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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만나서 행복해진 사람

    도깨비 방망이로 신랑감 1순위 ( 청음야록 (聽音野錄))

    부제: "크게 해달라!" 소원 빌어서 남성미를 키운 총각, 거부의 딸과 결혼하여 백년해로

    태그(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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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옛날 어느 마을에 덩치는 산만한데 딱 한 곳이 부실해 장가를 못 가는 노총각이 있었습니다. 매일 밤 탄식하던 그가 산속 폐가에서 도깨비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크게 해달라!" 절박하게 외친 한마디에 도깨비 방망이가 뚝딱! 과연 노총각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듣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고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한 도깨비 야담,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1: 노총각 돌쇠의 남모를 고민과 깊어가는 신세 한탄

    옛날 옛적, 경상도 어느 첩첩산중 아랫마을에 돌쇠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겼으니 그 시절 치고는 상노총각 중에서도 으뜸가는 노총각이었지요. 겉보기에는 아주 그럴싸했습니다. 키는 팔척장신에 어깨는 떡 벌어졌고, 장작을 팰 때면 팔뚝에 굵은 핏줄이 울뚝불뚝 솟아오르는 것이, 마을 처녀들 마음을 여럿 설레게 할 만한 사내대장부의 체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힘은 또 어찌나 장사인지, 남들 지게에 나무 한 짐 질 때 돌쇠는 두 짐, 세 짐을 거뜬히 지고 산을 내려오곤 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듬직한 돌쇠를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찼습니다.

    "쯧쯧, 저리 허우대 멀쩡하고 일 잘하는 놈이 어쩌다 아직도 홀아비 신세란 말이냐. 참으로 하늘도 무심하시지."

    "내 말이 그 말이네. 윗마을 칠성이도 작년에 장가를 갔는데, 우리 돌쇠는 저리 훤칠한데도 짝이 없으니 원. 중매쟁이 할멈들도 어지간히 무능해."

    하지만 겉만 보고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요. 훤칠한 장사 돌쇠에게는 남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할, 죽기보다 부끄러운 치명적인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덩치 큰 사내대장부의 몸에 어울리지 않게, 사내로서의 구실을 해야 할 그곳이 너무나도 볼품없이 작았던 것입니다. 어찌나 작고 앙증맞은지,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그것과 견주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여름날 땀 흘려 일하고 계곡물에 멱을 감을 때마다 돌쇠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겉만 번지르르하면 뭘 하나. 씨 없는 수박도 아니고, 명색이 사내로 태어나서 이 꼴이 웬 말이란 말이냐. 조상님들도 참 무심하시지, 주실 거면 골고루 큼지막하게 주실 것이지, 하필 제일 중요한 데를 이리 인색하게 만드셨단 말인가. 이러니 어느 집 귀한 딸내미가 내게로 오려 하겠어. 장가는 커녕 평생 독수공방하다가 늙어 죽을 팔자로구나.'

    사실 몇 번 혼담이 오간 적도 있었습니다. 돌쇠의 성실함과 듬직한 체구를 눈여겨본 이웃 마을 어르신들이 중매를 서서 선자리가 마련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우연히 냇가에서 멱을 감는 돌쇠의 알몸을 훔쳐본 동네 아낙네의 입방정 때문에 소문이 쫙 퍼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말도 마소. 겉보기엔 산만 한데, 막상 벗겨놓으니 도토리가 따로 없습디다. 거기로 어떻게 애를 낳고 살림을 합니까? 귀한 딸 신세 망칠 일 있수?"

    그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 결국 돌쇠는 마을에서 '도토리 장사'라는 뼈아픈 별명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밤마다 방안에 홀로 누운 돌쇠는 애꿎은 벽장만 주먹으로 쾅쾅 내리치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날 작고 왜소하게나 만드시지, 덩치는 이렇게 키워놓고 정작 쓸모는 없게 만드시다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깊은 밤, 부엉이 우는 소리만 처량하게 들려오는 오두막에서 돌쇠의 신세 한탄은 끊일 줄을 몰랐습니다. 장가간 동무들이 어여쁜 각시와 오순도순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고, 속앓이로 인해 밥맛마저 잃어갈 지경이었습니다.

    ※ 2: 나무를 하러 깊은 산에 갔다가 길을 잃고 폐가에 숨어든 돌쇠

    가을이 깊어지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음에 쌓인 울화통이라도 풀 겸, 돌쇠는 지게를 지고 도끼 한 자루를 챙겨 아주 깊고 깊은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람들 눈초리도 피할 겸, 오늘은 저 깊은 골짜기까지 들어가서 땔감이나 잔뜩 해와야겠다. 나무라도 패다 보면 이놈의 답답한 속이 좀 뚫리려나.'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내며 뚜벅뚜벅 산길을 오르다 보니, 평소에 다니던 길을 한참 벗어나 인적이 전혀 닿지 않은 깊은 원시림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은 대낮인데도 어둑어둑했습니다. 도끼질을 시작한 돌쇠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것도 잊은 채, 장작을 패며 자신의 억눌린 한을 토해냈습니다.

    "이얍! 이놈의 도토리 팔자! 에잇! 빌어먹을 내 신세!"

    우람한 나무통이 쩍쩍 두 쪽으로 갈라지는 소리가 빈 산을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끼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뿔싸! 나무 패는 데 정신이 팔려 날 저무는 줄도 몰랐구나. 서둘러 내려가야겠다.'

    부랴부랴 나뭇짐을 챙겨 지게를 지고 산을 내려가려는데, 갑자기 산골짜기에서부터 짙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에서 돌쇠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리저리 길을 찾아 헤맸지만, 발길 닿는 곳마다 생전 처음 보는 험한 바위와 가시덤불뿐이었습니다.

    "큰일 났네. 호랑이라도 나오면 뼈도 못 추릴 텐데. 어디 비 피할 곳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한참을 헤매던 돌쇠의 눈앞에 흐릿하게 낡은 초가집 한 채가 나타났습니다. 다가가 보니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문짝은 떨어져 나간 채 바람에 덜컹거리는 흉가 중의 흉가였습니다.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지만, 호랑이 밥이 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조심스레 발을 들였습니다.

