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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방망이를 돌려준 머슴 『어우야담』

    숲속에서 주운 도깨비 방망이를 정직하게 돌려준 머슴아가 받은 뜻밖의 선물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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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88자)

    옛날 옛적, 깊은 산골 천석꾼 댁에 돌이라는 머슴아가 있었습니다. 글도 셈도 모르는 바보라 손가락질받았지만, 거짓을 모르는 그 마음만은 양반집 도령보다 곧았지요. 어느 가을날, 돌이는 산속에서 검붉은 방망이 하나를 줍습니다. 두드리면 금이 쏟아진다는 천하의 보물, 도깨비 방망이였습니다. 평생 머슴살이를 면할 절호의 기회. 그러나 한밤중 그 방망이를 잃고 서럽게 우는 도깨비를 만난 돌이는, 뜻밖의 결단을 내립니다. 산처럼 쏟아질 금을 마다하고, 돌이가 도깨비에게 청한 단 한 가지 소원. 그 소원이 한낱 머슴아를 조선 제일의 거상으로 만든 기막힌 사연,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 1: 정직한 머슴아와 검붉은 방망이

    깊은 산자락에 안긴 무실 고을, 그 어귀에 자리한 천석꾼 윤 진사 댁에는 돌이라 불리는 머슴아 하나가 있었다. 나이 열아홉, 부모를 일찍 여의고 일고여덟 살 적부터 이 집 행랑채에 빌붙어 자란 아이였다. 소처럼 일하고 개처럼 천대받으면서도, 돌이는 좀처럼 인상을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마당을 쓸고, 소죽을 끓이고, 나무를 했다. 손바닥은 쟁기 자루에 닳아 굳은살이 두껍게 박였고, 등짝은 지게에 눌려 늘 뻐근했다. 그래도 돌이는 일을 마치면 늘 빙긋 웃으며 말하곤 했다.
    "오늘도 하늘이 밥을 주셨으니, 이만하면 됐지요."

    마름인 박 첨지는 그런 돌이를 두고 늘 혀를 찼다.
    "저 미련한 놈, 셈도 못 하고 글도 모르는 것이. 평생 남의 집 머슴이나 살다 죽을 팔자지."
    사람들은 돌이를 두고 어리석다 했다. 누가 품삯을 떼먹어도 따지지 못하고, 남이 떠넘긴 일도 군말 없이 받아 했으니, 영악한 자들 눈에는 영락없는 바보였다.

    그러나 돌이에게는 남다른 구석이 하나 있었다. 거짓을 모르는 마음이었다. 길에서 엽전 한 닢을 주워도 임자를 찾아 돌려주었고, 산에서 산삼을 캐도 약값에 보태라며 동네 병든 노인에게 내주었다. 제 것이 아니면 결코 탐하지 않는 그 마음만은, 양반집 도령보다도 곧고 맑았다.

    그해 가을, 윤 진사 댁은 산 너머 절에 시주할 쌀을 나르는 일이 있었다. 돌이는 닷 말들이 쌀가마를 지게에 지고 홀로 산길을 올랐다. 단풍이 핏빛으로 물든 깊은 산속, 인적이라곤 없는 외딴 길이었다.

    해가 설핏 기울 무렵, 돌이는 잠시 다리쉼을 하려 너럭바위에 지게를 받쳤다. 땀을 훔치며 숨을 고르는데, 문득 바위틈 마른 낙엽 더미 속에서 무언가 거뭇한 것이 눈에 띄었다.
    "어라, 이게 뭐지?"
    돌이는 낙엽을 헤치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한 자 남짓한 검붉은 방망이였다. 박달나무인 듯한데, 여느 나무와는 빛깔이 달랐다. 거죽엔 알 수 없는 무늬가 구불구불 새겨져 있고, 손에 쥐니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도는 것이었다.

    '거참, 별난 방망이도 다 있네. 누가 떨어뜨리고 갔나.'
    돌이는 방망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어디 깨진 데도 없고 멀쩡한 것이, 누군가 아끼던 물건임이 분명했다. 그는 방망이를 봇짐에 챙겨 넣었다.
    "임자가 찾으러 올지 모르니, 우선 가지고 있다가 돌려줘야겠다."

    그날 밤, 윤 진사 댁 행랑방. 돌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방망이를 다시 꺼내 보았다. 호롱불에 비추니 무늬가 더욱 또렷했다. 그저 신기하다 여기며 머리맡에 두고 눈을 감았는데, 자정 무렵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방망이… 내 방망이를 어찌하나…"

    돌이가 눈을 번쩍 떴다.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슬그머니 문을 열어 보니, 마당 한복판에 키가 장대처럼 큰 시커먼 그림자가 서 있는 게 아닌가. 머리엔 뿔이 돋고, 손엔 털이 부숭부숭하며, 두 눈은 등불처럼 시뻘겋게 빛나고 있었다. 영락없는 도깨비였다.

    돌이는 기겁할 법도 한데, 어쩐지 무섭지가 않았다. 도깨비가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도리어 측은한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뉘신데 한밤중에 남의 집 마당에서 우십니까?"
    도깨비가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 시뻘건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네가… 내 방망이를 주운 그 사람이냐?"
    "방망이라 하시면… 혹 산에서 주운 이 검붉은 방망이 말입니까?"
    돌이가 머리맡의 방망이를 들어 보이자, 도깨비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돌이는 도깨비라는 것을 책에서도, 어른들 이야기에서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산속에 사는 신령한 잡귀로, 씨름을 좋아하고 메밀묵을 즐기며, 사람을 홀려 골탕을 먹이기도 하지만 정을 주면 한없이 의리를 지킨다는 그런 존재였다. 헌데 눈앞의 도깨비는 골탕을 먹이기는커녕, 잃어버린 방망이를 못 찾아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있었다.

