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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정사를 나눈 과부, 죽은 남편 대신 찾아온 존재 (출처-기문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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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300자 내외)
청상과부의 초상집에 밤마다 사내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남편을 잃고 시들어가야 할 여인의 얼굴에 날마다 화색이 도는 것을 수상히 여긴 마을 사람들. 마침내 그들이 담장을 넘어 목격한 것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너무나도 기괴하고 충격적인 정사 장면이었으니… 과연 그날 밤, 과부의 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열녀문을 받아도 마땅할 젊은 과부, 윤씨 부인. 그런데 그녀의 외딴집에서 밤마다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죽은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는 미스터리한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요?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극에 달한 어느 날 밤, 마침내 드러난 과부의 비밀은 마을 전체를 경악과 공포에 빠뜨립니다. 인간의 억압된 욕망과 기이한 존재의 만남을 그린,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
※ 시들지 않는 꽃, 과부의 비밀
한양에서도 십 리는 족히 벗어난, 인적 드문 시골 마을의 가장 끝자락에는 스무 칸이 넘는 으리으리한 기와집 한 채가, 마치 스스로를 유배라도 시킨 듯 외따로 서 있었다. 그 집은 본래 이 마을에서 대대로 토지를 일구어 온 김 진사의 외아들이 살던 곳이었으나, 몇 해 전 그 아들이 풍채 좋고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당시 유행하던 돌림병으로 허망하게 세상을 뜨면서, 이제는 그의 젊디젊은 아내인 윤씨 부인만이 홀로 그 넓고 텅 빈 집을 지키고 있었다. 윤씨 부인은 그 용모가 활짝 핀 작약꽃처럼 화려하고 빼어나기로 인근 고을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탐스러운 복사꽃 같은 뺨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앵두처럼 붉고 도톰한 입술, 그리고 깊은 슬픔을 머금은 듯 촉촉하게 젖어 있는 사슴 같은 눈망울은, 그 어떤 사내라도 한번 보면 애간장을 녹이고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읜 청상과부의 몸으로, 그녀의 그 눈부신 아름다움은 오히려 그녀를 옥죄는 형벌과도 같은 족쇄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행실 하나하나를 더욱 엄격하고 날카로운 잣대로 감시했고, 그녀는 혹여나 구설에 오를까 두려워 대문 밖 출입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 채, 적막강산 같은 집 안에서 죽은 남편의 명복을 빌며 시든 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것이 이 시대의 과부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거스를 수 없는 미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윤씨 부인에게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본래대로라면 죽은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서 나날이 야위고 그 고왔던 얼굴이 푸석하게 시들어 가야 마땅할 터인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더욱 곱고 생기가 돌았다. 깊은 슬픔에 잠겨있어야 할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처럼 총명하게 반짝였고, 핏기 없이 창백해야 할 두 뺨은 오히려 잘 익은 가을 복숭아처럼 붉고 탐스러운 혈색을 띠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젊어서 상심에서 빨리 벗어났으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마을 사람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하고 요사스러운 기운마저 감돌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유일하게 가까이서 모시는 늙은 여종의 말에 따르면, 부인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혼자 웃거나 속삭이는 일이 잦아졌다고도 했다. 마치 인간의 정기가 아닌, 어둡고 은밀한 무언가를 통해 그 생기를 얻고 있는 듯한, 기묘하고 불길한 느낌이었다. 소문은 바람을 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혹시 밤마다 담을 넘어와 몰래 정을 통하는 사내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음흉한 추측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담장이 높고, 밤낮으로 집안일을 돌보는 귀먹은 늙은 여종 외에는 그 누구의 출입도 없었기에, 이 또한 설득력이 없었다. 게다가 윤씨 부인은 낮 동안에는 여전히 슬픔에 잠긴 정숙한 과부의 모습으로, 바느질과 독경으로 소일을 하며 조신하게 행동했기에 그 누구도 섣불리 의심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달빛이 교교하게 뜰 아래를 비추는 밤이면, 그녀의 집 담장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은 가끔씩 집 안에서 여인의 교태 섞인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들었다고 수군거렸고, 심지어는 늦은 밤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한 농부가 창호지에 비친 그림자가 마치 두 사람이 서로 엉겨 붙어 격렬하게 춤을 추는 듯한 기괴한 형상이었다고 침을 튀기며 말하는 이도 있었다. 윤씨 부인은 시들지 않는 꽃이었다. 하지만 그 꽃은 맑은 햇살과 깨끗한 아침이슬이 아닌, 어둡고 축축한 밤의 장막 속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양분 삼아 피어나는 요화(妖花)와도 같았다. 그녀의 비밀스러운 생기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아름다움은, 이제 마을 사람들의 평온했던 일상에 불안과 의심이라는 검은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 담장 너머의 의심
