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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터에 돈을 묻어 이자를 불린 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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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흉가를 단돈 몇 푼에 사들인 눈먼 장님. 매일 밤 출몰하는 으스스한 도깨비들에게 목숨을 구걸하기는커녕, 당돌하게도 씨앗돈을 내밀며 투자를 권유하는데요. 과연 이 앞 못 보는 장님은 어떻게 무시무시한 도깨비들을 구워삶아 조선 제일의 거상이 될 수 있었을까요? 기막힌 반전이 숨어있는 오늘의 노다지 야담,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1: 헐값에 팔린 흉가와 허 봉사의 기이한 입성
한양 도성 내, 장사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운종가 뒤편에는 어울리지 않게 터무니없이 넓고 스산한 기와집 한 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아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이 집은 한양 사람들에게 이른바 '도깨비 터'로 불리며 기피의 대상이 된 지 오래였다. 번듯한 솟을대문과 널찍한 마당을 갖춘 제법 기품 있는 가옥이었으나, 이 집을 거쳐 간 주인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변을 당했다. 첫 번째 주인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석 달 만에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두었고, 두 번째 주인은 밤마다 허공에 대고 살려달라 빌더니 끝내 실성하여 제 발로 우물에 뛰어들었다. 세 번째 주인은 아예 야반도주를 해버렸으니, 그 후로 이 집은 십 년이 넘도록 잡초만 무성한 폐가로 방치되어 있었다. 집을 중개하는 거간꾼들조차 복채를 얹어준다고 해도 고개를 젓는 흉물 중의 흉물이었다.
그런데 어느 늦은 오후, 낡은 삿갓을 푹 눌러쓰고 대나무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걷는 사내 하나가 거간꾼의 난전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두 눈이 하얗게 멀어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사람들은 그를 허 봉사라 불렀다. 허 봉사의 행색은 남루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워 입은 무명옷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었고, 메마른 얼굴에는 고단한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패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귀와 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눈 너머의 직감은 그 누구보다 예리하게 살아 있었다.
"어르신, 운종가 뒤편에 십 년째 비어 있다는 그 기와집 말이오. 그 집을 내게 파시구려."
거간꾼은 제 귀를 의심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앞 못 보는 장님이, 그것도 거지나 다름없는 행색을 한 자가 그 무시무시한 도깨비 터를 사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니, 이보시오. 앞을 못 보시니 세상천지 무서운 줄을 모르는 모양인데, 그곳은 산 사람이 숨을 쉴 곳이 못 되오. 멀쩡한 장정들도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거품을 무는 도깨비 소굴이란 말이오! 게다가 아무리 폐가라 한들 명색이 아흔아홉 칸짜리 기와집이오. 당장 당신 수중에 그 집을 살 돈이나 있소?"
거간꾼의 핀잔에도 허 봉사는 흔들림 없이 품속에서 꼬깃꼬깃한 전대 하나를 꺼내어 평상 위에 툭 올려놓았다. 짤랑거리는 금속음이 묵직하게 울렸다. 그것은 허 봉사가 평생을 길거리에서 침을 놓고 점을 치며 피땀으로 모은 전 재산, 엽전 스무 냥이었다.
"내 평생 남의 집 처마 밑을 전전하며 살았소. 어차피 이대로 길바닥에서 얼어 죽으나, 도깨비에게 홀려 죽으나 매한가지 아니겠소. 내게는 비바람을 피할 지붕이 필요할 뿐이니, 이 돈을 받고 집문서를 내어주시오. 부족하다면 내 목숨을 담보로 잡으셔도 좋소."
거간꾼은 혀를 끌쯧 찼지만, 십 년 묵은 악성 매물을 처분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엽전 스무 냥이라는 말도 안 되는 헐값에 도깨비 터의 집문서가 허 봉사의 손에 쥐어졌다.
해 질 녘, 붉은 노을이 한양 땅을 물들일 즈음 허 봉사는 굳게 닫혀 있던 폐가의 대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며 쇠붙이가 녹스는 소리가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마당에는 어른 허리춤까지 오는 억센 잡초들이 무성했고, 습기를 머금은 썩은 나무 냄새와 코를 찌르는 곰팡내가 훅 끼쳐왔다. 시각을 잃은 허 봉사에게는 그 음습한 공기와 서늘한 바람결이 오히려 선명한 형상으로 다가왔다. 발끝에 채는 깨진 기와 조각들, 바람에 흔들리며 우는 문창호지의 떨림까지, 모든 것이 이 집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말해주고 있었다.
'참으로 맹렬한 음기가 흐르는 곳이로구나. 보통 사람이라면 이 기운에 짓눌려 숨통이 막혔을 터.'
허 봉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팡이로 풀숲을 헤치며 안채로 향했다. 대청마루에 오르자 발밑에서 삐걱거리는 나무판자의 비명이 들렸다. 그는 가장 안쪽에 있는 안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바닥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았다. 창호지가 찢어져 구멍 난 문틈 사이로 으스스한 밤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사위가 짙은 어둠에 잠기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집안의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을 테지만, 평생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살아온 허 봉사에게 밤의 어둠은 그저 익숙한 일상일 뿐이었다. 그는 품에서 조촐한 주먹밥 하나를 꺼내 천천히 씹어 삼키며, 곧 찾아올 불청객들을 기다렸다. 그에게는 이 죽음의 문턱 같은 도깨비 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니, 이 상황을 역전시킬 기상천외한 계획이 하나 있었다.
※ 2: 첫날 밤, 도깨비들과의 대면과 기막힌 거래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고요하던 폐가에 드디어 기이한 이변이 시작되었다. 마당 쪽에서부터 후두둑, 후두둑 하는 정체불명의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무거운 쇠뭉치 같은 것이 땅을 질질 끄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스산한 바람결에 섞여 비릿한 피 냄새와 매캐한 유황 냄새가 진동했다. 허 봉사의 보이지 않는 눈앞으로는, 푸르스름한 도깨비불들이 허공을 떠돌며 괴기스러운 춤을 추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안방의 낡은 문짝이 쾅! 하고 거칠게 열려젖혀졌다. 차가운 돌풍이 방 안을 휩쓸었고, 천장을 울리는 기괴하고 웅장한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 이 지독한 곳에 또 제 발로 기어들어 온 어리석은 놈이 있구나!"
"이번엔 어떤 놈이냐? 간을 빼먹을까, 창자를 꺼내 줄넘기를 할까!"
"어라? 이놈은 눈알이 하얗게 뒤집힌 것이, 원래부터 장님인 모양인데?"
도깨비들은 허 봉사의 주위를 빙빙 돌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그들은 평소처럼 흉측한 외눈박이 괴물의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목매달아 죽은 원귀의 형상으로 허공을 떠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허 봉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시각적인 공포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허 봉사는 그저 조용히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느릿한 손놀림으로 도포 자락을 여미며 입을 열었다.
