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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방망이로 부자된 농부 , 이웃의 욕심이 불러온 파멸 『기문총화』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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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300자)

    "아이고, 도깨비님! 제발 목숨만" 나무하러 갔다가 길을 잃은 착한 농부 박 서방. 하필이면 도깨비 소굴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무시무시한 도깨비들이 박 서방을 해치기는커녕,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방망이를 쥐여줍니다. "이 방망이로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 과연 박 서방은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기문총화』에 실린 신비한 이야기.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농부가 우연히 도깨비 방망이를 얻게 됩니다. "금 나와라 뚝딱!" 빈 쌀독은 금세 쌀로 가득 차고, 허름한 초가집은 기와집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이 소문을 들은 욕심쟁이 이웃, 최 부자가 가만있을 리 없겠죠? 착한 농부에게는 복을, 악한 자에게는 벌을 내리는 도깨비의 신통방통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가난하지만 선량한 농부

    해가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지고, 쌀쌀한 저녁 바람이 문풍지를 울리는 어느 산골 마을. 가장 후미진 곳,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볏짚 이엉 초가집에서 콜록, 콜록, 애간장을 끊는 기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머니, 기침이 또 괜찮으십니까." 마흔 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총각 신세인 농부 박 서방이, 짚으로 엮은 이불을 노모의 어깨까지 끌어올렸다. 늙은 어머니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을 들어 아들의 거친 손을 잡았다. "괜찮다 괜찮고말고. 그보다 네가 저녁을 굶었을까 봐"

    박 서방의 마음이 미어졌다. 집안 형편은 '가난'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몇 년째 이어진 흉년과 과중한 세금에, 나날이 입에 풀칠하기조차 버거웠다. 그나마 있던 좁쌀 한 줌마저 어제 다 떨어졌다. 박 서방은 애써 웃으며 노모를 안심시켰다. "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오늘 아랫마을 김 영감 댁 일을 도와주고 쌀 아니, 콩 한 줌을 얻어왔습니다. 금세 맛있는 죽을 쑤어 올리겠습니다." 거짓말이었다. 김 영감 댁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라, 품삯 대신 낡은 짚신 한 켤레를 얻어온 것이 전부였다.

    그는 부엌으로 나가, 흙먼지가 쌓인 쌀독을 열었다. 쌀독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금이 간 항아리였다. 그는 항아리 바닥에 손을 넣어, 쌀알 몇 톨과 먼지, 벌레 먹은 콩알까지 싹싹 긁어모았다. 한 줌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모자(母子)의 마지막 양식이었다. 박 서방은 그것을 박박 씻어, 물을 넉넉히 붓고 불을 지폈다. '어머니라도 어머니라도 드시게 해야지.' 그는 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애써 무시했다.

    죽이 끓는 동안, 그는 문득 처량한 제 신세를 돌아보았다. 남들은 이 나이에 자식새끼 거느리고 오순도순 산다는데, 자신은 늙은 노모 하나 제대로 봉양 못 하고 있었다. "에휴 못난 놈." 그가 아궁이에 마른 가지를 밀어 넣으며 한숨을 쉬는데, 밖에서 "게 있느냐! 박 서방, 있는가!"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이웃 마을에 사는 욕심쟁이 최 부자였다. 최 부자는 고리대금으로 온 마을의 땅을 사들인 자로, 인심이 야박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이고, 최 부자 영감. 어인 일이십니까." 박 서방이 황급히 나가 맞이했다.

    최 부자는 코를 찡그리며 박 서방의 초라한 행색을 훑어보았다. "쯧쯧 아직도 이러고 산단 말인가. 다름이 아니라, 내일모레가 내 환갑이라 잔치를 여는데, 땔감이 모자라. 자네가 산에 가서 나무 좀 한 지게 해다 주게. 품삯은 넉넉히 쳐주지." 넉넉히 쳐준다는 말은 빈말일 게 뻔했지만, 박 서방에게는 거절할 힘이 없었다. 땔감을 해주고 쌀 한 줌이라도 얻어야, 노모의 죽이라도 쑤어 드릴 수 있었다. "예 예, 영감. 내일 새벽같이 다녀오겠습니다."

