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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정자 - 과거길에 만난 신비한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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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정조 시대, 가난한 선비 이수린은 병든 어머니를 위해 과거시험에 급제하려 한다. 한양으로 가는 길에 그는 비가 내리는 깊은 산속에서 이상한 정자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만난 신비한 선비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 가난한 선비의 효심과 학구열을 도운 도깨비들의 따뜻한 이야기.

     

    1. 병든 어머니와 과거길을 떠나는 이수린

    "어머님, 이번에는 꼭 급제하여 돌아오겠습니다."
    이수린이 병석에 누운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는다. 늦가을의 찬바람이 낡은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다.

    "그저... 몸 성히 다녀오너라."
    어머니의 마른 기침이 이어진다.
    "이번에도 낙방하면 어쩌려고..."

    "걱정 마십시오. 삼 년을 준비했사옵니다."
    이수린은 자신의 허리춤을 만진다. 전재산을 털어 마련한 종이와 먹이 담긴 주머니가 만져진다.

    "여기 드시는 약은..."
    이수린이 床머리의 약봉지를 정리하려는데, 어머니가 그의 손을 잡는다.

    "내 약은 걱정 말거라. 대신 이걸 가져가라."
    어머니가 베개 밑에서 낡은 주머니를 꺼낸다.
    "네 아버지가 과거 보러 가실 때 지니셨던 것이다."

    이수린이 주머니를 열어보니 오래된 붓 한 자루가 들어있다.

    "아버지의..."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다. 십 년 전 아버지는 과거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가거라... 이제."
    어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이수린이 마당을 나서는데 갑자기 까마귀가 울며 지나간다. 불길한 징조라 하던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요."
    이수린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린다.
    "어머님의 병을 고치려면... 반드시 급제해야 해."

    멀리서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이수린은 한양으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등 뒤로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배웅하고 있었다.

    2. 폭풍우 속 발견한 신비한 정자

    "이런, 하필 이런 날씨라니..."
    이수린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갑자기 몰아친 폭풍우가 그의 얼굴을 때린다.

    해는 이미 저물었고, 산속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때 번개가 번쩍이며 잠시 주위를 밝힌다.

    "저기... 정자?"
    번개빛에 비친 건물의 윤곽. 산속 깊은 곳에 정자가 있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 비를 피했다 가야겠소."
    이수린이 정자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한밤중인데 등불이..."
    정자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누군가가 있는 모양이다.

    "계신 분 있소?"
    이수린이 정자 계단을 오르며 외친다. 대답은 없지만 어디선가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온다.

    드디어 정자 안으로 들어선 이수린. 그의 눈이 커진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작은 서재와도 같았다. 벽에는 책들이 가득 꽂혀있고, 바닥에는 책상과 문방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상하다..."
    이수린이 책장의 책들을 살펴본다.
    "이런 곳에 어찌 이리 많은 책들이..."

    그때 갑자기 등불이 흔들리더니 꺼졌다가 다시 켜진다. 그리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과거를 보러 가는 길인가?"

    이수린이 놀라 돌아보니, 어느새 정자 한켠에 흰 도포를 입은 노인이 앉아있다. 아까는 분명 없었는데...

    "네... 그렇소만..."
    이수린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렇다면..."
    노인이 미소를 짓는다.
    "잠시 이 늙은이와 글 한 수 읊어보지 않겠는가?"

    밖에서는 폭풍우가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3. 이상한 선비들과의 만남

    "四海八荒皆無物..."
    이수린이 노인의 요청에 따라 시를 읊는다. 재미있게도 폭풍우 소리가 그의 시구 사이사이 운율을 맞추는 듯하다.

    "호호... 재주가 있구나."
    노인이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웃음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아니... 이게..."
    이수린이 놀라 주위를 둘러본다. 어느새 정자에는 세 명의 선비가 더 앉아있다. 언제 들어왔는지, 그들의 모습이 안개처럼 희미하다.

