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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골목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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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도깨비, #미스터리, #골목길, #실종사건, #도깨비장난, #상인, #시장, #효자,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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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정조 시대, 한양의 낡은 골목길에서 매달 보름날이면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이 벌어진다.
    실종된 이들은 하룻밤이 지나면 돌아오지만, 그날의 기억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가난한 포목상 아들 만석은 병든 아버지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골목에서 도깨비들과 마주하게 되고,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1. 실종사건의 시작

    "또 누군가 사라졌다네!"
    "이번에는 누구란 말이오?"
    "어젯밤 이 골목을 지나던 약재상 박 주사라는데..."

    한양 육의전 뒷골목이 술렁인다.

    보름달이 뜬 다음 날 아침, 또다시 실종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박 주사님!"
    만석이 실종된 박 주사의 이름을 듣고 달려온다.

    병든 아버지의 약을 지어주던 약재상이었다.

    "여보게 만석아."
    늙은 장의 영감이 만석의 어깨를 잡는다.
    "걱정 말게. 보름날 실종된 사람들은 하루 만에 돌아오니까..."

    "하지만 영감님, 돌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래, 하룻밤의 기억이 싹 사라진다지..."
    영감의 말에 주변 상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만석은 불안한 눈빛으로 골목을 바라본다.

    평소에는 평범한 골목이지만, 보름달이 뜨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

    "자네 아버지 약은 어쩌나..."
    영감의 물음에 만석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린다.
    "박 주사가 돌아왔다!"

    사람들이 달려가 보니, 박 주사가 골목 어귀에 멍하니 서 있었다.

    "주사님! 어디 계셨소?"

    "난... 난 모르겠네..."
    박 주사의 눈빛이 혼란스럽다.
    "그저 달빛에 비친 골목이 이상하게 보여서 들어갔는데..."

    만석은 박 주사의 손에 들린 약봉지를 본다. 아버지의 마지막 약재였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보름달이 아침 햇살에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골목 깊숙한 곳에서 누군가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 아버지의 병환과 만석의 결심

    "아버님, 약을 지어오지 못했습니다."
    만석이 병석에 누운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는다.

    늦가을 찬바람이 낡은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다.

    "괜찮다... 괜찮아..."
    아버지의 마른 기침이 이어진다.
    "그저 네가 무사한 게 어디냐..."

    "하지만 이대로는..."
    만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만석아! 큰일났네!"
    장의 영감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다.
    "이번 보름에는... 박 주사가 가게를 닫는다더군."

    "네? 그럼 아버님의 약은..."
    만석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돈만 있다면 다른 약재상을 찾아갈 수 있겠지만..."
    영감이 한숨을 쉰다.
    "지금 약값이 은 열 냥이라니..."

    만석은 방 구석의 빈 약재 봉지를 바라본다.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소리.

    "저 골목에 가면... 도깨비들이 소원을 들어준다지..."

    만석이 벌떡 일어난다.
    "영감님, 그 골목... 정말 도깨비가 있는 걸까요?"

    "미친 소리 말아라!"
    영감이 소리친다.
    "거기 들어갔다 돌아온 사람들 봐라. 하나같이..."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만석의 눈에 결연한 빛이 어린다.

    "이놈아..."
    영감이 만석의 어깨를 잡는다.
    "네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건 너무 위험해."

    밤이 깊어가고, 만석은 창밖의 달을 바라본다. 이틀 뒤면 보름이다.

    "아버님..."
    만석이 병석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이번엔 제가 꼭... 약을 구해오겠습니다."

    방안에 드리운 달빛이 점점 밝아지고, 멀리서 도깨비불이 반짝이는 듯하다.

    3. 도깨비 골목에서의 첫 밤

    "이제... 들어가면 되는 건가..."
    만석이 어두운 골목 앞에 서서 중얼거린다.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골목은 더욱 음산해 보인다.

    "아버님을 위해..."
    만석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불어 등불이 꺼진다.

    "누구... 누구십니까?"
    어둠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키득키득-

    장난스러운 웃음소리가 골목을 채운다. 만석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른다.

    "도, 도깨비 어른들..."
    만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순간 골목 깊숙한 곳에서 도깨비불이 하나둘 피어오른다. 푸른 빛을 내는 그 불빛 속에 인간의 형체가 어른거린다.

    "호오... 이번엔 스스로 찾아왔구나?"
    어둠 속에서 큰 도깨비가 나타난다. 머리에는 뿔이 돋아있고, 손에는 방망이를 들고 있다.

