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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와 장님 처녀의 우정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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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50자 내외)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던 순이가 어느 날 산에서 만난 도깨비 토방이와 함께 펼치는 놀라운 모험 이야기입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이의 순수함이 도깨비의 마음을 움직였고, 둘의 우정은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기적을 가져다줍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깊은 감동과 함께, 마지막에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따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앞을 보지 못하는 처녀 순이와 착한 마음을 가진 도깨비 토방이의 우정을 그린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이의 지혜와, 인간을 도우며 선행을 실천하는 도깨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과 우정의 가치를 전합니다. 시니어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함과 희망을 전해드릴 힐링 스토리로, 옛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교훈적인 메시지와 함께 모든 등장인물이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 앞 못 보는 처녀의 슬픈 현실

    조선 중기, 경상도 안동 근처의 작은 마을에 순이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스물두 살의 순이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밝고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순이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에이, 또 순이가 지나간다. 저런 애를 누가 시집보내려고 할까?"
    "쯧쯧, 불쌍하긴 하지만 집안에 저런 애가 있으면 가문이 더러워진다고 하던데..."
    마을 아낙네들의 수군거림이 순이의 귀에 들렸지만, 순이는 아무 내색 없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깊은 상처가 새겨지고 있었다.
    순이의 하루는 새벽 닭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아버지 춘보가 농사일을 나가기 전에 순이는 이미 일어나 부엌에서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순아, 또 이렇게 일찍 일어났구나." 춘보가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 없는데..."
    "아버지, 제가 비록 눈은 못 보지만 손과 발은 멀쩡하잖아요. 이 정도 일은 저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순이가 밝게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춘보의 마음은 무거웠다. 아내를 일찍 여의고 혼자서 딸을 키워왔는데, 순이가 이렇게 착하고 부지런한데도 마을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더욱이 순이의 나이가 이미 스물두 살이 되어 혼담이 나와야 할 때인데, 아무도 장님인 순이를 며느리로 맞으려 하지 않았다.
    "순아, 아버지가 미안하다. 네가 이렇게 된 것이 다 아버지 팔자가 사나워서인가 보다."
    "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아버지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어요. 비록 눈은 못 보지만 제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예민한 귀와 손이 있잖아요."
    실제로 순이는 남들이 놀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발소리만 들어도 누가 오는지 알 수 있었고, 손으로 만져보기만 해도 물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바느질 솜씨는 마을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오후가 되자 순이는 늘 하던 대로 빨래를 들고 개울가로 향했다.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순이의 모습을 본 마을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장님 순이 왔다! 장님 순이!"
    "야, 순이야! 여기 돌멩이 있으니까 조심해!"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외침에 순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에게는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개울가에 도착한 순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빨래를 시작했다. 찬 물에 손을 담그며 정성스럽게 옷을 비비는 순이의 모습에는 슬픔보다는 의연함이 묻어났다.
    "하느님,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몸으로 태어났을까요?" 순이가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원망하지는 않겠어요. 다만 아버지에게만은 짐이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순이는 서둘러 빨래를 주워 담았지만,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아이고, 비가 이렇게 갑자기..." 순이가 당황해하며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려는 순간, 발을 헛디뎌 개울에 빠질 뻔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따뜻한 손이 순이의 팔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그 손의 주인은 말이 없었다.
    "고맙습니다. 누구세요?" 순이가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순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분명히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었는데,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이날부터 순이의 평범했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 산에서 만난 도깨비 토방이

    며칠 후, 순이는 아버지를 위해 산나물을 캐러 뒷산으로 올라갔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순이는 냄새와 감촉으로 어떤 나물이 좋은지 정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더덕, 도라지, 고사리... 순이의 손끝에서 하나둘 좋은 나물들이 광주리에 담겨갔다.
    "이 정도면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야." 순이가 만족스럽게 중얼거리며 일어서려던 순간, 갑자기 발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 순이가 무릎을 짚고 일어서려 하는데, 어디선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아파라... 누가 내 다리를 밟고 지나가는 거야?"
    순이가 깜짝 놀라 그 쪽을 향해 돌아봤다. "죄송해요! 정말 몰랐어요. 다치셨나요?"
