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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축복, 만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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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aBKdzvdNN4
후킹멘트 (300자)
아랫목이 냉골이 된 지 수십 년, 자식 하나 없이 근근이 살아가던 박 영감 부부. 웬걸, 산에서 만난 도깨비에게 술 한잔 대접했다가 방망이로 엉덩이를 '툭' 맞았을 뿐인데! 그날 밤, 외양간 소가 놀랄 만큼 뜨거운 밤이 시작되고, 칠순 노파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다 도깨비 덕이라고?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기력이 쇠해 서로 등 돌리고 자던 가난한 박 영감 부부. 땔감을 구하러 간 산에서 우연히 도깨비를 만나 하룻밤 씨름을 겨루게 됩니다. 대가로 얻은 것은 금은보화가 아닌 '이상한 뿌리' 하나. 그날 밤, 낡은 초가집이 흔들리고, 부부는 수십 년 만에 잃어버렸던 활력을 되찾습니다. 도깨비가 내린 회춘의 축복, 그 놀라운 이야기.
※ 냉골 아랫목과 박 영감 부부의 한탄.
조선 어느 산골 마을, 박 영감이라 불리는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이미 일흔을 훌쩍 넘겼지요. 그에게는 평생을 함께한 조강지처가 있었으나, 두 사람 사이에는 스산한 바람만 불 뿐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엔 나름 금실이 좋다고 소문났던 부부였건만,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끗해지고 허리가 굽으니, 방 안의 온기마저 다 식어버린 지 오래였습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을 슬프게 한 것은 슬하에 자식 한 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어서는 먹고 사느라 바빠 몰랐고, 중년에는 애가 안 생겨 속을 끓였으며, 이제 노년이 되니 그저 체념만 남았습니다. 박 영감은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가 무섭다 했습니다. 홑이불을 덮고 돌아누우면, 늙은 아내의 마른 등이 꼭 남의 등처럼 서먹하게 느껴졌지요. 아내는 아내대로 한숨만 푹푹 내쉬었습니다.
"영감. 아랫목이 냉골이구먼유. 불 땐 지가 언젠데 이리 썰렁하다요."
박 영감은 대꾸할 기력도 없었습니다. 아랫목이 찬 것이야 땔감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실은 두 사람의 마음이 더 차가웠기 때문이지요. 젊은 시절, 혈기 왕성할 때는 겨울밤이 짧다고 아쉬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살짝 눈을 흘기며 돌아누우면, 그 매끈한 어깨를 감싸 안으며 "어허, 이 사람아. 부부간에 정을 나누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라며 너스레를 떨던 때도 있었지요. 그때는 솜이불 하나만으로도 방 안이 후끈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아내의 살결은 복숭아 같았고, 영감의 팔뚝은 무쇠 같았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 옛날이야기였습니다. 박 영감은 제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시기는 제구실을 못 한 지 오래였습니다. 그저 오줌 누는 깔때기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였지요.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인으로서의 샘은 마른 지 오래고, 이제는 그저 주름진 껍데기만 남아 밤마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무릎이야" 곡소리만 낼 뿐이었습니다.
"에이, 칠십 넘은 늙은이한테 뭘 바란다요. 그냥 이대로 등 따시게 잠이나 자다 가면 그만이지."
"말이 그렇수. 그래도 이웃집 김 영감은 칠십에 늦둥이를 봤다던데... 우리는 뭐, 팔자에 없는 걸 어쩌겠수."
아내의 목소리에는 원망보다 깊은 체념이 묻어났습니다. 박 영감은 차마 아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벽 쪽으로 더 바싹 돌아누웠습니다. 낡은 초가집 지붕 위로 차가운 달빛만 스며들고, 두 노인의 밤은 그렇게 또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살이 닿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숨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마치 한방에 무덤 두 개가 나란히 누워있는 듯했습니다. 박 영감은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거겠지. 자식새끼 하나 없이, 마지막 가는 길에 손 한번 따뜻하게 못 잡아보고... 참말로 서러운 인생이다.' 그런 두 사람의 냉골 아랫목에, 곧 기묘한 불씨가 지펴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 박 영감, 땔감을 구하러 깊은 산에 갔다가 길을 잃음.
