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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상단

1004suuny 2025. 2. 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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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상단

    태그:

    #도깨비 상인, #조선시대 판타지, #신비로운 동행, #운명적 거래, #욕망의 댓가, #인간의 감정, #사랑과 우정, #도깨비의 세계, #한국 전래동화, #비극적 선택, #교훈적 스토리, #시대상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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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조선 시대, 도깨비 행수 귀막이 이끄는 상단이 저자거리에 나타난다. 상단은 사람들의 욕망을 파고들어 거래를 성사시키지만, 그에 따른 댓가도 요구한다. 어느 날 상단의 막내 꼬마 도깨비 동이가 인간 아이 점순과 우정을 쌓게 되면서 상단에 미묘한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후킹멘트:

    욕망을 먹고사는 도깨비 상단, 그들 앞에 나타난 인간 아이와의 우정. 그 편린이 가져올 파장은? 신비롭고도 아련한 조선판 판타지 동화가 펼쳐진다. 과연 금기를 깬 막내 도깨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01. 저자거리에 도깨비 상단이 등장하다

    저자거리는 각양각색의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비단옷을 입은 양반부터 멍석을 허리에 두른 상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에선 수많은 인생 드라마가 펼쳐지곤 했죠.

    그런데 어느 날, 뭔가 특별한 분위기의 상단이 저잣거리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마차와 황토색 천으로 둘러싸인 천막 안에서부터 으스스한 기운이 풍겨 나왔죠.

    "여러분, 주목해 주시오! 놓칠 수 없는 기회를 드리려 합니다!"

    상단을 이끄는 한 남자가 허리를 곧게 펴고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어요. 머리에는 기괴한 뿔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었고, 검은 망토 자락이 바람에 펄럭였죠.

    그의 등장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상단으로 쏠렸어요. 호기심 가득한 눈빛들 사이로 두려움 섞인 시선도 있었죠.

    "내 이름은 귀막이라 하오. 여러분의 가장 간절한 소망을 들어드리기 위해 이 곳에 왔소이다."

    씨익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귀막. 그의 붉은 눈동자에선 이글거리는 광기가 느껴졌어요.

    뿔 달린 남자의 뒤로 각기 다른 생김새의 신령들이 재물을 들고 나왔어요. 은으로 만든 화로에서는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죠.

    "소망을 말씀해 주시오. 이 귀막이 도깨비 상단이 그대의 욕망을 반드시 이뤄드리리다!"

    바로 그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어요. 저마다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속삭이며 상단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죠.

    "부자가 되고 싶소!"
    "가문의 영광을 되찾고 싶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살려주오!"

    온갖 소원이 쏟아지자 귀막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어요. 마치 그들의 욕망을 먹이로 삼기라도 하듯 달콤한 표정이었죠.

    그 순간, 상단의 막내 꼬마 도깨비 동이의 눈에 들어온 건 겁에 질려 어미 품에 얼굴을 파묻은 한 아이였어요. 시커먼 눈동자의 인간 아이는 동이와 눈이 마주치자 슬며시 고개를 숙였죠.

    동이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어요. 인간 세상에 온 이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물결이었죠.

    그렇게 평범한 듯 보였던 만남이 두 세계를 뒤흔들 운명의 시작이 되리라곤, 그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02. 지체 높은 양반과의 거래, 섬뜩한 계약이 성사되다

    귀막은 상단 안으로 사람들을 하나둘 불러들였어요. 그중 으리으리한 비단옷을 차려입은 양반은 매우 높은 위엄을 풍기며 상단 천막 앞에 섰죠.

    "나는 이 고을 최 참판이오. 가문의 대대로 내려온 비밀을 당신네 상단에 맡기고자 하오."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최 참판. 하지만 그 눈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했어요.

    귀막은 씨익 웃으며 최 참판의 손을 이끌었어요. 천막 안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동이의 호기심도 동했죠.

    "대체 무슨 거래를 하려는 걸까?"

    동이가 조용히 천막 뒤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때 최 참판의 목소리가 들려왔죠.

