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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망나니와 도깨비의 동거 1년 만에 벌어진 기막힌 일; 마을 최고의 부자 효자된 사연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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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영상 도입부):

    "이보게들, 자네들은 도깨비가 무섭다고만 생각하나? 글쎄, 내 오늘 들려줄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마 도깨비 한 마리 잡아다가 집에 들여앉히고 싶을 걸세. 게으름뱅이로 온 동네 손가락질받던 사내가 어느 날 밤, 산길에서 털이 숭숭 난 괴상한 놈을 만났는데… 글쎄 이 도깨비란 놈이 사람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효도'를 배우겠다고 덤비지 뭔가? 도깨비랑 한집에서 산 지 1년, 과연 그 사내의 집안에는 어떤 천지개벽할 일이 벌어졌을까? 도깨비가 가르쳐준 진짜 효도의 맛, 지금 시작하네!"

    영상 설명란 (디스크립션):

    "허랑방탕하게 살던 게으름뱅이 덕칠이가 어느 날 숲에서 만난 도깨비와 묘한 내기를 하게 됩니다. '나에게 사람의 효도를 가르쳐다오, 그럼 너를 부자로 만들어주마!' 도깨비와 사내의 좌충우돌 1년 살기! 단순한 부자가 아닌, 마을 최고의 효자로 거듭나게 된 덕칠이의 황당하고도 가슴 찡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천사야담]이 전하는 고품격 해학 야담입니다."

    ※ 찢어지게 가난한 게으름뱅이 덕칠과 병든 어머니의 한숨.

    자, 때는 바야흐로 조선 어느 깊은 골짜기, 해가 뉘엿뉘엿 지면 호랑이가 담배 피우러 나올 것 같은 으슥한 마을에 '덕칠'이라는 사내가 살고 있었소. 이 덕칠이로 말할 것 같으면, 사지육신 멀쩡한데 딱 하나 없는 게 있었으니 그게 바로 '부지런함'이라. 해가 중천에 떠서 이웃집 누렁이가 낮잠을 세 번은 잤을 법한 시각에도, 이 덕칠이는 이불속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며 꿈속에서 임금님 밥상을 받고 있었지. 동네 사람들이 모내기하느라 허리가 휘어질 때도, 이 친구는 개울가에 발 담그고 지나가는 구름이나 세고 앉아있으니 집안 꼴이 오죽했겠소?
    비만 오면 지붕에서 빗물이 새어 방바닥에 대야를 대기 바쁜데, 그 대야에 담긴 물소리가 꼭 덕칠이 팔자 타령하는 눈물 소리 같았지. 쥐들도 이 집엔 먹을 게 없다고 눈물을 훔치며 보따리를 싸 나간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소. 부엌 아궁이는 차갑게 식어 거미줄이 대궐처럼 쳐져 있고, 쌀독을 긁으면 쌀알 소리가 아니라 배고픈 귀신 곡소리가 났더란 말이지. 그런데 이 게으른 덕칠이에게도 마음 한구석에 지독하게 아픈 가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홀로 계신 병든 어머니였소. 어머니는 평생 이 게으른 아들 뒤치다꺼리하며 남의 집 방아 찧어주고 바느질해주다 골병이 들어, 이제는 쿨럭쿨럭 기침 소리가 마를 날이 없었지.

    어느 겨울 초입이었소. 찬바람이 문풍지를 사정없이 흔들며 들어와 뺨을 후려치는데, 방안의 화로엔 온기 한 점 없었소. 덕칠이는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는데, 옆방에서 어머니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덕칠이를 불렀소. "덕칠아, 내 목이 너무 칼칼하구나. 따뜻한 숭늉이라도 한 사발 마시면 원이 없겠는데..." 그 소리에 덕칠이가 겨우 부스스 눈을 떴소. 아랫목은 이미 얼음장이라 엉덩이가 시려오고, 부엌으로 나가 솥뚜껑을 열어보니 숭늉은커녕 찬물 한 대접도 없었지. 땔감은 진즉에 떨어져 마당엔 까치발 닿을 자리에 마른 나뭇가지 하나 없더란 말이오.
    덕칠이는 그제야 가슴이 철렁했소. '아이고, 이러다가 어머니 내 손으로 곡기 끊기게 생겼구나' 싶은 게요. 그는 구멍 난 누더기 솜바지를 대충 걸쳐 입고, 뒤축이 다 떨어진 짚신 끈을 다시 고쳐 맸소. 발가락이 삐죽 튀어나온 신발을 신고 문지방을 넘는데, 어머니의 그 힘없는 기침 소리가 자꾸만 등 뒤에서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것 같아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지. "어머니, 내 금방 나뭇가지라도 좀 주워오고 장터 가서 동냥이라도 해올 테니 조금만 참으셔요." 덕칠이는 동네 어귀를 지나 뒷산으로 향했소.