"밤이 깊었는데, 이리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니 이 집의 터줏대감들인 모양이구려. 안주인이 인사가 늦어 미안하게 되었소."
태연자약한 허 봉사의 반응에 도깨비들은 일순간 침묵했다. 살려달라며 바닥을 기고 오줌을 지려야 할 인간이,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점잖게 인사를 건네니 도리어 당황한 것은 도깨비들이었다.
"이, 이놈 봐라? 네놈은 우리가 무섭지도 않으냐? 당장 네놈의 사지를 찢어발겨 주마!"
가장 덩치가 크고 목소리가 우렁찬 우두머리 도깨비가 씩씩거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허 봉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지를 찢어발긴다 한들, 이미 눈멀고 가진 것 하나 없는 늙은이의 고기가 무슨 맛이 있겠소? 그대들이 아무리 무서운 형상을 한들 내 눈에는 보이지 않고, 아무리 끔찍한 환청을 들려준들 내 귀에는 한낱 산짐승 울음소리로 들릴 뿐이오. 나는 이 집을 돈을 주고 샀으니 엄연한 이 집의 주인이오. 그대들도 십 년 넘게 이 빈집에서 무료하게 지냈을 터인데, 나를 쫓아내 보았자 또다시 지루한 세월을 견뎌야 하지 않겠소?"
허 봉사의 논리 정연한 말대꾸에 도깨비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매번 들어오는 인간들마다 너무 쉽게 기절하거나 죽어버려 내심 심심하던 차였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흥미롭다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호오, 배짱 한 번 두둑한 장님이로구나. 그래, 쫓아내지 않는다면 네놈이 우리에게 무슨 재미를 줄 수 있다는 말이냐? 우리는 놀이와 내기를 좋아하고, 번쩍이는 금은보화를 사랑하는 도깨비들이다!"
허 봉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도깨비들의 호기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천천히 품속을 뒤져, 마지막 남은 비상금인 은화 세 닢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달빛에 반사된 은화가 은은한 빛을 발했다.
"그대들이 금은보화를 좋아한다니 마침 잘 되었소. 이 은화 세 닢이 내게 남은 전 재산이오. 그대들은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졌고, 하루밤 새에 조선 팔도를 넘나들 수 있다고 들었소. 이 돈을 '씨앗돈'으로 빌려줄 터이니, 그대들의 재주를 발휘해 조선 팔도의 진귀한 물건들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 이문을 남겨보시오."
도깨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 봉사의 말을 경청했다. 인간에게 돈을 빼앗거나 장난을 쳐본 적은 있어도, 장사를 위해 돈을 빌려준다는 인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장사라고? 이문을 남겨?"
"그렇소. 그대들의 그 비상한 재주를 그저 사람 놀라게 하는 데만 쓰기엔 아깝지 않소? 이 은화 세 닢으로 장사를 하여 번 돈은 그대들과 내가 반씩 나누는 것이오. 만약 그대들이 내 돈을 날려 먹는다면, 그때는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소. 어떠소, 한양 뒷골목에서 심심풀이로 사람이나 놀라게 하는 것보다, 조선 팔도를 누비며 거대한 장사를 해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겠소?"
'놀이'라는 말에 도깨비들의 귀가 번쩍 뜨였다. 그들은 본래 호기심이 많고 내기와 승부를 즐기는 영물들이었다. 인간의 규칙인 '장사'와 '이자'라는 개념이 그들의 승부욕을 강렬하게 자극한 것이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호탕하게 웃으며 바닥에 놓인 은화 세 닢을 덥석 집어 들었다.
"크하하하! 맹인 주제에 제법 흥미로운 판을 벌이는구나! 좋다, 그 내기, 우리가 받아주마! 내일 밤 이맘때, 이 은화가 어떻게 불어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그때 가서 네놈의 목숨을 거두어 갈 테니 목이나 깨끗이 씻고 기다려라!"
거친 돌풍과 함께 방 안을 꽉 채웠던 압도적인 기운이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사위는 다시 고요해졌고, 바닥에 놓여 있던 은화 세 닢도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텅 빈 방안에 홀로 남은 허 봉사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다. 이제 모든 것은 내일 밤에 달렸으나,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 3: 매일 밤 쏟아지는 금은보화, 이자가 이자를 낳다
이튿날 밤, 허 봉사는 초롱불 하나를 켜둔 채 대청마루에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밖에서는 풀벌레 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올 즈음, 어김없이 으스스한 바람이 불어오며 마당의 잡초들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어이, 장님 영감! 자고 있는가!"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마루 위로 무언가 무거운 것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챙그랑, 쩔렁!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맑고 경쾌한 마찰음이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허 봉사였지만, 그 소리만으로도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마루 바닥을 더듬었다. 차갑고 단단한 은괴와 매끄러운 비단 꾸러미들이 그의 손끝에 닿았다.
"크하하하! 어떠냐! 네놈이 준 은화 세 닢으로 평안도 감영에서 몰래 빼돌려진 인삼을 사서, 왜관의 상인들에게 두 배를 받고 팔아넘겼다! 어제 가져간 은화 세 닢이 하루 만에 서른 닢이 되어 돌아왔으니, 우리의 재주가 놀랍지 않느냐!"
도깨비들은 자신들의 장사 수완을 자랑하며 우쭐거렸다. 물리적인 제약 없이 축지법을 쓰고 투명해질 수 있는 도깨비들에게, 인간 세상의 상거래란 너무나도 손쉽고 재미있는 장난에 불과했다. 허 봉사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겉으로는 짐짓 태연한 척 헛기침을 하며 은화 무더기를 쓰다듬었다.
"흠, 과연 듣던 대로 대단한 재주구려. 약조한 대로 원금인 은화 세 닢과 이문의 절반인 열세 닢 반은 내가 가지겠소. 나머지 열세 닢 반은 그대들의 몫이니 마음껏 즐기시구려."
허 봉사가 정확히 셈을 하여 돈을 나누려 하자, 오히려 도깨비들이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이보게, 영감. 우리 도깨비들은 이깟 인간들의 쇳덩어리를 가져다 쓸 곳이 없다네. 우리가 즐거운 것은 물건을 사고팔며 인간들을 골려주고 이문을 남기는 그 '과정' 자체지, 이 돈덩어리들이 아니란 말이야!"
"맞아! 인간들이 이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지!"
허 봉사는 무릎을 탁 쳤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노리던 최고의 호기였다. 도깨비들은 재물을 모으는 행위 자체에 쾌감을 느낄 뿐, 축적된 부를 소비하는 인간의 욕망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떠소. 그대들의 몫까지 내가 이곳에 잘 보관해 두겠소. 대신, 오늘 번 돈 전부를 다시 '씨앗돈'으로 삼아 내일은 더 큰 판을 벌여보는 것이오. 서른 닢으로 장사를 하면 내일은 삼백 닢이 될 것이고, 모레는 삼천 닢이 되지 않겠소? 조선 팔도를 넘어 청나라와 왜국까지 넘나들며 세상의 모든 진귀한 물건을 다루는 거대한 상단 놀이를 해보자는 말이오!"
