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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망이의 진짜 주인은 , 착한 나무꾼이 마주한 밤 『오주연문장전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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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 그런데 여러분, 이 방망이에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옛 문헌 『오주연문장전산고』에 기록된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결말과는 사뭇 다릅니다. 가난하지만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 방망이를 손에 넣은 뒤 마주하게 된 뜻밖의 진실! 과연 그 반전은 무엇일까요? 오늘 밤, 그 신비롭고도 깊은 사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불 덮고 편안히 들어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찢어지게 가난해도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던 효자 나무꾼 돌쇠. 어느 비 오는 날 밤, 산속 폐가에서 도깨비들의 잔치를 엿보다가 우연히 신비한 '도깨비 방망이'를 손에 넣게 됩니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팔자를 고치나 싶었던 순간, 돌쇠는 방망이가 만들어낸 금은보화에서 충격적인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데...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깊이 있는 옛날이야기 한 자락을 선사합니다. 잠자리에 들어 편안하게 감상해 보세요.
※ 가난한 효자 돌쇠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곰방대 물고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저기 강원도 산골, 첩첩산중이라 해가 하루에 꼬리만 잠깐 보여주고 넘어가는 깊은 골짜기에 돌쇠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지요. 이름은 돌처럼 단단해라 지었건만, 마음씨는 어찌나 무르던지 동네 강아지가 짖어도 먼저 길을 비켜주는 순둥이 중의 순둥이였습니다.
돌쇠네 집이라 해봐야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눈이 오면 눈이 들이치는 낡은 초가삼간이었습니다. 기둥은 기울어지고 서까래는 썩어들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끼익, 끼익' 하고 앓는 소리를 냈지요. 그곳에는 거동이 불편해 방 아랫목을 지키고 계신 눈먼 홀어머니가 계셨습니다. 돌쇠는 그 어머니를 하늘처럼 떠받드는 효자였습니다.
어느 늦가을 아침이었습니다. 문풍지가 덜덜 떨릴 정도로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쳤습니다. 돌쇠는 얇은 무명 저고리 하나만 걸친 채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몸이 절로 웅크려졌지만, 돌쇠는 짐짓 씩씩한 목소리로 방 안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어머니! 저 산에 다녀오겠습니다요. 오늘은 꿈자리가 좋은 게, 꼭 굵직한 참나무를 만날 것 같습니다. 나무 많이 해다가 장터에 팔아서, 어머니 좋아하시는 달달한 조청이랑 흰 쌀 한 됫박 사 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셔요."
방 안에서는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와 함께 어머니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아이고, 내 새끼... 밖이 이리 추운데 홑겹 옷을 입고 어딜 간다는 게냐. 쌀이고 조청이고 다 필요 없다. 그저 네 몸 하나 성히 다녀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다. 산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거라."
"에헤이, 어머니도 참. 제가 누굽니까? 이 동네에서 다리 튼튼하기로 소문난 돌쇠 아닙니까. 걱정 붙들어 매시고 따뜻하게 계셔요."
돌쇠는 지게를 짊어지고 산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사실 돌쇠의 속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제도 굶고 그제도 묽은 죽 한 그릇으로 때운 터라,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산을 오르는데 눈앞이 핑 돌고 하늘이 노랗게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었습니다.
'내가 쓰러지면 우리 어머니는 누가 돌보나. 정신 차리자, 돌쇠야. 오늘 나무 한 짐 못 하면 내일은 정말 굶어야 한다.'
돌쇠는 가파른 비탈길을 네 발로 기어오르다시피 했습니다. 앙상한 손마디는 거친 나무껍질에 쓸려 생채기가 났고, 짚신은 다 해져서 발가락이 삐져나왔습니다. 숲속 어디선가 까마귀가 '까악, 까악' 하고 불길하게 울어댔지만, 돌쇠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끼질을 했습니다.
"어이차! 어이차!"
빈속을 울리는 도끼질 소리가 산골짜기에 메아리쳤습니다. 그렇게 해가 서산마루에 걸릴 때까지, 돌쇠는 쉴 새 없이 나무를 했습니다. 땀이 식어 등골이 서늘해질 무렵, 지게에는 제법 묵직한 나뭇짐이 쌓였지요.
"휴우, 이 정도면 쌀 두어 됫박은 받을 수 있겠다. 어서 가서 어머니 죽이라도 끓여드려야지."
