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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망이의 진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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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약 250자)
“세 번만 두드리면 황금이 쏟아진다는 도깨비 방망이! 하지만 그 방망이엔 아무도 몰랐던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 진실을 알아버린 한 사내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조선시대 야담 속, 가장 유명한 도깨비 전설이 전하는 놀라운 교훈! 끝까지 보시면 분명 마음에 남을 겁니다.”
디스크립션 (약 300자)
『청구야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조선 도깨비 전설!
가난한 사내가 우연히 얻은 도깨비 방망이, 하지만 점점 욕심에 눈이 멀어가는데…
도깨비가 마지막에 남긴 한 마디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욕심, 나눔, 그리고 진정한 복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감동의 이야기.
시니어 시청자 여러분께 특별한 교훈을 전해드립니다.
※ 가난한 사내의 하루
조선 중기, 어느 깊은 산골 마을. 마을 사람들조차 ‘까마득한 뒤편’이라 부르던 외진 곳에 한 사내가 살고 있었다. 이름은 정막돌, 나이 서른여섯. 처자식 하나 없이 홀몸으로, 초가삼간보다도 더 허름한 움막에서 지내는 이였다.
매일 새벽이면 쌀 한 톨 없는 부엌에서 대충 물 한 그릇 들이켜고, 빈 지게를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마을 사람들이 기피하던 험한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 낙엽을 긁고 마른 나무를 꺾었다. 그렇게 한 짐 가득 지고 내려와 마을 장터에서 팔면, 겨우 술지게미나 쌀겨 몇 되 얻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다고 세상에 불만을 품거나 남을 탓한 적은 없었다. 누가 욕을 해도, 밥 얻어먹는 걸 비웃어도, 그는 언제나 “예, 고맙습니다” 하고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 자는 어찌 저리 미련하단 말인가. 산짐승처럼 살면서도 인상 한번 안 찡그리는구먼.”
“그냥 흙처럼 사는 놈이야. 욕심이 없으니 출세도 없지.”
마을 어귀 술집에서 늘 오가는 말이었다. 정막돌은 그런 말을 들으며도 허허 웃고 말았다. 마음 한구석이 허했지만, 딱히 남부럽지도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이른 저녁, 해가 산 너머로 기울 무렵. 막돌은 그날도 나무짐을 지고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사방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이슬비가 쏟아졌다. 천둥은 없었지만, 비는 땅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어이쿠, 이놈의 장마가 또 일찍 시작되었구먼.”
막돌은 비를 피할 데를 찾아 산기슭 바위 밑 움푹 팬 틈으로 몸을 숨겼다. 비는 금세 거세졌고, 안개처럼 물안개가 끼어들며 사방이 조용해졌다.
그 순간, 어딘가서 흐느적이는 듯한 인기척이 들렸다. 바위 뒤편, 그늘진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번쩍였다. 막돌은 놀라 숨을 죽였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처음으로 그 존재를 보았다.
허연 수염에 커다란 눈, 짙은 녹색 옷자락, 양쪽 어깨에 해골 방울이 달린 수상한 사내. 눈빛은 날카롭지만 어딘지 슬펐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바위 위에 조용히 앉아 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 곁엔 기묘한 막대기가 놓여 있었는데, 나뭇가지처럼 보이지만 붉은 줄무늬가 휘감겨 있고, 꼭대기엔 작고 둥근 방망이처럼 생긴 덩어리가 달려 있었다.
막돌은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도깨비가 그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대,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
막돌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죄송하오이다. 산길에 비를 피하려다, 감히 몰랐습니다.”
도깨비는 한참 그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입꼬리를 올렸다.
“허허… 재밌는 놈이로구나. 보통 사람들은 나를 보면 기절하거나 도망가던데… 그대는 도리어 사과를 하는군.”
비는 그 사이 멎어 있었다. 바위 틈으로 달빛이 비쳤고, 도깨비의 그림자가 땅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어디… 그대와 나, 오늘 밤 짧은 인연이나 맺어보세.”
그리고 도깨비는 천천히 방망이를 들어, 손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눈앞에… 금덩이, 쌀자루, 비단 꾸러미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 도깨비의 선물, 첫 번째 복
“이건… 뭡니까? 방금… 정말…?”
