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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의 선물 - 조선시대 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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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 이태식과 그를 돕는 신비로운 도깨비의 이야기. 가난으로 굶주리던 선비에게 어느 날 밤 나타난 도깨비는 특별한 선물을 건네주지만, 그 선물에는 예상치 못한 조건이 따르는데... 욕심과 감사, 인간과 도깨비의 기묘한 인연을 그린 오디오 드라마. 우리 선조들이 들려주던 전통 야담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도깨비의 선물이 가져온 인생의 변화와 깨달음을 담았습니다.

    후킹멘트

    "도깨비의 선물이 이태식의 삶을 바꾸어 놓았지만, 그 선물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이태식이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질투에 직면하고, 도깨비의 마지막 시험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과연 이태식은 도깨비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도깨비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도깨비의 선물' 하편, '마지막 약속'을 기대해주세요.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더 많은 조선시대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 가난한 선비 이태식, 추운 겨울날 굶주림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젊은 선비의 모습

    조선 숙종 시대, 강원도 깊은 산골 마을. 눈이 하늘에서 끝없이 쏟아지던 한겨울 밤이었습니다. 바람이 창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초라한 방 안을 휘저었고, 벽지는 찢어진 곳마다 추위를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 작은 초가의 방 안에는 한 젊은 선비가 앉아 있었습니다. 이태식, 스물여덟의 이 청년은 어릴 적부터 글공부에 몰두하여 학문이 깊었지만,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여 가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허억... 허억..."

    이태식은 손을 호호 불며 간신히 체온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방 한구석에 놓인 화로에는 불씨가 거의 꺼져가고 있었고, 장작은 이미 떨어진 지 오래였습니다. 그의 곁에는 책 몇 권과 종이, 그리고 먹이 놓여 있었지만, 손이 얼어 붓을 잡을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얼어 죽겠구나..."

    그는 중얼거리며 누더기가 된 이불을 더 단단히 몸에 감쌌습니다. 사흘째 제대로 된 끼니를 못 먹은 그의 뱃속에서는 간간이 꼬르륵 소리가 울렸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힘든 겨울을 나고 있어 그를 도울 여력이 없었고,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 의지할 곳조차 없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 불효자식 때문에 저승에서도 편히 쉬지 못하시겠군요."

    이태식의 눈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이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셨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자신이 글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밤새 삯바느질을 하셨고, 아버지는 몸이 아픈데도 남의 논밭을 일구며 학비를 마련하셨습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과거에 급제하여 가문을 일으키는 것뿐인데..."

    그는 자책하며 쓸쓸히 웃었습니다. 열 번 넘게 과거를 보았지만, 매번 아쉽게 낙방했습니다. 재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에게는 권세 있는 집안의 후광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태식은 학문을 포기하지 않았고,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추운 겨울, 마을 사람들도 모두 힘들어 아이들을 서당에 보내지 못했고, 이태식은 수입이 끊겨 이렇게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내일은... 내일은 산에 가서 나무라도 해와야겠다. 이대로는 정말 버틸 수 없어..."

    그는 굳은 결심을 하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물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그의 빈 속을 더욱 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태식은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자 머릿속에는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불 피워진 아궁이의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그저 꿈이라도 좋으니, 따뜻하고 배부른 꿈을 꾸게 해주소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태식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방 밖에서는 눈이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바람 소리는 마치 누군가가 울부짖는 것처럼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 속에서, 어디선가 기묘한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오는 듯했지만, 이태식은 이미 꿈속으로 빠져들어 알지 못했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이태식의 초가 주변으로는 붉은 빛이 희미하게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불빛처럼 보였지만, 어떤 불이 이런 폭설 속에서 밖에 있을 수 있을까요?

    ● 도깨비의 첫 등장, 한밤중 이태식의 집에 찾아온 기묘한 손님

    "쿵! 쿵! 쿵!"

    한밤중, 갑작스러운 소리에 이태식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지만, 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그의 집 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누... 누구십니까? 이런 밤중에..."

    이태식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대답 대신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그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혔지만, 동시에 이상한 용기가 솟아올랐습니다. 천천히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습니다.

    "누구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길 잃은 나그네일세. 이 추위에 잠시 몸을 녹이고 싶네만..."

    문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중년 남성의 것처럼 들었지만, 어딘가 묘하게 울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태식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의 집은 너무 초라했고, 대접할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밤에 누군가를 밖에 세워두는 것은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들어오시지요.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이태식이 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이태식은 숨을 들이켰습니다.