다음 날, 박 영감은 여느 때처럼 지게를 지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가을이 깊어져 날은 쌀쌀한데, 땔감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에휴, 늙은 몸뚱이가 원수지. 이놈의 다리가 성해야 땔감이라도 실컷 해올 텐데." 투덜거리며 산을 오르던 박 영감은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굵고 마른 나뭇가지를 줍기 위해,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으슥한 골짜기로 발을 들인 것이지요.
한참을 헤매다 보니, 제법 굵직한 소나무 가지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옳거니! 오늘은 운이 좋구나." 신이 난 박 영감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땔감을 주워 모았습니다. 지게가 어깨를 짓누를 만큼 땔감을 가득 싣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사위는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습니다. "아차, 이 일을 어쩐다."
길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산짐승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찬 바람이 뼈마디를 시리게 했습니다. 박 영감은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내가 노망이 들었지. 이 늙은이가 산에서 객사하게 생겼구나." 한참을 울상 짓던 박 영감의 눈에 저만치 희미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저건... 도깨비불인가?" 겁이 덜컥 났지만, 이대로 얼어 죽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불빛을 따라 걸음을 옮겼습니다.
다행히 그것은 도깨비불이 아니라, 낡고 허물어진 사당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었습니다. 사당 안에는 사람 키만 한 석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 모습이 하도 기괴하여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울퉁불퉁한 얼굴에, 뿔이 났는지 혹은 혹이 났는지 모를 것이 툭 튀어나와 있고, 눈은 부리부리했으며,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있었습니다. "허허, 요상하게도 생겼다." 박 영감이 중얼거리며 사당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봐, 늙은이.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면 쓰나!"
박 영감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사당 안의 석상보다 더 무섭게 생긴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키는 장대 같았고, 온몸에 붉은 털이 숭숭 나 있었으며, 머리에는 정말로 뿔이 두 개 돋아 있었습니다. 손에는 사람 머리만 한 쇠몽둥이... 아니,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도, 도깨비다!" 박 영감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오줌을 지릴 뻔했습니다.
도깨비는 찢어진 입으로 껄껄 웃었습니다. "허허, 늙은이가 겁은 많아가지고. 뭘 그리 벌벌 떠는가? 내가 잡아먹기라도 한단 말인가?"
박 영감은 덜덜 떨면서도 지게에 매달아 두었던 호리병을 품에서 꺼냈습니다. "저, 저... 도깨비 나리. 소인은 그저 길을 잃은 늙은이일 뿐입니다. 부디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목숨? 네놈 목숨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건 그렇고, 그 병에 든 것은 무엇이냐? 냄새가 구수하니 좋구나." 도깨비가 호리병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그것은 박 영감이 산에 오기 전, 아내가 싸준 막걸리였습니다. "아, 예! 이건 막걸리라는 것인데... 나리께서 괜찮으시다면 한 잔..."
박 영감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막걸리를 따라 도깨비에게 바쳤습니다. 도깨비는 사발을 받아들고 꿀꺽꿀꺽 단숨에 비워버렸습니다. "크하! 맛이 좋구나! 늙은이, 네가 날 대접했으니, 나도 너에게 선물을 하나 줘야겠다."
"서, 선물이라니요?" 박 영감이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툭툭 치며 음흉하게 웃었습니다. "그래, 선물. 아주 '좋은' 선물이지. 껄껄껄." 박 영감은 그 선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날 밤의 만남이 자신의 썰렁했던 아랫목을 뜨거운 구들장으로 만들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 박 영감은 겁에 질렸지만, 도깨비는 장난기가 발동함.
도깨비는 막걸리 한 사발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박 영감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습니다. "헌데 늙은이, 네 꼴을 보니 영락없이 굶어 죽게 생겼구나. 뼈다귀만 앙상하게 남아서는... 쯧쯧. 평생 무얼 하고 살았길래 그리 비루먹은 강아지 꼴이냐?"
박 영감은 도깨비의 말에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리... 면목이 없습니다. 평생 땀 흘려 일했지만, 가난은 그림자처럼 떨어지질 않았고, 슬하에 자식 한 점 없이 늙어버렸습니다. 이제는 기력마저 쇠하여...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 뿐입니다."
"기력이 쇠해? 허허, 사내대장부가 기력이 쇠하면 그게 송장이지 사내더냐!" 도깨비가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내가 네놈 꼴을 보니, 밥만 못 먹은 게 아니라... '밤일'도 못한 지 한참 된 듯하구나. 안 그런가?"