    "계십니까? 지나가는 나무꾼인데, 날이 저물고 길을 잃어 하룻밤 신세 좀 지겠습니다."

    당연히 대답은 없었습니다. 방 안은 오랫동안 사람의 온기가 닿지 않은 듯 서늘하고 퀴퀴한 곰팡내만 가득했습니다. 돌쇠는 구석에 있는 낡고 큰 벽장 안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문을 꼭 닫고 숨죽여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기로 한 것입니다.

    '아이고 무서워라. 빨리 아침이 되어야 할 텐데. 도깨비라도 나오는 건 아니겠지?'

    벽장 속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데, 밖에서 스산한 바람 소리와 함께 이상한 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 3: 도깨비들의 흥겨운 잔치와 돌쇠의 절박한 돌발 행동

    사방이 죽은 듯 고요하던 깊은 밤, 벽장 속에 숨어 바들바들 떨고 있던 돌쇠의 귓가에 정체 모를 기괴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웅성웅성, 왁자지껄, 시끌벅적.

    마치 수십 명의 장정들이 무리 지어 떠드는 듯한 소리, 쇳덩이가 부딪치는 챙그랑 소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칠고 짐승 같은 웃음소리들이 마당 쪽에서부터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돌쇠는 숨을 헐떡이며 조심스레 벽장 문틈 사이로 눈을 가져다 대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에 휩싸여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습니다.

    '헉! 저, 저, 저 끔찍한 것들이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마당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며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람이 횃불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시퍼렇고 스산한 도깨비불 수십 개가 기괴하게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푸르스름한 불빛 아래로, 사람의 형상을 하였으나 결코 사람이 아닌 것들이 우르르 방 안으로 몰려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황소보다 날카로운 뿔이 돋아 있고, 온몸에는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을 너덜너덜하게 두르고 있었으며, 부리부리하게 충혈된 눈과 귀 밑까지 찢어진 커다란 입 밖으로는 뾰족한 송곳니가 삐져나온, 말로만 듣던 흉악한 도깨비 무리였습니다.

    "크하하하! 아이고, 오늘 밤은 달도 숨어버렸으니 여기서 진탕 잔치를 벌여보자꾸나! 산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오고 술맛이 아주 기가 막히게 돌겠어!"
    "형님 도깨비, 그럼 제가 얼른 목을 축일 안주와 술부터 떡 하니 내오겠습니다요! 모두들 자리에 앉으시지요!"

    무리 중에서 유독 덩치가 산만 하고 털이 북슬북슬한 우두머리 도깨비가 성큼성큼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오더니, 허리춤에서 오톨도톨한 쇠가시가 흉악하게 박혀 있는 커다란 방망이를 쑥 뽑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방바닥을 탕탕 내리치며 우렁찬 목소리로 주문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나와라, 금동아리! 뚝딱! 나와라, 은동아리! 뚝딱! 오늘 밤 우리 형제들 배 터지게 먹을 산해진미와 독한 술도 몽땅 쏟아져 나오너라, 뚝딱!"

    우두머리 도깨비가 방망이를 내리칠 때마다 번쩍! 하는 번개 같은 빛이 번쩍이더니, 거짓말처럼 텅 빈 방바닥 위로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금괴와 은괴가 산더미처럼 쌓여갔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통돼지 바비큐, 사람 팔뚝만 한 커다란 잉어찜, 온갖 진귀한 과일들, 그리고 사람의 키만 한 커다란 술통들이 펑펑 소리를 내며 마법처럼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벽장 틈새로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지켜보던 돌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었습니다.

    '아이고, 도, 도깨비라니! 내 오늘 밤 저놈들의 술안주로 뼈도 못 추리고 씹어 먹히게 생겼구나! 조상님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도깨비들은 자신들끼리 왁자지껄 떠들며 커다란 사발에 술을 폭포수처럼 들이붓고, 통고기를 손으로 덥석덥석 찢어 먹으며 신나게 연회를 즐겼습니다. 고기가 타들어 가는 냄새와 지독한 누룩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덩달아 돌쇠도 좁디좁은 벽장 속에서 숨을 죽인 채, 도깨비들이 나누는 시시콜콜한 세상 이야기와 장난친 이야기들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한참 동안 술판이 무르익고 흥이 달아오르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도깨비 하나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우두머리의 방망이를 빼앗아 들고는 취기 어린 목소리로 방 안이 떠나가라 외쳤습니다.

    "딸꾹! 형님! 배도 부르고 술기운도 오르니 기분이 아주 째집니다요! 우리 맨날 금은보화나 먹을 것만 꺼내지 말고, 이번에는 아주 재미난 장난을 한번 쳐볼까요? 이 신통방통한 도깨비 방망이는 뭐든 마음먹은 대로 크고 작게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로 조그맣고 볼품없는 것을 아주 산더미처럼 거대하게 키워보는 마법을 써볼까요? 뭐든 형님께서 말만 하십쇼! 제가 뚝딱하고 엄청나게 키워드리겠습니다요! 푸하하하!"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공포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벽장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돌쇠의 머릿속에, 마치 천둥 번개가 벼락같이 내리치는 듯한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습니다. 평생 동안 자신을 옥죄어온 끔찍한 콤플렉스, 사내대장부의 체면을 바닥까지 구기게 만들고, 밤마다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자신의 아랫도리에 달린 초라한 '그것'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입니다.

    '뭐, 뭐든 크게 만들어 준다고? 세상에서 제일 작은 것을 엄청나게 크게 만들어 준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내 이 도토리만 한 물건도 저 방망이 한 번이면 황소의 그것처럼 웅장하게 커질 수 있단 말인가!'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도깨비에 대한 두려움은 일순간에 봄눈 녹듯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직 '커져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난 평생 도토리 장사로 조롱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억울함만이 돌쇠의 온몸과 이성을 완전히 휘감아 버렸습니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사람처럼, 혹은 미쳐버린 사람처럼, 돌쇠는 자신도 모르게 덜컹거리는 벽장 문을 쾅! 하고 벌컥 열어젖히며 방 한가운데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도깨비들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핏대가 터지도록 목청껏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크게 해달라!! 제발 내 고추 좀 엄청나게 크게 해달란 말이다!! 이왕이면 천하제일로 제일 무시무시하게 크게 만들어 다오!!"