    남자는 키가 칠 척은 넘어 보였고, 붉은 도포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의 머리는 붉은 색이었는데, 머리카락이 아니라 마치 불꽃처럼 보였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이마에 난 뿔, 손에 든 철봉이었습니다.

    "당신은... 도깨비?"

    이태식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습니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이야기 속의 그 존재가 정말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방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그의 웃음소리는 마치 산속의 계곡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 같았습니다.

    "그렇다네, 젊은이. 나는 이 산에 사는 도깨비라네. 호호호, 놀랐는가?"

    이태식은 공포에 질려있었지만, 동시에 묘한 호기심도 느꼈습니다. 도깨비는 철봉을 바닥에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이고, 밖은 정말 춥구나.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네만..."

    도깨비의 시선이 꺼져가는 화로에 머물렀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고, 갑자기 화로에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이 순식간에 따뜻해졌습니다.

    "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이태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화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도깨비는 다시 한번 웃으며 방 한구석에 앉았습니다.

    "내가 도깨비라고 했잖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네."

    도깨비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태식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은 마치 오랜 세월의 지혜가 담긴 듯 깊고 신비로웠습니다.

    "자네는 참 흥미로운 사람이구나. 이렇게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문을 놓지 않았으니..."

    "제가요? 저는 그저 무능한 선비일 뿐입니다.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여 이런 곤궁한 신세가 되었으니..."

    도깨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세상의 가치는 과거 급제나 부귀영화만이 전부가 아니라네. 자네는 진정한 학자의 정신을 가졌어. 그리고 효심이 깊지. 나는 오래전부터 자네를 지켜보고 있었다네."

    이태식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도깨비가 자신을 지켜봤다니, 그것도 오래전부터라니... 그는 갑자기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부끄러워할 것 없다네. 나는 자네의 진심을 보았으니. 그래서 오늘 찾아온 것일세."

    도깨비의 말에 이태식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도깨비의 눈에서는 따뜻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내가 자네에게 제안할 것이 있네."

    ● 신비한 제안, 도깨비가 내민 선물과 그에 따른 조건

    도깨비는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주머니는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금실로 수놓은 듯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이태식 앞에 내려놓자, 주머니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이것은 내가 오랜 세월 동안 간직해온 '도깨비의 주머니'라네. 이 주머니는 자네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주지. 하지만 그저 물건만이 아니라, 자네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서 채워준다네."

    이태식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주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민간에서는 도깨비가 인간을 홀리거나 속인다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왜... 왜 하필 저에게 이런 귀한 것을..."

    도깨비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나는 자네의 진심을 보았기 때문이네. 그리고... 오래전 자네의 증조할아버지가 나에게 베풀어준 은혜가 있네. 그 은혜를 갚고 싶었다네."

    "증조할아버지요?"

    "그렇다네. 자네의 증조할아버지는 한때 이 마을의 훌륭한 선비였지. 그는 나를 우연히 만났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도망가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어. 대신 나와 시를 읊고, 술을 나누며 하룻밤을 보냈지. 그때 나는 인간의 따뜻함을 처음 느꼈다네."

    이태식은 처음 듣는 가족 이야기에 놀랐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직접 뵌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아버지로부터 증조할아버지가 학식이 깊고 인품이 훌륭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하지만 이런 귀한 보물을 제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도깨비는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냥 주는 것은 아니네. 조건이 있지."

    이태식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무슨 조건입니까?"

    "첫째, 이 주머니의 존재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네. 둘째, 주머니가 가져다주는 것은 자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만 사용하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네. 셋째, 자네가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어야 한다네. 이 세 가지 조건을 지킬 수 있겠는가?"

    이태식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조건들은 사실 그의 평소 신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항상 검소하게 살았고, 가진 것이 없어도 이웃과 나누려 했습니다.

    "네, 그 조건들을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네. 이 주머니는 자네에게 일 년 동안만 빌려주는 것이네. 정확히 일 년 후, 다음 겨울이 오면 내가 다시 찾으러 올 것이네. 그때는 기꺼이 돌려줄 수 있겠는가?"

    이태식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일 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면, 그 후에는 다시 지금과 같은 가난한 생활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약속합니다. 일 년 후에 기꺼이 돌려드리겠습니다."

    도깨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일어섰습니다.

