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도깨비 방망이를 얻은 농부, 마을을 천국으로 만든 농부
태그 (20개)
#조선시대 #전설 #야담 #도깨비 #옛날이야기 #설화 #해피엔딩 #권선징악 #지혜 #농부 #금은보화 #교훈 #나눔 #전래동화 #한국신화 #오디오드라마 #시니어 #꿀잼 #이야기 #감동
후킹 멘트 (250자 내외)
“쌀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찢어지게 가난했던 농부의 손에 들어온 신비한 도깨비 방망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농부는 과연 행복해졌을까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그의 지혜로운 선택과 그에게 찾아온 진짜 보물! 가슴 따뜻해지는 반전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매일 밤 씨름을 걸어오는 도깨비를 이기고 낡은 부지깽이 하나를 선물 받은 성실한 농부. 알고 보니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였습니다! 금은보화와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얻게 된 농부. 하지만 그는 끝없는 욕심 대신,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의 지혜로운 마음에 감동한 도깨비의 마지막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 가난하지만 꺾이지 않는 성실함
첩첩산중,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릴 만큼 깊은 산골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농부의 가난은 마치 집안의 대물림 가보와도 같았습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 땅을 지키며 살아왔지만, 늘 보릿고개를 넘기기 바빴고, 자식들에게 쌀밥 한번 배불리 먹여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일 정도였지요. 새벽닭이 울기 전 일어나 소죽을 쑤고, 별이 총총 뜰 때까지 밭을 갈아도 그의 땀방울은 기름진 수확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지독한 가뭄이 몇 해째 계속되거나, 겨우 키워놓은 곡식을 탐관오리들이 반강제로 빼앗아 가기 일쑤였습니다. "에휴,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사는데, 어찌하여 이놈의 가난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고." 흙먼지 날리는 밭고랑에 주저앉아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보며 한숨짓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농부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 "그래,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이 처자식은 누가 먹여 살린단 말인가. 내일은,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나을 것이다." 그는 굶주림에 지쳐 칭얼대는 아이들을 위해 칡뿌리를 캐고, 아내가 끓여주는 멀건 죽 한 그릇에도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그의 성실함과 정직함은 온 마을이 알아주었지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그의 삶은 좀처럼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농부는 종일 밭에서 돌을 골라내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땀으로 축축한 옷을 갈아입고 툇마루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유난히 하늘이 맑아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밤이었습니다. 고요한 산골 마을에 귀뚜라미 소리만이 청아하게 울려 퍼지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쿵… 쿵… 쿵… 고요를 깨뜨리는 둔탁한 발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습니다. 발소리는 마치 산이라도 무너지는 듯 땅을 울리며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농부는 instinctively 몸을 낮추었습니다. 이 깊은 밤, 맹수라도 산에서 내려온 것인가 싶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숨을 죽이고 어둠 속을 응시하던 농부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습니다. 달빛을 등지고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키가 장정 둘은 합쳐놓은 것보다 컸고, 어깨는 황소보다도 넓었습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구레나룻,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은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대한 그림자는 성큼성큼 농부의 집 마당으로 들어서더니, 굵고 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네 이놈, 담력이 제법이구나.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다니. 나와 씨름 한 판 붙자!" 그 목소리는 땅속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듯 낮고 기괴했습니다. 농부는 그제야 이 불청객이 마을 노인들에게서 전해 들었던 '도깨비'임을 직감했습니다. 도깨비와 씨름해서 지면 평생 병신이 되거나 목숨을 잃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올라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내와 자식들이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두려움에 떨며 물러선다면, 저 괴물이 가족들을 해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농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좋다! 이까짓 늙은 몸뚱어리, 부서진들 뭐가 대수겠느냐! 네놈이 정 원한다면 기꺼이 상대해주마!" 비록 남루한 행색이었지만, 그의 눈빛만은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흙과 씨름하며 다져온 그의 다부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거대한 도깨비조차 순간 움찔하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인간과 도깨비의 운명을 건 씨름 대결이, 고요한 달빛 아래서 조용히 시작되었습니다.
