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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깨비를 도운 가난한 처녀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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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병든 아버지를 홀로 모시는 가난한 처녀 '계월'이 산길에서 우연히 쓰러진 노인을 돕게 된다. 그 노인의 정체는 백 년을 살아온 외로운 도깨비였다. 인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도깨비는 계월에게 특별한 선물을 남긴다. 그의 진심 어린 눈물이 금으로 변하는 기적. 그러나 이 선물은 계월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인간의 순수한 선행과 도깨비의 보은을 그린 가슴 따뜻한 조선 야담.
※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는 계월의 가난한 삶과 산에서 약초를 구하러 가는 모습
조선 후기, 작은 산골 마을의 누추한 초가집 안. 어둑한 방에는 병든 노인이 누워있고, 그의 곁에서 딸 계월이 정성껏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계월은 수수한 얼굴에 맑은 눈빛을 가진 스물다섯 처녀로, 아버지의 이마에 손을 대며 걱정스럽게 살폈습니다.
"아버지, 열이 조금 내렸나 봅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 보이세요."
힘없이 기침하던 아버지는 딸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계월아... 너무 걱정 마라. 늙은이가 이런 병 정도는..."
하지만 계월은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제 마을 의원이 산에서 자라는 붉은 꽃잎 약초가 열병에 특효라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계월이 그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의 얼굴에 걱정이 서렸습니다.
"산이라니... 그 깊은 산속까지 네가 어찌 가려고 그러느냐. 위험하다..."
계월은 아버지를 안심시키며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길을 다녀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옆에 놓인 낡은 목기에 미음을 떠 조심스레 아버지 입에 넣어드렸습니다.
"이 미음 다 드시고 편히 주무세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아랫집 김 할머니께서 살펴드리신대요."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 아비가 너 하나 키우느라 고생시켰다며, 이제는 네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계월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어머니 돌아가시면서 아버지 잘 모시라 하셨잖아요. 제 삶이 무슨 별건가요. 아버지가 계셔야 제 삶도 있는 거지요."
아버지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맺혔습니다.
계월은 허름한 치마저고리 차림에 작은 보따리를 들고 마을 길을 나섰습니다. 지나가는 마을 부녀자들이 그녀를 보며 수군거렸습니다.
"저 계월이 참... 아버지 병간호에 집안일에, 어쩜 저리 효성이 지극한지..."
"그러게 말이야. 어미 일찍 여의고 고생이 많지. 근데 요즘 병세가 심해졌다지? 가세도 더 기울어 이젠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긴다는 소문이 있어."
"딱하기도 하지. 저리 효심 깊은 처자가 시집도 못 가고..."
계월은 그들의 말을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걸었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노인이 그녀를 불러세웠습니다.
"계월아, 또 산에 가는 길이냐?"
계월은 공손히 인사하며 아버지 병환에 좋다는 약초를 찾으러 간다고 답했습니다. 노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었구나. 날이 변할 수도 있으니 해 지기 전에 꼭 돌아오거라. 그리고... 북쪽 산등성이는 피하는 게 좋겠다. 요즘 그쪽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있어."
계월은 조심하겠다고 약속하고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울창한 숲이 시작되는 입구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 꼭 좋은 약초 찾아 돌아갈게요. 조금만 더 견디세요..."
결연한 표정으로 산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계월의 뒷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애잔해 보였습니다.
※ 산길에서 쓰러진 노인(도깨비)을 발견하고 자신의 소중한 약초와 물을 나누어주는 계월
계월은 깊은 산속을 조심스럽게 걸으며 약초를 찾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삽과 천을 꺼내 간간이 풀들을 캐고 보따리에 넣었습니다. 마침내 붉은 꽃이 핀 풀을 발견하고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 이것이 의원님이 말씀하신 붉은 꽃잎 약초구나. 정말 찾기 어려웠네..."
조심스럽게 약초를 캐서 보자기에 쌌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몰려왔습니다. 계월은 하늘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습니다.
"비가 올 것 같은데... 서둘러 내려가야겠다."
그때 멀리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계월은 잠시 망설이다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큰 바위 아래에는 노인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흰 수염에 검은 한복을 입은 노인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계월은 놀라 다가갔습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노인은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지나가던... 길에...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계월은 노인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물었습니다.