막돌은 눈을 의심했다. 도깨비가 방망이로 허공을 두드린 순간, 그저 땅바닥이었던 자리에 금덩어리, 비단 꾸러미, 쌀가마니가 터지듯 쏟아진 것이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슬쩍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이건 도깨비 방망이라네. 원하는 걸 마음속으로 그리며, 세 번만 툭툭 두드리면… 세상에 없는 복도 생긴다네.”
막돌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허나, 방망이는 도깨비의 것이지. 내 선뜻 주는 물건이 아니네.”
도깨비는 방망이를 땅에 내려놓으며 다시 말했다.
“오늘 밤, 나는 그대에게 이 방망이를 맡기고 간다. 단,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막돌은 숨을 고르며 물었다.
“무엇이옵니까?”
“이 방망이는 단 세 번만 쓸 수 있다. 그 이상을 탐하면… 그때는 복이 아니라, 벌이 떨어질 것이야.”
도깨비는 막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장난스러운 듯하면서도 깊은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복은 항상 그릇을 보고 담긴다네. 욕심이 그릇보다 크면, 그건 복이 아니라 화가 되는 법이지.”
그 말만을 남기고, 도깨비는 밤안개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남은 건 그 묘한 방망이 하나.
막돌은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방망이와 쌀가마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말… 그 방망이를 가져도 되는 걸까? 하지만 지금껏 자신이 베푼 선의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라 여긴다면, 이 또한 허투루 여길 일이 아니었다.
이튿날.
막돌은 방망이를 움막 구석에 조심스레 모셔두고, 쌀 한 되로 죽을 끓였다. 나무로 만든 바리때에 담아 마을 어귀의 병든 노파에게 건넸고, 또 쌀 한 되로는 동네 아이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줬다.
“허허, 이놈이 웬일이래? 밥을 나눠준다니. 제정신이냐?”
“산에 도깨비라도 잡아먹었나봐.”
사람들은 조롱했지만, 막돌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배부르단 걸, 이제야 알겠소.”
밤이 되자, 그는 움막 안에서 방망이를 조심스레 꺼냈다.
마음속으로 빌었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만큼의 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툭, 툭, 툭—
이번에는 한 짐 가득한 쌀자루와 천 냥짜리 은전 꾸러미가 방 안 가득 쏟아졌다. 순식간에 움막은 작은 창고처럼 변했다.
막돌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 밤, 그는 음식을 차려 등불 하나 밝히고 방망이를 천에 싸서 고이 모셨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본격적으로 ‘나누는 삶’을 시작했다.
불쌍한 사람에게 밥을 퍼주고, 병든 이웃에게 약재를 사다 주고, 가난한 아이들에겐 비단 조각으로 옷을 만들어 입혔다.
그가 베풀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저 사람, 미쳤다고만 생각했는데… 진짜 하늘이 내린 복을 받은 게 분명해.”
“저리 사는 게 복이구나… 우리도 따라 해볼까?”
이름 없이 흘러가던 사내는 마을의 별이 되었고, 사람들은 ‘막돌 나으리’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던 건 아니다.
그의 베풂을 시기하는 자도 생기기 시작했고, 그의 방망이를 두고 수군대는 소문도 퍼졌다.
그리고… 세 번째, 마지막 기회.
그가 그 방망이를 쓸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마지막 기회, 유혹의 그림자
막돌의 움막은 이제 더 이상 움막이 아니었다.
땔감과 쌀자루가 쌓인 창고가 되었고, 마을 아이들이 언제든 찾아오는 나눔의 공간이 되었다. 매일 새벽이면 막돌은 밥을 지어 마을 이곳저곳에 나누었고, 병든 노인들에게는 손수 지은 죽을 들고 찾아가 정을 나눴다.
그의 이름은 점차 이웃 마을로 퍼져나갔고, 몇몇 양반들조차 “그런 도가 있는 사내는 보기 드물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어디든 같았다. 빛이 있는 곳엔 그림자가 드리우기 마련이었다.
“도대체 저 사내는 어디서 그 많은 쌀과 돈을 얻는 것이냐?”
“어디서 훔쳤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럴 리가… 아니, 혹시… 도깨비랑 거래한 거 아냐?”
마을의 한 구석, 평소 막돌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장돌뱅이 형제들이었다. 장터에서 행패를 부리며 살아가던 이들은 막돌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에게서 멀어지자 이를 갈고 있었다.
형 장치돌은 동생을 불러 말했다.
“어쩌면 진짜 그놈, 도깨비 방망이 같은 걸 가진 게 아닐까?”
