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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와 바꾼 내 얼굴, 그날 밤 무슨 일이… 《이향견문록》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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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00자)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김 서방이 도깨비와 마주쳤습니다. 도깨비는 기묘한 제안을 했죠. '당신의 못생긴 얼굴과 나의 잘생긴 얼굴을 바꿔보지 않겠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본 김 서방은 경악했습니다.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이향견문록》에 실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상인 김 서방이 도깨비와 만나 얼굴을 바꾸게 되면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그렸습니다. 외모에 대한 욕망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와 교훈을 담은 조선시대 야담의 진수를 만나보세요. 성우진의 실감나는 연기로 생생하게 재현된 오디오 드라마로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 김 서방의 외모 콤플렉스와 도깨비와의 첫 만남

    조선 후기, 한양의 번화한 종로 시장 한복판에서 천을 파는 상인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김덕보였다. 사람들은 그를 김 서방이라 불렀는데, 그에게는 한 가지 큰 고민이 있었다. 바로 하늘이 내린 못생긴 얼굴이었다.
    김 서방의 얼굴은 정말이지 볼품없었다. 이마는 좁고 울퉁불퉁했으며, 코는 누군가 주먹으로 한 대 친 듯 납작했다. 입은 비뚤어져 있고, 턱은 뾰족하게 나와 있어 마치 두꺼비를 닮았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어이, 김 서방! 오늘은 또 어떤 비단을 가져왔소?"
    단골 부인네가 다가오며 말했지만, 김 서방의 얼굴을 보자마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김 서방은 이런 반응에 익숙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다.
    "좋은 명주실로 짠 비단이옵니다. 부인께서 입으시면 더욱 아름다워 보이실 것이오."
    김 서방은 늘 그렇듯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는 비록 못생겼지만 마음씨는 착했고, 장사도 정직하게 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겉모습을 먼저 보는 법이었다.
    "글쎄요... 값은 얼마나 되오?"
    부인은 비단을 만져보며 물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김 서방의 얼굴에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결국 그녀는 "다음에 다시 보겠소"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갈 무렵, 김 서방은 하루 종일 겨우 몇 필의 천만 팔고 가게 문을 닫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냇가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흉측했다.
    "아, 내가 만약 잘생긴 얼굴을 가졌다면... 장사도 더 잘 되고, 사람들도 나를 좋아했을 텐데..."
    김 서방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돌멩이를 던져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날 밤, 김 서방은 잠이 오지 않아 이불 속에서 뒤척였다. 오늘도 못생긴 얼굴 때문에 받은 차가운 시선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약 신이 있다면, 하루만이라도 잘생긴 얼굴로 살아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왔다.
    다음 날도 장사는 신통치 않았다. 김 서방은 기분이 울적해져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길 건너편 주막으로 향했다. '취선루'라는 이름의 이 주막은 하급 상인들과 떠돌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
    "주모, 탁주 한 사발 주시오."
    김 서방이 구석진 자리에 앉아 술을 청하자, 주모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돈부터 내놓으시오. 외상은 안 된다고 몇 번 말씀드렸소?"
    김 서방은 얼굴이 빨개지며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탁자에 놓았다. 주모는 돈을 확인한 후에야 탁주를 가져왔다.
    주막 안은 시끄러웠다. 장사꾼들이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들어대고, 술에 취한 사람들이 고성방가를 하고 있었다. 김 서방만 홀로 구석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자 김 서방은 혼자 남아 계속 술을 마셨다. 평소보다 많이 마신 탓에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술잔을 놓을 수 없었다.
    "아이고, 인생이 뭐 이리 팍팍한지..."
    김 서방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맞은편 자리에 누군가 앉는 기척이 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상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 사내는 키가 크고 옷차림이 독특했다. 검은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천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얼굴은 평범해 보였지만, 눈동자가 이상하게 빛났다.
    "혼자 마시고 계시는군요. 외로워 보이시는데, 제가 함께 마셔도 될까요?"
    사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묘한 울림이 있었다. 김 서방은 술에 취해 있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그냥 지나가던 나그네입니다. 김 서방님의 한숨소리가 너무 깊어서 걸음을 멈추게 되었네요."