    최 부자가 거들먹거리며 돌아가고, 박 서방은 다 끓은 죽을 그릇에 담았다. 항아리를 긁어모은 것이라, 멀건 물에 콩 몇 알 떠 있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것이라도 노모께 드려야 했다. "어머니, 죽입니다. 뜨거울 때 드십시오." 노모는 아들이 밖에서 최 부자와 나누는 이야기를 다 들었다. "이 이걸 네가 먹어야지, 이놈아. 내일 나무하려면 기력이 있어야지 어서" "아닙니다, 어머니. 저는 밖에서 벌써 배불리 먹었습니다." 박 서방은 또 거짓말을 했다. 노모는 아들의 속을 빤히 알면서도,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박 서방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내일은 내일은 꼭 쌀을 얻어와야 한다.'

    ※ 도깨비 소굴에 빠지다

    다음 날, 동이 트기도 전. 박 서방은 낡은 지게와 무뎌진 도끼를 챙겨 들고 산으로 향했다. 최 부자에게 줄 땔감도 땔감이지만, 노모의 약재로 쓸 도라지라도 몇 뿌리 캘 심산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굵은 나무가 있을 게야." 그는 평소 다니던 길을 벗어나, 짐승들만 다니는 험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며칠을 굶다시피 한 터라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노모의 기침 소리를 떠올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헤맨 끝에, 그는 제법 굵은 소나무 군락을 발견했다. "옳지! 여기구나!" 그는 신이 나서 도끼질을 시작했다. 쿵! 쿵! 쿵! 하지만 굶주린 배로는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남들 같으면 반나절이면 채울 지게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붙잡고 씨름해야 했다. 겨우 지게에 땔감을 가득 채우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이 이제 내려가야지. 도라지도 캐야 하는데"

    그가 지게를 지고 돌아서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너무 깊이 들어온 탓에, 내려가는 길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어 이쪽이 아닌가? 아까 저쪽 바위를 본 것 같은데" 사방은 온통 빽빽한 나무뿐이었다. 해는 벌써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산속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박 서방은 덜컥 겁이 났다. 이 산에는 밤이 되면 호랑이가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 안 되는데 어머니가 기다리시는데" 그는 지게를 짊어진 채, 무작정 내리막길로 보이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헤맸을까. 그는 그만 발을 헛디뎌,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으악!" 지게는 박살이 나고, 애써 모은 땔감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발목까지 심하게 접질린 듯,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아 아 이를 어쩐다" 해는 완전히 져버렸고,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박 서방은 절망했다. 이대로 산속에서 짐승의 밥이 되거나 얼어 죽을 판이었다.

    그는 절뚝거리며, 비바람이라도 피할 동굴이라도 찾기 위해 다시 기듯이 움직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 나무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부 불빛이다! 사 사람이 사는가!" 박 서방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불빛을 향해 절뚝거리며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산속에 있을 리 없는, 거대하고 낡은 기와집이었다. 하지만 집은 허물어지기 직전이었고, 창호지는 다 찢어져 을씨년스러웠다. 그런데도 안에서는,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게 웬 집이지? 오두막도 아니고" 박 서방은 조심스럽게 대문 틈으로 안을 엿보았다. 그리고 그는, 제 눈을 의심했다. "도 도깨비다!" 마당에는 불을 환하게 피워놓고, 머리에 뿔이 난, 붉고 푸른 도깨비 수십 마리가 뒤엉켜 춤을 추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걸쭉하다! 한 잔 더!" "이 고기 맛이 기가 막히구나!" 그들은 사람의 팔뚝만 한 고기를 뜯고, 항아리째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박 서방은 너무 놀라, 숨이 멎는 듯했다. '도 도깨비 소굴이다!'

    그는 소리도 못 내고 뒷걸음질 치려 했다. 그때, 그의 발에 나뭇가지가 밟혔다. "바스락!" 그 소리는 시끄러운 잔치 소리에도 불구하고, 도깨비들의 귀에 정확히 들렸다. "웬놈이냐!" 덩치가 산만 한 도깨비 하나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히 힉!" 박 서방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도깨비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를 꽁꽁 묶어 마당 한가운데로 끌고 갔다. "웬 인간 놈이냐! 감히 우리 잔치를 엿봐?" "삶아 먹을까? 구워 먹을까?"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그를 둘러쌌다. 박 서방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다.

