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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하늘을 나는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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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조선의 깊은 산속, 도깨비가 보물을 숨겨둔 동굴이 있었다.
그곳엔 신비한 힘을 지닌 하늘을 나는 항아리가 잠들어 있었다.
이 항아리를 손에 넣은 가난한 나무꾼 ‘칠복’은 항아리의 힘으로 부자가 되려 하지만,
도깨비들은 자신들의 보물을 되찾기 위해 그를 뒤쫓는다.
과연 칠복은 도깨비들을 피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도깨비와 거래하여 더 큰 운명을 개척할 것인가?
욕심과 지혜가 엇갈리는 기묘한 전설이 지금 펼쳐진다!
1: 숲속의 전설, 신비한 항아리
칠복은 깊은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오늘도 변변한 나무 한 짐을 지지 못하고 내려가야 할 판이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 형편에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어머니의 한숨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울 것이 뻔했다.
"쳇, 이놈의 산은 나무가 썩어나가는데도 쓸만한 건 하나 없구먼. 어디 멀리라도 가봐야 하나…"
그가 투덜거리며 허리를 펴던 순간, 숲 저편에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칠복은 걸음을 멈추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깊은 산중에 불빛이라니. 이 산골짜기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알 터인데, 저렇게 어둠 속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곳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저게 뭐지? 사람이 사는 곳인가?"
그는 호기심이 동해 천천히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니 커다란 바위틈이 나타났고, 그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숨죽이며 다가간 칠복은 손을 바위에 짚고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바위틈 너머에는 동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등불처럼 희미한 푸른 불꽃이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고, 그 빛 아래에서는 기괴한 형상의 도깨비들이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붉은 얼굴에 커다란 뿔을 가진 도깨비가 큰 항아리를 껴안고 꿀떡꿀떡 술을 들이켰다. 옆에 있던 다른 도깨비가 팔짱을 끼고 킥킥거렸다.
"허허, 저놈 또 항아리를 붙잡고 안 놓네. 야, 술 좀 나눠 마셔라!"
"흥, 이건 내 거라니까! 감히 내 보물을 탐내다니!"
보물? 칠복은 숨을 삼켰다. 마을에서 떠도는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들은 언제나 엄청난 보물을 숨겨둔다고 했다. 그리고 그 보물 중에는 신비한 힘을 가진 물건들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혹시 저 항아리도 그런 것 중 하나일까?
칠복의 눈빛이 빛났다. 도깨비들의 보물을 손에 넣는다면, 더 이상 산에서 나무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기와집을 사고, 기생집에서 술을 마시고, 하루 세 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도깨비들이었다. 저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터였다. 칠복은 몸을 웅크린 채 바위틈 뒤에서 동굴을 계속 지켜보았다.
그때였다. 술을 마시던 도깨비 하나가 갑자기 하품을 하더니 땅에 벌렁 드러누웠다. "크아악~ 배부르다! 잠이나 좀 자야겠다!"
다른 도깨비들도 하나둘씩 술에 취해 몸을 흔들었다. 마침내 도깨비들은 큰 나무통을 베개 삼아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칠복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바위틈에서 기어나와 동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살금살금 도깨비들이 자고 있는 틈을 지나, 항아리가 놓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항아리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반짝이는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칠복은 손을 뻗어 항아리를 만져 보았다.
그 순간, 항아리가 갑자기 가볍게 떠오르더니, 칠복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칠복은 흠칫 놀라며 손을 뗐지만, 항아리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의 곁을 맴돌았다.
"이게 뭐야…?"
그의 작은 탄성이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순간, 도깨비들 중 하나가 몸을 뒤척이며 고개를 들었다.
"…응? 뭐야, 누구냐?"
칠복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2: 도깨비의 저주와 항아리의 힘
칠복은 숨을 죽였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도깨비 하나가 몸을 뒤척이며 반쯤 감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누구야…?"
도깨비의 목소리는 술기운에 나른했지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면 이쪽을 완전히 볼 것이 분명했다. 칠복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항아리를 끌어안고 몸을 돌렸다.
"들켰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동굴 밖으로 달려나갔다.
"야, 저놈 뭐야!"
