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도깨비의 슬픈 사랑 이야기
태그 (12)
#조선시대, #도깨비, #운명적사랑, #오디오드라마, #한국설화, #금지된사랑, #전통이야기, #비극로맨스, #도깨비신랑, #한국민담, #전통문화, #신수록가
디스크립션 (250자 내외)
조선 후기, 가난한 양반 집안의 아름다운 딸 연화는 달빛 아래 만난 신비로운 사내와 사랑에 빠진다. 그가 500년을 살아온 도깨비임을 알게 된 후에도 사랑은 깊어만 간다. 그러나 인간과 도깨비의 사랑을 시샘하는 자들의 방해와 숙명적 한계 앞에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게 된다. 세상의 벽을 넘어선 영원한 사랑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담은 이야기.
후킹멘트 (250자 내외)
"인간 여인이여, 내게 다가오지 마오. 나는 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도깨비... 당신은 찰나의 생을 사는 인간일 뿐이오. 우리의 사랑은 시작부터 비극이라오."
500년을 홀로 살아온 도깨비가 달빛 아래 만난 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과 도깨비 사이의 사랑은 금기. 도깨비를 질투하는 산신령의 방해와 시간이라는 벽 앞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오늘 밤, 당신의 심장을 울릴 슬픈 사랑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 조선 후기 가난한 양반집 딸 연화와 달빛 아래 첫 만남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빛나는 조선 후기의 어느 작은 마을. 가난한 양반집의 딸 연화는 달이 밝은 밤이면 몰래 담장을 넘어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유롭게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열여덟의 꽃다운 나이지만, 가세가 기울어 혼인도 쉽지 않은 처지였다.
"달님, 오늘도 저를 보러 오셨군요. 제가 지은 시 한 수 들어보시겠어요?"
연화는 자개함에서 꺼낸 종이에 쓴 시를 작은 목소리로 읊었다. 그녀의 까만 머리칼이 밤바람에 흩날렸다.
"가난한 집 규방 안에 갇힌 이 몸, 달빛 따라 나선 밤길 자유롭구나. 세상 어디에 나를 알아줄 이 있을까, 오늘도 달님께 시 한 수 바치노라."
바람이 잠시 멎었다. 숲 속이 고요해졌다. 그때, 등 뒤에서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 한 수가 아니라, 마음 한 자락을 바치셨군요."
연화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달빛 아래 키 큰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도포를 입은 그는 은은한 달빛 아래서도 뚜렷한 이목구비와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은은히 비치는 무언가가 있는 듯했지만, 어둠 속에서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다.
"누... 누구십니까? 여인이 홀로 있는 곳에 나타나시다니..."
연화는 놀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내에게서 두려움보다는 신비로운 매력이 느껴졌다.
사내는 한 걸음 물러서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놀라게 해드릴 의도는 아니었소. 저는 이 산의... 관리인이라 할까요? 밤마다 이곳을 거닐다 아가씨의 시를 듣게 되었습니다."
"관리인이라면... 벼슬아치이신가요?"
사내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바람결처럼 산들산들했다.
"아니오. 그보다는... 이 산을 지키는 자라고 보면 되겠소. 벼슬은 아니지만, 나름 오랜 세월 이 일을 해왔습니다."
연화는 이상하게도 경계심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위협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럼... 제 시를 들으셨다고요? 부끄럽습니다. 글재주가 변변찮은데..."
"아니오, 진심이 담긴 글은 언제나 아름답소. 특히 달에게 바치는 당신의 마음이 글 너머로 잘 전해졌소."
사내는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역시 달을 좋아하오. 수백 년을 살며 많은 것을 보았지만, 달만큼 변하지 않는 친구도 없었소."
"수백 년이라니... 농담이시죠?"
연화는 웃었지만, 사내의 표정은 진지했다.
"언젠가 그 뜻을 알게 될 것이오. 하지만 오늘은... 아가씨의 이름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연화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연꽃처럼 맑고 향기롭게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이지요."
"연화... 이름처럼 아름답소."
사내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저는... 강림이라고 합니다."
"강림이요...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뜻인가요?"
사내는 다시 한번 미소지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소. 연화 아가씨, 내일 밤에도 이곳에 오실 건가요?"
연화는 망설였다. 낯선 남자와의 약속은 위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악의가 없었고, 오히려 오랜 세월의 지혜와 고독이 담겨 있는 듯했다.
"글쎄요... 오면 또 뵐 수 있을까요?"
"달이 뜨면 이곳에 있겠소. 하지만 원치 않으시면 억지로 오실 필요는 없소. 당신의 자유를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강림은 한 걸음 물러서며 인사했다.
"좋은 밤 되십시오, 연화 아가씨."
그리고 돌아서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연화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달빛 아래, 강림의 머리 위로 은은히 빛나는 것이 마치... 뿔처럼 보였던 것이다.