    왁자지껄하던 방 안은 일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무서운 정적이 흘렀습니다. 술을 사발째 들이켜던 도깨비들도, 방망이를 들고 춤을 추던 도깨비도 모두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채, 눈을 끔벅이며 씩씩거리고 있는 인간 사내, 돌쇠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저... 저놈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냐?"
    "우리 연회에 인간이 숨어 엿보고 있었단 말이냐?"
    "근데... 뭘 크게 해달라고? 고, 고추를? 푸흡...!"

    숨 막히는 정적이 잠시 흐른 뒤, 상황을 파악한 도깨비들이 하나둘씩 입을 틀어막기 시작하더니, 이내 배를 부여잡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천지가 진동할 듯한 박장대소를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푸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으하하하! 덩치는 집채만 한 인간 사내가 오죽 아랫도리가 부실하고 답답했으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흉악한 우리 도깨비들 앞에서 저리도 당돌하게 고추를 키워달라고 소원을 다 빌까!"
    "그려, 그려! 사내 체면에 얼마나 한이 맺히고 피눈물을 흘렸으면 저런 미친 짓을 하겠나. 저 용기와 절박함이 참으로 갸륵하고 불쌍하니, 우리가 오늘 밤 저놈의 간절한 소원 하나만큼은 아주 큼지막하게, 두 번 다시 콤플렉스 소리 안 나오게 화끈하게 들어주자꾸나! 으하하하!"

    우두머리 도깨비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웃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쇠가시 방망이를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돌쇠의 바지춤, 그 빈약한 아랫도리를 정확히 겨냥하며 시원하고도 장엄하게 마법의 주문을 외쳤습니다.

    "좋다, 이 인간 사내 놈아! 네놈 소원대로 이 세상 그 어떤 사내보다 제일 크고 웅장하고 실하게, 아주 무시무시한 물건으로 만들어 주마! 자, 받아라! 커져라, 뚝딱! 더 무지막지하게 커져라, 뚝딱! 사내의 폭발하는 남성미야 솟구쳐라, 뚝! 딱!"

    ※ 4: 기적 같은 소원 성취! 엄청난 남성미를 안고 위풍당당 하산하는 돌쇠

    우두머리 도깨비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쾅!" 하는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산장을 뒤흔들었습니다. 동시에 도깨비 방망이에서 터져 나온 눈이 멀 것 같이 강렬하고 번쩍이는 푸른빛이 돌쇠의 하반신을 완전히 감싸 안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몸속으로 훅 밀려들어 오는 것을 느끼며 놀란 돌쇠는 그대로 눈을 뒤집고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습니다.

    얼마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요.

    "짹짹, 찌르르르..."

    귓가를 간지럽히는 맑고 경쾌한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와,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아침 이슬 냄새에 돌쇠가 스르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캄캄했던 밤은 지나가고, 눈부시게 밝은 아침 해가 중천에 떠올라 다 부서져 가는 폐가의 창문 틈새로 따사로운 황금빛 햇살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방 안을 꽉 채웠던 무시무시한 도깨비 무리도, 산더미 같던 금은보화와 술통들도 아침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저 낡고 빈 방바닥에 자신만이 덩그러니 대자로 누워있을 뿐이었습니다.

    "으스스... 머리야. 내가 어젯밤 기가 허하여 헛것을 본 것인가? 그래,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도깨비가 나오는 개꿈을 꾼 것이 틀림없구나."

    부스스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앉으려던 돌쇠는, 순간 자신의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엄청나고도 묵직한 이질적인 무게감에 "헉!" 하고 숨을 들이켜며 동작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허벅지 사이가 무언가에 꽉 눌린 듯 뻐근했고, 평소 헐렁헐렁해서 남아돌던 낡은 무명바지의 앞섬이 당장이라도 투두둑 하고 터져나갈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팽팽해져 위로 불룩하게 솟아올라 있었던 것입니다. 그 속에는 이전의 그 작고 초라하던 '도토리'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하고도 거대하며 육중한 생명체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세, 세상에... 이, 이 압도적인 무게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정녕 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고, 도깨비님이 내 소원을 들어주셨단 말인가! 설마... 이것이 참말로 내 것이란 말이냐!'

    돌쇠는 침을 꼴깍 삼키며 덜덜 떨리는 손을 조심스레 뻗어, 바지춤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보았습니다. 손끝에 닿는 순간, 돌쇠의 두 눈은 튀어나올 듯 커졌고 입은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도깨비 방망이의 신통방통한 효험이 어찌나 무지막지하게 좋았던지, 평생을 원망했던 그 작고 볼품없던 물건은 온데간데없이 흔적을 감추었고, 그 자리에는 마치 깊은 산속에서 수백 년을 자란 굵고 단단한 칡뿌리 같기도 하고, 무기를 휘두를 때 쓰는 우람한 참나무 몽둥이 같기도 한 어마어마한 물건이 떡하니 자리 잡고 솟구쳐 있었던 것입니다.

    "으하하하! 으하하하하하! 하늘이시여! 조상님이시여! 그리고 흉악하지만 은혜로우신 산속의 도깨비 형님들이시여!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돌쇠,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도토리 신세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사내대장부로 거듭났습니다요!"

    돌쇠는 끓어오르는 환희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빈 폐가의 마당으로 뛰쳐나가 미친 사람처럼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여름날 냇가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숨어 멱을 감을 필요도 없었고, 동네 아낙네들의 멸시 어린 비웃음과 꼬마 녀석들의 조롱을 받으며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아랫도리를 훌렁 까뒤집고 온 동네방네 장터거리를 뛰어다니며 "내 물건 좀 보소!" 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올랐습니다.

