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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사위 - 백년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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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조선 한양, 궁녀 지망생이었던 아름다운 처녀가 백 년을 기다려온 도깨비를 만납니다. 전생에 맺은 혼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타난 도깨비...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인간 세상과 도깨비 세상의 경계에서 시험을 받게 됩니다. 운명적 사랑과 백년의 기다림이 빚어내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후킹멘트

    "백 년 전, 그대와 나눈 혼인 약속을 기억하시나요? 달빛 아래 맺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백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그대를 다시 만났으니... 이번에야말로 우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궁녀의 꿈" - 궁녀 선발을 앞둔 주인공 연이가 밤 산책 중 도깨비불을 마주치는 장면

    한양 도성의 봄밤은 꽃향기로 가득했습니다. 내일이면 궁녀 선발이 있는 날. 연이는 긴장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담장 아래 작은 뒤뜰을 거닐고 있었지요. 보름달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습니다.

    "내일은... 꼭 합격해야 해."

    연이는 속삭이듯 중얼거렸습니다. 어릴 적부터 궁녀가 되는 것이 그녀의 꿈이었지요. 가난한 역관의 딸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재주와 아름다운 용모로 이번 궁녀 선발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연아, 이제 들어가야지..."

    담장 너머로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뒤뜰 끝에서 이상한 불빛이 반짝였지요. 처음에는 반딧불이인가 했지만, 그 크기가 사람 얼굴만 했습니다.

    "이상하다... 저건 뭘까?"

    발걸음을 멈추고 불빛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밤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벚꽃 잎이 휘날리는 사이로 은은한 비파 소리가 들려왔지요. 누군가가 연주하는 것 같았지만, 그 곡조가 이상하게도 슬픈 것이었습니다.

    "나리... 그때의 약속을 기억하시나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인의 속삭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요. 다만 벚꽃 잎이 빙글빙글 돌며 춤추듯 흩날릴 뿐이었습니다.

    연이는 불빛을 따라 몇 걸음 더 걸어갔습니다. 그러자 달빛 아래 한 남자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지요. 푸른빛이 도는 도포를 입은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흐릿했습니다.

    "기다렸소... 백 년이라는 긴 시간을..."

    남자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처럼 까마득했습니다. 연이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지요. 이상하게도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리운 느낌이 들었지요.

    "나리... 제가 누구...?"

    연이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대사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었지요. 그러자 남자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이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지요. 슬프도록 아름다운 얼굴이었습니다.

    "백년의 인연" - 도깨비 사위가 전생의 기억을 들려주는 장면, 백 년 전 약속의 순간

    "나리... 제가 정말 전생에 나리를 알았다는 말씀이신가요?"

    연이의 물음에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눈빛은 달빛보다 더 맑고 깊었지요. 벚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도깨비는 백 년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대는 양반가의 규수였소. 얼굴도, 마음씨도 지금과 똑같이 아름다웠지..."

    도깨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 백 년 전 조선의 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꽃이 만발한 깊은 안채의 정원, 그곳에서 한 여인이 거문고를 타고 있었지요.

    "나는 그대의 아버님 밑에서 글을 배우던 선비였소. 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모습을 한 도깨비였지. 백 년에 한 번, 인간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오."

    도깨비의 목소리에는 깊은 그리움이 서려있었습니다. 그때의 그는 최문수라는 이름의 젊은 선비였고, 연이의 전생인 서영아가 그를 몰래 사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날도 이렇게 달이 밝았소. 그대는 거문고를 치다가 나를 발견했지...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소."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도깨비가 인간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단 일 년뿐이었지요. 그나마도 보름달이 뜨는 밤에만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보름달 밤, 우리는 약속했소. 백 년 후 다시 만나기로... 그대는 그때 이렇게 말했지. '다음 생에는 꼭 나리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연이의 눈앞에 그날의 장면이 아른거렸습니다. 달빛 아래 마주 선 두 사람, 눈물을 흘리며 약속하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기억처럼 선명했지요.

    "그리고 이제... 백 년의 시간이 흘러 그대를 다시 만났소. 하지만..."

    도깨비의 말끝이 바람에 흩어졌습니다. 그의 모습이 달빛에 비쳐 점점 흐려지더니, 어느새 벚꽃 사이로 사라져버렸지요. 남은 것은 한 자루의 붉은 비녀뿐이었습니다.

    "이것은... 전생의 제가 나리께 받은 것인가요?"