"많이 아프신가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노인은 힘겹게 목이 마르다며 물 한 모금을 청했습니다. 계월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물통을 꺼내 노인의 입에 물을 조심스럽게 흘려 넣었습니다.
"천천히 드세요. 괜찮아지실 거예요."
물을 마신 노인의 표정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고맙구나... 네 물통의 물이 다 떨어졌겠구나."
계월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개울이 있으니 물을 다시 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은 계월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그녀의 보자기에서 약초가 살짝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약초구나?"
계월은 아버지가 열병으로 오래 앓고 있어서 오늘 겨우 찾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인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그 약초... 내게 나눠줄 수 있겠느냐? 나도 오랜 열로 고생하고 있단다."
계월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어렵게 찾은 약초였지만, 눈앞의 노인도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결심한 표정으로 보자기를 펼쳐 약초의 절반을 노인에게 건넸습니다.
"네, 나눠 드릴게요. 아버지도 이러시면 같은 마음이실 거예요."
노인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정말... 나눠주는 것이냐? 네 아버지의 병환이 중한데..."
계월은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습니다.
"괜찮아요. 절반만으로도 아버지 약은 달일 수 있어요. 할아버지께서도 어서 나으셔야죠."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계월은 놀라며 노인에게 마을까지 함께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그녀의 도움만으로 충분하다며 거절했습니다.
"네 도움은 이만으로 충분하다. 어서 가거라.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계월은 걱정스러웠지만, 노인의 단호한 말투에 더 이상 고집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작은 천을 노인에게 건넸습니다.
"그럼 이걸로라도 비를 좀 가리세요.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할아버지."
계월이 떠난 후, 노인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눈빛이 붉게 빛나고 수염이 길어지며, 인간의 모습에서 도깨비의 형상으로 변해갔습니다.
"백 년을 살았지만... 이런 인간은 처음이구나. 어떤 이득도 없이, 타인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눠주다니..."
도깨비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고, 그 눈물이 땅에 닿는 순간 금빛으로 변했습니다.
※ 도깨비의 정체가 드러나고 감동한 도깨비가 눈물을 흘리자 그 눈물이 금으로 변하는 기적적인 순간
비가 조금씩 그치고, 해가 질 무렵이 되었습니다. 계월이 떠난 자리에 도깨비가 여전히 앉아있었습니다. 이제는 완전한 도깨비의 모습으로, 붉은 눈빛과 검은 한복을 입고 기이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계월이 준 약초와 천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리 귀한 약초를 나와 나누다니... 자신의 아버지를 위한 것인데..."
도깨비가 천천히 일어서려는 순간, 숲속에서 계월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계월은 숨을 헐떡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할아버지! 아직 계셨군요... 걱정돼서..."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깨비의 변한 모습에 놀라 움찔했습니다. 도깨비는 당황했지만, 이미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네가... 돌아왔구나."
계월은 두려움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혼란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당신은... 할아버지가 아니시군요..."
도깨비는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오랜 세월의 외로움이 묻어났습니다.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이 산에 사는 도깨비다. 인간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피하지."
계월은 천천히 용기를 내어 한 걸음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아프신 척하셨나요?"
도깨비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아픈 척한 것이 아니다. 나도 오래 살다 보니 가끔은 힘이 빠지는 때가 있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더 그렇다."
계월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럼... 제가 드린 약초와 물은..."
도깨비의 눈빛이 진지해졌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사함이 묻어났습니다.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백 년을 살면서 인간에게 이런 친절을 받은 적이 없었다."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습니다. 계월은 여전히 경계하는 표정이었지만, 도깨비의 슬픈 눈빛에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로... 도깨비는 사람을 홀리고 해친다고 하는데..."
도깨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런 도깨비도 있지. 하지만 모든 인간이 같지 않듯, 도깨비도 저마다 다르다. 나는... 그저 오래 살아온 외로운 영물일 뿐이다."
계월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정말 백 년이나 사셨나요?"
