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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망이보다 더 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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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한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골 마을. 가난하지만 정직한 나무꾼 춘보와, 욕심 많기로 소문난 그의 형 철보. 어느 날 춘보가 산에서 도깨비를 만나 신비한 방망이를 얻게 되는데... 방망이를 두드리면 금은보화가 쏟아진다는 그 유명한 이야기, 다들 아시죠? 그런데 이 이야기, 여러분이 아는 그 결말이 아닙니다. 도깨비가 준 건 방망이 하나가 아니었거든요. 춘보는 그날 밤, 두 번째 선물을 받았습니다. 형 철보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방망이만 훔쳐 달아났고요. 그리고 석 달 뒤, 형제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도대체 도깨비가 춘보에게 준 두 번째 선물은 뭐였을까요? 그리고 욕심쟁이 철보에게 찾아온 건 축복이었을까요, 아니면 저주였을까요?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도깨비 방망이보다 훨씬 더 무서운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 1 가난한 형제, 그러나 마음은 달랐다
조선 중기, 한양 근교 산골 마을에 형제가 살았습니다. 형 철보, 동생 춘보. 둘 다 나무를 해서 파는 게 생업이었죠. 그런데 이 형제, 성격이 완전히 달랐어요. 형 철보는 욕심이 많았습니다. 나무를 팔 때도 저울 눈금을 속이고, 남의 산에 몰래 들어가 나무를 베기 일쑤였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어요. 심지어 이웃집 담을 넘어 과일을 훔친 적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철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철보는 개의치 않았죠. "뭐 어때? 돈만 있으면 되지." 반면 동생 춘보는 정직했어요. 자기 몫만큼만 베고, 손님에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굶주린 이웃이 있으면 자기 밥을 나눠줬고, 길에서 다친 동물을 보면 집에 데려와 치료해줬죠. 마을 사람들은 춘보를 존경했지만, 춘보는 여전히 가난했어요. 당연한 거죠. 베푼 만큼 남는 게 없었으니까요. 당연히 형 철보는 돈을 꽤 모았고, 춘보는 그날그날 근근이 살았습니다.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춘보가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아, 이거 큰일이네. 춘보는 황급히 근처 동굴로 뛰어들었습니다. 동굴 안은 깜깜했지만, 그래도 비는 피할 수 있었죠. 춘보는 젖은 옷을 짜며 한숨을 쉬었어요. "오늘도 나무를 못 팔았구나. 집에 쌀이 떨어졌는데... 아내에게 뭐라고 말하지?" 춘보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성실하게 살았지만, 가족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스르륵, 쿵. 춘보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습니다. 어둠 속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었거든요. 키가 훤칠하고, 머리는 뾰족하고,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도깨비였습니다. 대박이죠? 진짜 도깨비가 나타난 거예요. 춘보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죠. 도깨비가 히죽 웃으며 말했습니다. "야, 인간. 왜 내 집에 들어왔어?" 목소리가 생각보다 장난스러웠어요. 춘보는 벌벌 떨며 대답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비를 피하려고... 금방 나가겠습니다!" 그런데 도깨비가 손을 들어 춘보를 멈춰 세웠습니다. "잠깐, 기다려. 네가 나무꾼 춘보지?" 춘보는 깜짝 놀랐어요. 도깨비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도깨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 정직하다며? 마을에서 소문났더라. 한 번도 거짓말 안 하고, 남의 것 안 탐낸다고. 심지어 굶주린 사람 밥 나눠준다며?" 춘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도깨비가 턱을 괴며 춘보를 빤히 쳐다봤어요. "좋아. 그럼 너한테 내기를 하나 하자. 이기면 선물을 줄게. 지면... 뭐, 그냥 집에 가." 춘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무, 무슨 내기입니까?" 도깨비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간단해. 내가 지금부터 세 가지 질문을 할 거야. 넌 거짓말 없이 대답해. 만약 한 번이라도 거짓말하면, 내기는 끝이야. 어때? 할 수 있겠어?"