    "전... 아버지의 약을 구하러..."

    "약? 그래서 네 목숨을 걸었다는 거냐?"
    또 다른 도깨비가 나타나 만석의 주위를 맴돈다.

    "네... 네!"
    만석이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한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도깨비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달빛이 구름 사이로 비치자, 골목이 갑자기 밝아진다.

    "재미있군..."
    큰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른다.
    "그럼 우리 세상으로 잠시 놀러 가보겠나?"

    도깨비불이 소용돌이치듯 만석의 주위를 감싸고, 그의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아버님... 이제 곧..."

    만석의 몸이 도깨비불 속으로 사라지고, 골목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추며 은은히 미소 짓는 듯하다.

    4. 도깨비 저잣거리로의 초대

    "여기가... 도깨비 세상인가요?"
    만석이 눈을 뜨자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달빛 아래 펼쳐진 거대한 시장, 그러나 모든 것이 거꾸로 서 있다.

    "하하, 놀랐나?"
    큰 도깨비가 웃으며 말한다.
    "우리 도깨비 저잣거리에 온 걸 환영하네."

    도깨비들의 모습도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뿔이 달린 무서운 모습이 아닌,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상인들의 모습이다.

    "자, 이리 오시게."
    도깨비들이 만석을 이끈다. 가판마다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건 불로장생약이요..."
    "이건 하룻밤에 천 냥을 버는 주머니고..."
    "여기 있는 건 용이 되는 비늘이요..."

    만석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때 한 도깨비가 그의 귀에 속삭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공짜는 아니라네."
    "값을 치러야 하는데..."
    "그건 바로..."

    도깨비들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만석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자네의 아버지 병을 고치고 싶다면..."
    큰 도깨비가 앞으로 나선다.
    "우리와 내기를 해야 하네."

    "내기라뇨?"

    "그래. 이 저잣거리에서 우리가 내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도깨비의 눈이 반짝인다.
    "실패하면 자네도 우리처럼 도깨비가 되는 거지."

    달빛이 도깨비 저잣거리를 비추고, 만석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의 주위로 도깨비불이 춤추듯 맴돈다.

    5. 도깨비들과의 거래

    "첫 번째 문제를 내겠네."
    큰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공중에 불빛 글자가 떠오른다.

    "저잣거리에서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만석이 주위를 둘러본다. 금은보화가 가득한 가게들, 영생불사의 약이 진열된 약재상, 벼슬을 사고파는 관아까지...

    "글쎄요..."
    만석이 고민하는 동안 도깨비들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시간이 별로 없다네."
    작은 도깨비가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저 모래가 다 떨어지면 첫 번째 기회는 사라지는 거야."

    만석은 갑자기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병석에 누워서도 자식 걱정뿐이신 아버지...

    "알았습니다!"
    만석이 소리친다.
    "가장 값진 것은 마음입니다."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멈춘다.

    "어찌 그리 생각하나?"
    큰 도깨비가 묻는다.

    "이곳의 모든 것들이 아무리 귀하다 해도, 그것을 사고팔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니까요. 제가 이곳에 온 것도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 때문이고..."

    "호오..."
    도깨비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첫 번째는 통과했네."
    큰 도깨비가 방망이를 다시 휘두른다.
    "하지만 아직 두 개가 남았지..."

    달빛이 더욱 밝아지고, 도깨비 저잣거리는 점점 더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만석의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 선택의 기로에서

    "두 번째 문제다."
    큰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만석 앞에 세 개의 문이 나타난다.

    "이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네."
    도깨비들이 설명한다.
    "첫 번째 문 뒤에는 부와 권력이..."
    "두 번째 문 뒤에는 불로장생의 비약이..."
    "세 번째 문 뒤에는... 평범한 약재가 있지."

    만석이 당황한다. 부와 권력이 있다면 아버지를 편히 모실 수 있을 것이고, 불로장생의 비약이라면 아버지의 병을 완전히 고칠 수 있을 텐데...

    "시간이 얼마 없다네."
    모래시계의 모래가 반쯤 떨어졌다.

    "평범한 약재라..."
    만석이 중얼거린다.
    "그걸 선택하면 어떻게 되나요?"

    도깨비들이 키득거린다.
    "그저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는 평범한 약재일 뿐이지."

    만석의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문득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욕심이 과하면 독이 된다...'