    "울지 마십시오. 방망이는 여기 멀쩡히 있으니까요."
    돌이가 그리 말하자, 도깨비는 울음을 뚝 그치고 돌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뻘건 눈 속에, 믿을 수 없다는 빛이 가득했다. 천 년을 살아오며, 방망이를 주운 사람이 제 발로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까닭이다. 돌이는 그 사실을 알 리 없었으나, 도깨비에게 그 한마디는 천둥처럼 큰 울림이었다.

    행랑채에 누워 잠을 청하던 그 밤, 돌이는 문득 어릴 적 죽은 어미 생각이 났다. 어미는 늘 돌이에게 이렇게 일렀다. "돌아, 가난해도 마음만은 부자로 살거라.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제 손으로 떳떳이 사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란다." 그 말이 어쩐지 그날따라 또렷이 떠올랐다. 마치 어미가 머리맡에서 일러 주는 듯했다. 돌이는 그 방망이를 어미의 유언처럼 소중히 머리맡에 두었다. 임자에게 꼭 돌려주리라 마음먹으며. 그러니 한밤중 도깨비가 찾아와 울고 있었을 때도, 돌이의 마음 한구석엔 도리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임자가 제 발로 찾아왔으니, 이보다 반가운 일이 어디 있으랴. 산속의 가을밤은 깊었고, 행랑채 처마 끝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끊일 듯 이어졌다. 그 소리 사이로, 도깨비의 흐느낌이 마당을 적시고 있었던 것이다.

    ※ 2: 금을 마다한 사람

    도깨비는 그 방망이를 보더니 와락 달려들 듯하다가, 돌이가 멈칫하자 이내 주춤거리며 멈춰 섰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내가 사흘을 헤매도 못 찾던 그 보물 방망이야. 어디서 났느냐?"
    "오늘 낮에 산 너머 절에 쌀을 나르다가, 너럭바위 낙엽 속에서 주웠습니다. 누가 잃어버린 듯하여, 임자를 찾아 돌려주려던 참이었지요."

    도깨비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시뻘건 두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돌려준다고? 네가… 이 방망이가 무슨 물건인지 알기는 아느냐?"
    "글쎄요, 그저 손에 쥐니 따뜻한 기운이 도는 신기한 방망이라 여겼습니다만."
    "이것은 도깨비 방망이다. 두드리며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쏟아지고, '은 나와라 뚝딱' 하면 은이 쏟아지는 천하의 보물이란 말이다!"

    돌이는 그 말에 눈을 끔벅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당장 욕심이 동했을 터였다. 금은보화가 제 손에서 쏟아진다는데, 어느 누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랴.

    도깨비도 내심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돌이를 떠보았다.
    "네가 그 방망이를 두드려 금을 산처럼 쌓아도, 나는 너를 어찌할 수 없다. 도깨비는 한 번 잃은 방망이를 제 손으로 빼앗지 못하는 법이니까. 그러니 가지려거든 가지거라. 다만…"
    도깨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만, 그것은 내가 천 년을 지켜 온 단 하나의 보물이다. 그것을 잃으면 나는 한낱 떠돌이 잡귀로 전락하고 만다."

    돌이는 도깨비의 시뻘건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보았다. 그 눈물이, 돌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금이 쏟아진다니 솔깃하기야 하지. 평생 머슴살이 면하고 논밭도 사고 장가도 들 수 있겠지. 허나…'
    돌이는 고개를 저었다.
    '남의 물건을 탐하면 그게 어디 사람이냐. 더구나 이리 서럽게 우는 이의 보물을 빼앗으면, 내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겠는가.'

    돌이는 방망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도깨비 앞으로 다가갔다.
    "여기 있습니다. 어서 받으십시오.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셨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도깨비는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하고 돌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녕… 정녕 돌려주는 것이냐? 금이 탐나지 않느냐?"
    "탐이 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허나 임자가 있는 물건을 어찌 욕심내겠습니까. 제 것이 아닌 것은 제 것이 아니지요. 어서 받으십시오."

    도깨비는 그제야 떨리는 손으로 방망이를 받아 들었다. 천 년을 살아온 도깨비였으나, 사람에게서 이런 마음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도깨비의 시뻘건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천 년을 살며 수많은 사람을 보았다. 헌데 너처럼 욕심 없는 사람은 처음이로구나. 사람들은 내 방망이를 손에 넣으려 별짓을 다 했지. 거짓말로 꾀어내고, 도둑질하고, 심지어 나를 해하려 든 자도 있었다. 헌데 너는 제 발로 들고 와 돌려주다니."

    돌이는 그저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별말씀을요.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럼 저는 이만 자야겠습니다. 내일도 새벽같이 일어나 소죽을 끓여야 하거든요."
    돌이가 방으로 들어가려 돌아서는데, 도깨비가 다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네 그 마음에, 내 반드시 보답을 하겠다."
    "보답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제가 한 일이 뭐 있다고요."
    "아니다. 정직한 마음에는 정직한 복이 따르는 법. 내 너에게 복을 주고 싶구나. 무엇을 원하느냐? 금이냐, 은이냐, 아니면 천석꾼이 될 논밭이냐. 말만 하거라. 이 방망이로 무엇이든 만들어 주마."

    돌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깨비의 시뻘건 눈이 호롱불처럼 그를 비추고 있었다.

    도깨비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늘 입으로는 정직을 말하면서, 막상 보물을 손에 쥐면 마음이 변하더구나. 나는 그것이 사람의 본성인 줄로만 알았다. 헌데 너를 보니, 세상에 너 같은 사람도 있구나 싶다."
    돌이는 그 말이 어쩐지 슬프게 들렸다. 천 년을 살며 사람에게 속고 또 속아,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도깨비의 외로움이 그 한마디에 묻어 있었던 까닭이다.

    "도깨비님, 세상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저 도깨비님이 운이 나빴을 뿐이지요. 너무 사람을 미워하지 마십시오."
    돌이의 그 말에, 도깨비의 시뻘건 눈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위로라는 것을, 도깨비는 천 년 만에 처음 받아 보았다. 도깨비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내가 그동안 사람을 너무 미워했구나. 너 하나로, 그 미움이 다 녹는 듯하다."