    "아, 이거 참... 사람이었구나." 그 목소리의 주인이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괜찮아. 어? 그런데 너 혹시..."
    "네, 저는 앞을 못 봐요. 그래서 실수를 했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그 목소리의 주인이 다시 말했다.
    "아, 그렇구나. 미안해. 내가 길에 대충 누워있었나 보네. 나도 잘못했어."
    순이는 그 상대방의 따뜻한 말투에 마음이 놓였다. "저는 순이라고 해요. 마을에서 산나물을 캐러 올라왔어요."
    "아, 나는... 음... 토방이라고 해. 이 산에서 살고 있어."
    토방이라는 이름이 조금 특이했지만, 순이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무시하거나 동정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고마웠다.
    "토방이씨는 이 산에서 뭘 하며 사세요?"
    "음... 그냥 이것저것 하면서 살아. 나무도 가꾸고, 동물들도 돌보고... 그런데 너는 혼자 이런 깊은 산까지 올라와도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순이가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저는 이 산길을 어릴 때부터 다녔거든요. 비록 눈은 못 보지만 냄새와 소리로 길을 찾을 수 있어요."
    토방이는 순이의 말을 듣고 깊이 감동했다. 사실 토방이는 이 산에 사는 도깨비였다. 수백 년간 혼자 살아온 외로운 도깨비였는데, 인간들을 만나면 항상 무서워하거나 도망쳤다. 하지만 순이는 달랐다.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순이야, 혹시 내가 너 산나물 캐는 것 좀 도와줘도 될까? 나는 이 산의 어느 곳에 좋은 나물이 있는지 잘 알거든."
    "정말요? 그럼 정말 고맙겠어요!"
    토방이는 순이를 데리고 산 곳곳을 다니며 최고급 산나물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신기하게도 토방이가 알려준 곳에는 정말 좋은 나물들이 많았다.
    "와, 이 도라지 정말 크네요! 이런 건 처음 만져봐요." 순이가 신이 나서 말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저기 위쪽에 가면 더 좋은 것들이 많이 있어."
    두 사람은 산나물을 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방이는 순이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점점 마음이 끌렸고, 순이는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친구처럼 대해주는 토방이가 고마웠다.
    "토방이씨, 저와 친구가 되어주시겠어요?" 순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토방이는 가슴이 뭉클했다.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친구라는 말을 들었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 친구하자."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순이는 산나물로 가득 찬 광주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토방이는 조심스럽게 순이를 마을 어귀까지 배웅해주었다.
    "내일도 또 올 거야?" 토방이가 아쉬운 듯 물었다.
    "네! 내일도 오겠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토방이씨."
    순이가 사라진 후, 토방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참 특별한 아이구나. 눈은 못 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맑고 아름다워. 이런 친구를 만나다니..."
    그날 밤 토방이는 처음으로 행복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순이도 오랜만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며 아버지에게 산나물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었다. 둘의 아름다운 우정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 서로를 이해하며 쌓아가는 신뢰

    그날 이후 순이는 매일같이 산으로 올라갔다. 겉으로는 산나물을 캐러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토방이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토방이 역시 순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순이야, 오늘은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토방이가 순이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순이는 평소와 달리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실은... 오늘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무슨 말?"
    "제가 매일 산에 올라간다고 수상하다는 거예요. 혹시 산신령이라도 홀린 게 아니냐고..." 순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리고 저 때문에 아버지도 마을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고 해요."
    토방이는 가슴이 아팠다. 자신이 도깨비라는 사실을 순이가 알면 어떨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순이야, 그런 말은 신경 쓰지 마.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해?"
    "토방이씨는 정말 좋은 분인데...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할까요?"
    토방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했다. 순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짓으로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순이야, 사실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
    "뭔데요?"
    "나는... 사실 사람이 아니야. 나는 도깨비야."
    순이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줄 알았어요."
    "뭐? 알았다고?"
    "토방이씨는 걸음소리가 좀 특이해요. 그리고 냄새도 사람과는 달라요.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요? 토방이씨는 저에게 친절하고 좋은 분인걸요."
    토방이는 감동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순이가 고마웠다.
