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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마지막 무쇠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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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방망이를 잃어버린 도깨비가 인간 세상에서 겪는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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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도입부)
"달빛 아래 울리는 도깨비 방망이 소리, 들어보신 적 있나요? 오늘밤은 특별한 도깨비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자신의 무쇠방망이를 잃어버린 뒤, 인간의 마음을 배우게 된 도깨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씬 1 잃어버린 힘
깊은 밤, 달빛이 비치는 숲속에서 한 도깨비가 자신의 무쇠방망이를 휘두르며 우쭐한 걸음을 걷고 있었습니다. 머리에 난 뿔은 달빛에 반짝였고, 코는 마치 홍시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지요.
"에헴! 이 산천이 모두 내 것이로다! 내 무쇠방망이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지!"
도깨비는 늘 이렇게 허세 가득한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무쇠방망이를 한 번 휘두르면 황금 궁전도 나타나고, 두 번 휘두르면 진수성찬이 차려지며, 세 번 휘두르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지요.
"오늘밤은 어떤 재미난 일을 해볼까? 저기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황금빛 술이 흐르는 강으로 바꿔볼까? 아니면 저 앞 바위를 춤추게 만들어볼까?"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울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밤늦게 산길을 지나는 젊은 나그네의 소리였지요. 도깨비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나그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후후... 재미있는 놀이 상대가 나타났구나. 저 사람을 한바탕 놀래주고 재미를 보자!"
도깨비는 나무 뒤에 숨어 나그네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나그네가 바로 앞을 지나가는 순간, 힘껏 무쇠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얍! 이 도깨비님의 힘을 구경하시라!"
하지만 그만 도깨비의 발이 젖은 이끼에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균형을 잃은 도깨비의 손에서 무쇠방망이가 힘차게 날아올랐고, 그대로 깊은 계곡 아래로 떨어져버렸지요.
"아이고! 내 무쇠방망이!"
도깨비는 급히 계곡 아래를 살폈지만, 달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서 무쇠방망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계곡은 너무나 가파르고 위험해서 내려갈 수조차 없었지요.
"이럴 수가... 내 무쇠방망이... 이제 난 어떡하지?"
처음으로 도깨비의 목소리에서 허세가 사라졌습니다. 달빛 아래 홀로 선 도깨비의 모습은 한없이 작아 보였고, 그의 그림자는 마치 잃어버린 아이처럼 외로워 보였습니다.
나그네는 이미 멀어져 노랫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고, 숲속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수백 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무쇠방망이를 잃어버린 도깨비는, 그제야 처음으로 진정한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요.
씬 2 예상치 못한 만남
날이 밝아오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쇠방망이를 잃어버린 도깨비는 비를 피할 방법도 없이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무쇠방망이 하나로 구름을 날려버렸을 텐데, 이제는 그저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지요.
"저기 무너진 집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때, 멀리서 따뜻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허름한 초가집이었지만, 도깨비에게는 천금과 같은 피난처로 보였지요.
"잠시만 비를 피해있다 가야겠어."
도깨비가 살금살금 처마 밑으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습니다.
"누구신가? 비가 이리 세찬데, 들어와 쉬다 가시구려."
다리를 절뚝거리는 농부가 도깨비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농부는 도깨비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저... 저는 도깨비인데..."
"도깨비든 사람이든, 이런 날씨에 밖에 있으면 감기 들기 쉽지요. 어서 들어오시구려."
따뜻한 아궁이 불 앞에 앉은 도깨비는 처음으로 인간의 온기가 무엇인지 느꼈습니다. 농부는 쪼그라든 무릎을 붙잡고 앉으며 도깨비에게 쑥떡 하나를 건넸습니다.
"별것은 없지만, 함께 나눠 먹어요."
도깨비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말을 잃었습니다. 무쇠방망이로 만든 진수성찬보다, 이 쑥떡 한 조각이 더 맛있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씬 3 도움의 시작
이른 아침, 도깨비는 농부를 몰래 따라나섰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땅은 질퍽거렸고 농부는 절뚝거리며 힘겹게 밭으로 향했지요.
"아이고,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되겠구려..."
농부의 한숨 소리에 도깨비는 가슴 한켠이 묵직해졌습니다. 예전의 자신 같았으면 무쇠방망이 하나로 이 모든 일을 해결했을 텐데, 지금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부는 힘겹게 괭이를 들어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탓에 자주 쉬어가야 했고, 땀은 비 온 뒤의 이슬처럼 흘러내렸습니다. 도깨비는 나무 뒤에 숨어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잠깐... 내게는 무쇠방망이는 없어도 도깨비의 힘은 남아있잖아!"