2: 도깨비의 정체와 비밀스러운 만남의 시작
다음 날 밤, 연화는 또다시 산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어제보다 더 정성을 들여 머리를 단정히 빗고, 낡았지만 깨끗한 옷을 입었다. 그녀의 가슴은 이유 모를 설렘으로 가득했다.
산에 도착하자 어제와 같은 자리에 강림이 서 있었다. 달빛 아래 그의 모습은 더욱 신비로워 보였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강림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연화는 수줍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어제 이야기가 궁금해서 왔어요. 수백 년을 사셨다고 하셨지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강림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에는 고민이 깃들어 있었다.
"연화 아가씨, 제가 지금 말씀드릴 이야기는 믿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소."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제가 바로... 도깨비입니다."
연화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도망가지 않았다.
"도깨비요?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500년 전, 저는 불의의 죽음을 당했고, 제 가슴에 박힌 칼이 저를 도깨비로 만들었소. 그 이후로 저는 불멸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강림은 자신의 이마 위를 가리켰다. 연화는 그제서야 분명히 보았다. 그의 이마에서 은은히 빛나는 뿔을.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것이 제 진짜 모습입니다. 이제 무서워서 도망가실 텐데..."
그의 말과 달리, 연화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제가 왜 도망가야 하나요? 도깨비가 사람을 해치는 존재라면 어제 저를 해칠 수도 있었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예의 바르게 대해주셨어요."
강림은 놀란 표정으로 연화를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저를 두려워합니다. 왜 당신은 다른가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항상 말씀하셨어요.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고. 그리고 '진정한 괴물은 인간의 모습을 한 이들 중에 더 많다'고요."
연화의 말에 강림은 쓴웃음을 지었다.
"현명한 어머님이셨군요. 맞습니다. 제가 500년 동안 보아온 바로는, 인간의 잔인함이 때로는 어떤 요괴보다도 무섭습니다."
두 사람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강림은 자신이 살아온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연화는 자신의 꿈과 시를 나누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좁아졌다.
"강림 도령, 500년이나 사셨으면 많이 외로우셨겠어요."
"그랬소. 인간들과 가까워질 수 없었으니까요. 가까워지면 결국 그들은 나이 들고 죽어갑니다. 그 아픔을 겪다 보니 차라리 거리를 두는 게 나았소."
연화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강림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이제는 외롭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강림은 놀라움과 감동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500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따뜻함을 느꼈다.
"연화 아가씨...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매일 밤 산에서 만났다. 강림은 연화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손가락 하나로 불을 일으키고, 눈 깜짝할 사이에 먼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에 연화는 감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강림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3: 깊어가는 사랑과 방해하는 산신령의 등장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동안, 연화와 강림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두 사람은 매일 밤 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별을 세며 시간을 보냈다. 강림은 연화에게 500년 동안 보아온 세계의 아름다움을 들려주었고, 연화는 강림에게 자신의 꿈과 희망을 나누었다.
"연화야,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영원히 외로움 속에서 살았을 거야. 너는 내 삶에 빛이야."
강림의 진심 어린 고백에 연화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강림 도령,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비록 제가 인간이고 언젠가는 늙고 죽겠지만, 제 마음만큼은 영원할 거예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날 밤, 연화가 돌아간 후 강림은 갑자기 나타난 강한 기운을 느꼈다. 바람이 소용돌이치더니 그의 앞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백발에 흰 수염을 길게 기른 그 노인은 바로 이 산의 산신령이었다.
"500년을 살아온 도깨비가 인간 여자에게 빠지다니, 우스운 꼴이구나."
산신령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강림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산신령님,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네가 그 인간 여자와 매일 밤 만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너는 인간이 아니야. 그들과 어울릴 수 없어."
강림은 눈을 들어 산신령을 바라보았다.
"저도 원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연화는... 특별합니다."
산신령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사랑에 빠진 자들이 하는 말이지. 너는 영원히 살지만, 그녀는 짧은 인생을 살다 사라질 뿐이야. 그런 비극적인 사랑을 원하느냐?"
강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는...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비록 잠시일지라도요."
"어리석구나. 네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녀를 놓아주는 게 옳아. 너와 함께하면 그녀는 결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어."
산신령의 말은 강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과 연화의 사랑이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를.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택해라. 그녀를 떠나든지, 아니면 내가 직접 나서서 이 관계를 끝내든지."
산신령의 위협적인 말에 강림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그녀를 해치려 든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감히 나를 위협하느냐? 500년 묵은 도깨비라도 산신령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아!"
산신령은 손을 휘두르며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강림은 그 힘에 뒤로 밀려났다.
"내 말을 명심해라. 일주일 안에 그 여자와의 관계를 끝내지 않으면, 내가 직접 나서겠다. 네 선택이다, 도깨비."