도깨비의 직설적인 말에 박 영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습니다. 차마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이 그랬으니까요. 아내와 살을 맞댄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했습니다. "그, 그것이..."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박 영감의 어깨를 툭 쳤습니다. "내 다 안다. 늙은이의 그 축 처진 어깨와 풀 죽은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지. 좋다! 내가 네놈의 그 '기력'을 시험해 봐야겠다."
"예? 기력을 시험하다니요?"
"나와 씨름을 한 판 하자!"
"씨, 씨름이라니요! 나리, 소인은 뼈밖에 남지 않은 칠십 노인입니다. 나리같이 기골이 장대한 분과 어찌 씨름을..." 박 영감이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싫으면 당장 여기서 잡아먹어 버리겠다! 네놈의 그 앙상한 뼈다귀라도 오도독 씹어 먹어야지."
살려달라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잡아먹겠다는 협박까지 하니 박 영감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하, 하지요. 씨름..." 박 영감은 지게를 내려놓고 덜덜 떨며 샅바 대신 허리띠를 고쳐 맸습니다.
"좋다! 자, 들어온다!" 도깨비는 우렁찬 기합과 함께 박 영감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박 영감은 "악!"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쌀 한 가마니 무게도 안 되는 늙은이가 산더미 같은 도깨비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지요.
"에잇, 싱겁기는! 다시 일어서라!"
박 영감은 흙먼지를 털고 비틀거리며 일어섰습니다. "자, 다시!" 도깨비가 또 달려들었고, 박 영감은 또다시 맥없이 쓰러졌습니다. 그렇게 엎어지고, 메쳐지고, 나자빠지기를 수십 번. 박 영감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도깨비가 "일어서라!" 할 때마다 군말 없이 일어나 샅바를 잡았습니다.
"아이고... 나리... 이제 그만... 숨이 넘어갑니다..." 박 영감이 거의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도깨비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박 영감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허어, 이 늙은이 봐라. 기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끈기 하나는 쓸 만하구나. 열 번을 넘어져도 백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줄 아는군."
사실 도깨비는 심심해서 장난을 친 것이었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진작에 울고불고 도망가거나,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바닥을 기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 영감은 묵묵히 맞고 쓰러지면서도, 도망치거나 비굴하게 굴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직하게 씨름에 응할 뿐이었지요.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쇠몽둥이를 어깨에 척 걸쳤습니다. "됐다, 늙은이. 오늘 씨름은 이쯤 하지. 네놈의 그 멍청한 우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막걸리 값과 씨름 상대로서, 내가 선물을 하나 주마." 박 영감은 '선물'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혹시나 '금 나와라 뚝딱'하는 그 방망이로 금은보화라도 주는 것은 아닐까, 내심 기대를 품었습니다.
※ 밤새도록 이어진 씨름.
박 영감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도깨비 앞에 넙죽 엎드렸습니다. "아이고, 나리... 선물이라니요. 목숨만 살려주신 것도 감지덕지합니다."
도깨비는 박 영감의 기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주머니를 뒤적거렸습니다. 박 영감은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주먹만 한 금덩이라도 하나 나왔으면, 남은 여생 아내와 편히 살 수 있을 텐데...
"자, 여기 있다."
도깨비가 내민 것은 금덩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꼭 사내아이의 물건처럼 생긴, 기묘한 모양의 붉은 뿌리였습니다. 길이도 어른 팔뚝만 하고, 굵기도 제법 굵은 것이, 끝부분은 봉긋하게 솟아있기까지 했습니다. "이, 이것은 무엇입니까, 나리?" 박 영감이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도깨비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것? 크하하. 이건 '천년 묵은 회춘초(回春草)'라는 것이다. 늙은이, 네놈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지."
"회춘초라니요...?"
"이놈아, 딱 보면 모르겠느냐? 네놈의 그 '죽은 아랫도리'를 살려줄 명약이란 말이다!" 도깨비가 박 영감의 사타구니를 방망이 끝으로 툭툭 쳤습니다. 박 영감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습니다. "아니, 나리! 무슨 그런 상스러운 말씀을..."
"상스럽다니! 이게 얼마나 귀한 것인 줄 아느냐? 천 년에 한 번, 달빛과 이슬만 먹고 자라는 뿌리다. 이것만 있으면 칠십 노인도 하룻밤에 열두 번을..." 도깨비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며 껄껄 웃었습니다. "네놈 마누라도 아주 좋아할 게다. 맨날 등 돌리고 자는 것도 지겹지 않으냐?"
