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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잔치에 초대받은 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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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250자)
달빛 아래 홀로 살던 과부에게 찾아온 특별한 초대장. 도깨비들의 잔치에 초대받은 그녀는 망설임 끝에 참석을 결심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도깨비 대장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가 바로 전생에서 자신의 남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후킹 (250자)
"이 잔치에 오면 전생의 인연을 만날 수 있다지?"
달빛 아래 도깨비들의 잔치가 열립니다.
그곳에서 과부는 자신의 전생 남편을 만나게 되고,
도깨비가 된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과연 그들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1. 달빛 아래 외로운 과부의 일상
달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습니다. 마을 외곽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작은 초가집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곳에는 스물여덟의 젊은 과부 김씨가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또 달이 밝구나..."
김씨는 베틀 앞에 앉아 천을 짜고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일에 몰두한 것은, 달빛 아래 피어오르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도 밝은걸... 마치 그이가 떠나던 날처럼..."
세 해 전, 남편은 장사를 위해 먼 길을 떠났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바다에서 폭풍을 만났다는 소식만이 그녀에게 전해졌을 뿐입니다. 그때부터 김씨는 홀로 베를 짜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자꾸만 그이가 꿈에 보이는구나..."
창밖에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마당가의 오래된 감나무 잎사귀들이 달빛 아래서 춤을 추었고,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가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김씨에게 개가를 권했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 혼자 살기엔 너무 힘들 거라며, 좋은 혼처도 여럿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번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 그이의 얼굴도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 가슴 한켠의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더 깊어만 가는구나."
베틀 소리가 적막한 밤공기를 가르며 울렸습니다. 쿵쿵, 쿵쿵... 그 소리는 마치 그녀의 외로운 심장 소리처럼 규칙적이었습니다.
달빛은 점점 더 밝아져 마치 대낮처럼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감나무 아래에서 이상한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분명 사람의 형체 같은데, 다가가 보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내 눈이 이상한가... 아니면 이 달빛이 나를 홀리는 것인가..."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베틀의 실이 끊어지며 모든 것이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마당가에서 은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2. 도깨비 초대장의 도착
끊어진 실을 고치려 베틀 앞에서 일어선 김씨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붉은 빛이 나는 종이가 놓여있었던 것입니다.
"저건... 분명 아까는 없던 것인데..."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나가보니, 그것은 붉은 색지로 만든 초대장이었습니다. 달빛 아래서 보니 종이에서 은은한 광채가 났고, 먹물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반짝였습니다.
'이 달이 가장 밝은 보름날 밤, 도깨비 잔치를 베풀고자 하오니 김씨 과부는 꼭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글씨는 마치 구름이 흐르는 것처럼 아름다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 아래에 적힌 글이었습니다.
'전생의 인연을 만나고 싶다면, 감나무 아래에서 기다리시오.'
김씨의 손이 떨렸습니다. 달빛에 비친 감나무 그림자가 마치 누군가가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가 사라졌습니다.
"도깨비 잔치라... 그런데 어찌 내 이름을 알고..."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초대장을 휘감았습니다. 글자들이 바람 따라 춤을 추더니, 이내 다시 종이 위에 가지런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김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초대장을 품에 넣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3. 과부의 고민과 결심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김씨는 이른 아침부터 마을로 나갔습니다. 평소처럼 베를 팔러 가는 길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젯밤 초대장으로 가득했습니다.
"도깨비 잔치라... 그런 곳에 가도 되는 걸까..."
장터에 도착한 김씨는 평소처럼 자리를 펴고 베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손님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김씨, 이 베는 얼마요?"
"아... 네? 죄송합니다. 천 냥입니다."
"천 냥이라... 지난번엔 팔백 냥이었는데..."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말씀드렸네요."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김씨는 마을 어귀의 오래된 절에 들렀습니다. 불당 앞에 앉아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부처님... 제가 도깨비 잔치에 가면 안 되는 걸까요? 하지만 전생의 인연이라니... 혹시... 혹시 그이를..."
