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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나루터 - 자정의 뱃사공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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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조선 한양의 한강 나루터에서 밤마다 도깨비들을 상대로 뱃길을 여는 뱃사공의 이야기. 도깨비들과 거래하며 부를 축적하지만, 그 대가로 점점 인간의 시간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운명을 그린 미스터리 판타지.

    가난한 뱃사공

    한양 남쪽 한강 나루터의 여름밤은 적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낮에는 장사치들과 관리들로 북적이던 나루터도, 밤이 되면 마치 다른 세상처럼 고요해지곤 했지요. 종수는 그런 밤에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달빛 아래서 낡은 나룻배를 손질하면서, 내일을 위해 틈틈이 준비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습니다.

    "배를 타시겠습니까? 이 밤에도 배가 있다면 말입니다..."

    종수가 중얼거리며 웃었습니다. 한밤중에 나루터를 찾는 손님이라니, 그런 일은 없을 터였지요. 하지만 종수는 이렇게라도 혼잣말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으니까요.

    "오늘도 약값을 깎아주지 않았어..."

    약재상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려면 비싼 약재가 필요했지만, 종수의 주머니는 늘 비어있었지요. 나룻배로 버는 돈은 겨우 끼니를 이어가기에도 빠듯했습니다.

    "내일은... 내일은 분명 더 많은 손님이 오실 거야."

    종수는 자신을 달래듯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나루터를 찾는 손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요. 강 상류에 새로운 나루터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뜸해진 것입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 주위가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강물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는 고요한 밤이었지요.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누... 누구십니까?"

    종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불빛은 점점 더 가까워졌지요. 이상한 것은 그 불빛이 땅 위가 아닌, 강물 위를 떠서 움직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도깨비불...?"

    어릴 적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한밤중에 나타나는 도깨비불은 사람을 홀린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종수는 자리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불빛이 이상하게 끌렸지요.

    "배를... 타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진심으로 물었습니다. 불빛이 나루터 가까이 다가오자, 그 뒤로 키 큰 사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붉은 도포를 입은 그는 어딘가 기이한 모습이었지만, 종수의 눈에는 그저 귀한 손님으로 보였지요.

    "그대가 이 나루터의 뱃사공인가?"

    사내의 목소리는 마치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 같았습니다. 종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비록 늦은 시각이지만, 손님을 모시는 것이 뱃사공의 도리이지요."

    사내가 천천히 종수에게 다가왔습니다. 이제야 보니 그의 머리 위로 뿔 같은 것이 희미하게 보였고, 발은 땅에 닿지 않은 채 살짝 떠 있었지요.

    "자정이 되면 특별한 손님들이 이 나루터를 찾을 것이다. 그들을 건네주는 대가로... 이걸 주마."

    사내는 소매 속에서 금빛 나는 엽전 하나를 꺼내 보였습니다. 달빛 아래서 그것은 마치 별처럼 반짝였지요.

    "하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르지."

    종수의 눈이 그 엽전에 머물렀습니다. 저 하나로도 어머니의 약값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이것이 도깨비의 장난은 아닐까? 하지만 어머니의 병을 생각하면...

    "대가라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자정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나루터를 비추는 달빛과, 멀리서 들려오는 밤 새소리뿐이었지요. 종수는 자신이 방금 전까지 도깨비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종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자정을 알리는 소리였지요. 그리고 그때... 강 건너에서 수많은 불빛들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와의 거래

    강 건너에서 반짝이던 불빛들이 하나둘 나루터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종수는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요. 이내 나루터 주변이 온통 도깨비불로 가득 찼습니다.

    "뱃사공, 우리를 건네주시게."

    첫 번째로 다가온 것은 키가 작은 도깨비였습니다. 머리 위로 뿔이 돋아있었고, 손에는 커다란 방망이를 들고 있었지요. 그 뒤로 줄지어 서있는 도깨비들의 모습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푸른 도포를 입었고, 어떤 이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저... 어디로 모실까요?"

    종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도깨비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저 안개 낀 곳으로..."

    강 중앙에는 이상하게도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낮에는 분명 보이지 않던 안개였지요. 종수는 조심스레 노를 저어 나룻배를 안개 쪽으로 향했습니다.

    안개 속으로 들어서자 주위가 온통 하얗게 변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춥지는 않았지만,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지요. 잠시 후 안개가 걷히자, 그곳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곳이... 도깨비 마을인가요?"

    강 저편에는 기이한 모양의 집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지붕은 모두 붉은색이었고, 창문에서는 푸른빛이 새어 나왔지요. 집들 사이로 난 길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구불구불했습니다.

    "첫 손님을 무사히 모셨구나."

    붉은 도포를 입은 도깨비 대장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의 손에는 약속했던 금빛 엽전이 들려있었지요.

    "이제부터 매일 밤 자정이 되면 우리 도깨비들을 실어나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종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도깨비 대장이 건넨 엽전을 받아들자, 손바닥에서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 시간의 조각을 하나 가져가도록 하마."