윤씨 부인에 대한 의심의 불씨를 가장 먼저 지피고, 그 불길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운 것은 바로 마을의 아낙들이었다. 그녀들은 서늘한 물이 흐르는 빨래터에 옹기종기 모일 때마다, 어김없이 윤씨 부인을 화제에 올리며, 시기와 질투, 그리고 알 수 없는 공포가 뒤섞인 험담을 늘어놓기 바빴다. "어제 장에 다녀오는 길에 그 과부댁을 멀리서 보았는데, 글쎄 얼굴에서 광채가 나더이다! 금방 혼례를 치른 새색시보다도 더 고와 보이더라니까. 과부가 아니라 꼭 선녀 같았어." "쯧쯧, 팔자가 좋아 그런 게지. 우리처럼 평생 밭일과 부엌일에 치여 손발이 마를 날 없고, 자식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천한 신세와는 다르지 않겠소." "팔자 좋은 게 문제가 아니라, 뭔가 다른 비밀이 있는 게 틀림없어. 밤마다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그 간드러지는 웃음소리는 대체 뭐란 말이오? 죽은 서방 귀신이라도 돌아와서 어깨라도 주물러준단 말인가?" 그녀들의 말 속에는 젊고 아름다우며, 고된 노동에서도 벗어나 있는 과부에 대한 노골적인 시기심과 함께, 자신들의 팍팍한 삶에 대한 깊은 한탄, 그리고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것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끈적하게 뒤섞여 있었다. 특히 마을에서 입이 가장 가볍고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과부 출신의 막딸네는, 마치 자신이 모든 비밀의 열쇠라도 쥐고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 역시 젊어서 남편을 잃었지만, 윤씨 부인과는 달리 억척스럽게 밭을 갈며 자식들을 키우느라 얼굴에는 주름만 깊게 패고 손마디는 남자처럼 굵어져 있었다. "내 분명히 말하지만, 그년 필시 사내를 숨겨두고 있는 게야. 정숙한 척, 열녀인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뒤로는 온갖 호박씨를 다 까고 있었던 게지. 사내 없이 밤을 지새우는 과부의 심정을 내가 잘 아는데, 저렇게 얼굴에 기름이 흐를 수는 없는 법이야! 열녀문은 무슨, 멍석말이를 당해도 시원찮을 년이야!" 막딸네의 저주에 가까운 선동적인 발언에, 다른 아낙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의심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자 확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평생을 지키며 살아온 정숙과 인내라는 도덕적 잣대로 윤씨 부인을 마음껏 재단하고, 그녀를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찍으며 뒤틀린 쾌감마저 느끼는 듯했다. 급기야, 그들은 윤씨 부인의 비밀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녀를 마을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음흉하고도 대담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날 밤, 보름달이 두꺼운 구름에 가려 유난히 으스스하고 불길한 밤이었다. 막딸네를 필두로 한 대여섯 명의 아낙들과, 그녀들의 등쌀에 못 이겨 마지못해 억지로 따라나선 몇몇 사내들이, 마치 야밤의 도적 떼처럼 살금살금 윤씨 부인의 집 담장 밑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숨소리마저 죽인 채, 축축한 흙냄새와 밤이슬 냄새를 맡으며, 귀를 쫑긋 세우고 집 안의 동태를 살폈다. 한동안은 바람 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괜히 헛걸음했나 보네" 하고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모든 소리를 잠재우며 안채 깊숙한 곳에서부터 여인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결코 평범한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온몸의 뼈와 살이 녹아내리는 듯한, 교태와 환희,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쾌락으로 가득 찬, 듣는 사람의 얼굴을 저절로 붉어지게 만들고 아랫배를 근질거리게 만드는 그런 농염한 웃음소리였다. 이어서, 동굴처럼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그 웃음소리에 화답하는 듯한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제 더 이상의 증거는 필요 없었다. 아낙들의 눈이 질투와 흥분으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저것 봐! 내 말이 틀림없지? 필시 젊은 사내 놈과 붙어먹고 있는 게야!" 막딸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조심스럽게 담장을 넘을 준비를 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부정한 현장을 급습하여 마을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무감보다는, 금지된 남의 비밀을 훔쳐보려는 저급하고도 끈적한 호기심과 관음증적인 욕망이 더욱 짙게 서려 있었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지금 목격하게 될 장면이, 단순히 젊은 과부의 은밀한 밀회가 아니라, 인간의 상식과 이해를 완전히 벗어나는 기괴하고도 두려운 진실의 편린이라는 것을 말이다.