“방망이? 설마.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할 리가…”
“세상에 안 존재하는 걸 만들어내는 게 도깨비잖아.”
그들은 어느 밤, 막돌의 집을 몰래 엿보았다.
구들장 아래 숨겨진 방망이를 찾아내려 했지만, 기묘하게도 방 안에는 금 한 닢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깨끗이 정리된 쌀과 장작만이 쌓여 있었다.
그날 밤, 그들은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갔지만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 무렵, 막돌도 고민에 빠져 있었다.
세 번째. 마지막.
도깨비가 말했던 “세 번” 중, 마지막 남은 기회를 앞두고 그는 며칠째 방망이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로 뭘 해야 하지?’
‘더 큰 집을 지어야 할까?’
‘병든 사람들을 위해 약초 장터를 세우면 어떨까?’
마음속엔 수십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방망이를 꺼내들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혹여 욕심이 앞서게 될까 두려웠다.
그는 매일 밤, 움막 마루에 앉아 방망이를 어루만졌다.
그때마다 도깨비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복은 항상 그릇을 보고 담긴다네.”
그릇. 내 그릇은 충분할까?
내가 지금 이 방망이를 한 번 더 쓰는 것이 정말 ‘복’일까?
혹시… 나도 모르게 욕심을 키워온 건 아닐까?
그러던 중, 그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막돌이 나으리, 저… 아이가 사흘째 열이 안 떨어져서요…”
늦은 밤, 낡은 저고리를 입은 젊은 여인이 품에 아이를 안고 울먹였다.
“산 아래까지 가려면 사흘은 걸리고, 약초 살 돈도 없고… 저희가… 너무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막돌은 여인의 말을 끊고 말했다.
“폐라니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막돌은 서둘러 바랑을 짊어지고, 산 너머 약초 장터로 향했다. 밤길을 달려 사흘을 이틀로 줄여 돌아왔다. 그리고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방 안에 불을 지폈다.
이웃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더더욱 감탄했다.
“그 사내, 진짜 선인인가 봐.”
“저 사람은 하늘이 보내준 분이야.”
막돌은 웃었지만, 속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저 아이는 어찌 되었을까.’
‘이제 남은 건 마지막 기회뿐인데… 정말, 그걸 써도 되는 걸까?’
그날 밤, 막돌은 방망이를 꺼냈다.
그리고 그 위에 조용히 쪽지를 하나 올려놓았다.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 그릇이 작아도, 복이 넘쳐 흘러 다른 이에게 닿을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움막 뒤편 수풀 속엔 누군가의 발소리가 스르륵,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벌어질 도깨비의 시험이 막돌의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 훔쳐간 자, 벌을 입다
달이 구름에 가려 흐릿하게 빛나던 어느 밤.
막돌의 움막 주변엔 기묘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한낮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북적였던 그 집에, 오늘은 인기척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움막 뒤편 나무 아래서 두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몸을 낮췄다.
장돌뱅이 형제였다.
“형, 정말 여기 있는 거야?”
“확실해. 저 방 안 구들장 밑에 숨겨놓은 걸 봤다니까.”
며칠 전, 이들은 막돌이 방망이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엿보고 있었다. 쌀이 마르지 않고 돈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모든 게 그 방망이 하나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그날 이후 그들은 밤마다 계획을 세웠다.
‘저 방망이만 손에 넣으면, 우린 더 이상 이 마을에서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
‘정의? 선행? 그딴 건 배부른 자들이나 하는 소리지.’
그날 밤, 형 치돌은 조용히 창호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막돌은 낮에 산을 오르내린 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 틈을 타, 치돌은 조심스럽게 구들장을 들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심스레 꺼낸 천조각.
그 안에는 도깨비 방망이가 고이 싸여 있었다.
“형, 찾았어?”
“찾았지! 이젠 우리 차례야.”
치돌은 방망이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동생과 함께 숲 속으로 도망치듯 사라지려는 그 순간—
“두 번… 세 번… 툭, 툭, 툭.”
치돌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순간, 눈부신 섬광과 함께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두 사람의 앞에 뭔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금도 아니고, 쌀도 아니었다.
핏빛이 섞인 붉은 비,
허공을 뒤덮는 검은 손,
그리고 무수한 혼령들의 울부짖음.
“이게… 뭐야… 뭐야, 형! 금이 아니야! 이건… 이건…”
“도깨비가… 도깨비가 장난친 거야!”