마음 한켠에서는 두려움이 피어났습니다. 도깨비란 위험한 존재라 했고, 그들과 어울리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이상한 설렘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문득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습니다. 홀로 쓰는 이부자리, 홀로 앉는 밥상, 그리고 홀로 일하는 베틀... 모든 것이 외로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내 인생이 이대로 끝나버리는 걸까..."
밤이 깊어갈수록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상한 용기가 솟아났습니다. 죽은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도깨비 잔치의 모습이 그려졌다가, 전생의 인연이란 말이 맴돌았습니다.
"가보리라... 비록 도깨비 잔치일지라도... 이대로 나 홀로 늙어 죽는 것보다는..."
김씨는 문득 장롱을 열어 오래도록 넣어두었던 붉은 비단 치마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남편이 마지막으로 사 준 옷이었습니다.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채 고이 접어두었던 옷을 이제야 꺼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마음이 편안하구나..."
4. 도깨비 잔치장으로 가는 길
보름달이 뜨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김씨는 붉은 비단 치마를 입고 마당의 감나무 아래에 섰습니다. 달빛이 그녀의 모습을 비추자 비단 치마가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때 갑자기 감나무 잎사귀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나뭇가지들이 춤추듯 움직였고,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김씨 과부님, 저희를 따라오시지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도깨비불이 나타났습니다. 파란 도깨비불은 마치 길을 안내하듯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저... 저기 혹시 위험한 곳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요?"
"걱정 마십시오. 우리 대장님께서 특별히 당신을 초대하셨으니까요."
김씨는 조심스럽게 도깨비불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은 평소에 보던 마을 뒷산의 오솔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달빛 아래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길이 있었던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은 점점 더 신비로워졌습니다. 달빛은 더욱 밝아졌고, 주변에서는 은은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보였습니다.
"저기가 우리들의 잔치 자리입니다. 자, 이제 곧 도착하겠네요."
5. 화려한 도깨비 잔치의 시작
산등성이에 다다르자 김씨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없던 빈 터에 화려한 잔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수백 개의 도깨비불이 공중에 떠다니며 달빛보다 더 밝은 빛을 내고 있었고, 그 아래로는 금은보화로 장식된 화려한 상들이 즐비했습니다. 비단 병풍들이 바람에 하늘거렸고, 그 위로는 오색찬란한 구름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인가..."
김씨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도깨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떤 도깨비는 양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떤 도깨비는 장사꾼처럼 보였으며, 또 어떤 도깨비는 선비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씨 과부님. 저희들의 잔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도깨비가 앞으로 나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의 수염은 하얗게 세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장난스러운 반짝임을 담고 있었습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오늘 밤은 특별한 손님을 위해 준비한 자리니까요."
김씨는 안내받은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신비로운 음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깨비들은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들의 발아래서 불꽃이 피어올랐습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음식들에서는 인간 세상의 음식과 똑같은 향이 났고, 먹어보니 맛도 진짜였습니다.
"오늘 밤은 걱정 말고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우리 대장님께서 특별히 당신을 위해 이 잔치를 베푸신 거니까요."
도깨비들은 하나같이 친절했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순수한 아이들처럼 맑았습니다. 김씨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곳에 있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곳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대장님께서 곧 오실 거예요. 기다리고 계셨다면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씨의 가슴 한켠이 이상하게 떨렸습니다.
6. 도깨비 대장과의 첫 만남
갑자기 잔치 자리가 조용해졌습니다. 춤추던 도깨비들이 멈추었고, 음악 소리도 잦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달빛이 한 곳으로 모이더니, 그곳에서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김씨 과부님."
도깨비 대장의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어딘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김씨의 가슴이 더욱 세차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저... 혹시..."