    ※ 메밀죽이 제일 맛있다

    박 서방은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도깨비들의 마당 한가운데 내동댕이쳐졌다. 도깨비들은 그를 뱅 둘러싸고, 붉고 푸른 눈을 번뜩이며 입맛을 다셨다. "오랜만에 포동포동한 인간이로구나!" "저놈 다리부터 구워 먹자!" 쇠몽둥이처럼 굵은 도깨비 방망이가 박 서방의 코앞에서 휙휙 소리를 냈다. 박 서방은 눈을 질끈 감았다. 굶어 죽으나, 도깨비에게 잡혀 먹히나 매한가지였지만, 노모의 얼굴이 아른거려 눈물이 핑 돌았다. '어머니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그때, 도깨비들 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뿔이 긴, 우두머리로 보이는 도깨비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나섰다. "시끄럽다! 이놈들아! 잡아먹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 않으냐. 그전에, 이 인간 놈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박 서방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네 이놈, 인간아. 우리는 천 년 묵은 도깨비들이다. 세상의 온갖 맛있는 것은 다 먹어보았지. 그런데 요즘 통 입맛이 없구나. 네놈이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더냐?"

    박 서방은 어리둥절했다. 죽기 직전에, 이게 웬 뜬금없는 질문인가. 도깨비들이 차려놓은 잔칫상을 힐끗 보았다. 산해진미가 그득했다. 기름진 돼지고기 통구이, 산더미처럼 쌓인 전과 떡, 항아리 가득한 맑은 술. 박 서방은 며칠 굶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애써 참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 도깨비들은 나보다 훨씬 부자고, 못 먹어본 것이 없을 터. 여기서 어설프게 용봉탕이니 곰 발바닥이니 해봤자, 코웃음만 칠 게다.' 그는 며칠 전, 노모께 끓여 드렸던, 그 멀건 콩죽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평생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생각했다.

    "저 저, 도깨비님들." 박 서방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메밀죽'이옵니다." "뭐라고? 메밀죽?" 도깨비들이 술렁거렸다. "그게 무어냐? 쌀죽도 아니고, 팥죽도 아니고 거무죽죽하고 밍밍한 메밀죽?" 우두머리 도깨비가 눈을 부라렸다. "네 이놈, 감히 우리를 놀리느냐! 당장 이놈의 혀를 뽑아라!"

    "아 아닙니다! 도깨비님!" 박 서방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냥 메밀죽이 아니옵니다! 추운 겨울밤, 밖에서 꽁꽁 얼어붙은 몸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께서 쑤어 주시는 뜨끈한 메밀죽! 거기에 잘 익은 동치미 무 하나를 척 얹어 먹으면 그 그 맛은, 세상의 그 어떤 진수성찬과도 바꿀 수 없사옵니다. 얼었던 속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그 맛이야말로 흑 세상 으뜸이지요." 박 서방은 굶주림과 노모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렸다.

    도깨비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힘은 셌지만, 마음은 아이처럼 단순했다. '어머니가 쑤어 주는 뜨끈한 죽'이라는 말에, 그만 마음이 동한 것이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헛기침을 했다. "흐흠 그 메밀죽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맛이더냐?" "예 예! 그렇고말고요." 박 서방이 얼른 대답했다. "우리는 그런 건 먹어본 적이 없는데" 도깨비들이 수군거렸다. 박 서방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도깨비님들께서 절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제가 당장이라도 그 메밀죽을 쑤어 바치겠나이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박 서방을 빤히 쳐다보았다. "네 이놈, 거짓말이면 네놈의 뼈도 못 추릴 줄 알아라. 여봐라! 이놈의 밧줄을 풀어줘라! 그리고 당장 메밀을 가져다주어라!" 도깨비들은 신이 나서, 창고에서 메밀 한 가마니를 들고 왔다. 박 서방은 얼른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솜씨 좋게 메밀죽을 쑤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가 마당 가득 퍼져나갔다. 도깨비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았다. 박 서방은 정성껏 쑨 메밀죽을 도깨비들에게 한 그릇씩 돌렸다. "자 식기 전에 드셔보십시오."

