은 사람이야. 성실하고 착하고 정직하지. 그런 너에게 좋은 인연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돼."
박만석은 쓸쓸하게 웃었습니다.
"고맙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가난하고 신분이 낮으면 혼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야."
그날 밤, 도깨비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박만석의 혼자된 사연
며칠 후, 도깨비는 박만석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어? 부모님이나 형제는 없었어?"
박만석은 먼 산을 바라보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니, 원래는 가족이 있었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 하나. 우리 집은 가난했지만 그래도 행복했어.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고, 어머니는 바느질을 해서 돈을 벌었지. 나는 열다섯 살 때까지 그렇게 부모님 밑에서 자랐어."
박만석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습니다. 도깨비는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박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해 여름, 큰 홍수가 났어. 강물이 넘쳐서 마을 절반이 물에 잠겼지. 우리 집도 물에 잠겼고, 급히 피난을 가야 했어. 아버지가 나를 업고, 어머니가 여동생을 업고 도망쳤는데... 갑자기 둑이 무너지면서 물이 밀려왔어. 아버지가 나를 높은 곳에 밀어 올리셨고, 그 순간 물이 아버지를 덮쳤지. 어머니와 여동생도 물에 휩쓸려갔어."
박만석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도깨비는 말없이 박만석의 어깨에 보이지 않는 손을 얹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습니다. 박만석이 계속 말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혼자 살아남았어. 며칠 후 물이 빠지고 나서 가족들을 찾았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했어. 열다섯 살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남의 집 일을 해주는 것밖에 없었지. 그래서 머슴살이를 시작했고, 이십 년이 훌쩍 지나버렸어."
도깨비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동안 혼인할 기회는 없었어?"
박만석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몇 번 기회가 있긴 했어. 이십대 초반에 같은 마을에 살던 처녀가 나를 좋아해줬었지. 가난한 집 딸이었는데, 그 아이는 신분이나 재산 같은 걸 따지지 않았어. 하지만 그 아이 부모님이 반대했지. 당연한 일이었어. 누가 자기 딸을 머슴에게 시집보내고 싶겠어? 그 처녀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시집갔고, 나는... 그 후로는 혼인 생각을 접었어."
박만석의 이야기를 듣던 도깨비의 마음이 저며왔습니다. 자신이 수백 년 외로웠다고 생각했지만, 박만석의 외로움은 더 깊고 아팠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픔, 그리고 이십 년을 혼자 살아온 고독. 도깨비는 결심했습니다. 친구인 박만석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만석아, 내가 너를 도와주고 싶어. 네가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도록."
박만석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고맙지만 안 돼. 인연이라는 건 하늘이 정해주는 거야.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하지만 도깨비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도깨비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걸 할 수 있어. 물론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인연의 실을 연결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
박만석은 반신반의했지만 도깨비의 진심은 믿었습니다.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나한테 며칠만 시간을 줘.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그날 밤부터 도깨비는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인 도깨비는 마음껏 이 집 저 집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도깨비는 혹시 박만석과 어울릴 만한 처녀가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며칠을 돌아다닌 끝에, 도깨비는 한 집에서 멈췄습니다. 그 집에는 스물다섯 살의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처녀의 이름은 정실이었습니다.
정실은 어릴 때 얼굴에 화상을 입어 흉터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혼인을 못하고 집에서 바느질을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도깨비는 며칠 동안 정실을 지켜보았습니다. 정실은 마음씨가 착했고 부지런했으며 효심이 깊었습니다. 늙은 어머니를 모시며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이 박만석과 닮아 있었습니다. 도깨비는 생각했습니다. 이 둘은 서로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둘 다 겉모습보다 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 둘을 만나게 할 것인가? 박만석은 주인집 일로 바빴고, 정실은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도깨비는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리고 묘안을 떠올렸습니다. 도깨비는 박만석에게 돌아가 말했습니다.
"만석아, 내일 장날에 장에 가야 해."