'복리'라는 마법의 개념과 '더 큰 놀이'라는 유혹 앞에 도깨비들은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그날부터 기상천외한 동업이 시작되었다. 매일 밤 자정이 되면 폐가의 마당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도깨비들은 바람처럼 사라졌다가, 새벽 동이 틀 무렵이면 전국 각지에서 긁어모은 어마어마한 금은보화와 특산물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돌아왔다. 함경도의 최상급 명태, 전라도의 윤기 흐르는 쌀보석, 청나라에서 밀무역으로 들여온 진주와 호박장신구까지, 그 종류와 가치는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허 봉사는 시각을 잃은 대신 극도로 발달한 촉각과 후각으로 물건의 가치를 정확히 감정했다. 밤새 도깨비들이 물건을 가져오면, 허 봉사는 그것들을 분류하고 시세를 예측하여 다음 날 밤 도깨비들이 사재기할 품목과 내다 팔 장소를 치밀하게 지시했다.
"내일은 경상도에 큰 비가 내릴 징조가 있으니, 미리 소금을 대량으로 사들여 한양 창고에 쌓아두시구려. 그리고 함경도 쪽에서는 가죽을 매입해오되, 여진족 상인들에게는 은화 대신 명나라 비단을 얹어주면 훨씬 더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허 봉사의 신들린 듯한 예측과 도깨비들의 초자연적인 실행력이 결합하자, 폐가의 깊은 땅속 지하 창고에는 엽전과 은정, 금괴가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쌓여만 갔다. 허 봉사의 밥상에는 매일 쌀밥에 고기반찬이 올랐고, 해진 무명옷 대신 최고급 비단옷이 그의 몸을 감쌌다. 동네 사람들은 밤마다 흉가 주변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이고 괴상한 수레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며 수군거렸지만, 두려움에 감히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누구도 앞 못 보는 늙은 장님이 도깨비들을 부리며 조선 제일의 부를 쓸어 담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 4: 거상이 된 허 봉사, 도깨비 상단을 조직하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덧 십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이 지났다. 한양 도성 내에서 가장 많은 장사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천하의 모든 재화가 모인다는 운종가. 그 번화한 거리 한복판에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대한 규모의 상단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하여 '야명 상단'. 어두운 밤에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는 그 이름처럼, 이 상단은 오직 해가 진 뒤에만 은밀하고도 거대하게 움직이며 조선 팔도의 상권을 쥐락펴락하는 전설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거대한 상단을 지휘하는 객주는 놀랍게도,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남의 집 처마 밑을 전전하며 동냥아치 노릇을 하던 앞 못 보는 맹인, 허 봉사였다.
단돈 엽전 스무 냥으로 흉물스러운 도깨비 터를 사들였던 남루하고 비참했던 늙은이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내뿜던 흉가는 주변의 빈 땅을 모두 거두어들여, 웬만한 정승 판서의 으리으리한 기와집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할 만큼 거대한 전각과 수십 개의 육중한 창고를 거느린 야명 상단의 본거지로 완벽하게 탈바꿈해 있었다. 허 봉사는 이제 거친 무명옷 대신 청나라에서 들여온 최고급 명주로 지은 윤기 흐르는 두루마기를 걸쳤고, 머리에는 옥관자를 단정하게 매단 채, 이동할 때면 최고급 가마를 타고 다니는 조선 제일의 거상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하얗게 멀어버린 두 눈과, 세상을 꿰뚫어 보는 듯한 고요하고 서늘한 직감만은 예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야명 상단의 장사 수완은 한양 장안을 넘어 조선 팔도, 아니 바다 건너의 상권까지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이고 신출귀몰했다. 삼남 지방에 지독한 가뭄이 들어 쌀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할 조짐이 보이면, 다른 상단들이 매점매석을 하려 눈치싸움을 벌일 때 야명 상단의 창고에서는 어김없이 수만 석의 쌀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와 헐값에 저잣거리로 풀려나갔다. 반대로 명나라 황실에서나 쓴다는 귀한 비단이나 희귀한 약재가 육로를 통해 들어온다는 소문이 채 돌기도 전에, 이미 야명 상단의 진열장에는 그 귀하다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어 한양의 내로라하는 고관대작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야명 상단이 조선 팔도는 물론이요 저 멀리 바다 건너 왜국과 청나라 깊숙한 곳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으며, 수천 마리의 명마와 수백 척의 상선을 은밀히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 경이로운 유통망의 진실은 오직 허 봉사와, 밤마다 그의 곁을 맴도는 보이지 않는 기괴한 동업자들만이 알고 있는 극비 중의 극비였다.
햇살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대낮, 야명 상단의 널찍한 대청마루 앞에는 수십 명의 인간 행수들이 납작 엎드려 경이로움에 찬 목소리로 객주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객주 어른, 지난밤 함경도 깊은 산골에서 들여온 최고급 담비 가죽 오천 장이 방금 제삼 창고에 입고되었습니다. 또한, 동래 왜관에서 특별히 주문하셨던 은장도와 화조도 병풍 이천 점도 오늘 새벽안개와 함께 당도하여 제오 창고에 분류를 마쳤사옵니다. 도대체 우리 상단의 짐꾼들은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인지,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리를 단 하룻밤 만에 당도하게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옵니다."
행수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일하는 상단이 도대체 어떻게 이토록 엄청난 물량을, 그것도 쥐도 새도 모르게 단 하룻밤 사이에 운송해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매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은 그저 앞 못 보는 객주 어른이 돈을 아끼지 않고 전설적인 비밀 호위 무사들과 발 빠른 도적 떼를 회유하여 밤마다 은밀하게 부린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허 봉사는 행수들의 호들갑스러운 보고를 들으며 여유롭게 향긋한 당귀차를 홀짝였다. 그의 입가에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들 수고가 많네. 담비 가죽은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육의전 상인들에게 시세보다 조금 싼 값에 도매로 몽땅 넘기도록 하고, 그 화려한 병풍들은 고관대작들의 사가에 은밀히 서신을 넣어 경매에 부치도록 하게. 아, 그리고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일각도 지체하지 말고 상단 내의 모든 일꾼들을 대문 밖으로 퇴근시키게. 내가 누누이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만, 밤이 깊은 뒤에 이 본채의 중문 안으로 발을 들이는 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상단의 규율에 따라 엄벌에 처할 것이야. 명심, 또 명심하게."