    산길은 험하고 가파른데, 평소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안 하던 덕칠이의 숨소리가 거칠어졌소. "허억, 허억... 아니 나무라는 놈들은 다 어디로 도망간 거야?" 땔감을 찾으려 눈을 씻고 봐도 이미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 다 주워가고 없었지. 덕칠이는 남들이 안 가는 깊은 골짜기, 이름하여 '도깨비 골'까지 발걸음을 옮겼소. 찬바람은 매정하게 그의 홑청 옷을 파고들고, 손가락은 얼어붙어 도끼질은커녕 나뭇가지 하나 줍기도 버거웠소. "아이고, 내 팔자야. 남들은 부모님께 고기 반찬 대접하고 비단옷 입혀드린다는데, 나는 이 추운 날 땔감 하나 못 구해서 어머니를 떨게 하니... 내 이놈의 게으름이 웬수구나!"
    덕칠이는 커다란 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아 신세 한탄을 하며 눈물을 찔끔 흘렸소.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가 턱 끝에서 얼어붙을 지경이었지. 그때였소. 저 멀리 깊은 숲속 덤불 사이에서 '번쩍' 하고 도깨비불 같은 푸르스름한 기운이 일렁이더니, 땅바닥이 '쿠궁'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소? 보통 사람 같으면 오줌을 지리며 도망갔을 텐데, 덕칠이는 배가 고프고 추워지니 두려움도 잊었소. "귀신이면 나를 잡아다 뜨끈한 가마솥에라도 넣어다오! 거기면 이 추위는 면할 거 아니냐!" 하고 악을 썼지. 그런데 그 소리에 답이라도 하듯, 덤불이 쩍 갈라지며 웬 괴상망측하게 생긴 사내가 툭 튀어나왔소. 키는 장대처럼 훌쩍 크고 머리는 쑥대밭처럼 산발인데, 몸에는 짐승처럼 털이 숭숭 나 있고 손에는 우락부락한 몽둥이를 하나 들고 있었지.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도깨비였소!

    ※ 달밤의 고갯길, 몽둥이 든 도깨비와의 황당한 조우와 은밀한 거래.

    도깨비는 덕칠이 코앞까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소. "야, 이놈아! 사람이 왜 여기서 청승맞게 울고 있느냐? 네 눈물 때문에 내 잠자리가 축축해져서 잠을 못 자겠다!" 도깨비의 목소리가 벼락 치듯 산천을 울리는데, 덕칠이는 겁도 없이 도깨비의 그 털 많은 다리를 빤히 바라보았소. "잡아먹으려거든 당장 잡아먹으시오. 어차피 굶어 죽으나 산짐승한테 먹히나 매한가지요. 다만, 우리 어머니 숭늉 한 그릇만 드리고 오게 해주면 내 제 발로 찾아오리다."
    도깨비는 몽둥이로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니겠소? "사람 잡아먹는 건 맛없어서 안 한다. 그런데 너, 아까부터 '어머니' 타령하는 걸 보니 그게 말로만 듣던 '효도'라는 것이냐?" 덕칠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깨비의 눈이 횃불처럼 반짝였소. 사실 이 도깨비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던 게지. "야, 잘됐다! 사실 우리 도깨비 나라에서도 요즘 유행이 바뀌었다. 옛날엔 사람 홀리는 놈이 장땡이었는데, 요즘은 '인간의 효도'를 배워오는 놈이 옥황상제님께 방망이 점수를 잘 받는다더구나. 그런데 아무리 책을 뒤져봐도 효도가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도깨비는 몽둥이를 바닥에 쾅 찍더니 덕칠이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소. "이봐 사내, 나랑 내기를 하나 하자. 내가 딱 1년 동안 너희 집에 머물며 네가 하는 효도를 직접 보고 배우겠다. 그 대신, 내가 있는 동안 네 식구 굶지는 않게 해주마. 내 방망이로 쌀이든 고기든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마. 어떠냐?" 덕칠이는 눈이 번쩍 뜨였소. "정말이오? 쌀도 주고 장작도 준단 말이오?" "당연하지! 대신 1년 뒤에 내가 효도가 뭔지 깨닫지 못하면... 네놈 머리통을 이 몽둥이로 딱따구리 집 짓듯이 쪼아버릴 테다!"
    덕칠이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소. "좋소! 도깨비님, 아니 형님! 내 목숨을 걸고 효도가 뭔지 뼛속까지 알려드릴 테니 어서 우리 어머니부터 살려주시오!"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몽둥이를 휘둘렀소. "좋다! 약속 성립이다! 내 이름은 '털보'니까 그렇게 불러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깨비 털보가 방망이를 '휘익' 휘두르자, 덕칠이의 등 위에 마른 장작이 산더미처럼 쌓였소. 그리고 품 안을 만져보니 어디서 났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인절미 세 덩이가 들어있는 게 아니겠소?

