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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의 마법, 도깨비 방망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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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 마을, 가난한 나무꾼 복만이 병든 어머니를 위해 산에 오르다 만난 도깨비와 신비로운 방망이의 이야기입니다. 두드리면 원하는 것이 나오는 마법 방망이는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조선시대의 숨겨진 교훈이 담긴 이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의 선물이 가져온 기쁨과 슬픔, 그리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전통 구연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꿈과 욕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가 담긴 옛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가난한 나무꾼 복만이가 병든 어머니를 위해 깊은 산속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이야기
옛날 옛적에, 깊은 산골 마을에 복만이라는 젊은 나무꾼이 살았다네. 복만이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가난이 너무 심해서 초가집 지붕이 다 허물어져 비만 오면 온통 젖어버릴 지경이었지. 게다가 그 해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복만이 어머니는 병석에 누워계신지 몇 달이 되었다네.
하루는 복만이 어머니가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셨어. 워낙 가난한 살림에 고기는 명절에도 먹기 힘들었는데, 중병에 드신 어머니가 그리 말씀하시니 복만이 마음이 무거웠지.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오늘 산에 가서 나무도 팔고, 운이 좋으면 토끼라도 잡아오겠습니다."
복만이는 새벽부터 일어나 도끼를 챙겨 깊은 산으로 올라갔다네. 평소보다 더 깊이 들어가 좋은 나무를 찾아 헤매다 보니 어느새 해는 서산에 걸리고 있었지. 나무는 한 짐 했지만 토끼는 구경도 못했다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데...'
복만이는 조금이라도 더 산에 있어보기로 했어. 어둠이 내리자 갑자기 산속이 무서워졌지만, 병든 어머니 생각에 용기를 내 계속 걸었다네. 그러다 이상한 빛이 보이는 곳을 발견했지.
발 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숨어서 보니, 도깨비들이 한 무리 모여 있는 것이 아니겠어? 그것도 아홉 명이나 되는 도깨비가 멋진 잔치를 벌이고 있었네. 술통을 두드리자 술이 콸콸 나오고, 땅바닥을 두드리자 맛있는 고기 요리가 나타나고 말이지.
복만이는 정신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재채기가 나와 버렸어.
"에취!"
그 소리에 도깨비들이 일제히 복만이 쪽을 돌아보았지.
"이크, 사람이다!"
"감히 우리 잔치를 엿보다니!"
"잡아서 혼을 내주자!"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들고 달려들었어. 복만이는 도망치려 했지만 어느새 도깨비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네.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그저 병든 어머니를 위해 고기를 구하러 산에 왔을 뿐입니다!"
복만이가 땅에 엎드려 빌자, 도깨비들 중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붉은 도깨비가 손을 들어 다른 도깨비들을 멈추게 했어.
"네 이름이 무엇이냐?"
"복만이라고 합니다..."
"호오, 복만이라... 네가 왜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 들어왔느냐? 정직하게 말해봐라."
복만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정을 이야기했지. 가난한 살림에 병든 어머니가 고기를 드시고 싶어하셔서 토끼라도 잡으려고 왔다는 것, 평소에도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말이야.
붉은 도깨비는 다른 도깨비들과 귓속말로 뭔가 의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마음씨가 참 효심이 깊구나. 우리 도깨비들은 효자를 좋아한다. 오늘은 네 효심에 감동하여 목숨을 살려주마."
복만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그런데 붉은 도깨비가 뜻밖의 말을 꺼냈어.
"그뿐만 아니라, 네 효심에 보답하고자 한다. 우리와 함께 오늘 밤 잔치에 참여하지 않겠느냐?"
복만이는 놀라웠지만, 감사하게 초대에 응했다네. 도깨비들 사이에 앉아 처음 보는 신기한 음식들을 먹으며 밤이 깊어갔지. 도깨비들은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했는데, 복만이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풀어져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네.
한 밤이 지나자 붉은 도깨비가 복만이에게 다가왔어.
"복만아, 네 효심이 가상하구나. 우리가 오늘 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선물을 주마."
붉은 도깨비는 허리춤에서 작은 방망이 하나를 꺼내 복만이에게 건넸지.