돌쇠가 지게를 짊어지려고 무릎에 힘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천둥이 '우르릉 쾅쾅!' 하고 쳤습니다. 심상치 않은 밤의 시작이었습니다.
※ 비 내리는 산속 폐가
빗방울이 어찌나 굵은지 돌멩이가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순식간에 온 산이 물바다가 되었지요.
돌쇠는 무거운 지게를 지고 허둥지둥 비를 피할 곳을 찾았습니다. 발은 진흙탕에 푹푹 빠지고, 나뭇가지는 사정없이 얼굴을 때렸습니다.
"아이고, 이를 어쩐다. 이 밤중에 산속에서 길을 잃으면 호랑이 밥이 될 텐데... 어머니, 우리 어머니 배고프셔서 어쩌나..."
돌쇠는 두려움보다 어머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산속을 헤매던 돌쇠의 눈에 저 멀리 희미한 윤곽이 들어왔습니다.
번개가 '번쩍!' 하고 칠 때 보니, 다 쓰러져가는 폐가 한 채가 덩굴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흉가였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돌쇠는 지게를 처마 밑에 겨우 밀어 넣고, 문짝이 다 떨어져 나간 방 안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시지요? 지나가던 나무꾼인데 비 좀 피하겠습니다요."
대답은 없고 빗소리만 요란했습니다. 방 안에서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썩은 나무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돌쇠는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젖은 몸을 떨었습니다. 배에서는 천둥소리보다 더 큰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배고프다... 춥고 배고프고... 내 팔자는 왜 이리 기구한가. 남들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고구마나 까먹고 있을 텐데."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렇게 비에 젖은 채 꾸벅꾸벅 조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엔 빗소리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쿵, 쿵, 쿵' 하는 묵직한 발자국 소리였습니다. 산짐승인가 싶어 숨을 죽이고 있는데, 걸걸한 말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우, 춥다 추워! 오늘따라 비가 왜 이리 억수같이 쏟아진다냐?"
"형님, 그러니까 내가 오늘 날궂이 한다고 했잖소. 배도 고픈데 어디 가서 밥이나 좀 먹읍시다."
사람 목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 울음소리 같기도 한 기괴한 목소리였습니다. 돌쇠는 깜짝 놀라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만 기절초풍할 뻔했습니다.
번개가 칠 때마다 드러난 그들의 정체는 바로 도깨비였습니다! 머리에는 뿔이 우뚝 솟았고, 눈은 시퍼런 불꽃처럼 타올랐으며, 온몸에는 털이 북슬북슬한 괴물들이었지요. 한두 놈도 아니고 대여섯 놈이 우르르 몰려와 폐가 마루에 걸터앉는 것이었습니다. 돌쇠는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히익! 도, 도깨비다! 내가 호랑이 피하려다 도깨비 소굴로 들어왔구나. 이제 꼼짝없이 죽었네, 죽었어!'
돌쇠는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납작 엎드렸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려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도깨비들은 돌쇠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는데, 그것은 울퉁불퉁하고 기묘하게 생긴 방망이였습니다.
※ 도깨비들의 난장판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속 폐가, 얇은 문종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돌쇠와 도깨비들의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돌쇠는 오금이 저려 도망칠 수도 없었지요. 대장 도깨비가 방망이를 어깨에 척 걸치며 말했습니다.
"야, 이 녀석들아. 배고파서 현기증 난다. 오늘은 뭘 좀 먹어볼까? 저기 아랫마을 최 부자네 환갑잔치 음식이 기가 막히다던데?"
"좋습지요, 형님! 쫄깃한 떡이랑 기름진 전이랑, 아! 그 집 술맛이 아주 꿀맛이라더군요. 얼른 좀 꺼내보십쇼!"
쫄병 도깨비들이 입맛을 다시며 재촉했습니다. 그러자 대장 도깨비가 방망이를 높이 쳐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신묘한지, 듣는 돌쇠의 귀가 멍해질 정도였습니다.
"나와라 뚝딱! 나와라 뚝딱! 최 부자네 잔칫상 음식들아, 식기 전에 썩 이리로 오너라 뚝딱!"
그리고는 방망이로 마루바닥을 '쾅!' 하고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텅 비어있던 마루 위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진수성찬이 차려진 것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갈비찜, 그리고 동동주가 가득 담긴 술독까지!