    사내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김 서방은 궁금했지만, 술 취한 머리로는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

    ※ 기묘한 거래, 얼굴을 바꾸자는 도깨비의 제안과 거래 성사

    "아, 그러시오... 그럼 함께 한잔 하시지요."
    김 서방이 술잔을 건네자,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받았다. 그런데 그 미소가 묘하게 섬뜩했다.
    사내는 술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술을 마신 후에도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눈빛이 더욱 또렷해졌다.
    "김 서방님, 평생 그 얼굴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사내의 말에 김 서방은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그걸 아시오?"
    "보면 알 수 있지요. 당신의 눈에는 깊은 한이 서려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은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요."
    사내의 말이 너무나 정확해서 김 서방은 할 말을 잃었다. 술 취한 상태에서도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 서방님. 만약 그 얼굴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얼굴을 바꾼다고요?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소?"
    김 서방이 비웃듯 말하자, 사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의외로 많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일 말이지요."
    사내가 손을 흔들자 갑자기 주막 안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이 모두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김 서방이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도깨비라고 부르는 존재지요."
    "도... 도깨비라고요?"
    김 서방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아마도 술 때문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입니다. 그동안 많은 인간들을 만났는데, 당신처럼 간절한 소망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보는군요."
    도깨비는 손가락을 튕기자 다시 주막 안에 소음이 돌아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도깨비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제가 왜 당신 앞에 나타났는지 아십니까? 당신의 간절한 소망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그... 그렇다면 정말로 제 얼굴을 바꿔줄 수 있다는 말이오?"
    김 서방의 눈에 희망의 빛이 번졌다.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무엇을 원하시오? 돈이라면... 비록 많지는 않지만..."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저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거든요."
    도깨비가 고개를 저으며 계속 말했다.
    "대신 이런 건 어떨까요? 서로의 얼굴을 바꾸는 겁니다."
    "서로의 얼굴을 바꾼다고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제 얼굴을 가지고, 저는 당신의 얼굴을 가지는 거지요. 어차피 저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으니까, 못생긴 얼굴이어도 상관없습니다."
    김 서방은 잠시 망설였다. 그런데 도깨비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준수했다. 비록 평범해 보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얼굴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지만... 도깨비의 얼굴을 가지면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겉모습만 바뀔 뿐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김덕보이고, 저는 여전히 도깨비입니다. 단지 얼굴만 서로 바뀌는 것이지요."
    도깨비의 설명에 김 서방은 점점 마음이 기울었다. 평생을 못생긴 얼굴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제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바뀌어 있는 거요?"
    "그건 당신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언제든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으면 저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단, 하루는 지나야 합니다. 그것이 약속의 조건이거든요."
    도깨비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김 서방은 술 취한 기세도 있고, 평생의 한을 풀 수 있다는 생각에 도깨비의 손을 잡았다.
    "좋습니다! 해보지요!"
    도깨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김 서방의 손을 꽉 잡았다. 그 순간 김 서방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정신을 잃었다. 주막 안의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면서 김 서방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충격의 아침, 바뀐 얼굴을 발견하는 김 서방

    김 서방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온몸이 무겁고 입안이 바싹 말랐다.
    "아이고, 머리야..."
    그는 신음하며 일어나려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평소보다 몸이 가벼운 것 같았고, 목소리도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숙취 때문에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김 서방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물동이로 향했다. 찬물로 얼굴을 씻으려고 물을 떠서 얼굴에 끼얹었다. 시원한 물이 얼굴에 닿자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젯밤에 뭔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어렴풋이 도깨비가 나오는 꿈이 기억났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물동이 옆에 있는 놋쇠 거울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본 순간, 김 서방은 거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이게 뭐야?"
    거울에 비친 것은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납작한 코도, 비뚤어진 입도, 울퉁불퉁한 이마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평범하지만 단정한 얼굴이 거기 있었다.
    김 서방은 황급히 떨어진 거울을 주워 들고 다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분명히 다른 사람의 얼굴이었다. 어젯밤 주막에서 만난 그 사내의 얼굴이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정말로 도깨비였어!"
    그제야 어젯밤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도깨비와의 만남, 얼굴을 바꾸자는 제안, 그리고 손을 잡았던 순간까지.