※ 어둠 속의 밀회
그 시각, 윤씨 부인의 침방 안은 바깥세상의 시기 어린 의심과 소란과는 완전히 차단된, 오직 둘만의 은밀하고도 신비로운 세상이었다. 방안에는 잘 말린 향기로운 약초를 태우는 향내가 몽환적으로 퍼져 있었고, 두꺼운 구름 사이로 간신히 새어 나온 희미한 달빛이 그녀의 하얀 소복 위로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경대 앞에 단정히 앉아,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비춰보고 있었다. 거울 속의 여인은 더 이상 슬픔과 체념에 잠긴 과부가 아니었다. 생기와 혈색이 완연하게 돌아온 탐스러운 뺨, 그리고 무언가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듯 촉촉하고 깊게 젖어 있는 눈망울. 그녀는 스스로의 변화가 낯설면서도, 싫지 않은 듯 붉은 입술 끝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는데도 마치 기름칠이라도 한 듯 스르르, 소리 없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지방 너머의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리고 더없이 우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칠흑같이 검고 고급스러운 비단 도포에, 머리에는 갓을 쓰고 있었는데, 그 용모가 어찌나 수려하고 기품이 넘치는지,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신선이나 귀공자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오늘도…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씨 부인의 목소리는 잘 조율된 거문고처럼, 설렘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사내는 대답 대신, 세상을 모두 녹여버릴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마치 공기 위를 걷는 듯, 순식간에 윤씨 부인의 등 뒤에 서서, 경대 너머로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밤하늘보다도 더 깊고 검어서, 한번 빠져들면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따라 그대의 얼굴이 창밖의 달보다도 더 곱고 환하구려. 그대를 보자마자 내 마음이 이리 설레고 뜨거워지는 것을 어찌하면 좋겠소." 그의 목소리는 동굴처럼 낮고 부드럽게 울렸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기이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녀는 온몸에 짜릿하고도 기분 좋은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우면서도, 동시에 심장을 녹여버릴 듯 뜨거운, 모순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매일 밤 나리를 기다렸습니다. 나리가 없는 낮은, 소첩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잿빛 시간일 뿐입니다. 오직 나리를 만나는 이 밤만이, 저를 살아있게 합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 그대의 달콤한 향기와, 그대의 뜨거운 숨결, 그리고 그대의 모든 것을 맛보기 위해서 말이오." 사내는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뱀처럼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닿는 목덜미와 귓불마다, 그녀의 살갗은 수줍음과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그녀가 입고 있던 소복의 옷고름으로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순순히 그의 손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과부로서 지켜야 할 정절이라는 죄책감과, 정체가 불분명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오직 지난 몇 년간 억눌려왔던 뜨거운 욕망과, 이 미스터리하고도 매력적인 사내에 대한 강렬한 갈망만이 화산처럼 남았을 뿐이었다. 그는 죽은 남편이 채워주지 못했던, 아니 이 세상 그 어떤 사내도 채워주지 못할 깊은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워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가 인간이든, 귀신이든, 혹은 그 무엇이든 이제 그녀에게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지며, 길고도 은밀한 밤의 서곡이 그렇게 농염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 금지된 욕망의 불꽃 (러브씬)
사내의 능숙하고도 부드러운 손길에 의해 옷고름이 스르르 풀려나가자, 윤씨 부인은 눈을 감고 입술 사이로 가볍게 신음했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본능적인 소리였다. 하얀 소복이 힘없이 양어깨로 흘러내리고, 마침내 희미한 달빛과 흔들리는 촛불 아래 그녀의 눈처럼 하얀 속살이 그 비밀스러운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지난 몇 년간, 죽은 남편을 위해, 그리고 세간의 시선을 위해 굳게 닫아두었던 그녀의 성스러운 육체였다. 사회의 엄격한 굴레와 '과부'라는 무거운 이름 아래, 그녀는 스스로의 욕망을 부정하고 죄악시하며, 마치 살아있는 목각인형처럼 감정 없이 살아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 모든 굴레를 불태워버리고 오직 한 마리의 뜨거운 암컷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사내는 그녀의 나신을 감상하듯, 한 걸음 물러서서 숨 막히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단순한 정욕을 넘어, 잘 빚어진 백자 항아리나 귀한 예술품을 감상하는 듯한 깊은 찬미로 가득 차 있었다. "참으로 곱구려. 그대의 몸은 마치, 이 어둡고 긴 밤을 위해 조물주가 빚어낸 가장 완벽하고도 눈부신 걸작 같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안아 올려 침상으로 옮겼다. 그의 품에 안긴 그녀의 몸은 부끄러움과 흥분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침상에 눕자, 그는 그녀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천천히 겹쳤다. 칠흑 같은 그의 검은 도포 자락이 그녀의 눈부시게 하얀 살결 위를 덮으며, 마치 백지 위에 그려지는 한 폭의 농염한 수묵화처럼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찾아 뜨겁게 포개졌다. 그의 입맞춤은 처음에는 부드러우면서도 점차 거칠어졌고, 마치 그녀의 영혼까지 통째로 빨아들이려는 듯 집요하고도 깊었다. 그녀는 그의 목을 두 팔로 힘껏 감싸 안으며, 그의 거친 입맞춤에 열정적으로 화답했다. 