"이것은 우리 도깨비들의 보물인 도깨비 방망이다. 이 방망이로 원하는 것을 두드리면 그것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 도깨비가 복만에게 신비한 방망이를 주고 그 사용법을 알려주는 장면
"하지만 명심해라." 붉은 도깨비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어. "이 방망이의 힘은 너의 마음에 달렸다. 욕심을 부리면 방망이의 축복이 저주로 변할 것이니,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거라."
복만이는 그 작은 방망이를 받아들고 어리둥절했다네. 보기에는 그저 나무로 만든 평범한 방망이였거든. 하지만 도깨비의 말을 믿기로 했지.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간단하다. 원하는 것을 생각하며 '뚝딱 뚝딱 도깨비 방망이, 내게 필요한 것을 주소서'라고 말한 다음, 그것을 세 번 두드리면 된다. 하지만 주의해라.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고, 해가 뜨면 그 힘이 사라졌다가 해가 지면 다시 생기니, 밤에만 사용할 수 있다."
복만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도깨비들은 모두 방망이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나서,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지. 붉은 도깨비가 마지막으로 말했다네.
"우리는 이제 이 산을 떠나야 한다. 도깨비 법에 따르면 인간에게 우리의 보물을 주면 100년 동안 다른 곳으로 가야 하거든. 방망이를 잘 사용하고, 효심 깊은 마음을 잃지 말거라."
순식간에 도깨비들은 모두 사라지고, 복만이는 혼자 남겨졌다네. 처음에는 꿈인가 싶었지만, 손에 쥐어진 방망이가 현실임을 말해주었지.
복만이는 용기를 내 방망이의 힘을 시험해보기로 했어. 그는 앞에 놓인 바위를 보며 방망이를 들었지.
"뚝딱 뚝딱 도깨비 방망이, 내게 필요한 것을 주소서. 어머니를 위한 맛있는 고기 요리를..."
그리고 바위를 세 번 두드렸어. 갑자기 바위가 빛나더니, 그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 요리가 나타났지! 복만이는 너무 놀라 입이 벌어졌다네.
"정말 신기하구나! 이것 봐라, 진짜로 고기 요리가 나타났어!"
복만이는 서둘러 그 고기 요리를 싸서 나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네. 어머니는 아들이 늦게 돌아와 걱정하고 계셨지.
"복만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날이 어두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하지만 보세요, 무엇을 가져왔는지!"
복만이가 고기 요리를 펼치자 방 안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찼다네. 어머니는 놀라워하며 물었지.
"이게 어디서 난 고기냐? 설마 남의 것을..."
"아닙니다, 어머니. 정직하게 구한 것입니다. 제가 오늘... 산에서 운이 좋았습니다."
복만이는 도깨비 이야기는 하지 않고, 산에서 운 좋게 사냥꾼을 만나 고기를 얻었다고 둘러댔어.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지.
그날 밤, 어머니는 오랜만에 맛있는 고기를 드시고 기운을 차리셨다네. 복만이는 어머니의 얼굴에 핀 미소를 보며 도깨비 방망이를 감사히 여겼지.
다음 날부터 복만이는 방망이의 힘을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어. 밤에 돌아와 몰래 방망이로 두드려 필요한 약과 음식을 만들어냈지. 덕분에 어머니의 병은 점점 나아졌고, 집안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네.
한 달이 지나자, 복만이는 도깨비 방망이로 집을 고치기 위한 재료와 도구를 만들어냈어. 낡은 초가지붕을 새로 올리고, 무너진 담장도 고쳤지. 마을 사람들은 복만이네 집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네.
"저 복만이, 어디서 돈이 생긴 걸까?"
"밤에는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하던데..."
"복권이라도 당첨된 걸까?"
특히 복만이네 옆집에 사는 부자 영감은 유난히 관심을 보였어. 그는 마을에서 가장 부유했지만, 욕심이 많기로도 유명했다네. 그는 복만이네 집을 지켜보며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지.
어느 날 밤, 부자 영감은 복만이네 집을 몰래 엿보았다네. 그리고 복만이가 작은 방망이로 땅을 두드리자 쌀 한 자루가 나타나는 광경을 목격했어! 부자 영감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욕심의 불꽃이 일어났지.
'저게 뭐지? 저런 방망이라면 나에게 있어야 하는데...'