    돌쇠는 어제 해두었던 나뭇짐이 가득 실린 무거운 지게를 번쩍 들어 올려 넓은 어깨에 둘러멨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겁게 느껴졌을 나뭇짐이었지만, 오늘은 새 깃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는 가슴을 활짝 펴고 위풍당당한 장군의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보폭을 넓게 하여 힘차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지 속의 그 육중하고 거대한 존재감이 묵직하게 출렁거리며 돌쇠의 바닥을 치던 자존감을 하늘 끝까지 한껏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어깨는 더욱 기세 좋게 떡 벌어졌고, 움츠러들었던 눈빛에는 천하를 호령할 듯한 무서운 자신감이 번뜩였습니다.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오른 낮 시간, 돌쇠가 마을 초입에 다다랐을 무렵이었습니다. 마침 동네 우물가에는 마을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방망이질을 하며 빨래를 하고,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덩치 큰 사내의 실루엣을 발견한 아낙네 하나가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습니다.

    "어머, 저기 오는 거 도토리 장사 돌쇠 총각 아니여? 어제 하루 종일 안 보이더니 밤새 산에서 나무를 하고 이제야 내려오나 보네."
    "어휴, 불쌍한 사람. 저리 허우대만 멀쩡하면 뭐 한담. 속은 텅텅 빈 옹이구멍 같은 빈 강정인데... 어머? 야, 야! 잠깐만! 내 눈이 지금 어떻게 된 거 아니지? 저, 저, 저 앞섬에 저게 대체 뭐야?!"

    무심코 돌쇠를 쳐다보며 수다를 떨던 아낙네들의 시선이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돌쇠의 바지 앞섬으로 꽂혔습니다. 평소라면 헐렁하게 늘어져 있어야 할 무명바지의 앞부분이 금방이라도 툭 하고 찢어질 것처럼 불룩하게, 아니 거대하게 솟아올라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쇠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우람한 덩어리가 위압적으로 좌우로 흔들리며 시선을 강탈하고 있었습니다.

    "세, 세상에! 부처님 맙소사! 내가 지금 헛것을 보는 게 아니지? 저, 저게 다 뭐래? 저게 사람 몸에 달릴 수 있는 크기여?"
    "어머머, 망측해라! 남사스럽게 어딜 쳐다봐! 근데... 야, 예전에 저 돌쇠 총각 냇가에서 봤다는 년 누구야! 도토리라던 소문은 대체 어떤 년이 낸 거야? 저게 어딜 봐서 도토리야? 저건 도토리가 아니라 호랑이 때려잡는 방망이, 아니 전봇대 몽둥이잖아!"

    아낙네들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면서도,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손가락 틈새로 그 경이로운 광경을 힐끔힐끔 훔쳐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빨래 방망이질 소리는 어느새 뚝 끊기고,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와 헉 하는 탄성만이 우물가에 가득 찼습니다.

    돌쇠는 자신에게 꽂히는 그 노골적이고 경악에 찬 시선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속으로 통쾌한 쾌재를 불렀습니다. 부끄러워 피하기는커녕 보란 듯이 허리를 더욱 꼿꼿하게 세우고, 가슴을 활짝 편 채 위풍당당하게 개선장군처럼 마을 길을 걸어 나갔습니다.

    '똑똑히 보아라! 이 돌쇠가 얼마나 훌륭하고 무시무시한 사내인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란 말이다! 이 마을에서, 아니 조선 팔도에서 나보다 훌륭한 사내는 없을 것이다! 이제 나도 콧대 높은 양반집 규수도 탐낼 만한, 조선 팔도 신랑감 1순위다!'

    돌쇠의 우울하고 억눌렸던 서른 해 인생에, 마침내 먹구름이 걷히고 쨍하고 눈부신 해가 번쩍 떠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 5: 이웃 마을 거부 최부자네 고명딸의 기이한 병환과 방구(榜쪽)

    돌쇠가 도깨비 방망이의 신통방통한 은덕을 입어, 하루아침에 천하제일의 웅장한 사내대장부로 거듭나 위풍당당하게 마을을 활보하고 다니며 아낙네들의 애간장을 다 녹이고 있던 무렵이었습니다. 돌쇠가 사는 첩첩산중 마을에서 큰 고개를 하나 훌쩍 넘어 내려가면,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평야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제법 큰 고을이 있었습니다. 그 고을에는 남부러울 것 없이 떵떵거리며 사는 조선 팔도에서 내로라하는 엄청난 거부, 최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천석꾼을 넘어 만석꾼 소리를 듣는 그의 집안은, 가을 추수 때가 되면 곳간에 햅쌀 가마니가 산더미처럼 쌓여 미처 다 들이지 못해 마당에까지 가마니를 쌓아두어야 했고, 집안에서 부리는 머슴과 계집종만 해도 수십 명에 달하여 하루 종일 발 디딜 틈 없이 바쁘게 오가는 대단한 문벌의 부자였지요.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고 재물로는 아쉬울 것이 단 한 가지도 없는 최 부자였지만, 아무리 황금이 산처럼 쌓여 있어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식에 대한 깊은 근심인가 봅니다.

    최 부자 내외에게는 늦은 나이에 백일기도를 드려 간신히 얻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하는 어여쁜 고명딸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이 아씨가 어릴 적에는 봄날에 갓 피어난 복숭아꽃처럼 발그레한 뺨에, 밤하늘의 초승달처럼 고운 눈썹을 지녔으며, 입을 열어 웃을 때면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듯 낭랑하고 맑은 목소리를 자랑하여 온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최 부자네 고명딸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틀림없다"며, 장차 어느 집안의 귀한 자제가 저런 어여쁜 아씨를 짝으로 맞이할까 모두가 부러워해 마지않았지요.