    덕칠이는 고맙다는 말도 잊은 채 산길을 굴러가듯 뛰어 내려왔소. 도깨비는 바람처럼 그 뒤를 소리 없이 따랐지. 마을 어귀에 도착해 집에 들어서니 어머니는 여전히 찬 방에서 신음하고 있었소. 덕칠이는 서둘러 불을 피웠소. 털보가 준 장작은 어찌나 화력이 좋은지, 아궁이에 넣자마자 불꽃이 춤을 추며 방바닥을 지폈지. 그리고 인절미를 잘게 잘라 따뜻한 물에 불려 어머니 입에 넣어드렸소. "어머니, 이거 드셔보셔요. 산신령님이 주신 떡입니다." 어머니가 떡을 씹으며 안색이 돌아오자 덕칠이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소.

    그런데 그때, 방구석 어둠 속에서 털보 도깨비가 쑥 나타나는 게 아니겠소? 어머니는 기겁하며 "아이고, 저게 뭐냐!" 하고 쓰러질 뻔했지. 덕칠이가 얼른 가로막고 설명했소. "어머니, 놀라지 마셔요. 이분은... 제 먼 친척 형님인데, 산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우리 집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좀 못생기고 털이 많아도 심성은 비단결 같은 형님입니다." 어머니는 의아해했지만, 덕칠이의 눈빛이 전례 없이 진지한 걸 보고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소.
    도깨비 털보는 방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눈을 부라리며 덕칠이를 감시하기 시작했소. '자, 이제부터 인간의 효도를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 지켜보겠다'는 표정이었지. 덕칠이는 속으로 '아이고, 이제 잠은 다 잤구나' 싶었소. 다음 날 새벽이었소. 평소 같으면 해가 중천에 떠서 나비가 춤을 출 때까지 잘 덕칠이가 벌떡 일어났소. 왜냐? 옆에서 도깨비가 몽둥이로 바닥을 쾅쾅 치며 "야, 해 떴다! 효도하러 가야지! 어서 일어나서 어머니 문안 인사드려라!" 하고 고함을 질러댔으니까 말이오. 덕칠이는 비몽사몽 간에 마당으로 나갔고, 도깨비는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덕칠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기 시작했소. 도깨비와 게으름뱅이 사내의 기묘하고도 황당한 1년 살기, 그 서막이 그렇게 뜨겁게 오르고 있었소.

    ※ 도깨비 '털보'의 입궐? 덕칠의 집에서 시작된 기묘한 동거생활.

    자, 이튿날 새벽이 밝았소. 평소 같으면 해가 서산에 걸릴 때까지 뒷간도 안 가고 잠만 자던 덕칠이었지만, 오늘만은 사정이 아주 달랐지. 왜냐? 눈을 뜨자마자 코앞에 털이 숭숭 난 도깨비 발바닥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거든! 도깨비 털보란 놈이 밤새 잠도 안 잤는지, 덕칠이 머리맡에서 몽둥이를 지팡이 삼아 짚고 서서는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게 아니겠소? "야, 이놈아! 해가 벌써 문창살을 뚫고 네 콧구멍을 간지럽히는데 아직도 꿈나라냐? 어서 일어나서 효도라는 걸 좀 보여달란 말이다!" 털보의 천둥 같은 호통에 덕칠이는 자빠질 듯 일어났소.
    마당으로 끌려 나온 덕칠이는 눈도 못 비빈 채 도깨비의 성화에 못 이겨 빗자루를 들었지. 그런데 이 도깨비 털보가 아주 가관이었소. 마을 사람들이 볼까 봐 둔갑을 하라 했더니, 글쎄 키가 구 척이나 되는 덩치 큰 머슴으로 변했는데, 얼굴에 털은 그대로고 머리엔 뿔 대신 수건을 질질 끌리게 감아놓았으니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었지. 덕칠이가 기가 차서 물었소. "형씨, 그 꼴로 마당을 쓸면 동네 사람들이 산적이라도 나타난 줄 알 거 아니오?" 그러자 털보가 껄껄 웃으며 대꾸했소. "걱정 마라! 내 도깨비 술법으로 내 모습은 네 눈에만 이렇게 보이고, 남들 눈엔 그저 평범하고 일 잘하게 생긴 머슴놈으로 보이게 해놨으니까! 그러니 잔말 말고 어서 어머니 방에 군불부터 때란 말이다!"