    "좋아, 그럼 계약은 성립되었네. 이제 주머니는 자네의 것이네. 하지만 약속을 잊지 말게. 도깨비와의 약속은 목숨보다 중요하다네."

    도깨비는 다시 한번 주머니를 이태식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태식이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받자, 그 순간 주머니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빛은 마치 주머니가 이태식을 인정한다는 듯했습니다.

    "이제 주머니 사용법을 알려주겠네. 자네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주머니 입구를 열어보게. 그러면 그것이 주머니 속에 있을 것이네. 하지만 기억하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네. 주머니는 자네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이태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습니다.

    "자, 한번 시도해보게. 지금 자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태식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음식이요... 사흘째 제대로 된 끼니를 못 먹었습니다."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마음속으로 그것을 생각하고 주머니를 열어보게."

    이태식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의 끈을 풀었습니다. 주머니 안에서 빛이 새어 나왔고, 그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자 따뜻한 도시락 상자가 나왔습니다. 상자를 열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반찬들이 가득했습니다.

    "이... 이럴 수가!"

    이태식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깨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보다시피, 주머니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네. 자, 이제 맛있게 먹게. 나는 이만 가봐야겠네."

    도깨비는 철봉을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명심하게. 이 주머니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물건을 가져다주는 데 있지 않다네. 일 년 후, 자네가 그것을 깨닫기를 바라네."

    그 말을 남기고 도깨비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태식이 황급히 뒤따라 나가 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깊은 눈밭과 멈춘 눈보라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태식은 도깨비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따뜻한 음식이 놓여 있었고, 그의 손에는 붉은 비단 주머니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꿈이 아니라면..."

    그는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따뜻한 음식에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는 도깨비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습니다.

    "주머니의 진정한 가치... 그것이 무엇일까?"

    ● 변화의 시작, 도깨비의 선물로 달라진 이태식의 삶

    봄이 찾아오고, 산과 들에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이태식의 삶도 도깨비 주머니를 얻은 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았고, 추위에 떨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도깨비의 조건을 충실히 지키며 주머니를 사용했습니다.

    이태식은 가장 먼저 오래된 초가집을 수리했습니다. 주머니에서 필요한 도구와 자재를 꺼내 직접 손을 걸쳐 집을 고쳤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견고하고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을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서당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이 글자는 어떻게 읽는 건가요?"

    한 어린아이가 이태식에게 물었습니다. 그의 서당에는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모여 글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가난한 집안의 자제들로, 학비를 낼 형편이 되지 않았지만, 이태식은 그들에게 무료로 가르쳤습니다.

    "이 글자는 '인(仁)'이라고 읽는단다. 사람 인(人)에 두 획을 더한 글자지.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란다."

    이태식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이전의 수심이 사라지고 온화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서당 수업이 끝나면, 그는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것은 도깨비의 두 번째 조건 -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라는 - 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떡을 매일 가져오시나요? 어머니가 선생님은 분명 양반집 도련님이었을 거라고 하셨어요."

    한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습니다. 이태식은 당황했지만 곧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저... 친척이 보내준 것이란다. 맛있게 먹으렴."

    이태식은 도깨비의 첫 번째 조건 - 주머니의 존재를 비밀로 하라는 - 도 철저히 지켰습니다. 누구에게도 주머니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태식의 평판은 마을에 퍼졌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병든 이들에게 약을 구해주며,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그의 선행은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마을 외곽에 살던 노인이 심하게 앓았습니다. 의원을 부를 형편이 되지 않았고, 집안에는 노인 혼자뿐이었습니다. 이태식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노인을 찾아갔습니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제가 약을 구해왔습니다."

    이태식은 도깨비 주머니에서 꺼낸 약재를 달여 노인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 밤낮으로 노인을 간호했습니다. 사흘 후, 노인의 병세는 호전되었고, 그는 이태식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자네 같은 선비가 있어 이 마을이 복이 있네. 이 늙은이 목숨을 구해주어 고맙네."

    이태식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작은 것이니, 어르신께서 건강하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날 밤, 이태식은 도깨비 주머니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도구라고 여겼던 주머니가, 이제는 다른 이들을 돕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도깨비님의 선물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구나."

    그러나 동시에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근심이 있었습니다. 도깨비와의 약속대로 일 년이 지나면 주머니를 돌려줘야 한다는 것. 그때가 되면 다시 예전의 가난한 삶으로 돌아가게 될 테고,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도울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일 년의 시간... 그동안 최대한 많은 이들을 도와야겠다."