부자 영감은 그날부터 복만이의 방망이를 빼앗을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다네. 복만이는 아직 그 위험을 알지 못한 채, 도깨비 방망이의 힘으로 어머니를 위한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지.
한편, 복만이는 방망이를 사용할 때마다 도깨비의 경고를 떠올렸어. "욕심을 부리면 축복이 저주로 변할 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만 만들어냈고, 과하게 부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지. 그저 어머니가 편안하게 사실 수 있을 정도로만 살림을 꾸렸다네.
그런데 어느 날 밤, 복만이가 방망이로 어머니의 약을 만들고 있을 때였어...
※ 방망이의 마법으로 부자가 된 복만이와 어머니의 달라진 삶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 따스한 봄이 찾아왔구나. 도깨비 방망이를 얻은 지 어느덧 몇 달이 지나니, 복만이네 살림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졌단다. 언제나 허기졌던 밥상엔 이제 매일 밤 따뜻한 반찬이 놓이고, 비가 새던 초가지붕은 튼튼하게 고쳐졌지.
무엇보다 복만이 어머니의 병이 많이 나아 이제는 방 밖으로 나와 마당을 거닐 수 있게 되었다네. 얼굴에 핀 미소를 보니 복만이 마음도 꽃처럼 활짝 피었단다.
"복만아, 네가 어찌 이토록 살림을 일으켰느냐? 겨우내 네가 밤마다 일하는 소리가 들리더구나.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게냐?"
어머니는 매일 궁금해하셨지만, 복만이는 여전히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단다. 대신 장에 나가 장사를 잘했다거나, 산에서 귀한 약초를 캐서 팔았다고 둘러댔지.
"어머니, 제 걱정은 마세요. 하늘이 저희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사실 복만이는 밤마다 방망이로 약초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았지. 물론 방망이로 돈을 직접 만들 수도 있었지만, 복만이는 그렇게 하면 도깨비의 경고처럼 욕심이 지나친 것이라 생각했단다. 그래서 정직하게 약초를 팔아 번 돈으로 살림을 꾸렸지.
어느 날 복만이는 어머니에게 말했단다.
"어머니, 이제 장에 가서 새 옷감을 사 올게요. 어머니께 예쁜 저고리와 치마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아이고, 이 녀석. 별것 다 생각한다. 내 이 누더기도 버릴 만큼 헐지는 않았다만..."
어머니는 말리셨지만, 복만이는 고집을 부렸단다. 그러고는 장으로 나갔지. 장에서 가장 좋은 비단을 고르는데, 마침 그곳에서 마을의 큰 부자 최 영감을 만났다네.
"오호, 복만이 아니냐? 요즘 제법 살림이 나아졌다던데, 비단까지 사려 하니 정말인가 보구나."
최 영감의 말투는 친절해 보였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단다. 복만이는 공손히 인사만 하고 얼른 비단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지.
그날 밤, 복만이는 방망이로 두드려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길 빌었다네. 그리고 밤새 어머니의 옷을 정성스레 지었지. 아침이 되자 완성된 옷은 마치 대궐의 비빈들이 입을 법한 화려함과 정교함을 갖추었단다.
"어머니, 이것 좀 보세요."
어머니는 아들이 만든 옷을 보고 눈물을 글썽였지.
"이게 대체 어떻게...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바느질을 잘했니?"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다음 날이 어머니의 생신이었기에, 복만이는 특별히 잔치를 열기로 했단다. 방망이로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마을 사람들을 초대했지. 물론 최 영감도 초대했다네.
잔치날, 마을 사람들은 복만이네 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단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지.
"복만이 어머니, 이렇게 좋아지셨네요! 복만이가 효자라더니 정말이군요."
"이 음식들은 어디서 배웠소? 장안의 유명한 주방장도 이보다 나을 것 같지 않소!"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졌고, 어머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단다. 복만이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 영감의 눈빛이 계속 자신을 쫓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단다.
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간 뒤, 복만이는 어머니에게 말했지.
"어머니, 오늘 즐거우셨어요?"
"그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웃고 떠든 것이 얼마만인지... 네 덕분이구나, 복만아."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단다. 그때 복만이는 문득 도깨비의 말이 생각났지.