    도깨비는 코를 한 번 더 훌쩍이고는, 정색을 하며 돌이를 바라보았다.
    "내 너에게 한 가지를 묻겠다. 만일 내가 이 방망이를 그냥 너에게 준다면, 너는 받겠느냐?"
    돌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것은 도깨비님의 보물이지 제 것이 아닙니다. 거저 받을 까닭이 없지요."
    "그럼 내가 이 방망이로 금을 한 가마 만들어 주면, 그것은 받겠느냐?"
    돌이는 또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제가 일해서 번 것이 아니니, 받을 까닭이 없습니다. 거저 생긴 금은 도리어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 뿐이지요."
    도깨비는 그만 껄껄 웃고 말았다.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도깨비가 마음 놓고 웃었다.
    "허허, 별난 아이로구나. 보통은 못 받아 안달인 것을, 너는 준다 해도 마다하니. 좋다, 그렇다면 네가 받을 만한 것을 주마. 그것이 무엇인지는 네 입으로 말해 보거라."

    ※ 3: 도깨비가 가르친 장사의 이치

    돌이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금도 은도, 논밭도 바라지 않습니다."
    도깨비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럼 무엇을 원하느냐?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귀를 바라거늘."
    돌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제 손으로 떳떳이 벌어먹고 살 길입니다. 거저 받은 금은 금세 흩어지지만, 제 손으로 익힌 재주는 평생 가지 않겠습니까. 도깨비님께서 정 보답을 하시겠다면, 제게 장사하는 법을 일러 주십시오. 사람의 마음을 얻고 물건의 흐름을 읽는 그 이치 말입니다."

    도깨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천 년을 살며 수많은 소원을 들어주었으나, 이런 소원은 처음이었던 까닭이다. 사람들은 늘 더 많은 금, 더 너른 논밭, 더 높은 벼슬을 바랐다. 헌데 이 머슴아는 '스스로 살아갈 재주'를 청하고 있었다.
    "허허, 네 그릇이 참으로 남다르구나. 거저 주는 복은 화근이 되기 쉬우나, 스스로 일구는 복은 만 가지로 불어나는 법. 네가 그 이치를 아는구나."

    도깨비는 돌이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밤이 새도록 돌이에게 장사의 도리를 일러 주기 시작했다.
    "잘 듣거라. 장사란 물건을 싸게 사다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다. 물건이 흔한 곳에서 사다 귀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니, 그러자면 어디에 무엇이 흔하고 어디에 무엇이 귀한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도깨비는 팔도의 지리를 손바닥 보듯 꿰고 있었다. 어느 고을에 소금이 귀하고, 어느 포구에 생선이 흔하며, 어느 산골에 약초가 많고, 어느 장터에 사람이 들끓는지. 천 년을 떠돌며 보고 들은 것이 모두 도깨비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무실 고을은 산이 깊어 소금이 귀하다. 헌데 여기서 사흘 길 떨어진 갯마을엔 소금이 흔해 값이 헐하지. 그 소금을 받아다 무실 장에 풀면, 한 가마에 곱절은 남을 게다."

    돌이는 도깨비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새겼다. 글은 몰라도 머리는 영민한 아이였다. 한 번 들은 것은 좀처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명심해라. 장사의 근본은 신용이다. 한 번 약속한 값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켜야 하고, 물건에 흠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먼저 일러야 한다. 당장은 손해 같아도, 그 신용이 쌓이면 사람들이 너를 찾아오게 마련이다. 사람을 얻는 장사가, 물건을 얻는 장사보다 백 배는 강하니라."

    도깨비는 또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도 일러 주었다.
    "물건을 살 사람의 형편을 헤아려라. 급한 이에게는 서두르지 말고, 망설이는 이에게는 채근하지 말며, 가난한 이에게는 에누리를 베풀어라. 그리하면 그가 평생 네 단골이 될 것이다."

    도깨비는 또 한 가지를 신신당부했다.
    "한 가지 더 명심할 것이 있다. 장사로 큰돈을 만지게 되거든, 반드시 그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풀거라. 재물이란 물과 같아서, 한곳에 고이면 썩지만 흘려보내면 만 가지를 살리는 법이다. 흉년에 곳간을 닫아거는 부자는 결국 백성의 원망에 무너지고, 흉년에 곳간을 여는 부자는 백성의 사랑으로 천 년을 간다. 이것은 셈이 아니라 사람의 도리이니, 부디 잊지 말거라."
    돌이는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셈보다 마음을 먼저 일러 주는 도깨비의 정성에, 돌이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명심하겠습니다, 도깨비님. 제가 만일 부자가 되거든, 반드시 그 복을 이웃과 나누겠습니다."
    도깨비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 하나면 충분했다. 도깨비는 돌이가 그 약속을 평생 지키리라는 것을, 그 맑은 눈빛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밤이 깊어 동살이 틀 무렵, 도깨비는 마지막으로 돌이의 손을 잡았다.
    "내 너에게 금을 주는 대신, 평생 마르지 않는 샘을 일러 주었다. 이 이치를 잊지 않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너는 반드시 큰 장사치가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부자가 되거든 오늘 밤 네 마음을 잊지 말거라. 정직과 어진 마음, 그것이 너를 여기까지 이끈 보물이니라."