방 안에 숨어있던 돌쇠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며칠을 굶은 돌쇠에게 그 음식 냄새는 고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전 하나만 주워 먹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지요.
도깨비들은 신이 나서 잔치를 벌였습니다.
"캬아! 술맛 좋다! 역시 남의 집 술이 제일 맛있어!"
"이 고기 좀 봐라. 입에서 살살 녹는다, 녹아. 형님, 한 잔 더 받으십쇼!"
도깨비들은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난장을 피웠습니다. 돌쇠는 그 모습을 훔쳐보며 생각했지요.
'저 방망이... 저것만 있으면 우리 어머니 평생 배 곯지 않게 해 드릴 수 있을 텐데. 쌀밥에 고깃국 실컷 드시게 할 수 있을 텐데...'
두려움 속에서도 돌쇠의 눈은 보물단지 같은 저 방망이에 꽂혀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술에 거나하게 취한 도깨비들이 하나둘씩 곯아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끄어억... 배부르다. 이제 잠이나 좀 자자. 내일은 김 대감네 곳간이나 털어볼까?"
대장 도깨비도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방망이를 옆에 팽개쳐둔 채 대자로 뻗어버렸습니다. 곧이어 '드르렁~ 드르렁~' 하는 코골이 소리가 폐가를 진동시켰습니다.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산 너머에서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오고, 멀리서 새벽닭 우는 소리가 '꼬끼오~' 하고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도깨비들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히익! 벌써 아침이다! 날 샌다, 날 새! 얘들아, 튀어라!"
도깨비들은 아침 햇살을 제일 무서워한다더니, 허둥지둥 짐을 챙길 새도 없이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놈도 있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놈도 있었지요. 그런데 정신이 얼마나 없었는지, 대장 도깨비가 그 귀한 방망이를 마루에 덩그러니 놓고 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돌쇠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용기를 내어 방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텅 빈 마루에는 도깨비들이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와 함께, 문제의 그 방망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돌쇠는 떨리는 손으로 방망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묵직하고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습니다.
※ 뜻밖의 횡재와 의문
돌쇠는 도깨비 방망이를 품에 안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게도, 나무도 다 버려두고 오직 방망이 하나만 챙겨서 산을 내려왔지요.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도깨비들이 다시 찾으러 올까 봐 겁이 나기도 했고, 빨리 어머니께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밤새 아들을 기다리다 문지방에 기대어 쪽잠이 들어 계셨습니다. 찬 이슬을 맞아 축축해진 어머니의 옷자락을 보니 돌쇠의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일어나 보세요, 얼른요!"
돌쇠의 다급한 목소리에 어머니가 부스스 눈을 뜨셨습니다.
"아이고, 돌쇠냐? 무사히 왔구나. 밤새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어찌 되었나 걱정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
"다친 게 대수입니까? 어머니, 제가 대박을 터뜨렸어요! 글쎄 제가 산에서 도깨비를 만났는데, 이 요술 방망이를 주웠지 뭡니까!"
"뭐라? 도깨비? 얘가 밤새 비를 맞더니 헛것을 봤나 보구나. 쯧쯧..."
어머니는 믿지 않으셨습니다. 돌쇠는 억울해서 펄쩍 뛰었지요.
"아니라니까요! 어머니, 지금 제일 드시고 싶은 게 뭐예요? 말씀만 하세요. 제가 다 보여드릴게요!"
어머니는 아들이 하도 졸라대니 못 이기는 척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습니다.
"글쎄다... 평생 소원이 따뜻한 쌀밥에 소고기 미역국 한 그릇 먹어보는 것이긴 하다만..."
돌쇠는 비장한 표정으로 마당 한가운데 섰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도깨비들이 했던 걸 흉내 내어 방망이를 높이 쳐들었습니다.
"나와라 뚝딱! 어머니 드실 쌀밥이랑 소고기 미역국, 얼른 나와라 뚝딱!"
'쿵!' 하고 땅을 내리치는 순간,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텅 빈 마당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놋그릇이 나타난 것입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과 고기가 듬뿍 들어간 미역국이 떡하니 차려져 있었지요. 앞을 잘 못 보시는 어머니도 구수한 냄새에 눈이 휘둥그레지셨습니다.
"이, 이게 무슨 냄새냐? 정말 밥이 생긴 게냐?"
"그렇다니까요! 어머니, 이제 우리 고생 끝났어요! 우리도 부자라고요!"
