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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장난, 배꼽 빠지는 세상

    태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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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250자 내외)

    조선 시대, 깊은 산속에 사는 도깨비들이 인간 세상을 더 웃기게 만든다면? 나랏님 앞에 갑자기 사라지는 벼슬아치, 장터에서 팔리는 말하는 호박, 하룻밤 새 방앗간이 금으로 변하는 기이한 사건!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도깨비들의 장난이었으니…! 천하의 바보 영감과 얄미운 부자가 도깨비의 장난에 휘말려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과연 이들은 도깨비를 속이고 무사할 수 있을까? 조선 시대의 기묘하고도 웃긴 설화, 지금 시작합니다!

    후캉 (250자 내외)

    "도깨비가 사람을 홀린다고? 그게 무섭기만 한 건 아니더라!"
    조선 시대, 도깨비들의 장난으로 조용할 날 없는 어느 고을. 힘깨나 쓰는 장사꾼이 밤새 쌀가마를 쌓아 두었건만, 아침이 되니 모조리 콩깍지로 변해 있었다?! 한양 장터에서 ‘천년 묵은 명약’을 샀는데, 마셔보니 맛이 묘하다… 이게 웬 된장국?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깨비들의 엉뚱한 유머 감각! 그러나 장난이 지나치면 사람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과연 이 소동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1: 도깨비들의 장난

    깊은 밤, 산속에서 도깨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하늘에는 달빛이 희미하게 깔렸고, 숲속에는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도깨비들의 표정은 심각하기는커녕 장난기가 넘쳤다.

    "오늘 밤은 누구를 놀려볼까?"

    가장 덩치가 큰 도깨비가 주위를 둘러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도깨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지난번에는 김 서방의 엽전을 콩으로 바꿨더니, 새벽부터 저잣거리에 나가서 난리를 치더라."

    "그래, 그놈은 아직도 엿장수랑 싸운다던데? 돈이 잘못 들어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야!"

    도깨비들은 서로를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하하, 그것도 재미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기막힌 걸 해볼까?"

    "좋지! 마을에서 제일 욕심 많은 인간이 누구더라?"

    "당연히 최 부자지. 금덩어리를 모으는 데는 귀신이잖아. 푼돈 하나라도 빼앗기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인간이지."

    덩치 큰 도깨비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이번엔 금덩이를 하나 줘볼까?"

    "금덩이를 준다고?"

    "응, 하지만 그냥 주는 게 아니지. 아침에 돌덩이로 바꿔버리는 거야!"

    "푸하하하! 얼굴이 볼만하겠군!"

    도깨비들은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들의 장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아? 하나 더 추가하자."

    "무슨 장난이 좋을까?"

    "말하는 호박을 만들어서 장터에 내다 놓는 건 어때?"

    "그거 재미있겠는데? 인간들이 얼마나 기겁할까?"

    "게다가 그 호박이 ‘사흘 안에 가진 재산을 다 잃을 것이다’ 같은 예언을 하면?"

    "하하하! 최 부자 같은 인간이 그런 말을 들으면 어쩌겠어? 겁에 질려서 자기가 가진 걸 전부 껴안고 벌벌 떨겠지!"

    "아주 그냥 미쳐버릴걸? 그러고 나서 엉뚱한 데 가서 굿이라도 하겠지."

    도깨비들은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그들의 장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밤은 길었고 놀이를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좋아! 오늘도 신나게 놀아보자!"

    그들은 한바탕 웃으며 저잣거리를 향해 사라졌다. 인간 세상이 또다시 시끌벅적해질 순간이었다.

    2: 최 부자의 욕심

    새벽이 밝아오고, 마을 장터는 아직 조용했다. 하지만 최 부자의 집에서는 벌써부터 부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문 앞에는 커다란 금덩이가 놓여 있었고, 최 부자는 그것을 보고 눈을 번쩍 뜨며 외쳤다.

    "이, 이게 웬 금덩이냐!?"

    하인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나으리, 어젯밤엔 분명 없었는데… 누가 두고 간 걸까요?"

    "바보 같은 소리 말거라! 누군가 내 앞마당에 이런 귀한 걸 두고 갈 리가 있느냐! 이건 분명 하늘이 나에게 내린 복이야!"

    최 부자는 금덩이를 들어 올리며 입을 헤 벌렸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 차가운 감촉… 이건 진짜 금이었다. 그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뜩였다.

    "하하하! 이거면 앞으로 십 년, 아니 백 년은 더 살 수 있겠구나!"

    최 부자는 하인들을 돌아보며 신이 난 듯 소리쳤다.

    "어서 방으로 가져가거라! 누구도 못 보게 잘 숨겨둬야 한다!"