    연이가 비녀를 집어들자, 그 속에서 작은 도깨비불이 반짝였습니다. 마치 오래된 약속을 확인하듯, 그 불빛은 연이의 손 위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졌지요.

    "비밀스러운 만남" - 달빛 아래 연이와 도깨비의 은밀한 만남들이 이어지는 장면

    궁녀 시험은 예상대로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연이의 뛰어난 재주와 품성은 시험관들의 눈에 단번에 들어왔지요. 하지만 연이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설렘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보름달이 뜨는 밤이구나..."

    달빛이 뒤뜰을 비추는 시간, 연이는 붉은 비녀를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날 이후 매일 밤 도깨비를 기다렸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지요. 오직 보름달이 뜨는 밤에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습니다.

    "기다리셨나요?"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연이는 가슴이 떨렸습니다. 돌아보니 도깨비가 서 있었지요. 이번에는 푸른 도포 대신 선비의 차림새였습니다.

    "나리... 정말 오시다니..."

    "이제는 문수라고 불러주시오. 백 년 전처럼..."

    달빛 아래서 그들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문수는 도깨비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연이는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했지요.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친숙했습니다.

    "그런데 나리... 아니, 문수 님. 제가 궁녀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연이의 물음에 문수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궁녀가 된다는 것은 세상과 단절된다는 의미였지요. 보름달이 뜨는 밤에도 만나기 어려울 것이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게는 방법이 있소."

    문수는 소매 속에서 작은 도깨비불을 꺼냈습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지요.

    "이 불빛을 따라오면, 언제든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문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야경꾼이 순찰을 도는 소리였지요. 문수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연이의 손에는 작은 도깨비불만이 남았습니다.

    "아가씨, 이 밤에 혼자 계시면 어떡합니까?"

    야경꾼의 목소리에 연이는 흠칫 놀랐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깨비불은 이미 사라진 뒤였지요.

    "죄송합니다.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날 이후, 연이는 매일 밤 도깨비불을 가슴에 품고 잠들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심장처럼 뛰고 있었지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어김없이 불빛이 밝아졌고, 그것을 따라가면 문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그들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어둠 속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궁궐의 소문" - 연이의 변화를 눈치챈 궁녀들과 상궁의 의심이 깊어지는 장면

    궁궐의 담장 안에서는 비밀이 오래 지켜지지 않는 법입니다. 연이의 이상한 행동은 곧 다른 궁녀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지요. 특히 매달 보름날이면 홀로 뒤뜰을 거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습니다.

    "연이 언니, 요즘 달빛이 참 고와 보이나 봐요?"

    젊은 궁녀 하나가 빨래터에서 연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겉으로는 무심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의심이 숨어있었지요.

    "그저... 달을 보며 시름을 달래는 것뿐이에요."

    연이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 숨겨둔 도깨비불이 살짝 빛을 내뿜었지요. 다행히 대낮이라 아무도 그 빛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상궁마마,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그날 저녁, 한 궁녀가 최 상궁을 찾아갔습니다. 평소 연이를 시기하던 궁녀였지요.

    "말해보거라."

    "새로 들어온 연이가 매일 밤 이상한 불빛을 품고 다닙니다. 그리고 보름날이면... 누군가와 몰래 만나는 것 같아요."

    최 상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습니다. 궁궐에서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난 최 상궁은 즉시 연이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렸지요.

    "저 아이에게 수상한 점이 있다면... 즉시 궁에서 내쫓아야 할 것이다."

    그날 밤, 연이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숨죽인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시선이 느껴졌지요.

    "문수 님... 오늘은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슴속의 도깨비불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빛났습니다. 마치 위험을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지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네가 품고 있는 그것이 무엇이냐!"

    최 상궁이 갑자기 나타나 연이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이 연이의 가슴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지요.

    "그저... 반딧불이 하나를 잡아둔 것뿐입니다..."

    "감히 나를 속이려 하느냐! 어서 보여라!"

    최 상궁의 손이 연이의 가슴팍을 향해 뻗어갔습니다. 그 순간, 도깨비불이 강한 빛을 내뿜으며 최 상궁의 손을 밀어냈지요.

    "이... 이것은! 도깨비의 물건이구나!"

    "금기의 경고" -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을 금지하는 저승사자의 등장과 경고

    도깨비불의 정체가 드러난 그날 밤, 연이는 궁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궁궐 전체가 깊은 어둠에 잠겼지요. 달빛조차 사라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자루의 검은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인간과 도깨비의 사랑은 금기..."