달빛 아래 선 도깨비 대장의 모습은 젊은 상인의 차림새였습니다. 그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눈빛만은 선명했습니다. 그 눈빛은 분명 세 해 전 김씨의 남편과 똑같았습니다.
"그때 폭풍우 속에서... 제가 도깨비를 만났지요. 그리고 선택을 했습니다."
도깨비 대장이 김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발걸음에 따라 도깨비불들이 춤추듯 움직였고, 달빛은 더욱 밝아졌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비록 이런 모습이지만..."
김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오랜 그리움이 녹아내리는 눈물이었습니다.
"이제 알겠구나... 왜 그때 시신을 찾지 못했는지..."
7. 전생 기억의 회상
도깨비 대장이 손을 들어올리자, 주변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잔치 자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과거의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그것은 김씨와 그의 남편이 처음 만났던 그날의 장면이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이곳에서 우리는 전생에도 만났었지요."
과거의 장면 속에는 한 젊은 선비와 낮은 신분의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인해 결혼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결국 이루지 못했지요."
선비는 양반가의 압박으로 다른 여인과 혼인을 해야 했고, 처녀는 끝내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생에서 우리가 다시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전생의 한을 풀기 위해 하늘이 주신 기회였지요."
장면이 바뀌어 김씨 부부의 첫 만남이 보였습니다. 이번 생에서 그는 장사꾼이었고, 김씨는 평범한 농가의 딸이었습니다. 신분의 제약 없이 그들은 마침내 부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제가 도깨비가 되어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김씨의 눈앞에 또 다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남편이 떠나기 전날 밤,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번에는 꼭 돌아올게요. 우리의 인연이 이대로 끝날 리 없잖아요."
그날 밤 남편은 마치 무언가를 예감한 듯했습니다. 그리고 김씨의 손에 붉은 비단 치마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그 붉은 비단 치마... 전생에서 제가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도깨비 대장의 말에 김씨는 자신이 입은 치마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달빛 아래서 비단이 은은하게 빛났고, 그 빛은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아련했습니다.
8. 도깨비가 된 남편의 사연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며 주위가 어두워졌습니다. 도깨비 대장의 눈빛만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폭풍우 속에서 우리 배가 난파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지요."
도깨비 대장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공중에 그날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거센 파도가 배를 덮치고,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채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 바다 속에서 도깨비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제게 선택을 하라고 했지요. 죽음을 맞이하거나, 도깨비가 되어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그래서 당신은..."
"네, 저는 도깨비가 되기로 했습니다. 비록 인간의 모습은 잃었지만,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도깨비 대장의 말에 다른 도깨비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들 중에도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도깨비가 된 후에야 알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게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렇게라도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달빛이 다시 비치기 시작했고, 김씨의 붉은 비단 치마가 달빛 아래서 도깨비불처럼 반짝였습니다.
9. 과부와 도깨비의 재회
잔치 자리의 도깨비들이 하나둘 물러나고, 넓은 마당에는 김씨와 도깨비 대장만이 남았습니다. 달빛은 마치 무대를 비추는 듯 그들 주위로 동그랗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당신 곁을 맴돌며 지켜보았다는 것을..."
도깨비 대장의 말에 김씨는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이상하게 느꼈던 것들이 모두 그의 흔적이었던 것입니다. 밤마다 들리던 발자국 소리, 홀로 있을 때 느껴지던 따뜻한 기운, 그리고 가끔 보이던 감나무 아래의 그림자까지.
"그랬군요... 제가 매일 밤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던 거예요."
"당신이 밤마다 저를 그리워하며 우는 모습을 보며 저도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하지만 도깨비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몰래 지켜보는 것뿐이었지요."
김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면서도 동시에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남편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았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을 때면 매화나무 아래 서서 달을 바라보곤 했어요. 그러면 왠지 당신이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당신 곁에 있었으니까요. 비록 모습을 드러내진 못했지만..."
도깨비 대장이 손을 뻗자, 달빛 속에서 매화 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첫 만남의 날처럼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이제는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보름달이 가장 밝은 날이니까요. 하지만..."