    "예, 나으리!"

    하인들은 급히 금덩이를 안고 최 부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 하인은 문을 닫기 전, 살짝 뒤를 돌아보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도련님, 혹시…"

    "뭐냐? 할 말 있으면 빨리 해라!"

    "이게 혹시 도깨비의 장난은 아닐까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최 부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 이놈!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이건 하늘이 내린 금덩이다! 감히 도깨비 따위를 끌어들여 불길한 소리를 하는 게냐!"

    "죄, 죄송합니다, 나으리…"

    "당장 썩 물러가라! 앞으로 내 앞에서 그런 말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하인은 고개를 숙이며 재빨리 물러났다. 하지만 최 부자는 잠시나마 스쳐 지나간 불안감을 애써 무시한 채 금덩이를 매만졌다.

    "이건 내 거야. 아무도 뺏어갈 수 없어. 절대!"

    그는 문을 걸어 잠그고, 금덩이를 품에 안은 채 침상 위에 올라앉았다. 잠이 들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밤사이 누가 훔쳐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욕심 많은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금덩이가 천천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반짝이던 황금빛은 점점 탁해지더니, 표면이 거칠어지고 색이 어두워졌다. 한때 묵직했던 금덩이는 가벼워지면서 형태가 울퉁불퉁해졌다.

    그리고 해가 떠오를 무렵, 금덩이는 완전히 돌덩이로 변해 있었다.

    "하아암… 으음…!"

    최 부자는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어제의 흥분이 가라앉자 그는 다시 한 번 금덩이를 확인하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끝에 닿은 건 차갑고 거친 표면이었다.

    "이, 이게 뭐야?"

    눈을 비비고 자세히 들여다본 그는 곧장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그는 돌덩이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금덩이가 아니었다. 도깨비들의 장난은 단 한순간도 망설임 없이 이루어졌고, 인간의 욕심을 여지없이 농락했다.

    "누가, 누가 이런 장난을 친 거야!!!"

    최 부자의 절규가 새벽 하늘을 찢듯 울려 퍼졌다.

    3: 장터의 말하는 호박

    최 부자의 집에서 울려 퍼진 비명 소리는 마을 전체를 깨울 듯했다. 하지만 그가 분노로 얼굴을 붉히고 있을 무렵, 장터에서는 또 다른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터 한쪽,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에 커다란 호박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고, 아무도 만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것이 이상했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 호박이 혼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봐, 저기 있는 호박 좀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 원래 저런 게 있었나?"

    사람들은 하나둘 호박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간 장수 한 명이 호박을 손으로 툭툭 쳐 보았다.

    "크기도 크고 단단하네. 이거 국 끓이면 아주 맛있겠…"

    그 순간, 호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 말을 듣거라, 인간들아!"

    "으악! 호박이 말을 한다!!"

    순간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장수는 호박을 던질 듯이 손을 떼며 뒷걸음질쳤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누, 누구야! 누가 장난치는 거야?!"

    호박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분명 호박에서 나왔다.

    "나는 이 마을에 닥칠 재앙을 경고하러 왔다!"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누군가는 거짓말이라며 비웃었지만, 누군가는 호박을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무슨 재앙?"

    "이 마을에서 가장 욕심 많은 자가 모든 재산을 잃게 될 것이다!"

    "…!"

    사람들은 곧장 떠올렸다. 최 부자. 마을에서 누구보다 재산을 아끼고, 돈에 욕심이 많은 그였다.

    "정말일까…?"

    "아침부터 최 부자 집에서 무슨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더더욱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이게 장난이 아니라면… 그럼 최 부자는 정말 망하는 거야?"

    "으으… 갑자기 너무 불길한데?"

    사람들은 점점 더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러자 호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흘이 지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라!"

    "사흘?!"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가 사흘 안에 망한다는 소문은 곧 마을 전체로 퍼졌다.

    그리고, 그 소문의 중심에는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장터 한가운데 놓여 있는 호박이 있었다.

    4: 최 부자의 혼란

    최 부자의 집은 여전히 난장판이었다. 아침부터 하인들이 우왕좌왕 뛰어다니고, 마당에서는 한숨과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나으리! 정신 좀 차리십시오!"

    "이게 무슨 일이냐… 분명 금덩이었는데… 어떻게 돌덩이로 변할 수 있단 말이냐…!"

    최 부자는 손에 쥔 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무리 비벼도, 긁어도, 두드려도 다시 금으로 변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그저 평범한 돌덩이일 뿐이었다.

    "분명 어제 밤까지만 해도… 이건… 말이 안 돼…!"