도깨비는 까마득한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보다 더 오래 살았다. 조선이 세워지기 전부터...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외로움이 몸을 파고든다. 그 누구도 내 곁에 오래 머물지 않으니까."
계월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오래 사시는데... 가족은 없으신가요?"
도깨비의 눈에 깊은 슬픔이 깃들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도깨비는... 혼자 태어나 혼자 사라진다. 가족이란... 인간들만의 축복이지."
계월의 표정에 동정심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처음의 두려움은 이제 안타까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혼자라니... 너무 외로우시겠네요."
도깨비는 계월의 진심 어린 말에 감동하여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의 오랜 세월 동안 굳어진 마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고, 놀랍게도 그 눈물이 땅에 닿는 순간 황금빛으로 변했습니다.
계월은 놀라서 외쳤습니다.
"이게... 무엇인가요?"
도깨비도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눈물이 변한 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도깨비의 눈물이 금으로 변하다니..."
도깨비가 금으로 변한 눈물을 조심스레 집어들어 계월에게 건넸습니다. 그의 손길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건... 네게 주마. 네 순수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계월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니에요, 이런 귀한 것을..."
도깨비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수백 년 만에 처음 짓는 진심 어린 미소였습니다.
"네 아버지의 병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받아라. 내 백 년 인생에서 첫 선물이다."
그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달빛이 비추었고, 도깨비의 모습이 점점 환해졌습니다. 신비로운 기운이 주변을 감쌌고, 이 순간이 특별한 인연의 시작임을 알리는 듯했습니다.
※ 도깨비의 금으로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고 생활이 나아지는 계월,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시련
며칠이 지나고, 계월의 집은 이전보다 환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초가집 내부에서는 계월의 아버지가 병상에서 일어나 앉아 있었고, 계월이 아버지에게 정성스레 약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이제 열도 내리고 기력도 돌아오셨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아버지는 놀란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문이 가득했습니다.
"이 약이 정말 효험이 있구나. 계월아, 그런데 이 좋은 약을 어디서 구했느냐? 값이 비싸진 않았니?"
계월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도깨비와의 만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산에서 찾은 약초에... 좋은 분을 만나 도움을 받았어요."
아버지의 눈에 의심이 서렸습니다.
"좋은 분이라니? 누구신데?"
계월은 시선을 피하며 애매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산에 사시는 분이에요."
방 한쪽 구석에는 자그마한 보자기에 싸인 금덩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눈에 그것이 들어왔습니다.
"계월아, 저건 또 뭐냐? 며칠 전부터 네가 숨기는 것 같던데..."
계월은 결심한 듯 보자기를 가져와 아버지 앞에 펼쳤습니다. 황금빛 금덩이가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아버지는 경악했습니다. 그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습니다.
"이... 이게 웬 금덩이냐? 계월아, 이건..."
계월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사실은... 제가 산에서 만난 분이..."
도깨비 이야기를 할지 망설이다가, 계월은 말을 돌렸습니다.
"제게 특별한 선물을 주셨어요. 이것으로 아버지 병환도 고치고, 우리 살림도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찼습니다. 그는 세상살이에 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쉽게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귀한 것을... 누가 그냥 줬단 말이냐? 혹시 위험한 일에 휘말린 건 아니냐?"
계월은 급하게 부정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니에요!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제가... 그분을 도와드렸더니 보답으로 주신 거예요."
아버지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딸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조심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조금만 쓰고 나머지는 깊이 숨겨두자. 이런 금덩이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 위험할 수 있다."
장면이 바뀌어 며칠 후 마을 장터의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계월은 조금 나아진 옷차림으로 장터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밝았고, 걸음걸이에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곧 약방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약방 주인이 계월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계월 아가씨! 아버님 병세는 어떠신가?"
계월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많이 나아지셨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좋은 보약을 지어 가려고요."
약방 주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는 계월의 가정 형편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약이라... 값이 꽤 나갈 텐데..."
계월은 조그만 금조각을 꺼내 건넸습니다. 약방 주인의 눈이 커졌습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이게... 금인가? 어디서..."
계월은 서둘러 대답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묻어났습니다.
"그냥... 오래전 어머니께서 남기신 거예요. 아버지 병환에 써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서요."