박 영감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습니다. '아니, 이 도깨비가 어찌 우리 부부 사정까지...'
"가져가거라. 오늘 밤 당장 네 마누라와 함께 달여 마시도록 해. 반으로 쪼개서, 딱 반쪽씩만 마셔. 한 뿌리를 다 마셨다가는 네놈 마누라가 허리가 부러져서 못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껄껄껄!"
도깨비는 회춘초를 박 영감의 품에 억지로 안겨주었습니다. 박 영감은 이 요상한 물건을 받아들고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걸 정말 먹어야 하나, 아니면 버려야 하나. 하지만 도깨비의 부리부리한 눈을 보니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덤이다!"
도깨비가 쇠몽둥이를 번쩍 들더니, 박 영감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악!" 박 영감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나, 나리! 왜, 왜 때리십니까!"
"허허, 늙은이의 그 식어버린 아궁이에 불쏘시개라도 넣어줘야지. 내 방망이의 기운이 네놈 엉덩이로 쏙 들어갔을 게다. 이젠 정말로 '사내 구실'을 할 수 있겠구나! 크하하하!"
도깨비는 박장대소를 하며 숲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자, 어서 가거라! 가서 마누라와 뜨거운 밤을 보내도록 해라!" 도깨비의 웃음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박 영감은 얼얼한 엉덩이를 문지르며, 손에 들린 붉은 뿌리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땔감 지게를 짊어지고 산을 내려오는데, 이상하게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로 맞은 엉덩이에서는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했습니다.
※ 야릇한 모양의 붉은 뿌리를 들고 온 박 영감.
박 영감은 절뚝거리며 겨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영감을 걱정하던 아내는, 박 영감이 웬 흉측한 뿌리까지 들고 나타나자 기겁을 했습니다. "아이고, 영감! 어디서 이 꼴로 이제 들어오는 거유! 산에서 호랑이라도 만났수? 그리고 그... 그 망측한 것은 또 뭐요?"
박 영감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길을 잃은 것, 도깨비를 만난 것, 씨름을 한 것, 그리고 이 '회춘초'를 받아온 것까지. 아내는 영감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감이 노망이 단단히 들었구먼! 도깨비는 무슨 놈의 도깨비! 산에서 헛것을 본 게지. 그리고 이 뿌리는... 아이고 망측해라. 당장 갖다 버리시오! 꼭 사내놈 물건처럼 생긴 것을... 어따 쓰려고 가져와!"
아내가 질색하며 뿌리를 마당으로 내던지려 하자, 박 영감이 다급하게 말렸습니다. "아, 아니 되오! 이게... 이게 우리 '아랫목'을 데워줄 명약이라니까!"
"아랫목? 땔감은 지게에 잔뜩 해 와 놓고는, 이게 무슨 땔감이 된다고..."
"아, 그 아랫목이 아니라... 우리 '아랫목' 말이지!" 박 영감이 제 사타구니를 힐끗거리며 말했습니다. 그제야 아내는 영감의 뜻을 알아채고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주책바가지 영감! 칠십 줄에... 지금 그게 할 소리유? 기력도 없으면서!"
"아, 글쎄... 도깨비가 이걸 먹으면... 그... 기력이 솟아난다고 했단 말이오. 오늘 밤 당장 반씩 달여 마시라고... 안 그러면 마누라 허리가 부러진다고..."
아내는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일말의 기대감이 싹트는 것을 느꼈습니다. '설마... 정말로?' 수십 년간 잊고 살았던 여인으로서의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아내는 못 이기는 척 부엌으로 가 붉은 뿌리를 반으로 쪼개 탕기에 넣고 정성껏 달이기 시작했습니다.
뿌리를 달이는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했습니다. 묘하게 향긋하면서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야릇한 냄새였습니다. 부부는 침을 꿀꺽 삼키며 탕약이 다 달여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진한 붉은빛 탕약이 두 그릇 나왔습니다.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눈 딱 감고 탕약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크으... 이게 무슨 맛이람."
"몸이 좀... 후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부부는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서로 등을 돌리고 누웠지요. '에이, 역시 헛것이었나.' 박 영감이 체념하며 눈을 감으려던 순간. 갑자기 몸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식어 빠졌던 아랫배가 용광로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간 잠들어 있던 '그것'이 마치 죽은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듯, 꿈틀거리며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 아니! 이럴 수가!"