    "우리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가 있소이다. 악귀가 우리 가문 자손들의 영혼을 탐한다오!"

    "흠... 그 악귀를 봉인하는 것이 소원이신 거로구나."

    귀막이 생각에 잠긴 듯 수염을 쓰다듬었어요. 그러더니 품속에서 붉디붉은 주머니를 꺼냈죠.

    "여기 있는 주문을 외우고 이 주머니를 불에 태우시게. 그러면 그대 가문에 대대로 악귀가 씌이지 않을 것이야."

    최 참판은 눈을 번득이며 곧장 주머니를 낚아챘어요. 하지만 귀막이 손을 들자 그의 몸이 멈칫하고 말았죠.

    "대가는 받아야겠소. 당신 가문의 장남들은 앞으로 대대로 도깨비의 노예가 되어야 할 거요. 어떻소, 그 정도면 받아들일 만한 거래 아니겠소?"

    끔찍한 계약 조건을 내세우는 귀막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어요. 섬뜩한 웃음이 최 참판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죠.

    동이는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어요. 동이가 알기론 도깨비가 돕는 대가로 그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대를 이어 노예가 된다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최 참판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자신의 안위만 중요할 뿐 자손들의 운명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죠.

    천막을 빠져나온 최 참판이 붉은 주머니를 꼭 쥐고 사라지자, 귀막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요. 인간의 이기심을 등에 업고 거래를 성사시킨 모양이었죠.

    "쯧쯧... 인간이란 것들은 결국 제 욕심을 이기지 못하는구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이의 마음속엔 알 수 없는 의문이 피어올랐어요. 인간의 마음이란 저렇게나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요?

    간절한 바람을 이뤄주는 상단의 역할이 문득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죠.

    03. 상단의 막내 동이, 인간 아이 점순을 만나다

    동이는 상단 뒤편에 자리한 작은 야영지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아직 어린 동이에겐 상단의 거래 현장이 낯설고 두려웠거든요.

    "괜찮아, 동이. 우리는 그냥 우리 역할을 하는 것뿐이야."

    동이를 달래는 귀막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어요.

    '하아... 나는 아직 철부지 꼬마일 뿐인가...'

    푸석푸석 바닥에 앉아 고민에 빠진 동이의 옆으로 작은 그림자가 다가왔어요.

    "저기, 아까 상단에서 봤던 도깨비 맞지?"

    동이가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눈동자가 반짝였죠. 바로 저자거리에서 봤던 그 겁 많은 아이였어요.

    "맞아. 근데 너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인간 아이가 우리 야영지에 온 건 처음인걸?"

    경계하는 목소리로 묻는 동이에게 아이는 눈웃음을 지어 보였어요.

    "숨바꼭질 하다가 여기까지 왔어. 너희 상단이 신기해서 몰래 따라온 거야. 내 이름은 점순이라고 해."

    해맑게 웃으며 내민 오똑한 손을 바라보던 동이의 표정이 차츰 누그러졌어요.

    "그래, 반가워 점순아. 근데 여기서 놀기엔 위험할 수 있어. 빨리 집에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를 이 낯선 세계에 더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점순의 호기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듯했어요.

    "너희는 정말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야? 그럼 뭐든 다 할 수 있어?"

    동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하지만 무서운 댓가를 치러야만 해. 자칫 잘못하면 너희 인간에겐 재앙이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점순의 눈동자에선 두려움 대신 기대감이 일렁였어요.

    "그래도 소원을 이뤄준다는 게 멋진걸? 난 너희가 정말 신기해!"

    어리둥절해하는 동이의 팔을 잡고 점순이 깔깔 웃었죠. 그 환한 웃음소리에 동이의 마음속에서 묘한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평생 욕심 많은 어른들만 봐왔던 동이에겐 세상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점순이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 같았거든요.

    "그래도 이만 돌아가 봐. 보름달이 뜨기 전에 우리는 이 곳을 떠나야 해. 그때까지 못 만날 수도 있어."