    차가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최 상궁과 궁녀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지요.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가 연이 앞에 나타났습니다.

    "백 년 전의 그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하려 하는구나."

    저승사자의 손에는 생사부가 들려있었습니다. 그 책을 펼치자 연이의 전생이었던 서영아의 모습이 비쳐졌지요.

    "그때도 경고했건만...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은 세상의 이치를 어지럽히는 것이니라. 결국 그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그 도깨비는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되었지."

    연이의 눈앞에 백 년 전의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서영아가 도깨비와 도망치려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모습, 그리고 그녀를 구하지 못한 도깨비가 저승사자에게 붙잡히는 장면이었지요.

    "이제 기억이 나는가? 그대가 죽은 후, 그 도깨비는 백 년 동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없는 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벌이 끝나자마자 그대를 찾아온 것이지."

    연이의 가슴속 도깨비불이 흔들렸습니다. 문수가 백 년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어요."

    연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안된다. 이미 그대의 운명은 정해져 있느니라. 이번 생에 그대는 궁녀로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니..."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문수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완전한 도깨비의 모습이었지요.

    "백 년의 형벌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저는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시간과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저승사자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너희들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그대들뿐만 아니라 이 궁궐의 모든 이들이 불행해질 것이니라."

    "시험의 시간" - 도깨비 세계와 인간 세계 사이에서 연이가 선택을 강요받는 장면

    저승사자의 경고 이후, 궁궐은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최 상궁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그날 밤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지요.

    "연아... 네가 도깨비와 어울린다는 게 사실이더냐?"

    어머니가 찾아온 날, 연이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눈빛에는 깊은 실망과 걱정이 담겨 있었지요.

    "전날 밤 꿈에 네 할머니가 나타나 말씀하시더구나. 우리 연아가 위험한 일에 휘말렸다고... 도깨비에게 홀려 큰 화를 당할 거라고..."

    연이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가슴 속의 도깨비불이 어머니의 말씀에 떨리는 것이 느껴졌지요. 문수와의 사랑이 단순히 자신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밤... 궁녀 입궐식이 있을 터이니, 그때 너의 선택을 하거라. 궁녀가 된다면 도깨비와의 인연은 끊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싫다면 지금이라도 궁을 떠나야 하느니라."

    어머니의 말씀은 마치 저승사자의 경고처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지요. 이상하게도 오늘은 보름달이 피처럼 붉은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연아..."

    담장 너머에서 문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희미했고, 어딘가 지쳐 보였지요.

    "저승사자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불행을 가져올 수 있어요. 이미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요."

    문수의 말대로였습니다. 궁녀들 사이에서 원인 모를 병이 돌기 시작했고, 밤마다 불길한 꿈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어났지요. 심지어 임금님께서도 떡드린 밤마다 도깨비 악몽을 꾸신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문수 님... 이번에는 다를 수 있지 않나요? 우리가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면..."

    연이의 말에 문수의 눈에서 푸른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지요.

    "그렇다면... 저를 따라오시겠습니까? 도깨비 세상으로..."

    "마지막 선택" - 궁녀 선발과 도깨비와의 약속이 겹치는 운명의 날

    붉은 달이 하늘 높이 떠올랐습니다. 입궐식이 시작되기 전, 연이는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섰습니다. 궁녀의 복장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지요.

    "이제 곧 시작이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느냐?"

    최 상궁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냉정함이 없었습니다. 대신 어딘가 모를 연민이 깃들어 있었지요.

    "네... 하지만 상궁마마, 혹시 도깨비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연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최 상궁은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지요.

    "나의 젊은 시절... 나 역시 한 도깨비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지. 도깨비와 인간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법이니..."

    최 상궁의 눈가에 희미한 눈물이 맺혔습니다. 연이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왜 그녀가 자신을 그토록 엄격하게 대했는지, 왜 도깨비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를...

    "시간이 됐다. 이제 가자."

    입궐식이 열리는 대전으로 향하는 길, 연이의 가슴 속 도깨비불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빛났습니다. 문수가 부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마지막 기회다. 도깨비 세상으로 가려면 지금이 유일한 순간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문수의 목소리... 연이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눈을 감으니 두 개의 세계가 보였습니다. 한쪽에는 화려한 궁궐과 안정된 삶이, 다른 한쪽에는 신비로운 도깨비 세상과 영원한 사랑이 있었지요.