※ 2 산속에서 만난 도깨비, 그리고 신비한 거래
춘보는 긴장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거짓말만 안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건 춘보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평생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도깨비가 첫 번째 질문을 던졌어요. "너, 지금 배고프지?" 춘보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사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점심도 거르고, 하루 종일 나무만 했죠. 배는 당연히 고팠어요. 하지만 가난하다는 걸 들키기 싫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거짓말을 하면 내기에서 지는 겁니다. 춘보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네, 배고픕니다. 아침부터 굶었습니다. 사실 어제도 저녁을 제대로 못 먹었어요."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직하네. 좋아. 그럼 두 번째 질문이야." 도깨비가 두 번째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이건 더 곤란한 질문이었죠. 누가 돈 많은 거 싫어하겠어요? 당연히 돈이 있으면 좋죠. 하지만 욕심 많다고 생각될까 봐 걱정됐습니다. 도깨비가 나를 시험하는 건가? 그래도 춘보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어요. 춘보는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네, 돈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 식구들 배불리 먹일 수 있으니까요. 아내가 추운 겨울에도 얇은 옷만 입고 있어서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가 편찮으신데, 약을 살 돈이 없어서..." 춘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도깨비의 눈빛이 더 깊어졌습니다.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었죠. 이제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도깨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좋아. 그럼 마지막이야. 만약 네 형이 곤경에 처했는데, 너도 망하게 될 상황이면... 형을 구할 거야?" 이건 진짜 어려운 질문이었죠. 춘보는 순간 얼어붙었습니다. 형 철보는 평소에 춘보를 무시하고 괴롭혔거든요.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코웃음 치고, "넌 평생 가난하게 살 거야"라며 비웃었죠. 어려울 때 한 번도 도와준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춘보가 힘들 때 뒤통수를 친 적도 있었어요. 그런 형을 구하라고? 게다가 나까지 망한다면? 춘보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동굴 밖에는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도깨비는 조용히 춘보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춘보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형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형이 날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하지만 동시에 어릴 적 형과 함께 놀던 기억도 떠올랐어요. 춘보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대답했습니다. "구할 겁니다. 형이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피붙이인데요. 저 혼자 잘살 수는 없습니다. 형도 제 가족이니까요. 아무리 미워도, 그건 변하지 않아요." 도깨비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박수를 탁탁 쳤어요. "합격이야. 넌 정직하구나. 정말 정직해." 그러더니 도깨비가 뒤로 돌아서서 뭔가를 가지고 왔습니다. 작은 나무 방망이였어요. 손바닥만 한 크기에, 낡아 보이는 방망이. 도깨비가 그걸 춘보에게 건넸습니다. "이걸 가져가. 이 방망이를 두드리면서 원하는 걸 말해봐. 그럼 나올 거야." 춘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망이를 받았어요. "정말... 정말입니까?"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 이 방망이는 딱 세 번만 쓸 수 있어. 세 번 쓰고 나면 사라져. 그러니까 신중하게 써. 욕심 부리지 말고." 춘보는 떨리는 손으로 방망이를 꼭 쥐었습니다.
※ 3 방망이의 기적, 금은보화가 쏟아지다
춘보는 방망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쳤고, 하늘에는 별이 떠 있었어요. 아내가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여보, 그게 뭐예요? 나무는 어디 있어요?" 춘보는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산속 동굴, 세 가지 질문, 그리고 신비한 방망이까지. 아내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죠. "정말 두드리면 뭐가 나온다고요?" 아내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했어요. 당연하죠. 누가 믿겠어요? 춘보도 사실 확신이 없었어요. 혹시 도깨비가 장난친 건 아닐까? 하지만 한 번 해볼까요? 춘보는 방망이를 바닥에 톡톡 두드렸습니다. "쌀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순간, 와르르! 방망이에서 쌀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자루로 다섯 개는 족히 될 양이었습니다. 하얀 쌀이 방 안을 가득 채웠죠. 아내는 입을 떡 벌렸습니다. "세, 세상에! 이게 진짜예요?" 춘보도 놀라서 방망이를 떨어뜨렸습니다. 이게 진짜였구나. 도깨비가 거짓말을 안 했어. 아내가 춘보의 손을 꼭 잡았어요. "여보, 이제 우리 잘살 수 있는 거예요?"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살았으면요. 춘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습니다. 방망이는 딱 세 번만 쓸 수 있다고 했거든요. 이미 한 번 썼으니, 이제 두 번 남았죠. 신중하게 써야 해. 며칠 후, 마을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춘보네 집에 갑자기 쌀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궁금해했죠. "춘보가 갑자기 부자라도 된 건가?" 