    그런데 참으로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혼기가 꽉 차올라 곱게 단장을 하고 좋은 가문과 혼담을 오가야 할 열여덟 살 무렵부터, 아씨에게 아주 기이하고도 무서운 병마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고뿔인 줄 알았으나, 까닭 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백옥 같던 얼굴엔 핏기가 하얗게 가시고, 통통하던 몸은 가을 낙엽처럼 바싹 말라만 갔습니다. 몸에 좋다는 귀한 녹용과 인삼을 달여 올리고, 산해진미를 밥상 다리가 휘어지도록 가득 차려내어도, 아씨는 입맛이 쓰디쓰고 모래를 씹는 것 같다며 수저를 들어 올릴 기운조차 없어 곧바로 내려놓기 일쑤였습니다. 밤이 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한숨만 푹푹 내쉬며 잠을 이루지 못한 채 하얀 소복을 입고 방안을 서성였고, 이따금 가슴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습니다.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얹어놓은 것처럼 명치끝이 콱 막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조차 힘들다고 눈물로 호소하니,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최 부자 부부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야! 내 하나뿐인 딸아! 네가 대체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이리도 몹쓸 병이 들었단 말이냐. 차라리 늙고 병든 이 애비가 널 대신해 아팠으면 좋으련만, 내 모든 재산을 다 내어주고라도 널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건만!"

    최 부자는 피눈물을 흘리며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조선 팔도 방방곡곡에서 내로라하는 명의란 명의는 모조리 수소문하여 불러 모았습니다. 침술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신의부터, 산속에서 평생 약초만 캐며 살았다는 도사, 심지어 영험하기로 소문난 팔도 제일의 만신 무당을 불러들여 수천 냥을 쏟아부으며 며칠 밤낮으로 시끌벅적한 굿판까지 벌여보았습니다. 꽹과리를 치고 작두를 타며 억울한 귀신을 쫓아낸다 한들, 불행히도 백약이 무효했습니다. 아씨의 파리한 손목을 짚어보고 진맥을 한 의원들은 한결같이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할 수 없는 알쏭달쏭한 소리만 늘어놓고는 처방전도 쓰지 못한 채 황급히 물러나곤 했습니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고약한 병증이옵니다, 대감마님. 맥은 분명 가늘게 살아있으나, 아씨 마님의 몸속에 흐르는 음양의 기운이 극도로 틀어져 생기가 꽉 막혀 있사옵니다. 과년한 처녀의 몸에 차가운 음기만이 가득 차올라, 뜨겁고 강렬한 양기를 받지 못해 속이 거대한 얼음덩어리처럼 얼어붙은 십 년 묵은 체증이옵니다. 이 속에 단단히 뭉친 억눌린 기운을 근본적으로 뚫어 풀어내지 못한다면, 그 어떤 명약도 소용이 없을 것이며 옥체가 앞으로 한 달을 더 버티기 힘들 것이옵니다."

    의원들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어준, 냄새만 맡아도 코가 삐뚤어질 듯 독한 탕약을 사발째 들이켜게 해 보아도 아씨의 병세는 차도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숨결만 점점 더 가빠져 갔습니다. 결국 꽃다운 나이에 속절없이 죽어가는 딸의 모습을 뜬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최 부자는, 눈물을 머금고 가문의 명운을 건 아주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이튿날 아침,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번화한 장터거리 한복판과 고을을 드나드는 큼지막한 성문 어귀마다, 커다란 붓글씨로 쓰인 방(榜)을 대문짝만하게 써 붙이게 한 것입니다.

    '내 귀하고 어여쁜 고명딸의 꽉 막힌 기운을 뚫어 이 기이한 병을 완벽하게 고쳐주는 자가 있다면! 그가 설령 거지이든, 천하의 쌍놈이든 신분 고하를 절대 막론하고 그 즉시 내 귀한 사위로 삼을 것이며, 천석꾼인 내 전 재산의 절반을 그 자리에서 뚝 떼어 주겠노라!'

    이 엄청나고도 파격적인 방의 내용은 겨울철 마른 들불에 바람이 불어닥친 것처럼 순식간에 온 고을과 이웃 마을까지 쫙 퍼져나갔습니다. 천하의 부자인 최 부자네 재산 절반에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이 어여쁜 아씨까지 덤으로 얻어 단숨에 팔자를 고칠 수 있다니! 온갖 야심에 찬 사내들과 한몫 단단히 챙겨보려는 돌팔이 의원, 떠돌이 약장수들이 구름 떼처럼 앞다투어 최 부자네 으리으리한 솟을대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아씨의 핼쑥한 얼굴과 꽉 막힌 맥을 짚어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만 푹푹 내쉬다 쫓겨나기 일쑤였지요.

    바로 그 무렵이었습니다. 도깨비의 은덕으로 거대한 무기를 장착하고 자신감에 충만해 있던 돌쇠가, 장작을 팔러 우연히 고을의 장터에 나갔다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웅성거리는 방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글을 띄엄띄엄 읽을 줄 알았던 돌쇠가 턱을 괴고 방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던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번쩍! 하고 무언가 강력한 깨달음의 벼락이 내리쳤습니다.

    '가만있자... 음양의 기운이 뒤틀려 기가 꽉 막히고, 십 년 묵은 체증이 산더미처럼 쌓여 속이 얼어붙은 병이라... 옳거니! 무릎을 칠 노릇이로구나! 저건 쓸데없는 약초 찌꺼기나 뾰족한 침 따위로 고칠 수 있는 잔병이 절대 아니로구나. 과년한 처녀의 몸에 서늘한 음의 기운만 가득 차올랐으니, 불덩이처럼 맹렬한 양의 기운을 받지 못해 기혈이 막혀버린 상사병과도 같은 증세가 확실하다. 그렇다면... 깊은 산속 도깨비 형님들께서 내게 특별히 하사하신 천하제일의 이 무지막지하고 엄청난 양기로 그 막힌 기운의 혈을 뻥 하고 뚫어준다면, 단숨에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겠는가! 하늘이 드디어 이 돌쇠에게 짝을 맺어주려 판을 깔아주셨구나!'

    돌쇠는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팔다리에 남은 땔감을 몽땅 내팽개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도 가볍게 최 부자네의 그 으리으리하고 까마득히 높은 솟을대문 앞으로 거침없이 당당하게 걸어갔습니다. 비록 돌쇠가 입고 있는 옷은 여기저기 기워 입은 낡고 더러운 무명적삼에 닳아빠진 짚신 차림이었지만, 아랫도리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도깨비의 위대한 선물 덕분에, 그의 걸음걸이와 뿜어져 나오는 기백만큼은 대궐에 입궐하는 대장군보다도 하늘을 찌를 듯이 위풍당당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 6: 십 년 묵은 체증이 싹! 돌쇠와 아씨의 운명적 합궁과 완치

    "이리 오너라!! 냉큼 문을 열지 못할까! 최 부자네 귀한 아씨의 병을 단숨에 고치러 온 천하 제일의 신의가 여기 오셨느니라!"