    아쉬운 듯 점순을 보내는 동이를 향해 점순이 손을 내저었어요.

    "응, 알았어. 그때까지 꼭 다시 만나자! 약속할게, 친구야!"

    환하게 웃어 보이고는 점순이 풀숲 사이로 사라졌어요. 처음으로 인간 친구를 사귄 기분에 동이의 가슴이 벅차올랐죠.

    하지만 한편으론 이 만남이 상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봐 두려운 마음도 들었어요. 크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어깨가 움츠러들었죠.

    그렇게 동이와 점순의 운명적인 만남은 묘한 감정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답니다.

    04. 상단의 신령들, 동이의 인간 세상 접촉을 걱정하다

    동이가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들이 반짝였어요. 상단을 이끄는 신령들의 모습이 드러난 거죠.

    "늦었구나, 동이. 오늘 상단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평소와 다른 동이의 행색을 눈치챈 건 꼬리가 여러 개 달린 여우 신령 구밀이었어요.

    "아, 아뇨... 별일 없었습니다."

    동이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지만 목소리엔 긴장감이 묻어났죠.

    "정말이니? 보통은 상단 주변을 어슬렁거리지 않잖아. 오늘은 꽤나 오랫동안 밖에 있었던 것 같던데?"

    이번엔 까마귀 부리를 가진 신령 추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이를 훑었어요.

    동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얼른 변명을 늘어놓았어요.

    "그냥 바깥 구경 좀 했어요. 인간들이 많이 모여드는 걸 보니 신기해서요..."

    "허, 인간 따위에게 관심을 두다니. 널 그렇게 키우지는 않았을 텐데."

    귀막이 한껏 으름장을 놓으며 동이에게 다가왔어요. 붉게 충혈된 눈에선 분노가 피어오르고 있었죠.

    "아닙니다, 귀막 행수님!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에요..."

    겁에 질린 동이가 바들바들 떨며 뒷걸음질 쳤어요. 하지만 귀막의 눈빛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았죠.

    "내가 보기엔 우리 동이가 인간에게 홀린 것 같은데? 어린 녀석이 겁도 없이 상단의 명예에 먹칠을 하다니!"

    "아니에요, 절대 그럴 리가요! 전 그저..."

    안절부절못하며 변명을 늘어놓던 동이의 입이 딱 벌어졌어요. 구밀의 꼬리가 점순과 만났을 때 동이가 차고 있던 주머니를 들어 보이고 있었거든요.

    "이게 뭐지? 인간 아이 냄새가 물씬 나는구먼."

    "그, 그건..."

    동이가 잔뜩 당황해하자 귀막은 주머니를 낚아채 냄새를 맡아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어요.

    "이 냄새라면 분명 인간 아이 틀림없어. 설마 자네가 몰래 인간과 어울린 건 아니겠지?"

    귀막이 으르렁대자 동이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어요. 냄새로 간파해 버린 자신의 비밀이 들통 난 것 같아 숨이 막혀왔죠.

    "용서하세요 행수님... 전 그저 호기심에..."

    "이 멍청한 자식! 인간과 어울리면 자네도 재앙을 맞게 될 거야. 정 정신 차리지 못하겠다면..."

    귀막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자 신령들이 동이를 억누르기 위해 달려들었어요.

    바둥거리는 동이의 뒷덜미를 추미가 꽉 붙들었죠. 무슨 벌을 받게 될지 두려워 동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행수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울먹이는 동이를 내려다보며 귀막이 이를 갈았어요. 상단의 엄한 규율을 깨뜨린 동이의 운명은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였죠.

    05. 부끄러운 비밀을 숨긴 젊은 처녀와의 거래

    벌을 받은 동이는 며칠 동안 천막 안에 틀어박혀 지내야 했어요. 꼬리에 묶인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긁어댔죠.

    "에휴...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벽에 털썩 기대앉아 한숨을 내쉬던 동이는 문득 점순이 건네준 작은 호랑이 목각인형을 꺼냈어요. 인간 아이의 손때가 묻어나는 그 인형을 쓰다듬으며 동이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번졌죠.