    "무섭지 않아? 나는 도깨비인데..."
    "무서울 게 뭐 있어요? 토방이씨는 저를 도와주고 친구가 되어주었는데요. 도깨비든 사람이든 상관없어요."
    이날부터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토방이는 자신의 도깨비 능력을 이용해 순이를 더 많이 도와주었다. 비가 올 때는 미리 알려주고, 길이 험할 때는 안전한 길을 안내해주었다.
    어느 날, 순이가 평소보다 늦게 산에 올라왔다. 토방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아버지가 아프셔서요. 열이 많이 나시는데 약을 지을 돈이 없어서..."
    토방이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순이야, 잠깐만 기다려봐."
    토방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얼마 후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신기한 약초가 들려 있었다.
    "이걸 달여서 아버지께 드려봐.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이게 뭐예요?"
    "이 산 깊은 곳에만 자라는 특별한 약초야. 열을 내리는 데 아주 좋아."
    순이는 고맙다며 약초를 받았다. 과연 그 약초로 달인 약을 먹고 춘보의 열이 말끔히 내렸다.
    "순아, 이 약은 어디서 구했냐? 정말 신기하구나."
    "산에서 알게 된 분이 주셨어요."
    춘보는 딸이 산에서 만난 그 사람이 궁금했지만, 순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며칠 후, 순이가 토방이에게 물었다. "토방이씨, 혹시 제가 뭔가 도움이 될 일은 없을까요? 항상 받기만 해서 미안해요."
    토방이가 웃으며 답했다. "순이야, 너는 이미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줬어."
    "뭔데요?"
    "우정이야. 나는 수백 년 동안 혼자 살았는데, 너 덕분에 처음으로 친구라는 걸 알게 됐어.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겠어?"
    순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저도 그래요. 토방이씨를 만나고 나서 세상이 훨씬 아름답게 느껴져요."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갔다. 하지만 곧 그들의 우정이 더 큰 시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

    ※ 가뭄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한여름이 되자 예상치 못한 재앙이 마을을 덮쳤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논밭이 바짝 말라갔고, 설상가상으로 괴질까지 돌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을까... 벌써 열흘째 비가 안 오는구나." 이장 김진사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진사님, 그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온 마을에 돌고 있는 이 괴질입니다." 마을의 유지 박서방이 걱정스럽게 답했다. "벌써 열 집이 넘게 병자가 생겼는데, 의원도 어쩌지 못하고 있어요."
    실제로 마을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우물은 바닥이 드러났고, 채소밭의 작물들은 시들어 죽어갔다. 거기에 열병과 설사를 동반하는 괴질까지 돌아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순이네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버지 춘보가 또다시 앓아눕게 되었고, 이번에는 평소보다 훨씬 심각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순이가 춘보의 이마에 찬 수건을 올려드리며 물었다.
    "순아... 아버지는 괜찮으니까 너나 조심해라. 이 병이 옮는 병이라는데..." 춘보가 기침을 하며 힘없이 말했다.
    순이는 눈물을 참으며 아버지를 간병했다. 하지만 집안에 제대로 된 약재도 없고, 마을의 의원마저 병에 걸려 누워있는 상황이었다.
    그날 오후, 순이는 토방이를 만나러 산에 올라갔다. 평소와 달리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순이를 본 토방이는 금세 상황을 알아챘다.
    "순이야, 무슨 일이야?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데?"
    "토방이씨... 마을에 큰일이 났어요." 순이가 울먹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아버지도 다시 아프시고, 마을 사람들도 모두 고생하고 있어요. 이대로는 정말 큰일날 것 같아요."
    토방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들었다. 사실 그도 마을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도깨비로서 자연의 변화에 민감했기 때문에 이 가뭄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순이야, 나도 마을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도깨비라고 알면 오히려 더 무서워할 텐데..."
    "토방이씨,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순이가 간절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토방이씨가 도깨비든 뭐든 상관없어요. 도와주세요."
    토방이는 순이의 간절한 부탁에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냥 작은 산도깨비인데..."
    "토방이씨는 특별한 약초도 아시고, 날씨 변화도 미리 아시잖아요.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토방이는 고민에 빠졌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할아버지 도깨비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산신령에게 간절히 빌고 정성을 다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순이야, 혹시 정말로 마을을 구하고 싶다면... 위험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어."