약방 주인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금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마침내 받아들였습니다. 그의 태도가 갑자기 공손해졌습니다.
"그럼 최고의 보약을 지어 드리지."
계월이 약방을 나서자, 주변에서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계월을 향했고,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의문을 품는 듯했습니다.
"저것 봐. 계월이 옷차림이 갑자기 나아졌어."
"병든 아버지도 갑자기 나아졌다던데? 뭔가 이상해..."
"방금 약방에 금을 준 것 같던데... 그 가난한 집에 어디서 금이 나타났대?"
마을 사람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 속에서도, 계월은 아버지를 위한 약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녁이 되어 계월의 집에서는 아버지와 계월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초가집 내부는 전보다 개선되어 있었고, 식탁에는 오랜만에 맛있는 반찬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계월아, 오늘 마을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집에 갑자기 돈이 생겼다고..."
계월은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습니다.
"어떻게 그런 소문이..."
아버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세상의 인심을 다 알고 있는 노인의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마을이라 금방 소문이 퍼지는구나."
갑자기 문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계월과 아버지는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둘 사이를 감돌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욕심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이 도깨비를 찾아 산으로 향하고, 위험에 처한 도깨비를 다시 구하는 계월
깊은 산속,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습니다. 횃불을 든 마을 사람들 열댓 명이 산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욕심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고, 앞장선 장정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분명 이 근처였다는 거야. 계월이가 며칠 전 이 산에서 금덩이를 얻었다고 하니, 여기에 분명 도깨비나 산신령이 있을 거야!"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들은 계월의 집에 갑자기 생긴 재물에 의문을 품었고, 결국 그녀를 미행해 산으로 오는 길을 알아냈던 것입니다.
한편, 계월은 그들보다 먼저 산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웃 아주머니에게서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닥칠 위험을 직감한 것입니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도깨비를 찾아 헤맸습니다.
"도깨비 어르신... 어디 계신가요? 위험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어둠 속에서 붉은 눈빛이 번쩍였고,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계월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계월아, 왜 이 밤중에 산에 올라왔느냐?"
계월은 급하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금 이야기를 듣고 욕심을 부려 산으로 올라오고 있어요. 당신을 찾아 해치려 할지도 몰라요. 어서 깊은 산으로 피하셔야 해요!"
도깨비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습니다.
"인간들의 욕심은 변함이 없구나. 내 선물이 오히려 너에게 화를 부른 것 같아 미안하다."
계월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에요. 제 아버지가 나으셨고, 우리 살림도 나아졌어요.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이제 제가 당신을 보호할 차례예요."
그때 멀리서 횃불 빛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기 빛이 보인다! 서둘러!"
도깨비는 계월의 손을 잡았습니다.
"위험하다. 네가 여기 있으면 마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어서 돌아가거라."
계월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 돼요. 당신이 저를 도와주셨듯, 이번엔 제가 당신을 도울 거예요."
도깨비의 눈에 감동의 빛이 어렸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말했습니다.
"좋다. 하지만 내 방식대로 하자."
마을 사람들이 가까이 왔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고 주변이 안개로 가득 찼습니다. 도깨비가 크게 변한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의 키는 거대해졌고, 눈은 불처럼 붉게 빛났습니다.
"인간들아! 너희의 욕심이 이렇게 깊은 산까지 들어오다니!"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습니다. 몇몇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나머지는 뒷걸음질 쳤습니다.
"살...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산에 오지 않겠습니다!"
도깨비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돌아가라! 그리고 기억하라. 인간의 욕심은 결국 자신을 해칠 뿐이다. 계월이와 그의 아버지는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베풀었기에 내 축복을 받은 것이다. 다시는 그들을 괴롭히지 말라!"
마을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산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안개가 걷히자 도깨비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계월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이제 마을에서 당신을 더 무서워할 것 같아요."
도깨비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괜찮다. 그들이 나를 두려워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때도 있지. 계월아, 너는 정말 특별한 인간이구나."