    돌쇠의 우렁차고 기세등등한 벼락같은 호통 소리가 높은 담장을 쩌렁쩌렁 울리며 넘어가자, 깜짝 놀란 머슴들이 우르르 대문을 열고 뛰어 나왔습니다. 마침 마루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고 있던 최 부자도 소란스러운 소리에 황급히 대문 쪽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품고 나왔던 최 부자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수염이 덥룩하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데다 촌스러운 나무꾼 행색을 한 거대한 사내 녀석, 돌쇠뿐이었습니다. 명의는커녕 당장 산에서 내려온 산도적 떼거리라 해도 믿을 법한 형편없는 몰골에 최 부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노발대발 화를 냈습니다.

    "쯧쯧쯧! 내 참 어이가 없어서! 또 어디서 헛바람이 잔뜩 든 미친 팔불출 놈이 하나 굴러들어왔구나. 글자 한 자 제대로 읽어본 적 없고, 낡은 의서 한 권 펼쳐본 적 없는 저잣거리 무지렁이 쌍놈의 꼴을 하고선, 어찌 무당도 의원도 포기한 내 귀한 딸의 그 깊은 병을 고친단 말이냐! 당장 저 괘씸하고 무엄한 놈을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대문 밖으로 내쫓아 버려라!"

    최 부자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덩치 큰 머슴 서넛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몽둥이를 든 채 험악하게 돌쇠를 끌어내려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돌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바위처럼 버티고 서서 껄껄껄 호탕하게 웃으며, 최 부자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준엄하게 꾸짖듯 말을 쏟아냈습니다.

    "허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옵니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시며 섣불리 쫓아내려 판단하시다니, 천석꾼 만석꾼의 막대한 재산을 모으셨다는 부자 영감마님의 식견이 이리도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좁단 말씀이십니까! 영감마님! 아씨의 병은 산삼이나 녹용 같은 흔해 빠진 약재나, 피부를 찌르는 따끔한 침술 따위로 고칠 수 있는 하찮은 병증이 결단코 아닙니다. 가뭄이 들어 쩍쩍 갈라지고 메마른 땅에는 억지로 비료를 뿌릴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물길을 시원하게 터주어야 하듯, 아씨의 몸속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뭉치고 막힌 지독한 음기를, 제 몸속에 펄펄 끓어오르는 용광로같이 강력한 천하제일의 양기로 강하게 들이박아 뚫어주어야만 그 십 년 묵은 체증이 단번에 씻은 듯이 싹 내려가는 법이옵니다! 저를 당장 아씨가 누워 계신 방에 들이시고 단 하룻밤만 허락해 주신다면, 내일 아침 해가 뜰 무렵 아씨께서 언제 아팠냐는 듯 벌떡 일어나 어머니, 아버지께 흰쌀밥이 먹고 싶다며 밥상을 찾으실 터이니, 정 의심스러우시거든 밑져야 본전이니 속는 셈 치고 이 돌쇠의 말을 딱 한 번만 믿어보시지요!"

    돌쇠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산 같은 기백, 그리고 흔들림이라곤 단 한 치도 찾아볼 수 없는 맹렬한 호랑이 같은 눈빛에 최 부자는 자신도 모르게 압도되어 멈칫하고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아무리 미친놈의 헛소리 같았지만, 딸의 숨이 오늘내일하며 꺼져가는 마당에 지푸라기라도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 하는 애끓는 부모의 심정이었던 최 부자는, 결국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평생 의술을 연마한 노인네들도 고치지 못한 병을 저 젊고 무식한 무지렁이 나무꾼 사내가 어찌할까 의심하면서도, 최 부자는 직접 앞장서서 돌쇠를 딸이 누워 있는 깊은 안채의 병방으로 안내했습니다.

    문창호지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만이 아스라한 방 안에는, 쓰디쓴 탕약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파리하고 투명한 안색의 아씨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몸으로 가쁜 숨을 헐떡이며 화려한 비단 이부자리에 누워 있었습니다. 돌쇠는 뒤따라오던 유모와 시종들을 모두 밖으로 물리고, 안에서 방문을 철컥 하고 단단히 걸어 잠근 뒤 천천히 아씨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아씨, 그동안 차가운 기운에 속이 막혀 얼마나 춥고 괴롭고 힘드셨습니까. 이제 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늘이 맺어준 이 든든한 돌쇠가, 아씨의 꽉 막힌 가슴과 명치끝을 아주 속 시원하게, 뼛속까지 뻥 뚫리도록 시원하게 어루만져 살려 드리겠습니다."

    부드럽고도 다부진 목소리로 속삭인 돌쇠가, 거추장스러운 낡은 무명 저고리와 바지를 망설임 없이 훌렁훌렁 벗어 던지자, 어두침침하던 방안에 달빛을 받아 구릿빛으로 번쩍이는 그의 거대하고 늠름한 알몸의 자태가 온전히 드러났습니다. 특히, 도깨비 방망이의 위대한 조화로 만들어진 그 하반신의 위압적인 크기와, 마치 성난 용이 똬리를 튼 듯 끓어오르는 어마어마한 남성미의 위용은 실로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장엄하고도 경이로웠습니다. 가물가물 꺼져가는 정신 속에서 고통에 신음하던 아씨는, 눈앞에 우뚝 선 돌쇠의 그 비현실적인 알몸을 마주한 순간 화들짝 놀라며 초점이 흐렸던 커다란 두 눈을 번쩍 떴습니다.