산신령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강림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홀로 남겨졌다. 그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4: 마을에 퍼진 소문과 연화의 위기
마을에 불길한 일들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마을 무당이 점을 치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마을에 재앙이 온 것은 누군가가 산신령의 노여움을 사서라오! 양반가의 처녀가 밤마다 산에 오르니, 이는 분명 불길한 일이오!"
이 말은 순식간에 마을 전체에 퍼졌고, 사람들은 연화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연화의 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
"연화야, 네가 밤마다 몰래 산에 오른다는 소문이 있다. 이게 사실이냐?"
연화는 고개를 숙였다.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나쁜 일을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왜 산에 오른 것이냐? 처녀가 밤중에 홀로 나다니는 것이 어떤 뜻인지 알고 있느냐?"
연화는 강림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도깨비를 만난다고 하면 아버지는 더욱 놀라실 것이기 때문이다.
"달을 보며 시를 읊고 싶었을 뿐입니다. 규방에만 갇혀 있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연화의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런 마음인 줄 알았다면 좀 더 관심을 가졌을 것을...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심각하다. 마을 사람들이 너를 의심하고 있어. 앞으로는 절대 밤에 나가지 말아라."
연화는 슬픔에 잠겼다. 강림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 제발..."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오늘부터 밤에는 네 방문을 밖에서 잠그도록 하마."
그날 밤, 연화는 자신의 방에 갇혀 창문으로 달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강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편, 산에서 연화를 기다리던 강림은 그녀가 오지 않자 불안해졌다. 그는 도깨비의 능력으로 연화의 집을 찾아갔고, 창문 밖에서 그녀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연화야, 괜찮니?"
창문 너머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연화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강림 도령! 어떻게 여기에..."
"네가 오지 않아 걱정됐어. 무슨 일이 있었니?"
연화는 눈물을 닦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강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산신령의 짓이군. 그는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밤마다 문이 잠기고, 마을 사람들도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강림은 연화의 손을 창문 너머로 잡았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너를 지킬게. 하지만... 우리가 계속 만난다면 너에게 더 많은 해가 올 수도 있어."
"저는 두렵지 않아요. 도령님을 만날 수 없는 게 더 두려워요."
강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일 밤, 내가 다시 올게.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자."
연화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림은 밤안개처럼 사라졌다.
다음 날, 마을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밤사이 또 다른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마을의 우물이 모두 말라버렸고, 몇몇 집의 지붕이 무너져내렸다. 사람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고, 누군가 이 재앙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외쳤다.
5: 도깨비와 산신령의 대결, 연화를 구하기 위한 희생
마을 무당이 외쳤다. "양반가 처녀를 산신령께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이것이 마을의 재앙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연화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남궁 영감, 딸을 내놓으시오! 한 사람을 희생해 마을 전체를 구해야 하오!"
연화의 아버지가 대문 앞을 막아섰다. "내 딸에게 손대지 마시오! 미신에 속아 무고한 이를 해치려 하다니!"
상황이 위험해질 때, 갑자기 마당에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바람이 잦아들자 강림이 나타났다. 이마의 뿔이 선명하게 빛나고, 눈에서는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감히 무고한 사람을 해치려 드느냐?"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쳤다. "도...도깨비다!"
강림이 외쳤다. "이 재앙은 산신령의 장난이다! 이 여인을 건드린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도망쳤고, 연화는 창문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강림은 연화에게 다가갔다.
"함께 떠나야 해. 여기 있으면 위험해."
그때 하늘이 갈라지듯 어둠이 내려앉았다. 산신령이 나타난 것이다.
"도깨비, 끝까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군."
강림은 연화를 보호하듯 앞에 섰다. "산신령님, 왜 무고한 이들을 괴롭히십니까?"
"너와 그 여인의 사랑이 자연의 섭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오늘 모든 것을 끝내겠다!"
산신령은 강한 바람과 번개를 불러일으켰다. 강림은 도깨비불로 맞섰지만, 산신령의 힘이 더 강했다. 결국 강림은 크게 다쳐 쓰러졌다.
"이제 그 여자의 차례다."
산신령이 연화에게 다가갔다. 강림은 마지막 힘을 모아 일어섰다.
"연화를 건드리지 마!"
강림은 가슴에 박힌 검, 그를 도깨비로 만든 원인이자 생명인 검을 뽑아들었다.
"내가 사라지는 한이 있어도, 그녀는 지키겠소!"
그는 검을 들고 산신령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강림의 몸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산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찼다.
빛이 사라지자 산신령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강림은 쓰러져 있었다. 연화가 달려가 그를 안았다.
"강림 도령! 괜찮으세요? 제발 대답해주세요!"
강림은 힘없이 미소지었다. "연화야...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산신령은 어떻게 됐어요?"
"내 생명의 힘으로... 그를 봉인했어. 하지만 이제 나는..."