허 봉사의 추상같은 엄명이 떨어지면 행수들은 쥐죽은 듯 엎드려 명을 받들고는 뿔뿔이 흩어졌다. 번잡하고 소란스럽던 대낮의 상단 업무가 끝나고 해가 서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면, 붉은 노을이 짙은 어둠으로 바뀌면서 북적거리던 야명 상단은 일순간 거대한 능묘처럼 고요해졌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 적막강산. 그리고 자정을 알리는 인정 종소리가 한양 도성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순간, 굳게 닫힌 상단의 가장 깊숙한 내실에서는 어김없이 시끌벅적하고 기괴한,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닌 잔치가 벌어졌다.
"크하하하! 허 영감! 자고 있는가! 우리가 왔어!"
거친 돌풍이 문풍지를 찢을 듯이 불어닥치고, 허공에서 수백 개의 푸른 도깨비불이 번쩍이며 내려앉았다.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비릿한 흙냄새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들이 춤을 추듯 일렁였다.
"오늘 우리가 평안도 장터에서 귀한 인삼을 싹쓸이해 오는 길에, 산적 놈들이 감히 우리 앞길을 막지 않겠어? 그래서 그놈들을 거꾸로 매달아 수염을 몽땅 뽑아버리고, 산채를 통째로 들어다가 꽁꽁 언 압록강 강물 한가운데에 던져버렸지! 어찌나 벌벌 떨며 살려달라 비는지 그 꼴이 아주 볼만하더군! 크하하!"
"영감, 여기 명나라 황실에서나 쓴다는 황금 술잔과 서역에서 건너온 파란색 유리구슬을 산더미처럼 가져왔어. 자, 이것도 쳐서 셈을 똑바로 하라고! 오늘은 우리가 어제보다 세 배는 더 큰 이문을 남긴 것 같으니 말이야!"
도깨비들은 이제 허 봉사를 '영감'이라 친근하게 부르며 허물없는 오랜 벗처럼 대했다. 그들은 허 봉사가 내준 씨앗돈으로 장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조선 팔도는 물론 멀리 이국땅까지 쏘다니며 온갖 신기한 구경을 하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나쁜 탐관오리나 흉악한 산적들을 골려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금은보화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는 것은 이미 그들에게 부차적인 놀이가 된 지 오래였다. 도깨비들이 인간 세상의 복잡한 셈법과 장사의 이치를 점차 깨우쳐 갈수록, 야명 상단의 부는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하게 팽창해 나갔다.
하지만 허 봉사는 도깨비들이 밤새워 벌어온 그 막대한 부를 그저 캄캄한 창고에 쌓아두고 썩히지만은 않았다. 그는 넘쳐나는 재물의 절반을 과감하게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을 위한 구휼미로 내놓았고, 홍수로 다리가 끊어진 험한 길목마다 튼튼한 돌다리를 놓아주었으며, 가난하여 약 한 첩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병든 자들을 위해 한양 곳곳에 무료 의원을 세웠다.
"영감, 우리가 밤새 뼈 빠지게 이문을 남겨 가져온 재물을 어찌하여 엉뚱한 인간들에게 거저 나누어 주는 것이오? 이건 장사의 이치에 맞지 않지 않소!"
하루는 우두머리 도깨비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허 봉사는 껄껄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보게, 아재들. 재물이란 본디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한곳에 고여 있으면 썩어 악취가 나는 법이라오. 내가 백성들에게 베푸는 것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투자를 하는 것이지. 우리가 베푼 은혜는 훗날 백성들의 웃음과 칭송이 되어 우리 상단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성벽이 될 것이오. 세상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만큼 확실하고 이문이 크게 남는 장사는 없는 법이지."
처음에는 허 봉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도깨비들도, 자신들이 벌어온 엽전과 쌀이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살리고 늙은 노인의 눈물을 닦아주며 진심 어린 감사와 기도로 바뀌어 돌아오는 기이한 현상을 지켜보게 되었다. 흉악한 장난만 칠 줄 알았던 도깨비들의 메마른 가슴 속에도 전에 없던 묘하고 뭉클한 뿌듯함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인간과 영물이라는 기막힌 동업자들은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그렇게 조선 땅에 전례 없는 거대한 상도(商道)의 절정을 향해 거침없이 치닫고 있었다.
※ 5: 경쟁 상단의 습격과 도깨비들의 호위
야명 상단이 날이 갈수록 무서운 기세로 번창하며 한양의 돈줄과 물류를 모조리 쥐락펴락하게 되자, 이를 뼈저리게 증오하며 매일 밤 분통을 터뜨리는 자들이 생겨났다. 바로 수십 년간 궐 안의 썩어빠진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온갖 매점매석과 독과점으로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며 폭리를 취해오던 기존의 시전 상인들, 그리고 그들을 뒤에서 어둠의 손길로 조종하는 한양 최대의 거대 상단 '황소 상단'의 객주 최만호였다. 최만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자들의 숨통을 끊어 짓밟아온 무자비하고 교활한 자였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튀어나와 상권을 어지럽히고, 흉년마다 헐값에 구휼미를 풀어 자신들이 독점하려던 밥줄을 무참히 끊어놓는 야명 상단과 그 객주 허 봉사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대체 그 앞 못 보는 장님 늙은이의 뒷배가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밤마다 중국에서 몰래 밀항선을 띄우는 것도 아닐 터이고, 국경을 넘나드는 보부상들도 전혀 모른다 하니, 그 엄청난 물건들이 땅에서 불쑥 솟아오르는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단 말이냐! 당장 그 비밀을 캐내지 못할까!"
황소 상단의 넓은 대청에서 최만호는 분노에 차올라 묵직한 벼루를 바닥에 집어 던지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가 심어놓은 수십 명의 발 빠른 끄나풀들조차 야명 상단의 비밀스러운 유통망을 털끝만큼도 캐내지 못했다. 밤마다 철통같이 닫힌 야명 상단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밖에서는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번 상단끼리의 거래에서 참담하게 패배하고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되자, 결국 독기가 머리끝까지 오를 대로 오른 최만호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고야 말았다. 그는 조선 팔도에서 가장 잔혹하고 악명 높은 살수 집단인 '흑사련'의 우두머리를 은밀히 불러들여 수만 냥의 막대한 은자를 안겨주며 고용했다.
"그 장님 늙은이의 목을 깔끔하게 따오너라. 그리고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금은보화를 모조리 약탈한 뒤, 상단 전체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들어버려라! 개미 새끼 한 마리 살려두어선 안 될 것이다!"
구름이 달빛을 완벽하게 가려버린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을 틈타 수십 명의 흑사련 복면 자객들이 소리 없이 야명 상단의 높은 담장을 한 마리 들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뛰어넘었다. 그들의 손에는 사람의 피를 수없이 빨아들여 시퍼렇게 날이 선 살수검과 불을 붙일 횃불, 그리고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기름통이 들려 있었다. 기척을 완전히 죽인 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거대한 창고들을 지나 본채의 내실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자객들의 눈빛은 서늘한 살기로 번뜩였다. 경비원 하나 없이 텅 빈 야명 상단의 내부는 불길하리만치 고요했고,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만이 음산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살수들의 우두머리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주변을 살피다 짧게 수신호를 보내자, 자객들이 일제히 무기를 빼들고 허 봉사가 머무는 안방의 문을 거칠게 걷어차며 들이닥쳤다.