    '세, 세상에... 이 세상에 정녕 저리도 무시무시하고 웅장하며 폭발할 듯 뜨거운 기운을 가진 사내가 존재한단 말인가! 저 사내의 기운이라면, 내 명치끝을 짓누르는 이 차가운 돌덩이도 단숨에 산산조각 낼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날 밤, 적막이 흐르던 최 부자네의 으리으리한 안채에서는 참으로 기이하고도 뜨거운 기적의 밤이 펼쳐졌습니다. 초저녁부터 밤새도록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던 아씨의 고통스러운 앓는 소리와 신음은 어느 순간 뚝 하고 잦아들더니, 이내 짐승의 헐떡임 같기도 하고 봄바람에 휘날리는 꽃잎 같기도 한 묘하고도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두꺼운 은장판 바닥이 쿵쿵 들썩이고 창호지가 파르르 떨리는 역동적인 소리가 높은 담장을 훌쩍 넘어 깊은 밤의 정적을 깨고 울려 퍼졌습니다.

    도깨비의 무한한 축복을 받아 솟구쳐 오르는 돌쇠의 우람하고 거대한 양기는, 바싹 메말라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던 아씨의 몸속 깊고 어두운 곳까지 마치 거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며 뜨거운 생명력을 폭발적으로 불어넣었습니다. 마치 쩍쩍 갈라져 죽어가던 가뭄 논에 여름날의 거찬 장대비가 콸콸 쏟아져 내리고, 한겨울 꽁꽁 얼어붙었던 계곡물이 따스한 봄볕에 녹아내리며 거세게 흘러가듯, 극단의 음과 극단의 양이 만나 완벽하고도 눈부신 조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맹렬한 양기의 충돌 속에서, 아씨의 가슴과 뱃속을 옭아매고 있던 무겁고 단단한 체증의 덩어리가 마법처럼 스르르 녹아내리며 뻥 하고 시원하게 뚫려 나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밤새 마음을 졸이며 단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안채 마루를 서성거리던 최 부자 내외가 조심스레 안방 문을 스르륵 열었습니다. 그런데 방 안을 들여다본 두 사람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웬 기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핏기 하나 없이 죽은 듯 송장처럼 누워만 있던 귀한 아씨가,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매만지며 이부자리에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욱 놀랍고 경이로운 것은, 하얗게 질려 파리했던 두 뺨에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탐스러운 복숭아 빛의 붉은 화색이 돌아 생기가 찰랑찰랑 넘쳐흘렀고, 흐리멍덩하여 초점이 없던 눈동자는 맑은 밤하늘의 샛별처럼 영롱하게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소녀의 몸이 마치 구름을 타는 새의 깃털처럼 한없이 날아갈 듯 가볍사옵니다. 그동안 제 명치끝을 짓누르고 숨통을 조이던 그 무서운 돌덩이와 답답함이 밤사이 씻은 듯이 싹 사라지고 속이 뻥 뚫린 것 같사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천둥이 칩니다. 소녀가 몹시 배가 고픕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흰쌀밥에 고기를 듬뿍 넣은 무국이 훌훌 말아 먹고 싶사옵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낫고, 그토록 거부하던 식욕마저 단번에 왕성하게 되찾은 건강한 딸의 낭랑한 목소리에, 최 부자 내외는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밤새 그 무지막지한 노동(?)을 치르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호랑이처럼 늠름하고 당당한 표정으로 가슴을 활짝 펴고 앉아 빙그레 웃고 있는 돌쇠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깊은 산속의 도깨비 방망이가 점지하고 맺어준, 전무후무한 기적 같은 완치이자 천생연분의 운명적인 합궁이었습니다.

    ※ 7: 부와 사랑을 모두 거머쥐고 백년해로하는 돌쇠 부부

    "아이고, 은인! 하늘이 내려주신 나의 위대한 은인! 이 무지하고 어리석은 늙은이의 눈을 용서하시게! 자네가 내 하나뿐인 목숨과도 같은 귀한 딸을 지옥에서 건져 살려준 진정한 생명의 은인이시네! 무당도 의원도 다 도망친 마당에, 자네야말로 진정한 하늘이 내린 신의이자 조선 제일의 사내대장부일세! 내 약속대로 내 전 재산의 절반을 떼어 줄 것이며, 자네를 내 귀한 사위로 기꺼이 맞이하겠네!"

    최 부자는 방바닥에 엎드려 엉엉 통곡을 하며 돌쇠의 두 손을 덥석 맞잡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천석꾼 만석꾼의 재물을 가진 대부호가, 가난하고 헐벗은 노총각 나무꾼 앞에 엎드려 무한한 감사를 표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입니다. 최 부자는 자신이 방에 써 붙인 약속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지키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섰습니다. 온 고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웃 마을, 저 산너머 마을 사람들까지 모조리 다 불러 모아 장장 보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며칠 밤낮으로 으리으리하고 성대한 혼례 잔치를 벌였습니다.

    잔치 기간 내내 외양간의 살진 소를 수십 마리 잡고, 토실토실한 돼지를 수백 마리 잡아 동네방네 고기 굽는 냄새와 기름진 전 부치는 냄새가 진동을 하여 고을 사람들의 뱃속에 기름기가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이름난 남사당패를 불러 줄타기를 하고 풍악을 울리며, 그야말로 조선 팔도에서 제일가는 떠들썩하고 신나는 축제가 이어졌지요. 그 화려한 잔치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단연, 허우대만 멀쩡하던 촌놈에서 하루아침에 벼락출세한 돌쇠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와 미모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어여쁜 아씨였습니다.

    머리에 화려한 족두리를 쓰고 연지 곤지를 예쁘게 찍은 아씨 곁으로, 비단으로 지은 눈부신 혼례복을 쫙 빼입고 머리에는 번쩍이는 사모관대까지 위풍당당하게 쓴 돌쇠가 늠름한 백마를 타고 장군처럼 나타났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과거 냇가에서 돌쇠를 훔쳐보고 '도토리 장사'라며 손가락질하고 흉보던 이웃 마을 아낙네들은 너무나 놀라워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했습니다.