    "젊은이, 과거에 응시하려면 사서삼경은 기본이지."
    왼쪽의 젊은 선비가 말한다.

    "그리고 역대 패관잡기도 알아야 하네."
    오른쪽의 중년 선비가 덧붙인다.

    "무엇보다 시문에 능해야..."
    또 다른 백발 선비의 목소리.

    이수린은 혼란스럽다. 이 선비들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과거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말하고 있다.

    "저... 실례지만..."
    이수린이 입을 열려는 순간, 노인이 손을 든다.

    "밤이 깊었구나. 내일부터 공부를 시작하자."

    "네? 하지만 전 한양으로 가는 길이라..."

    "서두를 것 없다. 과거까지는 아직 한 달. 그 시간이면 충분하리."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자, 이제 쉬거라."
    선비들의 모습이 안개처럼 희미해진다. 이수린은 어느새 피곤함이 몰려와 눈을 감는다.

    "어머님... 이상한 꿈을 꾸는 것일까요..."

    달빛이 정자를 비추고, 폭풍우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정자 주위로 도깨비불이 은은하게 떠다니기 시작한다.

    4. 밤마다 이어지는 기이한 공부

    "이렇게 문장을 다듬으면..."
    젊은 선비가 이수린의 글을 살펴본다. 밤이 되자 어제의 선비들이 다시 나타났다.

    "아니, 이상하군."
    이수린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의 글씨가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종이에서 둥둥 떠올라 공중에서 춤을 추듯 움직인다.

    "호호, 놀라지 마시게."
    백발 선비가 웃으며 말한다.
    "이것이 우리만의 공부법일세."

    공중에 떠 있는 글자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더니 더 나은 문장으로 재배열된다.

    "이런 방법이 있다니..."
    이수린이 감탄하는데, 갑자기 방안이 환해진다. 도깨비불이 책장 사이를 날아다니며 필요한 책들을 가져다준다.

    "오늘은 역대 패관잡기를 공부할 차례."
    중년 선비가 말한다. 그의 손짓에 따라 책들이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선생님들... 혹시..."
    이수린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묻지만, 노인이 손을 저으며 말을 막는다.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글 속에서 찾아보게나."

    밤새 이어지는 신비한 공부. 이수린의 붓끝에서 나온 글자들이 방안을 날아다니고, 도깨비불은 마치 작은 등불처럼 그의 책상을 밝힌다.

    "어머님께서 보시면 놀라시겠지..."
    이수린이 잠시 어머니를 생각하며 중얼거린다.

    "효심이 깊구나."
    노인의 눈빛이 따뜻하다.
    "그 마음가짐이라면 틀림없이 급제하리라."

    밖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리자 선비들의 모습이 다시 흐려지기 시작한다.

    "내일 밤에 다시 만나세."
    선비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고, 이수린은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정자 주위로 새벽안개가 피어오르고, 도깨비불들이 춤추듯 사라진다.

    5. 점점 늘어나는 학문의 깊이

    "과연... 이수린 형님의 학문이 날로 깊어지고 있어요."
    젊은 선비가 이수린의 글을 보며 감탄한다. 창밖으로는 달빛이 가득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오."
    이수린이 고개를 저으며 글을 지워내려 하자, 글자들이 스스로 움직여 새로운 문장을 만든다.

    "보시게. 글자들도 형님의 뜻을 알아 더 나은 길을 찾아가고 있지 않소?"
    중년 선비가 웃으며 말한다. 그의 모습이 달빛에 비쳐 잠시 반투명해 보인다.

    "이상하게도..."
    이수린이 붓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열흘 동안 잠도 안 오고, 배고픔도 모르겠소이다."

    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글을 읽는 즐거움에 빠지면 그런 것이지..."

    그때 도깨비불 하나가 책장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가져온다.

    "이것은..."
    이수린이 책을 펼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책 속의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역대 패관잡기의 진수라 할 수 있지."
    백발 선비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런 것까지 알면 과거장에서..."