    눈앞에서 자신의 꿈이, 재산이 사라진 듯한 충격에 그는 멍하니 주저앉고 말았다. 하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마당을 가로질러 한 하인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나으리! 나으리!"

    "뭐냐! 시끄럽게!"

    "큰일 났습니다! 장터에서… 장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뭐? 장터에서?"

    "네!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호박이… 말을 한다고 합니다!"

    "호박이… 말을 한다고?"

    순간, 최 부자의 눈이 번쩍 뜨였다.

    "거짓말하지 마라! 네놈, 지금 이 와중에 나를 놀리려 드는 것이냐?"

    "아닙니다, 나으리! 모두가 보고 들었습니다! 그 호박이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욕심 많은 자가 모든 재산을 잃을 것이다' 라고!"

    "……!"

    최 부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사흘 안에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도 말했다 합니다!"

    그제야 최 부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도깨비 짓이다. 아니면 귀신의 저주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흘 안에… 내 모든 것을 잃는다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쥔 돌덩이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려다보았다. 혹시… 이것도 그 호박의 예언 때문인가?

    "그, 그 호박은 지금 어디 있느냐?"

    "장터 한가운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벌써 몰려가서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어서 가자! 당장 그 호박을 확인해야 한다!"

    최 부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장터로 뛰어나갔다. 하인들도 놀라 따라붙었다.

    마을 길을 따라 달려가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갖 불길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혹시 이 모든 것이 진짜라면? 정말 사흘 후에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면?

    그리고 곧, 장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중심에는, 문제의 커다란 호박이 놓여 있었다.

    "이것이… 그 호박인가?"

    최 부자는 헐떡이며 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호박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왔구나, 최 부자."

    5: 호박의 예언

    장터 한복판, 사람들 사이로 최 부자가 헐떡이며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이, 이 호박이 정말 말을 한다고…?"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 노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나으리… 이 호박이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욕심 많은 자가 사흘 안에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라고 말이지요."

    순간, 최 부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거짓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호박을 붙잡으려 하자, 갑자기 호박이 스스로 꿈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만지지 마라, 최 부자."

    "으아악!!"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떼고 뒷걸음질쳤다. 장터에 모인 사람들도 두려움에 벌벌 떨며 숨을 삼켰다.

    호박의 목소리는 낮고도 선명했다.

    "너는 탐욕이 가득한 자. 가진 것을 더욱 쥐려 하고, 남의 것을 빼앗고도 만족할 줄 모르는 자. 그러한 너에게 하늘이 벌을 내릴 것이다."

    "아, 아니…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최 부자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하지만 호박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사흘 안에, 너의 재산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거짓말이다! 그럴 리 없어!"

    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허둥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 누구도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이야… 내 재산은 내 손으로 지켜왔어! 아무도 내 것을 빼앗을 수 없어!"

    호박이 마지막으로 경고하듯 입을 열었다.

    "탐욕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빈손이 될 것이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터는 정적에 휩싸였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최 부자는 머리를 감싸 쥐고 비틀거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서서히 그의 심장을 죄어왔다.

    "…아니야. 나는 이렇게 당할 수 없어. 방법이 있을 거야…"

    그는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섰다.

    "그래… 이건 분명 도깨비의 장난일 거야! 도깨비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그렇게 외치고는 정신없이 달려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는 탐욕을 버릴 수 있을까, 아니면 정말로 빈손이 될 것인가?

    사흘이라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6: 도깨비를 찾아서

    최 부자는 헐레벌떡 장터를 빠져나왔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점점 멀어졌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혼란스러운 생각만이 가득했다.

    "도깨비 짓이야… 그래, 도깨비가 날 골탕 먹인 거야…!"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나타난 금덩이, 돌로 변한 황금, 그리고 말하는 호박. 인간이 할 수 있는 장난이 아니다. 도깨비만 찾아내면,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인들! 당장 오라 해라!"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최 부자는 소리를 질렀다. 놀란 하인들이 급히 뛰어왔다.

    "나으리, 무슨 일이십니까?"

    "산으로 가겠다! 도깨비를 잡으러 간다!"

    "네…? 도깨비를요?"

    "그래! 당장 준비해라! 횃불을 들고, 몽둥이를 챙겨! 도깨비가 어디에 사는지 아는 자는 없느냐?"

    하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당황했다. 하지만 최 부자의 눈빛이 너무나도 광기어린 것이었기에 누구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그때, 늙은 머슴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으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뒷산 깊숙한 곳,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도깨비들이 모여 술을 마신다는 소문이…"

    "느티나무라…! 좋아, 거기로 간다!"