그 소문은 당연히 형 철보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철보는 춘보네 집에 찾아왔어요. 춘보네 집에 쌓인 쌀 자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야, 춘보. 이 쌀 어디서 났어? 너 복권이라도 당첨됐어?" 춘보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형님, 제가 산에서 도깨비를 만났어요. 그래서 방망이를..." 철보는 춘보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눈빛이 변했습니다. 방망이? 도깨비 방망이? 그거 두드리면 뭐든 나온다는 그 방망이 말이야? 철보의 머릿속에는 온통 욕심만 가득했어요. 금은보화, 비단, 옥... 상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였죠. 철보는 흥분을 감추며 물었습니다. "그, 그 방망이 어디 있어?" 춘보는 순진하게 방 안쪽을 가리켰어요. "저기 있어요. 형님도 보실래요?" 철보는 방 안으로 들어가 방망이를 유심히 봤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 낡아 보이는 나무 방망이. 이게 진짜일까? 하지만 쌀이 증거였죠. 그날 밤, 철보는 춘보네 집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창문 너머로 방망이가 보이더라고요. 춘보는 방망이를 방 한쪽 구석에 소중하게 모셔두고 있었죠. 철보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저 방망이만 있으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어. 춘보 저 녀석은 어차피 욕심도 없고, 바보처럼 착하니까, 방망이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할 거야. 나한테 주는 게 낫지.' 며칠 후, 춘보가 두 번째로 방망이를 사용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내의 옷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아내는 결혼한 이후로 새 옷을 한 번도 못 입었어요. 춘보가 방망이를 두드렸습니다. "아내가 입을 비단 옷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또다시 방망이에서 화려한 비단 옷이 나왔습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죠. "여보, 고마워요. 이렇게 예쁜 옷은 처음이에요." 이제 방망이는 딱 한 번 남았습니다. 춘보는 마지막 한 번을 아껴두기로 했어요. 정말 급할 때 쓰려고요.
※ 4 형 철보의 욕심, 방망이를 훔치다
그날 밤, 사건이 터졌습니다. 철보가 몰래 춘보네 집에 침입한 거예요. 춘보 부부가 깊이 잠든 사이, 철보는 살금살금 방을 뒤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거리며 방망이를 찾아냈죠. '흐흐, 이제 이건 내 거야. 춘보 너는 어차피 바보니까, 방망이를 제대로 쓸 줄도 모르잖아.' 철보는 방망이를 품에 넣고 조용히 집을 빠져나갔습니다.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문을 살며시 열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죠. 다음 날 아침, 춘보는 방망이가 없어진 걸 발견했어요. 깜짝 놀라 아내를 깨웠습니다. "여보! 방망이가 없어졌어요!" 아내도 화들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둘은 집 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었죠. 방망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어요. "여보, 누가 가져간 것 같아요?" 아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춘보는 순간 형 철보가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에 방망이 이야기를 했을 때, 형의 눈빛이 이상했거든요. 탐욕스러운 눈빛이었죠. 하지만 춘보는 차마 형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어요. '설마, 형님이 그럴 리 없어. 피붙이인데.' 한편 철보는 방망이를 들고 자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음이 두근두근 뛰었죠. 이제 나도 부자야! 평생 가난하게 살았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어! 철보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한 후, 방망이를 바닥에 톡톡 두드렸어요. "금이 나와라! 은이 나와라!" 그 순간, 와르르! 방망이에서 금덩이와 은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철보는 환호성을 질렀죠. "하하! 이게 진짜였어! 진짜! 이제 나도 부자다!" 철보는 금은보화를 보며 이미 부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큰 기와집에 살고, 하인들을 부리고,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상상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철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시 방망이를 두드렸죠. "비단이 나와라! 옥이 나와라!" 또다시 방망이에서 온갖 보물이 쏟아졌습니다. 철보의 집은 순식간에 보물로 가득 찼어요. 방 안이 온통 금빛으로 반짝였죠. 철보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하하! 이제 나도 양반이야! 양반! 춘보 그 바보는 방망이를 겨우 두 번 쓰고 끝냈다며? 바보 같은 놈. 나는 계속 쓸 거야!"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방망이가 갑자기 후두둑 떨리기 시작했어요. 철보는 깜짝 놀라 방망이를 내려다봤습니다. 방망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죠. "어? 어? 이게 뭐야?! 아직 더 써야 하는데!" 철보가 황급히 방망이를 들어 올렸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방망이는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흩어졌어요. 나무 조각들이 먼지처럼 날아가 버렸죠. 철보는 허탈한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곧 다시 웃음을 터트렸어요. "뭐 어때? 이미 금은보화를 충분히 얻었는걸! 하하! 난 이제 부자야!" 철보는 그날부터 마을에서 가장 부자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사람들에게 자랑을 늘어놨죠. "내가 도깨비를 만나서 말이야, 방망이를 얻었지! 나는 춘보처럼 바보가 아니라서 제대로 활용했어!" 마을 사람들은 철보를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춘보는 그 소식을 듣고 슬펐어요. 역시 형이 가져갔구나.