    김 서방은 거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살펴보았다. 코는 반듯하고, 입은 바르며, 이마도 넓고 깨끗했다. 전체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김 서방에게는 꿈같은 얼굴이었다.
    "정말... 정말로 바뀌었구나!"
    그는 기쁨에 겨워 방 안을 뛰어다녔다. 평생 소원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아도 되고, 얼굴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김 서방은 서둘러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섰다. 길을 걷는데도 기분이 달랐다. 평소 같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을 텐데, 이제는 당당하게 걸을 수 있었다.
    시장에 도착하자 김 서방은 가게 문을 열고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에 찼다.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열었는데도 벌써 몇 명의 손님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 저분은 처음 보는 분인데?"
    한 부인이 김 서방을 보며 중얼거렸다. 김 서방은 잠깐 당황했다. 얼굴이 바뀌었으니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저는 김덕보라고 합니다."
    "김덕보? 그 못생긴 천 장수 김 서방 말씀이세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부인의 말에 김 서방은 더욱 당황했다. 자신이 김덕보라고 말했는데도 믿지 않는 것이었다.
    "제가 바로 그 김덕보입니다. 어... 그런데 많이 달라 보이나요?"
    "달라 보이긴요! 하늘과 땅 차이지요! 김 서방은 정말 못생겼는데, 당신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네요."
    부인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김 서방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가버렸다.
    잠시 후 단골 손님인 박 부인이 지나가다가 김 서방의 가게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 김 서방은 어디 가고 다른 분이 장사를 하고 계시네요?"
    "아, 박 부인! 저예요, 김덕보요!"
    김 서방이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 부인은 더욱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김덕보라고요?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김 서방은 정말 못생겼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정말 저예요! 어제 부인께서 명주 비단을 보러 오셨잖아요. 그때 값을 묻더니 다음에 다시 보겠다고 하셨잖아요!"
    김 서방이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자, 박 부인은 깜짝 놀랐다.
    "어머! 정말로 김 서방이세요? 그런데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 달라졌어요?"
    "그게... 설명하기 좀 복잡한 일이 있었습니다."
    김 서방은 얼버무렸다. 도깨비와 얼굴을 바꿨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박 부인은 한동안 김 서방을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말했다.
    "어쨌든 얼굴이 좋아지셨네요. 그럼 이제 장사도 더 잘 되겠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네요. 하룻밤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박 부인이 가고 나자, 김 서방은 새로운 문제를 깨달았다. 얼굴이 바뀌었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예상치 못한 시련, 새로운 얼굴로 인한 문제들

    며칠이 지나자 김 서방은 새로운 얼굴의 장점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예전보다 훨씬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젊은 아가씨들도 가게 앞을 지나갈 때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사가 눈에 띄게 잘 되었다.
    "김 서방, 정말 얼굴이 좋아지시니까 장사도 잘 되시는군요!"
    단골 손님들은 신기해하면서도 김 서방의 변화를 반겨주었다. 김 서방은 우쭐해져서 평소보다 더 당당하게 장사를 했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김 서방이 가게에서 천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낯선 사내 둘이 가게로 들어왔다.
    "김덕보가 바로 너냐?"
    사내들의 말투가 험악했다. 김 서방은 불안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오?"
    "네놈이 우리 누이동생을 꾀어낸 놈이구나!"
    "예? 누이동생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요?"
    김 서방은 당황했다. 자신은 어떤 여자를 꾀어낸 적이 없었다.
    "시치미 떼지 마라! 우리 춘화가 네놈을 보고 반해서 집에 들어와서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사내 중 하나가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김 서방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는 춘화라는 분을 알지도 못합니다!"
    "거짓말 마라! 어제 우리 누이가 이 가게에 와서 네놈과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제야 김 서방은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예쁜 아가씨가 가게에 와서 비단을 구경하며 자꾸 웃음을 지었던 일 말이다. 그때는 손님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분이 저에게... 반했다고요?"
    "그렇다! 그래서 우리한테 중매를 서달라고 조르고 있다! 그런데 네놈 같은 천한 장사꾼에게 우리 누이를 시집보낼 순 없다!"