    그때, 천막 밖에서 희미한 흐느낌이 들려왔어요. 여인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처연한 멜로디 같기도 한 그 소리에 동이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천막 밖을 살금살금 빠져나온 동이는 흐느낌의 근원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어요. 좁다란 골목을 지나 숲속 오두막에 다다랐을 때, 바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동이는 깜짝 놀랐죠.

    긴 생머리를 한 처녀가 한 손에 피리를 든 채 오두막 앞에 엎드려 있었어요. 애절한 곡조가 처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죠.

    처녀의 곁에 다가간 동이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어요.

    "아가씨, 무슨 근심거리라도 있으신가요?"

    흠칫 놀라 고개를 든 처녀의 얼굴에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복숭아 같은 뺨이 눈물에 젖어 반짝였죠.

    "아이고, 이 꼴을 누가 보려나..."

    부끄러운 듯 얼른 눈물을 훔치는 처녀를 보며 동이가 다정히 물었어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 아가씨의 슬픈 울음소리를 듣고 왔답니다."

    잠시 망설이던 처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어요.

    "사실 제 오라비가 지독한 도박에 빠져 가산을 모두 탕진했어요. 가족들은 모두 땅을 떠돌고 있죠. 제 피리 소리를 듣고 반해 청혼한 도령과 혼인하기로 했는데... 이런 누추한 신세를 보이고 싶지 않아요."

    울먹이는 처녀의 모습에 동이의 마음이 찡해졌어요.

    "그렇군요...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에요. 하지만 진정으로 아가씨를 사랑한다면 가난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혼례를 치를 돈도 마련하지 못한 걸요. 집안이 몰락한 것도 부끄러운데 면목이 없어요."

    한숨을 내쉬는 처녀의 어깨가 축 쳐졌어요. 망연한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던 처녀가 문득 동이에게 물었죠.

    "혹시 그대는... 소문에 들리는 도깨비 상단의 도깨비신가요? 소원을 이뤄준다는..."

    순간 동이의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어요. 절망에 빠진 처녀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순 없었지만, 상단의 계약이 두려웠거든요.

    고민에 빠진 동이를 향해 처녀가 애원하듯 손을 모았어요.

    "부디 제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세요. 당신네 상단을 찾아가 무슨 대가라도 치르겠어요."

    06. 상단의 수장 귀막, 동이를 데려오라 명하다

    멍한 눈으로 처녀를 바라보던 동이는 이내 고개를 저었어요.

    "죄송하지만... 상단과의 거래는 너무나 큰 댓가를 치러야 해요. 당신 같은 선한 아가씨에겐 어울리지 않아요."

    "하지만 이 길밖에 없어요. 부디 도와주세요..."

    애원하는 처녀의 눈동자에 실린 절박함을 외면할 수 없었던 동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류했어요.

    "그 도령은 아가씨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꼭 화려한 혼례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안 돼요, 가문의 체면이 있는걸요. 이대로라면 영영 사랑하는 이와 결혼할 수 없어요..."

    목메인 목소리로 흐느끼는 처녀의 모습에 동이의 마음이 흔들렸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뤄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동이의 가슴을 후벼 팠죠. 문득 인간 친구 점순이 떠오른 동이는 처녀에게로 성큼 다가섰어요.

    "...알겠어요. 내가 당신을 도와드리죠. 하지만 정말 마지막이에요. 다시는 상단을 찾아오지 말아요."

    "정말요? 고맙습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처녀에게 동이가 나지막이 속삭였어요.

    "곧 혼례를 치를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아무 걱정 마세요. 다만 제 말은 잊으셨으면 좋겠어요. 상단의 존재를 입 밖에 내선 안 돼요."

    "알겠어요. 약속드립니다. 정말 고마워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처녀가 숲속으로 사라졌어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성이던 동이는 이내 터벅터벅 상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죠.

    천막에 도착한 동이는 떨리는 손으로 귀막의 처소를 노크했어요.