    이태식은 결심했습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머니의 힘을 빌려 할 수 있는 한 많은 선행을 베풀기로 한 것입니다.

    ● 마을의 의심,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구심을 품는 마을 사람들과 이태식의 갈등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고, 마을은 활기로 가득했습니다. 이태식의 서당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그의 평판은 인근 마을까지 퍼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태식을 좋게 바라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을의 부유한 양반 김판서는 이태식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그 이태식이란 자, 갑자기 어디서 재물이 생겼다는 말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끼니를 걱정하던 자가 이제는 아이들에게 글을 무료로 가르치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과 약을 나눠준다니..."

    김판서는 자신의 집에 모인 마을 유지들에게 말했습니다. 그의 아들 김도령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아버님, 분명히 수상한 일입니다. 어쩌면 도둑질을 한 것은 아닐는지요? 아니면 요사스러운 술법에 빠진 것인지도..."

    김판서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군. 마을 포졸들에게 이태식의 집을 수색하라고 하게."

    그날 오후, 포졸들이 이태식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때 이태식은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태식, 관아의 명령으로 자네 집을 수색하러 왔네. 협조해주게."

    포졸들은 거칠게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태식은 당황했지만, 도깨비 주머니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기에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찾으시는 것입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포졸 두목이 이태식을 노려보았습니다.

    "재물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제보가 들어왔네. 갑자기 부자가 된 이유를 말해보게."

    이태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도깨비 주머니의 존재는 절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부자가 아닙니다. 다만 친척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 사는 어떤 친척인지 말해보게."

    이태식은 더욱 곤란해졌습니다. 그의 말더듬는 모습을 본 포졸들은 더욱 의심했습니다.

    "수상한걸.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으니 일단 돌아가지만, 계속 지켜볼 것이네. 명심하게."

    포졸들이 떠난 후, 이태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도깨비 주머니를 꺼내 바라보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더 조심해야겠어."

    그러나 마을의 의심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태식을 만날 때마다 수군거렸고,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을 서당에 보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이태식이 도술을 부린다더라."
    "아이들에게 요사스러운 것을 가르친다는 소문도 있어."
    "밤마다 이상한 빛이 그의 집에서 보인다고 하던데..."

    이런 소문들이 퍼지자, 이태식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가 순수한 마음으로 한 선행들이 오해를 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밤, 김판서의 아들 김도령이 몇몇 청년들과 함께 이태식의 집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오늘 밤 그자의 정체를 밝혀내자. 뭔가 수상한 일을 벌이고 있을 거야."

    그날 밤, 이태식은 도깨비 주머니에서 약재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마을의 병든 아이들에게 나눠줄 약을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때 창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이태식은 재빨리 주머니를 감추고 밖을 살폈습니다. 어둠 속에서 몇 명의 인영이 보였고, 그들은 분명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도깨비의 주머니가 발각될지도 몰라..."

    이태식은 고민했습니다. 그는 마을을 떠나야 할지, 아니면 도깨비 주머니의 사용을 중단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도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진 이태식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그것은 도깨비 주머니가 가져다준 기쁨만큼이나 큰 무게로 그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 진정한 가치, 도깨비의 마지막 시험과 이태식의 선택

    가을이 깊어가고, 산과 들은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도깨비가 이태식에게 주머니를 준 지 거의 일 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습니다. 이태식은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한동안 주머니 사용을 자제했습니다. 그로 인해 그의 생활은 다시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그는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았습니다.

    그날은 유독 추운 가을밤이었습니다. 첫 서리가 내린 듯 바람이 차갑게 불어왔습니다. 이태식은 초가집 마루에 앉아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는 중얼거렸습니다. 도깨비가 다시 찾아올 날이 가까워졌습니다. 이태식은 주머니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아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로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일 년간 주머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도깨비의 조건을 지키며 선행을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불이야! 불이 났다!"

    이태식은 황급히 마을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을 한가운데서 붉은 불길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체 없이 달려갔습니다.

    마을에 도착하자 혼란스러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김판서의 집에서 불이 시작되어 주변 가옥으로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을 나르며 불을 끄려 했지만, 가을 가뭄으로 물이 부족했고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누가 안에 갇혔다고?"
    "김도령이 아직 안에 있다네!"
    "불길이 너무 거세 들어갈 수가 없어..."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이태식은 망설임 없이 도깨비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불을 끌 수 있는 도구'를 생각했고, 주머니에서 커다란 방화용 물통을 꺼냈습니다.