    도깨비 대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종수의 몸에서 푸른빛이 새어나왔습니다. 마치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그 빛을 도깨비 대장이 손으로 움켜쥐었지요.

    "이게 무슨..."

    "걱정 말거라. 그저 네 하루 중 한 시각을 가져간 것뿐이니."

    이상하게도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마치 어딘가가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손에 쥔 엽전을 보니 그런 걱정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종수는 서둘러 약재상을 찾았습니다. 도깨비가 준 엽전으로 어머니의 약을 사기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보게, 자네 얼굴이 왜 이리 창백한가? 마치 피가 다 빠진 것 같구먼."

    약재상의 말에 종수는 거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분명 피곤하지도 않은데, 얼굴빛이 하얗게 변해있었지요.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종수의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젊은이, 잠시 이리 와보시게."

    나루터 근처에서 주막을 하는 금낭 할멈이었습니다. 그녀는 종수를 주막 안쪽으로 데려가 앉혔습니다.

    "어젯밤... 도깨비들을 만났지?"

    종수는 깜짝 놀라 할멈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할멈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습니다.

    "나도 젊었을 적에 그들을 만난 적이 있다네. 처음에는 그저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도깨비와의 거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할멈은 주막 한구석에 있는 낡은 거울을 가리켰습니다.

    "저 거울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도깨비와 거래를 할수록, 네 모습은 점점 더 그들을 닮아갈 테니..."

    변화의 시작

    금낭 할멈의 경고가 마음에 걸렸지만, 종수는 도깨비들과의 거래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병세가 나날이 호전되어가는 것을 보며,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었지요.

    "아들아, 요즘 얼굴색이 많이 안 좋구나..."

    어머니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종수는 그저 피곤하다며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분명 달라져 있었지요. 창백한 안색은 물론이고, 눈동자가 이상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뱃사공, 오늘도 잘 부탁하네."

    매일 밤 자정이면 어김없이 도깨비들이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그들의 모습이 전혀 무섭지 않았지요.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도깨비들은 매번 금빛 엽전을 건네며 종수의 시간을 가져갔고, 그럴 때마다 그의 모습은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이 돈으로 더 좋은 약을 지어드릴 수 있겠구먼."

    약재상은 종수가 건넨 엽전을 보며 연신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곧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요.

    "이상하구나... 자네 키가 전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

    종수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키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것을... 옷소매가 짧아진 것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몸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종수 도령, 잠시 이야기 좀 하시지."

    금낭 할멈이 다시 종수를 불러세웠습니다. 그녀의 주막에는 이상하게도 손님이 없었지요.

    "보이지 않나? 네 그림자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

    할멈의 말에 종수는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분명 대낮인데도 그림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연기처럼 흐릿하게 남아있을 뿐이었지요.

    "이제 일반 손님들은 네 배를 타지 않겠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 테니까... 네가 더 이상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할멈의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요즘들어 낮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종수의 배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마치 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또는 뭔가 꺼림칙한 것을 피하듯이 말이죠.

    "하지만... 어머니의 병환이 나아지고 계세요. 이제 곧 완쾌되실 거예요."

    "그래... 하지만 그때가 되면, 네가 온전히 남아있을까?"

    할멈은 한숨을 쉬며 낡은 거울을 다시 가리켰습니다. 이번에는 종수도 확실히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마 양쪽에 희미하게 돋아나는 뿔의 흔적을...

    "도깨비 대장님, 제가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날 밤, 종수는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매일 밤 자신의 시간을 가져가는 도깨비 대장에게 말이죠.

    "나의 모습이... 도깨비처럼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거래의 진정한 대가인가요?"

    도깨비 대장은 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의 눈빛이 달빛처럼 차갑게 빛났지요.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지. 하지만 도깨비의 시간은 영원하다. 네가 잃어가는 것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시간이란다."

    그 말은 마치 차가운 강물처럼 종수의 가슴을 적셔왔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도깨비는 원래 물건에서 시작된다고... 오래된 물건이 사람의 마음을 담아 도깨비가 된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저는... 결국..."

    "그래, 너는 점점 우리처럼 변해갈 것이다. 매일 밤 시간을 잃어갈수록, 너의 인간성은 희미해지고... 대신 도깨비의 본성이 자라날 테지."

    시간의 대가

    이제 낮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종수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그가 깨어있는 시간은 점점 더 밤에 집중되었지요. 마치 도깨비들처럼, 밤이 되어야만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도련님,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어느 날 밤,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아보니 평소보다 작은 도깨비 하나가 서 있었지요. 다른 도깨비들과는 달리 눈빛이 맑았고, 말투도 공손했습니다.

    "나는 도깨비 대장님의 심부름꾼이에요. 매일 밤 도련님을 지켜보았죠..."

    어린 도깨비의 말에 따르면, 그도 한때는 인간이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 종수처럼 도깨비들과 거래를 했던 한 소년이었지요.