뒤에서 도깨비의 화난 외침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다른 도깨비들도 깨기 시작했다.
"도둑이다! 보물 도둑이다!"
도깨비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곧 거대한 몸을 일으켜 칠복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칠복은 울퉁불퉁한 산길을 정신없이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뒤를 돌아볼 틈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항아리가 갑자기 스스로 움직이더니 칠복의 손을 벗어나 둥실 떠올랐다.
"뭐, 뭐야?"
항아리는 칠복 주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순식간에 그의 발밑에서 커다란 바람이 일었다. 그러자 칠복의 몸이 점점 가벼워지더니… 떠올랐다.
"으아악! 내, 내가 날고 있어!"
칠복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가 발버둥을 칠수록 몸은 점점 더 높이 떠올랐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를 하늘로 끌어올리는 듯했다.
밑에서는 도깨비들이 놀란 듯 소리쳤다.
"저놈이 항아리의 힘을 깨웠다!"
"빨리 잡아야 한다!"
도깨비들은 덩치를 키워 거대한 나무를 뽑아 휘두르며 칠복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칠복은 이미 공중으로 떠올라 도깨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하, 하하! 내가 하늘을 날고 있잖아!"
처음엔 두려웠지만, 곧 짜릿한 쾌감이 밀려왔다. 칠복은 팔을 벌리며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항아리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뭐야, 왜 이래?"
칠복은 몸의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항아리는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하며 위아래로 요동쳤다.
그때, 도깨비 대장이 동굴 밖으로 뛰쳐나왔다. 붉은 얼굴에 뿔이 번쩍이는 거대한 도깨비였다.
"이놈아! 감히 도깨비의 보물을 훔쳐 달아날 줄 알았느냐!"
도깨비 대장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자, 항아리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거꾸로 뒤집혔다.
"으아악!"
칠복은 그 자리에서 곤두박질치며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쾅!
그는 풀숲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멀리서 도깨비 대장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도깨비의 보물을 탐하다니… 이대로 끝날 줄 알았느냐."
칠복이 깨어났을 때, 그의 앞에는 다시 항아리가 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상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도깨비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었다.
3: 부자가 된 칠복, 욕심의 시작
칠복은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온몸이 쑤셨다. 숲속 풀밭에 쓰러져 있던 그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은 줄 알았네… 으으, 몸이 다 쑤셔."
그때였다. 눈앞에 떠 있는 항아리가 다시 한 번 희미한 빛을 발했다. 칠복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뒷걸음질쳤다.
"이, 이 녀석이 아직도 여기에 있네…"
항아리는 여전히 둥둥 떠 있었다. 칠복이 손을 뻗자, 마치 스스로 반응하는 듯 그의 손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설마… 이걸 정말 내 걸로 만들 수 있는 거야?’
그는 긴장된 얼굴로 항아리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신비로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그래, 이건 내 거야! 도깨비들이야 어찌 됐든 간에, 이런 보물을 그냥 놔둘 순 없지!"
칠복은 산을 내려갔다. 항아리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지만, 마을로 가는 길에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로 장터에서 돈을 벌면 어떨까?’
그는 마을 장터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 몰래 골목길로 몸을 숨겼다. 항아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놈아, 너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냐?"
그 순간, 칠복이 항아리를 가볍게 두드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텅 빈 항아리 속에서 반짝이는 금화가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허… 이게 꿈이냐 생시냐!"
칠복은 금화 한 닢을 주워 이리저리 살펴봤다. 금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금화를 손에 쥔 채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이거면… 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겠어!’
칠복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항아리를 품에 안고 서둘러 마을로 향했다.
칠복은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남루한 옷차림으로 산에서 나무를 해오던 그가, 이제는 비단 옷을 걸치고 기와집을 사들였다.
"하하하! 이게 바로 운명이로구먼!"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칠복이 저렇게 하루아침에 부자가 됐다고?"
"대체 어디서 돈을 구한 거야?"
"혹시 산에서 금맥이라도 캔 게 아닐까?"
칠복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장터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사 먹었고, 기방에서 기생들과 어울리며 밤을 보냈다.
"여봐라, 술이나 더 가져오라!"
"칠복 나으리, 어쩜 이렇게 호탕하십니까?"