    "어머머, 저, 저 늠름하고 잘생긴 사내가 정녕 누겨? 저게 우리 동네서 장가 못 가고 나무나 패던 도토리 장사 돌쇠 총각 맞어? 사람이 어찌 저리 훤칠하고 귀티가 줄줄 흐른다냐!"
    "아이고, 이 답답한 여편네야, 도토리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도토리! 지난번에 산에서 나무 해갖고 내려올 때 자네는 못 봤수? 어찌나 앞섬이 실하고 큼지막하게 불쑥 튀어나왔는지 무명바지가 다 터져나갈 뻔하더만! 척 보니 남몰래 도를 닦아 웅장한 기운을 얻은 게 분명해! 저렇게 어마어마한 양기로 사내 구실을 톡톡히 해서 다 죽어가던 귀한 아씨를 살려냈으니 저리 어여쁜 색시도 얻고 천석꾼 최 부자네 귀한 사위가 된 게지. 아이고 배야, 내 딸년이라도 줄 것을! 평생 밭이나 매는 우리네 더러운 팔자보다 백 번 천 번, 아니 만 번 낫구먼!"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부러움 가득한 시선 속에서, 돌쇠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곁에 선 아씨를 향해 다정하게 빙긋 눈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아씨 역시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히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돌쇠의 태산처럼 듬직하고 넓은 가슴팍에 살며시 기대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여인의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오직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자 완벽한 낭군님인 돌쇠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존경심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결혼식을 성대하게 올린 후, 돌쇠는 최 부자에게서 물려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의 절반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가난하고 천대받던 시절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곳간 문을 활짝 열어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고, 보릿고개에 굶주리는 이웃들에게 매일같이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며 크나큰 덕을 베풀었습니다. 또한, 억울하게 빚을 져 노비로 팔려 갈 위기에 처한 이들의 빚 문서를 불태워 주며 선행을 일삼았습니다. 덩치만 컸지 주눅 들어 고개 숙이고 살던 가난한 노총각 나무꾼이, 도깨비 방망이의 신통방통한 은덕과 자신의 담대한 용기 덕분에 천하의 으뜸가는 훌륭한 신랑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을 사람 모두에게 존경받는 마음씨 넉넉하고 지혜로운 영감님으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돌쇠 부부의 금슬은 또 어찌나 지독하게 좋은지, 매일 밤 깊어가는 안채에서는 은장판이 마르고 닳도록 다정하고 뜨거운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밭이 워낙 기름지고 씨앗이 워낙 실한 탓인지, 일 년이 멀다 하고 달덩이처럼 훤칠하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과 옥구슬처럼 맑고 토끼 같은 딸들을 쑥쑥 낳아, 마당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다복한 대가족을 꾸렸습니다. 태어난 아이들의 체격과 기백 또한 아버지를 쏙 빼닮아, 하나같이 우람하고 장대하며 잔병치레 한 번 없이 호랑이 새끼들처럼 건강하게 자라났지요.

    가끔 창밖으로 장대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으스스한 산바람이 부는 깊은 밤이 찾아오면, 돌쇠는 따뜻한 화로 곁에서 아내의 부드러운 손을 꼭 잡고, 마치 전설 속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정하고 넌지시 묻곤 했습니다.

    "내 사랑하는 부인, 밖을 보니 산바람이 매섭구려. 내가 이래 봬도 깊고 깊은 첩첩산중에서, 무시무시한 도깨비 형님들께서 직접 인장까지 쾅 찍어 인정해 주신 조선 팔도 천하제일의 웅장한 사내대장부라오. 세월이 이리 흘렀어도 부인을 향한 나의 이 뜨겁고 거대한 양기가 여전히 든든하고 만족스러우시오?"

    그러면 아내는 소녀 시절처럼 뺨을 발그레 붉히며, 돌쇠의 듬직하고 넓은 가슴 한가운데에 얼굴을 폭 파묻고는 행복에 겨운 교태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호호, 서방님의 그 크고 웅장하며 든든한 은덕 덕분에, 죽을 뻔했던 소첩이 이리 평생을 구름 위를 거닐듯 무탈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않사옵니까. 산속의 그 무서운 도깨비님들께서 서방님께 그리도 훌륭한 선물을 주셨다니, 소첩이 내일 아침 당장 산을 향해 상을 차리고 큰절이라도 백 번 천 번 올려야 할 판이옵니다. 제게 서방님은 도깨비 방망이보다 천 배는 더 귀한 분이시옵니다."

    그 사랑스러운 대답에 돌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껄껄껄!" 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아내를 품에 꽉 끌어안고는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남몰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산속의 도깨비 형님들, 참으로, 참으로 고맙습니다요! 제가 비록 보잘것없는 촌놈이지만, 그날 밤 호랑이 아가리 같은 벽장 속을 박차고 나가 목숨을 걸고 "고추를 크게 해달라!" 고래고래 소리치며 외치길 참으로 잘했지 뭡니까. 형님들이 내려주신 그 위대한 방망이 한 번의 축복 덕분에, 이 돌쇠, 이승에서 원도 한도 없이 이리 어여쁜 부인과 토끼 같은 자식들을 품고 떵떵거리며 행복하게 잘 살다 가겠습니다요!'

    겉보기에 볼품없는 아랫도리 하나 때문에 밤마다 방바닥을 치며 서러운 피눈물을 짓던 가련한 노총각 나무꾼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하늘이 내린 기적 같은 단 한 번의 기회를 꽉 움켜잡아, 천하를 호령할 무기를 얻고 마침내 어마어마한 부와 칭송받는 명예, 그리고 목숨보다 사랑스러운 어여쁜 아내까지 모든 것을 한 손에 얻게 된 통쾌한 이야기. 사람의 겉모습과 처지가 현재의 전부가 아니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기적이 뚝딱 하고 일어나 인생이 활짝 피어날지 모르는 것이 바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네 얄궂고도 재미난 인생사인가 봅니다.

    그 후로도 돌쇠와 아씨 부부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 하얗게 셀 때까지 평생 단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어 다투는 일 없이, 서로를 하늘처럼 존경하고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동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아주 오래오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백년해로하며 잘 살았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오늘의 도깨비 야담,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절박함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돌쇠의 통쾌한 인생 역전극! 꽉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유쾌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구독자님들의 삶에도 돌쇠처럼 벼락같은 행운과 대박이 뚝딱!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영상이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꾹 눌러주시고, 다음에도 배꼽 빠지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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