쾅- 하는 파열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 문짝 너머로 살수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그러나 살기로 가득 차 있던 방 안의 풍경은 자객들의 예상과 완전히 엇나가 있었다. 두려움에 떨며 잠옷 바람으로 살려달라 애원해야 할 허 봉사는, 마치 자객들이 들이닥칠 것을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단정하고 기품 있는 외출복 차림으로 방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은은한 촛불 하나만이 켜져 있었고, 그는 촛불의 일렁임 속에서 태연자약하게 찻잔을 기울이며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의 하얗게 멀어버린 두 눈은 허공을 향해 있었지만,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자객들을 조롱하는 듯한 서늘하고도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찾아올 손님들이라곤 예상했지만, 험한 무기를 들고 남의 집 문지방을 함부로 넘다니 참으로 무례하고 급한 자들이구려. 황소 상단의 최만호가 쥐여준 은자가 그리도 달콤하더이까?"
허 봉사의 태연한 목소리에 살수 우두머리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이내 애써 불안감을 떨치며 코웃음을 치고는 시퍼런 칼끝을 허 봉사의 목덜미로 매섭게 겨누었다.
"이 늙은이가 눈이 멀더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네놈의 명줄이 오늘 밤 이 방구석에서 처참하게 끊어질 것인데, 정녕 그 뜨거운 찻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더냐! 당장 창고의 열쇠를 모두 내놓고 순순히 목을 길게 빼라. 그러면 고통 없이 한칼에 보내주마!"
자객이 허 봉사를 향해 무자비하게 칼을 치켜드는 찰나였다.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가물거리던 노란 촛불이 기괴하고 섬뜩한 푸른색으로 확 타오르며 천장까지 치솟았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쇠붙이를 들고 칼부림을 치느냐! 감히 우리 영감님의 고상한 찻자리에 역겨운 피비린내를 풍기다니, 간땡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들이로구나!"
천장을 뚫고 하늘을 찢을 듯한 벼락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텅 빈 방안 사방의 어둠 속에서 시커멓고 거대한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평소 인간의 옷을 흉내 내어 입고 우스꽝스러운 장난을 치며 막걸리를 들이켜던 도깨비들이 아니었다. 살기 등등한 자객들의 침입에 분노한 그들은, 본래의 끔찍하고도 압도적인 마물(魔物)의 형상으로 완전하게 현신한 것이다.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 거대한 덩치에 눈이 세 개 달린 도깨비,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시뻘건 유황불을 뿜어내는 도깨비, 머리에 날카로운 뿔이 돋치고 온몸이 단단한 무쇠 비늘로 덮인 우두머리 도깨비가 순식간에 방 안을 가득 채우며 자객들을 겹겹이 에워쌌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 기계로 훈련받은 살수들조차, 태어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생한 지옥도의 풍경 앞에 사시나무 떨듯 무릎을 꿇으며 그 자리에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사, 살려... 이, 이것들이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요괴다!"
"귀, 귀신이다! 으아아악! 지옥귀다!"
혼비백산한 자객들이 칼을 내팽개치고 비명을 질러대며 문밖으로 도망치려 발버둥 쳤으나, 도깨비들의 손놀림이 백 배는 더 빠르고 자비가 없었다. 우두머리 도깨비가 씩씩거리며 콧김을 훅 내뿜자, 자객들이 꽉 쥐고 있던 시퍼런 명검들이 순식간에 벌겋게 녹슬어 모래알처럼 바스러져 버렸다. 다른 도깨비들은 낄낄거리는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객들의 뒷덜미를 가벼운 짐짝처럼 잡아채어 허공으로 휙휙 집어 던졌고, 자객들이 들고 온 기름통을 빼앗아 오히려 그들의 머리 위에 폭포수처럼 쏟아부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짐승 같은 도깨비들의 포효 소리와 흑사련 자객들의 처절하고도 뼈저린 비명소리가 뒤엉켜 상단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허 봉사는 그 끔찍한 아비규환의 한가운데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평온하게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내 평생 모은 돈을 빌려 간 상단의 호위무사들이 이리도 든든할 줄이야. 자고로 투자를 하려거든, 목숨을 바쳐 지켜줄 믿음직한 자들에게 해야 하는 법이지."
그날 밤의 참극은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완벽하고도 끔찍하게 정리되었다. 다음 날 아침 동이 텄을 때, 조선 최고의 살수 집단이라 자부하던 흑사련의 자객들은 몽땅 발가벗겨진 채 온몸에 굵은 밧줄이 꽁꽁 묶여 한양 저잣거리 한복판의 높은 장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밤새 도깨비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그들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하얗게 뒤집혀 있었으며, 입에서는 끊임없이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넓은 이마에는 시커먼 먹물로 '황소 상단 최만호의 사냥개들, 죗값을 받다'라는 글귀가 아주 선명하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 충격적이고도 기괴한 소문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삽시간에 한양 전체로 불길처럼 퍼져나갔다. 백주대낮에 벌어진 참상에 포도청의 대대적인 수사가 즉각 시작되었고, 겁에 질린 살수들이 앞다투어 자백하면서 최만호가 그동안 은밀히 저질러온 온갖 악행과 살인 교사, 뇌물 수수 비리가 낱낱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황소 상단은 관군에 의해 창고가 몰수되고 최만호는 참수형에 처해지며 하루아침에 처참하게 공중분해 되고 말았다. 감히 야명 상단을 건드리면 하늘의 귀신이 크게 노하여 천벌을 내린다는 소문은 이제 한양 사람들에게 거스를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허 봉사와 도깨비 상단의 명성은 이제 일개 상인을 넘어, 인간의 얄팍한 법과 권력조차 감히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신성 불가침의 두려운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6: 조선 제일의 객주가 된 허 봉사, 그리고 숨겨진 반전
황소 상단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스스로 무너져 내린 후, 야명 상단의 앞길에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허 봉사는 명실상부한 조선 팔도 최고의 거상이자 경제의 큰손이 되었고, 나라에 큰 기근이 들거나 국고가 텅 비어 곤궁해졌을 때는 궐 안의 임금조차 염치를 무릅쓰고 야명 상단에 사람을 보내 은자를 빌려 갈 정도에 이르렀다. 백성들은 매년 흉년마다 조건 없이 구휼미를 풀고 병든 자들을 치료해 주며 한없는 선행을 베푸는 허 봉사를 가리켜 살아있는 부처요, 하늘이 내린 의인이라며 입을 모아 칭송했다. 한때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도깨비 터라 불리며 모두가 고개를 돌리고 피하던 그 음산한 흉가는, 이제 조선 땅에서 가장 복이 넘치고 재물이 마르지 않는 최고의 명당으로 칭송받고 있었다.