    ※ 금 나와라 뚝딱!

    도깨비들은 뜨거운 메밀죽을 후후 불어가며 한입 떠먹었다. "호오?" "이 이 맛은!" 처음에는 밍밍한가 싶더니, 씹을수록 구수하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뜨끈한 기운이 박 서방이 말한 그대로였다.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이로구나!" "속이 다 풀린다!" 도깨비들은 순식간에 죽 한 그릇을 비우고는, 앞다투어 빈 그릇을 내밀었다. "한 그릇 더!" "나도!" 박 서방은 땀을 뻘뻘 흘리며 메밀죽을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이 먹던 산해진미는 이미 뒷전이었다.

    우두머리 도깨비는 메밀죽을 세 그릇이나 비우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듯 배를 두드렸다. "크하하! 과연. 인간 놈의 말이 맞았구나. 네놈 덕분에 천 년 만에 입맛을 찾았다." 도깨비들은 배가 부르자, 기분이 좋아져 박 서방의 곁에 둘러앉았다. "그런데 인간아, 너는 어찌 그리 꾀죄죄한 행색이냐? 혹시 가난하냐?" 한 도깨비가 물었다. 박 서방은 숨길 것도 없이, 늙은 노모를 모시고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제 처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땔감을 하러 왔다가 길을 잃은 사연까지.

    "에구 저런." 도깨비들은 의외로 마음이 여렸다. "그 메밀죽을 쑤어 준 어머니가 굶고 계신단 말이냐?" "흑흑 불쌍하구나." 도깨비들이 저들끼리 수군거리더니, 우두머리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네놈은 심성도 착하고, 우리에게 맛있는 메밀죽도 대접했으니 우리가 선물을 하나 주어야겠다." "예? 서 선물이라니요?" 박 서방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창고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낡고 때 묻은 방망이 하나를 들고 왔다. "자, 이걸 받아라."

    박 서방은 어리둥절했다. "이 이건 그냥 몽둥이 아닙니까?" "쯧쯧! 인간 놈이 뭘 모르는구나." 도깨비들이 킥킥거렸다. "그건 그냥 방망이가 아니야. '도깨비 방망이'라고 부르는 물건이지." "도깨비 방망이요?" "그렇다. 네놈, 집에 쌀독이 비었다고 했지? 집에 돌아가거든, 그 방망이로 빈 쌀독을 툭툭 치면서, '쌀 나와라 뚝딱!' 하고 외쳐보거라. 그럼 신기한 일이 벌어질 게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큼큼거리며 말했다. "어 쌀 쌀이 나온단 말씀이십니까?" 박 서방은 믿기지 않았지만, 도깨비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돈이 필요하면 '돈 나와라 뚝딱!', 옷이 필요하면 '옷 나와라 뚝딱!' 하면 된단다. 크하하!" 도깨비들이 박 서방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자, 이제 날이 밝으려 하니, 어서 가보거라. 이건 네가 잃어버린 땔감 대신이다." 도깨비들이 순식간에 튼튼한 지게에 땔감을 산더미처럼 쌓아주었다.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거라. 네 노모님 갖다 드려라." 우두머리 도깨비가 메밀 한 가마니와, 산삼처럼 보이는 약초 몇 뿌리까지 챙겨주었다. "고 고맙습니다! 도깨비님들! 이 은혜는" 박 서방이 넙죽 엎드려 절을 하자, 도깨비들이 손을 내저었다. "됐다, 됐어! 어서 가! 그리고 다시는 이리로 오지 마라! 귀찮으니까!" 도깨비들이 박 서방을 휙, 밀어내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산 중턱, 낯익은 길 위에 서 있었다. 거대한 기와집은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그의 손에는 낡은 방망이 하나와, 묵직한 지게, 그리고 메밀 가마니가 들려있을 뿐이었다. '꿈 꿈이 아니었구나!' 박 서방은 방망이를 고이 품에 안고, 절뚝거리는 다리도 잊은 채, 집을 향해 달려갔다.