도깨비는 용기를 내어 농부 앞에 나섰습니다.
"저... 제가 도와드리면 안될까요?"
농부는 놀라지 않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침에 오셨던 도깨비님이시군요. 하지만 도깨비님께서 왜 이런 힘든 일을..."
"저에게는 아직 도깨비의 힘이 있답니다! 비록 무쇠방망이는 없지만... 제 힘으로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도깨비는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다른 이를 위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의 힘으로 무거운 돌을 치우고, 단단한 흙을 부수고, 깊은 고랑도 팠습니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도깨비는 흙을 덮어주었지요.
"이렇게 누군가를 돕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구나..."
도깨비는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무쇠방망이로 만드는 화려한 환상보다, 자신의 진짜 힘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을요.
해가 저물 무렵, 농부와 도깨비는 완성된 밭을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농부의 다리는 여전히 불편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도깨비님, 정말 고맙습니다. 혼자였다면 일주일은 걸렸을 일을 하루 만에 해내다니..."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해요. 이렇게... 제 진짜 힘을 쓸 수 있게 해주셔서..."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도깨비는 문득 자신의 뿔이 전보다 더 반짝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마치 진정한 도깨비의 힘이 깨어나는 것 같았지요.
씬 4 서서히 피는 마음
이른 아침, 장터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농부는 도깨비를 데리고 장터에 나왔지요. 도깨비는 처음으로 보는 인간 세상의 풍경에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습니다.
"도깨비 님, 오늘은 제가 장에서 물건도 팔고, 필요한 것도 사야 하는데... 절 좀 도와주시겠어요?"
"네!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도깨비는 농부를 따라다니며 짐을 날랐습니다. 무쇠방망이로 순간이동을 하던 때와는 달리, 직접 발로 걸으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녔지요.
"어머, 이 젊은이는 누구신가? 얼굴이 참 붉으시네."
"허허,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이시라오. 힘도 세고 마음도 착하지요."
사람들은 도깨비를 수상하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누군가는 따뜻한 식혜 한 그릇을 건네고, 또 누군가는 갓 구운 찹쌀떡을 나눠주었지요.
"이렇게 정을 나누는 게 인간의 방식이구나..."
도깨비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예전에는 장난으로 사람들을 놀래키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그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즐거웠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 농부와 도깨비는 장터를 나섰습니다. 도깨비의 품에는 사람들이 건넨 정 가득한 선물들이 안겨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씬 5 위기의 순간
며칠 동안 비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울부짖고, 번개가 밤하늘을 찢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지요.
"큰일입니다! 상류의 둑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에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사람들은 허둥지둥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럴 때 무쇠방망이만 있었다면..."
도깨비는 자신의 무력함에 괴로워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무쇠방망이 하나로 홍수도 막고, 비구름도 걷어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여기 젊은이들은 모두 나를 따라오시오! 둑을 보강해야 합니다!"
마을 이장의 외침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도깨비도 그 속에 섞여 달려갔습니다. 둑 너머로는 이미 검은 물줄기가 보였고, 사나운 물살은 마을을 삼키려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도깨비 님, 너무 위험해요. 물러나 계시는 게..."
농부가 걱정스레 말했지만, 도깨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비록 무쇠방망이는 없지만, 아직 도깨비의 힘은 남아있잖아요! 이제는 그 힘으로 마을을 지키고 싶어요."
도깨비는 앞장서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눈앞을 가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도깨비의 괴력으로 무거운 돌들을 나르고, 흙더미를 쌓아올렸습니다.
"여기도 모래주머니가 필요해요!"
"이쪽 둑이 약해 보입니다!"
"어린이들을 높은 곳으로 데려가야 해요!"
도깨비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그의 빨간 얼굴은 이제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습니다.
밤새 계속된 사투 끝에, 마침내 비가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동이 틀 무렵,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했습니다. 도깨비도 그들 속에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소, 젊은이.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리 마을이 큰일 날 뻔했어요."
"도깨비 님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하지만 도깨비는 알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힘은 무쇠방망이가 아닌, 서로를 위해 하나가 되어 싸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었다는 것을요.
씬 6 도깨비의 눈물
홍수가 지나간 다음 날 밤, 도깨비는 혼자 강가에 앉아있었습니다. 달빛이 잔잔한 물결 위에 비치자, 문득 잃어버린 무쇠방망이가 떠올랐습니다.
"이상하다... 이제는 무쇠방망이가 그리워지지 않네."
그때,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농부였지요.
"도깨비 님, 여기 계셨군요. 어제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에요. 제가 한 일은 별것 아닌걸요..."