    "과거장..."
    이수린의 눈빛이 흔들린다.
    "제가 정말 급제할 수 있을까요?"

    선비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그들의 모습이 순간 도깨비의 형상으로 변했다가 다시 선비로 돌아온다.

    "자네의 효심과 학구열이면 충분하네."
    노인이 이수린의 어깨를 토닥인다.
    "자, 이제 『주역』을 펼쳐보세..."

    밤이 깊어갈수록 정자 안의 도깨비불은 더욱 밝게 빛나고, 책 속의 글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이수린에게 지혜를 전한다.

    열흘 째 밤, 이수린의 학문은 이미 범상치 않은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6. 도깨비임을 알게 되는 순간

    "오늘은 달밤이 유난히도 밝구나."
    노인이 창밖을 바라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이 달빛에 비쳐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승님..."
    이수린이 붓을 멈추고 노인을 바라본다.
    "혹시 당신들은..."

    순간 도깨비불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선비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 하얀 도포 자락이 바람에 날리더니, 그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아이고, 들켜버렸네."
    젊은 선비... 아니, 젊은 도깨비가 웃으며 말한다.
    "이제 도망가야 하나?"

    "그럴 필요 없다."
    노인 도깨비가 차분히 말한다.
    "이수린 학생이라면 이해해줄 걸세."

    이수린은 놀랍게도 전혀 겁먹지 않은 표정이다.
    "그렇군요. 전부터 의심은 했었습니다. 보통 선비들이 이렇게 신비한 방법으로 가르칠 리가..."

    "놀랍지 않으신가?"
    중년 도깨비가 묻는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수린이 절을 한다.
    "도깨비님들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제가 어찌 이토록 학문을 넓힐 수 있었겠습니까."

    도깨비들이 서로 놀란 눈빛을 교환한다.

    "자네 같은 제자는 처음이구려."
    노인 도깨비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제 열흘이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세."

    밤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더욱 밝아진다. 도깨비들과 이수린은 이제 스승과 제자가 아닌, 진정한 벗처럼 글을 나누기 시작한다.

    정자 주위로 수많은 도깨비불이 반딧불처럼 춤추고, 밤은 깊어만 간다.

    7. 사라진 정자를 찾아 헤매는 이수린

    "도깨비 스승님들... 어디 계신 것이오?"
    이수린이 산길을 헤매고 있다. 어제 밤까지 분명 있었던 정자가 아침이 되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그의 손에는 한 달 동안 써온 글이 든 책자가 들려있다. 적어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은 걸 보면, 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학생."
    갑자기 노인 도깨비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온다.
    "이제 혼자의 힘으로 걸어가야 할 때요."

    "하지만 스승님..."

    "우리가 가르친 것은 글뿐만이 아니었소."
    젊은 도깨비의 목소리.
    "자네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법..."

    이수린이 주위를 둘러보니, 도깨비불들이 희미하게 길을 비추고 있다.

    "저기..."
    도깨비불을 따라가니 한양으로 가는 큰길이 보인다. 그리고 그 곳에는 다른 과거 응시생들이 모여있다.

    "과거까지 이제 사흘..."
    이수린이 품 안의 책자를 꽉 쥔다. 그동안 도깨비들에게 배운 모든 것이 담겨있다.

    "어머님... 이제 곧 뵙겠습니다."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멀리서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하다. 아침 안개 속으로 도깨비불이 하나둘 사라지고, 이수린은 한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큰길에서 만난 다른 선비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깊은 산속에서 나타난 젊은이의 눈빛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8. 도깨비들의 마지막 과거 시험

    "이보게, 젊은이! 시험삼아 한 수 읊어보지 않겠나?"
    한양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중년의 선비가 이수린을 부른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모여 시험 삼아 시구를 나누는 자리였다.