두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방안의 공기를 데우고, 오랫동안 그녀를 짓눌러왔던 이성과 절제는 멀고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의 얼음장처럼 차가우면서도 불같이 뜨거운 손이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을 애무하고, 점차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곳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때마다 온몸을 활처럼 비틀며 교태 섞인 신음을 토해냈다. 그녀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뇌수가 녹아내리는 듯한 강렬한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죽은 남편과의 의무방어적이고 형식적이었던 잠자리에서는 단 한 번도, 아니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쾌락의 향연이었다. 마침내 그가 그녀의 가장 깊은 곳으로 단단하게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고통이 아닌, 텅 비어 있던 자신의 일부가 드디어 채워졌다는 완전한 충만함과 환희의 비명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정력적이고 지칠 줄 몰랐다. 그는 마치 밤새도록 뭍을 향해 돌진하는 거친 파도와도 같았고, 그녀는 그 파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긴 한 척의 조각배처럼 하염없이, 그리고 기쁘게 흔들렸다.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사라졌다. 방안에는 오직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살과 살이 부딪히는 질펀하고도 노골적인 소리, 그리고 그녀의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교성만이 가득 찼다.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듯한 절정의 순간이 몇 번이고 세차게 휘몰아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완전히 탈진하여 그의 단단한 품에 안겨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온몸은 땀과 그의 체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황홀했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여자임을, 욕망하는 존재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금지된 정사가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는 독이라 할지라도, 그녀는 기꺼이, 그리고 행복하게 이 독이 든 성배를 밤새도록 마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충격적인 목격, 드러난 진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윤씨 부인이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쾌락의 여운 속에서 몽롱하게 잠겨있고, 방안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바깥에서 요란하고도 분노에 찬 함성과 함께 방문이 거칠게 부서져 나갔다. "이년! 이 부정한 년! 어서 문을 열지 못할까! 네놈의 정부가 누구인지 우리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다!" 횃불을 든 마을 사내들과, 흥분과 호기심으로 얼굴이 벌게진 아낙들이 흙먼지와 함께 비명처럼 방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선두에는 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선동한 막딸네가,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은 윤씨 부인이 젊은 사내와 함께 뒤엉켜 뒹구는 음탕한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멍석에 말아 관아에 끌고 갈 생각에 잔뜩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이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너무나도 기괴하고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방안에는 분명 윤씨 부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나신의 모습으로 침상 위에서 흐트러진 자세로 누워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격렬했던 정사의 홍조가 가시지 않았고, 붉은 입가에는 만족스럽고도 황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방안에는 그녀 외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와 뜨거운 정을 통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수려한 용모의 사내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품에 소중하게 안겨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윤씨 부인 집 마당의 낙엽을 쓰는 데 사용되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고 낡아빠진 '비자루' 하나였다. 그것도 보통의 비자루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되어 닳고 닳은 단단한 대나무 자루는 기이하게 뒤틀려 마치 남자의 팔과 다리처럼 보였고, 거칠고 빳빳한 싸리나무 잎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그녀의 젖가슴 위를 부드럽게 간지럽히고 있었다. 더욱더 충격적이고 소름 끼치는 것은, 그 낡고 보잘것없는 비자루가 마치 살아있는 심장을 가진 생명체처럼 미세하게 꿈틀거리며, 희미하고도 요사스러운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을 사람들은 순간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단체로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그 끔찍하고도 기괴한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윤씨 부인은 분명, 사람이 아닌 낡은 비자루를 연인처럼 끌어안고 교성을 내지르며 몸을 비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음탕하다기보다는, 너무나도 기괴하고 섬뜩해서 보는 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저… 저게 대체 뭐여…? 사람이… 사람이 아니잖아…?" 누군가 공포에 질려 이가 부딪히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윤씨 부인의 밤 상대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 낡고 오래된 비자루에 깃든 도깨비,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요물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의 횃불 빛을 받아서였을까, 푸른빛을 발하던 비자루가 갑자기 '파직'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모든 빛을 잃고, 보통의 낡은 비자루로 돌아왔다. 