    말을 마친 도깨비는 방망이를 한 번 휘둘렀다. 돌이의 발치에 작은 보따리 하나가 툭 떨어졌다.
    "이것은 종잣돈이다. 거저 주는 금이 아니라, 네가 첫 장사를 시작할 밑천이니 부디 잘 굴리거라. 자, 이제 나는 가야겠다. 부디 잘 살거라, 정직한 아이야."
    도깨비의 모습이 새벽안개 속으로 스르르 사라졌다. 마당엔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돌이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발치의 보따리를 풀어 보았다. 엽전 꾸러미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큰돈은 아니었으나, 첫 장사를 시작하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금을 산처럼 받을 수도 있었는데, 나는 어찌 이런 것을 청했을꼬.'
    돌이는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도깨비님 말씀이 옳다. 거저 받은 금은 화근이 되기 쉽지만, 스스로 익힌 재주는 평생 마르지 않는 샘이지. 이 종잣돈으로 도깨비님이 일러 주신 이치를 시험해 보자.'
    동녘 하늘이 부옇게 밝아 오고 있었다. 돌이의 가슴속에서도, 새로운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윽고 도깨비가 사라진 마당에 홀로 선 돌이는, 가만히 두 주먹을 쥐어 보았다. 손바닥엔 여전히 굳은살이 두껍게 박여 있었다. 그러나 그 손이, 이제는 머슴의 손이 아니라 제 운명을 일굴 장사치의 손처럼 느껴졌다. 돌이는 동녘 하늘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도깨비에게, 그리고 하늘에 올리는 다짐의 절이었다. "반드시 떳떳이 일구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복을 만 사람과 나누겠습니다." 그 다짐은 평생토록 돌이의 등불이 되었다.

    ※ 4: 소금 한 가마의 기적

    이튿날 돌이는 윤 진사를 찾아가 큰절을 올리고, 머슴살이를 그만두겠다 청했다.
    "그동안 거두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 길을 찾아 떠나고자 합니다."
    윤 진사는 어이가 없어 껄껄 웃었다.
    "네놈이 머슴을 그만두고 무얼 하겠다는 게냐. 셈도 못 하고 글도 모르는 것이 굶어 죽기 십상이지."
    "굶어 죽더라도 제 손으로 한번 해 보겠습니다."
    돌이의 눈빛이 어찌나 또렷한지, 윤 진사도 더는 말리지 못했다.

    돌이는 도깨비가 준 종잣돈을 들고 사흘 길을 걸어 갯마을로 갔다. 과연 도깨비 말대로, 갯마을엔 소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헐값에 나뒹굴고 있었다. 돌이는 그 소금을 종잣돈이 닿는 대로 사들였다.

    소금 가마를 지게에 지고 무실 고을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 고됐다. 어깨가 빠질 듯 아프고 발바닥은 부르텄으나, 돌이는 도깨비의 말을 되새기며 걸음을 옮겼다.
    '물건이 흔한 곳에서 사다 귀한 곳으로 옮긴다. 발품이 곧 돈이다.'

    무실 장에 소금을 풀자, 과연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산골이라 소금이 귀하던 차에, 돌이가 헐값에 좋은 소금을 가져오니 사람들이 앞다투어 몰려든 것이다.
    "이 집 소금이 다른 데보다 싸고 깨끗하구먼!"
    첫 장사에서 돌이는 밑천의 곱절을 남겼다. 도깨비의 이치가 한 치도 틀림없음을, 돌이는 제 손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돌이의 장사가 남달랐던 것은, 그저 싸게 팔아서가 아니었다. 돌이는 도깨비가 일러 준 신용의 도리를 한시도 잊지 않았다.

    한번은 소금 가마에 물이 스며 한쪽이 굳어 버린 일이 있었다. 다른 장사치 같으면 슬쩍 섞어 팔았을 터였다. 그러나 돌이는 그 소금을 사려는 아낙에게 먼저 일러 주었다.
    "아주머니, 이 가마는 한쪽이 물에 굳었습니다. 그러니 값을 절반만 받겠습니다. 음식에 쓰실 거라면 저쪽 멀쩡한 것을 가져가십시오."
    아낙은 그 정직함에 도리어 감복했다.
    "아니, 굳은 소금도 절이는 데는 멀쩡한데, 그걸 다 일러 주고 값까지 깎아 주다니. 이런 장사치는 처음 보네."
    그 아낙은 그날부터 돌이의 단골이 되었고, 온 동네에 돌이의 정직함을 소문냈다.

    돌이의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무실 장에 돌이라는 장사치가 있는데, 물건에 흠이 있으면 먼저 일러 주고, 가난한 이에겐 에누리도 후하게 한다더라."
    "셈이 칼 같고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으니, 그 집과 거래하면 손해 볼 일이 없다더라."

    사람들이 돌이를 찾았다. 멀리서도 일부러 돌이의 소금을 사러 왔다. 신용이 쌓이자, 돌이의 장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돌이는 소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도깨비가 일러 준 팔도의 물산을 하나둘 익혀 갔다. 갯마을의 소금과 마른 생선을 산골로 옮기고, 산골의 약초와 꿀을 갯마을로 옮겼다. 물건이 흔한 곳에서 귀한 곳으로, 돌이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셈이 남았다.

    장사가 커지자 돌이는 사람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돌이가 사람을 쓰는 법이 또한 남달랐다. 갈 곳 없는 고아, 늙어 품을 못 파는 노인, 다리를 저는 이까지, 남들이 쓰지 않는 사람들을 거두어 일을 맡긴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 쓸모가 있는 법이지요. 다리가 불편하면 앉아서 셈을 보면 되고, 늙으면 물건을 지키면 됩니다."
    돌이의 그 마음에, 사람들이 충심으로 따랐다. 한 번 돌이 밑에 든 사람은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몇 해가 지나자, 한낱 머슴아였던 돌이는 무실 고을에서 손꼽히는 장사치가 되어 있었다. 소금 한 가마로 시작한 장사가, 어느새 여러 고을에 거래처를 둔 어엿한 상단(商團)으로 자라난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돌이를 '바보 머슴아'라 부르지 않았다. '돌이 행수'라 부르며 우러러보았다.

    그러나 돌이는 부자가 되어서도 도깨비의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았다.
    '부자가 되거든 오늘 밤 네 마음을 잊지 말거라.'
    돌이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다.