    덕칠이는 투덜거리며 아궁이 앞으로 갔소. 평생 불 한 번 제대로 안 때본 놈이 장작을 넣으니 연기만 풀풀 나고 눈물 콧물만 쏙 빼고 있었지. 그때 털보가 몽둥이를 슬쩍 휘두르더니 "에잇, 이 답답한 놈아! 불은 이렇게 지피는 것이다!" 하고 소리를 질렀소.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궁이 속 불꽃이 짐승처럼 살아나 장작을 와작와작 씹어 삼키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소? 방바닥이 금세 뜨끈해지는데, 덕칠이는 그제야 도깨비 덕 좀 보나 싶어 입술이 귀걸이에 걸렸지. 하지만 웬걸? 털보는 공짜가 없었소. "불은 내가 지폈으니, 너는 저기 시냇가 가서 물을 길어와라! 어머니 세숫물은 네 손으로 직접 떠야 그게 효도라며?"
    덕칠이는 툴툴대며 물지게를 졌소. 평소 같으면 무거워서 세 걸음도 못 가 던져버렸을 텐데, 뒤에서 도깨비가 몽둥이를 들고 "어허, 걸음걸이가 왜 그리 느리냐! 효도하는 놈의 다리가 그리 흐물거려서야 쓰겠느냐!" 하고 엉덩이를 툭툭 치니, 덕칠이는 자기도 모르게 축지법이라도 쓰는 양 산길을 뛰어다녔소. 시냇가에 도착해 살얼음을 깨고 차디찬 물을 긷는데, 손마디가 아려왔지만 저 멀리서 털보의 눈동자가 번뜩이는 것 같아 쉴 새도 없었지. 물을 길어와 가마솥에 붓고, 쌀을 씻어 안치는 내내 털보는 옆에서 훈수를 두었소. "야, 쌀뜨물이 보약이라더라. 버리지 말고 따로 챙겨라!", "불 조절 잘해라, 밥 탄 냄새 나면 그건 효도가 아니라 불효다!" 덕칠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소.

    밥이 다 지어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들고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는데, 덕칠이의 등줄기엔 땀이 한 바가지나 흘렀소. 평생 제 손으로 밥 한 상 차려본 적 없는 놈이 도깨비 등살에 떠밀려 이 고생을 하니, 삭신이 쑤셔 죽을 맛이었지. 그런데 말이오, 방안에서 어머니가 "아이고, 우리 아들이 웬일이냐... 해 뜨기 전에 밥상을 다 차려오고..." 하며 눈물을 훔치시는 걸 보니, 덕칠이 마음 한구석이 찡해오는 게요. 털보는 문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소. '흐음, 저렇게 늙은 인간이 웃는 것이 효도의 결과물인가? 돈이나 보석을 준 것도 아닌데 왜 저리 좋아할까? 참으로 알기 어렵구먼.' 도깨비와 게으름뱅이의 이 기묘한 동거는 그렇게 매일 새벽 덕칠이의 비명과 털보의 호통 소리로 시작되었던 것이오.
    덕칠이는 털보가 무서워서라도 부지런을 떨었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나면 예전엔 느껴보지 못한 기묘한 기분을 느꼈소. 잠자리에 들 때면 팔다리가 쑤셔도, 어머니의 편안한 숨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솜사탕처럼 가벼워지는 게 아니겠소? 반면 털보는 밤마다 마당을 서성이며 몽둥이를 휘둘렀소. "효도란 무엇인가... 정성이란 무엇인가..." 도깨비 나름대로의 철학적인 고민이 깊어진 게지. 덕칠이가 자다가 깨서 보면 털보가 달빛 아래서 몽둥이를 머리에 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기도 했소.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고도 기괴한지 덕칠이는 웃음을 참느라 베갯잇을 물었더란 말이오.

    ※ "이게 효도냐?" 도깨비의 엉뚱한 효도 방식과 덕칠의 고군분투 가르침.