하지만 그 순간, 검은 안개를 헤치고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눈, 푸른 얼굴, 긴 수염.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남의 복을 탐한 죄, 남의 도를 훔친 죄, 그 죗값은… 복이 아니라 화로 갚는 법이지.”
형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떨리고,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그게 아니라… 저희는 그냥… 잠깐 빌린 거고…”
하지만 변명은 무의미했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손에 쥐고, 허공에다 세 번 휘둘렀다.
툭, 툭, 툭.
그 순간, 형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고,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의 몸에서 한 줌의 검은 연기가 빠져나와 방망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제… 그릇이 아닌 자의 복은 거두어가겠노라.”
그리고 도깨비는 조용히 사라졌다.
바람 하나 없이, 흔적도 없이.
그 시각.
막돌은 갑작스레 눈을 떴다.
몸이 이상하게 가벼웠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언가 나쁜 기운이 자신을 스치고 간 느낌이었다.
그는 부랴부랴 구들장을 열어 방망이를 확인했다.
방망이는 사라진 듯했지만, 바로 옆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작은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그대는 지켰다. 그릇은 깨어지지 않았고, 복은 다시 되돌아왔다.”
막돌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그는 방망이를 가슴에 품고 속삭였다.
“이 복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나눌 자격 있는 자들에게 흘러가게 하소서.”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달빛 아래, 방망이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더 이상 ‘세 번의 기적’이 아닌, ‘끝없는 나눔’의 시작이었다.
※ 복을 담는 그릇, 나누는 자의 길
이튿날 아침.
막돌의 움막 앞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입에서는 수군거림이 오갔고, 눈빛엔 놀람과 의문이 가득했다.
“어젯밤, 장돌뱅이 형제가 산 속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대.”
“눈은 뒤집히고, 입은 거품을 물었는데…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더래.”
“그게 다… 막돌이 가진 그 방망이 때문이란 소문이야.”
그 소문은 순식간에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두려워했고, 누군가는 탐욕에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놀라운 건, 막돌의 반응이었다.
그는 어떠한 해명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이른 아침 죽을 쑤어 노인들께 가져다 드리고, 아이들에게 옷을 꿰매 주었다.
그 날도, 그 다음 날도.
그가 쌀 한 되를 나눠줄 때마다, 사람들은 조용히 그 손을 바라봤다.
과연 저 손에서 나오는 복은 어디서 온 걸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복은 방망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에서 흘러나온 것임을.
어느 날, 막돌은 움막 앞 마루에 조용히 앉아 방망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가난한 여인, 병든 노파, 굶주린 아이들이 차례로 앉아 있었다.
그는 방망이를 허공에 휘두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으로 밥을 푸고, 약초를 나눠주었다.
그 광경을 본 노파가 물었다.
“나으리는… 그 신기한 방망이로 왜 복을 더 뽑지 않으시우?”
막돌은 잠시 침묵하다 조용히 대답했다.
“그 방망이는 이제 제 손을 떠났습니다. 복은 제 그릇을 다 채운 듯하니… 이제는 다른 이의 그릇을 채워야 할 때지요.”
그 말은 곧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 후부터는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서로 밥을 나누고, 벽을 고쳐주고, 웃으며 안부를 물었다.
마을은 더 이상 굶주림과 비난으로 가득한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복이 되어가는, 조용한 기적의 땅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막돌은 다시 산길을 올랐다.
손에는 도깨비 방망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바위 아래 익숙한 자리에 다다르자, 어스름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일렁였다.
그곳에는, 다시 도깨비가 앉아 있었다.
예전처럼 긴 수염, 붉은 눈동자. 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색이 돌았다.
막돌은 방망이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
“제 그릇은 이만하면 족하오니, 이제는 이 복을 다른 곳으로 흘려 보내주시옵소서.”
도깨비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방망이를 받아 들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이 방망이를 가진 자는 많았지. 하지만 방망이를 내려놓은 자는… 너 하나였구나.”
그는 방망이를 품에 넣으며 웃었다.
“그대의 마음은, 이미 복이 되었네. 진짜 도깨비는… 방망이를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복을 나누는 자일세.”
막돌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방망이 없는 삶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삶은 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웠다.
그의 주머니엔 금 한 닢 없었고, 집은 여전히 작았지만,
그를 향한 사람들의 미소는 커졌고, 마음의 그릇은 더 넓어졌다.
※ 전설이 된 사내, 복을 심은 마을
그로부터 몇 해가 흘렀다.