    "모두 물을 날라 여기에 부어주세요!"

    그의 지시에 마을 사람들이 움직였고, 이태식은 물통을 들고 불타는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뜨거운 열기와 연기가 그를 막았지만, 그는 물을 뿌리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김도령! 어디 계십니까?"

    이태식은 불길 속을 헤치고 다니며 김도령을 찾았습니다. 마침내 쓰러진 김도령을 발견한 그는 등에 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불은 여전히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마을 전체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태식은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는 도깨비 주머니를 꺼내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습니다.

    "제발... 이 불을 꺼줄 큰 비를..."

    그 순간, 주머니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고, 하늘에서는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습니다. 이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불은 점차 약해지다가 완전히 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기적이라며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이태식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도깨비 주머니의 마지막 선물이었고, 동시에 그가 가장 필요로 한 것이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새벽이 밝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태식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김판서도 그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자네가 우리 아들을 구해주었네. 그동안 자네를 의심해서 미안하네."

    이태식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작은 것입니다. 모두 무사하시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날 밤, 이태식은 집으로 돌아와 도깨비 주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주머니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마치 힘을 다 쓴 듯했습니다. 그는 주머니를 가슴에 안고 눈을 감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선물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때, 문 밖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태식은 문을 열었고, 그곳에는 일 년 전 만났던 그 도깨비가 서 있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구나, 이태식."

    도깨비는 여전히 붉은 도포를 입고 있었고, 그의 눈은 지혜로움으로 빛났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태식은 공손히 도깨비 주머니를 건넸습니다. 도깨비는 주머니를 받아들고 이태식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자네는 어떤가? 이 주머니가 자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태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 가난을 벗어나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습니다. 이 주머니의 진정한 가치는 제가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 있던 욕심과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준 것이었습니다."

    도깨비는 만족스럽게 웃었습니다.

    "그렇다네. 이 주머니의 진정한 힘은 자네 안에 있었네. 자네가 가진 선한 마음과 나눔의 정신, 그것이 이 주머니를 통해 드러난 것뿐이었지."

    도깨비는 이태식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이제 주머니는 가져가겠지만, 자네가 배운 것들은 영원히 자네 것이네. 그리고 앞으로도 자네는 계속해서 선한 일을 할 것이라 믿네."

    이태식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비록 주머니가 없어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도깨비는 환하게 웃더니, 갑자기 주머니를 다시 이태식에게 건넸습니다.

    "사실, 이 주머니는 자네에게 주는 진짜 선물이 아니었네. 진짜 선물은 바로 이것이야."

    도깨비는 품속에서 작은 씨앗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평범한 나무 씨앗처럼 보였지만, 은은한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이 씨앗을 자네 마당에 심게. 이것은 '지혜의 나무' 씨앗이네. 이 나무가 자라면, 매년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 열매로 자네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이 나무는 자네가 베푸는 만큼 더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네."

    이태식은 감사의 마음으로 씨앗을 받았습니다. 도깨비는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게. 진정한 부는 재물이 아니라, 자네가 베푼 선행과 그로 인해 밝아진 타인의 얼굴에 있네."

    그 말을 남기고 도깨비는 사라졌습니다. 이태식은 손에 쥔 씨앗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이제 그는 알았습니다. 도깨비의 진정한 선물은 무엇이었는지를.

    다음 날 아침, 이태식은 마당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변함없이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삶을 이어갔습니다. 비록 도깨비 주머니는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더 큰 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은 지금 '도깨비의 선물' 조선시대 야담을 들으셨습니다. 가난한 선비 이태식과 신비로운 도깨비의 만남, 그리고 그 선물이 가져온 인생의 변화와 깨달음을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도깨비의 주머니는 단순한 마법의 도구가 아니라, 이태식의 마음속에 있던 선함과 나눔의 정신을 일깨우는 매개체였습니다. 때로는 우리에게도 그런 '도깨비의 선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선한 마음을 일깨워줄 무언가가 말이죠.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런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심과 나눔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비록 옛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산신령의 시험'이라는 조선시대 야담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험한 산속에서 길을 잃은 사냥꾼과 그를 시험하는 산신령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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