    며칠이 지났소. 도깨비 털보는 덕칠이가 하는 꼴을 보아하니 영 성에 안 찼던 모양이오. "야, 덕칠아! 내가 보니까 너는 너무 쩨쩨하게 효도를 하는 것 같다. 원래 큰 효도는 통이 커야 하는 법 아니냐?" 털보가 몽둥이를 어깨에 메고 위풍당당하게 말했소. 덕칠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지. "통 큰 효도가 도대체 뭔데 그러시오?" 그러자 털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소. "어머니가 고기를 좋아하신다며? 내 오늘 산더미 같은 고기를 가져다줄 테니, 이게 효도인지 한 번 봐라! 내가 이래 봬도 도깨비 나라에서 사냥 실력은 으뜸이란 말이다!"
    그날 밤이었소. 덕칠이가 잠결에 마당에서 들리는 기괴한 소리에 놀라 밖으로 뛰어 나갔지.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마당 한가운데에 글쎄 죽은 멧돼지 서너 마리와 꿩 수십 마리, 심지어 어디서 물어왔는지 커다란 노루 한 마리가 피를 뚝뚝 흘리며 쌓여있는 게 아니겠소? 털보가 의기양양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말했소. "자, 봐라! 이 정도면 어머니가 평생 드셔도 남을 고기 아니냐? 어서 깨워서 고기 잔치를 열어라! 이게 바로 도깨비식 효도다!"

    덕칠이는 기겁을 했소. "아이고, 털보 형씨! 이 밤중에 산짐승 시체를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아두면 어머니가 기운을 차리시는 게 아니라 놀라 자빠지시겠소! 그리고 어머니는 지금 이가 안 좋아서 질긴 고기는 씹지도 못하신단 말이오!" 덕칠이의 꾸지람에 도깨비는 시무룩해졌소. "뭐? 고기가 많으면 좋은 거 아니었느냐? 인간들은 참 까다롭구나. 우리 도깨비들은 그냥 뜯어먹으면 그만인데." 털보는 몽둥이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투덜거렸지. 덕칠이는 한숨을 내쉬며 도깨비에게 찬찬히 설명했소. "효도라는 건 말이오, 무조건 많이 가져다준다고 되는 게 아니오. 어머니가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마음이 어디가 아프신지 살피는 게 먼저란 말이오. 고기 열 마리보다 따뜻한 죽 한 그릇을 정성껏 끓여 드리는 게 진짜 효도요."
    도깨비는 고개를 갸우뚱했소. "정성? 그게 무슨 보석 같은 거냐? 방망이로 때리면 나오느냐?" 덕칠이는 헛웃음이 났지. 그래서 이번엔 덕칠이가 직접 시범을 보이기로 했소. 그는 마당의 짐승들을 도깨비 술법으로 치우게 한 뒤, 부엌으로 가서 정성껏 물을 데웠소. 그리고 대야에 따뜻한 물을 담아 어머니 방으로 들어갔지. "어머니, 날도 추운데 발이 많이 부으셨네요. 제가 좀 씻겨 드릴게요." 덕칠이는 어머니의 주름지고 투박한 발을 조심스럽게 물에 담그고,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문질렀소. 털보는 문밖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

    덕칠이가 어머니의 발을 씻기며 그동안 속 썩인 일들을 하나하나 사과하자, 어머니의 얼굴에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미소가 번졌소. "덕칠아, 네가 내 발을 다 씻겨주다니... 내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어머니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본 도깨비 털보는 큰 충격을 받았소. '아니, 방망이로 금은보화를 줘도 안 나오던 저 눈물이, 고작 물 한 대야에 나온단 말이냐? 정성이란 놈은 도깨비 방망이보다 힘이 세구나! 저건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마음의 힘이로구나!' 털보는 제 몽둥이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생각했소.
    그날 밤 이후, 털보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소. 전에는 몽둥이로 위협하며 일을 시켰다면, 이제는 덕칠이가 하는 걸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지. 덕칠이가 어머니 약을 달일 때 불꽃이 약해지면 슬쩍 입김을 불어 온도를 맞춰주고, 어머니가 잠드실 때 추우실까 봐 방바닥에 자기 털을 깔아 온기를 불어넣었소. 덕칠이는 도깨비를 가르치느라 기운이 다 빠졌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잠이 오질 않았소. 제 손으로 차린 밥상, 제 손으로 씻긴 발, 그리고 어머니의 그 미소... 게으름뱅이 덕칠이의 가슴 속에서도 무언가 뜨거운 것이 꿈틀대기 시작했소. 도깨비에게 효도를 가르쳐야 부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덕칠이는 진짜 효자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오.

    도깨비 털보는 이제 아침마다 덕칠이를 깨울 때 몽둥이를 쓰지 않았소. 대신 덕칠이 귀에 대고 "야, 덕칠아... 일어나서 정성 좀 보여줘라. 나도 그거 좀 더 구경하자." 하고 속삭였지. 덕칠이는 귀찮은 척하면서도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소. 어느덧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우정이 싹트고 있었소. 도깨비는 인간의 마음을 배우고, 인간은 도깨비의 힘을 빌려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갔지.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덕칠이네 집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와 불빛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으니, 이제 본격적인 소동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소!