어느덧 또다시 세월이 흘러, 눈이 펑펑 쏟아지는 깊은 겨울밤이 찾아왔다. 살을 이는 듯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야명 상단의 가장 깊은 내실에는 질 좋은 참숯이 담긴 화로가 따뜻하고 붉게 타오르며 훈훈한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허 봉사는 평소처럼 도깨비 우두머리와 화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정겹게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십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인간 세상의 때가 묻은 도깨비들은 이제 제법 인간의 고상한 법도를 흉내 내며, 점잖게 비단 두루마기를 걸치고 뜨끈한 소고기 국밥을 안주 삼아 뽀얀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켜고 있었다.
"크아, 영감! 우리가 처음 그 하찮은 은화 세 닢으로 장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십오 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넘었구만. 영감이 처음에 내밀었던 그 꼬깃꼬깃한 은화 세 닢이 굴러가고 굴러서, 지금은 저기 저 궐 안의 내탕금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많아졌어. 창고가 미어터질 지경이란 말이오! 이 정도면 우리의 내기에서 우리가 완벽하게 이긴 것 아니오? 영감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 재미있는 장사 놀이를 계속할 작정이오? 나중에는 명나라 황제 자리라도 돈으로 살 셈이오?"
도깨비 우두머리가 얼큰하게 붉어진 얼굴로 껄껄 웃으며 농담을 건네자, 평소 같으면 같이 너털웃음을 터뜨렸을 허 봉사는 돌연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방 안에는 숯불이 타닥거리는 소리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내 허 봉사는 말없이 품속을 깊숙이 뒤져, 색이 다 바래고 가장자리가 해진 낡고 꼬깃꼬깃한 헝겊 주머니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 안에서 푸른 녹이 슬 대로 슬어버린 아주 오래된 은가락지 하나를 꺼내어 만지작거렸다.
"그렇지... 벌써 십오 년.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였거늘, 참으로 긴 세월이었소. 사실, 아재들. 오늘 밤이 내가 그대들과 이 방에서 장사 이야기를 나누는 마지막 밤이 될 것이오. 야명 상단의 객주 노릇은 오늘로 끝이오."
허 봉사의 담담하지만 폭탄 같은 선언에, 사발째 막걸리를 들이켜던 도깨비 우두머리가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른 도깨비들도 놀라 먹던 것을 내려놓고 허 봉사 앞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요? 장사를 접겠다니! 이제 겨우 바다 건너 명나라 황실에 직접 닿는 거대한 비단길을 뚫어놓았는데, 이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를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말이오? 혹시 우리가 무슨 서운하게 한 일이라도 있소?"
허 봉사는 대답 대신 텅 빈 하얀 눈동자를 천천히 들어 도깨비 우두머리가 앉아 있는 쪽을 향했다. 그리고 늘 흔들림 없이 평온하고 단단했던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억누를 수 없는 짙은 슬픔과 물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십오 년 전...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 삼십 년 전쯤이 되겠구려. 이 웅장한 집의 첫 번째 주인이 원인 모를 병으로 피를 토하고 죽었던 그 끔찍한 일을 아재들은 기억하시오? 그자는 악독한 시전 상인들과 궐 안의 썩은 간신배들에게 모함을 받아, 평생 일군 전 재산을 하루아침에 억울하게 빼앗기고 홧병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정직하고 불쌍한 상인이었소. 그리고 그 충격으로 모친마저 잃고, 심한 열병을 앓다 두 눈이 하얗게 멀어버린 채 길거리로 쫓겨난 열다섯 살짜리 가엾은 외동아들이 하나 있었지."
도깨비 우두머리의 움직임이 돌부처처럼 뚝 멎었다. 술기운이 오르던 도깨비들의 얼굴에 일순간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어린 아들은 한겨울 길바닥을 전전하며 거지로 살았소. 두 눈이 보이지 않으니 장터에서 남들이 먹다 버려 쉰내가 진동하는 밥을 주워 먹으며 연명했고, 불량배들에게 개돼지처럼 흠씬 매를 맞아가며 피 묻은 엽전을 한 푼 두 푼 모았지. 그 어린 아들의 목표는 평생 단 하나뿐이었소. 아버지가 억울하게 빼앗겼던 이 집,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흉가가 되어버린 바로 이 집을 어떻게든 내 손으로 다시 사들이는 것. 그리고 아버지를 억울한 죽음으로 내몰았던 황소 상단 최만호 일당에게 뼈저리고 처절한 복수를 하는 것. 나는 그 복수를 위해 밤마다 피눈물을 삼키며 무려 십오 년을, 짐승처럼 바닥을 기며 기다렸소."
허 봉사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녹슨 가락지를 화로 곁으로 조심스레 내밀었다. 붉은 숯불 빛에 반사된 가락지의 안쪽에는 작고 희미하게 '허(許)'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집안이 망하던 날, 억울하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린 아들의 손에 쥐여주었던 마지막 유품이었다.
"내가 십오 년 전, 엽전 스무 냥을 쥐고 이 흉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당신들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소. 늙고 병들고 눈먼 장님이라 몰라본 것이지. 하지만 나는 첫날 밤 그 퀴퀴한 흙냄새와 바람 소리, 그리고 그대들의 크고 우렁찬 목소리를 듣자마자 단번에 알 수 있었지. 내가 앞을 보던 어린 시절, 이 집의 넓은 뒷마당에서 나를 너른 등에 업어주고 밤새 숨바꼭질을 하며 놀아주던 그 다정하고 착한 도깨비 아재들이란 걸 말이오. 나는 그대들이 사람을 해치는 악귀가 아니라, 한 번 입은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의리를 지킬 줄 아는 고마운 영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소. 그래서 나는 내 하나뿐인 목숨과, 십오 년 동안 짐승처럼 모은 전 재산을 그대들에게 기꺼이 걸 수 있었던 것이오."
거대한 반전의 고백, 그 가슴 아픈 진실 앞에 도깨비들은 숨을 헐떡이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 봉사를 바라보았다. 삼십 년 전, 뒷마당을 까르르 웃으며 뛰어놀던 그 똘망똘망하고 귀엽던 꼬마 도련님이, 세파에 시달려 이렇게 늙고 병든 눈먼 장님이 되어 자신들의 품으로 돌아왔단 말인가. 그리고 십오 년 동안이나 자신들을 곁에 두고 그 모진 복수의 칼을 갈아왔단 말인가. 우두머리 도깨비의 크고 부리부리한 눈망울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왈칵 하고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 미련하고 바보 같은 놈아! 진작에, 진작에 말을 했어야지! 우리가 그깟 심심풀이 돈놀이가 아니라, 불쌍한 우리 도련님을 위해 그 밤낮없는 고생을 했다는 걸 진작에 우리에게 알려주었어야지! 어쩐지, 십오 년 전 첫날 밤 네놈의 냄새를 킁킁 맡는데 묘하게 눈물이 날 것처럼 낯이 익고 마음이 쓰이더라니! 아이고, 도련님!"