돌쇠는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욕심이 생긴 돌쇠는 이번엔 더 큰 것을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우리 집 다 채울 만큼 쏟아져라 뚝딱!"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당에 누런 금덩어리와 하얀 은덩어리가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짤랑짤랑' 하는 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지요. 돌쇠는 금덩이 더미에 파묻혀 행복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돌쇠가 큼지막한 금괴 하나를 집어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습니다.
"어? 이게 뭐지?"
금괴 귀퉁이에 붉은색 낙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는데, 그것은 '김(金)' 자였습니다. 그것도 그냥 글자가 아니라, 아랫마을 제일가는 부자 김 첨지네 집 곳간에 있는 물건에만 찍히는 특유의 문양이었지요. 지난번 김 첨지네 집에 나무를 해주러 갔다가, 곳간 문이 열렸을 때 얼핏 보았던 바로 그 금괴였습니다.
돌쇠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이게 김 첨지네 금괴라면... 혹시 이 방망이가 없던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남의 집에 있는 걸 훔쳐오는 건가?'
돌쇠는 떨리는 손으로 아까 나온 쌀밥 그릇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릇 바닥에도 '최(崔)' 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어젯밤 도깨비들이 '최 부자네 잔칫상'이라고 했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 이건 요술이 아니라 도둑질이었구나."
돌쇠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습니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어도 남의 물건에 손 한번 댄 적 없이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둑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 방망이의 비밀
마당에 수북이 쌓인 금은보화가 햇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났지만, 돌쇠의 눈에는 그것들이 더 이상 보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뜨겁게 달궈진 숯덩이처럼 느껴졌지요. 돌쇠는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이걸 어쩐다... 남의 것을 훔치다니. 관아에 끌려가서 곤장을 맞으면 어쩌지? 아니, 그보다 어머니가 아시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돌쇠는 방 안에 계신 어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차려준 밥상을 앞에 두고도 숟가락을 들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신 게지요. 돌쇠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목소리가 덜덜 떨렸습니다.
"어머니... 용서하세요. 제가 큰 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돌쇠야, 그게 무슨 소리냐? 밥이랑 금은보화가 생겼는데 왜 죄를 지었다는 게냐?"
"이 방망이가... 요물이어요. 새 물건을 만들어내는 신통방통한 물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의 곳간에 있는 걸 훔쳐오는 도적의 물건이었습니다. 저 금괴에 김 첨지네 낙인이 찍혀 있어요. 아까 나온 밥도 최 부자네 그릇이고요."
어머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평생 굶주리면서도 "남의 집 담장 너머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가르치셨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더듬더듬 아들의 손을 찾아 꼭 잡으셨습니다. 거칠고 마른 손이었지만, 그 악력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했습니다.
"돌쇠야, 네 말이 정말이냐? 우리가 지금 남의 피땀을 훔쳐다가 잔치를 벌이려 했단 말이냐?"
"네, 어머니. 제가 어리석어서 미처 몰랐습니다. 당장 배고픈 것에 눈이 멀어 그만..."
돌쇠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마당에 쌓인 저 엄청난 재물이라면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첨지처럼 비단 옷을 입고, 기름진 고기를 먹으며, 굽실거리는 하인들을 부릴 수도 있겠지요. 이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눈 딱 감고 모른 척한다면 말입니다. 악마의 유혹은 달콤했습니다.
'김 첨지는 소작농들 등골을 빼먹는 나쁜 놈이잖아. 저놈 물건 좀 가져온다고 해서 천벌을 받진 않을 거야. 우리도 한 번쯤은 잘 살아봐야지.'
돌쇠의 마음속에서 욕심이라는 놈이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은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눈이 돌쇠의 양심을 찌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잠시 침묵하시더니, 낮고 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돌쇠야. 저 금덩이가 우리를 당장 배부르게 해 줄진 몰라도, 결국엔 우리 영혼을 갉아먹을 게다. 훔친 밥을 먹고 살이 찐들, 그게 사람의 삶이겠느냐? 짐승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
"어머니..."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양심을 파는 건 부끄러운 짓이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뭐라 하셨느냐? '가난해도 비굴하지 않게, 당당하게 살라'고 하셨지 않느냐."
어머니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돌쇠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돌쇠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 잠깐의 배부름 때문에 평생을 도둑놈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이 더러운 재물들, 당장 다 돌려보내겠습니다."