동시에, 쾌락의 꿈속에 잠겨있던 윤씨 부인도 정신을 차린 듯,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벗은 몸을 황급히 이불로 가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수치심, 그리고 자신의 가장 깊고 은밀한 비밀을 들켜버린 자의 깊은 절망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머릿속은 이해할 수 없는 혼란으로 가득 찼다. 과부의 부정한 행실을 벌하러 왔다가, 도리어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닌, 금지되고도 위험한 비밀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타다 남은 약초의 향내와 비자루의 묵은 먼지 냄새, 그리고 여인의 짙은 체향이 뒤섞여 기묘하고도 역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 사라진 여인과 남겨진 물건
그날 밤의 충격적이고도 기괴한 사건 이후, 작고 평화롭던 마을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윤씨 부인이 밤마다 젊은 사내가 아닌, 낡은 비자루에 깃든 도깨비와 정을 통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마을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공포와 흥분 속에서 그 이야기를 밤새도록 수군거렸다. 처음에는 그저 헛소문이라며, 막딸네가 과부를 몰아내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며 믿지 않던 사람들조차, 그날 밤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사람들의 겁에 질리고 일관된 증언이 이어지자,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두려움과 혐오, 그리고 약간의 동정, 세 가지로 나뉘었다. 어떤 이들은 윤씨 부인이 요사스러운 요물에 홀려 이성을 잃은 불쌍한 여인이라며 혀를 찼고, 어떤 이들은 그녀가 원래부터 음탕하여 귀신까지 제 몸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며 더러운 것을 본 듯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거나, 그녀를 벌하려 하지는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인간 세상의 윤리와 도덕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 알지 못하는 귀신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었다가 무슨 끔찍한 화를 당할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마을의 어른 몇몇이 밤새도록 고심한 끝에, 인근에서 가장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이 기괴한 일을 해결하기로 하고 윤씨 부인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지난밤 부서진 채로 열려있는 대문과, 그 너머로 흐르는 죽음과도 같은 무거운 적막뿐이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그녀를 불러봐도 안에서는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마을의 젊은 사내 몇몇이 담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윤씨 부인은 물론, 그녀를 유일하게 모시던 귀먹은 늙은 여종까지, 간밤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녀가 사용하던 옷가지와 값비싼 세간살이는 모두 그대로 있었지만, 사람은 마치 공기 속으로 증발해버린 듯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거처하던 안방의 침상 밑,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기이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어젯밤 그토록 기괴하고 요사스러운 푸른빛을 발하던 낡은 비자루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요사스러운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비자루의 모습으로, 지난밤의 격렬했던 흔적을 간직한 채 차갑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얌전히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당장 그 비자루를 불태워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더 큰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만류했다. 결국 그 비자루는 마을 입구의 오래된 고목나무에 단단히 봉인되듯 묶여, 비바람을 맞으며 썩어 없어지도록 내버려 두게 되었다. 그 후로 윤씨 부인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이들은 비자루 도깨비가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데려갔다고 말했고, 어떤 이들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멀리 도망쳤거나 저수지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마을에는 비가 많이 오는 축축한 밤이면, 어디선가 여인의 교태 섞인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는 흉흉한 소문이 오랫동안 떠돌았다. 젊은 과부의 억눌렸던 욕망이 불러온 기이하고도 슬픈 사건은, 그렇게 마을의 전설이 되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듣는 이들에게,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깊고 예측 불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괴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과부와 도깨비의 기이한 사랑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사회의 억압 속에서 억눌려왔던 한 여인의 욕망이, 결국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금지된 만남으로 이어진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목격한 충격적인 진실은, 어쩌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우리 자신도 모르는 또 다른 욕망의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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