    ※ 착한 부자가 되다

    박 서방은 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 "어머니!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노모는 밤새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문간에 나와 앉아 뜬눈으로 밤을 새운 참이었다. "아이고, 내 아들아! 이게 웬일이냐! 다리는 다리는 어찌 된 게야!" "어머니, 괜찮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박 서방은 지게에 가득한 땔감과 메밀 한 가마니, 그리고 산삼을 내려놓았다. 노모는 제 눈을 의심했다. "이 이게 다 어디서 난 게냐! 혹여, 네가 최 부자 영감 댁 물건에 손이라도" "아닙니다, 어머니! 산신령님 아니, 귀인을 만났습니다." 박 서방은 도깨비 이야기는 차마 못 하고, 얼버무렸다.

    그는 노모를 방 안에 모시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쌀독 아니, 금이 간 항아리를 마당에 꺼내놓았다. '설마 진짜로?' 그는 반신반의하며, 품속에서 낡은 방망이를 꺼냈다. 그리고 도깨비가 시킨 대로, 빈 항아리를 툭툭 치며 외쳤다. "사 쌀 쌀 나와라, 뚝딱!"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텅 비었던 항아리 안에서, 하얀 쌀이 뽀얀 쌀이 콸콸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 어! 어!" 박 서방은 놀라 뒷걸음질 쳤다. 쌀은 항아리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마당으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 그만! 쌀, 그만 나와라 뚝딱!" 그가 다급하게 외치자, 쌀이 쏟아지는 것이 뚝 멈췄다.

    "이 이게 진짜였구나!" 박 서방은 쌀을 한 움큼 쥐어보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최상급 쌀이었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번에는 낡은 돈궤를 가져왔다. "도 돈! 돈 나와라, 뚝딱!" 쨍그랑! 쨍그랑! 낡은 돈궤 안으로, 반짝이는 엽전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 하하 하하하!" 박 서방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크게 웃어보았다. 그는 당장 쌀로 밥을 짓고, 엽전을 들고 장에 가 고기와 비단, 그리고 노모의 약을 지어 왔다. 노모는 어리둥절했지만, 아들이 차려준 따뜻한 밥상과 약을 먹고, 금세 기력을 되찾았다.

    며칠 만에, 박 서방의 초가집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번듯한 기와집이 들어섰다. 창고에는 쌀가마니가 가득 쌓였고, 박 서방은 더 이상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며칠 만에 천지개벽을 한 박 서방의 집을 보고 수군거렸다. "아니, 박 서방이 벼락부자가 다 됐네!" "산삼이라도 캔 겐가?" "혹시 나쁜 짓을 한 건" 하지만 박 서방은 도깨비가 자신에게 복을 준 이유를 잊지 않았다. 그는 교만해지는 대신, 방망이를 조심스럽게 감추고, 착한 심성을 그대로 이어갔다.

    그는 가장 먼저, 굶주리고 병든 이웃들을 찾아갔다. "이 서방, 아이들이 굶는다지? 이 쌀 한 가마니 가져가게." "김 할머니, 약 지을 돈이 없다면서요. 이걸로" 그는 창고의 쌀을 풀어 마을 잔치를 열고, 빚에 쪼들리는 사람들의 빚을 몰래 갚아주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를 의심했지만, 그의 진심 어린 선행에 감복하여, 그를 '박 부자' 혹은 '박 보살'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역시 박 서방은 하늘이 도왔어." "저리 착하니 복을 받는 게지." 박 서방은 그렇게, 굶주린 이웃을 돕는 '착한 부자'가 되어, 노모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행복을 시기하는 눈이 있었으니 바로 욕심쟁이 최 부자였다.