    "어떤 방법이에요?"
    "이 산 정상에 있는 산신각에서 정성껏 빌어야 해. 하지만 그 길은 너무 험하고 위험해. 특히 너에게는..."
    순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토방이씨와 함께라면 못 갈 길이 없어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요."
    토방이는 순이의 용기에 감동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걱정하는 순이의 마음이 고마웠다.
    "알았어. 그럼 내일 새벽에 만나자. 산신각까지 가려면 하루 종일 걸릴 거야."
    그날 밤 순이는 아버지를 돌보며 밤을 새웠다. 춘보의 열은 더욱 심해졌고, 마을 곳곳에서는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제가 꼭 마을을 구해올게요. 그러니까 버티고 계세요." 순이가 춘보의 손을 꼭 잡으며 다짐했다.
    새벽이 되자 순이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토방이는 이미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됐어, 순이야?"
    "네, 갑시다."
    두 사람은 이른 새벽부터 험난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마을을 구하기 위한 위험천만한 모험의 시작이었다.

    ※ 순이와 토방이의 협력으로 마을 구하기

    산신각으로 가는 길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했다. 가파른 바위길, 가시덤불이 우거진 숲길, 그리고 발 하나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절벽길까지... 평소 같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길이었다.
    "순이야, 여기서 내 손을 꼭 잡아. 앞에 큰 바위가 있어." 토방이가 조심스럽게 순이를 안내했다.
    "고마워요, 토방이씨. 정말 위험한 길이네요." 순이가 숨을 헐떡이며 답했다.
    하지만 순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토방이를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토방이 역시 평소보다 몇 배로 신경을 쓰며 순이를 도왔다.
    오후 무렵, 두 사람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큰 바위 그늘에 앉아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는데, 갑자기 토방이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순이야, 조용히 해. 무언가 이상해."
    "왜요? 무슨 일이에요?"
    "산짐승들이 이상하게 행동해. 평소라면 이 시간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들이 뛰어다녀야 하는데... 너무 조용해."
    과연 토방이의 말이 맞았다. 순이도 평소보다 산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멀리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이야, 내 뒤로 와. 호랑이야."
    순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도망갈 곳도 없었다. 호랑이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토방이씨, 어떻게 해요?"
    토방이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도깨비의 힘을 써야 할 때였다. 하지만 순이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순이야, 내가 뭘 하든 놀라지 마. 그리고 절대 움직이지 마."
    토방이는 호랑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도깨비의 능력을 이용해 호랑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호랑이야, 우리는 산신님을 뵙기 위해 올라가는 길이다. 방해하지 말고 비켜달라."
    호랑이는 잠시 토방이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비켜주었다. 순이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토방이씨,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호랑이가 말을 들었죠?"
    "음... 운이 좋았나 봐. 자, 이제 계속 가자."
    해가 질 무렵, 드디어 두 사람은 산신각에 도착했다. 오래된 나무로 지어진 작은 건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신성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기가 산신각이에요?" 순이가 물었다.
    "응, 여기야. 자, 이제 정성껏 빌어보자."
    두 사람은 산신각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산신님, 부디 저희 마을을 구해주세요. 가뭄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순이가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토방이도 진심으로 기도했다. "산신님, 제가 비록 작은 도깨비지만, 이 순수한 아이의 마음만큼은 받아주세요."
    두 사람이 정성껏 빌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기적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토방이씨! 비가 와요!" 순이가 기뻐하며 소리쳤다.
    "정말이야! 산신님이 우리 기도를 들어주신 거야!"
    하지만 비만으로는 부족했다. 마을의 질병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토방이는 산신각 뒤편의 약초밭에서 특별한 약초를 발견했다.
    "순이야, 이 약초들을 가져가자. 이걸로 마을 사람들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야."
    "정말요? 어떻게 아세요?"
    "산신님이 보여주신 거야. 이 약초들은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있어."
    두 사람은 가방 가득 약초를 담고 밤을 새워 산을 내려갔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이었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밤새 내린 비로 논밭이 촉촉해졌고, 사람들의 얼굴에도 희망이 돌아오고 있었다.