강림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연화는 공포에 질려 그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안돼요! 제발 떠나지 마세요!"
"연화야, 미안해... 넌 강하니까 잘 살 수 있을 거야."
연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는 도령님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강림은 마지막 힘으로 연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야.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그리고 강림의 몸이 완전히 빛의 입자가 되어 밤하늘로 사라졌다. 연화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씬 6: 결말: 영원을 약속한 두 사람의 마지막과 환생
강림이 사라진 후, 마을에는 기이한 일들이 멈추었다. 산신령의 기운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연화에게는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그녀는 매일 밤 산으로 향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녀는 그곳에서 강림을 기다렸다.
"오늘도 왔어요, 도령님. 들리시나요?"
오직 바람소리만이 대답했다. 그럼에도 연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산에서 밤을 지새우며 강림이 남긴 흔적을 찾았다.
한 달, 석 달,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지며 반년이 지났다. 마을 사람들은 연화를 '산귀신의 신부'라 부르며 피했다. 아버지는 딸을 말리다 지쳐 결국 체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하지만 언젠가는... 그를 보내줘야 한다."
눈이 내리던 겨울밤, 연화는 처음 강림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달은 구름에 가려 어두운 밤이었다.
"도령님, 오늘로 정확히 반년이 되었어요. 반년 동안 매일 밤 이곳에 왔지만... 아직도 당신을 느낄 수가 없어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제는 희망도 사라진 것 같았다.
"말씀해 주세요. 정말 영원히 사라진 건가요? 아니면 제가 당신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요?"
그때, 갑자기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치며 연화 앞에 작은 푸른 불빛이 나타났다. 도깨비불이었다. 그것은 마치 의식이 있는 듯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
"도... 도령님인가요?"
도깨비불이 더 밝게 빛났다. 연화는 손을 뻗어 그 불빛을 만지려 했다. 그 순간, 그녀는 강림의 목소리를 들었다.
"연화야... 보고 싶었어..."
목소리는 바람결처럼 희미했지만, 분명 강림의 것이었다.
"도령님! 정말 당신이군요! 어디 계신 거예요?"
"난 더 이상 이 세상에 온전히 존재할 수 없어... 하지만 내 영혼의 일부가 이 불빛으로 남아 너를 지키고 있어."
연화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지었다. "살아계셨군요. 제가 느꼈어요. 당신이 정말 떠나지 않았다고..."
"미안해, 연화야. 내가 너에게 슬픔만 안겨주었구나."
"아니에요! 도령님을 만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어요."
도깨비불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듯 맴돌았다.
"나도 500년의 세월 중 너와 함께한 시간이 가장 소중했어..."
그날 이후 연화는 매일 밤 산에서 도깨비불과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별을 세며 지냈다. 물론 강림은 이전처럼 온전한 모습이 아니었지만, 연화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세월이 흘러 연화의 머리카락에 서리가 내렸다. 그녀는 끝내 혼인하지 않고 홀로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생명이 다하는 날이 왔다.
노인이 된 연화는 마지막 힘을 다해 산에 올랐다. 그녀의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도령님, 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도깨비불이 그녀 곁에 머물렀다.
"두려워하지 마, 연화야. 죽음은 끝이 아니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반드시. 우리의 인연은 이승에서 끝나지 않아. 내가 너를 찾을게, 어떤 세상에서든."
연화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지막 숨결과 함께, 그녀의 영혼은 도깨비불과 하나가 되어 밤하늘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현대의 서울. 도심의 공원에서 한 젊은 화가가 해가 지기 전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가을의 쌀쌀한 바람이 불자, 그의 곁에 놓인 스케치북이 날아갔다.
"아, 이런!"
그가 뒤쫓아가던 스케치북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여자의 발치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이거 찾으세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때, 이상한 감정이 그들을 덮쳤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친숙함이었다.
"감사합니다. 제 그림이 날아가버릴 뻔했네요."
여자는 스케치북 속 풍경화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특히 이 산의 모습이..."
"이상하게도 저도 왜 그 산을 그렸는지 모르겠어요. 본 적도 없는데, 꿈에서 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도... 그 산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제 이름은 강림입니다."
"저는 연화라고 해요."
그들이 악수를 나누는 순간, 공원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그중 그들 위의 가로등만 유독 푸른빛을 띠었다가 다시 평범한 빛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어딘가에서 지켜보는 존재는 알고 있었다.
약속은 지켜졌다. 500년의 세월을 넘어, 도깨비와 인간 여인은 다시 만났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도깨비와 인간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어떠셨나요?
500년을 살아온 도깨비와 가난한 양반집 규수의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시련과 희생이 여러분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정말 시간과 공간, 심지어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조선시대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들려드리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며, 여러분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꿈속에 오늘 밤, 아름다운 도깨비불이 찾아가길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