    ※ 욕심쟁이 이웃의 최후

    욕심쟁이 최 부자는 제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집 땔감을 해주겠다던 비렁뱅이 박 서방이, 하루아침에 고을 제일의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저놈이 저놈이 내 땔감을 훔쳐다 팔아서? 아니야.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최 부자는 박 서방이 산에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얻어왔음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밤낮으로 사람을 시켜 박 서방을 감시했다. 하지만 박 서방은 그저 이웃을 도울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대체 무슨 수로!" 최 부자가 애를 태우던 어느 날, 박 서방의 집에서 일하던 하인 하나가 돈 몇 푼에 매수되어 비밀을 털어놓았다. "영감님 실은 박 서방님이 밤마다 아무도 몰래, 창고에서 낡은 방망이로 쌀독을 치면서 '쌀 나와라 뚝딱!' 하고 외칩니다요" "뭐? 도깨비 방망이라도 된다는 게냐!" 최 부자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하인의 말이 너무도 구체적이었다. 그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그 산! 그놈이 내 땔감을 하러 갔다가 길을 잃었다고 했지! 그 산에 무언가 있다!"

    최 부자는 당장 박 서방을 찾아갔다. "박 부자! 아니, 박 서방. 오랜만이네." 박 서방은 갑자기 찾아온 최 부자를 정중히 맞이했다. "아이고, 최 영감님. 어인 일이십니까." 최 부자는 음흉하게 웃으며 박 서방의 어깨를 쳤다. "자네, 요즘 아주 얼굴이 폈어. 다 알네. 자네가 그 산에서 기이한 물건을 얻었다는 거." 박 서방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그게 무슨" "시치미 떼지 말게! 자네, 도깨비 방망이를 얻었지?"

    박 서방은 정직한 사람이었기에,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어찌 아셨습니까." "하하하! 내 모를 줄 알고! 박 서방, 우리 사이에 뭘 그러나." 최 부자가 태도를 싹 바꾸어,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자네, 나한테 빚진 게 있지 않나. 자네 노모가 굶주릴 때, 내가 쌀을 꾸어주지 않았나?" (물론 그런 적은 없었다.) "그리고 내 땔감을 해 오기로 한 약속도 어겼지!" 박 서방은 당황했다. "영감님 그건" "됐다! 나도 자네처럼 부자가 되고 싶네. 나도 아니, 나도 그 방망이를 좀 얻어야겠네. 당장, 그 도깨비들이 산다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게!"

    박 서방은 기겁했다. "아 안 됩니다! 영감님! 그곳은 도깨비 소굴이라 위험합니다! 그리고 도깨비님들이 다시는 오지 말라고" "시끄럽다!" 최 부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이 정녕 날 안내하지 않겠다면 네놈이 도깨비와 내통하여 마을을 속였다고 관아에 고발할 것이다! 그럼 네 재산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험해질 게야!" 박 서방은 어쩔 수 없었다. 제 한 몸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노모까지 위험해질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가시지요.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저는 책임 못 집니다." 박 서방은 착한 심성 탓에, 최 부자의 악의를 끝까지 걱정했다.

    최 부자는 신이 나서, 박 서방에게 온갖 짐을 지우고 산을 올랐다. 그는 도깨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고급 비단과 술, 돼지고기까지 잔뜩 챙겼다. 박 서방은 겨우 기억을 더듬어, 며칠 전 굴러떨어졌던 그 낡은 기와집을 다시 찾아냈다. 날이 어두워지자, 아니나 다를까. 집 안에서 시끌벅적한 잔치 소리가 들려왔다.

    ※ 벌 받는 최 부자

    최 부자는 박 서방을 밀치고,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어이! 도깨비 양반들! 내가 왔소이다!" 도깨비들은 잔치를 벌이다 말고, 웬 기름진 인간이 쳐들어오자 어리둥절했다. "웬놈이냐!" 우두머리 도깨비가 몽둥이를 들고 나섰다. "아, 저 저놈은!" 박 서방을 알아본 도깨비들이 수군거렸다. "오지 말랬더니, 웬 뚱뚱보를 데려왔네!" 최 부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만하게 짐을 풀었다. "허허. 나는 아랫마을에 사는 최 부자라고 하오. 박 서방에게 얘기는 들었소. 이건 내가 가져온 선물이오. 한양에서 공수한 최고급 비단과 술이오."