    돌이의 정직한 장사는 그저 마음씨가 고와서만은 아니었다. 거기엔 도깨비가 일러 준 깊은 이치가 숨어 있었다. 당장 흠을 숨기고 팔면 그 한 번은 이득일지 몰라도, 그 거짓이 들통나면 평생의 신용을 잃는다. 반대로 흠을 먼저 일러 주면 그 한 번은 손해 같아도, 그 정직이 소문나면 평생의 단골을 얻는다. 돌이는 그 셈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눈앞의 한 푼을 좇으면 평생의 천 냥을 잃고, 눈앞의 한 푼을 버리면 평생의 천 냥을 얻는다. 도깨비님 말씀이 바로 이것이로구나.'

    장사가 번창할수록, 돌이를 시기하는 자들도 생겨났다. 같은 장에서 소금을 팔던 한 장사치는, 돌이가 손님을 다 빼앗아 간다며 험담을 퍼뜨렸다.
    "저 돌이라는 놈, 머슴 주제에 무슨 수로 저리 장사가 잘되겠나. 필시 무슨 요사스러운 술수를 부리는 게 분명해."
    그러나 그 험담은 오래가지 못했다. 돌이의 정직함을 직접 겪은 단골들이 도리어 그 장사치를 나무란 까닭이다.
    "무슨 소리. 돌이 행수만큼 정직한 장사치가 어디 있다고. 자네가 흠 있는 소금을 멀쩡한 척 팔다 들통난 걸, 어디 돌이 행수 탓을 하나."
    시기하던 장사치는 그만 얼굴이 벌게져 입을 다물고 말았다. 돌이는 그렇게 시기와 험담을 정직 하나로 이겨 냈다. 도깨비가 일러 준 대로, 신용이 곧 가장 강한 방패였던 셈이다.

    ※ 5: 망한 옛 주인을 거두다

    돌이 행수가 무실 고을의 큰 장사치로 자리 잡을 무렵, 뜻밖의 손님이 그의 상단을 찾아왔다. 다름 아닌 옛 주인 윤 진사였다.

    한때 천석꾼이라 불리던 윤 진사 댁은, 그사이 형편이 크게 기울어 있었다. 외아들이 노름과 송사에 휘말려 가산을 거덜 내고, 흉년까지 겹쳐 곳간이 텅 비어 버린 것이다. 한평생 떵떵거리며 살던 윤 진사가, 이제는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윤 진사는 차마 돌이 앞에 나서지 못하고 상단 어귀에서 머뭇거렸다. 한때 제 집 머슴이던 자에게 손을 벌리러 왔으니, 그 낯이 얼마나 뜨거웠으랴.

    그 모습을 본 돌이가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아니, 진사 어른 아니십니까! 어인 일로 누추한 곳까지 걸음을 하셨습니까?"
    돌이는 옛 주인을 반갑게 맞아 상석에 모셨다. 윤 진사는 그 따뜻한 환대에 도리어 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내가… 내가 무슨 낯으로 너를 보겠느냐. 네가 머슴살이를 그만두겠다 했을 때, 내 너를 비웃었거늘. 이제 와 빈손으로 도움을 청하러 왔으니, 이런 염치없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

    돌이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른께서 거두어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어려서 길에서 굶어 죽었을 몸입니다. 그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제가 오늘 이만큼 사는 것도 다 어른 댁에서 일을 배운 덕이지요."

    돌이는 그 자리에서 곳간을 열어 곡식을 내주고, 윤 진사 댁의 빚을 대신 갚아 주었다. 그뿐 아니라, 노름에 빠진 윤 진사의 아들을 불러 제 상단의 일을 맡겼다.
    "도령께서는 셈에 밝으시니, 제 상단의 장부를 맡아 주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무너졌을 때 어찌 다시 서느냐로 그 됨됨이가 드러나는 법입니다. 노름판에서 허비한 그 영민함을, 이제 떳떳한 곳에 쓰시면 됩니다."

    윤 진사의 아들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노름을 끊고 돌이 밑에서 새사람이 되었다. 한때 망나니였던 그가, 돌이의 가르침을 받아 어엿한 장사치로 거듭난 것이다.

    윤 진사는 그 모든 광경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내 평생 사람을 신분과 재물로만 보았구나. 머슴이라 천대하던 네가 이리 큰 그릇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사람의 귀함이 어디 핏줄이나 재물에 있더냐. 그 마음에 있는 것을."
    돌이는 옛 주인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어른, 지난 일은 지난 일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기울 때도 있고 일어설 때도 있는 법이지요. 제가 곁에서 도울 터이니, 너무 상심 마십시오."

    그 일이 있은 뒤, 돌이의 이름은 인근 고을에까지 널리 퍼졌다.
    "무실 고을 돌이 행수는 옛 주인이 망하자 도리어 거두어 먹였다더라. 그 은혜를 잊지 않은 의리가 하늘을 찌른다더라."

    돌이의 상단은 날로 번창했다. 사람들은 돌이와 거래하기를 원했고, 솜씨 좋은 일꾼들이 돌이 밑에서 일하기를 청했다. 신용과 의리로 쌓아 올린 돌이의 장사는, 그 어떤 권세나 재물보다 단단했다.

    돌이는 부자가 되어서도 결코 거만하지 않았다. 흉년이 들면 곳간을 열어 굶주린 백성을 먹였고, 갈 곳 없는 이들을 거두어 일을 가르쳤다. 길에서 주운 물건은 여전히 임자를 찾아 돌려주었고, 거래에서는 한 푼의 거짓도 두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돌이를 두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돌이 행수는 도깨비 방망이로 부자가 된 게 아니라, 그 정직한 마음으로 부자가 된 거여."
    돌이도 그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도깨비가 준 것은 종잣돈과 장사의 이치였으나, 그것을 키운 것은 결국 제 마음이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까닭이다.