산만한 덩치의 우두머리 도깨비가 무릎을 꿇고 허 봉사의 여윈 무릎을 덥석 끌어안으며, 칠십 먹은 노인네가 무색하게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주위에 둘러앉은 다른 도깨비들도 옷소매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짐승처럼 훌쩍였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잡아먹는 흉악한 귀신들의 소굴이라 여겨졌던 이 도깨비 터는, 사실 억울하게 쫓겨난 어린 주인을 잊지 못해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른 간악한 인간들의 침입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며 빈집을 지켜주었던 충직하고 정 많은 도깨비들의 슬픈 기다림이 서린 장소였던 것이다.
허 봉사는 빙그레 환한 웃음을 지으며, 더듬거리는 따뜻한 손으로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우는 도깨비 우두머리의 억센 머리칼을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울지 마시오, 아재들. 아재들이 나를 도와준 덕분에 나는 아버지의 억울한 원수도 갚고, 세상 사람들을 돕는 조선에서 가장 큰 부자도 되어보지 않았소. 내 평생의 한은 이제 모두 풀렸소이다. 이제 이 야명 상단의 모든 재물과 권리는 나를 도와준 아재들 것이오. 나는 복수라는 무거운 짐을 드디어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날씨 따뜻하고 꽃 피는 남쪽 마을로 내려가 조용히 낚시나 하며 남은 여생을 평화롭게 보낼 참이오. 그러니 부디 내 걱정은 말고, 앞으로도 인간 세상에서 즐겁게 노니시구려."
그날 밤, 한양 제일을 넘어 조선 천지를 뒤흔들었던 거대한 야명 상단은 마치 한여름 밤의 신기루처럼 거짓말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창고에 산더미처럼 썩어날 듯 쌓여 있던 금은보화도, 수십 채에 달하던 으리으리한 전각들도, 그리고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맹인 객주 허 봉사도 하루아침에 봄눈 녹듯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상단이 있던 자리는 그저 평범한 빈터만이 남았을 뿐이다.
훗날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전설에 의하면 이러하였다. 은혜를 잊지 못하는 마음씨 착한 도깨비들이, 멀리 남쪽으로 떠나는 눈먼 주인을 위해 백두산 깊은 곳에서 수천 년 묵은 신령한 산삼과 약초를 구해 눈을 씻겨주어 그의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해주었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아 맑은 눈을 갖게 된 허 봉사는,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경치 좋은 남쪽 바닷가에 아담한 초가집을 짓고 터를 잡았으며, 밤마다 찾아오는 도깨비 아재들과 함께 오순도순 오래도록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음산한 흉가에서 시작된, 눈먼 장님과 도깨비들의 기상천외하고도 가슴 따뜻한 동업 이야기는 그렇게 조선 땅의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전설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영원히 전해지고 있다.
유튜브 엔딩멘트
"네, 오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흉가를 헐값에 사들인 맹인이 알고 보니 그 집의 원래 주인이었고, 무서운 도깨비들은 어린 시절의 친구였다니 참으로 가슴 따뜻한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수를 넘어 세상을 이롭게 한 허 봉사와 정 많은 도깨비들의 동업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도 훈훈한 온기를 전해주었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노다지야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며, 저는 다음 시간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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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no text, 컬러펜슬화) 조선시대 배경, 낡은 한복과 삿갓을 쓴 맹인이 신비로운 푸른빛을 내뿜는 거대하고 어두운 도깨비의 실루엣을 향해 당당하게 손을 뻗어 은화를 건네고 있는 극적인 장면. 신비롭고 따뜻한 분위기.
(16:9, no text, color pencil drawing) Joseon dynasty background, a blind man wearing a worn hanbok and satgat (bamboo hat) confidently reaching out to hand a silver coin to the huge, dark silhouette of a mysterious goblin glowing with a blue light. Dramatic, mysterious yet warm atmosphere.
씬 1 이미지 프롬프트
1.
(16:9, no text, 수채화) 조선시대 한양 거리, 낡은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맹인이 거간꾼 앞 평상에 엽전 꾸러미를 내려놓는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Streets of Hanyang in the Joseon Dynasty, a blind man in a worn hanbok with a walking stick placing a string of brass coins on a wooden bench in front of a real estate broker.
2.
(16:9, no text, 수채화) 해 질 녘, 잡초가 무성하고 낡은 조선시대 거대한 기와집 대문을 맹인이 열고 들어가는 음산한 풍경.
(16:9, no text, watercolor) At dusk, an eerie landscape of a blind man opening the gate of an overgrown, huge, dilapidated traditional tile-roofed house from the Joseon Dynasty.
3.
(16:9, no text, 수채화) 문풍지가 찢어진 낡은 방 안, 맹인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차분하게 앉아 주먹밥을 먹고 있는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Inside an old room with torn paper windows, a blind man sitting calmly on a straw mat eating a rice ball.
4.
(16:9, no text, 수채화) 어두운 흉가의 지붕 위로 까마귀들이 날아가고, 스산한 바람에 잡초가 흔들리는 조선시대 폐가 전경.
(16:9, no text, watercolor) A panoramic view of an abandoned house in the Joseon Dynasty with crows flying over the dark roof and weeds swaying in the bleak wind.
5.
(16:9, no text, 수채화) 방 안에 홀로 앉은 맹인의 얼굴 클로즈업, 두 눈은 감겨 있지만 결연하고 침착한 표정.
(16:9, no text, watercolor) Close-up of the blind man's face sitting alone in the room, his eyes closed but with a determined and calm ex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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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9, no text, 수채화) 깊은 밤 방 안, 갑자기 문이 열리며 푸른 도깨비불들이 떠다니고 맹인 주위로 기괴한 그림자들이 드리우는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Late at night in the room, the door suddenly opens, blue goblin fires float, and bizarre shadows are cast around the blind man.
2.
(16:9, no text, 수채화) 뿔이 나고 거대한 덩치를 가진 도깨비의 형상이 맹인을 위협하듯 내려다보지만 맹인은 태연하게 미소 짓는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A giant, horned goblin figure looking down menacingly at the blind man, but the blind man is smiling calmly.
3.
(16:9, no text, 수채화) 맹인이 품에서 은화 세 닢을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고, 도깨비들이 호기심에 가득 차서 그것을 바라보는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The blind man taking three silver coins from his pocket and placing them on the floor, while the goblins look at them with full curiosity.
4.
(16:9, no text, 수채화) 우두머리 도깨비가 커다란 손으로 바닥에 놓인 작은 은화들을 집어 들며 호탕하게 웃는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The boss goblin picking up the small silver coins from the floor with his giant hand and laughing heartily.