※ 계월의 진심에 감동한 도깨비가 마을을 축복하고 떠나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계월과 마을 사람들
이른 아침, 계월의 집 마당에는 아버지와 계월이 앉아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되어 혈색이 좋아졌고, 계월의 표정도 밝았습니다. 어젯밤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산에서 내려온 후, 이상하게도 그들은 계월의 집을 더 이상 의심하는 눈으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계월아,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이상하구나. 오히려 공손해졌어."
계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아마도 그분이 도와주신 덕분일 거예요."
아버지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분이라니? 네가 산에서 만났다는 그 신비한 분 말이냐?"
계월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는 이제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버지, 사실 제가 산에서 만난 분은... 도깨비셨어요."
아버지의 눈이 커졌지만, 그는 딸을 믿고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계월은 처음 만남부터 도깨비의 눈물이 금이 된 이야기, 그리고 어젯밤의 일까지 모두 말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려 했던 거구나. 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돕다니..."
계월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도깨비 어르신은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이셨어요. 수백 년을 혼자 살며 인간들에게 두려움만 받았던 분이죠. 그런데 제가 베푼 작은 친절에 그토록 감동하시다니..."
아버지는 깊이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세상은 참 신비로워. 사람보다 오래 산 존재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지혜가 있을 게다. 우리가 얻은 금은 운이 아니라, 너의 순수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인 셈이구나."
그때 마당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문이 열렸습니다. 그곳에는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 도깨비가 서 있었습니다. 계월은 반갑게 일어나 맞이했습니다.
"어르신! 어서 오세요."
아버지도 놀라움을 감추고 공손히 인사했습니다. 도깨비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습니다.
"계월의 아버님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 따님이 정말 훌륭한 분을 닮으셨군요."
아버지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희 가족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딸에게 베푸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도깨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은혜라뇨. 오히려 내가 받은 게 더 많습니다. 수백 년을 살며 처음으로 진정한 인간의 따뜻함을 느꼈으니까요."
도깨비는 작은 보자기를 꺼내 계월에게 건넸습니다.
"이것은 내 마지막 선물이다. 욕심 많은 자에게는 돌멩이로 보이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금으로 보이는 신비한 돌이지. 위급할 때만 사용하거라."
계월은 감사히 받았습니다. 도깨비의 표정이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이제 나는 떠나야 할 때가 됐구나. 새로운 산을 찾아 가려 한다."
계월과 아버지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계월이 물었습니다.
"정말 가셔야 하나요? 여기 마을에서 저희와 함께..."
도깨비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도깨비와 인간은 함께 살기 어렵단다. 하지만 걱정 마라. 이 마을은 내가 멀리서라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네 가족에게는 특별한 축복을 남기고 가마."
도깨비는 손을 들어 공중에 금빛 문양을 그렸고, 그 빛이 계월의 집을 감쌌습니다.
"이 집에 사는 이들은 항상 따뜻한 마음을 간직할 것이며, 그 마음이 주변에 퍼져 더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계월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르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도깨비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인연이 있다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순수한 마음은 언제나 서로를 찾아내니까."
도깨비는 몸을 돌려 마당을 나섰고,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한줄기 바람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계월과 아버지는 한동안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 도깨비 어르신이 남기고 간 진정한 보물은 금이 아니라 마음의 풍요로움인 것 같아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딸의 어깨를 감쌌습니다.
"그렇구나.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결국 따뜻한 마음이란다."
마을은 그 후로 더욱 평화로워졌고, 계월의 집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사람들은 계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욕심보다 나눔의 가치를 배웠고, 도깨비의 전설은 오래도록 전해내려갔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도깨비의 눈물이 금으로 변하다" 이야기 어떠셨나요? 외로운 도깨비와 순수한 마음을 가진 계월의 만남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을 맺었는지요. 욕심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이라는 오래된 지혜를 다시 한번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는 "일곱 해 동안의 도깨비 시중, 부자가 된 거지"입니다. 한 끼 식사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거지가 우연히 도깨비를 만나 그를 섬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놀라운 운명의 변화... 과연 그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도깨비의 시중을 들며 부를 얻게 된 거지의 삶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인간의 욕심과 도깨비의 마법이 빚어내는 또 다른 감동의 이야기.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놓치지 마세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도 들려주세요. 조선시대 도깨비 전설 모음, 다음 시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