    "송구하오나..."
    이수린이 사양하려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며 나뭇가지 사이로 도깨비불이 반짝인다.

    "그럼... 한 수 올리겠습니다."
    이수린이 자리에 앉는다. 주위로 수십 명의 선비들이 모여든다.

    "하늘이 내린 인재는..."
    이수린이 시를 읊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주위의 자연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바람이 그의 운율에 맞춰 불고, 나뭇잎이 글자를 그리듯 춤춘다.

    "이... 이런 시구를..."
    중년 선비가 놀란 눈으로 이수린을 바라본다.

    "어디서 그런 글재주를..."
    다른 선비들도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과거를 주관하는 시험관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과연..."
    시험관이 말을 멈추고 이수린의 시구를 듣는다.
    "자네가 바로 소문의 그 선비인가?"

    "소문이라뇨?"
    이수린이 의아해한다.

    "산속 정자에서 신선을 만나 글을 배웠다는..."
    시험관의 말에 이수린은 놀란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일인데.

    멀리서 도깨비들의 장난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제 이틀 뒤면 과거요. 기대하겠네."
    시험관이 말을 돌려 떠난다.

    이수린의 시구를 들은 다른 선비들은 더 이상 시 짓기를 하지 못한다. 그의 글 솜씨가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달이 떠오르고, 이수린은 멀리 한양의 불빛을 바라본다. 도깨비 스승님들이 마지막 시험을 준 것일까.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9. 어머니의 병세 악화

    "나으리! 큰일났습니다!"
    마을 하인이 달려와 숨을 헐떡인다. 이수린의 어머니를 간호하던 안노파가 문밖으로 나온다.

    "무슨 일이여..."

    "마님의 병환이... 갑자기 악화되었다고..."
    하인의 말에 안노파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방안에 누운 어머니의 숨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들자, 어디선가 도깨비불이 날아온다.

    "이상하네..."
    안노파가 중얼거린다.
    "저 불빛들이..."

    도깨비불들이 방안을 맴돌더니, 어머니의 머리맡에 둥글게 모여 앉는다. 마치 글자를 쓰는 것처럼 불빛이 움직인다.

    '아들아... 어서 급제하거라...'

    "저게 무슨 글자야!"
    안노파가 놀라 외친다.
    도깨비불이 쓴 글자가 공중에 떠오르다 사라진다.

    그때, 어머니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수린아..."

    도깨비불들이 더욱 밝게 빛나며 방안을 비춘다. 이상하게도 그 불빛이 닿는 곳마다 어머니의 안색이 나아지는 것 같다.

    "이런..."
    안노파가 어머니의 맥을 짚어본다.
    "맥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소!"

    달빛 속에서 도깨비불들이 춤추듯 움직이고, 어머니의 호흡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수린아... 어서 돌아오거라..."
    어머니의 작은 중얼거림에, 도깨비불들이 더욱 밝게 빛난다.

    멀리 한양에서는 이수린이 과거를 준비하고 있을 터. 도깨비들은 그의 어머니를 지키며 밤을 새운다.

    10. 한양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시험

    "이제 저 고개만 넘으면 한양이다."
    이수린이 깊은 숨을 내쉰다. 달빛이 가득한 밤, 마지막 고개를 오르는 길이다.

    "젊은이, 잠시 쉬어가지 않겠나?"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수린이 돌아본다. 낯익은 모습의 노인이 길가에 앉아있다.

    "도깨비 스승님!"
    이수린이 반가워하며 다가가려는데, 노인이 손을 든다.

    "이제 마지막 시험이다."
    노인의 모습이 달빛에 비쳐 반투명해진다.
    "네 어머니의 병환이 위중하시단다."

    "네? 어머님이..."
    이수린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선택하거라. 지금 당장 남원으로 돌아가 어머님을 뵐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 응시할 것인가."

    이수린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연다.

    "어머님은... 제가 급제하시기를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비록 지금 곁에 못 있더라도, 어머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효도일 것 같습니다."