"욕심을 부리면 축복이 저주로 변한다..."
복만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방망이를 제대로 사용해왔는지 생각했단다. 그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위해 방망이를 사용했으니,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과 최 영감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복만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단다. 혹시 이대로 계속 방망이를 사용하다가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기 시작했지.
그날 밤, 복만이는 방망이를 들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단다. 도깨비 방망이는 분명 축복이었지만, 이제는 그 축복이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 두렵기도 했단다.
"복만아, 왜 아직 자지 않고 있느냐?"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복만이는 깜짝 놀라 방망이를 얼른 숨겼지.
"아, 어머니. 그냥... 생각할 것이 있어서요."
"무슨 고민이 있는 게냐? 어머니에게 말해보렴."
복만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생각했지만, 결국 입을 다물었단다.
"별 것 아니에요. 어서 주무세요,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복만이는 달빛 아래 방망이를 바라보았단다. 이 신비한 도구는 자신의 삶을 바꿔놓았지만, 과연 앞으로도 축복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렇게 복만이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밤을 지새웠단다.
※ 복만이의 비밀을 알게 된 욕심 많은 이웃 부자의 계략
잔치 이후로 마을에서는 복만이네 집에 대한 소문이 더욱 무성해졌단다. 어제까지 가난하던 집이 어찌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할 수 있냐며, 사람들은 갖가지 추측을 내놓았지.
"복만이가 산에서 보물을 찾았다더라."
"아니야, 도적질을 했다는 소문도 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복만이는 착한 아이잖아."
그중에서도 최 영감은 복만이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부심했단다. 최 영감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지만, 그 부를 쌓는 과정이 정당치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지. 많은 사람들의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고리대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등골을 빼먹었다고 했다네.
어느 날, 최 영감은 복만이네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단다.
"복만이,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복만이는 의아했지만, 공손히 인사를 하고 최 영감을 맞이했단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영감님?"
"자네 요즘 잘 지내는 것 같아 기쁘네. 특히 어머니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니 다행이야."
최 영감의 말투는 친절했지만, 눈빛은 뭔가를 캐내려는 듯했단다.
"네, 감사합니다. 어머니께서 많이 나아지셨습니다."
"그런데 말일세, 자네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살림을 일으켰는지 궁금하구먼. 혹시...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복만이는 긴장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단다.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입니다. 산에서 귀한 약초도 찾고, 부지런히 장사도 했고요."
최 영감은 믿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단다. 대신 이상한 제안을 했지.
"그런가... 그럼 자네에게 좋은 제안이 하나 있네. 내가 자네 어머니에게 좋은 약을 구했는데, 가져다 드리고 싶어. 오늘 밤에 잠시 자네 집에 방문해도 될까?"
복만이는 망설였지만, 어머니의 건강을 생각해서 거절할 수 없었단다.
"네, 물론이죠. 저희 집은 초라하지만 언제든지 오십시오."
그날 밤, 최 영감은 약봉지를 들고 복만이네 집을 찾았단다. 어머니는 이미 주무시고 계셨고, 복만이는 최 영감을 방으로 안내했지.
"어머니는 주무시는데, 내일 아침 일어나시면 약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감님."
최 영감은 집안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단다.
"괜찮네, 괜찮아. 아참, 내가 좋은 술도 가져왔는데 한잔할까?"
복만이는 정중히 거절하려 했지만, 최 영감이 너무 강권하여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받았단다.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자 복만이의 정신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지.
"이 술은 대체... 어디서..."
복만이의 말이 흐려졌고,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단다. 술에 뭔가를 탄 것이 분명했지.
최 영감은 쓰러진 복만이를 보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단다. 그리고는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지. 이불 밑, 장롱 안, 부엌... 온 집안을 뒤지다가 마침내 방 구석에 숨겨둔 도깨비 방망이를 발견했단다.
"이것이었군! 이 조그만 방망이가 복만이의 비밀이었어!"
최 영감은 방망이를 들고 기뻐했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단다. 그래서 잠시 복만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기로 했지. 그는 복만이 옆에 앉아 때때로 뺨을 때리며 깨우려 했지만, 복만이는 깊이 잠들어 있었단다.