칠복은 취기가 오른 채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도깨비들이 아직도 날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그는 항아리를 곁에 두고 있었지만, 도깨비들이 이 보물을 빼앗으러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에이, 설마. 녀석들도 이제 포기했겠지.’
칠복은 머리를 저으며 다시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멀리, 숲속에서 도깨비들은 여전히 칠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이 서서히 붉게 변하고 있었다.
4: 도깨비들의 추격, 사라지는 보물
칠복은 어느새 마을에서 가장 호화로운 집을 손에 넣고, 하루하루 흥청망청 돈을 써대며 살고 있었다. 비단옷을 걸치고, 장터에서 가장 값비싼 음식을 먹고, 기방에서 기생들과 어울리며 밤을 지새웠다.
"하하하! 이게 바로 사는 맛이지!"
기방 안, 칠복은 기생들에게 둘러싸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기생이 칠복의 팔에 살짝 기대며 물었다.
"칠복 나으리, 어쩜 하루아침에 이렇게 큰 부자가 되셨나요?"
"그야, 하늘이 나에게 운명을 주신 덕이지!"
칠복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한 불안이 가슴 한구석을 찌르고 있었다.
그날 밤, 취기가 오른 칠복은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흐흠~ 오늘도 신나게 놀았구먼!"
그는 습관처럼 방 한가운데 놓인 항아리를 쓰다듬었다.
"내 사랑스러운 항아리야, 내게 또 돈을 좀 뱉어다오!"
칠복은 익숙하게 항아리를 두드렸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응? 뭐야, 왜 안 나오지?"
그는 다시 두드렸지만, 항아리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설마 고장이라도 난 거야?"
칠복은 당황했다.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그 순간, 창밖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쾅!"
문이 거칠게 흔들렸고, 어두운 그림자가 창문을 스쳐 지나갔다.
칠복은 소름이 돋았다. 그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 바깥을 살폈다.
"누, 누구야?!"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그때, 집 안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우… 꿀떡… 꿀떡…"
칠복은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항아리에서 이상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괴한 형상의 도깨비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크크크… 감히 도깨비의 보물을 훔쳐놓고, 네 것인 줄 알았느냐?"
칠복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뭐, 뭐야?! 이거 내 거라고! 내가 힘들게 손에 넣은 거야!"
도깨비는 비웃듯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
"너희 인간들은 언제나 같은 짓을 하는구나. 처음엔 호기심으로 다가오고, 결국엔 욕심으로 스스로를 망치지."
칠복은 필사적으로 항아리를 붙잡았다.
"싫어! 이건 내 거야! 절대 못 돌려줘!"
그러나 그 순간, 항아리가 푸르게 빛나더니 칠복의 손을 뿌리치고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안 돼! 내 항아리야!"
칠복은 항아리를 붙잡으려 뛰어올랐지만, 그의 손끝이 닿기도 전에 항아리는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 이럴 수가…"
그의 발밑에서 모든 금화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벽에 걸려 있던 비단 옷도, 방 안에 가득했던 값비싼 장식품들도 한순간에 흔적 없이 사라졌다.
칠복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내, 내 모든 게…"
도깨비는 만족스럽다는 듯 칠복을 내려다보았다.
"네 욕심이 네 인생을 삼켜버렸구나. 이제 남은 건…"
도깨비가 손을 들어 올리자, 칠복의 몸이 점점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으악! 뭐, 뭐야! 이거 놔!"
칠복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몸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힌 듯 공중으로 끌려갔다.
"너에게 남은 건 이제 저주의 운명뿐이다."
칠복의 비명이 깊은 밤하늘을 갈랐다.
5: 도깨비와의 거래, 뜻밖의 제안
칠복은 온몸이 허공에 떠오른 채 거세게 저항했다.
"으아악! 이거 놔!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러나 도깨비는 조용히 그를 내려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뭘 잘못했느냐고?"
도깨비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네가 탐한 것은 우리 도깨비들의 보물이다. 너는 그것을 제멋대로 훔쳐서 네 배를 채우려 했지."
칠복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공중에 뜬 채 조금씩 도깨비 쪽으로 끌려갔다.