    ※ 도깨비 방망이보다 무서운 정성,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소문.

    자, 덕칠이네 집에 웬 덩치 큰 머슴 하나가 들어온 뒤로 마을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소. 평생 일이라고는 손톱 밑에 때 끼는 것도 싫어하던 덕칠이가, 새벽부터 일어나 마당을 쓸고 개울가에 가서 빨래를 해대니 동네 사람들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수밖에! "이보게, 저기 저 덕칠이 맞나?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먼!" 동네 욕쟁이 할멈도, 앞집 칠성이도 입을 다물지 못했지.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덕칠이 옆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 머슴이었소. 얼굴은 털이 숭숭 나고 눈은 부리부리한데, 힘은 또 어찌나 장사인지 바위만한 돌덩이도 휙휙 들어 나르거든.
    마을 사람들은 모여 앉아 수군댔소. "그 머슴놈,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아. 덕칠이가 어디 산신령님께 산삼이라도 바쳐서 얻어온 놈 아닐까? 아니면 혹시 사람 홀리는 여우라도 잡아 앉혀놓은 건가?" 마을 어귀 평상에만 앉으면 모두가 덕칠이네 이야기뿐이었소. 특히 앞집 칠성이는 밤마다 덕칠이네 담벼락 너머를 훔쳐보느라 목이 다 늘어날 지경이었지. "글쎄, 어제 보니까 그 머슴이 방망이로 마당을 툭 치니까 장작이 저절로 쪼개지더라니까!" 칠성이의 말에 사람들은 설마설마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소.

    하지만 정작 덕칠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소. 도깨비 털보가 옆에서 몽둥이를 들고 "야, 저기 밭두렁 무너진 거 안 보이냐! 어서 가서 고쳐라! 그게 다 어머니 땅 살리는 효도다!" 하고 소리를 지르니, 쉴 틈이 어디 있겠소? 덕칠이는 털보의 지휘 아래 난생처음 괭이를 들고 밭을 일구기 시작했소. 손바닥엔 피가 맺히고 굳은살이 박였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고통스럽지만은 않았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내려와 흙바닥에 툭툭 떨어질 때마다, 덕칠이는 묘한 성취감을 느꼈소. '아, 내가 내 손으로 일궈서 어머니께 드릴 채소를 키우고 있구나.' 그 생각이 들자 괭이질이 한결 가벼워지는 게 아니겠소?
    털보는 덕칠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꼴을 보더니, 몽둥이를 슬쩍 휘둘러 밭일을 도와주기도 했소. 하지만 절대로 다 해주는 법은 없었지. 털보는 아주 영악한 도깨비였소. "내가 반만 도와줄 테니, 남은 반은 네 정성으로 채워라! 정성이 안 들어가면 그건 효도 밭이 아니라 그냥 흙덩어리다! 내가 방망이로 만든 곡식은 금방 사라지지만, 네가 땀 흘려 키운 곡식은 영원히 남는 법이야." 덕칠이는 씩씩거리며 흙을 파헤쳤고, 어느덧 그 황폐하던 밭엔 파릇파릇한 채소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소.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둘렀지. "덕칠이가 사람이 변해도 너무 변했어. 효자가 따로 없네, 그려."

    어느 날은 칠성이가 덕칠이네 집 앞을 지나가다 슬쩍 물었소. "이보게 덕칠이, 저 머슴은 대체 어디서 온 사람인가? 사람 힘이 아닌 것 같던데." 덕칠이는 털보 눈치를 보며 얼버무렸지. "아, 저... 저 형님은 먼 일가친척인데, 힘만 좋고 말수가 적어서 그렇네. 그저 묵묵히 일만 돕는 고마운 분이지." 그때 털보가 칠성이를 쓱 쳐다보며 씨익 웃는데, 그 입매가 귀밑까지 찢어지는 걸 보고 칠성이는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났소. 마을에선 '덕칠이가 도깨비를 부린다'는 소문과 '천사 같은 효자가 됐다'는 소문이 반반씩 섞여서 산천을 떠돌았지. 하지만 덕칠이는 이제 그런 말들에 일희일비하지 않았소. 저녁이면 털보와 나란히 앉아 어머니께 드릴 죽을 쑤고, 따뜻한 방바닥을 만져보며 미소 짓는 것에서 진짜 행복을 찾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오. 털보 역시 덕칠이의 변해가는 눈빛을 보며, 옥황상제님께 보고할 '효도 일기'를 머릿속으로 아주 꼼꼼하게 적어 내려가고 있었소. 덕칠이의 손등에 잡힌 굳은살은 이제 그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 보였더란 말이오.