※ 5 철보의 몰락, 방망이가 토해낸 것
철보의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건 석 달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밤마다 쿵쿵, 덜컹덜컹. 처음에는 쥐인 줄 알았어요. 철보는 하인을 시켜 쥐약을 놓게 했죠. 그런데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집 안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철보가 쌓아둔 금덩이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어? 분명 여기 있었는데?" 철보는 황급히 집 안을 뒤졌지만, 금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은괴도 사라졌어요. 그다음 날에는 비단도 없어졌죠. 철보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도둑이야! 도둑이 들었어!" 하인들을 불러 집 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집 안에는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문도, 창문도 잠겨 있었고, 아무도 들어온 적이 없었죠. 밤새 지키고 있어도 보물은 계속 사라졌어요. 황당하죠? 그런데 더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라진 보물 대신,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쓰레기였습니다. 악취 나는 음식 찌꺼기, 더러운 걸레, 썩은 나무, 죽은 쥐... 철보의 집은 순식간에 쓰레기장이 됐죠. 철보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인들을 시켜 쓰레기를 치웠지만, 다음 날이면 또 쓰레기가 쌓여 있었어요. 그다음에는 벌레들이 나타났습니다. 집 안 구석구석에서 바퀴벌레, 파리, 지네, 거미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어요. 철보는 미쳐버릴 것 같았죠. 밤에 잠을 자려고 하면, 벌레들이 몸 위로 기어다녔습니다. "으아악!" 그리고 마침내, 결정타가 왔습니다. 어느 날 밤, 철보가 잠을 자는데 갑자기 방 안이 온통 물로 가득 차기 시작했어요. 물이 천장까지 차올랐고, 철보는 익사할 뻔했습니다. 간신히 창문을 깨고 빠져나온 철보는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왔죠. 온몸이 젖어 있고, 숨을 헐떡이며,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어요.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집 밖에서 보니 물이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환상이었던 거죠. 철보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도깨비의 저주다. 방망이를 훔치고, 욕심을 부린 대가를 치르는 거야. 철보는 벌벌 떨며 춘보를 찾아갔습니다. 새벽 일찍, 춘보네 집 문을 두드렸죠. "춘보야! 춘보야! 나 좀 살려줘!" 춘보는 형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문을 열었습니다. 형의 몰골을 보고 더 놀랐어요.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옷은 찢어져 있고, 얼굴은 핼쑥하게 말라 있었죠. 눈은 충혈되어 있고, 몸에서는 악취가 났어요. "형님, 무슨 일이세요?" 철보는 울먹이며 모든 걸 고백했습니다. 방망이를 훔친 것, 욕심을 부린 것,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끔찍한 일들까지. 춘보는 한숨을 쉬었어요. "형님... 도깨비가 세 번만 쓰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형님은 욕심을 부려서 계속 쓰셨잖아요." 철보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알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나 좀 도와줘. 도깨비한테 용서를 빌 방법이 없을까? 이러다 진짜 죽을 것 같아." 춘보는 형을 보며 복잡한 심경이 들었습니다. 형은 분명 잘못했어요. 방망이를 훔쳤고, 욕심을 부렸죠. 하지만 그래도 피붙이잖아요. 춘보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습니다. "형님, 제가 도깨비를 다시 만나볼게요. 아직 한 가지 방법이 남아 있어요."