"그렇다고 이러는 건 너무하지 않소! 내가 누구 해코지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잘 살아보려고 한 것뿐이란 말이오!"
그러자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칠복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잘 살아보려고? 하! 우리 도깨비들에게서 훔친 걸로 말이냐?"
칠복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잘못 인정하겠소! 하지만, 부자가 되는 맛을 한 번 봤더니 그냥 원래대로 돌아갈 순 없단 말이오!"
도깨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네게 기회를 주지."
칠복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에 얼른 물었다.
"무슨 기회 말이오?"
도깨비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허공을 휘젓더니, 칠복을 감싸던 보이지 않는 힘이 느슨해졌다. 그는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앉으며 숨을 헐떡였다.
"우리 도깨비들이 널 용서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어떻겠느냐?"
칠복은 반사적으로 침을 삼켰다.
"조, 조건이 뭐요?"
도깨비는 손가락을 튕기더니 사라졌던 항아리가 다시 허공에 떠올랐다.
"이 항아리는 단순한 보물이 아니다. 이 항아리를 제대로 다루는 자는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얻을 수도 있지."
칠복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그 능력을 내게 주겠다는 말이오?"
도깨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대가가 필요하다."
칠복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미 도깨비들에게서 무언가를 받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직접 겪어봤다. 하지만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그 대가라는 게 뭡니까?"
도깨비의 눈빛이 순간 깊어졌다.
"이 항아리는 욕심이 많은 인간에게는 저주가 된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아는 자에게는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주지."
칠복은 도깨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도깨비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항아리가 천천히 칠복 앞으로 떠오르더니 그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이 항아리를 다시 네게 주겠다. 다만, 네가 이것을 잘못 사용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칠복은 당황했다.
"그, 그럼 돈을 원하면 그냥 돈이 나오는 게 아니란 말이오?"
도깨비는 빙긋 웃었다.
"어떻게 쓰느냐는 네 선택이다. 욕심이 너를 지배하면 항아리는 네 목숨을 삼킬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절제하고 남들과 나누면 너는 평생 복을 누릴 것이다."
칠복은 갈등했다. 지금까지 도깨비에게 속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게도 도깨비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항아리를 꼭 쥐었다.
"정말… 그런 것이오?"
도깨비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지켜보았다.
칠복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소. 한 번 해보겠소."
도깨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뒷걸음질쳤다.
"그럼 두고 보자꾸나. 네가 진정 이 항아리를 다룰 자격이 있는지."
그 말과 함께 도깨비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칠복은 항아리를 내려다보았다. 과연 이 보물이 자신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파멸로 이끌 것인가.
그의 운명은 이제 스스로의 손에 달려 있었다.
6: 항아리의 배신, 하늘에서 떨어지다
칠복은 항아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심장은 두근거렸지만, 이번에는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써야 한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신중하게…'
그는 조심스럽게 항아리를 내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항아리는 여전히 희미한 빛을 머금고 있었고, 도깨비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욕심을 절제하면 복을 누릴 것이고, 욕심에 지배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칠복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호기심이 그를 밀어붙였다.
"그래, 이제부터는 조심하면서 써야지. 우선, 필요한 것만…"
그는 신중한 태도로 항아리를 살짝 두드렸다.
"금화 한 닢만 나오거라."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항아리에서 반짝이는 금화 한 닢이 톡 떨어졌다. 칠복은 숨을 죽였다.
"정말 되는구나…"
그는 금화를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이전처럼 욕심껏 금을 쏟아내려 하지 않았다. 대신 항아리를 들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조금씩 돈을 나누어 주었다.
"이보시오, 이걸로 아이들 먹을 것이라도 사시오."
"칠복이, 너 정말 사람이 변했구나!"
마을 사람들은 칠복이 갑자기 변한 태도에 놀랐고, 그는 한동안 착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그 마음가짐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어느 날 밤, 칠복은 방 안에서 항아리를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진 잘 써왔지만, 한 번만… 단 한 번만 더 써볼까?'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이미 항아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금화를 열 닢만 나오게 해라."
항아리는 잠시 침묵하더니, 금화 열 개를 뱉어냈다. 칠복은 환호했다.
"하하! 아직도 내 말을 잘 듣는군!"