※ 도깨비와의 7일 밤낮 씨름 대결
도깨비는 자신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 농부의 당돌함이 마음에 든다는 듯, 껄껄 웃으며 육중한 몸을 날렸습니다. 첫 합을 겨루는 순간, 농부는 마치 태산과 부딪히는 듯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도깨비의 팔은 무쇠 같았고, 그의 숨결에서는 비릿한 흙냄새가 풍겨왔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땅에 깊이 뿌리내린 늙은 소나무처럼 버티고 섰습니다. 평생 쟁기질과 괭이질로 다져진 그의 팔과 다리는 웬만한 장정 여럿이 덤벼도 버텨낼 만큼 단단했습니다. "크하하! 제법이구나, 인간!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도깨비는 농부를 들어 메치려 했지만, 농부는 교묘하게 힘을 빼고 몸을 낮추며 도깨비의 힘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힘과 지혜의 대결이 밤새도록 이어졌습니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농부는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쓰러지면 안 된다. 내 뒤에는 내 가족이 있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그에게 초인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어느덧 동쪽 하늘이 뿌옇게 밝아오고, 멀리서 첫닭이 우는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기세등등하던 도깨비가 갑자기 초조한 표정을 짓더니, "에잇, 벌써 날이 새는구나! 오늘 밤에 다시 와서 결판을 내겠다!" 하는 말을 남기고는 연기처럼 훌쩍 사라져 버렸습니다. 혼자 남은 농부는 온몸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밤새 겪은 일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날 밤, 도깨비는 약속대로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에도, 또 그다음 날 밤에도. 농부와 도깨비의 기묘한 씨름 대결은 매일 밤 계속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농부는 조금씩 요령을 터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의 힘은 무지막지하게 강했지만, 움직임이 크고 단순하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농부는 힘으로 맞서기보다는, 도깨비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그의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틈이 보일 때마다 송곳처럼 날카롭게 파고들어 중심을 흔들었지요. 닷새째 되던 밤에는 도깨비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데 성공했고, 엿샛째 밤에는 도깨비를 번쩍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밤 패배 아닌 패배를 당하자, 도깨비의 기세는 눈에 띄게 꺾였습니다. 마침내 일곱 번째 밤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대결을 앞둔 농부의 마음은 비장했습니다. 그날따라 도깨비는 별말 없이 묵묵히 씨름 자세를 취했습니다. 농부는 그동안의 경험을 총동원해 도깨비를 몰아붙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도깨비의 샅바를 단단히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그를 들어 메쳤습니다. 거대한 몸이 공중에 잠시 떴다가,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한참 동안 신음하던 도깨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내가 졌다. 너의 그 끈기와 가족을 위하는 마음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약속대로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으마." 패배를 인정한 도깨비는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농부에게 툭 던져주었습니다. 그것은 며칠 전만 해도 자신의 집 아궁이 옆에 꽂혀 있던, 시커멓게 그을린 낡은 부지깽이였습니다. "이것은 내 패배의 증표이자, 너의 용기에 대한 나의 선물이다. 지금은 비록 보잘것없어 보이나, 너의 착한 마음에 응답하여 큰 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농부는 의아했지만, 지긋지긋했던 밤샘 씨름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도깨비는 마지막으로 농부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농부는 한동안 그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부지깽이를 주워 들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날 밤, 농부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깊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 낡은 부지깽이가 앞으로 자신의 운명을, 그리고 온 마을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를 말입니다.
※ 신비한 부지깽이,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도깨비가 사라진 후, 농부의 삶에는 다시 지독한 가난이 찾아왔습니다. 며칠간의 씨름으로 온몸이 쑤셨지만, 굶주린 가족들을 위해 쉴 틈도 없이 다시 밭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 해 가을은 유난히 흉년이 심했습니다. 수확한 것이라곤 얼마 되지 않는 잡곡뿐이었고, 그나마도 관아에 세금으로 바치고 나니 남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집안의 쌀독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아이들은 배고픔에 울음을 터뜨렸고, 아내는 굶주림에 지쳐 핼쑥해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농부는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랠 길이 없어,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의 눈에, 며칠 전 도깨비가 주고 간 낡은 부지깽이가 들어왔습니다. "흥, 큰 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더니. 이놈의 부지깽이로는 잿더미나 뒤적거리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농부는 허탈한 마음에 부지깽이를 집어 들어 아궁이 바닥을 툭툭 치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에휴, 이놈의 팔자야.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식구들, 따끈한 흰쌀밥에 고깃국 한 그릇이라도 실컷 먹어보는 게 소원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농부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부지깽이 끝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빛이 사라지자, 농부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텅 비어 있던 부엌 한가운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밥상이 떡 하니 차려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과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구수한 고깃국,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갖가지 나물과 전까지. 금방이라도 잔칫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농부는 헛것을 보는가 싶어 두 눈을 몇 번이나 비볐지만, 밥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밥 한 숟갈을 떠서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따뜻하고 달큼한 밥알이 혀에 닿는 순간, 농부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허겁지겁 밥과 국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음식을 먹던 농부는 문득 손에 쥐고 있던 부지깽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설마… 도깨비가 한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는 반신반의하며 부지깽이를 다시 고쳐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마당으로 뛰쳐나가 이번에는 좀 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식구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두툼한 솜이불과 새 옷도 좀 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자 또다시 부지깽이 끝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마당에는 보송보송한 새 솜이불과 곱게 지은 새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허허, 이럴 수가! 