하지만 돌쇠는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냥 돌려보내자니 뭔가 아쉬웠습니다. 김 첨지는 고리대금으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독한 부자였으니까요. 기왕 훔쳐온 거, 뭔가 좋은 일에 쓸 수는 없을까? 그때 돌쇠의 머릿속에 기막힌 생각이 스쳤습니다.
※ 어머니의 지혜
돌쇠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슬픔과 후회는 사라지고, 무언가 결단에 찬 빛이 감돌았습니다.
"어머니!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어차피 이 방망이가 물건을 옮겨오는 거라면, 그리고 우리가 이 방망이를 다시는 안 쓸 작정이라면,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쓰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이라니? 또 무엇을 훔치려느냐?"
"아닙니다. 훔치는 게 아니라 나누려는 겁니다.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지금 마을에 흉년이 들어 다들 굶어 죽게 생겼잖아요. 뒷집 박 서방네는 며칠째 굴뚝에 연기가 안 나고, 건너편 칠성네 아이는 젖이 안 나와 울기만 한답니다. 그런데 김 첨지는 쌀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쥐새끼 한 마리 얼씬 못 하게 지키고 있어요."
돌쇠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 쌀을 가져다가... 박 서방네, 칠성네, 굶고 있는 사람들 마당에 몰래 갖다 놓는 겁니다. 의적 홍길동처럼요! 김 첨지가 백성들에게 뺏은 걸 다시 돌려주는 셈 치고요."
어머니는 잠시 침묵하셨습니다. 방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허허... 네 녀석, 머리가 제법이구나.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는 건 도둑질이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건 활인(活人)이다. 김 첨지에게는 미안한 일이나, 그도 덕을 쌓게 해 주는 셈 치자꾸나. 대신, 이 일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너와 나만 알아야 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말이다."
어머니의 허락이 떨어지자 돌쇠는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는 서둘러 채비를 했습니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그믐달마저 구름 뒤로 숨은 칠흑 같은 밤, 돌쇠는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마을 뒷동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바람이 '휘이잉' 불어와 돌쇠의 옷자락을 흔들었습니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죽은 듯 고요했습니다. 집집마다 불은 꺼져 있었고, 간간이 배고파 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만이 밤공기를 타고 들려왔습니다. 저 멀리 으리으리한 기와집, 김 첨지네 집만이 담벼락마다 횃불을 밝혀놓고 있었습니다.
돌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단전에서부터 기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김 첨지네 곳간을 향해 방망이를 겨누었습니다.
"자, 방망이님. 이게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일 겁니다. 김 첨지네 곳간 쌀가마니들아, 잘 들어라! 너희는 거기서 썩어가고 있을 운명이 아니다!"
돌쇠는 나지막하지만 힘차게 주문을 외웠습니다.
"나와라 뚝딱! 김 첨지네 쌀가마니, 비단 옷감, 소금 단지들아! 모두 나와서 박 서방네 마당으로, 홀로 사는 칠성네 부엌으로, 아이 딸린 과부 댁 장독대로... 가난한 이웃들 집집마다 골고루 날아가라 뚝딱!"
'쿵!' 하고 땅을 내리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김 첨지네 곳간 문이 '덜컹'거리더니, 하얀 물체들이 둥둥 떠올라 밤하늘을 가로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수백 마리의 백로 떼가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얀 구름 조각이 흐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쌀가마니들은 소리 없이 밤하늘을 날아, 가난한 초가집 마당마다 정확하게 '툭,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돌쇠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밤새도록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이건 병든 노모가 계신 최 씨네 집으로 가라 뚝딱!"
"이 소금은 김치도 못 담그는 순이네 집으로 가라 뚝딱!"
신비한 바람 소리가 밤새 마을을 휘감았습니다. 돌쇠의 팔은 빠질 듯이 아팠지만, 가슴은 터질 듯이 뜨거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도깨비의 장난이 아닌, 하늘의 뜻을 행하는 기분일까요. 마지막 쌀가마니가 가장 가난한 집 마당에 안착할 때까지, 돌쇠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 진정한 부자
다음 날 아침, 마을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해가 뜨자마자 동네방네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여보게! 자네 집 마당에도 쌀이 왔나? 이게 웬일인가!"
"세상에! 우리 집 부엌에 쌀독이 가득 찼어! 하늘에서 쌀비가 내렸나 봐! 아이고,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기적을 확인했습니다. 굶어서 퉁퉁 부었던 아이들은 하얀 쌀밥을 입안 가득 넣고 오물거렸고, 근심이 가득했던 어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잔칫날처럼 들썩였지요.