농부는 도깨비 곁에 앉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작은 천 조각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도깨비의 도포에서 찢어진 조각이었습니다.
"어제 홍수를 막으실 때 찢어진 거예요. 제가 바느질은 서툴지만... 꿰매드리고 싶어서요."
그 순간, 도깨비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도깨비는 당황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비도 안 오는데 제 얼굴에 물이..."
"그게 바로 눈물이에요. 마음이 뜨거워질 때 나오는 거지요."
달빛 아래, 도깨비의 첫 눈물이 반짝였습니다. 그것은 어떤 보물보다도 아름다운 빛이었지요.
씬 7 새로운 발견
마을 어귀에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산적 떼가 마을을 습격하겠다고 협박을 해왔다는 소식이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걱정에 싸여 있었습니다.
"이럴 때 예전처럼 무쇠방망이로 산적들을 혼내줄 수 있다면..."
도깨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잠깐... 산적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도깨비는 깊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예전에 자신이 인간들을 놀래켰던 방법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그래! 제가 좋은 생각이 있어요!"
도깨비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곧 도깨비의 지혜로운 계획에 고개를 끄덕였지요.
밤이 되자 마을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집마다 푸른빛 도깨비불을 켜고, 솥과 그릇을 두드려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아이들은 도깨비 가면을 쓰고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어른들은 산적들이 올 만한 길목에서 도깨비 목소리를 내며 웃었지요.
"우어어어! 이 마을은 도깨비들의 마을이다!"
"감히 우리 마을에 들어오면 모두 도깨비로 만들어버리겠다!"
산적들은 마을 근처에 다가왔다가 이상한 광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푸른 불빛이 춤추는 마을, 기이한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도깨비들의 웃음소리... 산적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다시는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깨비 님, 정말 대단해요! 무쇠방망이 없이도 이런 멋진 계획을 세우시다니..."
"이제야 알겠어요. 진정한 힘은 무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협력에 있다는 것을요.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서 해결할 수 있었어요."
달빛 아래, 마을 사람들은 도깨비와 함께 즐거운 잔치를 벌였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도깨비 가면을 쓴 채 뛰어다녔고, 어른들은 도깨비의 지혜로움을 칭찬하며 웃음꽃을 피웠지요.
이제 도깨비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무쇠방망이의 마법보다 더 강력한 것은 바로 지혜와 서로에 대한 신뢰였던 것입니다.
씬 8 인연의 소중함
농부의 집 마당에는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홍수를 이겨내고, 산적의 위협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마을 잔치였지요. 달빛 아래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우리 마을에 이런 좋은 젊은이가 와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얼굴은 붉으시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하얗지요."
도깨비는 처음으로 자신이 '젊은이'로 불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였지만, 지금처럼 따뜻한 순간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깨비 님, 이제는 우리 마을에 계속 머무르시는 게 어떠신가요?"
"네? 하지만 저는 도깨비인데..."
그때 한 아이가 도깨비에게 다가와 조그만 연을 건넸습니다. 연 위에는 서툰 솜씨로 그려진 도깨비 그림이 있었지요.
"도깨비 아저씨가 우리 마을에 살면 좋겠어요. 매일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시고..."
도깨비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제는 눈물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달빛 아래, 도깨비의 뿔이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무서운 도깨비의 상징이 아닌, 마을의 수호신이 된 도깨비의 표식이었지요.
씬 9 무쇠방망이의 재발견
마을의 오래된 우물을 수리하는 날이었습니다. 가뭄이 올 것이라는 소문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우물을 깊게 파기로 했지요. 도깨비도 당연히 그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이 바위가 좀 걸리는데... 도깨비 님, 한번 살펴봐 주시겠어요?"
도깨비가 우물 안으로 들어가 바위를 살펴보던 그때였습니다. 바위 틈에서 무언가 금속성의 물체가 반짝였습니다.
"이게... 설마..."
도깨비의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바위 틈에 끼어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무쇠방망이였습니다. 계곡에서 떨어뜨린 방망이가 물길을 따라 이곳까지 흘러온 것이었지요.
"도깨비 님, 무슨 일이세요?"
위에서 농부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도깨비는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손에 쥔 무쇠방망이에서 익숙한 기운이 전해져 왔습니다. 예전의 모든 힘과 마법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이제 다시 전처럼 될 수 있어... 황금 궁전도 만들고, 진수성찬도 차리고..."
하지만 그 순간, 도깨비의 머릿속에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농부의 따뜻한 미소, 마을 사람들과 나눈 정, 아이들의 웃음소리, 함께 위기를 이겨낸 순간들...