    ※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지자 도깨비가 가져온 기상천외한 '효도 약'.

    그렇게 계절이 바뀌어 찬 서리가 내리고 산천이 하얗게 변할 무렵이었소. 기운을 좀 차리시는 듯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몸져누우셨지. 이번엔 예전과 달리 기침 소리에 쇳소리가 섞이고, 열이 불덩이처럼 올라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되었소. 덕칠이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어머니 곁을 지켰지. 마을 의원을 불러보아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소. "이건 천명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소." 의원의 그 비정한 한마디에 덕칠이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소.
    "털보 형씨, 아니 도깨비님! 제발 우리 어머니 좀 살려주시오. 금도 좋고 은도 싫으니 어머니 숨소리만이라도 편하게 해달란 말이오! 당신은 도깨비 아니오? 무슨 방법이라도 있을 거 아니오!" 덕칠이는 도깨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걸복걸했소. 방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우는 덕칠이의 모습은 정말이지 보는 이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지. 털보는 평소와 달리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고쳐 쥐었소. "덕칠아, 인간의 명줄은 도깨비 방망이로도 함부로 늘릴 수 없는 법이다. 그건 자연의 이치요, 옥황상제님의 소관이지. 하지만 네 정성이 이만큼 쌓였으니, 내가 도깨비 나라의 금기된 약이라도 한 번 구해와 보마."

    털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람처럼 사라졌소. 덕칠이는 그날부터 사흘 밤낮을 한숨도 자지 않고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올렸지. 부엌에서 물을 떠다 놓고 빌고 또 빌었소. "신령님, 제 수명을 떼어드려도 좋으니 우리 어머니 고통만 가져가 주소서. 이제 겨우 제가 효도가 뭔지 알 것 같은데, 이렇게 가시면 저는 어찌 삽니까." 덕칠이의 눈물은 어머니의 마른 손등을 적셨고, 온 동네엔 덕칠이의 곡소리 같은 기도가 울려 퍼졌소. 마을 사람들도 그 정성에 감복해 덕칠이네 집 앞에서 함께 걱정해주었지.
    사흘째 되는 밤, 창문이 쩍 갈라지며 털보가 나타났소. 그런데 털보의 꼴이 말이 아니었지. 그 풍성하던 털은 여기저기 뽑히고, 그 좋던 몽둥이도 금이 가 있었소. 숨을 헐떡이며 털보가 말했소. "야, 덕칠아... 이거 받아라. 도깨비 나라 뒷산 절벽, 용이 잠든 구덩이에서 자라는 '효심초'라는 것이다. 이걸 얻으려고 내가 도깨비 대장한테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모른다." 털보가 내민 것은 보랏빛이 도는 기이한 풀이었소.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이걸 달여 드릴 때, 네 손가락 피를 한 방울 딱 섞어야 약효가 난다더라. 사람의 진심이 담긴 피가 들어가야 도깨비 나라의 약초가 비로소 인간의 약이 되는 법이지."

    덕칠이는 망설임 없이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고, 정성껏 약을 달여 어머니 입술에 적셔드렸소. 약향이 온 방안을 가득 채우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향기로운지 덕칠이도 마음이 차분해졌지. 약을 드신 어머니의 호흡이 서서히 가라앉더니,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열이 내리고 눈을 뜨셨지. "덕칠아, 내가 꿈속에서 은하수를 건너려는데, 웬 털보 장군이 앞을 막아서며 네 아들이 기다리니 어서 돌아가라고 호통을 치더구나. 그 장군 참 무섭게 생겼는데 마음은 따뜻하더만." 어머니의 말씀에 덕칠이는 구석에 숨은 털보를 돌아보았소. 털보는 쑥스러운 듯 코를 킁킁거리며 먼 산만 보고 있었지. 덕칠이는 그때 깨달았소. 효도라는 건 단순히 잘해드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내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그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오. 털보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제 금이 간 몽둥이를 쓰다듬었소. '정성이란 놈은 도깨비 방망이보다 아프고도 따뜻하구나. 나도 이제 효도가 뭔지 좀 알 것 같다.' 털보의 가슴 속에서도 도깨비 인생 처음으로 뜨겁고 뭉클한 무언가가 샘솟았던 게요.

    ※ 1년의 약속이 끝나고 도깨비가 남긴 진짜 선물, 그리고 최고의 효자 덕칠.