※ 6 춘보가 지킨 두 번째 선물의 정체
춘보는 그날 밤, 다시 산속 동굴로 향했습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춘보는 용기를 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둠이 가득했지만, 춘보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도깨비님! 계세요?" 동굴은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춘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불렀죠. "도깨비님! 제발 나와주세요! 제 형을 도와주세요!" 그러자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왔구나, 춘보. 기다리고 있었어."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역시 그 특유의 히죽거리는 웃음을 지으며요. 춘보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도깨비님, 제 형을 용서해 주세요. 제가 잘못 관리했어요. 방망이를 안전하게 보관하지 못한 제 책임입니다." 도깨비는 팔짱을 끼고 춘보를 내려다봤어요. "네 형은 욕심을 부렸어. 방망이를 훔쳤고, 세 번도 아니고 계속 썼잖아. 약속을 어긴 거지. 당연한 대가를 치르는 거야." 춘보는 고개를 들어 도깨비를 바라봤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제 형이에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형은 제가 책임질게요. 형이 앞으로 잘못하면 저도 같이 벌을 받겠습니다." 도깨비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동굴 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고, 춘보는 숨을 죽인 채 도깨비의 대답을 기다렸어요. 도깨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죠. "그래, 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정말 너는 변하지 않는구나. 세 가지 질문을 했을 때도, 너는 형을 구하겠다고 했지." 춘보는 깜짝 놀랐습니다. "네?" 도깨비가 손을 들어 뭔가를 꺼냈습니다. 작은 주머니였어요. 낡은 천으로 만든, 손바닥만 한 주머니. 하지만 그 주머니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죠. 도깨비가 그걸 춘보에게 건넸습니다. "사실 나는 너한테 방망이만 준 게 아니야. 그날 밤, 네가 집에 돌아간 후에 이것도 몰래 넣어뒀지. 넌 그걸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 이건 네 집 마루 밑에 숨겨져 있어. 방망이가 사라진 바로 그 자리 밑에 말이야." 춘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받았어요. "이게... 뭡니까?" 도깨비가 설명했습니다. "이건 '마음 주머니'야. 이 안에는 네가 그동안 베푼 선행들이 담겨 있어. 넌 가난했지만 남을 도왔잖아. 굶주린 이웃에게 쌀을 나눠주고, 다친 동물을 치료해주고,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어. 길에서 쓰러진 노인을 업고 집까지 데려다줬고, 빚에 쪼들리는 친구를 도와줬고, 심지어 너를 무시하던 사람도 어려울 때 도왔지. 그 선행들이 전부 이 주머니에 들어 있어." 춘보는 주머니를 열어봤습니다. 안에는 따뜻한 빛이 가득했어요. 눈에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죠. 마치 봄날 햇살처럼, 포근한 느낌이었어요. 춘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도깨비가 계속 말했습니다. "이 주머니는 방망이보다 훨씬 귀한 거야. 방망이는 금은보화를 주지만, 주머니는 마음을 지켜줘. 네가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 수 있었던 건, 이 주머니 덕분이기도 해. 이게 너를 보호해준 거지. 네가 힘들 때, 좌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욕심에 넘어가지 않았던 것도, 모두 이 주머니가 네 마음을 지켜줬기 때문이야." 춘보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자신도 몰랐던 선물이 있었다니. 도깨비가 피식 웃으며 말했어요. "그리고 말이야, 이 주머니는 네 형한테도 쓸 수 있어. 네가 원하면, 네 선행 중 하나를 네 형에게 나눠줄 수 있지. 그러면 저주가 풀릴 거야." 춘보는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정말요?!"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네 선행을 나눠주면, 그만큼 너한테 돌아올 복도 줄어들어. 네가 평생 쌓은 선행인데, 그걸 형한테 나눠주는 거야. 그래도 할 거야? 네 형은 널 무시했고, 괴롭혔고, 심지어 방망이까지 훔쳤어. 그런 형을 위해 네 복을 나눠주겠어?" 춘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습니다. "네! 제 형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요! 저는 이미 충분히 받았어요. 방망이로 쌀도 얻었고, 아내 옷도 얻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잖아요. 이제 형을 도울 차례예요. 형도 제 가족이니까요."