산골 마을은 더 이상 궁핍하고 음침한 곳이 아니었다.
무너졌던 담장이 다시 세워졌고, 굶주리던 아이들 얼굴엔 살이 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밥을 나누고, 병이 나면 함께 약초를 구했다.
그 중심엔 여전히 막돌이 있었다.
이제는 움막도 아닌, 정갈한 흙집에 살며 밭을 일구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막돌이라 부르지만’, 사람들은 그를 ‘막선생’, 혹은 ‘복심이’라 불렀다.
처음엔 놀림처럼 붙은 별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존경과 사랑이 담긴 이름이 되었다.
한 아이가 그에게 물었다.
“막선생님, 도깨비 방망이로 정말 금도 나오고, 쌀도 나왔어요?”
막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처음엔 그랬지. 내 눈앞에 진짜로 금덩이와 비단이 쏟아졌단다.”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왜 더 안 쓰셨어요? 부자 되실 수 있었잖아요!”
막돌은 잠시 말없이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흙을 가리켰다.
“여기 봐라. 이 밭엔 내가 직접 심은 배추가 자라고 있지? 이 밥도, 이 옷도 다 이 손으로 지은 거다.
방망이는 복을 쏟아줬지만, 내가 심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복은 오래 가지 못했단다.”
“그럼 진짜 복은 뭐예요?”
“진짜 복은… 내가 심고, 내가 땀 흘려 얻은 것이고, 무엇보다… 남과 나눌 수 있는 것이란다.”
아이들은 한참을 말없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막돌의 집 마당 너머로 이웃집 노파가 넘어졌다.
아이들은 우르르 달려가 노파를 부축했고, 막돌은 황급히 지게를 꺼내 등을 내밀었다.
아무 말 없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그 모습 속에, 이 마을의 오늘이 있었다.
그날 밤.
막돌은 자신의 낡은 벽장 속에서 작은 종이 꾸러미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누렇게 바랜 쪽지가 들어 있었다.
도깨비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릇이 큰 자는, 방망이 없이도 복을 품는다.”
그는 조용히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도깨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지만, 막돌은 알고 있었다.
그 존재가 전해준 것은 ‘금’도, ‘쌀’도 아닌, 복을 나누는 삶의 철학이었다는 걸.
그 후, 도깨비 방망이에 대한 이야기는
마을 어귀 장터에서, 아이들의 입을 통해, 그리고 바람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을 떠돌았다.
“옛날 옛적에, 도깨비에게 방망이를 받은 사내가 있었단다.
그는 복을 욕심내지 않고, 나눴단다.
그래서 결국 방망이는 사라졌지만, 복은 마을 전체에 머물렀지.”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잠시 멈춰 생각했고,
그 중 몇은 그날부터 나눔을 실천했다.
그렇게 도깨비 방망이는 전설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에 남는 복.
그 복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복이 깃들 자격이 있는 이에게, 조용히 다가가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복은, 받을 자격 있는 자보다 나눌 준비가 된 자에게 간다네.”
※ 도깨비는 지금도 우리 곁에
시끌벅적한 장터 한쪽, 허름한 평상에 앉은 한 노인이 손주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슬쩍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웃는다.
“그래서 말이지, 그 막돌이란 양반은 결국 부자도 아니고, 벼슬도 안 했지만, 그보다 훌륭한 이름을 남겼단다.”
“도깨비 방망이요?”
“그렇지. 하지만 방망이보다 더 대단한 건, 그 양반 마음이었지.”
노인은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복이라는 건 말이야, 얻는 게 아니라 지키고, 나누는 거란다. 그걸 아는 사람에게 진짜 도깨비가 복을 맡기는 거야.”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도깨비는… 지금도 있어요?”
노인은 말없이 웃었다.
그 미소 속엔 긴 세월이 담긴, 어떤 믿음이 담겨 있었다.
그날 밤, 아이는 잠자기 전 조용히 손을 모았다.
“도깨비야, 나도 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되게 해줘.”
달빛이 방 안을 환히 비추고,
창문 너머 어디선가,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조용히 들리는 듯했다.
그것은 분명,
복을 맡긴 자가 흘린 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유튜브 영상용 엔딩멘트
도깨비 방망이는 한 방에 인생을 바꾸는 행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진짜 복은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나눌 줄 아는 그릇이 있다면, 방망이 없이도 삶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울림이 되었길 바랍니다.
다음 영상에서도 전해지는 지혜와 따뜻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