"이 녀석, 얼마나 더 잘 거냐..."
최 영감은 점점 초조해졌단다. 밤이 깊어가는데, 복만이는 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 그때 마침 다른 방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단다. 복만이의 어머니가 깨어난 것이었지.
최 영감은 당황했단다. 이대로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 그는 방망이를 품에 숨기고 얼른 집을 빠져나왔지. 복만이의 어머니는 방을 나와 아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단다.
"복만아! 복만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어머니의 다급한 외침에도 복만이는 깨어나지 않았단다. 그렇게 집을 빠져나온 최 영감은 도깨비 방망이를 손에 쥐고 자신의 집으로 서둘러 돌아갔지.
"하하하! 이제 이 방망이의 비밀만 알아내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될 거야!"
최 영감은 방망이를 바라보며 욕심에 눈이 멀었단다. 그가 모르는 사이,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지. 도깨비의 눈이었단다...
※ 도둑맞은 도깨비 방망이와 진짜 방망이의 비밀
아침이 밝아오자 복만이는 겨우 정신을 차렸단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지.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계셨네.
"복만아, 정신이 들었느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복만이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며 간밤의 일을 떠올렸단다. 최 영감이 찾아왔고, 함께 술을 마셨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
"어머니... 최 영감이 가져온 술에 뭔가 있었나 봐요..."
갑자기 복만이는 뭔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 방 구석을 살폈다네. 그의 예감은 적중했지. 도깨비 방망이가 사라졌단다!
"안돼! 방망이가 없어졌어!"
어머니는 의아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네.
"무슨 방망이? 네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것이 방망이였단 말이냐?"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단다. 복만이는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지. 도깨비를 만난 일, 방망이를 받은 일, 그것으로 살림을 일으킨 일까지. 어머니는 놀라워하면서도, 아들을 탓하지 않으셨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하려고 하니?"
"방망이를 찾아야 해요. 분명 최 영감이 가져갔을 거예요."
복만이는 서둘러 최 영감의 집으로 향했단다. 그런데 마을에 다다르자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지. 사람들이 모두 최 영감의 집 앞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네.
"무슨 일입니까?" 복만이가 한 노인에게 물었단다.
"큰일 났네! 최 영감이 갑자기 미쳤다네. 밤새 '뚝딱 뚝딱'하고 중얼거리며 집안의 물건들을 두드리고 다녔다는구먼. 금덩이가 나온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 화가 나서 방망이를 내던지고 길바닥에서 발광을 했다네."
복만이는 급히 군중을 헤치고 앞으로 나갔단다. 최 영감은 흙투성이가 된 채 길바닥에 앉아 미친 듯이 웃고 있었지. 그 옆에는 부러진 나무 방망이가 던져져 있었네.
"저건..."
복만이는 조심스레 방망이를 집어들었단다. 그런데 이상했지. 분명 모양은 같았지만, 손에 쥐는 느낌이 달랐네. 자세히 보니 나무 결도 달랐고, 손잡이 부분의 작은 조각도 없었단다.
"이건 가짜야!"
그때 누군가 복만이의 어깨를 툭 쳤네. 뒤돌아보니 최 영감의 아들 만복이였단다.
"복만아, 아버지가 갑자기 이상해졌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만복아... 실은..."
복만이는 만복에게 사실을 이야기했단다. 만복은 한숨을 쉬었네.
"역시... 아버지는 어제 밤늦게 들어오시더니 이상한 방망이를 들고 너무 기뻐하셨어. 그리고는 밤새 '뚝딱 뚝딱' 하면서 물건들을 두드리셨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점점 화가 나셔서, 결국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셨어."
복만이는 혼란스러웠단다. 분명 최 영감이 진짜 도깨비 방망이를 가져갔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복만이는 생각에 잠겼단다. 방망이가 사라진 이상,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지.
문득 집 마당에 도착하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네. 방 안에서 붉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단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어머니가 웃으며 앉아 계셨고, 그 앞에는 붉은 도깨비가 서 있었지!
"아, 복만이가 왔구나." 도깨비가 웃으며 말했단다.
※ 도깨비의 마지막 방문과 복만이가 깨달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
복만이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단다. 지난번에 만났던 붉은 도깨비가 자기 집 방 안에 서 있었으니 말이다.