    순간 노인의 모습이 사라지고, 도깨비불들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잘 선택했다."
    젊은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의 어머님은 우리가 지키고 있으니, 안심하고 과거에 임하거라."

    이수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고맙습니다... 스승님들..."

    달빛이 구름 사이로 쏟아지고, 도깨비불은 한양을 향해 길을 밝혀준다. 이수린은 마지막 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진정한 효도의 길을 선택한 그의 발걸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11. 과거장에서 만난 도깨비 선비들

    "이제 시험을 시작하겠노라."
    시험관의 목소리가 울리고, 수백 명의 선비들이 붓을 든다. 이수린의 손이 떨린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과거장 밖에서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도깨비불들이 담장 너머로 살짝살짝 보인다.

    "저것은..."
    이수린이 미소 짓는다. 아버지의 붓을 꺼내들자, 붓끝에서 은은한 빛이 난다.

    "대책을 쓰시오."
    시제가 발표되고, 이수린의 붓이 춤추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도깨비 스승님들에게 배운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써내려간다.

    "어, 저기 보시오!"
    누군가 소리친다. 이수린의 글자들이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신묘하도다..."
    시험관이 이수린의 답안지를 읽으며 감탄한다.
    "이런 글재주라니..."

    그때 갑자기 시험장 주변으로 안개가 피어오른다. 안개 속에서 네 명의 선비가 희미하게 보인다. 도깨비 스승님들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노인 도깨비가 속삭이듯 말한다.
    "너의 진심을 보여다오."

    이수린은 답안지 마지막에 자신의 심정을 적는다.
    '어머님의 병환을 고치고자 하는 젊은이의 간절한 마음을...'

    도깨비들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과거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이수린의 답안에 감동한다.

    "이만하면..."
    이수린이 붓을 내려놓는다. 마지막 글자까지 은은한 빛을 내며 기록되었다.

    "과연 소문의 그 선비로구나."
    시험관이 감탄하며 말한다.
    "하늘이 내린 인재임이 틀림없다."

    과거장 밖으로 도깨비불이 하나둘 사라지고, 이수린의 가슴속에는 희망이 가득 차오른다.

    12. 급제 후 찾아간 그 정자터

    "어머님, 이제 이곳입니다."
    급제 후 어머니를 모시고 정자가 있던 자리를 찾은 이수린. 병환이 깨끗이 나은 어머니가 그의 팔을 붙잡고 서 있다.

    "여기서 도깨비 선비들을 만났단 말이냐?"
    어머니가 주위를 둘러본다. 정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이 자리에서만 꽃들이 활짝 피어있다.

    "네. 덕분에 아들이 급제하여..."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고, 도깨비불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수린아..."
    노인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효심이 하늘을 움직였다."

    도깨비불들이 모여 정자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 네 도깨비가 선비의 모습으로 앉아있다.

    "도깨비 나리들..."
    어머니가 깊이 절을 한다.
    "우리 아들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 효심 잃지 말거라."
    도깨비들의 모습이 달빛 속으로 흩어지며, 정자의 형상도 사라진다.

    남은 것은 활짝 핀 꽃들과 은은히 반짝이는 도깨비불뿐.

    "자, 이제 가시지요."
    이수린이 어머니의 손을 잡는다.
    "이제부터는 제가 어머님을 편히 모시겠습니다."

    달빛 아래, 모자의 발걸음이 꽃길을 따라 이어진다. 저 멀리서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는 듯하다.

    [끝]

    유튜브

    "여러분, '도깨비 정자 - 과거길에 만난 신비한 공부방' 이야기 어떠셨나요?

    조선시대에는 도깨비가 인간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효심 깊은 이들이나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깨비가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죠.

    이 이야기는 실제로 전라도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던 여러 도깨비 설화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과거를 준비하는 가난한 선비와 도깨비의 만남, 그리고 효심 깊은 아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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