"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도깨비는 무쇠방망이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예전에는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방망이가, 지금은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요?
"도깨비 님? 괜찮으세요?"
위에서 다시 농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도깨비는 무쇠방망이를 품에 넣고 우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네, 괜찮아요. 그냥...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요."
달빛이 우물 위로 비췄습니다. 도깨비의 마음속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지요.
씬 10 마음의 변화
달이 떴지만, 도깨비는 쉽게 잠들 수 없었습니다. 품 안의 무쇠방망이가 자꾸만 그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도깨비는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한번만... 한번만 써볼까?"
도깨비는 조심스레 무쇠방망이를 꺼내들었습니다. 달빛 아래서 방망이가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예전처럼 휘둘러보니 순간 화려한 황금 궁전이 나타났습니다.
"역시... 아직도 이런 마법이 통하는구나."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기쁘지가 않았습니다. 황금 궁전은 찬란했지만,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졌지요. 도깨비는 문득 농부의 작은 초가집이 떠올랐습니다.
"이상하다... 이렇게 멋진 궁전인데, 왜 농부의 따뜻한 방이 더 그리워지는 걸까?"
도깨비는 다시 무쇠방망이를 휘둘러 진수성찬을 차렸습니다. 온갖 산해진미가 눈앞에 나타났지만, 농부와 나눠 먹었던 쑥떡 한 조각만 못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알겠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구나."
달빛 아래, 도깨비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뾰족했던 뿔은 더욱 부드러워졌고, 붉은 얼굴은 따뜻한 미소를 띠게 되었지요.
씬 11 진정한 선물
이른 새벽, 도깨비는 농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마당에는 아직 밤이슬이 맺혀있었고, 멀리서 첫닭이 울었습니다.
"농부님, 계세요?"
문을 열고 나온 농부는 도깨비의 새벽 방문에 놀란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곧 평소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었지요.
"도깨비 님,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신가요?"
"농부님께 마지막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요."
도깨비는 조심스럽게 무쇠방망이를 꺼냈습니다. 농부는 처음 보는 물건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도깨비 방망이예요. 어제 우물에서 찾았답니다. 이 방망이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어떤 소원도 이룰 수 있지요."
농부의 눈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이런 마법이 필요 없어요. 농부님과 마을 사람들이 제게 가르쳐준 것들이 이 방망이보다 훨씬 더 소중하니까요."
도깨비는 무쇠방망이를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농부의 다리를 향해 조심스럽게 휘둘렀습니다.
"이것이 제가 마지막으로 쓰는 마법이에요. 농부님의 다리가 나아지길 바라는 제 진심을 담아서..."
순간 따뜻한 빛이 농부의 다리를 감쌌습니다. 그동안 절뚝거리던 다리가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고, 농부의 눈에는 놀라움과 기쁨의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게... 이게 정말..."
"네, 이제 농부님은 자유롭게 걸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인간의 마음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벽 햇살이 두 사람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의 손에 들린 무쇠방망이가 마지막으로 환하게 빛났다가, 서서히 빛을 잃어갔습니다. 마지막 마법을 쓴 방망이는 이제 평범한 쇠막대가 되어버렸지요.
"이제 저는 이 방망이가 필요 없어요. 진정한 행복은 마법이 아닌,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씬 12 새로운 시작
아침 햇살이 마을을 비추기 시작할 무렵, 도깨비는 우물가에 섰습니다. 손에는 이제 평범한 쇠막대가 된 무쇠방망이를 들고 있었지요.
"이제 진짜 작별인가 보네..."
도깨비는 마지막으로 무쇠방망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수백 년을 함께했던 친구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쉽지 않았습니다.
"너 덕분에 정말 소중한 것을 배웠어. 고마워."
도깨비는 방망이를 우물 속으로 던졌습니다.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잔잔한 물결이 일었고, 이내 고요해졌습니다.
그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도깨비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뾰족했던 뿔이 사라지고, 붉었던 얼굴이 사람처럼 변했습니다. 마침내 도깨비는 한 명의 청년으로 완전히 바뀌었지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새로 난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지요. 이제는 더 이상 도깨비가 아닌 청년은 밝게 웃으며 마을로 걸어갔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 후로 마을에 특별한 젊은이가 하나 살게 되었다고. 달밤이면 가끔 도깨비불이 피어오르고, 그럴 때마다 그 청년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지요.
엔딩멘트
"그 후로 그 마을에는 특별한 젊은이가 한 명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끔 달빛 아래서 도깨비불이 피어오르면, 그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고 하지요.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작은 도깨비불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