    돌이가 옛 주인을 거두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름 박 첨지도 슬그머니 돌이를 찾아왔다. 그 옛날 돌이를 두고 "평생 머슴이나 살다 죽을 팔자"라 비웃던 바로 그 박 첨지였다. 윤 진사 댁이 기울자 갈 곳을 잃은 박 첨지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돌이 앞에 섰다.
    "내가… 내가 옛날에 자네를 어리석다 비웃었으니, 무슨 낯으로 자네를 보겠나."

    돌이는 그런 박 첨지마저 따뜻하게 맞았다.
    "첨지 어른, 지난 일은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어른께서 그때 저를 다그치셨기에, 제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을 배운 것 아니겠습니까. 다 제게는 약이 되었지요."
    박 첨지는 그 말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자신이 그토록 업신여기던 머슴아가, 도리어 제 허물을 덮어 주고 일자리까지 내어 주니, 그 큰 그릇 앞에 부끄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던 것이다. 돌이는 박 첨지에게도 상단의 일을 맡겨, 늘그막의 살길을 열어 주었다.

    돌이 행수의 의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 진사가 늘그막에 병이 들자, 돌이는 의원을 불러 극진히 치료하게 하고, 손수 약을 달여 올렸다. 한때 제 주인이었으되 이제는 늙고 병든 노인을, 돌이는 친아비 모시듯 봉양했다.
    "네가 어찌 이리도… 내가 너를 그토록 천대했거늘."
    윤 진사가 병석에서 눈물을 흘리면, 돌이는 그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어른, 사람의 도리에 어찌 옛 은원을 따지겠습니까. 어른께서 베푸신 작은 은혜를, 저는 평생 잊은 적이 없습니다."
    윤 진사는 돌이의 봉양 속에 편안히 눈을 감았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한다. "내 평생 가장 잘한 일은, 저 돌이를 어려서 거두어 준 일이었구나." 그 말이 온 고을에 퍼져, 사람들은 돌이의 의리와 윤 진사의 뉘우침을 두고두고 이야기했다.

    ※ 6: 노다지의 참뜻

    세월이 흘러, 돌이 행수의 머리에도 희끗희끗 서리가 내려앉았다. 한낱 머슴아로 시작한 그가, 이제는 여러 고을에 상단을 거느린 거상(巨商)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돌이는 부귀를 누리면서도, 그 옛날 도깨비를 만났던 깊은 산자락을 한시도 잊지 못했다.

    어느 가을, 단풍이 핏빛으로 물든 그날과 꼭 같은 날이었다. 돌이는 문득 그 산이 그리워, 홀로 길을 나섰다. 젊은 날 쌀가마를 지고 오르던 그 산길을,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천천히 걸어 올랐다.

    너럭바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돌이는 바위에 걸터앉아, 지난 세월을 가만히 더듬었다. 도깨비가 일러 준 이치 하나하나가 어제 일처럼 또렷했다.
    "도깨비님, 잘 계십니까. 당신이 일러 준 이치 덕에, 이 머슴아가 이만큼 살았습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정직한 아이가 늙었구나."
    돌이가 고개를 드니, 그 옛날의 도깨비가 너럭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천 년을 사는 도깨비는 세월이 흘러도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그 시뻘건 눈에는, 옛날보다 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
    "도깨비님! 정말 도깨비님이십니까!"
    돌이는 반가움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마치 오랜 벗을 만난 듯했다.

    도깨비는 늙은 돌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내 너를 줄곧 지켜보았다. 네가 거상이 되고도 처음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을, 흉년에 백성을 먹이고 갈 곳 없는 이를 거두는 것을, 옛 주인이 망하자 도리어 거두어 먹이는 것을, 내 모두 보았느니라. 천 년을 살며 수많은 사람을 보았으나, 너처럼 한결같은 사람은 다시 보지 못했다."

    돌이는 멋쩍게 웃었다.
    "다 도깨비님 덕분이지요. 그날 밤 도깨비님이 일러 주신 말씀이 없었다면, 저는 여태 남의 집 머슴이나 살고 있었을 겁니다."
    "아니다. 내가 일러 준 것은 한낱 이치에 불과하다. 그 이치를 보물로 만든 것은 네 마음이었다. 똑같은 이치를 일러 주어도, 욕심 많은 자는 그것으로 남을 속이고 제 배만 불리지. 헌데 너는 그 이치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이롭게 했으니, 그것이 바로 진짜 보물이니라."

    도깨비는 품에서 그 옛날의 검붉은 방망이를 꺼냈다.
    "이 방망이로 금을 산처럼 쌓은 자들은 모두 그 금에 깔려 죽거나, 금 때문에 신세를 망쳤다. 거저 얻은 복은 화근이 되는 법이니까. 헌데 너는 금을 마다하고 스스로 일굴 재주를 청했지. 그날 나는 알았다. 네가 진정 복을 받을 그릇임을."

    돌이와 도깨비는 너럭바위에 나란히 앉아, 지난 세월을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핏빛 단풍이 두 벗의 어깨 위로 사뿐사뿐 내려앉았다. 노을이 산자락을 붉게 물들일 무렵, 도깨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나는 가야겠다. 허나 슬퍼 말거라. 정직한 마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복이 함께하는 법이니. 네가 일군 그 마음이 자손 대대로 이어질 것이다. 부디 잘 살거라, 나의 벗이여."

    도깨비의 모습이 노을 속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돌이는 그 자리에 서서, 도깨비가 사라진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두 눈에 따뜻한 눈물이 맺혔으나,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감사의 눈물이었다.

    먼 훗날, 돌이 행수의 이야기는 무실 고을의 전설이 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도깨비 방망이의 금을 마다하고 정직한 마음 하나로 거상이 된 머슴아의 이야기.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들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보아라. 하늘이 내리는 진짜 노다지는 금이 아니라, 정직하고 어진 마음이란다. 돌이 행수가 바로 그 산증인 아니더냐."