    "저는... 세 번째 문을 선택하겠습니다."

    순간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멈춘다.

    "자네... 부귀영화도, 영생도 마다하고 그저 평범한 약재를 선택한다는 건가?"

    "네. 제가 필요한 건 그것뿐입니다."
    만석의 목소리가 단호하다.

    "흥미롭군..."
    큰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인다.
    "두 번째 시험도 통과했네. 이제 마지막이 남았어..."

    도깨비불이 춤추듯 흩날리고, 만석은 마지막 시험을 기다린다.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7. 아버지의 위급한 상태

    "이게 웬일이냐!"
    장의 영감이 달려와 외친다. 한밤중, 만석의 집 앞이 소란스럽다.

    "아버님의 병환이... 갑자기..."
    정신없이 달려나온 만석의 얼굴이 창백하다.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숨소리가 점점 약해진다.

    도깨비 세계에서의 시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러다가..."
    장의 영감이 한숨을 내쉰다.
    "이번 밤을 넘기기 어려울지도..."

    "안 됩니다!"
    만석이 벌떡 일어난다.
    "도깨비 어른들... 제발..."

    그때 달빛이 구름 사이로 쏟아지며, 방안에 도깨비불이 나타난다.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다."
    큰 도깨비의 목소리가 울린다.
    "지금 이 순간, 네가 선택해야 하느니..."

    "무... 무슨 선택을요?"

    "네 목숨을 아버지와 바꿀 수 있다. 어떠냐?"
    도깨비의 목소리가 차갑다.

    만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주저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 목숨을..."

    "만석아!"
    장의 영감이 그를 말린다.
    "네 아버지가 그걸 원하실 것 같으냐!"

    하지만 만석의 결심은 확고했다.
    "영감님, 아버님이 살아계셔야... 제가 이렇게라도 효도를..."

    도깨비불이 점점 밝아지며 방안을 환하게 비춘다.

    아버지의 숨소리가 더욱 약해지는 가운데, 만석은 운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8. 도깨비와의 약속

    "자, 이제 마지막 선택의 시간이다."
    큰 도깨비가 만석 앞에 나타난다. 그들은 이상한 공간에 있다.

    한쪽에는 도깨비 골목이, 다른 쪽에는 아버지가 누워계신 방이 보인다.

    "네 목숨과 아버지의 목숨을 바꾸겠다고 했지?"
    도깨비의 방망이가 허공에서 빛난다.

    "네... 그렇습니다."
    만석의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말이다..."
    도깨비가 만석의 주위를 돈다.
    "네가 도깨비가 되면, 아버지는 더욱 슬퍼하실 텐데..."

    만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래도... 아버님이 사시기만 한다면..."

    그때 작은 도깨비가 나타나 속삭인다.
    "정말 그게 효도일까?"

    "네?"

    "진정한 효도가 뭔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나."
    큰 도깨비가 방망이로 아버지의 방을 가리킨다.

    만석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본다.

    병석에 누워서도 자식 걱정뿐이신 아버지. 그리고 문득 깨달음이 찾아온다.

    "저... 이제 알았습니다."
    만석이 고개를 든다.
    "진정한 효도는 제가 살아서 아버님을 모시는 것... 제 목숨을 바꾸는 게 아니라..."

    도깨비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자네... 드디어 깨달았구나."
    큰 도깨비의 방망이가 빛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한 답이었네."

    달빛이 쏟아지고, 만석의 주위로 도깨비불이 춤추듯 돈다. 이제 그는 마지막 시험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

    9. 진실의 순간

    "아버님! 아버님!"
    만석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집 마당에 서 있다. 손에는 약재가 가득 담긴 봇짐이 들려있다.

    "거, 정신이 드는가?"
    장의 영감이 만석을 부축한다.
    "갑자기 사라졌다가... 이렇게 나타나다니..."

    만석은 급히 방으로 달려간다. 놀랍게도 아버지의 안색이 훨씬 좋아져 있다.

    "이게 어찌된..."
    방안에는 은은한 도깨비불이 떠다니고 있었다.

    "만석아..."
    아버지가 눈을 뜨며 미소 짓는다.
    "이상한 꿈을 꾸었단다. 도깨비들이 나를 치료해주는..."

    그때 방 구석에서 도깨비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이제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우린 이만 물러가야겠네..."

    만석은 봇짐을 풀어 약재를 살핀다.