반면, 마을 저 아래 김 첨지네 기와집에서는 곡소리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아이고! 도둑이야! 내 쌀! 내 비단! 어떤 놈이 다 털어갔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자물쇠도 그대로인데 쌀만 쏙 빠져나갔어! 아이고 내 돈!"
김 첨지는 땅바닥을 구르며 통곡했지만, 범인의 흔적은 털끝만큼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관아의 포졸들이 출동해서 샅샅이 뒤졌지만, 문이 부서진 흔적도 발자국도 없으니 도깨비 조화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속으로 "천벌을 받았다"며 고소해했습니다.
돌쇠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자신의 집 마당에는 쌀 한 톨 남기지 않았지만, 배부르게 웃는 이웃들을 보니 천하를 다 얻은 듯 배가 불렀습니다.
돌쇠는 집으로 돌아와 마당 한구석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처음에 욕심부려 불러냈던, 자신을 시험에 들게 했던 금은보화가 여전히 쌓여 있었습니다. 돌쇠는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들어 올렸습니다.
"금덩이야, 은덩이야. 너희는 우리 것이 아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김 첨지네 안방으로 돌아가라 뚝딱!"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금은보화는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화려하게 빛나던 마당이 다시 휑한 흙바닥으로 변했지만, 돌쇠의 마음은 오히려 깃털처럼 가벼워졌습니다. 이제 남은 건, 어젯밤 처음에 불러냈던 식어빠진 쌀밥과 미역국뿐이었습니다.
돌쇠는 어머니 상을 정성스레 다시 차려드렸습니다.
"어머니, 다 해결했습니다. 금은 돌려주고, 쌀은 나눴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 식은 밥 한 그릇뿐이네요."
어머니는 식은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시며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따뜻하구나. 밥은 차갑게 식었지만, 네 마음이 따뜻하니 내 속이 다 덥혀지는구나. 내 아들이 마을 사람들을 다 살렸으니, 너는 이제 나무꾼이 아니라 의인이다."
"어머니...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밥 한 그릇이면 족하다. 훔친 재물로 쌓은 금성보다, 마음 편한 초가삼간이 낫지 않더냐. 오늘 밤은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구나."
그날 밤, 돌쇠와 어머니는 모처럼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었지만, 마음만은 세상 누구보다 부자였습니다.
다음 날 새벽, 돌쇠는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고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갔습니다. 이 방망이가 세상에 남아있으면 언젠가 또다시 누군가의 욕심을 부추기고, 죄를 짓게 만들 것이 뻔했으니까요.
"고마웠다, 방망이야. 네 덕분에 어머니께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했고, 마을 사람들도 살렸다. 하지만 너는 인간 세상에 있으면 안 될 물건이다. 부디 여기서 영원히 잠들거라."
돌쇠는 땅을 깊이 파고 방망이를 묻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려놓고, 흙으로 덮어 아무런 표식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돌쇠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는 여전히 가난한 나무꾼으로 살았습니다. 가끔은 끼니를 걱정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더 이상 가난을 부끄러워하거나 남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누가 쌀을 가져다줬는지 끝내 몰랐지만, 돌쇠네 집에서는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돌쇠가 나무를 하러 가는 날이면 산짐승들도 길을 비켜주고, 유난히 질 좋은 나무들이 눈에 잘 띄었다고 하니, 아마도 하늘이 돌쇠의 예쁜 마음을 알고 복을 내려주신 게 아닐까요?
유튜브 엔딩 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오주연문장전산고] 속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 어떠셨나요?
우리가 흔히 알던 '금 나와라 뚝딱'이 사실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있는 것을 가져오는 '이동'의 마법이었다니,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이지요? 이 옛날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노력 없이 얻은 재물은 결국 누군가의 손해일 수 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우리 주인공 돌쇠는 그 엄청난 유혹을 뿌리치고, 나눔을 선택했습니다. 눈앞의 황금보다 양심을 지킨 돌쇠와, 아들에게 "가난해도 당당하라"고 가르친 어머니의 지혜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진정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욕심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욕심보다는 평안이, 걱정보다는 감사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꾹~ 눌러주세요.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이 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만드는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저는 다음에 더 신비하고 유익한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시고, 안녕히 주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