    김 서방은 어이가 없었다. 예전에는 얼굴 때문에 여자들이 피했는데, 이제는 얼굴 때문에 이런 곤란한 일이 생긴 것이다.
    "정말 오해입니다! 저는 그분에게 그런 뜻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우리 누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네놈이 책임져야 한다! 아니면..."
    사내가 허리춤에서 칼자루를 만지작거렸다. 김 서방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그때 시장의 다른 상인들이 소란을 듣고 달려왔다. 사내들은 "이번만 넘어간다"며 가게를 나갔지만, 김 서방은 한동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어떤 아가씨는 김 서방을 보고 반해서 집에서 밥도 안 먹는다며 부모가 찾아왔고, 또 다른 집에서는 딸이 김 서방과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며 항의하러 왔다.
    "이게 뭔 일이야... 예전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더니, 이제는 너무 관심을 받아서 탈이네."
    김 서방은 한숨을 쉬었다. 좋은 얼굴을 가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김 서방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내들이 나타났다.
    "김덕보! 이제야 만났구나!"
    그들은 며칠 전 가게에 왔던 춘화의 오빠들이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우리 누이가 네놈 때문에 밥도 안 먹고 있다! 책임져라!"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그럼 우리 누이와 결혼해라!"
    "그건 안 됩니다! 저는 아직 장가갈 생각이..."
    "그럼 죽어라!"
    사내들이 몽둥이를 들고 덤벼들었다. 김 서방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골목길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간신히 도망친 김 서방은 집에 돌아와서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어. 차라리 원래 얼굴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예상치 못한 시련 2, 새로운 얼굴로 인한 문제들 2

    다음 날 아침, 김 서방은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집에 숨어있었다. 어젯밤 일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를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었다. 결국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조심스럽게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가게 앞에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김 서방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저기 김덕보가 온다!"
    누군가 소리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화난 표정이 아니라 기대에 찬 얼굴들이었다.
    "김 서방! 우리 딸과 결혼해주세요!"
    "아니야! 우리 딸이 먼저야!"
    "김 서방님, 우리 집 사위가 되어주시면 논밭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자기 딸과 결혼하라며 아우성이었다. 김 서방은 어리둥절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협박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사위로 맞고 싶다고 난리였다.
    "여러분, 잠깐만요! 저는..."
    "김 서방님, 우리 춘화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춘화의 아버지가 나타났다. 어제 아들들이 김 서방을 위협했던 바로 그 집이었다.
    "어제는... 오빠들이 저를 위협했는데요?"
    "아, 그건 젊은 놈들이 성급해서 그런 거고요. 우리는 김 서방님을 사위로 맞고 싶습니다!"
    김 서방은 정신이 없었다. 하루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소문이 났어요! 김 서방님이 천 장사지만 사실은 양반 집안 출신이고, 과거에 급제할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요!"
    김 서방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에 대한 온갖 헛소문이 퍼진 것이었다.
    "그런 소문은 다 거짓말입니다!"
    "겸손하지 마세요! 얼굴만 봐도 범상한 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은 김 서방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하다며 더욱 좋아했다.
    그때 관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동네 이방이었다.
    "김덕보는 어디 있소?"
    "여기 있습니다!"
    사람들이 김 서방을 가리켰다. 이방이 김 서방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대로 인물이 훌륭하군. 현감님께서 부르신다. 따라오시오."
    "현감님이 저를요? 무슨 일로요?"
    "현감님의 딸 혼사 건으로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하시오."
    김 서방은 기절할 뻔했다. 이제 현감의 딸까지 자신과 결혼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아, 아닙니다! 저는 그런 신분이 아닙니다!"
    "겸손하지 마시고 어서 따라오시오. 현감님이 기다리고 계시오."
    이방은 김 서방의 말을 듣지 않고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 김 서방은 도망쳤다.
    "이 사람들이 다 미쳤나?"
    김 서방은 숨이 차도록 뛰어서 한적한 곳에 숨었다. 새로운 얼굴 때문에 이제는 온 동네가 들썩이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며칠 후 김 서방이 조심스럽게 가게를 열었는데, 포도청의 관리들이 찾아왔다.
    "김덕보, 네가 바로 그 놈이냐?"