    산자락의 단풍은 해마다 핏빛으로 물들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돌이 행수와 도깨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어진 마음 하나가 어떻게 만 가지 복으로 피어나는지를, 그 이야기가 두고두고 일러 주었던 까닭이다. 그리하여 『어우야담』은 이 이야기를 두고, 사람이 일군 가장 큰 노다지는 곧 그 마음이라 하였으니, 두고두고 새길 만한 이야기였다.

    돌이는 산을 내려오며, 도깨비의 마지막 말을 가슴에 되새겼다. 정직한 마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복이 함께한다는 그 말. 돌이는 그 말이 한 치도 틀림없음을, 제 한평생으로 증명한 셈이었다. 머슴아로 시작해 거상이 되기까지, 돌이를 이끈 것은 도깨비의 방망이가 아니라 제 안의 정직한 마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돌이는, 자손들을 불러 모아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얘들아, 명심하거라. 길에서 금덩이를 주워도 임자가 있거든 돌려주어라. 장사를 하거든 한 푼의 거짓도 두지 말거라. 부자가 되거든 반드시 그 복을 이웃과 나누어라.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너희에게도 반드시 복이 따를 것이다. 이것이 내가 도깨비에게 배우고, 한평생 지켜 온 노다지 캐는 법이니라."
    자손들은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고, 돌이의 집안은 대대로 정직한 장사로 이름을 떨쳤다.

    돌이 행수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무실 고을 사람들은 가을 단풍이 핏빛으로 물들 때면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일러 주었다. 사람이 캘 수 있는 가장 큰 노다지는 땅속의 금이 아니라, 제 마음속의 정직이라고. 그 이야기는 비단 무실 고을에만 머물지 않고, 인근 여러 고을로 퍼져 나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유튜브 엔딩멘트 (251자)

    산처럼 쏟아질 금을 마다하고, 한낱 머슴아가 도깨비에게 청한 것은 '스스로 살아갈 재주' 하나였습니다. 거저 얻은 금은 화근이 되지만, 정직한 마음으로 일군 복은 만 가지로 불어난다는 것. 돌이 행수의 한평생이 그 이치를 고스란히 보여 주었지요. 오늘 이야기, 어떻게 보셨는지요.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이미 가장 큰 노다지가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오늘도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노다지야담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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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 스타일: 조선시대 배경, 의상은 한복, 남자는 상투머리, 여자는 쪽진머리, 도깨비는 뿔과 붉은 눈을 가진 전통 한국 도깨비. / Joseon dynasty Korea, traditional hanbok, men with topknot (sangtu) hair, women with chignon (jjokjin-meori) hair, traditional Korean dokkaebi goblin with horns and glowing red eyes.

    썸네일 (16:9, 컬러수묵화 / color ink-wash, no text)

    [한글] 핏빛 단풍 우거진 깊은 가을 산속, 검붉은 도깨비 방망이를 두 손으로 공손히 내미는 무명옷 머슴 청년과, 뿔 돋고 붉은 눈을 가진 거대한 도깨비가 눈물 그렁한 채 마주 선 장면. 따뜻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컬러 수묵화, 16:9, 글자 없음.
    [English] Deep autumn mountain forest with blood-red maple leaves, a young servant in plain cotton hanbok respectfully holding out a dark-red dokkaebi club with both hands, facing a giant traditional Korean dokkaebi with horns and teary glowing red eyes, warm and mystical mood, color ink-wash painting, 16:9, no text.

    1 (5장, 16:9, 수채화 / watercolor, no text)

    1. [한글] 새벽 천석꾼 기와집 마당을 비질하는 무명옷 머슴 청년, 상투머리, 차분한 표정, 부드러운 아침빛,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young servant in plain cotton hanbok with topknot hair sweeping the courtyard of a tiled-roof rich house at dawn, calm expression, soft morning light, watercolor, 16:9, no text.

    2. [한글] 핏빛 단풍 우거진 깊은 산길을 쌀가마 지게를 지고 홀로 오르는 청년, 외딴 산속,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young man carrying a rice-sack A-frame backpack alone up a deep mountain path covered in blood-red maple leaves, remote forest, watercolor, 16:9, no text.

    3. [한글] 너럭바위 곁 마른 낙엽 더미 속에서 검붉은 방망이를 집어 드는 청년의 손, 신비로운 무늬, 수채화, 16:9, 글자 없음.
      Close view of a young man's hand picking up a dark-red carved club from a pile of dry leaves beside a flat boulder, mysterious patterns, watercolor, 16:9, no text.

    4. [한글] 호롱불 켜진 행랑방, 머리맡에 검붉은 방망이를 두고 누운 청년, 따뜻한 등불빛,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dim servant's room lit by an oil lamp, a young man lying down with the dark-red club placed by his pillow, warm lamplight, watercolor, 16:9, no text.

    5. [한글] 한밤중 기와집 마당, 뿔 돋고 붉은 눈에 눈물 맺힌 거대한 도깨비가 서럽게 우는 장면, 달빛,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giant horned dokkaebi with teary glowing red eyes weeping sorrowfully in a tiled-house courtyard at midnight, moonlight, watercolor, 16:9, no text.

    2 (5장)

    1. [한글] 마당에서 검붉은 방망이를 두 손으로 도깨비에게 내미는 상투머리 청년, 도깨비는 머뭇거림,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topknot-haired young man holding out the dark-red club to the dokkaebi with both hands in the courtyard, the dokkaebi hesitating, watercolor, 16:9, no text.

    2. [한글] 방망이를 보며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도깨비의 붉은 두 눈 클로즈업, 신비로운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Close-up of the dokkaebi's wide astonished glowing red eyes looking at the club, mystical mood, watercolor, 16:9, no text.

    3. [한글] 떨리는 손으로 방망이를 받아 들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도깨비, 감동적 순간,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dokkaebi receiving the club with trembling hands while shedding big tears, touching moment, watercolor, 16:9, no text.