"왜... 어떻게..."
"놀랐겠구나. 내가 설명해주마." 도깨비가 차분히 말했네. "욕심쟁이 노인이 네 방망이를 훔쳐갔을 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도깨비 방망이는 도깨비의 힘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단다. "이 도깨비님이 잠시 전에 오셔서 모든 이야기를 해주셨단다. 네가 얼마나 방망이를 소중히, 그리고 현명하게 사용했는지도 말이야."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네. "복만아, 너는 방망이의 힘을 탐욕이 아닌 효심으로 사용했다. 네가 진정 효자임을 증명했으니, 우리가 준 선물은 헛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 영감이 방망이를 가져갔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도깨비는 웃음을 터뜨렸단다. "아니다. 최 영감이 가져간 것은 가짜 방망이다. 우리 도깨비는 욕심쟁이를 싫어하지. 그가 너의 집에 들어온 순간, 진짜 방망이는 우리의 힘으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짜 방망이를 놓아두었지."
도깨비가 품에서 진짜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복만이에게 건넸네. 복만이는 감격해서 방망이를 받아들었단다.
"그런데 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왜 최 영감은 미쳐버린 건가요?"
"욕심이 과해서 그렇지. 도깨비 법칙에 따르면, 도깨비 물건을 훔치려는 자는 도깨비의 저주를 받는다. 그가 방망이를 사용하려 할 때마다, 그의 욕심은 더 커졌고, 결국 그 욕심이 그를 미치게 만든 거다."
복만이는 고개를 숙였단다. 최 영감이 자신의 방망이를 훔쳤지만, 그가 그렇게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네.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도깨비는 복만이의 마음씨에 감동한 듯했단다. "네 마음씨가 참 고맙구나. 걱정 마라, 그의 저주는 일주일이면 풀릴 것이다. 그때는 그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될 게다."
어머니가 물으셨네. "이제 방망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깨비가 답했단다. "이제 그 방망이는 복만이의 것이니, 계속 가지고 있어도 좋다. 하지만 방망이의 힘은 이제 조금 약해질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해내지는 못할 거야. 그러나 꼭 필요한 것들은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복만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심한 듯 도깨비에게 말했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방망이는 돌려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이제 방망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도깨비는 놀란 표정이었단다. "정말이냐? 이 방망이가 없으면 다시 가난해질 수도 있다?"
복만이는 미소 지으며 말했네. "방망이 덕분에 어머니의 병이 나았고, 저희 집도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이제 장사 방법도, 약초 캐는 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방망이 없이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이셨단다. "우리 아들이 옳은 말을 하는구나. 도깨비님, 큰 은혜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힘으로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도깨비는 감동한 듯 눈물을 글썽였네. "너희 모자의 마음씨가 참으로 아름답구나. 내가 백 년 동안 인간 세상을 다니며 이렇게 순수한 마음씨는 처음 본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돌려받고 나서,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복만이에게 건넸단다.
"이건 우리 도깨비들의 축복이 담긴 행운의 씨앗이다. 이 씨앗을 심으면 어떤 계절에도 열매를 맺는 나무가 자랄 것이다. 그 열매는 병을 치료하는 힘이 있지. 효심 깊은 너희 모자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도깨비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연기처럼 사라졌네. 복만이와 어머니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단다.
그 후로 복만이네는 도깨비 씨앗에서 자란 나무의 열매로 마을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며 평온하게 살았다네. 최 영감도 저주가 풀린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마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지. 그리고 복만이의 도움으로 그도 마음을 고쳐먹고 착하게 살아갔다고 한단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 어떠셨나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삶의 교훈을 전했습니다. 욕심이 과하면 오히려 화를 부르고, 효심과 바른 마음씨가 진정한 복을 가져온다는 지혜를 말이지요.
복만이가 도깨비 방망이를 소중히 다루었듯, 우리가 가진 것들도 감사히 여기며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우리 삶에도 작은 기적들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또한 최 영감처럼 욕심에 눈이 멀면 결국 불행해진다는 교훈도 되새겨볼 만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옷깃, 나무꾼의 선택'에 대해 들려드리겠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옷깃을 주운 나무꾼이 마주한 운명의 갈림길, 그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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