박 영감은 제 아랫도리를 만져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스무 살 청년 시절에도 이토록 늠름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박 영감은 벌떡 일어나 앉아 아내를 흔들었습니다. "마, 마누라! 일어... 일어나 보시오!"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마른 장작 같던 몸에 뜨거운 기운이 돌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알 수 없는 열기에 휩싸였습니다. "왜, 왜 그러수 영감..." 아내가 돌아눕는데, 박 영감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누라... 오늘 밤... 잠 다 잤소!"
박 영감은 굶주린 호랑이처럼 아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아, 아이고 영감! 이게 무슨 짓이유! 늙은이 체면에!" 아내가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박 영감의 힘은 장사 같았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로 맞은 엉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인지, 회춘초의 약효인지, 박 영감은 그야말로 회춘한 듯했습니다.
그날 밤, 낡은 초가집은 밤새도록 삐걱거렸습니다. 창호지가 찢어질 듯 흔들리고, 아내의 교태 섞인 비명과 박 영감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밤하늘을 갈랐습니다. 외양간에서 자던 소가 놀라 '음메~' 하고 울었고, 홰에 앉아있던 닭들은 새벽이 온 줄 알고 꼬끼오 울어댔습니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뜨거운 밤이었습니다. 냉골이던 아랫목은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가 되어, 두 노인의 마음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 회춘한 박 영감과 혈색이 돈 아내.
다음 날 아침, 박 영감의 아내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겨우 몸을 일으켰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내 허리야... 영감! 이 주책바가지 영감! 노인네 죽일 일 있수!" 아내는 잔뜩 쉰 목소리로 영감을 타박했지만, 그 표정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시집온 첫날밤처럼 발그레한 홍조가 두 뺨에 가득했습니다.
박 영감은 "허허... 미안하구먼. 나도 모르게 그만... 기력이 너무 솟아나서..."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밤새 그리 요란을 떨었건만, 몸이 찌뿌둥하기는커녕 오히려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허리 통증도 씻은 듯 사라지고, 눈앞이 환하게 밝아진 기분이었습니다.
"영감. 낯빛이... 아주 훤해졌수다. 꼭 십 년은 젊어진 것 같구먼."
"당신이야말로! 얼굴에 광채가 나! 꼭 새색시 같구먼!"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의 삶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박 영감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지게를 지고 산을 올랐는데, 예전 같으면 반나절 걸릴 땔감을 한 시간이면 다 해치웠습니다. 밭일도 거뜬히 해내, 묵정밭이었던 땅이 금세 옥토로 변했습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온종일 집안일을 해도 지칠 줄 몰랐고, 시들었던 피부는 윤기가 흘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밤마다 찾아왔습니다.
도깨비가 준 회춘초의 약효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딱 반쪽씩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밤'은 매일매일 뜨거웠습니다. 냉골이던 아랫목은 식을 줄을 몰랐지요. 박 영감은 스무 살 청년의 기력을 되찾았고, 아내는 잊고 살았던 여인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 아내에게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입맛이 없어지고, 자꾸 신 것이 당기며, 속이 메슥거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영감... 나 아무래도 체했나 보오. 속이 영..."
박 영감은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니, 그럴 리가... 내가 어제 너무 무리했나..."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아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는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박 영감은 부랴부랴 읍내 용한 의원을 모셔왔습니다. 의원은 칠순 노파의 배를 이리저리 눌러보고, 맥을 짚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허허... 이런 기맥은 난생처음 짚어보는구려."
"의원님, 제 아내가 어디가 많이 아픈 것입니까? 죽을병이라도..."
의원이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박 영감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영감... 놀라지 마시오. 마님께서는... 회임(懷妊)이십니다!"
"회... 회임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오! 내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말이오?"
"그렇다니까요! 맥이 아주 뚜렷하게 잡힙니다. 틀림없는 회임이십니다. 허허, 칠순 노파가 회임을 하다니... 내 의원 생활 수십 년에 이런 경사는 처음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영감!"