    "순이야, 어디 갔다 왔니? 밤새 걱정했잖아." 춘보가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이 약초를 드세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세요."
    순이와 토방이가 가져온 약초는 정말로 신효했다. 마을 사람들의 병이 하나둘 나아지기 시작했고, 며칠 후에는 모든 사람이 건강을 되찾았다.

    ※ 모두가 행복해지는 기적의 순간

    마을에 평화가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연일 내리던 비도 그치고, 논밭에는 싱싱한 새싹들이 돋아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을 사람들의 변화였다. 순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순이야,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마을이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 이장 김진사가 순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도와주신 분이 있었어요." 순이가 겸손하게 답했다.
    "그분이 누구냐? 꼭 한번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싶구나."
    순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은... 산에 사시는 도깨비세요."
    마을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다는 표정들이었다.
    "도깨비라고? 그럼 우리를 구해준 게 도깨비였단 말이냐?"
    "네. 토방이라는 착한 도깨비예요. 정말 좋은 분이세요."
    박서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깨비든 뭐든 상관없어.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잖아. 그분께도 꼭 감사 인사를 전해다오."
    이때 마을 어귀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감사 인사는 제가 직접 받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쪽을 돌아보니, 평범한 청년의 모습을 한 토방이가 서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곧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아, 당신이 우리 순이를 도와주신 분이군요!" 춘보가 반갑게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토방이라고 합니다."
    "도깨비라고 해서 무서운 모습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 청년이었구나." 마을 아낙네들이 웃으며 말했다.
    토방이는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동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도 환영받는 경험이었다.
    그날 저녁, 마을에서는 감사 잔치가 열렸다. 모든 사람들이 모여 순이와 토방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순이야, 우리가 그동안 너를 오해했다. 정말 미안하다." 한 아낙네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너는 눈은 못 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밝고 아름다운 아이구나." 다른 사람이 덧붙였다.
    이장 김진사가 일어서서 말했다. "순이야, 우리 마을의 영웅이다. 그리고 토방이님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우리 마을의 소중한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토방이가 감동하며 답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이렇게 따뜻하게 받아주셔서 행복합니다."
    며칠 후,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웃 마을의 한 총각이 순이에게 혼담을 보내온 것이다.
    "순이야, 저 총각은 네 마음씨에 반했다고 하는구나. 정말 좋은 사람 같아." 춘보가 기뻐하며 말했다.
    "아버지, 정말요?"
    "그럼, 거짓말 하겠냐? 네가 마을을 구한 이야기를 듣고 꼭 만나고 싶다고 하더구나."
    순이는 부끄러우면서도 기뻤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결혼식 날, 토방이는 순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
    "순이야, 이걸 받아."
    "이게 뭐예요?"
    "산신님께서 주신 특별한 약이야. 이걸 먹으면... 네 눈을 뜰 수 있을 거야."
    순이는 깜짝 놀랐다. "정말요? 제가 볼 수 있게 된다고요?"
    "응. 하지만 선택은 네가 해야 해. 지금까지 너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누구보다 아름답게 살았으니까."
    순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토방이씨,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좋은 친구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고... 이보다 더 바랄 게 뭐 있어요?"
    "정말 괜찮아?"
    "네. 제가 정말 봐야 할 것들은 이미 다 보고 있어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토방이씨의 우정, 아버지의 사랑... 이런 것들이 진짜 아름다운 거 아닐까요?"
    토방이는 순이의 말에 깊이 감동했다. 역시 순이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순이는 새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았다. 토방이는 마을 사람들과 친해져 모두에게 도움을 주며 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우정은 평생 계속되었다.
    마을은 그 후로도 평화롭고 풍요로웠다. 사람들은 순이와 토방이의 이야기를 후손들에게 전해주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교훈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순이는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마음의 눈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행복하게 살아갔다. 진정한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순이와 토방이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순이는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마음의 눈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죠.
    우리 시니어 여러분들도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이런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많이 경험하셨을 텐데요. 순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도깨비가 가르쳐준 참된 효도"라는 제목으로 부모님을 향한 진정한 효심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