    드디어 약속했던 1년의 시간이 다 흘렀소. 덕칠이네 마당엔 이제 곡식이 가득 쌓이고, 낡았던 집도 깨끗하게 고쳐져 마을에서 가장 으리으리하고 단정한 집이 되었지. 담장 아래엔 꽃이 피고, 부엌에선 구수한 밥 냄새가 끊이지 않았소.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덕칠이 자신이었소. 예전의 그 흐리멍덩하고 게으름이 뚝뚝 떨어지던 눈빛은 어디 가고, 이제는 눈매가 형형하고 어깨가 딱 벌어진, 누가 봐도 믿음직한 대장부 사내가 되어 있었거든. 마을 어른들은 이제 덕칠이를 보면 "덕칠아" 하고 부르지 못하고 "이보게 덕칠 군" 하며 예우를 갖추게 되었소.
    약속한 날 밤, 덕칠이는 털보와 마주 앉았소. 털보는 다시 예전의 털 숭숭 나고 머리에 뿔이 돋은 도깨비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지. "자, 덕칠아. 약속한 1년이 다 됐다. 달이 저 산마루를 넘어가면 나는 이제 도깨비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털보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가득 배어 있었소. 덕칠이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서러움에 목이 메었소. "형씨, 아니 형님. 돈도 필요 없고 금도 필요 없으니 그냥 여기서 우리랑 평생 같이 살면 안 되겠소? 이제 형님 없으면 나 누구랑 효도 공부를 하고 누구랑 농사를 짓겠소. 형님은 이제 내 친형제나 다름없소."

    털보는 껄껄 웃으며 몽둥이를 흔들었소. "이놈아, 도깨비가 사람 사는 데 너무 오래 있으면 부정 탄다! 내가 여기 계속 있으면 네 아내 될 사람이 무서워서 오겠느냐? 그리고 너 이제 나 없어도 충분히 효자고, 충분히 부지런한 사내 아니냐? 네 가슴 속에 내가 준 방망이보다 더 큰 방망이가 생겼으니 걱정 마라!" 털보는 마지막으로 몽둥이를 크게 휘둘렀소. "자,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성의다!" 털보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마당 한구석에 있던 낡은 쌀독에서 금화와 은화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소. 하지만 덕칠이는 금은보화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털보를 꼭 껴안았소.
    "고맙소, 형님. 나에게 효도를 가르쳐준 게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셨소. 형님 덕분에 내가 어머니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소." 털보는 눈시울이 붉어진 걸 들키지 않으려 덕칠이를 툭 밀쳐냈지. "에잇, 징그럽다! 저 돈으로 어머니 고기나 많이 사드려라! 아, 그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천국 오면 내가 술 한 잔 사마!" 털보는 그 말을 남기고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되어 사라졌소. 그가 떠난 자리엔 털보가 아끼던 몽둥이 조각 하나가 기념처럼 남겨져 있었는데, 거기엔 서툰 글씨로 '효자 덕칠'이라고 적혀 있었더란 말이오.

    그 후로 덕칠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말도 마오! 나라에서 내리는 효자문이 덕칠이네 집 앞에 떡하니 세워졌고, 임금님 귀에까지 소문이 나서 큰 상을 받았지. 덕칠이는 그 많은 재산을 혼자 쓰지 않고 마을의 가난한 노인들을 돌보고 고아들을 먹이는 데 썼소. "부모님께 하는 효도가 만행의 근본이니라" 하며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 선생님 역할까지 했지. 마을 사람들은 이제 덕칠이를 보며 손가락질 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소. 도깨비와 살았던 1년, 덕칠이가 얻은 진짜 보물은 쌀독의 금화가 아니라 어머니의 웃음소리와 자신의 정직한 땀방울,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던 게요. 지금도 저 강원도 어느 골짜기엔 효자 덕칠이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마음이 착한 사람이 산길을 걸으면 도깨비 털보가 나타나 몽둥이로 복을 빌어준다는 기분 좋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자, 여러분. 오늘 도깨비와 1년을 살며 진짜 효자로 거듭난 덕칠이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우리는 흔히 부모님께 비싼 선물을 드리고 좋은 곳에 모시는 것만 효도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진짜 효도는 덕칠이가 보여준 그 정성 어린 손길 하나, 따뜻한 물 한 대야, 그리고 진심이 담긴 눈물 한 방울에 있다는 걸 도깨비 털보도 깨닫고 갔나 봅니다. 도깨비도 배우고 싶어 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 우리 시청자 여러분의 가슴 속에도 오늘 덕칠이의 정성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온기로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지만, 효도만큼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법이지요.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로 이 늙은 이야기꾼의 보따리에 큰 힘을 보태주십시오. 저는 다음번에 더 기막히고 가슴 찡한 야담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밤,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드리는, 혹은 마음속으로라도 사랑한다 말씀드리는 따뜻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