도깨비 대장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었습니다. 그의 눈빛에 깊은 고민이 서려있었습니다.
"이렇게 도깨비가 된 저와... 당신은 여전히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10. 다시 피어나는 사랑
김씨는 천천히 도깨비 대장에게 다가갔습니다. 그의 앞에 서자 달빛이 더욱 밝아졌고, 도깨비불들이 그들 주위를 둥글게 감쌌습니다.
"당신이 도깨비가 되었든, 귀신이 되었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제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김씨의 말에 도깨비 대장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그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더니, 이내 생전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인간이 아닙니다. 낮에는 모습을 감추어야 하고, 밤에만 당신을 만날 수 있지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으시겠습니까?"
"전생에는 신분 때문에 이별했고, 이번 생에서는 죽음으로 헤어졌죠. 이제는... 어떤 모습이라도 함께하고 싶어요."
달빛 아래서 둘은 마주 보았습니다. 도깨비 대장의 손이 김씨의 뺨을 감쌌고, 그 순간 주변의 도깨비불들이 마치 꽃처럼 피어났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난 것이 제게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비록 도깨비지만... 영원히 당신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달빛 아래서 그들의 사랑이 다시 한번 피어났습니다. 전생의 한과 이생의 그리움을 뛰어넘어,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사랑으로 피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11. 운명의 선택
달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하늘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갈라지며 한 줄기 붉은 빛이 내려왔고, 그 빛 속에서 도깨비 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과연 네가 이런 선택을 할 줄 알았다."
도깨비 왕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울렸습니다. 그의 등장에 모든 도깨비들이 고개를 숙였지만, 김씨는 당당히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이여, 너는 도깨비와 사랑에 빠졌구나. 그리고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제 마음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도깨비 왕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그의 발걸음에 따라 대지가 울리는 듯했고, 도깨비불들이 더욱 크게 타올랐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느냐?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은 금기시되어 왔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니..."
"전생에서는 신분이, 이번 생에서는 죽음이 저희를 갈라놓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운명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김씨의 단호한 대답에 도깨비 왕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과연... 삼생의 인연이로구나. 그렇다면 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마."
도깨비 왕이 손을 들어올리자 공중에 두 개의 빛이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푸른빛, 다른 하나는 붉은빛이었습니다.
"푸른빛을 선택하면 너는 도깨비가 되어 그와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지. 붉은빛을 선택하면 그대로 인간으로 살 수 있으나, 오늘 밤의 기억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김씨는 잠시 도깨비 대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에서는 깊은 사랑과 걱정이 동시에 비쳤습니다.
"선택은 그대의 몫이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는 영원히 그대를 사랑할 것이오."
12. 새로운 시작
마을 사람들은 이상한 소문을 전합니다. 달이 밝은 밤이면 언덕 위 초가집에서 도깨비불이 피어오르고, 남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그 집에 살던 김씨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다만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하늘에서 푸른빛과 붉은빛이 서로 얽혀 춤추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제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마당의 감나무는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감나무 아래에서 붉은 비단 치마를 입은 여인과 선비 차림의 도깨비가 함께 달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여보,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어찌 후회하겠어요. 이제야 진정한 행복을 찾았는걸요."
달빛 아래 두 도깨비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전생에는 신분의 벽에 막혀 이루지 못했고, 이번 생에는 죽음으로 갈라졌던 그들의 사랑이 마침내 영원한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그들을 '달빛 부부'라 부릅니다. 특히 사랑하는 이와 이별한 이들이 감나무 아래에서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하나의 전설이 되어, 달빛 아래에서 영원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400자)
여러분, 오늘도 조선의 도깨비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생의 인연이 도깨비와 인간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어떠셨나요? 우리 조상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인연의 신비로움과 사랑의 영원함을 전하고자 했나 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저승사자와 약속을 한 젊은 선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해주시면 새로운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