    "누구지?"

    귀막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죠.

    "행수님, 저... 동이에요."

    "뭐? 자넨 벌을 받고 있을 텐데 여기는 웬일이지?"

    "그... 그게 할 말이 있어서요."

    안으로 들어선 동이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요.

    "행수님, 제가 아까... 인간 처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약속했습니다. 그 처녀를 도와주고 싶어요."

    귀막은 동이를 재빨리 노려보더니 이내 험악한 인상을 지었어요.

    "이 멍청한 자식! 언제적 벌을 받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감히 상단의 규율을 어기다니!"

    "하지만 그 처녀는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도 못한 채 이대로 헤어지면..."

    "우리가 언제부터 인간 따위의 사정을 봐줬담? 계약은 계약일 뿐이야. 왜 자꾸 쓸데없는 감정을 갖고 나서는 건지!"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 주세요, 행수님. 그 애 간절한 마음이 저한테 닿았단 말이에요. 계약금은 제가 대신 갚을 테니까..."

    애원하는 동이의 앞으로 귀막이 성큼 다가섰어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동이를 꿰뚫듯 응시했죠.

    "자넨 아직도 모르겠나? 계약의 대가로 치를 것은 돈이 아니야. 우리가 원하는 건..."

    귀막의 입꼬리가 섬뜩하게 말려 올라갔어요.

    07. 뜻밖의 희생, 상단을 구한 동이의 용기

    귀막의 그 말에 동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행수님, 설마..."

    "그래. 우리가 원하는 건 바로 그 처녀의 영혼이야. 계약이 성사되면 그 여자의 영혼은 우리 차지가 될 거다."

    섬뜩한 웃음을 흘리며 귀막이 동이를 향해 손을 뻗었어요. 공포에 질린 동이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죠.

    "안 돼요, 행수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영혼을 빼앗아 가다니... 너무 잔인한 일이에요!"

    "잔인? 푸하하하! 우리는 욕망을 먹고사는 도깨비야. 인간의 영혼을 탐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전 그럴 수 없어요! 제 잘못이에요. 그 처녀에게 기대를 걸게 한 건 다 제 탓이라구요!"

    울먹이는 동이를 밀치고 귀막은 천막을 휘젓고 나갔어요. 뒤따라 나선 동이의 앞을 검은 그림자들이 가로막았죠.

    "안 돼! 제발 그 아가씨의 영혼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목이 터져라 외치는 동이를 그림자들이 억눌렀어요. 귓가에 차가운 속삭임이 울려 퍼졌죠.

    "행수의 뜻을 거역하다니... 너 정말 큰 벌을 받아야 할 거다."

    동이가 저항하며 버둥거렸지만 그림자의 힘을 당해 낼 수 없었어요. 이대로 처녀의 영혼이 빼앗길 위기에 놓인 거예요.

    이윽고 처녀의 오두막 앞에 도착한 귀막.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기는 처녀에게로 성큼 다가갔죠. 귀막의 손에 붉은 계약서가 들려 있었어요.

    "여인이여, 그대의 바람을 이뤄 드릴 계약서를 들고 왔소."

    반짝이는 눈으로 계약서를 응시하는 처녀에게 귀막이 날카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죠.

    "이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그대의 혼례는 보장되는 것이오. 화려하고 풍성한 혼례를 치를 수 있게 해주겠소."

    주저 없이 계약서를 펼치는 처녀의 얼굴에 귀막의 붉은 눈이 이글거렸어요.

    그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어요.

    "하지 마세요, 아가씨! 계약하면 안 돼요!"

    처녀가 놀란 표정으로 계약서에서 손을 뗐죠. 그림자에 속박된 채 달려오던 동이가 숨을 헐떡이며 외쳤어요.

    "그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아가씨의 영혼이 빼앗길 거예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뭐라고?! 그게 무슨..."

    경악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는 처녀를 향해 귀막이 이를 갈았어요.

    "이 멍청한 자식이! 감히 계약을 방해하다니!"