5.
(16:9, no text, 수채화) 도깨비들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방 안에 맹인 홀로 남아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차를 마시는 평온한 풍경.
(16:9, no text, watercolor) The goblins vanishing like smoke, leaving the blind man alone in the room, drinking tea with a smile of relief.
씬 3 이미지 프롬프트
1.
(16:9, no text, 수채화) 다음 날 밤, 대청마루에 무수히 많은 은괴와 비단 꾸러미들이 쏟아져 내리고 맹인이 손을 뻗어 만져보는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The next night, countless silver ingots and silk bundles pour onto the wooden porch, and the blind man reaches out to touch them.
2.
(16:9, no text, 수채화) 허름했던 맹인이 이제는 윤기가 흐르는 고급 비단 한복을 입고, 도깨비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당당한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The once-shabby blind man now wearing a glossy, high-quality silk hanbok, confidently giving orders to the goblins.
3.
(16:9, no text, 수채화) 어둠 속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도깨비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레에 물건을 가득 싣고 흉가로 몰려드는 마법 같은 풍경.
(16:9, no text, watercolor) A magical landscape where translucent, glowing goblins in the dark flock to the haunted house with carts full of goods from all over the country.
4.
(16:9, no text, 수채화) 지하 창고에 엽전, 은정, 금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촛불에 반짝이는 황홀한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An enchanting scene where brass coins, silver ingots, and gold bars are piled up like mountains in an underground storeroom, sparkling in the candlelight.
5.
(16:9, no text, 수채화) 맹인이 정자세로 앉아 산더미 같은 귀한 인삼과 가죽들을 손끝의 감각만으로 감정하고 있는 진지한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The blind man sitting upright, seriously appraising a mountain of precious ginseng and leather using only the sense of his fingertips.
씬 4 이미지 프롬프트
1.
(16:9, no text, 수채화) 흉가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거대하고 화려한 전각과 솟을대문이 세워진 '야명 상단'의 웅장한 전경.
(16:9, no text, watercolor) The magnificent panoramic view of the 'Yamyung Merchant Guild', with a huge, gorgeous pavilion and a towering gate built where the abandoned house used to be.
2.
(16:9, no text, 수채화) 낮 시간, 분주하게 짐을 나르는 일꾼들과 행수들 앞에서 옥관자를 단 비단옷 차림의 맹인 객주가 보고를 받는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Daytime, the blind guild master in silk clothes with a jade headband ornament receiving reports in front of clerks and workers busily carrying loads.
3.
(16:9, no text, 수채화) 밤이 되어 일꾼들이 모두 퇴근한 고요한 상단 내실, 화로를 가운데 두고 맹인과 인간의 옷을 흉내 내 입은 도깨비들이 둘러앉은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At night in the quiet guild inner room after all workers left, the blind man and goblins dressed in human clothes sitting around a brazier.
4.
(16:9, no text, 수채화) 도깨비들이 신나서 황금 술잔과 진귀한 보물들을 꺼내어 자랑하고, 맹인이 너털웃음을 짓는 따뜻한 분위기.
(16:9, no text, watercolor) A warm atmosphere where goblins excitedly bring out golden goblets and rare treasures to show off, and the blind man laughs heartily.
5.
(16:9, no text, 수채화) 상단의 쌀이 가난한 백성들에게 구휼미로 나뉘어지고, 백성들이 기뻐하며 절을 하는 조선시대 거리 풍경.
(16:9, no text, watercolor) A street scene in the Joseon Dynasty where rice from the guild is distributed as relief to the poor, and the people bow in joy.
씬 5 이미지 프롬프트
1.
(16:9, no text, 수채화) 달이 구름에 가린 어두운 밤, 시퍼런 칼과 횃불을 든 복면 자객들이 상단의 담장을 은밀하게 넘어오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A suspenseful scene on a dark night with the moon hidden by clouds, as masked assassins holding sharp swords and torches stealthily climb over the guild's wall.
2.
(16:9, no text, 수채화) 자객들이 방문을 박차고 들어오지만, 방 안의 맹인은 촛불 앞에서 전혀 미동 없이 평온하게 찻잔을 들고 있는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Assassins bursting through the door, but the blind man inside the room remains completely motionless, calmly holding a teacup in front of a candle.
3.
(16:9, no text, 수채화) 방안에 갑자기 푸른 도깨비불이 타오르며, 숨어있던 도깨비들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본래의 마물 모습으로 솟아오르는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Blue goblin fires suddenly flaring up in the room, and hidden goblins rising into their huge, terrifying original monster forms.
4.
(16:9, no text, 수채화) 겁에 질린 자객들이 무기를 떨어뜨리고 도망치려 하고, 거대한 도깨비가 자객의 뒷덜미를 번쩍 들어 올리는 통쾌한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A thrilling scene where terrified assassins drop their weapons and try to flee, and a giant goblin lifts an assassin easily by the scruff of the neck.
5.
(16:9, no text, 수채화) 다음 날 아침,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저잣거리에 매달려 있는 자객들을 백성들이 구경하며 수군거리는 아침 풍경.
(16:9, no text, watercolor) The next morning, people gossiping and watching the assassins tied up tightly with ropes and hanging in the marketplace.
씬 6 이미지 프롬프트
1.
(16:9, no text, 수채화) 눈 내리는 깊은 겨울밤, 맹인 객주와 우두머리 도깨비가 내실에서 화로를 쬐며 막걸리를 마시는 정겨운 풍경.
(16:9, no text, watercolor) On a snowy deep winter night, a friendly scene of the blind guild master and the boss goblin warming themselves by the brazier and drinking makgeolli in the inner room.
2.
(16:9, no text, 수채화) 맹인이 품에서 낡은 헝겊 주머니와 녹슨 가락지를 꺼내어 보여주자, 도깨비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는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The blind man takes out an old cloth pouch and a rusty ring from his pocket, and the goblin is startled with wide open eyes.
3.
(16:9, no text, 수채화) 거대한 우두머리 도깨비가 맹인의 무릎을 끌어안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며 눈물을 흘리는 감동적인 모습.
(16:9, no text, watercolor) A touching scene where the giant boss goblin hugs the blind man's knees and cries loudly like a child, shedding tears.
4.
(16:9, no text, 수채화) 맹인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울고 있는 거친 도깨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는 장면.
(16:9, no text, watercolor) The blind man with a warm smile, affectionately stroking the head of the crying rough goblin.
5.
(16:9, no text, 수채화) 훗날, 바다가 보이는 남쪽 마을의 언덕 위에서 두 눈을 뜬 원래 주인이 도깨비들과 함께 웃으며 앉아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결말.
(16:9, no text, watercolor) Later, a peaceful and beautiful ending where the original owner, with his eyes opened, sits laughing with the goblins on a hill in a southern village overlooking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