    "저는 병든 동생을 위해 도깨비들과 거래했어요. 하지만 동생의 병이 나았을 때... 제 모습은 이미 도깨비가 되어있었죠."

    어린 도깨비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도깨비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동료를 만들어왔다고 합니다. 인간의 간절한 소원을 이용해 거래를 제안하고, 조금씩 그들의 시간과 인간성을 가져가는 것이죠.

    "하지만 도련님은 아직 늦지 않았어요. 아직 완전히 도깨비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종수는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키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커져있었고, 이마의 뿔은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발끝은 땅에서 살짝 떠있었고, 손끝에서는 푸른 기운이 흘러나왔지요.

    "어머니의 병환이 다 나으시면... 그때는 그만둘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어린 도깨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게... 불가능해요. 도깨비 대장님이 주신 금빛 엽전으로 산 약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요. 그 약을 끊으면 병이 다시 도지고 말거예요."

    종수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도깨비들의 진정한 계략이었다는 것을... 처음부터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이었던 것입니다.

    "도깨비 대장님은 백 년에 한 번씩 이렇게 새로운 도깨비를 만드신다고 해요. 특별한 마음을 가진 인간을 골라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을요."

    강물 위로 달빛이 비췄습니다. 이제는 세 개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지요. 하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인간의 그림자, 또 하나는 점점 선명해지는 도깨비의 그림자,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그 둘이 뒤섞인 기이한 형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제가 알게 된 비밀이 하나 있거든요..."

    어린 도깨비는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습니다.

    "도깨비 대장님의 방망이... 그것만 있으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어요. 도깨비의 방망이는 소원을 이루는 힘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걸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도깨비 대장이 나타났습니다. 그의 눈빛이 이전과는 달리 무섭게 빛났지요.

    "감히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네가 아직도 교훈을 못 얻었나 보구나."

    도깨비 대장의 손이 허공을 가르자, 어린 도깨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안개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남은 것은 작은 방울 소리뿐이었지요.

    "이제 네 선택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 보름달이 뜨면... 너는 완전한 도깨비가 될 것이다."

    선택의 갈림길

    어린 도깨비가 사라진 후, 종수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했습니다. 도깨비 대장의 방망이... 그것만 있다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지요.

    "오늘 어머니의 기색이 참 좋구나. 이제는 거의 다 나으신 것 같아."

    금낭 할멈이 찾아와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걱정스러워 보였지요.

    "하지만 종수야... 네 모습은 이제 거의..."

    거울 속에 비친 종수의 모습은 이제 완전히 도깨비처럼 변해있었습니다. 붉은 빛을 띠는 도포는 어느새 몸에 걸쳐져 있었고, 발은 완전히 땅에서 떠올라 있었지요. 이마의 뿔은 더욱 커져 달빛에 반짝였고, 손에서는 푸른 도깨비불이 피어올랐습니다.

    "이제 보름달이 뜨기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어... 그때가 되면 네 인간의 시간은 완전히 끝나고 말 거야."

    할멈의 말에 종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머니의 병이 나아진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인간성을 완전히 잃게 된다는 것이 두려웠지요.

    "할멈... 도깨비 대장의 방망이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할멈의 눈이 크게 떠졌습니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더니, 종수를 주막 가장 안쪽으로 데려갔습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그건 오래된 금기야... 백 년 전, 한 도깨비가 그 방망이로 인간으로 돌아가려다 실패한 후로 아무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할멈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도깨비 대장의 방망이는 평범한 도깨비 방망이와는 달랐습니다. 그것은 도깨비와 인간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힘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방망이를 차지하려다 실패하면... 넌 영원히 저주받은 도깨비가 되어 방황하게 될 거야. 어린 도깨비처럼..."

    그제야 종수는 어린 도깨비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그 역시 백 년 전에 방망이를 차지하려다 실패한 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이대로 도깨비가 되면, 어머니는..."

    종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닭이 울었습니다. 밤이 끝나가고 있었지요.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내일 밤이면 보름달이 뜰 것입니다.

    "도깨비 대장님, 진정 이것이 제가 가야 할 길입니까?"

    그날 밤, 종수는 도깨비 대장에게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도깨비 대장은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지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병들고, 늙고, 죽는다. 하지만 도깨비는... 영원히 살 수 있지. 네 어머니도 우리의 약으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도깨비 대장의 말에는 분명 진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 속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종수는 느낄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 대가로... 전 더 이상 어머니의 아들이 될 수 없겠지요."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면서, 도깨비 대장의 모습이 점점 흐려졌습니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방망이가 달빛에 반짝였지요.

    "내일 보름달이 뜨면... 네 선택의 시간도 끝나게 될 것이다."

     

     

    엔딩멘트

    "옛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한강 나루터에 자정이 되면 도깨비불이 보인다고... 그리고 그 불빛을 따라가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뱃사공이 노를 젓고 있다고... 하지만 그 배에 올라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하지요. 당신이라면... 그 배에 올라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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