    "연아... 어서 오너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대전 앞에서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녀의 눈에는 딸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도깨비 신부여... 이제 결정할 시간이오."

    문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연이는 천천히 손을 들어 가슴에 품은 도깨비불을 꺼냈습니다. 그것은 이제 작은 불빛이 아닌, 하나의 생명처럼 빛나고 있었지요.

    "사랑의 대가" - 연이와 도깨비가 각자의 세계에서 치러야 할 희생을 마주하는 장면

    연이는 도깨비불을 들고 대전을 벗어났습니다. 그녀의 발걸음은 이제 망설임이 없었지요. 하지만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대의 선택을 시험할 시간이구나."

    저승사자가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그의 손에 들린 생사부가 펼쳐지자,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추었습니다. 마치 시간이 얼어붙은 것 같았지요.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 도깨비의 신부가 되기 위해서는 네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저승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이의 앞에 환영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녀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었지요.

    "연아... 이렇게 떠나면 어머니는 어쩌란 말이냐..."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병든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지요. 연이가 궁녀가 되어 받을 녹봉으로 치료를 받으실 수 있었을 텐데...

    "그대가 도깨비 세상으로 가면, 이 궁궐의 모든 이들이 불행해질 것이오."

    최 상궁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녀의 뒤로 많은 궁녀들이 병들어 쓰러져 있었고, 궁궐 전체가 어둠에 잠겨 있었지요.

    "나의 신부가 되는 순간... 그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오."

    문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의 모습은 이제 완전한 도깨비의 모습이었지요. 붉은 뿔이 달빛에 반짝였고, 푸른 도깨비불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시간을 포기하고, 도깨비의 시간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나요?"

    문수의 말에 연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인간의 시간을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과 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생로병사의 모든 것을, 인간으로서의 모든 순간들을 포기하는 것이었지요.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아시나요?"

    저승사자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생사부에서 한 페이지가 찢어져 나왔습니다. 연이의 운명이 적힌 페이지였지요.

    "이 페이지를 불태우는 순간, 그대의 인간으로서의 시간은 영원히 끝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깨비의 신부로서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지..."

    "백년의 끝" - 두 사람의 사랑이 맞이하는 운명적 결말

    연이는 천천히 손을 뻗어 생사부의 찢어진 페이지를 잡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모든 기억이 빛처럼 스쳐 지나갔지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했던 순간들, 궁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그리고 문수와 나눈 달빛 아래의 약속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시간이 흐른다고 합니다."

    연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흔들림이 없었지요.

    "하나는 앞으로 흐르는 시간... 또 하나는 뒤로 흐르는 시간... 그리고 저는 이제 알았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그 두 시간이 만나는 곳에 있다는 것을..."

    도깨비불이 연이의 손 위에서 춤추듯 빛났습니다. 문수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지요.

    "백 년 전,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선택했기에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어요."

    연이는 생사부의 페이지를 들어 도깨비불 위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불태우는 대신, 반으로 접어 문수에게 건넸지요.

    "제가 선택한 것은 어느 한쪽의 시간이 아닙니다. 두 개의 시간이 만나는 순간, 바로 그 자리를 선택한 거예요."

    저승사자의 눈이 커졌습니다. 백 년을 살아오며 이런 선택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요.

    "그대는... 인간도 도깨비도 아닌 존재가 되겠다는 것인가?"

    "네. 낮에는 인간으로, 밤에는 도깨비의 신부로 살아가겠습니다. 두 개의 시간을 모두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찾은 답입니다."

    문수의 눈에서 푸른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도깨비불을 꺼내 연이에게 건넸지요.

    "이제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는 것이오. 내가 그대의 낮을 지키고, 그대가 나의 밤을 지키는..."

    저승사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지요.

    "백 년을 살며 이런 선택은 처음 보았다... 좋다. 그대들의 새로운 약속을 생사부에 기록하겠노라."

    그날 이후, 한양 궁궐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가장 아름다운 궁녀가 있고, 밤에는 가장 신비로운 도깨비불이 있다고... 그리고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달빛 아래에서 두 개의 시간이 만난다고 합니다.

    엔딩멘트

    "사랑은 시간보다 강하다고 합니다.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이 백 년을 넘어 다시 피어났다는 이야기... 달빛 아래 도깨비불이 보이거든, 그것은 어쩌면 영원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