    4. [한글] 멋쩍게 머리를 긁는 순박한 청년과,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도깨비, 달빛 마당,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imple-hearted young man scratching his head bashfully while the dokkaebi gazes at him fondly, moonlit courtyard, watercolor, 16:9, no text.

    5. [한글] 청년에게 보답을 약속하며 손을 들어 올리는 도깨비, 신비한 푸른 빛,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dokkaebi raising a hand to promise a reward to the young man, mysterious blue glow, watercolor, 16:9, no text.

    3 (5장)

    1. [한글] 마당에 나란히 앉아 청년에게 장사의 이치를 일러 주는 도깨비, 진지한 대화, 호롱불빛,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dokkaebi sitting side by side teaching the young man the principles of trade, earnest conversation, lamplight, watercolor, 16:9, no text.

    2. [한글] 도깨비가 허공에 팔도의 산과 포구를 손짓으로 그려 보이고, 청년이 귀 기울이는 장면,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dokkaebi gesturing as if drawing mountains and harbors of the land in the air, the young man listening intently, watercolor, 16:9, no text.

    3. [한글] 동틀 무렵 청년의 손을 잡고 마지막 당부를 하는 도깨비, 새벽빛,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t dawn, the dokkaebi holding the young man's hand giving a final earnest advice, daybreak light, watercolor, 16:9, no text.

    4. [한글] 청년의 발치에 엽전 보따리를 떨어뜨리는 도깨비, 새벽안개,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dokkaebi dropping a bundle of coins at the young man's feet, morning mist, watercolor, 16:9, no text.

    5. [한글] 도깨비가 사라진 뒤 동녘 하늘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다짐하는 청년의 뒷모습, 떠오르는 해,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back of the young man bowing deeply toward the eastern sky in resolve after the dokkaebi vanishes, rising sun, watercolor, 16:9, no text.

    4 (5장)

    1. [한글] 갯마을 소금밭에 산더미처럼 쌓인 소금 가마를 살펴보는 상투머리 청년, 바닷가 풍경,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topknot-haired young man inspecting mountains of salt sacks at a coastal village salt field, seaside scenery, watercolor, 16:9, no text.

    2. [한글] 소금 가마 지게를 지고 산길을 넘는 청년, 고된 행상, 땀방울,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young man crossing a mountain path carrying salt sacks on his A-frame backpack, hard peddling journey, sweat, watercolor, 16:9, no text.

    3. [한글] 무실 장터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소금을 파는 청년, 북적이는 시골 장날,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young man selling salt surrounded by villagers at a bustling rural market day in Musil, watercolor, 16:9, no text.

    4. [한글] 굳은 소금의 흠을 정직하게 일러 주며 값을 깎아 주는 청년과 감복한 아낙, 따뜻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young man honestly pointing out the flaw in hardened salt and lowering the price, an impressed woman in hanbok, warm mood, watercolor, 16:9, no text.

    5. [한글] 고아·노인·다리 저는 이들을 일꾼으로 거두어 함께 일하는 번창한 상단, 활기찬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thriving merchant company where orphans, elders, and a limping man work together as hired hands, lively atmosphere, watercolor, 16:9, no text.

    5 (5장)

    1. [한글] 초라한 행색으로 상단 어귀에서 머뭇거리는 늙은 양반(옛 주인), 수치심 어린 표정,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n old nobleman (former master) in shabby clothes hesitating at the entrance of the merchant company, ashamed expression, watercolor, 16:9, no text.

    2. [한글] 옛 주인을 반갑게 맞아 상석에 모시는 돌이 행수, 따뜻한 환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merchant Dol-i warmly welcoming his former master to the seat of honor, kind hospitality, watercolor, 16:9, no text.

    3. [한글] 곳간을 열어 곡식을 내어 주는 돌이 행수와 감격한 옛 주인, 수채화, 16:9, 글자 없음.
      Dol-i opening the granary to give out grain while the former master is moved to tears, watercolor, 16:9, no text.

    4. [한글] 노름을 끊고 상단 장부를 맡아 새사람이 된 양반집 아들, 진지한 표정,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nobleman's son, reformed after quitting gambling, earnestly keeping the company ledger, serious expression, watercolor, 16:9, no text.

    5. [한글] 병석의 늙은 옛 주인에게 손수 약을 달여 올리는 돌이 행수, 친아비 모시듯, 수채화, 16:9, 글자 없음.
      Dol-i personally brewing and offering medicine to his sick old former master, caring like a real son, watercolor, 16:9, no text.

    6 (5장)

    1. [한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돌이 행수가 핏빛 단풍 산길을 홀로 천천히 오르는 장면, 회상의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n aged white-haired Dol-i slowly climbing alone up a blood-red maple mountain path, reminiscent mood, watercolor, 16:9, no text.

    2. [한글] 옛 너럭바위 위에 앉은 도깨비와 반갑게 달려가는 늙은 돌이, 오랜 벗의 재회,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dokkaebi sitting on the old flat boulder and the aged Dol-i hurrying toward it joyfully, reunion of old friends, watercolor, 16:9, no text.

    3. [한글] 너럭바위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늙은 돌이와 도깨비, 단풍잎이 어깨에 내려앉음,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aged Dol-i and the dokkaebi sitting side by side chatting warmly, maple leaves falling on their shoulders, watercolor, 16:9, no text.

    4. [한글] 노을 속으로 스르르 사라지는 도깨비와 그를 바라보는 늙은 돌이, 붉은 석양,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dokkaebi gently dissolving into the sunset while the aged Dol-i watches, red evening glow, watercolor, 16:9, no text.

    5. [한글] 집에서 자손들을 모아 놓고 가르침을 전하는 백발의 돌이 행수, 따뜻한 가정 풍경, 수채화, 16:9, 글자 없음.
      White-haired Dol-i gathering his descendants at home to pass on his teachings, warm family scene, watercolor, 16:9,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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