    그날 밤, 최 부자는 하인들을 데리고 산으로 향했다. 모두 손에는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으리,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

    "입 닥쳐라! 도깨비만 잡으면 내 모든 걸 되찾을 수 있다!"

    그는 앞장서서 어둠을 헤치며 걸어갔다. 산은 밤이 되자 더욱 깊은 정적에 휩싸였고, 어디선가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며 으스스한 소리를 냈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으리! 저기 뭔가 있습니다!"

    한 하인이 나뭇가지 사이를 가리켰다.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흔들리는 불꽃 아래, 도깨비들이 둥그렇게 앉아 술을 마시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최 부자는 이를 악물고 도깨비들을 노려보았다.

    "저 놈들이 틀림없어! 내 금덩이를 훔쳐간 것도, 호박을 만든 것도 저놈들 짓이야!"

    하지만 하인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도깨비를 본 것도 처음인데,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다간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 저희가 정말 도깨비를 잡을 수 있을까요…?"

    "입 다물고 따라와라!"

    최 부자는 겁도 없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단숨에 도깨비들 앞에 뛰어들어 소리쳤다.

    "이놈들! 감히 내 재산을 훔치고, 나를 농락해?! 당장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도깨비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어허, 이게 누구신가? 마을에서 가장 욕심 많은 최 부자 아니신가?"

    "호오… 사흘 후에 모든 걸 잃을 거라 했더니,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겠구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렇게 쫓아왔단 말이지?"

    도깨비들은 하나둘씩 피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최 부자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

    "닥쳐라! 금덩이를 돌려놔라! 그리고 저주를 풀어!"

    그러자 도깨비 중 하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도깨비는 최 부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최 부자, 묻겠다. 탐욕을 버릴 수 있겠느냐?"

    "뭐, 뭐라고…?"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네가 욕심을 부릴수록,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네가 그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사흘 후에는 정말로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최 부자는 숨을 헐떡이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욕심을 인정할 수 없었다.

    "웃기지 마라! 이건 저주야! 내가 욕심을 부려서가 아니야! 너희가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는 거잖아!"

    도깨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이 인간이 아직도 모르겠군."

    "그럼 어쩔 수 없지. 사흘 후에 네가 어떤 꼴이 되는지 직접 겪어보는 수밖에."

    도깨비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최 부자는 이를 악물었지만,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가 아무리 소리쳐도, 도깨비들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이, 이놈들…!"

    하지만 아무리 위협을 해도, 도깨비들은 이미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최 부자는 이를 악물고 도깨비들을 노려보다가, 씩씩거리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하인들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며 최 부자는 속으로 되뇌었다.

    "절대 이렇게 당할 순 없어…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하지만 그가 미처 알지 못한 것은, 탐욕이란 결국 인간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사흘이라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7: 사흘째 아침

    사흘째 아침이 밝았다.

    최 부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초조하게 방을 오가며 무언가를 되돌릴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아직 괜찮아…"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하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나으리! 큰일 났습니다!"

    "뭐가 또 난리야!"

    최 부자는 짜증스럽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마당으로 나서는 순간, 그의 얼굴이 굳었다.

    "저, 저게 뭐야…?"

    눈앞에는 난장판이 펼쳐져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놓여 있던 곡식 자루들은 텅 비어 있었고, 장독대의 항아리들은 모두 깨져 있었다. 심지어 곳간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에 쌓여 있던 금은보화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 이게 무슨…!"

    그는 재빨리 곳간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거미줄뿐이었다.

    "도둑이야! 당장 도둑을 잡아라!"

    하인들은 허둥지둥 뛰어나가 마을을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서도 도둑의 흔적은 없었다.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없어…!"

    그는 헛된 희망을 품고 방으로 달려갔다. 자신의 금덩이를 숨겨둔 곳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서랍을 열어본 순간, 그는 절망하고 말았다.

    금덩이는커녕, 엽전 한 닢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야… 이건 꿈이야…!"

    그는 절망적으로 주저앉았다. 손이 떨렸고,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흘 전, 도깨비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탐욕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빈손이 될 것이다."

    최 부자는 이제야 깨달았다. 도깨비의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결국 자신의 욕심이 그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는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모든 걸 잃었어."

    그의 절망이 가득한 탄식이 아침 공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멀리서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유튜브 엔딩멘트 (400자 내외)

    "이런 도깨비들이 조선 시대에 있었다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혹여나 밤에 자고 일어났더니 지붕 위에 신발이 올라가 있다면? 방앗간의 쌀가마니가 모조리 돌멩이로 변했다면? 조선의 도깨비들이 아직도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오늘도 ‘도깨비, 웃긴 세상을 더 웃기게 만드는 녀석들’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조선 시대의 또 다른 기묘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다음 전설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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