박만석이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장에? 왜? 살 것도 없는데."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나를 믿고 가봐. 그리고 장터 입구 느티나무 아래에서 한 식경 정도 기다려봐."
※ 도깨비의 중매 작전
다음 날, 박만석은 도깨비의 말대로 장터로 향했습니다. 주인어른에게 오늘은 볼일이 있다고 말하고 나왔습니다. 장터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여기저기서 물건 파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박만석은 느티나무 아래로 가서 그늘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한 식경쯤 지났을까, 갑자기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기 봐. 저 처녀가 온다."
박만석이 고개를 돌리자, 한 처녀가 광주리를 들고 장터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처녀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걸어왔습니다. 왼쪽 볼에 화상 흉터가 있었지만 눈매는 따뜻하고 인상은 선했습니다. 박만석은 처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도깨비가 속삭였습니다.
"저 처녀 이름은 정실이야.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지. 너와 잘 맞을 거야."
박만석이 당황하며 말했습니다.
"야, 그래도 갑자기 어떻게..."
그때였습니다. 도깨비가 무언가를 했는지, 갑자기 정실이 들고 있던 광주리가 기울어지면서 안에 있던 물건들이 쏟아졌습니다. 실패, 바늘, 헝겊 조각들이 땅에 흩어졌습니다. 정실은 깜짝 놀라 쪼그려 앉아 물건들을 주웠습니다. 도깨비가 박만석을 밀었습니다.
"얼른 가서 도와줘!"
박만석은 머뭇거리다가 일어나 정실에게 다가갔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박만석은 땅에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 모았습니다. 정실은 놀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박만석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정실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만석은 물건들을 광주리에 담아주며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별일 아닙니다."
정실은 광주리를 받아들고 인사를 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습니다. 박만석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도깨비가 신나서 말했습니다.
"어때? 괜찮은 처녀지?"
박만석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음씨가 착해 보이더라. 하지만 내가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
도깨비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걱정 마. 내가 계획이 있어."
그날부터 도깨비는 본격적으로 중매 작전을 펼쳤습니다. 도깨비는 정실의 집에 가서 몰래 물건들을 감춰놓았습니다. 그러면 정실은 그것을 찾으러 이곳저곳을 다녀야 했습니다. 도깨비는 박만석에게도 이상한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물을 길어오라든지, 장작을 해오라든지, 약초를 구해오라든지 하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만석과 정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도록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마주치는 정도였습니다.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갔더니 정실도 와 있고, 산에 약초를 캐러 갔더니 정실도 약초를 캐고 있는 식이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서로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갑자기 비가 쏟아지게 만들어서 두 사람이 같은 정자에서 비를 피하게 했습니다. 그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정실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저를 자주 만나는 것 같은데, 혹시 같은 마을에 사시나요?"
박만석이 대답했습니다.
"네, 저는 동쪽 마을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정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박만석이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처녀께서는 어디 사시는지..."
정실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서쪽 마을에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집에서 바느질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그치고 헤어질 때, 박만석은 정실에게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건넸습니다. 정실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 밤, 박만석은 헛간에서 도깨비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네 덕분에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고맙다."
도깨비는 기뻐하며 대답했습니다.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더 열심히 도와줄게."
그 후로 한 달 동안 박만석과 정실은 자주 만났습니다. 도깨비의 도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스스로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박만석은 정실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했고, 정실은 박만석의 성실함과 따뜻함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받았지만, 서로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어느 날, 박만석은 용기를 내어 정실에게 말했습니다.
"정실 처녀, 저는 비록 가난한 머슴이지만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처녀와 함께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저와 혼인해주시겠습니까?"
정실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얼굴에 흉터가 있어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를 받아주시겠다니 감사합니다. 기꺼이 함께하겠습니다."