    도깨비들은 선물에는 관심도 없고, 뚱한 표정으로 최 부자를 바라보았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물었다. "그래서? 용건이 뭐냐?" 최 부자는 속으로 '미련한 도깨비 놈들'이라 생각하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다른 게 아니라 나도 박 서방처럼 그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방망이를 좀 얻어갈까 해서" "오호? 네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아느냐?" 도깨비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요! 메밀죽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지요!" 최 부자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말이오 바로 '똥'이오! 똥!"

    "뭐라고?" 도깨비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아니, 그냥 똥이 아니라 인삼과 녹용만 먹고 싼, 아주 귀하고 누런 '황금 똥' 말이오! 그걸 꿀에 재웠다가 기름에 바싹 튀겨내면 그 맛이 크으! 기가 막히지! 어떠시오? 당장 대령할까요?" 최 부자는 도깨비들이 멍청해서, 가장 더러운 것을 가장 귀한 것으로 속이면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도깨비는 더러운 것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다.

    "이 이 더러운 인간 놈이!!" 우두머리 도깨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감히, 우리 신성한 잔칫상에 똥을 올려? 네놈이 정녕 죽고 싶구나!" "여봐라! 저놈의 주둥이에, 우리가 싸 놓은 똥을 모조리 처넣어라!" "예? 아 아니 도깨비님들! 농담 으읍!" 도깨비들이 최 부자를 붙잡아, 재래식 화장실로 끌고 가, 말 그대로 똥벼락을 안겼다. "으악! 살려줘! 더러워! 박 서방! 이놈!"

    최 부자는 똥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겨우 도망쳐 나왔다. 그는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 "이놈의 도깨비들! 감히 날 능욕해? 그래! 방망이! 방망이만 훔치면 된다!" 그는 도깨비들이 박장대소하며 저들끼리 노는 틈을 타, 몰래 창고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구석에 있던, 박 서방의 것과 똑같이 생긴 방망이를 훔쳐 들고는, 줄행랑을 쳤다. "하하하! 멍청한 놈들! 이젠 내가 부자다!" 박 서방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최 부자는 산을 내려간 뒤였다. 도깨비들은 그가 방망이를 훔쳐 가는 것을 보았지만, 그저 비웃을 뿐, 잡지 않았다. "쯧쯧 욕심이 과하면 어찌 되는지, 곧 알게 될 게다."

    최 부자는 똥 냄새를 풍기며 제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며칠간 씻지도 않고, 집안의 가장 큰 항아리를 마당에 내놓았다. "하하하! 이제, 이 항아리를 금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그는 방망이를 높이 들고 외쳤다. "금 나와라, 뚝딱! 더 많이! 금 나와라, 뚝딱!" 그러자, 방망이 끝에서 무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금이 아니었다. "어 어?"

    "꾸물 꾸물" "스르륵" 항아리 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금이 아니라 수백, 수천 마리의 징그러운 뱀과 두꺼비, 지네, 독충들이었다! "으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최 부자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지만, 독충들은 순식간에 마당을 뒤덮고, 그의 집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저리 가! 이놈들아!" 그는 방망이를 마구 휘둘렀지만, 뱀과 두꺼비는 더욱 많이 쏟아져 나왔다. 최 부자는 결국 제집 재산도,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알몸으로 도망쳐야 했다. 그는 순식간에 알거지가 되어, 마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한편, 박 서방은 그 후로도 도깨비 방망이를 현명하게 사용했다. 그는 방망이로 딱, 노모와 자신이 먹고 살 만큼의 쌀과 돈만 나오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그의 선행은 온 나라에 알려졌고, 그는 나라에서 큰 상까지 받게 되었다. 박 서방은 늙은 노모를 평생 행복하게 봉양하며,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착한 부자'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유튜브 엔딩멘트

    착한 농부에게 복을 준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 어떠셨나요? 『기문총화』에 실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하지만 깊은 교훈을 줍니다. 박 서방은 뜻밖의 행운을 얻었지만, 그 행운에 취해 교만해지지 않고, 오히려 이웃과 나누는 덕을 베풀었지요. 반면, 최 부자는 제 욕심을 채우려다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도깨비 방망이는,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시험하는 '심판의 도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버튼 꼭 눌러주시고요. 여러분의 따뜻한 '댓글'은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조선시대 도깨비 이야기와 함께 포근한 꿈 꾸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도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