    "아가씨, 어서 피하세요! 그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선 안 돼요!"

    동이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처녀에게 외쳤지만 그림자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죠.

    "계약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제 와서 막을 순 없어!"

    귀막이 으르렁대며 처녀에게 성큼 다가섰어요. 공포에 질려 파들파들 떠는 처녀를 그림자가 옭아맸죠.

    절체절명의 순간, 동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그림자의 속박을 뚫고 처녀에게 달려들었어요.

    위기에 처한 처녀를 향해 손을 뻗는 동이. 귀막의 날카로운 손톱이 처녀에게 닿기 직전, 동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어요.

    과연 동이는 처녀의 영혼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08. 이별의 순간, 깊어진 깨달음과 놓아줌의 아픔

    동이의 눈앞이 아득해졌어요. 귀막의 날카로운 손톱이 처녀를 향해 날아들었고, 처녀의 비명 소리가 숲을 뒤흔들었죠. 하지만 다음 순간, 강렬한 푸른빛이 사방을 뒤덮었어요.

    "앗!"

    예상치 못한 빛에 귀막이 뒤로 물러섰어요. 그 틈을 타 동이는 온 힘을 다해 처녀를 감싸 안았죠. 둘을 감싼 푸른 보호막은 귀막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바보 같은 꼬마 도깨비가 어떻게 저런 힘을..."

    귀막이 경악하며 중얼거렸죠. 동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기운은 평범한 도깨비의 것이 아니었어요.

    동이 역시 자신에게서 나오는 놀라운 힘에 당황한 얼굴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처녀를 지키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었어요.

    "물러나세요, 행수님. 그 처녀의 영혼은 절대 빼앗을 수 없어요!"

    단호히 외치는 동이의 모습에 귀막이 이를 악물었어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송곳니를 드러내며 동이에게 덤벼들었죠.

    그 순간, 하늘에서 또 다른 푸른 빛줄기가 내리꽂혔어요. 천둥 번개와 함께 나타난 웅장한 신령의 모습에 귀막의 얼굴이 창백해졌죠.

    "욕... 욕망의 신이시여!"

    "오랜만이구나, 귀막아. 자네 상단이 요즘 너무 나갔더구나."

    거대한 신령은 장엄한 음성으로 귀막을 꾸짖었어요.

    "이 꼬마 도깨비는 욕심에 눈이 멀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가졌단다. 자넨 그걸 알아채지 못했나 보군."

    귀막은 벌벌 떨며 신령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부들부들 떠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죠.

    "제...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신령은 동이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았어요. 동이의 꼬리에 묶인 쇠사슬이 녹아내리듯 사라졌죠.

    "꼬마야, 넌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인간과 교감할 줄 아는 자네라면 분명 멋진 도깨비로 성장할 거야."

    환한 빛과 함께 신령이 사라지자 처녀에게 안겨 있던 동이가 눈을 떴어요.

    "아가씨, 괜찮으세요?"

    "고마워요, 당신이 절 구해줬어요!"

    동이의 품에 안겨 처녀가 눈물을 글썽였죠. 두려움이 가신 얼굴에선 안도감이 느껴졌어요.

    "이제 가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세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동이가 말했어요. 아쉬운 듯 동이의 손을 잡은 처녀가 속삭였죠.

    "당신의 마음씨를 잊지 않겠어요. 고마웠습니다..."

    평화로운 미소를 남기고 처녀가 오두막을 향해 달려갔어요. 그 모습을 보며 동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죠.

    욕심에 눈 먼 상단을 떠나 자유로워진 동이. 그는 이제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점순아...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동이가 중얼거렸어요. 새로운 모험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 동이의 뒷모습은 한없이 밝고 당당해 보였답니다.

    엔딩멘트:

    도깨비와 인간이 교감할 수 있다는 희망, 하지만 근원이 다른 존재들의 만남이 남기는 아픔과 공허함. 욕망과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은 결국 다르지 않음을. 동이가 깨달은 교훈은 우리에게도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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