    "무... 무슨 일이시오?"
    "한성부윤의 첩이 너를 보고 반해서 도망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따라와라!"
    김 서방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제는 한성부윤의 첩까지 자신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그런 분을 본 적도 없어요!"
    "변명 말고 따라와라! 한성부윤께서 직접 심문하신다!"
    관리들이 김 서방을 끌고 가려 하자, 김 서방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관리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김 서방은 간신히 도망쳤지만, 이제는 관에서도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야. 도깨비를 다시 만나야 해!"
    김 서방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얼굴이 가져다준 것은 행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 원래대로, 교훈을 깨닫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그날 밤, 김 서방은 다시 취선루 주막을 찾았다. 도깨비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과연 한 시각쯤 지나자 그 낯익은 사내가 나타났다.
    "어? 벌써 저를 찾으시는군요. 새 얼굴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도깨비는 김 서방의 원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도깨비가 하니까 그 못생긴 얼굴도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너무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 서방은 며칠간 겪은 모든 일들을 도깨비에게 털어놓았다. 여자들이 자꾸 반한다는 것, 그 때문에 가족들이 찾아와서 결혼을 강요한다는 것, 심지어 현감과 한성부윤까지 관련된 일이 벌어졌다는 것까지.
    도깨비는 김 서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를 잡고 웃었다.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군요. 못생긴 얼굴 때문에 고생하더니, 이제는 잘생긴 얼굴 때문에 더 큰 고생을 하는군요."
    "웃을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관에서도 저를 쫓고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도깨비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김 서방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원래 얼굴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발요!"
    "정말입니까? 다시 못생긴 얼굴로 돌아가면 예전처럼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데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김 서방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요?"
    "이제 깨달았습니다. 진짜 문제는 제 얼굴이 아니라 제 마음이었어요."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깨달음이군요. 계속 말해보세요."
    "저는 못생긴 얼굴 때문에 모든 게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얼굴이 바뀌고 나서도 문제는 계속 생겼어요. 외모는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외모라는 것은 때로는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큰 짐이 되기도 하지요."
    김 서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새로운 얼굴을 가진 후에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더 당당해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런 변화는 얼굴 때문이 아니라 제 마음에서 나온 거였어요."
    도깨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현명한 깨달음입니다. 진짜 아름다움과 매력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네, 이제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제 원래 얼굴을 가지고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도깨비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원래대로 돌아갑시다. 하지만 한 가지 약속해주세요."
    "무엇을요?"
    "자신감과 당당함을 잃어버리지 마세요.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이번 경험에서 얻은 진짜 보물입니다."
    "약속드립니다!"
    김 서방이 도깨비의 손을 잡자, 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아침, 김 서방은 거울을 보며 웃었다. 거기에는 평소의 못생긴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미워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게 내 진짜 얼굴이야. 그리고 이 얼굴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
    김 서방은 당당하게 가게 문을 열었다. 첫 손님으로 박 부인이 왔다.
    "어? 김 서방, 얼굴이 또 원래대로 돌아왔네요?"
    "네, 이게 제 진짜 얼굴입니다."
    "그런데 뭔가 달라 보이네요. 예전보다 자신 있어 보이고, 밝아 보여요."
    김 서방은 환하게 웃었다. 도깨비의 말이 맞았다. 진짜 중요한 건 얼굴이 아니라 마음가짐이었다.
    그날부터 김 서방은 원래 얼굴을 가지고도 예전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았다. 자신감 있는 태도와 밝은 웃음 때문에 사람들이 더 좋아해주었고, 장사도 잘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유튜브 엔딩멘트

    조선시대 《이향견문록》의 이 놀라운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줍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과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깨닫게 해주죠. 김 서방처럼 우리도 겉모습에 얽매이지 말고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더욱 스릴 넘치는 도깨비 이야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깨비와의 위험한 내기, 목숨을 걸어야 했다"편에서는 한 욕심 많은 상인이 도깨비와 벌이는 생사를 건 승부를 다룰 예정입니다. 과연 인간의 지혜가 도깨비의 꾀를 이길 수 있을까요? 궁금하시다면 구독 버튼과 알림 설정을 눌러주세요!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