    신기하게도 이 약재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은은한 영기가 감돌고 있다.

    "아버님, 이제 곧 나으실 겁니다."
    만석이 약을 달이기 시작한다.

    "만석아..."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잡는다.
    "네가 무사히 돌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달빛이 방안을 비추고, 도깨비불이 하나둘 사라진다. 만석은 이제 이해했다.

    도깨비들이 진정으로 시험하고자 한 것은 그의 효심이 아닌, 진정한 효도의 의미였음을.

    "이제 아버님 곁에서 오래오래 모시겠습니다."
    만석의 말에 방안에 남은 마지막 도깨비불이 환하게 빛나다 사라진다.

    10. 마지막 보름날의 선택

    "이번이 마지막일 게다."
    큰 도깨비가 골목 어귀에 서서 중얼거린다.

    달빛이 골목을 비추자 도깨비들의 모습이 하나둘 나타난다.

    "그 아이가 다시 올까요?"
    작은 도깨비가 묻는다.

    "오겠지..."
    큰 도깨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만석이 골목 앞에 나타난다. 이번에는 약봉지를 들고 있다.

    "도깨비 어른들..."
    만석이 공손히 절을 한다.
    "이제 아버님의 병환이 다 나으셨습니다."

    도깨비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그런데 왜 또 왔나?"
    큰 도깨비가 묻는다.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그리고..."
    만석이 약봉지를 내민다.
    "이 약재는 아버님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니, 다른 누군가를 위해 써주십사 하고..."

    순간 도깨비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흥미롭군..."
    큰 도깨비가 만석에게 다가온다.
    "자네는 우리가 왜 이 골목에서 사람들을 시험한다고 생각하나?"

    만석이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사람들의 진심을 보고 싶으셔서가 아닐까요?"

    도깨비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호호... 과연 우리가 선택한 사람이었어."

    달빛이 더욱 밝아지며 골목이 환해진다.

    이제 도깨비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자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겠네."
    큰 도깨비가 방망이를 들어올린다.
    "이제부터 이 골목은 자네가 지키게 될 것이야."

    11. 도깨비들의 진짜 의도

    "제가 이 골목을 지키라는 말씀이신가요?"
    만석이 놀라서 묻는다. 달빛이 더욱 환해지며 도깨비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는 사실..."
    큰 도깨비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백 년 전부터 이 골목에서 사람들을 시험해왔네."

    "진정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작은 도깨비가 말을 잇는다.
    "욕심 많은 자들을 벌하고..."

    "하지만 이제 우리도 떠나야 할 때가 됐지."
    큰 도깨비의 모습이 달빛에 점점 투명해진다.

    "자네라면..."
    도깨비들이 하나같이 만석을 바라본다.
    "우리의 뜻을 이어갈 수 있을 거야."

    만석의 손에 도깨비방망이가 쥐어진다.

    순간 따뜻한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싼다.

    "하지만 전 그저 평범한 인간인데..."

    "아니..."
    큰 도깨비가 미소 짓는다.
    "이제 자네는 도깨비도, 인간도 아닌... 둘 사이의 존재가 된 거지."

    달빛이 쏟아지며 도깨비들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진다.

    "자네의 효심과 선한 마음씨..."
    "그것이 우리가 자네를 선택한 이유라네."
    "앞으로 이 골목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겠지..."

    도깨비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고, 그들의 모습은 달빛 속으로 사라진다.

    만석의 손에 들린 도깨비방망이가 은은히 빛난다.

    이제 그는 이 골목의 새로운 수호자가 된 것이다.

    12. 새로운 시작

    "어디 아픈 가족이 있다고 하셨죠?"
    만석이 골목 앞에서 한 노인을 맞이한다.

    이제 그의 모습은 도깨비도 인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존재가 되어 있다.

    "네... 손자가 병이 위중한데..."
    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만석은 미소 지으며 노인의 손을 잡는다.
    "걱정 마십시오. 도깨비 골목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골목 안으로 은은한 도깨비불이 피어오르고, 달빛이 두 사람의 발걸음을 비춘다.

    "아버님..."
    만석이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이제 제가 다른 이들의 아버지가 되어드리고 있습니다."

    멀리서 옛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만석의 손에 든 도깨비방망이가 따뜻하게 빛나고, 골목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깨비 골목의 전설은 이렇게 이어져 갔다고 한다.

    진정한 효심과 선한 마음씨를 가진 자가 있는 한, 도깨비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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