이것은 그냥 부지깽이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였구나!" 농부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그는 당장 방으로 달려가 아내와 아이들을 깨웠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부엌으로 나온 가족들은 산해진미가 차려진 밥상과 마당 가득한 이불과 옷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농부는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 동안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 이후, 농부의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진수성찬을 차려 먹을 수 있었고, 낡고 해진 옷 대신 따뜻하고 깨끗한 새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농부는 허물어져 가던 흙집 대신, 튼튼하고 아늑한 새 기와집을 짓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평생의 소원을 이룬 농부는 도깨비 방망이를 소중히 간직하며, 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 진짜 행복에 대한 고민
도깨비 방망이가 가져다준 풍요 속에서 농부와 그의 가족들은 더 이상 굶주리지도, 추위에 떨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농부는 처음 얼마 동안은 꿈같은 현실에 그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매일 아침 따뜻한 밥을 먹고, 새 옷을 입고, 튼튼한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는 방망이를 이용해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간식을, 아내에게는 고운 비단옷과 값비싼 노리개를 선물하며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농부의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하기 힘든 공허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편안하게 잠을 자도 예전처럼 기쁘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밤이었습니다. 농부는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군고구마를 먹고 있었습니다. 창밖에서는 매서운 칼바람이 윙윙 울고 있었지요. 문득 그는 마을 사람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가 살던 새 기와집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달빛 아래 내려다본 마을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초가집들, 추위를 막기 위해 짚으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문짝,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배고픈 울음소리. 그 모습은 불과 몇 달 전 자신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평소 그와 친하게 지내던 이웃 박 서방네 집에서는 희미한 불빛조차 새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박 서방이 병으로 몸져누웠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농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박 서방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힘없이 열린 사립문을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그의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콜록, 콜록… 여보, 아이들은 괜찮소?" "걱정 마시오. 윗목에 재워두었으니. 당신 몸이나 챙기세요." 아궁이에 불을 땔 장작조차 없는지, 방안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이불이라고는 다 해진 홑이불 하나가 전부였고, 부부는 그마저도 아이들에게 덮어주고 얇은 옷만 걸친 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던 농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자신은 따뜻한 방에서 배불리 먹고 있는데, 자신의 오랜 이웃은 병과 굶주림, 추위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대체 뭘 한 거지? 나 혼자 부자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게 정말 행복한 삶이란 말인가?' 그는 깊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농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두 가지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건 네가 목숨을 걸고 얻어낸 복이다.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쓸 필요 없다. 너와 네 가족만 행복하면 그만이다.'라고 속삭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저들을 보아라. 저들이 바로 어제의 너다. 너 혼자만의 행복은 결코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며칠 밤낮을 고뇌하던 농부는 마침내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는 도깨비 방망이를 조용히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방망이를 향해 말했습니다. "네가 나에게 복을 가져다주었다면, 이제는 그 복을 나눌 때가 된 것 같다. 나 혼자만의 배부름이 아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진짜 행복을 찾고 싶구나."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어떤 때보다 단단하고 굳건했습니다. 욕심을 넘어선 지혜로운 마음이 그의 안에서 빛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 욕심을 넘어선 지혜로운 나눔
그날 이후, 깊은 밤이 되면 마을에는 기이하고도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농부는 '얼굴 없는 도깨비'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인적이 끊긴 한밤중이 되면, 검은 무명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집을 나섰습니다. 그의 손에는 낡은 부지깽이, 바로 도깨비 방망이가 들려 있었지요. 그의 첫 번째 목적지는 몸져누운 이웃 박 서방의 집이었습니다. 농부는 담장 너머로 박 서방네 집의 텅 빈 광을 보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는 방망이를 조용히 땅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이 집의 광에는 쌀과 땔감이 가득 차고, 아픈 박 서방을 위한 좋은 약재도 생겨나라." 그러자 순식간에 박 서방네 집 광에는 쌀가마니가 가득 쌓이고, 마당 한쪽에는 겨울을 나고도 남을 만큼의 장작이 산더미처럼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방안 머리맡에는 귀한 약재가 담긴 약탕기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지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박 서방 부부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것이 필시 하늘의 도움이거나, 마을을 지키는 신령님의 은혜일 것이라 생각하며 뜨거운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농부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밤마다 마을을 돌며 도움이 필요한 집들을 살폈습니다. 홀로 사는 맹인 할머니의 집에는 따뜻한 솜옷과 이불을, 가난해서 혼기를 놓친 처녀의 집에는 고운 비단과 장롱을, 아이들이 많은 집에는 푸짐한 음식과 간식을 몰래 가져다주었습니다. 