※ 7 도깨비의 진짜 의도, 그리고 반전
도깨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진짜 형을 용서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어." 도깨비가 춘보에게 물었어요. "만약 네 형이 다시 너를 배신하면? 또 욕심을 부리면? 그래도 용서할 거야?" 춘보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죠. "그래도 용서할 거예요. 형은 제 가족이니까요. 가족은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거잖아요." 도깨비가 주머니를 받아들고 뭔가 주문을 외웠어요. 그러자 주머니에서 빛이 퍼져 나오며, 그 빛이 동굴을 가득 채웠습니다. 춘보는 눈이 부셔서 잠시 눈을 감았죠. 빛이 사라지고 나자,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됐어. 이제 네 형한테 가봐. 저주가 풀렸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도깨비가 춘보에게 주머니를 돌려주며 덧붙였어요. "이 주머니는 계속 네 곁에 있을 거야. 네가 앞으로도 선하게 살면, 이 주머니는 점점 더 채워질 거고, 네 삶도 점점 더 나아질 거야. 반대로 욕심을 부리면... 뭐, 네 형처럼 될 거고. 그리고 하나 더, 이건 비밀인데..." 도깨비가 춘보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사실 방망이 시험은 네 형을 위한 거였어. 너는 이미 합격했거든. 네 형이 방망이를 훔칠 줄 알았어. 그래서 일부러 네 형이 알 수 있게 했지. 네 형에게 깨달음을 주고 싶었거든." 춘보는 깜짝 놀랐어요. 그럼 처음부터 계획된 거였어? 도깨비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네 형은 욕심 때문에 고생했지만, 이제 변할 거야. 진짜 소중한 게 뭔지 깨달았을 테니까. 그리고 너는 이미 마음 주머니를 지키고 있었어. 넌 시험 따위 필요 없었지." 춘보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거푸 하고 동굴을 나섰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춘보는 달리고 또 달렸어요. 형님이 괜찮아졌을까? 집에 도착하니, 형 철보가 마당에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철보의 표정이 전과 달랐어요. 더 이상 욕심 가득한 눈빛이 아니었죠. 오히려 후회와 반성이 가득한 표정이었어요. 철보가 춘보를 보고 달려왔습니다. "춘보야! 저주가 풀렸어! 집안의 괴상한 일들이 전부 사라졌어! 쓰레기도 없어지고,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안 차올라! 그런데 말이야..." 철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꿈을 꿨어. 도깨비가 나타나서 말하더라.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그리고 네가 나를 위해 뭘 했는지도 알려줬어." 춘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다행이다. 철보가 춘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어요. "춘보야,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네 방망이를 훔치고, 욕심을 부리고... 나는 정말 나쁜 놈이야. 동생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 너는 나를 위해 네 복까지 나눠줬는데, 나는... 나는..." 철보의 눈에서 진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춘보는 형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형님, 이제 괜찮아요. 다시 시작하면 돼요.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요." 그날 이후, 철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남을 속이지도 않았죠. 춘보와 함께 성실하게 나무를 하며 살았어요. 이웃이 어려우면 도와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춘보의 삶이 점점 더 나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마을 사람들이 춘보를 신뢰하게 됐고, 좋은 일거리가 계속 생겼죠. 심지어 한양의 큰 상인이 춘보를 찾아와서 사업 제안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춘보 나으리, 제가 들으니 나으리는 정직하고 신용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와 함께 목재 사업을 하시겠습니까?" 춘보는 어느새 부자가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춘보의 가족이 행복했다는 거죠. 아내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이웃들은 춘보를 존경했으며, 형 철보와도 관계가 회복됐습니다. 춘보의 집은 언제나 웃음소리로 가득했어요. 어느 날, 춘보는 다시 산속 동굴을 찾아갔습니다. 도깨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도깨비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대신 동굴 벽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금은보화는 손에 쥘 수 있지만, 마음은 가슴에 담는 거야. 네가 지킨 건 방망이가 아니라, 네 안의 정직함이었어. 그게 진짜 보물이지. 방망이는 시험이었고, 주머니는 상이었어. 넌 둘 다 통과했어. 이제 네 형도 깨달았을 거야. 욕심은 결국 자신을 파괴한다는 걸. 그리고 가족은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거라는 걸. - 도깨비 올림" 춘보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어요. 도깨비는 처음부터 시험한 게 아니었습니다. 춘보에게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알려주고 싶었던 거죠. 방망이는 그저 미끼였어요. 진짜 선물은 '마음 주머니'였고, 그 안에 담긴 선행과 정직함이었던 겁니다. 춘보는 집으로 돌아가며 중얼거렸습니다. "방망이보다 더 귀한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이구나. 그리고 가족이고." 대박이죠? 진짜 보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였어요.
엔딩멘트
도깨비 방망이는 금은보화를 내어줍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짜 행복을 살 수 없죠. 춘보가 진짜 부자가 된 이유는 방망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평생 쌓아온 정직함, 남을 향한 선한 마음, 그리고 가족을 지키려는 진심. 그게 바로 도깨비가 준 진짜 선물이었어요. 여러분 곁에도 혹시 '마음 주머니'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베푼 작은 친절 하나가 훗날 여러분을 지켜줄 가장 큰 보물이 될 겁니다. 욕심보다는 사랑을, 거짓보다는 진실을 선택하세요. 그게 진짜 방망이보다 귀한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