※ 박만석의 혼인과 도깨비의 작별 인사
박만석과 정실의 혼인이 결정되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가난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박만석은 십 년 동안 모은 돈이 있었고, 정실은 바느질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정실의 어머니도 박만석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성실하고 효심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본 것입니다. 주인어른도 박만석의 혼인을 축하하며 작은 집 한 채를 빌려주었습니다. 그 집에서 박만석과 정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혼인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그날 밤, 박만석은 헛간에서 도깨비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친구야, 모든 게 네 덕분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혼자 살았을 거야."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쓸쓸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도 네 덕분에 친구를 얻었어.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진짜 친구를 만났지. 고마워."
박만석이 물었습니다.
"혼인한 후에도 가끔 만날 수 있겠지?"
도깨비가 한참을 침묵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아니, 나는 이제 떠나야 해. 네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 내가 있을 자리는 없어. 그리고 그게 맞는 거야. 너는 이제 정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해."
박만석의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럼 다시는 못 만나는 건가?"
도깨비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언젠가 네가 나를 필요로 하면 나타날 수도 있지. 하지만 당분간은 안녕이야. 정실과 행복하게 살아. 그게 내 소원이야."
박만석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음에는 골칫거리였던 도깨비가 이제는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박만석이 말했습니다.
"너도 언젠가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외롭지 않게 지내길 바란다."
도깨비가 대답했습니다.
"걱정 마. 나는 네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게 나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니까."
혼인 당일이 되었습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혼례식이 치러졌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모여 축하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머슴과 흉터 있는 처녀의 혼인을 이상하게 보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진심을 보고는 모두 감동했습니다. 혼례가 끝나고 박만석은 신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정실은 수줍게 앉아 있었습니다. 박만석은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도깨비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친구야, 어디 있든 건강하게 잘 지내라. 너를 잊지 않을게."
그때 갑자기 창밖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도깨비불이었습니다. 그 불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천천히 멀어져 갔습니다. 박만석은 그것이 도깨비의 작별 인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실이 물었습니다.
"저게 뭐예요?"
박만석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작별 인사를 하고 가는 거예요."
그 후 박만석과 정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박만석은 열심히 일했고 정실은 바느질로 돈을 벌었습니다. 몇 년 후에는 귀여운 아들도 태어났습니다. 박만석은 가끔 밤하늘을 보며 도깨비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친구 덕분에 이런 행복을 얻게 되었다고.
세월이 흘러 박만석의 아들이 자라났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물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어떻게 어머니를 만나셨어요?"
박만석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아주 특별한 친구 덕분이란다. 그 친구는 처음에는 나를 많이 괴롭혔지만, 나중에는 내 인생을 바꿔준 고마운 친구였어."
아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 있어요?"
박만석이 하늘을 가리키며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저기 어딘가에서 다른 외로운 사람을 도와주고 있을 거야. 그 친구는 그런 마음씨를 가진 친구였단다."
그날 밤, 박만석은 오랜만에 도깨비 이야기를 정실에게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정실은 놀라며 말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도깨비에게 정말 감사해야겠어요."
두 사람은 작은 제사상을 차려 도깨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날 밤, 멀리 산속에서 작은 도깨비불이 반짝였습니다. 도깨비는 여전히 그곳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도깨비는 행복한 박만석과 정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잘 살아라, 내 친구야. 너희가 행복한 모습을 보니 나도 행복하구나."
이렇게 장난꾸러기 도깨비와 가난한 머슴의 이야기는 아름답게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괴롭힘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진실한 우정으로 변했고, 그 우정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도깨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가 행복해지는 것을 도왔기 때문입니다. 박만석도 더 이상 외롭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고, 마음속에는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친구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겉모습과 신분을 넘어선 진정한 우정과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말입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도깨비와 머슴 박만석의 이야기는 조선시대에 전해져 내려온 따뜻한 야담입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사람을 괴롭히던 도깨비가 진정한 우정을 통해 변화하고, 결국 친구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줍니다. 진정한 친구란 겉모습이나 신분을 따지지 않고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선입견 없이 상대를 대할 때 뜻밖의 아름다운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박만석과 정실, 그리고 도깨비 모두 세상에서 외면받았지만 서로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에서 어떤 감동을 받으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다음에도 재미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