방망이의 힘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이 마을의 낡은 다리는 튼튼한 돌다리로 바뀌어라." 그의 말 한마디에 위태롭던 섶다리가 하룻밤 사이에 튼튼한 돌다리로 바뀌었고, "가뭄으로 말라버린 우물에는 맑은 샘물이 솟아나라."는 소원에는 정말로 메마른 우물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연이어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일들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뻐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을 돕는 '착한 도깨비'의 소행일 것이라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매일 밤, 그 이름 모를 도깨비를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도깨비님, 도깨비님, 부디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마을 사람들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숨어서 지켜보는 농부의 마음은 그 어떤 때보다 풍요롭고 행복했습니다. 금은보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혼자 즐길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슴 벅찬 기쁨이었습니다. 그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소유'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에서 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의 선행은 마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굶주리는 사람이 없어지자 마을에는 웃음소리가 넘쳐났고, 서로 돕고 나누는 따뜻한 분위기가 자리 잡았습니다. 농부는 자신의 작은 선택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해 방망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모든 소원은 오직 마을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조선 팔도 최고의 부자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부자인 농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밤하늘의 달빛 아래서 또 다른 누군가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진정한 부자의 탄생과 도깨비의 마지막 선물
농부의 비밀스러운 선행은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도록 계속되었습니다. 덕분에 그가 사는 산골 마을은 인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날 정도였습니다. 더 이상 굶주리는 사람도, 아픈 사람도 없었고,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늘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농부는 자신의 부를 드러내지 않고, 예전처럼 이웃들과 똑같이 밭을 갈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남몰래 선행을 이어갔습니다. 어느 보름달이 유난히 밝은 가을밤이었습니다. 그날도 농부는 마을의 마지막 남은 낡은 집을 새집으로 만들어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마당 한가운데에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고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바로 몇 해 전,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던 그 도깨비였습니다. "오랜만이구나, 인간." 도깨비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위협적이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부드럽고 인자하게 느껴졌습니다. 농부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방망이를 등 뒤로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숨길 것 없다. 네가 그동안 방망이로 무엇을 했는지, 나는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농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혹시 도깨비가 자신의 선물을 함부로 썼다고 화를 내고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농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이 주신 귀한 물건을 제 마음대로…."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깨비는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습니다. "아니다. 사과할 필요 없다. 오히려 내가 너에게 고맙구나. 나는 수많은 인간에게 이 방망이를 주며 시험해보았지만, 너처럼 지혜롭게 사용한 인간은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끝없는 욕심에 사로잡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더구나." 도깨비는 감탄과 칭찬이 뒤섞인 눈빛으로 농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너는 진정한 부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재물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짜 부자라는 것을 말이다. 너의 그 착한 마음이 방망이의 힘을 더욱 강하고 선하게 만들었다." 도깨비는 농부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그가 등 뒤에 감추고 있던 방망이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제 그 방망이의 마지막 비밀을 알려줄 때가 된 것 같구나. 그 방망이는 사실, 소원을 비는 주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욕심 가득한 마음으로 휘두르면 재앙을 부르고, 너처럼 선한 마음으로 휘두르면 기적을 만들어내지. 이제 너에게는 더 이상 방망이가 필요 없을 것이다. 네 마음 자체가 이미 요술 방망이니까." 도깨비가 말을 마치자, 농부의 손에 들려 있던 낡은 부지깽이가 갑자기 환한 빛을 내뿜으며 한 줌의 금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습니다. "자, 이것이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도깨비가 손가락으로 마을을 가리키자, 금가루가 내려앉은 마을의 밭과 논이 하룻밤 사이에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방망이의 도움이 없어도, 해마다 풍년이 들어 대대손손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부디 지금의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거라." 그 말을 끝으로 도깨비는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달빛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농부는 한동안 도깨비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재물보다 소중한 이웃들의 믿음과 사랑, 그리고 나눔의 기쁨을 아는 풍요로운 마음까지. 그는 이후로도 마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진짜 부자'로 오래오래 살아갔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도깨비 방망이라는 엄청난 행운을 얻었지만,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대신 더 큰 행복인 '나눔'을 선택한 농부의 지혜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진정한 부와 행복은 내가 얼마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얼마만큼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사는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주었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잊지 마세요. 다음 시간에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 <붉은 뿔 도깨비와 친구가 된 처녀의 지혜> 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