박 영감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일흔이 넘은 아내가... 임신을 하다니. 도깨비의 회춘초가... 정말로 이런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아내 역시 제 귀를 의심하며 배를 쓰다듬었습니다. "아이고... 내가... 내가 애를 가졌다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이 소문은 순식간에 온 마을로 퍼져나갔습니다. 칠순 노부부가 늦둥이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아니, 박 영감네 아랫목이 그리 뜨거웠단 말인가?", "칠십에 사내 구실을 하다니, 도깨비한테 홀린 게 틀림없어!",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겐가?"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부부는 그저 행복했습니다. 평생의 소원이던 아이가, 그것도 포기했던 노년에 찾아왔으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 늦둥이와 함께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부부.
열 달이 지나고, 박 영감의 아내는 놀랍게도 옥동자를 순산했습니다. 칠순 노산이었지만, 도깨비의 기운 덕분인지 아이도 산모도 모두 건강했습니다. 박 영감은 포대기에 싸인 갓난아이를 받아들고 엉엉 울었습니다. "아이고... 내 자식아... 내 자식아..." 아내 역시 눈물을 흘리며 그토록 바라던 자식의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도깨비의 축복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늦둥이가 태어난 뒤로, 박 영감네 집안에는 좋은 일만 가득했습니다. 박 영감이 심심풀이로 밭에 심은 무가 사람 팔뚝만 하게 자라나고, 닭장에서는 매일같이 쌍란이 나왔습니다. 집 뒤뜰 낡은 감나무에서는 꿀처럼 단 곶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가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곳간에는 쌀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박 영감은 이 모든 것이 그날 산에서 만난 도깨비 덕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늦둥이 아들의 이름을 '도산(道山)', 도깨비 산에서 얻은 아이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가을이면 가장 좋은 막걸리와 메밀묵을 쑤어 그 낡은 사당을 찾아가 감사의 제를 올렸습니다.
어느 날 밤, 박 영감이 제를 올리고 있는데, 숲 속에서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허허, 늙은이! 아직도 기력이 펄펄한가 보구나! 마누라 허리는 괜찮고?"
박 영감이 돌아보니, 그날의 그 도깨비가 쇠몽둥이를 어깨에 메고 서 있었습니다. 박 영감은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큰절을 올렸습니다. "아이고, 나리! 나리의 은혜 덕분에 소인이 만년의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도깨비는 박 영감의 절을 받으며 흡족하게 웃었습니다. "은혜는 무슨. 네놈의 그 멍청한 우직함과 선량함이 스스로 복을 부른 게지. 그리고 내 막걸리 값은 톡톡히 받은 셈이다."
도깨비는 포대기에 싸여 잠든 '도산'이를 힐끗 보더니, 도깨비 방망이로 아이의 머리를 살짝 톡 쳤습니다. "이놈, 아주 똘똘하게 생겼구나. 앞으로 네 아비 어미에게 효도하고, 튼튼하게 자라거라. 금 나와라 뚝딱!"
도깨비가 주문을 외우자, 아이의 품속으로 작은 금덩이 하나가 '툭' 떨어졌습니다. "자, 이건 내 선물이다. 아이 학비로 쓰도록 해라."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후로 박 영감 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늦둥이 아들 도산이는 도깨비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유난히 총명하고 힘이 장사였습니다. 훗날 무과에 장원 급제하여 부모에게 큰 효도를 다했다고 합니다.
박 영감 부부는 백 살이 넘도록 해로했습니다. 칠십에 되찾은 청춘의 기력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아, 두 사람은 아흔이 넘어서도 '뜨거운 밤'을 보내며 금실 좋은 부부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도깨비의 축복으로 '만년의 행복'을 누린 것이지요.
혹시라도 어르신들 중, 밤이 외롭고 아랫목이 썰렁하다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오늘 밤 깊은 산 속 낡은 사당을 찾아가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운이 좋다면, 막걸리 한 사발에 짓궂은 도깨비를 만나 기묘한 '회춘초'를 얻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는지요?
자식 없이 늙어가던 칠순 노부부에게 찾아온 도깨비의 축복.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이야기 같지만,
어쩌면 도깨비는 그저 박 영감의 선량한 마음에 감동하여,
부부가 평생토록 잊고 살았던 '삶의 활력'과 '즐거움'을 되찾아준 것은 아닐까요?
금은보화보다 더 값진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짝꿍과 두 손 꼭 잡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나누는 다정한 온기일 것입니다.
오늘 밤, 어르신들의 가정에도 도깨비의 축복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편안한 밤 되십시오.
다음에도 더 재미있고 구수한 옛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