그는 처음에는 조심하는 척했지만, 점점 더 많은 금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금화 백 닢!"
"비단옷 한 벌!"
"맛있는 음식도!"
순식간에 그의 방은 금과 보물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칠복은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나무꾼이 아니야! 하늘을 나는 자, 부자가 된 자야!"
그러나 그 순간, 항아리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항아리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강한 바람이 방 안을 휩쓸었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기운이었다.
그리고…
칠복의 몸이 점점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날 내려놔!"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항아리는 점점 더 높이 떠오르며 칠복을 하늘로 끌어올렸다.
창문이 열리고, 그의 몸이 마당을 넘어 하늘로 솟아올랐다.
"으아악! 도깨비! 이게 무슨 장난이냐!"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오직 칠복의 비명만이 조용한 밤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항아리는 갑자기 거꾸로 뒤집혔다.
"으아아아악!!!"
칠복은 순식간에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의 몸은 쏜살같이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숲속 나뭇가지들이 마구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쾅!
칠복은 깊은 계곡 아래로 떨어졌다.
한동안 숲속은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 후, 칠복은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고, 어떤 이들은 숲속에서 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고 했다.
"혹시 도깨비들이 데려간 게 아닐까?"
"그러게, 요즘 들어 갑자기 큰 부자가 되더니 이상했어."
사람들은 칠복의 행방을 두고 많은 소문을 떠돌렸다.
그리고…
어느 날, 마을 어귀의 숲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칠복이 쓰던 항아리였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텅 비어 있었고, 다시는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7: 남겨진 칠복, 전설이 되다
어둠이 깔린 계곡, 한 줄기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왔다.
칠복은 축 늘어진 몸으로 계곡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듯, 희미한 숨소리만 들려왔다.
“끄윽… 내, 내가… 살았나…?”
온몸이 으스러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눈을 떴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가 달라졌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항아리도, 금화도, 그가 가졌던 모든 부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제야 칠복은 자신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내 모든 게 사라졌어…"
그는 절망에 빠져 헛웃음을 흘렸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도깨비의 보물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칠복은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 앞에 도깨비 대장이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불타오르는 듯 붉게 빛났다.
"이제야 깨달았느냐? 욕심을 버릴 수 없었던 너의 최후를."
칠복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이건 너무하잖아! 처음부터 제대로 가르쳐줬다면,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 아니야!"
도깨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언제나 기회를 준다. 하지만 인간들은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칠복은 그 말에 더 이상 반박할 힘도 없었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빛이 흐드러지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도깨비 대장은 잠시 칠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는 이제 저주받은 몸이다. 이 세상 어디를 가든 네 욕심이 불러온 업보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칠복은 움찔했다.
"무, 무슨 뜻이야? 저주받은 몸이라니?"
도깨비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 순간, 칠복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팔이 서서히 투명해졌다. 다리도, 몸도 점점 흐릿하게 변했다.
칠복은 소스라치게 놀라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 이게 뭐야?! 내 몸이 사라지고 있어!"
도깨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이제 인간이 아니다. 이 땅을 떠도는 유령이 될 것이다."
칠복은 눈을 부릅떴다.
"그럴 순 없어! 제발,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
그는 필사적으로 도깨비에게 매달렸지만, 그의 손은 이미 실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 네게 남은 것은 한 가지뿐이다. 영원히 이 숲을 떠도는 것."
칠복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싫어… 싫단 말이다…!"
그러나 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칠복의 몸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남은 것은 스산한 바람뿐이었다.
그 후로, 그 숲을 지나는 나그네들은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이 산속에는 금화를 탐하던 사내의 혼이 떠돌고 있대."
"가끔 밤이면, 어디선가 흐릿한 그림자가 보인다지?"
"그 놈이 바로 그 욕심 많은 칠복이란 말이지."
마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도깨비의 저주'라 부르며 후대에 전했다.
그리고 칠복의 전설은 조용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또 다른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
"도깨비의 보물을 탐하다가는,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 것이다."
그렇게 칠복은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숲에서는, 오늘도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옛날 옛적, 한 사내의 욕심이 불러온 기이한 운명…"
"도깨비의 보물을 탐한 대가는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전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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